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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My Bloody Valentine 4-D, 2009)
4D로 즐기는 진짜 공포


<블러디 발렌타인>을 보게 된 거의 유일한 이유는 바로 이 영화가 3D도 아니고 3D 아이맥스도 아닌, 무려 디지털 4D로 국내 상영이 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아이맥스 3D의 경우만 해도 <베오울프>나 <폴라 익스프레스>등을 통해 극장에서 영화와는 별개로 만족스러운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었는데, 4D라 하면 과연 어디까지 체험할 수 있을지가 이 영화를 관람하기 전에 가장 큰 궁금증이자 기대를 갖게 하는 점이었다. 4D라고 하면 극장용 장편 영화는 아니지만 놀이공원 등에서 비슷한 포맷의 단편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화면에 따라 의자가 움직이는 것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더군다나 이런 영상들은 영화라기보다는 놀이공원에 걸맞게 체험에 포커스가 맞춰진 영상들이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재미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기도 했다(예전에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개썰매의 꽁무니를 낮은 시점에서 쫓아다니는 것, 레프팅, 롤러코스터 등등 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일반 장편 영화가 무려 4D로 개봉한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해외 포스터를 보니 기본적으로는 입체포맷인 3D로 제작되고 홍보되는 듯 했는데, 국내에서는 상암 CGV의 스마트 플렉스 관을 통해 디지털 4D로 관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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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D라는 포맷답게 가격도 무려 1인 15,000원(참고로 3D 아이맥스로 개봉예정인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역시 15,000원이다).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가격이 크게 비싸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정도로 4D라는 관람환경은 영화 관람의 색다른 환경을 충분히 제공해주고 있었다. 특히 이 영화가 공포 영화라는 점에서 이 효과는 더욱 극대화 되지 않았나 싶다. 극장을 들어서자 마자 뭔가 일반 극장과는 다른 장치들을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사이키 조명도 있었고, 놀이공원에서나 볼법한 좌석 배치와 의자 머리 받이의 앞뒤로 알 수 없는 구멍들, 상영관 좌우측 벽에는 대형 선풍기 같은 것도 있었고, 맨 앞에도 뭔가 장치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관객들이 '도대체 4D는 어떤걸까?'라고 미처 궁금해하기도 전에 좌석이 미칠듯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처음 놀이기구를 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 좌우 상하로 제법 격(?)하게 움직이는 의자는 일단 관객들로 하여금 저절로 탄성이 터져나오게 했다(전체적으로 일반 영화와 놀이공원 그 중간 쯤에 반응들이 극장에서 터져나왔다). 그리고는 피가 튀는 장면에서 터져 나오는 스팀! 바로 의자 머리 받이의 알 수 없는 구멍들은 이 스팀을 위한 것이었다. 뒤에서도 역시 장면에 따라 분출되었는데 이것이 단순히 바람이 아니라 말그대로 스팀이라 차가운 느낌과 더불어 약간의 물기를 느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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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살인마의 주 무기는 바로 곡괭이 인데, 이 곡괭이로 피해자들의 신체를 사정없이 내려 칠 때마다 마치 내 얼굴을 내려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스팀효과가 동반된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살인마에 쫓겨 급하게 도망갈 때는 내가 뛰어가는 듯이 좌석이 요동치고, 피가 튈 때 역시 내 얼굴에 피가 튀는 것처럼 스팀이 얼굴에 분사된다(걱정할 정도로 물기가 남거나 하진 않는다. 그냥 차가운 바람이 찰삭 하는 정도의 느낌. 그런데 장면이 피가 튀는 장면이라 그런지 기분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ㅎ).

