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 이디엇 브라더 (Our Idiot Brother, 2011)

판타지를 현실로 만드는 힘



순전히 조이 데샤넬 때문에 보게 된 영화 '아워 이디엇 브라더' (참고로 거의 모든 국내 언론에서 '주이'로 쓰고 있는데 거의 나 혼자만 그녀의 팬블로그를 운영할 때 부터 '조이'라고 우기다시피 했는데, 그 근거는 조이가 스스로 인터뷰에서 이름을 뭐라고 불러야 되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조이'로 불러달라고 했기 때문). 요즘은 '힐링 영화'라는 말이 워낙에 광범위하고 자주 쓰이는 터라 오히려 이런 수식어를 붙이는 진부해지는 경향마저 있는데, 어쨋든 '힐링 영화'라는 단어가 생기기 전부터 그런 분위기를 갖고 있는 영화들은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는 터라 이 영화 '아워 이디엇 브라더'도 선택하게 되었다.



ⓒ 프레인글로벌. All rights reserved



이 영화의 줄거리 역시 새로울 것은 없다. 가족의 골치덩어리이자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좀 모자라 보이는 '네드 (폴 러드)'를 둘러싼 사람들이 그를 통해 관계를 배워가고 자신을 돌이켜보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그 과정 속의 작은 이야기들도 그리 새로운 편은 아니다. 뭐 이런 류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들은 잘 알겠지만, 이런 장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점은 이야기의 새로움이 아니라 진부한 이야기를 가슴으로 공감시킬 수 있는 은근한 에너지일텐데, '아워 이디엇 브라더'는 그런 측면에서 활활 타오르지는 않아도 가슴 한 켠에 은근한 온기를 전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극 중 네드처럼 너무도 착하고 순진한 것은 누구나 알지만 계산적이고 합리적으로 빠르게 살아가야 하는 세상 속에서 이런 네드를 겪어 낸다는 것은 어쩌면 판타지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아니, 실제로 이런 비슷한 상황에 내가 놓인다면 과연 네드를 적극적으로 껴앉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움은 물론이고, 그렇다하더라도 누구도 나를 나무라지는 않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니 말이다.



ⓒ 프레인글로벌. All rights reserved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는 그런 네드를 가족이라는 특수한 관계 속으로 끌고 들어왔다. 예전만 하더라도 이런 캐릭터를 끌어 않는 최종의 존재가 '가족'으로 설정되었었는데, 세상이 더 각박해진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워 이디엇 브라더'의 네드는 처음부터 가족안에 존재하는 것으로 설정되었으며, 그 가족들이 네드를 겪어내는 것으로 전개된다. 사실 무조건 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관계로 혈연, 즉 가족을 단번에 그렇다고 할 수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이 어려워지지 않았나 싶다. 오히려 가족이기에 떼어낼 수 있으면 떼어내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크고, 그 존재를 이해해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달리 다른 방법이 없어서 받아들이게 되는 일이 더 잦아진 것도 사실일 것이다. 이 영화가 뭉클한 지점을 만들어내는 순간은 바로 여기다. 영화는 마치 스스로의 제목처럼 멍청하리만큼 무식한 방법으로 네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골치덩어리이지만 우리 가족이 포용하지 않으면 누가 그럴 수 있겠느냐라는 식의 어쩔 수 없음이 아니라, 네드가 갖고 있는 진정성의 울림을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초월해서도 수긍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이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 프레인글로벌. All rights reserved



한 편으론 그래서 더 판타지스럽기도 했다. 비슷한 상황에 이미 놓여있거나, 앞으로 그런 상황을 겪게 된다고 했을 때 과연 나도 네드의 누나들처럼 네드를 온전히 이해하고 그의 방식을 지지할 수 있을까 선뜻 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영화는 이 멍청한 가족의 방식이 그래도 옳은 것이 아니냐고 조심스레 반문한다. 그리고 그들의 이 메시지는 스쳐가는 가족들의 미소를 통해, 현실성이 있음을 증명해 낸다.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무조건 적인 사랑이라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하는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평소 생각하는 조건의 항목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는 질문에 대한 설명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판타지를 현실로 만드는 힘이 아닐까.



ⓒ 프레인글로벌. All rights reserved



1. 영화 내내 들어 있는 윌리 넬슨에 대한 깨알 같은 인용들이 심심하지 않은 리듬을 만들어주더군요. 특히 극 중 사용된 수록곡들이 바로 그런 의미를 담고 있었는데, 이 가사들이 모두 번역되었다는 점이 반가운 점이었어요. 왜냐하면 이 영화에 수록된 곡들은 단순히 분위기를 담는 BGM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상황을 반영하는 지문으로 쓰인 경우가 많았거든요.


2. 조이 데샤넬은 역시나 빛이 나더군요. 그녀의 여러 영화, 드라마 들을 보다보니 이제는 다시 썸머 같은 역할을 한 번 더 연기해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드네요.


3. 이 영화를 수입한 프레인글로벌 얘기를 안할 수 없는데, 이전 '50/50'에서도 보여 주었듯이, 사소한 것부터 섬세하게 신경 쓰는 마케팅이 관객을 감동 시키는 부분이 많더군요. 앞으로도 좋은 영화를 많이 소개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프레인글로벌 에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