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길들이기 (How To Train Your Dragon, 2010)
교훈적이기까지한 드림웍스의 성공작


드림웍스는 한동안 픽사의 성공을 부럽게 바라봐야만 했었다. '슈렉'이후 주춤했던 그들에겐 좋은 애니메이션이었던 '쿵푸 팬더'가 있었지만 이것 하나만으로 '자, 이제는 픽사와 동등하게 겨뤄볼 수 있겠다'라고 미뤄보기는 어려웠던 것이, 그 이후 내놓았던 '몬스터 vs 에이리언'의 경우는 무척이나 실망스러운 경우였기 때문이다. 픽사의 가장 강한 점은 역시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드림웍스는 본인들도 스토리텔링으로 바로 경쟁하기 보다는 기술적인 면에서 우위를 점하려 했었다. 그것이 앞선 '몬스터 vs 에이리언'을 3D 포맷으로 제작한 경우였는데, 이 작품은 굳이 스토리텔링의 부족함을 꺼내지 않아도 3D효과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었다. 그래서 이번 드림웍스의 신작은 사실 스튜디오에게 몹시도 중요한 작품이었을 것이다. 한동안은 픽사를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걸 확고히 하는 작품이 될 것인가 아니면 한동안 픽사에게 모조리 다 빼았겨 버렸던 명성을 이제야 찾아오게 되는 자랑스런 작품이 될 것인가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분명 후자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스토리텔링 측면에서도 뻔한 이야기로 감동을 주는 데에 성공한 동시에, 3D라는 측면에서는 최근 보았던 영상혁명 '아바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어쩌면 더 나은) 영상으로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만족스런 작품이었다. 



 DreamWorks Animation. CJ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흔히들 스토리텔링하면 구구절절을 떠올릴지 모르겠는데, 그것보다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이야기가 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필요 없는 이야기는 거의 다 쳐낸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만약 이 작품이 실사 영화이고 주인공 '히컵'이 상처 입은 용 '투슬리스'를 타고 날아다니는 환상적인 시퀀스 같은 것은 없는 그리고 더 치밀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요하는 작품이었다면, 아마도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 밖에는 없는 구조였을 것이다. 영화를 볼 때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보고나서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에는 너무나도 생략된 이야기들이 많다. 버크 섬에 사는 바이킹과 용들과의 대립 관계에 대해서도 아주 짧은 내레이션이 있을 뿐이고, 초반에 히컵이 선망하는 캐릭터로 등장하는 '아스트리드' 같은 경우도 전혀 배경에 대한 설명이 없으며, 무엇보다 투슬리스와 히컵이 친해지게 되는 과정의 경우 '너무 쉽게' 이루어진 느낌을 줄 정도로 간결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드래곤 길들이기'는 치밀한 짜임새를 요구하는 작품도 아니고, 환상적인 비행 장면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생략이 전혀 단점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히컵과 투슬리스가 친해지는 과정의 간결한 묘사같은 경우는, 의미상으로도 구구절절 논리적으로 풀어낸 것보다는 '그간 오해했었다' (최근 국내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는 '오해'와는 질적으로 다른 의미다) 라는 의미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적절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이리도 간결하고 쉽게 해결해볼 수 있었던 걸, 누구도 그럴려고 해보지 않았던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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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락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드래곤 길들이기'를 통해 인상 깊었던 정서는 바로 '장애'와 '상처'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관한 것이었다. 투슬리스는 꼬리 날개에 상처를 입고 혼자 날기 어려운 용이었다. 그를 투슬리스를 히컵이 알아보고 직접 꼬리 날개를 만들어주면서 이 둘의 마음은 통하게 된다. 처음에 이 둘의 관계를 그리는 방식은 '히컵이 조종하지 않으면 날지 못하는 투슬리스' 정도로 그려지지만 갈 수록 이 둘의 관계는 그것 이상으로 발전한다. 투슬리스는 자신이 날기 위해 - 그러니까 필요에 의해 - 히컵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고, 히컵 역시 단순한 동정으로 투슬리스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말 따지고보면 극중 히컵의 시선이나 대사에서는 거의 단 한번도 투슬리스를 동정으로 바라보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어른들은 이것조차 동정어린 시선이라고 볼지 모르지만, 히컵 같이 어린 소년에게는 아직 그런 복잡함이 존재하지 않는다.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이건 분명 어른들이 사용하는 '동정'과는 다른 것이다.

