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 국내 정식으로 출시된 '늑대아이' 블루레이 한정판에 제 글이 수록되었습니다. 이렇게 블루레이에 영화 글을 수록한 것도 이제 제법 여러 타이틀이 되는데요, 아마 그 가운데 가장 처음부터 공을 들인 타이틀이라면 단연 '늑대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워낙 좋아하는 작품인 것은 물론, 정말 운 좋게도 관련해서 여러 기회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 가운데 첫 번째는 국내 정식으로 출시된 사운드트랙에 해설지를 쓸 수 있었던 것이었는데, 이 역시도 단순히 해설지만 쓴 것이 아니라 제작 단계에서 조금이나마 의견을 드릴 수 있어서 더욱 의미가 깊었던 일이었어요.




'늑대아이' OST가 국내 정식 발매됩니다

http://www.realfolkblues.co.kr/1755







'늑대아이' 블루레이는 제작 초기 부터 조금이나마 관여를 할 수 있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일본 작품을 라이센스로 발매하는 것이 얼마나 까다로운 작업인지도 옆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저작권에 특히 까다로운 일본이기에 예상은 했었지만,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가이드와 방식에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쉽지 않은 작업이기도 했어요 ㅎ

그런 과정을 거쳐서 나온 타이틀이기에 만족감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타이틀인 것 같구요.






제 글은 블루레이 한정판에 함께 수록된 'Collector's Guide Book'에 수록이 되었습니다. 이 가이드북도 본래 기획 단계에서는 더 많은 글들과 한국판 만의 메리트가 가득한 구성이었는데, 조금은 아쉽지만 일본반 블루레이와 유사한 구성으로 발매가 되게 되었습니다. 뭐 제가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면 역시 지난 3월 직접 일본에 가서 취재해 왔던 실제 장소 방문기가 최종적으로 빠지게 된 것이겠지요. 사실 이 가이드북 원고 제작만을 위해 떠난 여행이 아니라 (물론 매우 중요했지만) 사비로 겸사겸사 떠났던 여행인지라 결정적으로 아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너무 사랑하는 작품이기에 이 공식적인 타이틀에 제 글이 수록된다는 것은 사운드트랙과 마찬가지로 정말 영광스럽고 뿌듯한 일이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수록이 되지 못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땐 한 동안 좀 멍해지긴 하더라구요 ㅠ






20page 분량의 여행기는 수록되지 못했지만 영화 관련된 제 글은 그대로 수록이 되었습니다. 보통 같았으면 이 것 만으로도 엄청난 자랑거리로 생각했을텐데 아무래도 여행기의 수록이 확정이었다 보니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순 없네요 ^^; 이미 제 블로그를 통해 공유해 드린 바와 같이 이 여행기 '늑대아이, 그 곳을 가다'는 제 블로그를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늑대아이, 그 곳을 가다

http://www.realfolkblues.co.kr/1774






제 글 외에는 김세윤 방송작가의 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세계'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휩쓸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코 그렇게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던 글이었죠 ^^;


아, 그리고 미처 소개를 못했었는데 역시 최근 국내 출시된 '러브레터' 블루레이에도 제 글이 수록되었습니다;

따로 또 글을 쓰긴 뭐해서 여기에 같이 소개합니다~






'러브레터'는 이번 블루레이 출시에 맞춰 오랜 만에 다시 보았는데, 여러가지 다른 의미로 좋은 영화였어요. 그 의미에 대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기억에게 묻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남겨보았습니다.






이렇게 '늑대아이' 블루레이 타이틀과 '러브레터' 블루레이까지 간단하게 소개를 해보았습니다.

다음 제 글이 수록될 블루레이 타이틀도 2개 정도 확정이 된 상태인데, 블루레이를 구입하시는 분들께 누가 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괜찮은 글을 써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잘 보고 있어요'라는 말,

정말 항상 감사드립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아쉬타카 입니다.


본래 이 글은 오늘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된 '늑대아이' 블루레이 한정판에 수록된 Collector's Guide Book에 수록될 예정이었으나, 본 원판권사인 '스튜디오 치즈' 측의 컨펌 과정 중에 "영화 '늑대아이'가 세계 어디에서나 혹은 불특정 다수의 누구에게든 공감될 수 있는 보편적인 판타지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의도에 따라, 촬영지의 세세한 정보가 실명으로 언급되는 것에 대해서 작품의 연출의도와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우려된다는 판단으로 최종적으로 아쉽지만 수록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타이틀을 받아 든 지금도 아쉬움이 많이 남기는 하지만, 이렇게 다른 방법으로라도 '늑대아이'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제 글을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 부족한 글이지만 영화 속에 등장한 실제 장소와 그 느낌이 조금이나마 전해졌으면 하는 바램으로 정성껏 써보았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도 본문 전체를 확인하실 수 있으며, 블루레이 소책자 수록을 위해 제작한 디자인이 완료된 버전도 PDF파일을 통해 직접 확인하실 수 있도록 제공을 하려고 합니다.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소책자에 수록 예정으로 제작된 최종본의 디자인 파일을 다운 받으실 수 있습니다. 저도 하나 컬러로 출력해서 별도로도 소장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늑대아이 _ 그 곳을 가다 (PDF파일 다운받기 / Dropbox)

https://www.dropbox.com/sh/cf6q3egmynnxtb7/WoIMP5P5SX


* 접속하신 뒤 파일명을 클릭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으며, 우측 상단의 '다운받기'버튼을 통해 파일로 다운 가능합니다.

(현재는 종료되었습니다 ^^;)



그럼 '늑대아이'와 제 글 '늑대아이, 그 곳을 가다'도 함께 즐겨주세요~

감사합니다!







호소다 마모루의 '늑대아이'를 너무나 감명 깊게 본 나머지 이와 관련된 자료들을 여기저기 찾아보던 중, 영화 속에 등장한 대부분의 장소들이 실제 존재하는 장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가는 꼭 한 번 찾아가봐야지 하고 무작정 세웠던 계획을, 국내 블루레이 출시에 맞춰 더 많은 이들에게 소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벚꽃 시즌이던 지난 3월 22일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다.


'늑대아이'의 배경이 된 곳은 크게 두 곳으로 나뉘어 있는데 첫 번째는 하나와 그가 처음 만나 데이트를 하고, 유키와 아메를 낳고 시골로 이사가기 전까지의 배경이 되는 도쿄이며, 두 번째는 시골 마을이 주된 배경이 되는 도야마현이다. 도야마현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고향이기도 한데, 이번 여행에 도야마현까지 정말 가고 싶었지만 도쿄와 도야마현을 짧은 일정에 한 번에 소화하기에는 너무 무리라 결국 눈물을 머금고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는 도쿄를 중심으로 한 적지만 중요한 실제 장소들을 방문하게 되었다.


사실 여행 전에 인터넷 등을 통해 철저한 사전 조사를 하기는 했지만, 실제 장소를 찾는 여정이 그리 쉽지 만은 않았다. 히토츠바시 대학처럼 유명한 곳이야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몇몇 장소는 주소 정보도 없고 그 장소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찾기 힘든 평범한 장소인 경우라서 위성 사진은 물론, 실시간으로 현위치와 비교해가며 찾는 등 적지 않은 발품을 팔아야했다. 하지만 그렇게 찾아가 영화 속 장소와 장면을 딱 만나게 되었을 때의 희열은, 길을 찾으며 흘렸던 땀을 모두 잊게 할 정도로 큰 것이었다. 



1. 하나와 그가 다니던 대학교 가는 길


가장 처음 찾은 곳은 하나가 처음 그를 만난 곳이자 같이 수업을 듣기도 했던 장소인 히토츠바시 대학교였다. 히토츠바시 대학은 이번에 알게 되었지만 오래된 유럽풍의 건축양식을 자랑하는, 실제로 학교의 일부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기도 한 유서 깊은 곳이었다. 중앙선 구니타치역에서 내려 남쪽 출구로 나와 대학교 쪽으로 걸어내려 오면 영화 속에 등장한 몇몇 장소를 만나볼 수 있는데, 일단 내리자마자 오른 편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건 'Coffee 白十字 Cake'라는 간판의 과자점이었는데 영화 속에서도 너무 쉽게 각인되었던 간판이라 실제로 보는 순간 '아, 내가 진짜 늑대아이 속 장소에 와 있구나!'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가게 앞에는 '늑대아이' 포스터가 붙어 있기도 했는데, 영화 속에서 봤던 장면과 완벽하게 동일한 모습이었다. 이 거리에서 가장 놀랐던 건 단순히 실제 배경에서 착안하여 만든 정도가 아니라 거의 실제와 99% 동일한 모습을 극중에서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과자점은 물론 그 주변의 가게들과 벤치들까지 완전히 동일한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시간이 지나 변한 것 외에는 거의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 과자점을 찾고 나서는 자연스럽게 그 반대편을 돌아보게 되었는데, 극 중에서 하나가 바로 반대편의 시점에서 이 가게 앞에 서 있는 그를 바라보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설마 이 구도까지도 맞을까 했었는데...







