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어스 (After Earth, 2013)

아들을 위한 아빠의 선물



난 샤말란의 팬이다. 샤말란 하면 대표작인 '식스 센스'는 생각보다 인상 깊게 보지 않았지만 그 이후 '싸인' '빌리지' '해프닝' 등은 그의 다음 작품을 계속 기대하게 만들었고, '라스트 에어벤더'로 큰 실망을 주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깊은 애정이 있기에 다음 작품을 또 기다리고 있었다 (참고로 많은 이들이 실망했던 '해프닝'은 마음에 들었지만, '라스트 에어벤더'는 정말 나로서도 참기 힘들 정도의 졸작이었다). 그런 샤말란의 2013년 새롭게 내놓은 작품은 윌 스미스 가족과 함께 한 SF 블록버스터 '애프터 어스'였다. 사실 처음 이 작품에 대한 시놉과 스샷이 공개되었을 때 샤말란과는 어울리지 않는 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왜냐하면 '라스트 에어벤더'의 실패 이후 이제는 큰 규모의 작품이 아니라 작은 영화, 시나리오가 중심이 되는 작은 영화로 돌아오길 바랬기 때문이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 였다. 샤말란에게 '애프터 어스'는 맞지 않는 옷이었다.



ⓒ  Columbi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일단 이 작품은 샤말란의 영화라기 보다는 윌 스미스의 영화, 아니 윌 스미스 가족의 영화라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윌 스미스가 원안을 썼고, 그와 그의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가 제작을 맡았으며 아들인 제이든 스미스가 주연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윌 스미스는 이 작품에서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왜냐하면 이 작품에서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참여하고 있는 비중을 보았을 때 완성도가 떨어질 경우, 그 화살이 그대로 자신에게 돌아올 확률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었다. 다시 정확히 말하자면 '애프터 어스'는 윌 스미스와 그의 가족을 지운다 해도 더 나아지는 영화는 아니었다. 즉, 단순히 윌 스미스 가족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마이너스가 되고 있는 영화는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영화가 워낙에 아쉬움이 많다보니 결국 윌 스미스 가족의 참여는 고스란히 더 큰 비난의 화살로 돌아오고 만 것이다. 이 글의 부제인 '아들을 위한 아빠의 선물'은 결코 줄거리에 관한 이야기 만이 아니다. 아빠 윌 스미스가 아들 제이든 스미스에게 선사한 선물이기도 하다는 의미 또한 담고 있다.



ⓒ  Columbi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설사 윌 스미스가 아들 제이든 스미스에게 선물해야 겠다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기획했다는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이든 스미스는 전작 '행복을 찾아서'와 '베스트 키드' 에서 윌 스미스라는 이름을 지우더라도 괜찮은 연기를 펼쳤었고, 그 이유 만으로 이 작품에 아역으로 캐스팅 되기에 큰 문제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제이든 스미스의 연기는 좋지 못했다. 마치 그 동안의 좋은 연기가 변성기가 지나기 전의 미성이었다면, 이번 연기는 변성기가 지나고 이전의 매력을 잃어버린 가수의 노래를 듣는 듯 했다. 훌쩍 커버린 모습 만큼이나 어색해져버린 제이든 스미스의 연기는, 90분이 넘는 영화를 사실상 단독으로 이끌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였고 이를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었다. 차라리 윌 스미스의 분량이 더 많았다면 그럭저럭 커버가 되는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는데, 보시다시피 윌 스미스는 아예 작정한 듯 아들을 위해 움직이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던 가. 지극한 아들 사랑은 확인했지만 이번 작품은 오히려 그 아들에게 독이 되지 않을까 싶다.



ⓒ  Columbi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어쨋든 샤말란의 신작을 우려 반 기대 반하며 보게 된 '애프터 어스'는 샤말란의 느낌은 거의 보이지 않고 (기껏해야 우주선 내의 자연적인 디자인 정도?) 윌 스미스의 깊은 아들 사랑만 확인하게 된 영화였다. '라스트 에어벤더'에 비하자면 그 정도로 나쁜 편은 아닌데, 무언가를 기대했다면 반드시 실망할 영화랄까. 무언가 더 나아갈 수 있는데 답답함이 남는 그런 아쉬운 영화였다.



1. 이 영화에서 가장 깨는 것 중 하나는 영화 끝나고 엔딩 크래딧에 흐르던 박재범의 노래였어요. 가요가 나와서 이상한 것이 아니라 가사 내용이 전혀 쌩뚱 맞았거든요. '오늘 밤을 즐겨' '파티를 즐기자~' 등등.


2. 윌 스미스의 제이든 스미스 밀어주기가 다음에도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3. 샤말란의 다음 작품은 좀 더 작고 아이디어나 이야기가 중심이 된 작품이었으면 좋겠네요. 그 빛나는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이런 거대한 영화가 아닌 걸 새삼 확인했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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