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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 (Wanted, 2008)
또 하나의 시리즈물의 탄생인가?


처음 이 영화의 대한 정보가 알려지고, 안젤리나 졸리의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를 떠올리는 액션이
강조된 예고편 등을 보고나서, 이 영화에 대해 든 선입관은 그저 '총질' 액션이겠구나 하는 점이었다.
특히나 예고편에서도 강조했듯이 비껴쏘는 창조적인 총질을 봤을 때, 예전 총과 권법을 크로스오버한 액션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퀼리브리엄>과 같은 조금 색다른 액션 영화가 될 것 같다는 정도(?)의 예상이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단순한 '총질'영화 만은 아니었다. 물론 그 총질은 그 창조적인 아이디어 만으로도 훌륭한
액션 장면들을 만들어냈지만 그것 외에도 히어로물이나 쿵푸 영화에서 기인한 설정들이나, 구구절절하지
않고 깔끔하게 뽑아낸 얘기로서, 쿨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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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영화는 엔딩 크래딧의 스텝 명단에서 엿볼 수 있듯이, 상당히 특수효과에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총을 직선으로 쏘지 않고 휘어져 나가게 비껴쏘는 것에서 야기되는 액션 장면들도 색다른 재미를 주지만,
일반인들보다 심작박동수가 빨라 시간을 느리게 쪼개어 컨트롤 할 수 있는 주인공들의 능력으로 야기되는
장면들은 필연적으로 특수효과를 요구하는데,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점프나 액션 들의 묘사도 인상적이고,
슬로우 비디오를 카메라의 줌인 기법과 적절하게 동시에 사용하면서 액션에 더욱 힘을 보태고 있다.
사실 따지고보면 총을 비껴 쏘는 것이 일반적으로 쏘는 것에 비해 얼마나 더 잇점을 갖고 있나 의아스럽게
생각되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것은 어쩌면 미션을 위한 일종의 기술적 옵션에 해당하는
정도이고, 앞서 언급한 시간을 더 느리게 컨트롤 할 수 있는(시간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더 순간을
세밀한 단위로 관찰할 수 있는 능력)능력이 더 핵심 포인트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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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를 보면서 최근에 인상깊게 보았던 <쿵푸팬더>가 여러모로 떠올랐는데, 일단 안젤리나 졸리가
두 작품 모두 출연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타이그리스와 폭스의 연관성을 어찌어찌 연결해볼 수도 있겠으나
살짝 억지가 필요할 것 같아 이정도에서 ^^), 이 영화 역시 일반인 주인공이 고수로 거듭나는 '수련'의 과정이
영화 초중반을 이끌고 있다는 점도 그러하다. 대개의 쿵푸 영화도 그렇지만 이런 종류의 수련이란 것이
매일 매일 새로운 과정을 겪는다기 보다는, 반복적인 과정을 매일 매일 거듭하는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고
서서히 적응하면서 나중에는 모든 과제를 컨트롤 하게 되는데, 이런 수련의 과정을 <원티드>는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계속 맞기만 하던 주인공이 마지막에 가서는 모두를 때려줄 때에는 통쾌함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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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락 스포일러 있습니다)

이 영화가 결국 인상적인 영화로 기억되게 되는 이유는 바로 깔끔한 이야기 처리 때문이었다.
결정적으로 웨슬리가 성을 공격하여 마지막 슬로언과 결사단 무리에게 포위 당했을 때, 진실을 알게 된
결사단 단원들이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 장면에서, 보통 액션 영화들 같았다면,

a. 일단 결사단원들이 원칙을 고수하며 살아남기보다는 슬로언에 말에 따라 웨슬리에게 공격을 퍼붓고
    웨슬리가 여차저차해서 그 위기를 벗어나 슬로언과 맞짱을 뜨는 분위기로 연결되거나.

a-b. 이 과정에서 다른 결사단원들은 다 슬로언의 뜻을 따르기로 하나 진실을 알고 결심을 한 폭스는
       슬로언을 배신하고 웨슬리와 결합하여 결사단을 일방타진하고, 키스하며 해변을 스포츠카로 달리며
       엔딩크래딧이 나오거나.

b. 다 죽기로 결사단이 마음을 먹고 결국 총알이 폭스의 머리를 관통하려는 찰나, 폭스에게서 총을 받아든
   웨슬리가 총을 쏴서 총알을 막아내 a-b의 후반부와 같은 결과로 이어지거나.

