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시상식 이라는 것이 어차피 주최하는 신문사나 주요 스폰서에 구미에 맞게 진행되는 터라 크게 관심을 갖는 편은
아니지만, 도대체 내가 보았던 영화들 가지고 상을 주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상했던 '청룡 영화제'가 워낙에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대한민국 영화대상'을 보는 마음은 한결 편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아카데미도 그렇고, 사실상 모든 시상식이 주최측에 입맛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국내 시상식의 경우 그 주최측에 판단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 항상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작은 영화들이나 소외된 영화들에 특히 관심이 많기 때문에 어차피 주목 받는 영화들만의 잔치인
국내 영화 시상식이 취향에 맞지는 않지만, 최소한 대중적인 면이라던가 여러 사람이 공감할 만한 수상이라면
크게 불편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의지도 없는데, 그러면에서 제 7회 대한민국 영화대상은 대부분 수긍할 만한
수상이었던 것 같다. <추격자>의 스윕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바. 그럼에도 불안했던 것은 <추격자>라는 영화가
이른바 나이 많은 심사위원들에 구미에는 그리 땡기는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혹시나...하는 불안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는데(뭐 이미 이런 불안감이 현실로 들어난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남우주연상, 신인감독상, 각본/각색, 편집, 조명 등 대부분의 주요상을 <추격자>가
휩쓸고 말았다. 김윤석의 수상 멘트는 이미 여러번 들었던 것이긴 했지만, 말미에 아내나 가족 등이 아닌
파트너였던 '하정우'를 언급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여우조연상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우.생.순>의 김지영 수상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이 영화에 대해서 어느 정도
실망했던 것이 작용했다고 봐도 되겠다. <놈놈놈>의 경우 MBC와는 사이가 별로인지 주요상의 노미네이트도
되지 않았으며, 방준석은 <고고 70>으로 음악상을 수상하였다.

여러가지 수상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누가 뭐래도 여우주연상 부분이었다.
사실 올해 여우주연상은 모조리 <미쓰 홍당무>의 공효진이 수상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한해였는데,
역시나 이 영화나, 그녀의 연기나, 심사위원들이 좋아하는 취향이 아닌터라 철저히 외면 당했었고,
이 날도 예쁘게 차려입은 손예진을 보면서 '설마.....'하는 걱정을 할 수 밖에는 없었다.
뭐랄까, 배우의 수상 소감을 들으며 심하게 공감해 눈물 마저 글썽거렸던 적은 아카데미에서 포레스트 휘태커가
주연상을 수상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공효진의 경우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여자 신인상을 받은 서우와 감독인 이경미는 정말로 펑펑 울었는데, <미쓰 홍당무>를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 중
한편으로 꼽는 나로서도, 왠지 모르게 공효진의 수상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무언가 금단의 벽을 넘는 듯한
승리가 엿보여서였달까.

어쨋든 '단상'이라고 했으니 여기서 마쳐야 겠다.



1. 윤정희씨는 등장할 때마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2. 우리나라는 정말 제대로 된 시상식을 할 수 없는 것일까. 상을 타는 사람만 참석을 하고, 못타는게 확정되면
    식이 끝나기도 전에 집에 가버리는 일들이 언제까지 반복될지.
3. 신성일씨의 파마는 조금 쇼킹했다.
4. 박철민씨의 시상 소감은 나름 신선했다!
5. 이제 '비'와 여배우들을 오가는 카메라 워크는 식상하다.


미쓰홍당무 여우주연상/신인여우상 수상 기념 리뷰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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