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외로 협소한 집 구조를 자주 바꿔왔던 편이다. 매번 더 좋은 집, 더 넓은 공간으로 이사를 다녔다면 크게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런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내 방 하나를 갖게 된 것이 홀로 독립하게 된 순간과 정확히 겹쳤기 때문에, 그러니까 독립해서 작은 원룸에 살게 되면서 부터였기 때문에 그 이후 자연스럽게 작은 방에 지치지 않게 나름 그 안에서 변화를 노력했던 것 같다. 현재 살고 있는 반지하 집을 요 바로 전 살았던 6층 옥탑방에 비하자면 정말 천국에 가까운데, 나는 이 점을 잊지 않으려고 나름 노력중이다. 물론 옥탑을 포함하면 반지하에 산지가 벌써 거의 10년이 넘었는데, 그래서 나의 다음 홈 스윗 홈의 목표는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을 수 있는 집, 창문 열고 밖을 바라볼 수 있는 집이다.

여튼 잡설이 길어졌는데 이 집에 이사오고 나서 한 번도 감행하지 못했던 리뉴얼을 지난 구정 연휴를 틈다 진행했다. 사실 원룸 구조라는게 뻔하고 은근히 내가 짐이 많아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구조였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나름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구조의 리뉴얼을 완성했다. 위의 사진에는 그 혁신의 주된 구조가 드러나지 않아서 아쉽기도(혹은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어쨋든 하루종일 힘들여 노력한 결과물을 보니 만족스러울 뿐이다. 한동안 늘어나지 않았던 DVD/Blu-ray/CD는 회사 생활이 조금씩 안정을 찾으며 조금씩 늘어났고, 결국 같은 렉을 또 하나 주문할 수 밖에는 없었다. 그래서 한쪽으로 3개의 렉을 배치했으며 CD장은 침대의 다른 편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최근 주문한 '500일의 썸머' 포스터 판넬도 멋드러지게 걸어두니, 제법 만족스러운 홈 스윗 홈이다.

벌써부터 모자른 CD장의 포화상태는 곧 닥쳐올 위기이긴 하지만, 어쨋든 이로서 한숨은 돌렸다. 이번 리뉴얼하면서 새삼 느낀 점이라면, 항상 대대적인 청소를 할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항상 필요없는 것은 버리고 필요한 것만 남겨두는데도, 청소할 때마다 버려야 할 것들이 산더미 처럼 나온다. 이것을 단순히 취향이 바뀐것 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문제인데, 취향보다는 계속되는 선택의 결과로 버려지고 남고 하게 되는 것 같다.


2010. 02.26. pm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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