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The American, 2010)
너무 정적이기만한 킬러의 일상


조지 클루니 주연의 신작 '아메리칸 (The American)'은 조지 클루니의 매력보다도 연출을 맡은 안톤 코르빈 때문에 더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었다. 왜냐하면 그의 데뷔작 '컨트롤 (Control, 2007)'의 인상이 너무나도 깊었기 때문이었는데, U2, 너바나 등의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유명했던 그의 영화 데뷔작은 솔직히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가 오래전 부터 '조이 디비전 (Joy Division)'의 팬이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컨트롤'은 완벽한 이언 커티스의 관한 영화인 동시에 완전히 객관적인 다른 이야기이기도 한 멋진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시작 '아메리칸'은 개인적으로 더 큰 기대를 갖을 수 밖에는 없었다 (절대 조지 클루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Focus Features. All rights reserved

킬러의 이야기를 다루었다하여 스펙터클한 액션 영화를 기대했던 것은 애초에 아니었음에도, '아메리칸'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주인공 '잭' (조지 클루니)은 킬러다. 잭은 스웨덴에서 임무를 마치고나서 신분이 밝혀져 잠시 이탈리아에서 위장신분으로 숨어지내게 된다. 영화는 바로 이 이탈리아에서 벌어지는 과정을 담담히 다룬다. '아메리칸'은 분명히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한 작품이다. 그 과정을 그리는 것에 있어서 킬러라는 직업을 갖은 한 남자의 일상을 아주 천천히 다룬다. 그러니까 표적이 되는 인물을 제거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다이나믹하게 그리지도, 속도감이나 치밀함이 느껴지도록 그리기 보다는 '일상'으로 느껴지도록 묘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런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킬러가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함을 직간접적으로 묘사한다. '친구를 절대 만들면 안돼'라는 얘기를 듣지만, 누군가가 필요한 잭. 영화는 이런 잭을 더 고독하도록 묘사하기 위해 영화의 제목인 '아메리칸'임을 여러번 강조한다. 이탈리아라는 곳에서는 이방인인 '아메리칸'. 하지만 영화가 말하려는 정서와 제목의 연관성은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Focus Features. All rights reserved

'아메리칸'은 고독에 관한 텍스트인 동시에 '불안'에 대한 이야기로 볼 수도 있겠다. 주인공 잭을 연기한 조지 클루니의 동작 하나하나에는 불안이 서려있다. 이건 분명 긴장보다는 불안에 가깝다. 조지 클루니의 연기와 맞물려 이탈리아의 아름답지만 외롭고 정적인 풍경은 안톤 코르빈과 '컨트롤'을 함께 했던 마틴 루이 촬영 감독에 의해 스크린에 고독함을 가득 담아낸다. '아메리칸'은 굉장히 클래식한 방식으로 심리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지만, 그 안에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부분은 확실히 조금 부족한 편이다. 뭐랄까 감독이 말하려는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너무 많은 감정적인 흐름을 제거한 느낌이다. 전작 '컨트롤'의 경우도 상당히 건조하고 우울하지만 (참고로 '컨트롤'은 내게 있어 그해 베스트 작품인 동시에 그해 가장 우울했던 작품이었다), 여기에는 감정의 울림이 있었다. 하지만 '아메리칸'에는 이미지만 남을 뿐 감정적 공감대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느껴진다. 


 Focus Features. All rights reserved


1. 의외로 19금 장면이 나와 깜짝 놀랐습니다. 

2. 올해로 50인 조지 클루니는 아직도 한창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Focus Features 에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