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스토퍼블 (unstoppable, 2010)
속도와 긴장감, 그것만 있으면 돼


'맨 온 파이어 (2004)' '데자뷰 (2006)' '펠헴 123 (2009)'까지 여러작품을 함께 한 토니 스콧과 덴젤 워싱턴 콤비에 '스타트렉'으로 주목을 받게 된 크리스 파인이 함께한 '언스토퍼블'은 마치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을 맡았던 1994년 작 '스피드'를 떠올리게 한다. 멈추지 않는 기관차와 이를 인명피해 없이 멈춰야만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스피드'를 통해 이미 재미를 즐겼던 바이지만, 토니 스콧의 '언스토퍼블'은 오히려 이것보다도 더 심플하고 잔가지의 이야기들은 거의 다 쳐낸 깔끔한 작품이다. 만약 형인 리들리 스콧이 이 작품을 연출하려고 했었다면, 토니 스콧의 버전에는 배경으로만 등장하는 회사와 노조의 이야기와 구조조정 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크리스 파인이 연기한 '윌 콜슨'의 배경 이야기에 더 비중을 두어 두 가지 줄기의 큰 이야기가 동시에 충돌하는 작품으로 탄생했을런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토니 스콧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좀 더 심플한 쪽을 택했고 그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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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스콧과 덴젤 워싱턴, 그리고 열차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작품은 그의 전작인 '펠헴 123'이었다.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지점이 겹치는 '펠헴 123'과 이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언스토퍼블'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한 심플함을 들 수 있겠다. 확실히 '펠헴 123'은 심플함을 기본으로는 하고 있지만 그 외에 잔가지에도 의욕을 가지고 표현하려 했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결과 두 가지 모두 힘을 잃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었는데, 아마도 이런 전작의 교훈이 반영된 영화가 바로 '언스토퍼블'이 아닐까 싶다.

영화는 시작하고나서 5분만에 대강의 줄거리를 예상할 수 있고, 예상대로 끝이 난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장점은 전혀 이야기에서 오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뻔한 이야기가 (어떻게 끝이 날 줄도 뻔히 알면서도) 제법 긴장감 있게 다가오는 것이야말로 바로 토니 스콧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심지어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영화 속에서 겪게 되는 주인공들의 몇 번의 위기에도, 주인공들이 여기서 실패하겠구나 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묘한 경험인데, 100% 성공을 확신하면서도 그 과정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연출의 재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가 이런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사용한 가장 큰 장치는 바로 미디어다. 우리가 TV를 통해 자주 접했던 사건 사고의 뉴스 속보 형식을 영화에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관객들이 이 이야기에 좀 더 현실감을 느낄 수 있도록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여기서 오는 재미는 영화에서 느끼는 재미보다는 마치 불구경과도 같은, 그러니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뉴스에서 더 큰 충격과 흥미를 갖게 되는 부분을 자극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아, 이 영화가 실제 사건에 근거하여 만들어졌다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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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토니 스콧의 '언스토퍼블'은 군더더기 전혀 없는 액션 영화로서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요새는 현실도 영화도 단순해 보이는 사건에 워낙에 큰 배후나 음모가 엮여있는 일들이 대부분이다보니, 가끔은 이렇게 단순한 사건 만으로 깔끔하게 종료되는 레일 위의 열차와도 같은 이야기를 더 반기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1. 로자리오 도슨이 나옵니다. 뭐 비중은 그리 크지 않고 그녀만의 매력은 거의 발산되지 않았지만요. '이글 아이'에서도 그렇고. 점점 이런 적은 비중의 작품으로 만나게 되는군요. 어서 '데스 프루프'같은 작품으로 돌아와주세요.

2. 덴젤 워싱턴이야 그렇다치고, 크리스 파인은 딱 본인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다음 작품에서는 좀 더 그 만의 것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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