정말로 과자점이 바라다보이는 장소엔 그 전화기가 있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소름이 돋기 시작했는데, 이 장면에서도 자세히 보면 그냥 전화기가 여기 있었다 라는 정도가 아니라, 전화기와 주변의 디테일한 디자인은 물론, 그 뒤로 보이는 건물들까지 그대로 묘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낮시간에 방문하여 영화 속에 등장한 밤시간과의 싱크를 맞추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일본에서의 시간이 하루 이틀만 더 있었더라도 극 중의 시간과 맞췄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런 실제장소와 영화 속 장면의 디테일은 거리를 묘사한 장면에서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위의 장면은 하나가 대학교로 걸어가는 장면인데 아래의 실제 장면과 비교하면 정말 있는 그대로를 그렸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다. 세워둔 자전거들의 위치나 가로등과 가로수의 구도야 말할 것도 없고, 왼쪽의 빨간 소화전이라던가 그 뒤에 보이는 복숭아가 그려진 간판까지 완벽하게 일치한다. 계절이 달라 푸른 잎이 아닌 벚꽃이 핀 것이 아쉬울 정도로 이 길의 풍경은 영화 속 장면 그대로였다.






조금 다른 앵글로 잡기는 했지만 신호등과 시계 그리고 가로등까지도 실제 장소와 동일한 모습이었다. 자세히 보면 이 뿐만 아니라 역시 왼편 아래의 공중전화박스나 멀리 보이는 복숭아가 그려진 간판, 그 앞에 빨간 간판과 파이프 담배가 그려져있는 간판까지도 묘사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2. 그와 하나가 처음 만난 대학교






영화 초반 등장하는 주요 배경이자 하나와 그가 처음 만나 감정을 키우는 곳인 대학교는 히토츠바시 대학이다. 방문했던 날은 마침 졸업식 날이었는데, 4시가 지난 시간이라 이미 대부분의 졸업인파는 학교를 떠났고 몇몇 만이 남아 사진 촬영 등을 하는 모습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히토츠바시 대학은 고풍스러운 건축양식으로 일부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기도 한 장소였는데, '늑대아이'가 아니더라도 한 번 쯤은 와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이 곳 저 곳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 오히려 졸업식이 끝난 직후라 대부분의 강의실이 닫혀 있고 인적이 이미 조금 드물어진 시간이라, 영화 속에 등장했던 강의실이나 식당을 직접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나가 학교에 올 때와 그가 강의실을 떠날 때 넘어지는 아이를 일으켜주던 장면에서 등장하던 커다란 입구 역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면 더 완벽했겠지만 이번 '늑대아이' 여행은 최대한 실제 장소에 피해를 주거나 부담을 주지 말자는 것 (소란스럽게 한다거나)이 또 다른 목표였기 때문에 일부러 학생들이 나가고 닫혀 있는 문을 억지로 열거나 하지는 않았다. 실제 장소에 다녀온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은, 극중 장면에서 입구 저 멀리 보이는 풍경까지 거의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하나가 걸었던 길을 걸어 조금 더 학교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방향은 위와 아래로 다르지만 하나가 처음 그에게 말을 걸었던 그 계단도 찾을 수 있었다. 새로로 길게 뻗은 창문 덕에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극 중 등장한 창문과 완벽하게 동일한 모양의 창문은 반대편의 계단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교내의 모습들도 극중에 등장한 것과 동일한 앵글로 촬영하고 싶었는데, 졸업식 후 이미 대부분이 떠난 뒤라 불이 꺼져 있는 곳이 대부분이라 더 많은 곳을 둘러보지 못한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그래도 의외의 수확이라면 이 도서관 입구를 찾은 것을 들 수 있겠다. 이번 여행에 앞서 이미 일본 내의 마니아들이 실제 장소를 탐방한 뒤 기록해 둔 사이트를 참고하였는데, 대부분의 장면과 장소를 찾아낸 이 사이트에도 없는 도서관 장면이라 더욱 반가웠달까. 물론 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 들어가지는 못했고 입구의 촬영도 실례가 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진행하기는 했지만, 기존 자료에도 없던 곳을 담아낸 터라 좀 더 의미 깊은 순간이기도 했다.






아마도 극 중에 나온 장면은 2~3층으로 생각되는데 실제 촬영한 곳은 1층의 모습이다. 저렇듯 졸업식으로 불이 대부분 꺼져 있는 어두운 분위기였다.



3. 하나가 일하던 세탁소








하나가 일하던 세탁소는 학교에서 나와 다시 구니타치 역 쪽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구니타치 역 남쪽출구로 나와 동쪽으로 100미터 정도를 들어오면 왼편에 커다란 주황색 간판을 확인할 수 있다. 제작 당시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난 터라 완벽하게 동일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로고나 유리 창의 모습, 들여다보이는 내부의 모습까지도 극 중과 동일한 모습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놀란 점들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 장소만큼이나 그 주변의 묘사가 정확하다는 점인데, 이 세탁소 역시 그 옆 가게들의 묘사와 오른 편의 돈카츠를 파는 가게의 광고판까지도 그대로 묘사되어 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차마 실제로 옷을 맡겨보거나 하는 시도까지는 하지 못했다 ㅎ



4. 하나와 그가 헤어지던 다리





그가 하나에게 자신의 비밀을 말하려다가 머뭇거리고 말하지 못하고 헤어지는 그 다리도 실제 존재하는 장소였는데, 이 곳은 니시오기쿠보 역에서 북쪽 출구로 나와 도보로 약 7~10분 정도를 걸어오면 발견할 수 있다. 이 다리는 극 중에서 보았던 느낌과 실제의 느낌이 가장 차이가 나는 장소였는데, 일단 실제 다리는 파란 색의 기둥과 난간이 인상적이었지만 극 중에서는 흰색 혹은 회색으로 묘사되고 있기도 했고, 다리 난간에 물고기 장식도 극 중에서는 볼 수 없던 것이라 이곳이 맞는지 여러 번 확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다리 주변으로 보이는 건물들이 실제 장소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이 다리는 이 후 하나가 빗속에서 그를 발견하게 되는 장면에서도 등장하는데, 실제로 보니 극 중에서 등장한 앵글이 실제 장소와는 조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영화 속 장면으로 보면 왼편과 오른편의 건물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인데 이 건물들을 다리 위에서 보았을 때 저 정도 거리에 위치하려면, 건물 하나의 거리 정도는 다리가 앞서 위치해야 가능한데 조금은 원하는 구도로 수정을 거친 듯 했다.




그리고 영화 속 장면과는 다르게 그 위치에는 사다리가 존재하지 않고, 다리와 바로 붙어서 사다리가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여기서 한 참을 서서 다리 아래를 바라보다가 다음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5. 그를 찾아 해매는 하나





비가 내리던 날 그가 돌아오지 않자 유키와 아메를 들쳐 메고 그를 찾아 나선 하나. 이 때 등장하는 장소는 약 두 곳인데 두 곳 모두 역시 실제 존재하는 장소였다. 우산을 쓰고 뒤를 돌아다보던 고가는 미타카 역 근처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 중앙선 미타카 역 북쪽 출구로 나와 중앙선 선로를 따라 동쪽으로 약 10분 정도를 걸어오면 바로 그 고가와 통로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이 곳도 주소 등이 정확하지 않아 (이번 여행에서 주소가 확실한 곳은 사실 한 곳도 없었다) 미타카 역에 내려 고가를 따라 마냥 걸어서 확인할 수 밖에는 없었는데, 그래도 막상 그 장소에 도착하면 그 주변의 디테일까지 그대로 묘사한 장면 탓에 쉽게 그곳임을 알 수 있었다. 이 고가 아래 장소 역시 고가가 통과하는 다른 여러 장소 중에 이 곳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던 건, 그 주변의 철망이라던가 나무 등의 정확한 묘사 때문이었다.






