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이 되었다. 2012년은 그 자체로 두근되는 동시에 기다리는 과정도 뭔가 조금 남달랐던 해인 것 같다. 매년 새해를 맞을 때면 무언가 지키지도 못할 약속이나 계획들 (영어 공부, 다이어트 등)을 세우게 되는데, 최근 몇 년간은 그나마도 세우지 않았을 정도로 어쩌면 하루하루를 사는 데에 집중했었던 같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2012년을 앞두고서는 아마도 역대 최고 수준(난이도나 갯수 측면에서 모두)의 계획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한 방에 세우고야 말았다. 이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생각해봐도 '왜?'인지 정확한 답을 찾지 못한 상황인데, 굳이 이유를 찾자면 올해가 마야력이 정한 한 주기의 마지막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마야력의 한 주기가 끝나는 2012년이 곧 종말을 예언한다고 규정지을 수는 없지만 (한 주기가 끝나고 새로운 주기가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 만약 종말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후회는 덜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2012년의 바램이랄까.


이 블로그는 개인적인 공간인 동시에 공개적인 공간이라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올해는 10년 넘게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과 6~7년 정도 역시 아무런 답을 찾지 못한 문제에 대해 과감히 직면해 보려고 한다. 사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잠자리에 들 때마다 이 과정을 생각하면 얼마나 고민되고 스트레스를 받는지 모른다. 나는 종종 이 두 가지 문제 가운데 한 가지만 있었더라도 내 청춘 그리고 인생을 훨씬 더 탄력을 받았을 거라고 나 혼자 이야기하곤 하는데, 이 두 가지 문제를 한 해에 다 풀려고 도전장을 내밀었으니 이건 정말 도전이자 모험이다. 그런데 왠지 올해가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반농담으로 또 종말론을 꺼내지만, 어쨋든 종말론이 이런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촉진제가 된다면야 나에게는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런 나의 2012년 계획과 정확히 맞아 떨어진 노래를 몇 달 전 알게 되었으니 바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본격적인 마음'이다. 너무나 마음에 드는 제목과 더 마음에 드는 가사들. '나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는 가사는 이기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그 동안 애써 외면했던 내 문제들을 직면하는데에는 많은 도움이 된 가사였다. 2012년 한 해는 좀 나 밖에 모르는 사람이 될 지언정 나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려고 한다. 나처럼 나에게 시간을 많이 쓰는 사람이 뭘 더?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겉으로 보이는 것들 말고 불편한 진실들에 대해 신경을 써보려고 한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시도일지도 모르고 시도한다고 해서 되리란 보장보단 더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뭐 어쨋든.


블로그에는 좀 더 짜임새 있고 재미있는 글들을 써볼 작정이다. 2011년에는 영화 글을 정말 열심히 주기적으로 쓰기는 했지만 그 대신 기획적이거나 완성도 높은 글들은 많이 쓰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매번 하려다가 실패하곤 하는 연재 물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지난해 썼었던 '조셉 고든 래빗 연대기'가 바로 그 시초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배우나 감독 혹은 뮤지션이나 캐릭터 등을 주인공으로 삶아 연대기 형식으로 조명해 보는 컨텐츠를 연재 형식으로 써볼까 한다. 사실 이 시리즈의 제목으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불타는 연대기'인데, 이 제목은 이전에 DP에서 김정대 님이 '불타는 블레이드 러너 연대기' 등에서 사용하신 적이 있기 때문에 쓰기가 부담스러워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더 나은 제목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좋은데 적당한 제목이 없어서 고민중이다. 정없으면 그냥 매번 '누구누구의 연대기'가 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심심하다. 어쨋든 용두사미로 끝나거나 흐지부지 되지 않도록 끊임없는 독촉을 부탁드린다.


그리고 회사 일에 대해서도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 사실 중 하나지만 나는 그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회사생활을 무려 10년 넘게, 햇수로는 13년 가까이 해왔다. 오래 몸 담았던 업계를 떠나 새로운 업계에 발을 담근 지도 3년이 넘었는데, 지난해 초부터는 팀장을 맡아 정말로 정신없이 달려왔으며 내일 부터는 새로운 2명의 팀원이 더 합류하게 된다. 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운영자로서 서비스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팀장으로서 효율과 팀원들의 발전에 대해서도 더 많은 고민을 할 계획이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하는 일과 정성에 비해 더 나은 평가가 필요한 '운영'이라는 업무에 대한 평가와 인식 개선에 대해서도 사명감을 갖고 더 노력할 예정이다. '운영'이라는 업무의 메카니즘과 과정 그리고 서비스에 미치는 더 직접적인 영향까지 정리가 필요하다면 일목요연하게 가이드 형식으로 제작하고픈 소망도 있다. 분야는 중간에 한 번 바뀌었지만 전반적으로 운영이라는 업무를 10년 넘게 했으니 이제 이 정도는 정리해볼 수 있는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다 쓰지도 못했는데 한 번 다시 훑어보니, 정말로 '본격적인 마음' 없이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 같아 보인다. 이런 계획들을 늘어놓은 것과는 달리 거의 처음으로 아무런 감정 변화 없이 2011년에서 2012년으로 넘어왔고 새해 첫 날인 오늘도 여느 날과 하나도 다를 바 없이 시작한 한 해지만, 이렇게 정리해 보는 것 만으로도 두근거리는 1년의 시간임은 분명한 듯 하다. 모든 계획이 그렇듯, 이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흥미롭지 않을까.






2012.01.01. pm. 11:37
글 / 아쉬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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