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트렉 : 더 비기닝 (Star Trek, 2009)
몰라도 재밌고 알면 더 재밌는 프리퀄!


개인적으로 TV시리즈였던 스타 트렉에 대한 기억들은 그야말로 깨알같은 정도다. 팬이라고 하기엔 물론 부족하고 그저 어린 시절 TV를 통해 가끔 각 캐릭터들의 특성이나 대강의 배경 줄거리 등을 슬쩍 아는 정도일 뿐이다. 윌리엄 셰트너를 '믿거나 말거나'로 만나기 전에 더 익숙했던 프로그램이 '스타 트렉'이었으며 그 쫑긋귀의 캐릭터, 매우 하얀 얼굴의 캐릭터, 또 다양한 외계인 캐릭터들이 '엔터프라이즈호'라는 우주선을 타고 특유의 유니폼을 입고 전 우주를 넘나들며 벌이는 이야기라는 것 정도.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개봉 한다고 했을 때 약간 망설여지기도 했었는데, 감독인 J.J.에이브람스가 이야기했듯이 이 영화는 기존 '스타 트렉'의 팬들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 나처럼 이 시리즈를 잘 모르고 있는 이도 즐길 수 있는 SF/액션 영화이다.




다들 알다시피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J.J.에이브람스는 팬들 사이에서 '떡밥의 제왕'으로 불리는 인물로, TV시리즈 <앨리어스>와 <로스트>를 연출했으며 영화 <미션 임파서블 3>의 감독, <클로버필드>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여기서 그가 지금까지 뿌려놓은 떡밥들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 것만으로도 또 다른 시리즈를 만들어야 할테니 그건 여기서는 다 말 못할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참으로 흥미로운 각본가이자 제작자임은 인정하지만 영화감독으로서의 역량에 있어서는 사실 100% 안심할 수 있는 감독은 아니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작품 <스타트렉 : 더 비기닝>으로서 이런 불안감은 거의 해소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영화의 시작은 전형적인 J.J.에이브람스 스타일이다. 보통 같으면 클라이막스에나 등장할 법한 장면을 초반에 등장시키고 마무리한 뒤 제목을 등장시키며 스윽 시작하는 이 방식은, <인디아나 존스>이전의 고전 액션물에서부터 사용되었던 방식으로 최근에는 에이브람스의 인장처럼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영화를 스타 트렉의 기존 팬들 외에도 무리없이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이 작품이 '프리퀄' 형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프리퀄 형식의 영화들이 그렇듯이 따지고보면 원작에 생소한 일반 관객들도 즐길 수 있긴 하지만,
기존 팬들이 본다면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더 감동적일 수 밖에는 없는 것이 바로 프리퀄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스타 트렉 시리즈의 아주 미세한 기억만이 있을 뿐이었는데도 몇몇 설정과 장면에서는 예전의 아련한 기억들을 떠오르게 했을 정도였으니 기존 팬들은 얼마나 여기서 감동받았을까 하는 생각을 절로 들게 했다. 우리가 예전 TV시리즈에서 보았던 엔터프라이즈의 커크와 스팍이라는 캐릭터가 어떤 관계였으며 어떤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가 나중에 알고 있는 관계가 되었는지에 대해 이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팬이라면 더 알아보고 재미를 느낄 만한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해 두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팬들 만이 느낄 수 있었을 더 많은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렇다고 영화가 재미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면, 분명 이 장면, 이 대사는 기존 시리즈에 등장했던 대사일 것 같다 혹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설정이나 장면들에서는 이것 역시 기존 시리즈에 빗대어 생각할 수 있겠구나 라는 장면을 여럿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본래 영화를 보기 전 거의 아무런 정보를 얻지 않은 채로 보려고 하는 주의지만 그래도 감독과 배우 들의 정보는 어느 정도 알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 작품의 경우는 배우들 조차 확인하지 않았었다. 그랬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에 전혀 의외의 배우들의 출연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일단 스팍의 어머니 역할로 등장한 배우는 다름아닌 위노나 라이더 였으며(그녀가 이렇게 나이 많은 역할을 연기한 건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다), '네로' 역할은 에릭 바나가 연기하고 있었다. 사실 가장 많이 놀랐던 것은 바로 에릭 바나였다. 워낙에 분장이 심하고 강한 이미지여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얼핏 봐서는 정말 에릭 바나인지 아니면 에릭 바나를 닮은 배우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는데, 가끔 연기력있는 배우가 SF물에서 전혀 쌩뚱맞은 캐릭터를 연기하며 최악으로 망가지는 경우에 비교하자면 에릭 바나는 자신의 커리어에 흠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SF영화 속에서 톡톡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겠다. 그가 연기한 네로 역할은 전형적인 악역이라기 보다는 이유가 있어서 악당이 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텐데, 에릭 바나의 연기가 이런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밖에 <반지의 제왕>의 에오메르 역할로 출연했던 칼 어반과 <새벽의 황당한 저주>의 사이먼 패그(그의 영국억양은 영화 속에서 유난히 튀더라 ㅎ), 한국계 배우 존 조 등이 출연하고 있다. 또 한 명 아주 중요한 배우가 이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더 언급하지는 않겠다. 개인적으로는 깨알같은 팬임에도 그의 출연이 감동스러웠다.