그 다음에 등장하는 경사진 골목은 미타카 역 근처가 아니라 앞서 소개했던 '하나와 그가 헤어지던 다리' 근처였는데, 니시오기쿠보 역에서 그 다리를 지나 하류 쪽으로 내려오다보면 또 다른 다리가 등장하는데 그 다리에서 우측으로 살짝 방향을 틀면 바로 위의 장소를 발견할 수 있다. 이 곳은 다른 장소들 가운데서도 싱크로율이 특히 높은 곳이라 보는 순간 '여기다!' 하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사실 내용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장면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실제 장소들을 확인하면서 새롭게 느끼게 된 점은 하나의 동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를 찾아나설 때의 동선은 물론이고, 하나와 그가 어디서 만나서 어디서 데이트를 했는 지를 직접적인 동선으로 연결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여행에서 얻은 추가적인 매력이었다.




6. 고백의 언덕






그가 하나에게 처음 마음을 고백하고, 이후 자신의 모습을 처음 보여주기도 한 곳으로 연결되는 일명 '고백의 언덕'은 이번 늑대아이 여행에 핵심이었다. 이번 여행을 처음 계획하게 된 것도 바로 고백의 언덕에 가고자 함에서 시작되었는데, 핵심인 만큼(?) 가장 찾기 힘든 장소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곳이 가장 찾기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장소들도 마찬가지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평범한 장소이고 또한 완전한 주거 지역 내에 위치하고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외부 사람들이 별로 접근할 기회가 없어서였다. 실제로 이 곳에 대한 정보라고는 구니타치 역 북쪽 출구로 나와 동쪽 방향이라는 것과 주거 지역이라는 것 뿐이었는데, 이 곳을 찾기 위해 위성지도와 실시간 위치 파악까지 해가며 조용한 동네의 어두운 골목과 언덕들을 수없이 오르내려야만 했다. 





(위 장면에서 그와 하나는 위 사진 속 풍경을 보고 있었다고 보면 되겠다)


이 곳의 정보가 부족했던 것은 일종의 배려 처럼 느껴졌다. 이 곳은 주거지역, 그 가운데서도 정말 조용한 지역이라 이곳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사실상 올 일이 없어 외부인이 오면 바로 주목을 받게 될 정도로 고요함이 느껴지는 장소였는데 (속삭이듯 말해도 멀리서 들릴 정도), 그렇기 때문에 이 동네 사람이 아니면 찾기가 쉽지 않고 이 곳을 이미 다녀온 현지 마니아들도 더 많은 이들이 찾아올까봐 주소 등의 구체적인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듯 싶었다. 


이 곳에 대한 힌트 가운데는 시 경계가 지나고 있어 언덕 위와 아래의 멘홀을 만든 곳이 다르다는 정보도 있었는데, 제법 유용한 정보였다. 정말 한 참을, 하지만 조용히 헤맨 끝에 찾은 고백의 언덕은 그래서 더 값지게 느껴졌고 뭉클함 마저 밀려왔다. 






고백의 언덕의 가장 상징적인 아이템이라면 단연 저 음료수 자판기를 꼽을 수 있을 텐데, 실제로 빨간 색의 자판기가 환하게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참고로 다른 곳은 일부러 시간을 맞추지 못했지만 고백의 언덕 만은 극 중과 최대한 동일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일부러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가 조명이 켜진 후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충분히 만족스러운 사진과 장면을 포착해낼 수 있었다. 어렵게 찾은 곳인 만큼 한 참을 계단 밑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그리고 '늑대아이' 속 장면을 떠올리며 그렇게 앉아 있었더랬다. 참고로 그가 하나에게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주는 공터는 지금은 다른 건물이 들어선 상태라 확인할 수는 없었는데, 이 계단을 올라 조금만 더 올라가면 다을 수 있는 곳이었다. 언덕을 올라 정상에 다다르면 극 중에서 시가지를 내려다보던 컷을 시도해볼 수 있는데, 아쉽게도 건물과 나무에 대부분 가려 실제로는 건널목 등이 잘 보이지는 않았다. 주변을 충분히 둘러보고 빨간 자판기에서 음료수 캔을 하나 사서 마신 뒤, 언덕을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밤은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도쿄에서의 짧은 '늑대아이' 여행은 마무리 되었다. 글의 서두에도 이야기했지만 극 중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도야마 현을 가보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도야마 현에 가서 아메와 유키가 하나와 함께 힘들지만 행복하게 지내던 곳곳을 둘러 보고 싶다는 바램을 다시 한 번 마음 속에 새겼다. 이렇게 또 '늑대아이'는 내 인생에 있어 더더욱 지울 수 없고 큰 의미를 갖는 작품이 되어 버렸다. 비단, 이 고백의 언덕에서 나도 '늑대아이'의 그처럼 사랑하는 이에게 평생을 준비해왔던 말로 청혼을 해서 만은 아니다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작품 속 캡춰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스튜디오 치즈' 및 한국내 수입사 '(주)얼리버드픽쳐스에 있으며, 
글의 실제 장소를 촬영한 사진의 저작권은 아쉬타카에게 있습니다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 블루레이 리뷰


간단한 줄거리..

거스 로벨(클린트 이스트우드)’은 야구방망이가 갈라진 것만 봐도 좋은 투수를 알아보는 수십 년 동안 야구계에서 최고의 스카우트였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가면서 시력은 점점 떨어지고 구단은 그의 판단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위기에 놓인 그는 자신의 인생이 연장 없는 9회말 2아웃일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스카우팅 여행을 떠난다. 파트너는 다름 아닌 어느 순간부터 사이가 나빠져 남보다도 못하게 서먹해진 딸 ‘미키(에이미 아담스)’. 껄끄럽고 불편한 동행에 나선 두 사람은 오랜 시간 가슴에 묻어두었던 둘의 과거에 대한 진실을 발견하면서 앞으로 남겨진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역전 찬스를 만나게 되는데…


배우로 다시 만난 클린트 이스트우드

2008년 '그랜토리노' 이후 배우로서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며 은퇴를 선언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다시 배우로서 복귀해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 바로 이 작품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Trouble with the Curve, 2012)'이다. '그랜토리노'를 보면 알 수 있지만 확실히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배우로서의 자신을 되돌아 보며 마지막으로 '그랜토리노'를 택한 것은 완벽한 선택에 가까워 보였었다 (그 이후 이 작품을 통해 다시 배우로 복귀하였지만 그래도 '그랜토리노'에 대한 이런 평가에는 변함이 없다)






이 작품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의 내용은 둘째치고 제작과 관련된 이야기를 살펴보면, 그의 배우 복귀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 작품으로 처음 연출을 맡은 로버트 로렌츠가 누구인가를 따져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로버트 로렌츠는 이미 오래 전부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에 제작과 조감독 등으로 인연을 맺어 온 '멜파소 프로덕션 (Malpaso Productions)'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가 처음으로 연출을 맡는 작품을 클린트 이스트우드로서는 돕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지난 작품들 블루레이의 부가영상을 보면 알 수 있지만, 그의 스텝들은 길게는 수 십 년 짧게도 수년 간을 함께 해온 가족 같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런 스텝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로렌츠가 첫 연출을 하게 되었는데 어찌 이스트우드가 출연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로버트 로렌츠에게는 조금 미안한, 하지만 어쩌면 너무 자연스러운 평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최근작 '그랜토리노'나 '밀리언달러 베이비' 등을 떠올리게 될 만큼 이스트우드의 연출 작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분위기를 보여준다.


이것이 왜 자연스러운 평가인가 하면 오랜 시간 이스트우드의 조감독으로 활동해 온 것은 물론, 그의 스텝들이 거의 대부분 그대로 참여하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또한 스토리 측면에서도 또 다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로 자연스럽게 읽혀진다. 마치 그가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이 평범한 이야기가 조금은 남다르게 느껴지는 건 바로 그 가운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본인 스스로를 본격적으로 노인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영화 속 캐릭터를 실존하는 본인 자신과 동일시 시켜왔는데, 이 작품에서 연기하고 있는 '거스'도 마찬가지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어울리지 못하고, 아니 어울리려고 하지 않고 본인이 옳다고 믿는 것을 고집스럽게 지키면서도 다른 한 편으론 어쩔 수 없음을 뒤늦게 인정하고 마는 최근 작에 등장한 캐릭터들의 모습은, 극중 캐릭터가 아니라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겹쳐져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가 스스로를 규정하는 방식은 그의 오랜 팬들에게 쓸쓸함과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하는데, 그러면서도 여전히 힘을 잃지 않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배우의 힘을 새삼 체험하게 만든다.

