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젼 (Contagion, 2011)
21세기형 진짜 공포 영화


'체 (Che, 2008)'는 아직 보질 못했고 '오션스' 시리즈는 몸집이 커진 이후로 역시 보질 않았으니 스티븐 소더버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건 상당히 오래되었다는 걸 글 서두에 알게 되었다. 한 때는 헐리웃이 총아이자 천재 감독이라 일컬어지며 개인적으로도 아주 관심이 있었던 소더버그란 이름을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게 된 작품이 바로 '컨테이젼 (Contagion, 2011)'이었다. 사실 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배우들의 면면들 때문이었다. 맷 데이먼, 케이트 윈슬렛, 마리온 꼬띨라르, 로렌스 피쉬번, 주드 로, 기네스 펠트로까지, 이름만 들어도 영화 선택이 가능한 배우들이 여럿이라 이 작품도 주저없이 선택했다 (여기에 출연 사실을 몰랐던 존 호키스까지 더!).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얻지 않은 채 극장을 찾는 스타일 덕에 이번 작품 역시 배우들 말고는 아무 정보가 없었는데, '컨테이젼'은 이 배우들이 주인공이 아닌 바이러스 그 자체가 주인공인 작품이었다. 그리고 진짜 무서운 21세기형 공포영화였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컨테이젼'이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서운 이유는 그 현실성에 있다. 좀비 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하물며 실제 있었던 사건을 다룬 전쟁 영화나 스릴러 영화라 하더라도 관객이 실제로 보면서 '아, 저건 내 얘기일 수 있겠다'라고 느끼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다르게 얘기하자면 공감대를 느끼며 영화를 내 것처럼 즐기는 것과 영화라는 것을 망각한 채 실질적인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 '컨테이젼'은 적어도 나에게는 후자의 경우였다. 예전에 바이러스에 관한 영화를 볼 때에는 앞서 이야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딴 세상' 이야기로만 받아들여졌었는데, 직접적으로 내가 병을 앓거나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최근 몇년 사이에 신종 플루나 사스 등의 공포를 주변과 매스컴을 통해 실감하면서, 그와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은 이 작품의 내용이 몹시도 공포스럽게껴졌던 것이다. 실제로 많은 관객들이 '컨테이젼'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받아들였다는 것이 바로 그 좋은 예 일것이다.  

속수무책으로 바이러스에 당하는 인간들은 물론이고 이 재앙을 겪는 과정 속에서 무너지는 인간성과 사회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제는 그냥 무섭다 정도가 아니라 실제 저런 일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혹은 이미 발생했거나) 일이기 때문에 저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나는 어떻게 할까 라는 걸 계획하게 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컨테이젼'이 다루고 있는 바이러스와 그로 인한 사회와 인간성, 정부 및 기업의 음모 등은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새로울 것은 없는 것들이지만, 2011년이라는 시대가 만든 현실성이 이 영화를 더욱 공포스럽게 한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오랜만에 본 소더버그 영화. 소더버그는 여전히 이야기를 작은 조각으로 분리해 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었다. 소더버그의 영화 가운데 여러 명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것은 그의 이런 재능에 대한 자신감 이라고도 볼 수 있을텐데, 산만함 보다는 여러 캐릭터들의 이야기로 분리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하게 되는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컨테이젼'의 여러 인물들은 각각이 맡은 역할이 확실하기 때문에 좀 더 집중하면서 각자의 얘기를 들어볼 수 있었고, 각각의 이야기가 점차 하나로 완성되어 가는 전개 방식이 아니라 매순간 서로 작용하게 되는 방식이라 더 몰입도가 높지 않았나 싶다.


영화 속 누군가를 마냥 비난하는 것보다,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드는 것 보다도 이런 공포가 이제는 '더이상'도 아닌 그냥 현실이라는 사실이, 영화 속 바이러스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보다 훨씬 더 비중있고 공포스럽게 그려졌던 그런 작품이었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1. '다크나이트'에 나왔던 조연 배우들이 눈에 띄더군요. '라우'역할을 맡았던 친 한과 '라미레즈'형사로 나왔던 Monique Gabriela Curnen까지.

2. 다행히 극장에서 아무도 기침을 하지 않아 눈총 받거나 의심할 일은 없었습니다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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