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여신 (Rainbow Song, 2006)
 
(스포일러 주의)
대부분의 관객들이 이와이 슌지가 감독한 것으로 잘못 알고 접근한 영화 --;
그 기대에 보답이라도 하듯 영화 홍보차 내한도 이와이 슌지가 직접 했던 영화.
 
사실 이와이 슌지가 프로듀서했다는 것은 전혀 선택에 영향을 주진 않았으나
우에노 주리와 아오이 유우 등 배우들의 이름에 끌려 보기로 했던 작품.
 
기대가 별 3이었다면 감상평은 별 5이었던 영화.
 
'항상 가까이에 있었는데..'라고 포스터에 대놓고 나와있는것처럼
영화를 보자마자 연인으로 생각안했던 두 남녀가 결국은 서로 좋아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사실상 새로울 것이 없다.
내가 요즘들어 감동받는 영화들은 이야기상 새로운 것보다는 뻔한 이야기를
새롭게 그리는 방식이 뛰어난 영화인듯.
<무지개 여신>은 그런 면에 있어 매우 만족했던 영화였다.
 
쿠마자와 감독의 영화에 대한 사랑이나 이야기도 엿볼 수 있었는데,
오래된 필름 카메라와 기종, 필름에 관해 이야기 할때 영화 속 주인공들이
흥분하며 이야기하는 모습은 일반 관객들보다는, 영화 현장에 있는 감독과 스텝들이라면
더더욱 공감했을 장면이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색감을 위해 구식 필름 카메라를 사용했던 주인공 처럼
영화도 선명하고 세련된 화질보다는 따뜻하고 노이즈가 많은 감상적인
화면을 담고 있다 (특히 학교내 영화부 방의 따뜻한 햇살이 비취던 조명과 색감은
정말 그 순간만으로도 아름다웠다).
 
영화의 시작 아오이가 미국에서 사고로 죽었다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이후 시간 설명은 안했지만 다시 예전으로 부터 시작하는 설정을 보았을때
사실상 아오이가 죽었다는 설정을 배경으로 깔고 시작하는 것임에도,
마지막 아오이의 유품들과 전하지 못한 대필 편지를 토모야가 보게 될때
감정이 북받치고 말았다. 이건 분명히 아오이가 죽어서 슬픈 것이 아니라
그 동안의 감정들이 고조되어 슬퍼졌던 것이었다.

그리고 청춘과 그들의 고뇌.
'왜 인간은 취칙을 해야하지?' 등과 같은 젊은 날의 질문들과 꿈과는 상관없는 일을
생존을 위해 해야하는 현실, 그리고 꿈을 찾아 더 공부를 하기위해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아오이의 모습을 보며, 내 자신이 비춰졌는지 적극 공감과 더불어 매우 슬픔도 함께 느껴졌다.
 
그리고 영화 속 영화인 '지구 최후의 날'도 인디적인 느낌과 SF적인 느낌이
물씬 살아나는 감동(?)적인 영화였다. 특히 지구의 최후의 날을 몇일 앞두고
놀이터를 배회하는 장면에서의 색감과 필름의 느낌은 흡사 예전 <오맨>에서 보았던
바로 그 느낌이었다.
슬쩍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마지막 처음부터 끝까지 풀로 영화 속 영화를 보여준 것은
두 주인공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오히려 더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우에노 주리의 정극 연기는 거의 처음 본듯 한데,
진지한 연기에도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우에노 주리의 연기에 흠뻑 빠졌던듯.
남자 주인공인 이치하라 하야토는 보는 순간 온주완을 닮았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는데,
이제 20살이라니 앞으로가 기대된다.
아오이 유우는 그리 출연분이 많지 않았음에도 그 환한 미소만큼은 화면 가득 환한 분위기를
전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 그러하였듯
마지막 엔딩에 노래를 삽입한 것은 정말 좋았다.
최근 본 영화 중에 여운 면에서는 최고였던 영화.
오랜만에 스펙터클이 아닌 감정을 느끼기 위해 극장을 두 번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

< The rainbow song>

언젠가 생각이 나겠지
오늘의 모든 풍경들이
마음이 아플 정도로
그리워질 지도 몰라

내리쬐는 태양 속에서
뻗어 나온 프리즘이
일곱빛깔로
내 마음을 물들이네

우리가 쫓았던,
그러나 잡을 수 없었던 그 무지개
자오선을 넘어서
찾으러 갈거야

무지개는 우리 꿈을
이루어줄 기적이니까

무지개는 하늘에 걸린
우리 약속의 표시

무지개는 눈물 멎은 하늘이
사랑스럽게 짓는 미소

어린 시절 동경했던
신비로운 일곱색 띠

아직도 그 자리에 있을까
우리가 쫓았던,
그러나 잡을 수 없었던 그 무지개
자오선을 넘어서
찾으러 갈거야
무지개는 우리 꿈을
이루어줄 기적이니까

우리가 쫓아 다니고
찾아 다닌 모든 것들은
점점 퇴색되어가지만

사라지지 않는 무지개는
가슴속에 담아두었으니

우리 꿈은 이루어 질거야
지금 여기서
 

 
글 / ashitaka

p.s / 1. 이제 일본 영화도 여러편을 보다보니 다른 영화들처럼 조연 배우들을 기억하는 일이
잦아졌다. 아래 사진 위쪽 맨 왼쪽에 있는 배우는 <린다 린다 린다>에서 영화의 시작과 중간
시바라기 축제 영상을 만들던 그 방송부 학생. 아마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와서
영화 관련 서클에 든듯 하다 ㅋㅋ
 
2. 아래 그림 위쪽 가운데 학생은 <박치기>에 출연해서 비참한 최후를 맞았던 배우.
 
3. 사진엔 없지만 프로덕션에서 토모야에게 음성이 빠졌다고 실수로 혼을 내던
PD역할은 <스윙걸즈>에서 두 소녀에게 버려진 뒤 포크 밴드를 결성했던
바로 그 배우였다. 이래저래 여기저기서 알아볼만한 배우들이 많았다 ㅋ
 
4. 보통과는 다르게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때도 엔딩 곡이 흘러서 그런지 몰라도
끝까지 불을 켜지 않았던 상암 CGV와, 거의 한 명도 자리를 뜨지 않았던 분위기에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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