비교적 평범한 이 이야기를 자연스럽고 끝까지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드는 데에는 노련한 배우들의 힘도 컸다. 존 굿맨, 에이미 아담스, 로버트 패트릭, 매튜 릴라드 같은 배우들은 물론, 최근 정말 오랜 만에 새 앨범을 내고 다시 가수로 돌아온 저스틴 팀버레이크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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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G-4 AVC 화질은 블루레이 평균 수준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특별히 좋은 화질이라고 보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단점이 도드라지는 화질도 아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멜파소 프로덕션의 작품들은 좀 더 필름 라이크한 영상을 추구하는 편인데, 그 특유의 색감과 분위기가 이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어두운 장면의 표현도 크게 나쁘지 않고, 전반적으로 편안하게 감상하기에 무리가 없는 화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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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 역시 잔잔한 드라마를 오버하지 않고 편안하게 들려준다.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대사 위주의 드라마라 사운드 적인 매력은 좀 덜한 작품이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야구 경기 장면에서는 좀 더 디테일 한 사운드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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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영상으로는 'Rising Through the Ranks'와 'For the Love of the Game' 이렇게 두 개의 영상을 수록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감독인 로버트 로렌츠를 중심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와의 인연과 그의 첫 연출작으로서의 경험에 대해 들려준다.


두 번째 부가영상에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에이미 아담스,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가 맡은 캐릭터와 상대 배우에 대해 짧게 들려준다. 각각 5분, 6분 남짓한 부가영상으로 분량 상으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총평]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오랜 파트너였던 로버트 로렌츠의 첫 연출 작이자, '그랜토리노' 이후 이스트우드의 연기를 오랜 만에 만나볼 수 있었던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는 비록 비범하지는 않지만 보는 내내 즐겁고 유쾌하면서 때론 찡했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4년만에 다시 스크린에 복귀하여 주연을 맡았기에 또 다른 의미를 주는 작품이었다. 부디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작품 활동을 계속해 주시길 팬으로서 간절히 바래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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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라이프 오브 파이

믿음을 말하는 거대한 이야기



이안에게 제 85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감독상을 안겨준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Life of Pi, 2012)'는 복합적으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의 두 가지 스타일은 각각 정반대의 경우인데, 하나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너무나 분명해서 이를 영화가 이끄는 대로 끝까지 따라간 뒤 영화가 맺은 마지막에 동의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를 선택하면 되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영화는 적게는 두 가지의 길을 많게는 모든 것이 다 가능하도록 설계 되어 있어서 영화 스스로는 답을 하지 않은 채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경우다.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가 흥미로운 것은 보는 이에 따라 이 두 가지가 모든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작품이기 때문이다. 꼭 보는 이에 따라서가 아니라 같은 사람에게서도, 곱씹어 보기에 따라서 명확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정반대의 경우로도 생각해볼 수 있고, 반대로 열려있다고 여긴 지점이 너무도 분명한 주장이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넓게 보았을 때 '믿음'에 관한 영화라는 점만은 분명한 것 같다. 믿거나 말거나 말이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이야기는 영화 후반부에 파이가 작가와 관객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처럼 두 가지 이야기 중 무엇이 진실인가도 중요하지만, 그 가운데 어떤 것이 진실인가 라는 것보다는 둘 중 하나 혹은 모두가 다 이야기일 수 있다는 것이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우리가 영화 내내 공감하고 따라왔던 파이가 들려준 리차드 파커와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이 이야기를 믿지 못하는 일본 선박회사 사람들에게 들려준 참혹한 이야기 역시 '이야기'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내 생각은 불분명 했었다. 파이가 영화 내내 들려준 이야기에 흠뻑 빠져 한 순간도 의심하지 않았던 적도 있었고, 마지막 파이가 일본 선박 회사사람들에게 눈물을 흘리며 다시 이야기를 들려 줄 땐 '아!'하며 진실이 무엇인지 반대로 의심하지 않게 되었었다. 하지만 극장을 나오며 다시 곱씹어 본 영화는 과연 어떤 것이 진실인가를 넘어서서, 내가 더 믿고 싶은 것은 어느 쪽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쩌면 영화가 궁극적으로 묻고 싶었던 바로 그 부분 말이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실제 참혹했던 일을 이렇듯 비유로 만들어낸 파이의 이야기에 목적성이 있다고만 생각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 이야기(편의상)에서 내가 파이였다면 이런 오인 혹은 회피의 과정 없이 남은 삶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여기에 대입해 인간이란 무엇이든 믿는 바 대로 자신을 컨트롤 혹은 속일 수 있는 존재라는 메시지에 다다랐는데, 좀 더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이런 방식으로의 회피나 왜곡을 과연 옳다고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 이르렀다.


만약 이 이야기를 근거로 파이에게 일어났던 실제의 일들을 유추해 본다면 (식인 섬을 비롯) 파이가 처했던 상황을 이해한다고 해도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는 가에 대해 쉽게 답하기가 어려웠다. 즉, 리차드 파커는 사실상 파이의 또 다른 자아가 표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이를 유체이탈 화법을 통해 3인칭 시점으로 본다면 리차드 파커를 탓하기는커녕 안쓰러움마저 들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리차드 파커를 타자로 인정했을 때의 얘기지, 이것이 파이 본인의 이야기라면 답변은 달라질 수 밖에는 없다.





사실 여기서 리차드 파커의 이야기가 사실 파이 본인의 이야기였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파이가 스스로 리차드 파커로 타자화 하여 또 다른 이야기의 가능성을, 또 다른 진실의 가능성을 만들었다는 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해 파이 스스로가 작가에게 이 이야기를 듣고 나면 신의 존재를 믿게 될 것이다 라는 식으로 의도한 것 자체가 비판적인 측면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 보니 새삼 '라이프 오브 파이'가 '영화'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떠올려 보게 되었다. 모든 영화는 '영화'에 관한 영화라는 얘기처럼 이 작품 역시 같은 맥락으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영화라는 것은 2시간 정도의 시간 동안 감독이 철저히 주도권을 쥐고 관객을 믿게 만들거나 오해하게 만드는 예술이다. 즉, 어떤 영화라도 '만들어 졌다'라는 태생적 요소를 부정할 수 없다는 얘기인데, 그런 측면에서 '라이프 오브 파이'의 거의 대부분은 특히 더 가짜의 것들로 채워졌다는 점이 흥미롭다.


믿음에 관한 영화임에도, 아니 그래서 인지 몰라도 이 영화의 대부분은 가짜로 '만들어 진' 것들이다. 호랑이 리차드 파커는 물론 대부분 CG로 만들어졌고, 바다도, 하늘도, 대부분의 배경들도 CG로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만들어진 것들이 겹겹으로 쌓여 복합적인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는 영화다. 이 허구로 쌓인 겹겹의 구성이 본래의 진실을 더 강하게 만들고자 함인지, 반대로 본래의 진실 혹은 거짓마저 강하게 부정하려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모르겠다 라기 보다는 어느 한 쪽을 선택하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처음부터 '믿는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몇 가지 테마를 던진다. 첫 번째는 수영장의 이름에서 따온 파이의 이름이 다른 의미로 읽혀 겪게 되는 과정을 통해, '이름'이라는 것 즉, 불리는 기호로서의 이름에 대해 다룬다. 조련사와 동물의 이름이 바뀌어 그대로 불리게 된 '목마름'과 '리차드 파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이 '이름'이라는 것의 에피소드를 통해 부르기 전부터 존재했던 것 혹은 부르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는 의미와 함께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씩 시작한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직접적으로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 든다. 파이가 종교를 만나고 믿게 되는 과정은 이 영화의 주제와 상당히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 텐데, 힌두 신이 예수님을 소개해주고, 예수님이 알라 신을 소개 해주었다는 식의 전개는 어쩌면 지금의 종교 논리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믿음'에 관한 측면에서는 자연스럽게 이해될 수 있는 전개였다.


