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포로수용소 (Stalag 17, 1953)
위트 넘치는 색다른 수용소영화


사실 1시 넘어 시작하는 TV영화를, 더군다나 1953년작인 흑백 전쟁영화에 집중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일이겠지만, 어젯밤은 왠일인지 2시간내내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었다.
흔히 말하는 '옛날'영화인 영화를, 새벽시간임에도 오랜만에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비단 최근 촛불시위로 새벽내내 인터넷 생중계를 보느라 날을 새는 일이 잦았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터.

포로수용소를 다룬 영화로는 거의 시초격으로 알려진 이 영화 <제 17 포로수용소>는,
윌리엄 홀덴의 연기와 더불어, 전쟁과 수용소라는 어두운 배경을 빌리 와일더 감독 만의 재치 있는 위트로
풀어낸 색다른 작품이었다.

사실 포로수용소를 다룬 영화라고 해서, 쉽게 예상하기로는 포로들이 독일군들에게 고문을 당하거나,
힘들고 고통스런 수용소 생활을 다룬 어두운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는 이런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시종 일관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제법 치밀한 스릴러 영화로서의 재미도 갖고 있었다.

이 영화가 어두운 분위기보다는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게 된 데에는 감독인 빌리 와일더의 영향이 크게
미쳤다고 할 수 있겠는데, <7년만의 외출> <뜨거운 것이 좋아>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등
사회적이면서도 코믹적인 각본과 연출을 해온 그 답게, 포로수용소라는 어두운 곳을 배경으로, 끊임없이
유머러스한 상황을 연출해내면서, 교묘하게 풍자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작품의 원작이 된 작품은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공연되었던 작품이었는데, 이 원작에도 출연했었던
로버트 스트라우스와 하비 렘베크 콤비의 코믹한 연기는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요소이다.

어떻게 보면 1953년작에서 보여주는 유머이니 고리타분하고 썰렁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의외로 시대를 뛰어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스파이가 누군인가를 찾아내는 장면들은 정통 스릴러 영화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당시로서는 상당히 인상적인 구성이 아니었나 생각되는데, 지금에 와서 봐도 누가 진짜 스파이인지 쉽게
예상되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스릴러 구조였다.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막사안에 모인 군인들이 세프턴을 떠올리며, 흐뭇하게 미소짓는 장면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명장면이었다.



*. 개인적으로 윌리엄 홀덴이란 배우는, 우습게도 <첨밀밀>을 계기로 알게 되었는데,
    극중 여명의 고모(?)가 영화 속 미남 배우인 윌리엄 홀덴을 오랫동안 사모해 온 것을 보여주는데,
    이것이 나와 윌리엄 홀덴이라는 배우의 첫 번째 만남이었다. 이후 그가 출연한 몇 작품을 보게 되었는데,
    이 작품도 그의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는 작품인 듯 하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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