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눈동자 속 비밀


후안 호세 캄파넬라 감독의 작품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는 미카엘 하네케의 '하얀 리본'과 자크 오디아르의 '예언자' 등이 후보에 올랐던 2010년 제 82회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에서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아르헨티나 영화이다. 2001년 전작 '신부의 아들 (El Hijo De La Novia)'로 그 해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던 후안 호세 캄파넬라 감독은,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를 통해 다시 한번 아르헨티나 영화를 세계 영화 팬들에게 강하게 인지시켰다 (참고로 '신부의 아들'에서 출연했던 리카도 다린이 이 작품에서도 주연으로 열연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아카데미 수상에 힘입어 워너브라더스에서 리메이크 제작을 결정한 상태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25년 간의 시간에 대해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며 한 남녀의 사랑과 한 아름다운 여성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는 남녀의 사랑과 한 여성의 죽음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를 전해 듣기 이전에, 아르헨티나가 겪었던 정치/사회적인 현실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는 작품이다. 아르헨티나는 1976년부터 1983년 포클랜드 전쟁의 패배로 군부가 힘을 잃을 때까지, 군부의 수장이었던 독재자 호르헤 비델라를 중심으로 한 군부독재의 암울한 시기를 겪었었다. 이 군부독재 기간 동안 수많은 민간인들의 납치, 고문, 살해 등 인권유린이 발생하였는데, 이런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후안 호세 캄파넬라 감독은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 줄기의 이야기를 꺼내어 놓는다.




일반적인 경우 역사적 아픔을 그리는 방식에는 그 가운데 개인 사를 두어 극명하게 대비시키거나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가엾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런 측면에서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는 조금 방향을 달리한다. 일단 한 젊다 못해 어린 신부의 잔인한 강간 살인 사건을 통한 전개가 그러하다. 이 사건을 통해 영화는 직접적인 방법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당시 암울했던 시대상을 조명하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아르헨티나의 과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관객들이라면 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노골적이지 않아도 시대의 아픔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또한 영화의 시작부분, 그러니까 아직 그 어떤 것도 시작되지 않은 시점에서 한 여성이 참혹하게 살해당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은, 1976년 군부 쿠데타로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던 여성 대통령 이사벨 데 페론을 빗댄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영화는 이 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주인공 벤자민 에스포시토 (리카도 다린)가 이 사건의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 그리고 그 이후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당시의 암울하고, 정의의 편에 섰다면 억울할 수 밖에는 없었던 시대상을 비추어 낸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처럼 직접적인 정치적 사건에 가깝게 있지는 않지만, 오히려 25년을 두고 전개되는 영화의 스토리텔링은 아마도 아르헨티나 국민들이라면 더 깊게 다가올 방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영화의 또 다른 줄기인 에스포시토와 이레네의 러브 스토리 역시 이런 메시지와 크게 떨어져있지 않는다.





이 둘의 러브 스토리가 애닮은 것은 서로 간절히 원했으면서도 단 한 번 붙잡지 못했던 그 안타까움과 회환에서 오는 이유 때문인데, 이런 정서는 영화가 말하려는 아르헨티나의 정치적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처음 이 작품을 포스터 만으로 접했을 때에는 그저 애절한 러브 스토리인줄로만 알았던 터라, 두 남녀의 이야기가 예상 외로 직접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탓에 예상을 빗나가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결과적으로 영화를 모두 관람한 뒤 떠올려 보았을 때 시대의 아픔과 남녀의 안타까운 러브 스토리를 모두 만족시켰던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여기에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두 가지 정서가 사실은 하나의 것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결합시킨 이야기의 구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러브 스토리로서의 영화와 스릴러로서의 영화가 모두 만족스러운 또 다른 영화적 장치 중 하나라면,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영화의 구성 방식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는 이 플래시백 방식을 중간중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는데, 25년이라는 세월을 모두 그럴싸하게 연기한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력은 이 같은 플래시백 방식이 어색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 가장 큰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과거의 이야기가 실제 과거사인지 아니면 현재의 에스포시토가 써 내려간 소설의 일부분인지 명확하지 않은 점도, 이 영화에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얘기한 모든 점을 모두 간과한다 하더라도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는 영화적으로 참 근사한 작품이다. 애잔한 영화의 음악을 비롯해, 구도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영상과 크게 도드라지지 않지만 은근한 빛을 다루는 방식은, 영화가 담고 있는 애절한 멜로의 깊은 향과 더불어 그 뒤에 묵묵히 버티고 서 있는 메시지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으로 담겨 있다.

DVD Menu





DVD Quality

색감과 영상에 상당히 신경을 쓴 작품답게 2.35:1 화면 비의 DVD 화질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이다. 가끔 이 영화처럼 장면 전환에 색감 변화를 민감하게 주는 작품의 경우, DVD로 출시되었을 때 화질 표현이 오버스럽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는 부족하거나 더함 없이 딱 적절한 표현력을 담고 있어, DVD 화질로서는 매우 우수한 화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클로즈업 장면에서의 디테일 수준도 상당한 편이며, 아웃 포커싱을 이용한 장면이 많은데 이 장면에서의 대비도 선명한 편이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도 준수한 편이다. 대사 위주의 작품이기는 하지만 영화 음악이 삽입된 장면이나 축구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장면에서는 사운드 측면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DVD Special Features

1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DVD에는 부가영상으로 후안 호세 캄파넬라 감독이 참여한 음성해설이 수록되었는데, 쉴 세 없이 다양한 정보와 이야기를 들려주는 덕에 영화에 대한 재미가 배가 되는 음성해설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기술적으로 카메라 구도와 캐릭터들을 배치한 것에 대한 의미 라던지, 영화를 볼 때는 미처 다 확인할 수 없었던 디테일한 부분까지 들려주고 있어 영화를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꼭 한 번 들어보길 권하고픈 음성해설이다




'Behind the sceens of The Secret in their eyes'에서는 감독과 주연 배우들의 인터뷰가 담겨 있으며, 짧지만 촬영장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Casting The Secret in their eyes'에서는 주요 배역을 제외한 조연 캐릭터들의 캐스팅 관련해 미리 연기하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데, 실제 장면과 똑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극장용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총평]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는 아르헨티나의 역사적 배경을 간접적으로 묘사한 제한적인 메시지에도 충실하지만, 그와 더불어 멜로와 스릴러라는 보편적인 정서에도 부족함이 없는 인상적인 작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를 보고 나면 '참 근사한 영화였다'라는 감상과 함께 쉽게 말하기 어려운 아련함이 가슴에 남는, 추천하고픈 작품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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