여러 가지 종교를 이토록 직접적으로 다루면서도 모든 종교에게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지는 영화는 아마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라이프 오브 파이'가 종교를 다루고 있는 방식은, 종교를 믿는 우리가 흔히 범하는 실수인 '믿음'이 아닌 종교 그 자체를 믿고 있는 현실을 자연스레 환기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종교에 대한 이야기의 비중이 러닝 타임 상으로는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종교를 다루고 있는 방식은 그 어떤 영화보다 탁월하고 솔직했다.






이름과 종교를 아우르면서 믿음에 관한 것을 풀어내고 있는 것은 결국 '이야기'다. 이 영화는 결국 파이가 작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관객은 작가와 마찬가지로 이야기를 듣는 입장으로 파이가 겪은 일들을 듣게 된다. 파이는 작가에게 이야기한다. 내 이야기를 어떻게 믿느냐는 당신에게 달렸고, 이제 더 이상 내 이야기가 아닌 당신의 이야기라고. 이것은 앞서 이 영화를 '영화'에 대한 영화로 보았을 때 더 직접적인 메시지가 된다. 많은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나서 간혹 감독의 의도나 결론이 무엇인지에 더 초점을 맞추기도 하는데, '라이프 오브 파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영화라는 것은 감독의 예술이기는 하지만 결국 관객이 완성하는, 관객 한 명 한 명 각자의 것이 될 때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전달하려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매우 직접적으로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믿겠습니까?'라고. 이 글을 시작할 때만 해도 결론을 내릴 수 없겠다 라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결론을 내려보자면 지금은 답할 수 없다 정도일 것 같다. 다시 말해 이 대답은 대답을 하는 시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건, 내 마음 한 켠에서는 간절히 믿고 싶어하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걸 논리적으로 설명하자면 필요 없이 장황해질 것만 같은데, 어찌되었든 무언가를 아무 조건 없이 믿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 '라이프 오브 파이'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사실'인 것 같다. 그것이 맹목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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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G-4 AVC 포맷의 풀HD 화질은 그야말로 놀라움의 연속이다. 블루레이 리뷰를 작성하면서도 모든 스크린 샷을 다 화질 소개 용으로 써도 무방할 만큼, 화질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극장에서 볼 때도 화질이 좋게 느껴졌었는데, 블루레이의 화질이 보여주는 체감도는 그 이상이다.


▼ 스크린샷을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본문에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라이프 오브 파이'는 CG의 활용도가 상당히 높은 작품인데, 극도의 디테일 한 표현으로 인해 '이게 진짜 블루레이 화질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DVD의 화질이 아무리 좋다 한들 '라이프 오브 파이'를 DVD로 보면 감흥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블루레이의 화질은 압도적이다. 표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변해가는 파이의 피부 상태는 작은 상처 하나도 세심하게 표현하고 있는 화질을 통해 더 실감나게 확인할 수 있으며, 오랑우탄 '오렌지주스'의 털과 피부의 표현은 물론 그녀(?)의 표정 연기마저 돋보이게 만들 정도로 얼굴의 주름 하나까지 잡아낸다.






파이와 리차드 파커가 섬에 도착하게 되면서부터는 그야말로 화질의 깨알 같은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는데, 특이하고 잔 줄기가 많은 녹색 나무들의 갈라짐과 셀 수 없이 많은 미어캣들을 화면 가득 잡아내는 장면은 나도 모르게 '와!' 소리가 나올 정도로 놀라운 화질을 보여준다. 장면 자체가 자연 다큐멘터리 같은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분명 그 놀라움 가운데는 선명하고 날카로운 화질로 표현되는 미어캣 한 마리 한 마리의 표현력 때문이기도 하다.






어두운 장면에서도 화질의 우수성은 잘 드러난다. 특히 '라이프 오브 파이'의 어두운 장면들은 완전히 어두운 장면이라기 보다는 반사광이 화려하게 표현된 장면이라던가, 미미한 광량으로 인해 아직은 밝기가 남아있는 장면들이 많은데, 어쩌면 애매하게 표현될 수 있는 그 어슴푸레한 순간을 딱 그 수준의 광량이 느껴질 정도로 표현해 내고 있다. 또 어두운 밤 바다를 배경으로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무너진 순간에 네온처럼 빛을 발하는 물고기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장관인 동시에 블루레이 화질에 또 한 번 만족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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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7.1 채널의 사운드 역시 레퍼런스로 평하기에 손색이 없다. 임팩트와 밸런스가 모두 수준급인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는데, 파이가 난파되기 이전까지는 영화 음악과 함께 편안한 사운드를 주로 들려주다가, 침몰 되는 장면에서부터는 '퍼펙트 스톰' 부럽지 않은 강렬한 폭풍우를 안방으로 가져온다. 실제로 이 전까지 편안하게 영화를 즐기다가 이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볼륨을 줄이게 되었을 정도로, 침몰 순간의 혼란스러움이 휘몰아치는 사운드로 고스란히 느껴졌다.






리차드 파커의 으르렁 거리는 사운드 역시 굉장히 공간감 있게 울리는데, 특히 처음 리차드 파커가 배 아래에서 등장할 때의 그 사운드 적인 임팩트는, 깜짝 놀라 마치 영화 속 파이처럼 몸을 뒤로 젖혀 지게 만들 정도다.






또 하나 사운드 적인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장면이라면 역시 물고기 떼가 등장하는 장면일 텐데, 복잡한 가운데 오히려 작은 소리들을 하나 하나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운드의 디테일이 돋보인다. 물고기 떼가 날아오는 소리와 다시 물 속으로 입수와 날기를 반복할 때 나는 마찰음 그리고 여기에 파이의 몸에 부딪혀 나는 마찰음까지, 적지 않은 소리들이 섞여 있음에도 개별의 소리가 잘 살아있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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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버전과 2D버전의 합본으로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2장의 디스크에 나뉘어 수록되었다. 첫 번째 디스크에는 3D본편과 부가영상이, 두 번째 디스크에는 2D본편과 부가영상이 수록되었는데, 첫 번째 디스크에는 삭제 장면과 시각효과 과정에 대한 부가 영상 등이 수록되었으며 본격적인 부가영상은 두 번째 디스크에 수록 되어있다.






삭제 장면은 총 5가지가 수록되었는데 '아난디의 두 번째 춤'에서는 본편에서는 짧게 등장했던 아난디의 춤을 훨씬 더 긴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는데, 이 버전을 본다면 극 중 파이처럼 아난디의 다양한 표정과 춤사위에 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해피 버스데이'는 물고기 떼가 지나간 이후, 바다 위에서 엄마의 생일을 기념하는 장면으로 파이가 낚시 등에 더 익숙해져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밖에 파이가 리차드 파커의 몸짓과 소리를 그대로 흉내 내는 장면도 만나볼 수 있다.





'시각효과 과정'에서는 포스트 비즈, 프리비즈, 플레이트, 최종 버전 등으로 나뉘어 각각 시각효과가 최종적으로 적용되기 전 과정들을 보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으며, 애니메이션을 통한 사전 시각화 과정 역시 비교하기 쉽게 소개해 준다.






