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타카의 레드필]

나는 이제 미래에서 온 사나이



이제 현재도 아닌 과거가 되어 버린 2015년 10월 21일. 이 날을 맞춰 특별 상영을 했던 '빽투더 퓨처 2'를 극장에서 관람하였다. 이미 화제가 된 것과 같이 이 날은 바로 '빽투더 퓨처 2'의 배경이 된 미래의 시점이기 때문이다. 처음 이 날 영화를 예매할 때만 해도 한 편으론 단순한 이벤트적인 느낌이 더 강했었다. 그러니까, 바로 그 날 바로 그 영화를 보게 된다는 것 만으로도 이 영화의 팬으로서 흥분되는 동시에 또 다른 값진 추억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영화가 시작되고 마티와 브라운 박사의 입을 통해 미래로 묘사되는 2015년 10월 21일을 만나게 되니 기분이 예상보다 훨씬 더 이상했다.


그 짧은 순간 스쳐간 여러 감정들 가운데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만 적어보자면, 대부분 아쉬움과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아련함이랄까. 2015년 10월 21일처럼 정해진 구체적인 미래라는 시점은 당연히 언젠가는 맞닥들이게 되는 순간일텐데, 막상 그 순간을 겪게 되었을 때 오만가지 감정이 스쳐지나갔던 것은 아마도 언제까지나 미래로만 남을 것 같았던 시간이 더 이상 미래가 아니게 된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뭐 하나를 또 잃어가는 듯한 느낌. 마치 '서른 즈음에'의 가사처럼 영원히 미래일 것만 같았던 시간과 이별하는 것만 같아 묘한 슬픔 감정이 들었다.


실제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80년대 당시 예상했던 2015년의 모습과 실제 2015년의 모습과의 차이를 비교하며, 어떤 것들은 이뤄졌고 어떤 것들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는지 같이 흥미 위주의 내용에 나도 더 관심이 갔었는데, 막상 접하게 된 이 '미래의 현실'은 전혀 다른 감흥이었다.


그렇게 컵스는 영화 속 미래를 실현하는 듯 했으나 월드시리즈에 오르지 못했고, 자동차를 타고 날아가다가 길이 막혀서 약속에 늦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조금 다른 점은 영화 속 80년대 카페처럼 마이클 잭슨을 추억하게 된 것은 같았다. 아마 영화도 마이클 잭슨이 존재하지 않는 2015년을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또 웃을 수 만은 없었던 장면이기도 했다.


이렇게 나는 이제 미래에서 온 사나이가 되었다.




[아쉬타카의 레드필]

네오가 빨간 약을 선택했듯이, 영화 속 이야기에 비춰진 진짜 현실을 직시해보고자 하는 최소한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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