그런데 이런 투슬리스의 장애는 영화의 마지막 다소 충격적인 히컵의 장애로 대구를 이룬다. 아버지에게도 인정 받고 마을을 구하는 동시에 드래곤들과 함께 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뤄낸 히컵은 안타깝게도 다리 한 쪽을 잃고야 만다. 이런 설정이 충격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전체관람가인 이런 애니메이션에서는 굳이 택하지 않았던 결말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같았으면 모든 것을 해결한 히컵에게 영화 속에 등장했던 것과 같은 이상적인 그림이 펼쳐지며, 버크 섬의 바이킹들은 드래곤들과 함께 잘 살았더래요~ 로 마무리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텐데, 영화는 굳이 히컵에게 장애의 요소를 부여했다. 

그리고 보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바이킹으로 나오는 캐릭터를 보면 팔과 다리가 하나씩 없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극중 인물들들 사이에서도 그렇지만 보는 이들 역시 꼭 애니메이션이라서가 아니라 이런 불편함을 별로 장애로 느끼지 못한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영화의 마지막 히컵이 다리 하나를 잃게 되었을 때, 이를 두고 동정의 시선을 보내는 주변 캐릭터는 하나도 없다. 이걸 단순히 바이킹 특유의 대범하고 쿨함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런 건 어른들도 물론이지만 아이들에게 특히 교훈적인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편견을 갖지 않게 하는, 그러니까 투슬리스의 꼬리 날개처럼 누군가가 반드시 도와주어야 하는 부분도 필요하지만, 그것 외에 묘사들처럼 장애가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혹은 조금 불편할 뿐이지 많이 다르거나 틀린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는 것을 은연 중에 일깨워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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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드래곤 길들이기'가 인상적인 또 다른 이유는 그 비싼 아이맥스 3D 티켓값을 할 정도로 환상적인 영상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몬스터 vs 에이리언'에서는 이렇다할 인상적인 3D 영상을 보여주지 못했던 드림웍스로서는 전작에서 보여준 3D기술 및 영상의 수준을 확실히 업그레이드 해냈다. 투슬리스와 히컵이 하늘을 자유롭게 - 여기선 정말 자유가 느껴진다! - 그리고 구름 속을 빠른 속도로, 그리고 황홀한 각도로 비행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최고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3D에 최적화된 영상이라는 점은 여러가지 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일단 장면 속 속도나 질감 그리고 공간감 (크기)이 그대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투슬리스를 타고 구름 속을 빠른 속도로 날 때면 마치 바람이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속도감이 느껴지고, 크기 역시 커다란 캐릭터의 경우 그냥 '와, 크구나' 정도가 아니라 '와! 진짜 무지막지하게 크구나!!'라고 느껴질 정도로 이런 크기의 입체감을 잘 표현해 내고 있다. 

3D 영상은 두 가지 타입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3D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관객이 손을 절로 뻗도록 만드는 약간의 인위적인 효과와, 이것보다는 자연스럽게 극의 흐름을 넘어서지 않는 한도 내에서 효과를 주는 경우. '드래곤 길들이기'는 경우의 중간 정도, 그러니까 아주 적절한 3D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별것 아닌것 같은 캐릭터 디자인에서도 입체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는 한편, 3D 효과를 한 껏 낼 수 있는 액션 시퀀스에서 역시 너무 과도한 입체 효과는 주지 않으면서도 (이 정도를 말로 표현하긴 좀 어려운데, 직접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관객으로 하여금 '내가 진정 3D를 보고 있구나'라는 것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폴라 익스프레스'부터 '아바타' 까지 거의 한편도 빼놓지 않고 본 3D영화들 가운데, 3D효과 측면에서는 최고로 만족스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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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에 예고편이나 포스터 등이 공개되었을 때는 이 정도의 작품일 줄은 몰랐었는데, 시사회와 먼저 보신 분들의 쏟아지는 호평을 듣고서 '과연?'하는 물음과 기대가 들었던 드림웍스의 '드래곤 길들이기'는 결국, 많은 호평들 속에 내 밥 숟가락 하나 기꺼이 얹어놓고 싶은 만족스런 작품이었다. 



1. 전날 왕십리 CGV 아이맥스관 영사기가 고장나는 바람에 제가 보는 날도 못보는 것이 아닌가 했는데, 다행히 정상화되어서 문제 없이 볼 수 있게 되었네요.

2. 

3D안경은 또 바뀌었던데 그간 써봤던 안경들 가운데서 착용감 측면에서는 가장 좋더군요. 영화 보는 내내 단 한번도 흘러내림에 신경쓰지 않고 볼 수 있었으니까요.

3. 또 블루레이를 기다려야할 작품이 생겼군요. 아, 과연 그전에 3DTV를 장만할 수 있을까요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DreamWorks Animation. CJ엔터테인먼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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