두 번째 디스크에서 가장 대표적인 부가영상이라면 '감독의 여정'을 꼽을 수 있을 텐데, 1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 동안 이안 감독을 중심으로 이 영화가 어떻게 기획되었고, 촬영 기간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상세히 들려준다. 무려 4년이라는 제작 기간은 신념과 신뢰 없이는 불가능한 여정이었는데, 이안 감독과 제작진들은 마치 파이가 바다를 건널 수 있다고 믿었던 것처럼 이 작품을 영화화 할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고, 신뢰로 이어져 4년이라는 긴 시간을 가족처럼 버텨낼 수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우스개 소리로 영화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3대 요소인 아이들, 동물, 물이 모두 나오는 영화라서 처음에는 모두들 꺼려한 아이템이기도 했다는데, 원작자 얀 마텔도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하듯 처음 폭스가 영화화를 위해 판권을 구매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미쳤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영화로 만들기에는 너무 복잡한 구조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는데, 이안 감독과 제작진이 만들어 내는 과정 들을 보며 조금씩 가능성을 엿보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 영화사에 프리젠테이션 용으로 사용했던 다양한 컨셉 아트 장면들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영화 장면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아니 오히려 더 예술적인 면모가 부각된 작품들로 감독이 연출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CG호랑이 때문에 철저한 사전 시각화 작업을 거칠 수 밖에는 없었는데, 실제 촬영에 들어가기 전 사전 시각화 작업에만 약 1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하니 관객이 보게 된 결과물이 얼마나 오랜 시간 공들여 나온 '자연스러움'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 파이 역할을 맡은 수라지의 카메라 오디션 동영상도 만나볼 수 있는데, 수라지가 이 영화에 캐스팅 되기 된 계기가 우리가 흔히 듣는 바로 그 케이스, 동생 오디션에 따라 갔다가 우연히 캐스팅 된 경우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연기 경험이 전혀 없던 그에게 '라이프 오브 파이'가 주는 의미가 어느 정도 인지도 엿볼 수 있었다. 수라지는 영화 촬영 전에는 수영을 할 줄 모르는 것은 물론, 평생 바다를 직접 본 적도 없었다고 하는데, 수영을 배우고 보트 위에서 생존을 배우는 트레이닝 과정 자체가 수라지에겐 영화 속 파이처럼 큰 도전이자 모험이었다는 얘기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대부분이 대만에서 촬영되었는데, 대만에서 촬영한다는 건 이안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이 정도 규모의 영화 촬영을 해본 적이 없는 대만이었지만 이안에게는 다양한 시설의 제작은 물론, 시장과 총리까지 직접 촬영장을 찾아 격려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에 영화 제작 사상 가장 큰 파동 수조를 제작할 수 있었다는 뒷 이야기도 들려준다. 이 초대형 파동 수조는 그 제작과정만 봐도 얼마나 엄청난 규모인지를 실감할 수 있는데, 부가영상에서 이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준다.






부가영상을 통해 알게 된 사실 가운데 가장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는 리차드 파커, 즉 호랑이에 관한 내용들이었는데, 자연스러운 CG호랑이를 만들어 내기 위해 기술적으로 엄청난 조사와 시간을 투입한 것은 물론이요, 그와는 별개로 실제 호랑이 조련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더 진짜 같은 리차드 파커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이안 감독은 조련사인 티에리에게도 각본가의 공을 주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이안이나 각본가 혹은 애니메이터가 알지 못했던 호랑이의 습성과 심리를 티에리가 조언해 주었으며, 그의 말을 듣고 각본이 수정된 경우도 많았을 정도로 단순히 호랑이를 조련하는 것이 아닌 영적인 교류를 한다는 그의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를 설명하며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작품에 등장하는 장면들은 상당 부분이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긴 하지만, 이 기술과 표현들이 얼마나 디테일하게 현실에 철저히 기반을 두고 임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화의 주된 촬영 장소였던 대규모 파동 수조 세트에서의 촬영 이야기와 함께 3D 촬영에 대한 이야기도 수록되었다. 이안 감독은 처음부터 공간적인 규모와 범위를 느끼게 하려면 3D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이 이야기를 3D로 촬영해야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3D는 극장에서 볼 때도 그랬지만 3D 입체 효과를 일부러 과장하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깊이를 표현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3D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3D영화들과의 차별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라이프 오브 파이'는 지금까지 나온 3D 영화들 가운데서도 단연 손꼽히는 3D영화가 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경이로운 영상'에서는 말 그대로 영화 속 경이로운 장면들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특수효과 차원이 아니라 예술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가능했던 작업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작품의 영상 작업이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영화의 이야기 상 가장 사실적으로 표현해야만 하는 숙명을 갖은 작품인 동시에, 대부분이 물 위에서 진행된다는 점 때문에 실제 촬영한 물과 CG로 만든 물이 자연스럽게 섞여야 했으며, 그 안에 CG캐릭터인 리차드 파커와 실사 캐릭터인 파이가 섞여 있고 이 모든 것들을 3D로 촬영된다는 점을 또 한 번 염두 해야 했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에 비해 곱절은 어려운 작업이었다. 여기에 더 나아가 기술적 완성도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작품이었기에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작업이었음을 그 과정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생생한 벵갈 호랑이의 탄생'에서는 영화 속 리차드 파커의 제작 과정을 소개하고 있는데, 단순히 100% CG캐릭터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호랑이와 CG호랑이가 지속적으로 교차하는 방식이라 자연스러운 연결이 필요해 더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했던 작업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또한 영화 속에서 파이가 보트 위에서 리차드 파커를 훈련시키는 과정은 그 자체로 독립된 또 하나의 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장면이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파이와 리차드 파커와의 영적 교감을 관객들도 느낄 수 있게끔 하기 위해 앞서 소개했던 조련사 티에리의 조언이 각본에도 적극 적용되었다는 걸 한 번 더 소개하고 있다. 또한 천 만개가 넘는 털로 이뤄진 리차드 파커를 표현해 내기 위해 수없이 복잡한 작업을 반복했다는 것도 (이런 작업을 거친 리차드 파커가 물로 뛰어드는 장면도 있으니 말 다했다 -_-;) 소개하고 있다.





그 밖에 마지막으로 갤러리와 총 7가지 장면의 스토리 보드가 수록되었다.




[총평]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는 결말이 열려있는 것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 그 메시지를 표현하는 영상과 표현 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깊이 있는 올해의 명작이다. 영화적으로는 물론 압도하는 화질과 사운드 그리고 성숙한 3D영화의 교본으로서도 완벽한 블루레이 타이틀이기도 하다. '라이프 오브 파이' 블루레이는 압도적인 화질과 사운드를 즐기기 위해서도 가끔 꺼내보는 타이틀이 되겠지만, 다시 한 번 파이의 이야기를 통해 무언가를 느껴보고 싶을 때도 꺼내보게 될 그런 작품이 될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주의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재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Sigur ros - Valtari Film Experiment (blu-ray review)

짧은 필름으로 담아낸 시규어 로스


처음 이 타이틀이 정식 수입 발매된다고 했을 때 오랜 음악 팬이자 수집가로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라이브나 뮤직비디오 컬렉션 블루레이의 소개도 흔치 않은 시기에, 다른 뮤지션도 아닌 시규어 로스 (Sigur Rós)의 블루레이가, 그것도 라이브 타이틀도 아닌 단편 필름 형식의 영상이 국내에 소개되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반가움이었다.


개인적으로는 2000년대 초기부터 비욕 (Björk)에 흠뻑 빠져 그녀의 다양한 뮤직비디오 DVD 타이틀들을 수집하기 위해 쉽지 않은 해외 주문에 많은 시행착오도 겪는 등 어렵게 좋아하는 뮤지션의 영상물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경험이 있기에, 이번 시규어 로스의 블루레이 정식 수입이 더 남다르게 느껴질 수 밖에는 없었다.






비욕의 이야기를 서두에 꺼낸 것은 단순히 개인적 경험 때문 만은 아니다. 시규어 로스와 비욕은 같은 아이슬랜드 출신의 뮤지션이자 음악적으로도 유사한 점이 많고, 더 나아가 뮤직비디오 측면에서도 일찍이 뮤비를 예술의 단계로 승화시킨 유니크하고 희소성 높은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매번 신비스러운 음악만큼이나 감각적인 뮤직비디오와 아트웍을 선보였던 시규어 로스답게, 2012년 발매한 앨범 'Valtari'의 음악들을 또 다른 새로운 비쥬얼 프로젝트인 'Valtari Film Experiment'로 선보였다. 이 프로젝트는 각기 다른 스타일의 인디 영상 감독, 사진작가, 행위예술가, 설치 예술가, 비쥬얼 아티스트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동일한 제작비를 가지고 자신 만의 색깔을 시규어 로스의 음악에 녹여냈는데, 각 아티스트들과 출연자들 가운데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도 있어 먼저 관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적어도 'Valtari Film Experiment'는 그 이름 값에만 기대고 있는 프로젝트는 아니다.






아무래도 이 타이틀을 처음 받아보고 나면 대부분은 '헤드윅'의 감독이자 배우로 유명한 존 카메론 미첼의 이름을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의 이름들은 잘 모르겠는데.. 하고 시작해도 이 타이틀은 충분하다. 적어도 그렇게 하나씩 보기 시작한 단편들은 시규어 로스의 몽환적인 음악과 더불어 완전히 보고 듣는 이를 빠져들게 만든다.