아이맥스로 관람하였는데 최신 SF/액션 영화답게 극장에서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을 충분히 전달해주고 있다. 우주라는 배경에서만 맛볼 수 있는 초대형 스케일과 <스타 트렉>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설정들은 '영화적'쾌감을 선사한다. 하나의 액션 시퀀스가 끝나게 되면 절로 객석 여기저기서 한숨을 돌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스케일이나 사운드 측면에서 압도적인 장면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야기 측면에서도 비교적 빠른 전개로 크게 지루할 틈이 없다(아역이 조금 더 나올 것 같았는데, 금새 지나가 버린다).

순간이동하는 장면이나 광속으로 워프하는 장면들은 다른 SF영화들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던 장면이긴 했지만, 그 맛은 분명 틀리다 하겠다. ILM이 선사하는 컴퓨터 그래픽은 이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장면들에 현실감을 불어넣고 있는데, 바로 엇그제 보았던 <울버린>의 CG와 비교하자면 거의 천지차이다. 어두운 우주에서 대형 우주선들이 벌이는 전투장면의 그래픽도 훌륭했지만 훤한 낮시간에 실사와 비행선이 함께하는 CG에서는 더 실감나는 영상을 만나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스타 트렉 : 더 비기닝>은 SF영화답게 스케일 측면에서도 만족스러웠으며,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내내 흥미로웠으며, 개인적으로는 일찍이 좀 더 팬이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절로 용솟음 쳐버릴 정도로 프리퀄의 본연에도 충실한 작품이었다. 현재 극장에 걸려있는 영화들 가운데 가장 취향을 덜타고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를 고르라면 아마도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1. 포스터를 딱 본 순간부터 느꼈던 거지만, 아역도 그렇고 어쩜 저렇게 똑같이 생긴 배우들을 찾아내고 (분장으로) 만들어내는지 없던 향수도 생기더군요.

2. 번역 문제는 심각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분명 문제가 있긴 있는것 같네요. 굉장히 많은 내용을 얘기하는데 간략하게 정리하는건 그렇다쳐도 분명히 'sir'를 붙이고 있는데 그저 반말로 번역해 버리는건 문제라고 생각되네요. 계속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반말을 하다가 나중에 인정하고 존댓말을 하는 부분이 등장하는데, 다 반말로 표현되다 보니...

3. 엄청난 괴수도 횟불하나면 문제없음!

4. 영화를 보고나니 <스타트렉>dvd를 한 편이라도 사서 예전 에피소드를 단 한편 만이라도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네요.

5. 용산 CGV 아이맥스 감상.

6. 아, 추가로, 오랜만에 진상관객을 한분 옆에 두었습니다. 영화사 로고가 등장할 때 '파라마운트'하고 소리내어 읽어주시더니 계속 대화모드로 초반 임하시더군요. '저 여자가 위노나 라이더잖아' '진짜야?, 아닌거 같은데' 등등. 그런데 은근히 로고 나올 때 소리내어 읽는 분들 제법 계세요 -_-;;;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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