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검심 : 전설의 최후편 (るろうに剣心 伝説の最期編, 2014)

큰 욕심 안 부린 켄신의 마무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교토 대화재편'을 보러 극장에 갔을 때 '전설의 최후편'이 같이 개봉 중인 줄 알았더라면 연달아서 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겠지만, 뒤늦게 알게 되 어쩔 수 없이 상영하는 극장을 찾지 못하고 시리즈의 대미는 IPTV를 통해 감상하게 되었다. 전편이 3편으로 가는 중간 다리 같은 역할이었기 때문에 시리즈의 마지막인 '전설의 최후편'은 더 큰 기대를 갖게 했는데, 결론적으로 마지막 편은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무난한 선에서 마무리 했다고 볼 수 있겠다. 실사 버전에서 과하게 욕심을 부려 1,2편을 통해 얻었던 원작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위험을 택하는 대신, 아쉬움이 남을 수는 있지만 큰 실망은 하지 않는 선택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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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아쉬운 점부터 이야기해보자면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기대했던 부분인 시시오와 켄신의 대결 장면을 들 수 있을 텐데, 기대가 컸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생각보다는 그 임팩트가 부족했던 것 같다. 사실 이건 정말 문자 그대로 '기대가 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원작에서 시시오가 담고자 했던 분노와 한, 그리고 켄신이 역날검을 사용해야만 했던 죄의식은 긴 호흡을 통해 천천히 차곡차곡 쌓아나아간 것이기 때문에, 물리적으로도 3편의 영화로 대등한 효과를 얻기엔 어쩔 수 없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리적 아쉬운 점만 배제한다면 영화는 본질을 흐릴 정도로 다른 각색은 등장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래도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영화화가 좋았던 또 다른 점은 이 시리즈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카오루와의 아슬아슬한 로맨스를 중심에 두지 않고 앞서 언급한 시시오와의 대립과 켄신 스스로의 죄의식에 두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일본 영화 시장에 대한 부러움이기도 한데, 더 많은 일반 대중들을 타겟으로 하기 보다는 기존 원작 팬들에게 포커스를 둔 (둘 수 있는) 구성은 원작 팬으로서 쌩뚱맞은 이야기를 접하지 않게 되어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더군다나 원작에서도 이 둘의 로맨스는 말그대로 아슬아슬한 감정의 줄타기를 해야하는데, 만약 적극적으로 극의 가운데로 끌고 왔더라면 아마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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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검심' 실사판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사실 메시지의 전달 측면이 아니라 액션에 대한 묘사였다. 코믹스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가장 망치기 쉬운 부분이 바로 실사에서는 어색하기 쉬운 액션이나 판타지적인 묘사 부분 일텐데, '바람의 검심'은 바로 그 부분의 균형을 잘 이뤄냈다. 켄신의 비현실적인 속도를 표현한 부분은 잘못하면 아주 우스꽝스러워지기 쉬운 부분이었으나 현실적으로 수긍 가능한 정도로 표현해 냈으며, 그러면서도 상대적으로 고수의 우월함 역시 느낄 수 있어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이 같은 액션 묘사의 균형은 전설의 최후편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특히 켄신이 다수를 한 꺼번에 상대할 때 확실히 드러났다. 개인적으로는 이 액션 시퀀스를 코웃음치지 않고 몰입해서 볼 수 있도록 만든 것 만으로도 켄신의 실사화는 의미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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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가장 우려했던 실사판 영화였던 '바람의 검심'은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남긴 시리즈가 되었다. 그로인해 앞으로의 실사화에 대해서도 다시 기대를 갖게 된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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