이 짧은 필름들이 인상적인 데에는 시규어 로스의 음악과 이를 영상으로 표현해 낸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궁합을 들 수 있겠다. 시규어 로스의 음악은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 이전에 관련한 영상이나 이미지를 보지 않았더라도 - 머리 속으로 이미지나 영상을 떠올려 보게 되는 힘을 갖고 있는데, 바로 이러한 내제된 힘을 더 표면적으로 끌어낸 것이 바로 이 단편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만큼 'Valtari Film Experiment'에 수록된 시규어 로스의 음악과 아티스트들의 영상은, 음악이 먼저였는지 영상이 먼저였는지 분간하기 힘들 만큼 완벽에 가까운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엘르 페닝, 샤이아 라보프, 존 호크스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기는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어디까지나 그들 주연의 작품이라기 보다는, 그들이 출연하는 시규어 로스의 단편 필름으로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번에 16편의 단편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느낀 바이지만, 시규어 로스의 음악은 정말 심연을 경험하게 하는 훌륭한 매개체인 듯 하다. 시규어 로스의 음악을 이미 접해본 이들은 아마 그들의 앨범을 통해 이런 심연을 경험해 보았을 텐데, 이를 극대화 시켜주는 영상이 곁들여진 이 프로젝트를 접하게 되면 아마 더 깊은 심연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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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타이틀의 출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아무리 블루레이라 하더라도 화질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었는데, 기존 DVD로 출시되었던 유사한 성격의 타이틀들만 해도 화질이나 음질 측면에서는 아쉬운 적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블루레이로 출시된 'Valtari Film Experiment'는 작품 마다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저절로 '아, 이런 영상미를 제대로 즐기려면 HD 고화질은 더 이상 옵션이 아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연출을 맡은 각 아티스트의 특성에 맞게 영상의 성격도 정해져 있는데, 디테일과 클로즈 업에 상당한 중점을 둔 작품의 경우 화질 측면에서도 블루레이의 장점을 100% 활용하고 있으며, 엘르 페닝과 존 호크스가 출연한 단편 필름 역시 뿌연 듯 하지만 블루레이의 고화질이 아니면 소화하기 힘든 질감을 표현해 낸다.






LPCM 스테레오 사운드 역시 멀티 채널의 필요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공간감을 들려준다. 이 단편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시규어 로스의 음악을 전달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단편 영상이기는 하지만 스테레오 채널의 사운드가 더 적절한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시규어 로스의 음악 자체가 워낙 기존에 설계되어 있는 공간 자체를 무시하고 음악 속의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 내는 성격을 갖고 있기에 멀티 채널로 표현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조금 남는다.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으로는 짧은 메이킹 영상 세 가지가 수록되었으며 자막은 지원되지 않는다.


[총평] 시규어 로스의 음악과 다양한 분야의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이 각각 만들어 낸 단편 필름을 담은 'Valtari Film Experiment'는 단순한 뮤직비디오가 아닌 보는 이로 하여금 예술적 감각을 극도로 예민하게 만들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시규어 로스의 팬들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그렇지 않고 호기심에 접해 본 이들도 그냥 잠시 시간 내어 한 편 정도만 보려고 했다가, 어느 새 5~6편을 훌쩍 넘겨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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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스카이폴 : 블루레이 리뷰 (Skyfall, blu-ray review)
50주년을 맞는 시리즈의 완벽한 대답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를 이전의 본드들 보다 더 좋아하는 이로서, 필자는 그의 세 번째 007 영화 '스카이폴 (Skyfall, 2012)'은 단연 기대 작이었다. 거기다가 샘 멘데스가 연출을 맡고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 본드 역할로 거론되기도 했던 하비에르 바르뎀이 출연, 벤 위쇼와 랄프 파인즈, 알버트 피니까지 출연하는 출연진 역시 한층 기대를 더하게 했다. 이처럼 내가 '스카이폴'을 대하는 방식은 50주년을 맞는 007 시리즈의 팬으로서가 아니라 단순히 감독과 배우들로 인해 거는 기대가 큰 작품, 더 나아가자면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영화로서 기대하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스카이폴'을 처음 보고 든 생각은 제작진이 이토록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 007이라는 브랜드의 매력에 완전히 설득 당했다는 것이었다. 예전 007 영화들을 거의 다 보기는 했지만 특별히 애착을 갖고 찾아보는 시리즈는 아니었는데, '스카이폴'에 가득 담긴 시리즈에 대한 자부심은 관심이 비교적 덜했던 전작들마저 돌아보게 만들었을 정도로, 시리즈의 50주년을 맞는 작품으로서 '스카이폴'은 정말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 본 리뷰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메뉴 화면과 스페셜 피쳐의 자료 사진들은 블루레이에서 직접 켭쳐가 되지 않는 관계로 카메라로 촬영하여 편집하였기에 화질 저하가 있습니다. 이 점 여러분들께 미리 양해 구합니다.)






많은 007 시리즈의 골수 팬들이 마치 제이슨 본처럼 변한 제임스 본드의 모습에 적잖이 불만을 갖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이 같은 액션 스타일의 변화는 스토리의 맥락 상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라 오히려 더 장점으로 느껴졌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처음 007을 연기한 '카지노 로얄'에서 제임스 본드는 처음으로 살인면허를 받고 007 요원으로 활동하게 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여유롭고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본드와는 다르게 거칠고 투박한 모습이 오히려 어울리는 바였다.


그리고 제임스 본드하면 또 하나 떠오르는 이미지인 여성 편력 혹은 카사노바 같은 이미지 역시 '카지노 로얄'과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것이, 이 때의 본드는 베스퍼 린드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녀와의 이별로 인해 큰 상처와 트라우마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두 작품에서 본드가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 이후 제임스 본드가 요원으로서 활동하고 여러 여성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왜 한 번도 깊은 관계로는 발전하지 않는 지가 설명된다는 뜻이다.





아델의 동명 타이틀 곡 'Skyfall'과 함께 시작되는 타이틀 시퀀스는 이번에도 역시 매력적이다. 이번에는 본드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히 인상적인데, 영화 전체를 암시하는 장면들과 현재 본드 혹은 007영화가 처한 상황 모두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감각적인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이런 등등의 이유로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 새롭게 시작한 007시리즈는 단순히 유행하는 본 스타일의 액션이 가미된 본드라던가, 이미 익숙한 본드와는 전혀 다른 투박하기 만한 모습이 아니라, 둘 다 모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변화 혹은 캐릭터였기에, 오히려 그렇다면 진정한 제임스 본드가 된 이후의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새로운 007 시리즈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세 번째 작품 '스카이폴'에서는 이제는 준비를 마친 제임스 본드가 본격적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기대한 것과는 달랐다. 여기서 잊고 있었던 점이라면 바로 이 작품이 007시리즈의 5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었다는 것이었다.






앞선 두 작품과는 다르게 '스카이폴'에서는 이미 노쇠하여 퇴물 취급을 받은 007이 등장한다. 그리고 주 적은 외부가 아닌 내부의 적이나 다름 없는 이를 등장시킨다. 즉, '스카이폴'의 갈등 구조는 세계를 위협하는 범죄 조직이나 악당이 아니라 좁게는 제임스 본드와 M으로 대변되는 MI-6의 위기, 넓게는 바로 스파이 장르로 50주년을 맞은 007 시리즈 자체에 대한 위기에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카이폴'의 또 다른 테마는 부활 (Resurrection) 이다. 이 부활이라는 테마는 꽤 직접적으로 영화 속에서도 언급되는데 (실바 : 넌 취미가 뭐지? 본드 : 부활), 결국 부활은 하되 어떤 모습과 메시지를 갖고 부활하는가가 이 영화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부활을 설파하는 과정에는 앞서 이야기한 위기, 새로운 시대를 맞은 21세기 007 시리즈의 위기를 돌파하고자 하는 영화 자체의 의지가 아주 강하게 담겨 있다.





그 부활의 테마 중 첫 번째로 주목해 볼 것은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부활이다. 제임스 본드의 부활이란 곧 미완성 혹은 결핍의 해소, 완성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유명한 '건 베럴' 장면이 아직도 전면에 등장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은 아직 미완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스카이폴'은 그런 본드의 결핍을 해소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중요시 되는 요소는 역시 가족이라는 테마다. 이전 시리즈에서는 거의 언급된 기억조차 없는, 본드가 고아라는 사실을 '스카이폴'은 여러 번 비중 있게 언급하고 있으며, 주디 덴치가 연기한 M을 Mother로 부르는 것 역시 유난히 두드러진다.