그리고 초반 주인공들이 사진을 촬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 속 플래쉬에 맞춰 극장에도 사이키 조명이 반짝 한다. 그리고 후반 교통사고가 나서 차에서 연기가 피어 오를 때는 극장 안에도 연기가 피어오른다(그런데 이건 실제로 관객 중 일부는 거의 눈치채지 못했던 것 같다. 그 만큼 극에 몰입해 있었다는 증거). 그리고 스팀 외에 전체적으로 바람이 부는 장면에서는 상영관 천정과 벽에 장치된 대형 선풍기를 통해 바람을 느낄 수도 있었다(이건 정말 좀 리얼했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101분인데, 한 60분 정도는 각종 효과를 맛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너무 과한 감이 없이 적당한 수준이었으며, 필요없는 요동이나 효과도 거의 없이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듯 했다. 4D관람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D-BOX 의자에 앉아 블루레이를 관람하던 기억이 떠올랐는데, D-BOX보다는 약간 부족한 움직임이지만(움직임 자체가 약하다는 것이 아니라 장면과의 연관성이 조금 부족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다양한 효과가 더해져 임팩트는 더 큰 경우라고 생각하면 무리가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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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4D'라는 관람 환경이 빛을 발했던 더 큰 이유는 바로 이 영화가 공포 영화라는 점이었다. <블러디 발렌타인>은 제법 고어한 장면들도 많이 나오고 잔인한 신체 회손 장면들도 많이 나오는 등 그냥 일반 포맷으로 관람하여도 눈뜨고 보기 쉽지 않은 장면들이 나오는 영화이기도 한데, 여기에 4D라는 방식이 더해지면서 이 영화 속 공포를 좀 더 관객의 입장에서 실감나게 받아들이는데 큰 효과를 주고 있다. 실제로 공포 영화를 극장에서 많이 관람하였지만 이렇게 극장 내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공포에 넘쳐났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관객들이 그저 눈을 가리거나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정도가 아니라, '무서워...'라고 소리내어 이야기하는 관객들도 많았으며 발을 동동 구르거나 어떻하면 좋을지 몰라 반응하는 관객들이 상당히 많았다. 일반적인 공포 영화 같은 경우 아무리 무서워도 그냥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는 것이 고작일텐데,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극장의 분위기는 마치 놀이기구처럼 안전바가 있어서 나갈 수 없는 것도 아닌데, 빨리 탈출하고 싶은데 못나가는 듯한 힘겨움마저 느껴졌다 ^^;

반대로 말해서 과연 이 영화를 일반 포맷이나 더 나아가 3D로 관람했더라도 이 정도의 감흥이 있었을까 싶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저 의자가 좀 움직이고 바람 좀 나오는 것 뿐인데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까 의문을 갖을 수도 있겠는데, 막상 체험을 해보면(이건 관람이라기 보다는 분명 '체험'이다) 말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공포 영화를 많이 본 이들을 공포영화에서 주로 등장하는 영화적 장치들에 익숙할 텐데, 예를 들면 카메라의 시점이 극중 인물의 시점과 동일하게 설정되어 마치 자신의 얼굴을 향해 공격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앵글은 어쩌면 너무 전형적이라 자주 접한 이들이라면 크게 무섭지 않을 수 있는데, 이 같이 전형적인 것들을 '4D'라는 환경이 보완해주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고어한 표현을 더해가며 날카로운 것들이 얼굴과 신체 여기저기를 뚫고 나오는 회손 장면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4D로 관람하다보면 단순히 잔인해서 무서운 것을 넘어서서 실제 내 눈을, 몸을 찌르는 듯한 느낌이 (진짜로) 든다(완전히 진짜 같다라고 하면 오버겠지만, 진짜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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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4D가 예상외로 너무 허접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작품 자체가 너무 싱거우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더 컸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호러 영화로서 나쁘지 않은 이야기와 줄거리를 갖고 있고, 장면 장면도 18세관람가의 호러영화에 어울리는 장면들이 많아 이야기에도 조금은 집중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블러디 발렌타인>을 만약 보려는 이들이 있다면 반드시 디지털 4D로 관람하길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그냥 3D로만 관람한다해도 별로 큰 의미가 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만약 이 영화가 다른 관람환경을 지원하지 않는 영화였다면 모르겠지만, 지금과 같은 환경이라면, 그리고 어차피 볼 것이라면 꼭 어렵더라도 4D관람만이 정답이라고 말하고 싶다.


1. 고어한 장면들의 수위도 제법이지만, 일부 노출 장면이 수위도 상당(?)했는데, 이런건 어떻게 한 번에 심의를 깔끔하게 통과했는지가 또 의문이네요ㅎ

2.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오며 다른 좌석들을 둘러봤는데, 실제로 많이들 놀라 팝콘등을 많이 놓쳐버린 모양이더라구요. 여기저기에 널부러져있는 팝콘의 잔해들이...(실제로 영화보기전에 농담으로 '이거 혹시 '웰컴투 동막골'의 한 장면 연출되는건 아니겠지? ㅎ'하고 농담을 하기도 했었는데 말이죠ㅋ)

3. 주인공을 맡은 잰슨 애클스는 미드 <슈퍼 내츄럴>로 더 유명한 배우인데, 재미있는건 슈퍼 내츄럴과 이 영화 속 코디가 같은지, 후드티를 자켓 속에 껴입는 모습마저 닮았더군요 ㅎ

4.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건 3D용 입체안경의 사이즈가 아이맥스용 안경보다는 조금 작은 사이즈라 안경을 쓰는 저 같은 경우, 안경 위에 입체 안경을 고정시키기가 여간 골치아픈 일이 아니더군요. 더군다나 의자가 요동치는 터라 단단히 고정해야 되는데 초반에 고생을 좀 했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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