했을텐데 <원티드>는 이 중 어느 것도 따르지 않고 그냥 깔끔하게 원칙대로 목숨을 버리고 마는 진정한
결사단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b안을 가장 유력하게 보았었는데, 마지막까지도 웨슬리의
총알이 날아오지 않아 '어라, 이것봐라'하며 흥미로워 했었다.
결국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여지를 주지 않고, 무언가 속편이나 더 안정된 결말을 과감히 포기하면서,
깔끔하게 엔딩을 맺은 것은(슬로언이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의 센스가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어쩌면
감독의 자신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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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액션 영화로서 어떤 영화가 될까 걱정되었던 하나의 요소는 바로 주인공인 제임스 맥어보이였다.
그가 출연한 작품을 적지 않게 보았었지만, 이런 액션 히어로(일종의 히어로) 영화에 남자 주인공으로는
어딘가 연약하고 어울리지 않는(그렇다고 피터 파커 식도 아니고 말이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는데, 영화를
보니 회사원으로서 주변의 압박에도 별 저항없이 참아내며 그저 꿈없이 하루하루 살고 있는 회사원에서,
180도 변신한 암살단의 단원으로서의 변모를 모두 표현해내는데, 불안한 눈빛과 강렬한 눈빛을 모두 갖고 있는
맥어보이의 캐스팅은 결국 성공적이었지 않았나 싶다. 특히 사무실에서 와이셔츠 차림으로 보여주는 소인배의
모습에서 친구의 말만따라 '멋진 남자'의 모습까지 모두 소화하는데에는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아마도 속편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속편에서는 또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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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나 졸리는 자신이 갖고 있는 여전사의 느낌과 신비스러운 느낌을 폭스 라는 캐릭터에 잘 투영시킨
모습이다. 사실 '폭스'라는 캐릭터가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는데, 일단 주인공과 이렇다할 로맨스도 없고,
그렇다고 완벽한 스승과 제자의 분위기로 보기도 애매하며, 친구나 적으로 구분짓기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그런 부분에서는 제임스 맥어보이와의 실제 나이차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듯 하지만, 어쨋든 웨슬리가
액션을 보여주기 전에(보여줄 능력이 되기 전에), 액션을 몸소 보여주는 캐릭터로서 예고편과 화려한 액션에서
안젤리나 졸리만의 아우라를 잘 보여주고 있다(개인적으로는 최근 너무 마른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모건 프리먼은 예전 <럭키 넘버 슬레븐>에서 비슷한 지위와 분위기의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있었는데,
<원티드>에서도 그 만의 진중하고 믿음직한 이미지를 잘 살리고 있다. 그리고 <스모킹 에이스>와
<아메리칸 갱스터>에 이어서 괜찮은 작품에 계속 모습을 보이고 있는 랩퍼 커먼 (Common)의 모습이
무엇보다 반가웠다. 'U-571' 과 <피아니스트>등에 출연했었던 토마스 크레슈만의 모습도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가장 반갑고 인상적인 배우는 바로 펙워스키 역의 테렌스 스템프 였는데, 최근까지 재미있게
보고 있는(몇 안남은 시청자 중의 하나가 바로 나다!)스몰빌에서 조엘의 목소리 연기로 등장하고 있는,
그를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모습을 보게 되어 반가웠다. 그의 목소리는 언제들어도 참 멋지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잘 알다시피 테렌스 스템프는 영화 <슈퍼맨>에서 조드 장군 역할을 맡았는데, 재미있게도 슈퍼맨의
청년시절을 다룬 TV시리즈 <스몰빌>에서는 '칼엘'의 아버지인 '조엘'의 목소리 연기를 맡아 연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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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제임스 맥어보이 주연의 <원티드>는 특수 능력을 갖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는 또 하나의
액션 혹은 히어로 시리즈 물로 이어져갈 확률이 높은 영화라고 생각된다(나중에 알고 보니 원작은 DC코믹스
작품이더라). 마치 <매트릭스>처럼 이제는 자신이 누군인가를 정확하게 알게 된 웨슬리가 본격적으로 펼치는
적들과의 우여곡절이 속편에서는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속편이 나오긴 하는거겠지?? --;;).



*. 음악이 데니 엘프만이더라.
**. <쿵푸팬더>와 겹쳐지다보니 기차가 다리위에 걸리는 장면에서도 무적의 5인방과 타이렁이 다리위에서
   싸우는 장면이 바로 떠오르더라.
***. 본문에 있는 것처럼 원작은 DC코믹스 작품이다.
****. 많은 멋진 액션 장면들이 있었지만, 날아오는 총알을 근거리에서 칼로 막아내는 액션 연출은 정말 멋지더라
*****. 'Time to Say Goodbye'음악은 그야말로 센스작렬.
******. <놈/놈/놈>예고편을 극장에서 스크린으로 보니 역시 더욱 기대!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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