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런 이벤트가 있는지도 몰랐었는데 우연히 좋은 기회에 초대가 되어 박찬욱 감독과 함께하는 영화 감상과 씨네토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늦게 초대를 받아서인지 좌석이 맨 앞이었는데(티켓 전달해주시면서 '영화는 보셨죠?'하고 미안한듯 물어보시더라는;;), 정말 몇년 만에 맨 앞좌석에서 영화를 보게 된 것인지(예전 메가박스 M관에서 A열 1번에서 <한니발>을 본 뒤 처음인것 같다) 기억이 안날 정도로(기억났죠 ㅎ) 오랜만이었는데, 정말 영화를 미리 본 것이 참으로 다행인 순간이었습니다.

영화는 확실히 여러 번 볼 수록 발견하지 못했던 장면들과 감성들을 만나볼 수 있는 예술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첫 번째 관람에서는 미처 포착하지 못했던 장면들도 발견할 수 있었고, 첫 번째 감상기에서는 다 쏟아내지 못했던 내용도 추가로 정리할 수 (머리 속에서;;) 있었습니다.

김영진 영화평론가가 말했듯이 <박쥐>관련해서는 박감독님이 거의 이런 인터뷰나 씨네토크 자리를 갖지 않고 있어서 오늘의 행사는 더욱 의미깊게 다가오기는 했는데, 관객 각자의 느낌과 감상을 연출자로서 제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도에서 가능한한 이런 자리를 비롯해 DVD의 오디오 코멘터리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씀을 들으니, 준비했던 질문을 하기가 망설여지더군요.

그래도 계속 손을 들었는데 결국 질문의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ㅠㅜ 그저 맨 앞자리에서 박감독님의 모습을 아주 가깝게 접할 수 있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네요. 시종일관 감독님은 관객들의 질문 하나하나에 굉장히 신중하고 깊게 경청하시는 모습이었으며(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질문에도 매우 성심성의껏 답변해 주시는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하려던 질문을 하지 못한 것과 씨네토크 시간이 너무 순식간에 끝나버렸다는 것을 제외하면, 흔치 않은 기회였다는 점에서 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아, 가져간 DVD에 싸인을 받지 못한것도 아쉬운 점이에요 ㅠ)


덧붙임.

간단히 이 날 있었던 씨네토크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테레즈 라캥'의 주인공 이름들과 영화 <박쥐>속 인물들의 이름의 유사성에 대해 확답을 들을 수 있었고(테레즈 - 태주, 까미유 - 강우 등), 쪽가위를 입안에 넣고 빼고를 반복하는 장면의 의도를 묻자, 단순히 입이라는 곳이 무언가 들어오고 나가는 통로의 이미지라고 생각해서 기획된 장면이기도 하고 더나아가 병균처럼 외부의 것이 내부로 침입하는 이미지를 생각해 삽입하였다고 한다(개인적으로는 의도적인 불편함을 유발시키기 위한 장치로서도 이해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대한 코멘트로 들을 수 있었는데, 애초에 박찬욱 감독님의 생각은 마치 상현이 엠마누엘 연구소 벽에서 본 듯한 지네의 이미지, 이 지네가 날개도 달리고 더 많은 다리들을 갖은, 이런 이상한 지네들이 엄청난 수로 하늘을 뒤덮고 있는 이미지를 생각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막판에 너무 급작스럽게 감정을 깨버릴 지 모른다는 주변의 (강력한) 우려가 있어 최대한 이 장면을 축소하였고, 영화에서 보는 것과 같은 장면이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했다. 이 장면은 죽음을 앞에 둔 상현이 마지막 환상을 보는 것으로 이해되었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생각해보았던 것이지만, 결국 상현은 자신의 기도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냐라는 질문. 그리고 더 나아가 상현이라는 존재를 가지고 신이 마치 광야에서 시험하듯 한 것이 아니냐는 흥미로운 질문이 나왔는데, 이 영화는 분명히 이런 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지점도 있었다고 생각된다. 더나아가 본래 감독님이 구상했던 시나리오에는 상현이 지금보다 훨씬 더 욕망이 강한 인물로 그려졌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덧붙임 2.

제가 원래 하려던 질문은.
'처음에는 뱀파이어가 된 상현이 자신의 욕망을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본래 좋은 일을 하려고 간 것이다. 죽기를 바라는 사람의 소원을 들어준 것이다 등) 이 행위를 합리화해 가다가, 결국 자신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태주를 보며 새삼 자신의 그간의 합리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자살을 하게 되는, 일종의 자살 영화로 이해했었는데, 마지막 죽기 이전에 보면 한동안 상현을 부르지 않았던 태주가 '신부님'이라고 부르는 장면과 동시에 상현이 신부로서 처음 등장 할 때 흐르던 테마 음악이 흐르게 된다. 이걸 보면 이 영화를 사제로서 상현의 순교 영화로 봐야 할 것인가 아니면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으로서의 자살 영화로 봐야 될 것인가 하는 것이 질문이었어요.

그런데 이것인가 저것인가 라기 보다는 어느 편이 더 의도에 가깝나 혹은 관객으로서 보았을 때 어느 쪽에 더 공감이 가는가 정도로 질문하려 했는데, 아쉽게도 묻지 못했네요. 개인적인 생각은 둘 다라고 생각되요. 정답도 없고.





글/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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