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들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깊이있는 것을 꼽으라면 두말할 것 없이 삶에 용기와 의지를 불어넣어주는 혹은 위안과 위로를 안겨주는 가치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삶은 고달프다. 누구에게나 말 못할 사정이 있고, 신은 견딜 만한 고통만을 안겨준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견뎌내기 힘든 고통이 많이 따르는 것이 지금까지의 삶이었다. 그래서 영화나 음악을 남들보다 더 좋아하게 되었을런지도 모르겠지만, 어쨋든 이런 것들은 삶의 많은 고통을 상쇄시켜주곤 했다. 고통을 상쇄하려고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랬다. 아니 다시 떠올려보니 아주 가끔은 위로 받기 위해 그랬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위로는 그 때 그 때 120% 내 것으로 만들어 내곤 하지만, 용기나 의지는 극장을 나오고 나서 얼마 동안은 마음 속을 가득 채울 정도로 충만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잊혀져 가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도 지금까지 영화나 애니를 통해 가졌던 마음들중 5%만 잊지않고 실행에 옮겼더라도 내 삶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인생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최근 또 한 번 강한 의지를 넘어서 결의를 갖게 하는 작품을 뒤늦게 접하게 되었다. 이 작품에서 특별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던 부분은 인체연성을 통해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라 자신의 신체 일부 혹은 전부를 빼앗겨 버린 엘릭 형제가, 자신의 몸을 찾기 위해 여정을 나선다는 설정이었는데, 그곳이 천국이던 지옥이던 혹은 연옥이던 아니면 제3의 공간이든 또 다른 내가, 그러니까 온전한 내가 그곳에서 내 영혼을 기다리고 있다는 설정이 결코 남일 같지 만은 않았다.

이 작품, 이 설정을 보고나서 거의 처음 생각해 본 것이, 그렇다면 나 역시 나의 결핍이 치유되고 나아지는 개념이 아니라 어딘가에 온전한 내가 지금의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는데, 이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오랫동안 포기하다시피 했던 온전한 나를 다시금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 정말로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나는 그런 것도 모른 채 벌써 포기해버린 것은 아닐까. 알폰스가 드디어 온전한 자신을 만나게 된 순간 반가움과 동시에 오히려 어색함이 들었던 것처럼, 나도 가끔 떠올려보려 해도 전혀 예전에 내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포기와 동시에 잊게 되었는지 아니면 시간이 오래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잊혀졌는지. 하지만 지금 가장 슬픈 것 중에 하나는 나 조차 내 모습이 기억나지 않는 다는 점이다.

그래서 제목처럼 '단호한 결의가 필요하다'. 즐겨보는 일본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들은 말이 안될 정도의 극한에 상황에서도 더 말이 안될 정도의 결의로 항상 정면 돌파해 낸다. 나는 항상 결핍과 장애를 반드시 극복해야만 하는 존재로 봐야하는 가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지만, 적어도 이겨내겠다고 마음 먹은 이상 그들과 같은 결의가 필요하다. 아니 이런 결의가 없이는 결코 이겨내기 힘든 일들이다.

어느 시공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를 온전한 나를 위해서라도, 단호한 결의가 필요하다.


2011.03.29. pm. 02:00
글 / 아쉬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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