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2015] 부산국제영화제 _ 둘째날 : 10월 7일


* 첫째날 정신 없이 영화보고 서면역에 잡아 놓은 숙소에서 간단하게 하루를 정리한 뒤 본격적으로 시작 된 부산국제영화제 둘째날. 이 날은 아침 10시부터 메가박스 해운대에서 관람이 있어서 일찌감치 숙소를 나섰다. 꼭 그렇게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이 날 본 영화 4편이 모두 메가박스 해운대에서 상영되는 터라 별 이동없이 한 곳에서 편하게 영화제를 관람할 수 있었다 (그래서 좀 지루하기도 했음). 단점으로는 메가박스 해운대가 입점해 있는 쇼핑센터 건물이 마치 신촌 메가박스의 경우처럼 다 입주되지 않은 상태라 별다른 즐길거리가 없었다는 점 (메가박스의 저주인가;;). 1층에 KFC와 버거킹이 있긴 했는데 모든 식사를 햄버거로 할 수는 없어서 터미널 근처까지 걸어나가 라면과 김밥을 사먹었다는.






ⓒ 2015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All rights reserved


1. 여고생 (Girl on the Edge, 2015)

감독 : 박근범


'여고생'이라는 제목처럼 두 여고생의 무언가 그 시절에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룬 스케치 같은 작품이 아닐까 했는데, 그와는 전혀 다른 소녀의 영웅담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GV가 있어서 좀 더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는데, 박근범 감독은 애초부터 여학생이 중심이 된 여성 영웅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한다. 영화 곳곳에는 그러한 의도가 드러난 장면들이 여럿 발견되기도 했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그 영웅담을 완성하기 위해 조금은 세상의 이야기가 이 두 소녀의 현실에 버겁게 끼어들고 있다는 점인데, 확실히 그 둘 간의 이질감이 느껴져 조금은 몰입하기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두 주인공을 연기한 공예지, 박예영 배우와 박혁권, 명계남 등 특별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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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아장커 : 펜양에서 온 사나이  (Jia Zhangke, a Guy from Fenyang, 2015)

감독 : 월터 살레스


지아장커의 신작 '산하고인'을 놓치게 된 바람에 그의 관한 다큐영화라도 봐야겠다 싶어 선택한 영화. 일단 확실히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잘 짜여진 구성과 이야기가 돋보이는 영화였다. 지아장커가 어떤 시절을 겪었는지에 대해서도 지루하지 않게 조명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그의 전작들을 소개하는 방식에 있어서 억지스럽지 않으면서도 그 영화들을 다시금 보고 싶도록 만드는 매력을 담고 있다. 조금은 어렵게만 느껴졌던 그의 전작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그의 신작 '산하고인'과 동시에 그의 필모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플랫폼 (Platform, 2000)'을 꼭 보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하게 하는 작품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특별히 좋아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내가 의외로 그의 작품들을 거의 다 극장에서 봤다는 사실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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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빙하와 하늘 (La glace et le ciel, Ice and the Sky, 2015)

감독 : 뤽 자케


평소 애니메이션 만큼이나 다큐멘터리에도 관심이 많아 영화제에서도 다큐멘터리 영화에 주목하곤 하는데, 뤽 자케의 '빙하와 하늘 (La glace et le ciel, Ice and the Sky, 2015)'은 칸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초대되었던 작품이라하여 더 관심이 갔던 작품이었다. 인간이 지구와 자연에 끼치는 영향 혹은 피해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들은 여럿 있어왔는데, 뤽 자케는 충격적인 영상이나 자료들을 통해 관객에게 경고하기 보다는 빙하와 기후 연구에 평생을 바친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조용히 행동하기를 권한다. 새삼스럽지만 이 영화를 통해 과학이라는 것의 놀라움을 깨닫는 동시에, 인간이 지구의 역사에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하지만 얼마나 지구의 역사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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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투 더 포레스트 (Into the Forest, 2015)

감독 : 패트리샤 로제마


7일날 본 4편의 영화 가운데 가장 기대했던 작품. 아무래도 엘렌 페이지가 출연하기 때문에 기대가 컸던 작품이다. 엘렌 페이지와 에반 레이첼 우드가 출연하다는 것 말고는 시놉시스 한 줄도 읽지 않고 보게 된 영화였는데, 약간은 의외의 생존 영화였다. 숲 속의 집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던 두 딸은 전국적으로 벌어진 정전 사태로 인해 이 곳에 고립되어 살아남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는데, 숲속이라는 공간과 이 가족이 살고 있는 집 그리고 자매의 이야기만으로 영화를 가득 채운다. 생존을 소재로 하다보니 조금은 공포스러운 요소가 있지만 '인투 더 포레스트'를 공포/스릴러라 하기 보다는 오히려 익숙한 것들 혹은 집과 같이 이별할 수 없는 것들과의 이별을 이야기하는 드라마라고 볼 수 있겠다. 엘렌 페이지의 베드씬은 개인적으로 조금은 충격적이었는데, 그 수위도 그랬고 그녀의 최근 커밍아웃 때문이기도 했다. 엘렌 페이지는 조금은 의도적으로 이러한 베드씬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오히려 그 전에는 이 정도 수위의 베드씬이 없었기에 더욱). 커밍아웃 이후에도 연기에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것 말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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