그리고 본드의 과거가 남아있는 곳에서 만난 킨케이드 (알버트 피니)는 마치 그의 아버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며, 본드가 부모의 무덤과 과거가 남아있는 이 저택을 마지막 장소 삼아 실바와 대결을 펼치고 그 장소를 자신의 손으로 부숴버리는 것 역시, 과거라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진정한 부활로 거듭난다는 맥락에서 의미 깊은 장면들이었다. 그리고 007 시리즈의 오랜 조력자인 Q의 새로운 합류와 머니 페니의 등장은, 비로소 모든 것을 극복해 낸 제임스 본드에게 주어진 완벽한 가족과도 같은 존재들일 것이다. 이렇게 본드의 죽음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그 동안 미완성의 불안함을 보여주었던 제임스 본드의 완벽한 부활로 마무리 된다.




상하이 고층 빌딩 위에서 벌어지는 이 놀라운 격투 장면은, 로저 디킨스의 환상적인 촬영으로 완성되었다. 건물 외벽으로 비춰지는 대형 광고 조명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장면은, 2012년 가장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였다.


캐릭터 제임스 본드의 부활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영화였지만, 그 보다 '스카이폴'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이 영화가 너무나도 직접적이고 또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007이라는 브랜드 자체에 대한 자부심과 부활에 대한 의지 때문이었다. 앞서 이 영화가 대면하게 된 위기에는 이른바 한 물 간 시리즈, 시대에 뒤쳐진 냉전의 그림자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한 스파이 물로서의 007 영화에 대한 위기가 있다고 했는데, 샘 멘데스를 대표로 한 '스카이폴'의 제작진은 시리즈의 50주년을 맞아 무엇보다 이 점에 대해 강력하게 말하고자 하는 듯 했다.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스파이들의 활약상이 중심이 되던 007 시리즈는 냉전 시대가 종식되면서 자연스럽게 그 생존의 이유 역시 위협받게 되었다. 이후 북한이라는 새로운 주 적을 등장시키기도 하고 또 다른 위협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지만, 이 007이라는 시리즈가 정확히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의지를 이토록 강하게 표명한 적은 적어도 없었다.






하지만 '스카이폴'은 바로 새 시대를 맞는 007은 어떤 모습이고, 앞으로 007은 어떠할 것인지에 대한 그 어떤 코멘트보다도 강렬한 대답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 글로벌 한 볼거리를 자랑하던 시리즈는, 영화의 주요 배경을 영국 런던, 더 나아가 MI-6의 본부로까지 가져왔다. 이는 곧 문제의 해결 방법을 외부에서 찾거나 외부의 공격, 영향으로 인한 방어기재가 아니라 내부의 문제로 인한 위기, 혹은 스스로가 해결 방법을 찾는 것만이 진정한 위기 해결 방법임을 깨달았다는 이야기다. MI-6의 심장부를 공격 당하고 그 수장인 M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더 강건하고 뚜렷해 진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M의 입을 통해 그리고 본드의 행동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된다.






새롭게 등장하는 젊은 Q는 이야기한다. 예전 같은 신무기는 없다고. 뭐 볼펜 폭탄이라도 주는 줄 알았냐고. 그리고는 본드를 인식하는 권총 한 자루와 위치 추적을 할 수 있는 송신기 하나를 전달한다. 이후 실바 일당과 마지막 일전을 치 룰 때도 마찬가지다. 본드가 실바를 유인하게 위해 선택한 자동차는 다름 아닌 애스턴 마틴 DB5이며, 저택을 기점으로 일전을 준비하는 과정 역시 신무기로 무장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아날로그하고 제한된 상황에서의 전략들(전구 플러그에 못들을 장착해 전원 스위치를 켜면 사방으로 못들이 스파크와 함께 튕겨 나가는 트랩처럼)로 이뤄져 있으며, 무장 헬기와 맞서는 본드의 무기 역시 오래된 사냥용 장총이다.


이는 단순히 이전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가 아니라 '스카이폴'이 영화 내내 담고 있는 강력한 의지를 뒷받침하는 장치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전 권총을 쥐고 사격 연습을 할 때 과녁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던 본드는, 오래된 사냥용 장총을 쥐고는 단 번에 멀리 있는 과녁을 명중한다. 이것 역시 다른 새로운 옷, 새로운 경향에 007 시리즈를 맞춰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007은 나름의 해왔던 익숙한 방식으로 앞으로도 살아남겠다는 또 다른 의지의 표현으로 느껴졌다.





그런 의미에서 실바라는 캐릭터도 다른 악역들과는 다른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역할이었다. 실바는 본드를 잡아온 자신의 거처에서 본드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우간다 선거를 조작하는 것, 또 어떤 무엇을 공격하는 것 등등 여기서 클릭 한 번이면 모두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렇게 하고자 하면 모든 것을 쉽게 이룰 수 있는 실바가 유일하게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M이다. 이는 007 시리즈에 대한 위기와 극복에 대한 질문이자 답으로 볼 수 있는데, 007 영화가 새 시대에 맞게 본 스타일의 액션도 할 수 있고, 또 다른 스타일리쉬한 트랜드에도 맞춰갈 수 있고 앞서갈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그 길은 007 영화가 가야 할 길은 아니라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자문자답 같은 이야기인 것이다.





새 시대를 맞는 007의 대답은 결국 새 시대에도 007 영화는 가장 007 다움을 오히려 더 강조하고 고수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얼핏 오만이나 자만으로 비춰질 수도 있고 혹은 실제로 자만으로 봐도 무방하지만, 나는 이러한 이들의 자신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아니 영화의 자부심에 완전히 사로잡혀 버렸다. 실제로 제이슨 본 스타일의 트랜디한 액션 영화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스카이폴'의 고전적인 방식과 느린 호흡, 드라마 중심의 전개에 많은 실망을 하기도 한 것처럼, 결과적으로 새 시대의 관객들과는 소통하지 못하는 시리즈가 될는지 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 영화의 방식을 무조건 지지하는 바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가 쉬지 않고 관객에게 말하는 듯 했다. 우리는 50주년을 맞은 007 시리즈인데, 우리는 스스로를 증명하는 방법을 멀리서 찾지 않고 스스로에게서 찾았다고. 아니 그보다도 우리는 우리가 만든 이 시리즈에 대해 깊은 자부심을 갖고 있고 앞으로도 그 자부심으로 007 시리즈를 계속 이어갈 거라고 말이다.






영화가 말하고 자는 주장이 너무 직접적이라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지만, 그래서 좀 더 은근한 방법을 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이 영화의 자부심 넘치는 방식은 '스카이폴'은 물론 007 시리즈 전체에 대한 매력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로 강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객에게 간절히 호소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편으론 도도해 보일 정도로 자부심 넘치는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 더 좋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이라는 엔딩 크래딧의 문구를 비로서 깨닫게 되었다. 그 어떤 시리즈도 갖지 못한 역사와 전통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대답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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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쳐가 되지 않아 카메라로 촬영하였습니다. 화질이 저하된 부분에 대해 양해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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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폴' 블루레이 화질은 완벽한 작품만큼이나 만족스럽다. 샘 멘더스의 깊이 있는 연출로 그려낸 무겁고 우울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표현해 내는 색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특히 잿빛 혹은 빛 바랜 브라운 계열의 색깔 같이 잘못하면 힘 없이 표현될 수 있는 색깔들마저도 디테일 덕에 중후한 멋을 내고 있다.







단순히 콘트라스트가 강해서 강렬하게 표현되는 경우가 아니라 각각의 색을 충실히 표현하고 있어서 전체적인 이미지가 강렬하게 느껴지는 경우라 하겠는데, 특히 벽과 바닥, 책상과 수트 등 각각의 질감이 모두 만져질 만큼 뛰어난 표현력을 보여준다. 한 동안 블루레이 화질을 얘기하면서 '매트릭스'의 모피어스 역할을 맡은 로렌스 피쉬번의 피부를 예로 들곤 했는데, 이제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얼굴도 그 좋은 예로 추가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노쇠한 역할로 등장하기 때문에 더욱 거칠고 피로감이 느껴지는 얼굴과 수염이 듬성듬성 정리되지 않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여기서 체감되는 블루레이 화질의 디테일이 놀랍다.







'스카이폴'의 또 다른 매력이라면 이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시리즈를 멋지게 담아낸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의 영상을 빼놓을 수 없을 텐데, 물론 블루레이 화질이라는 것이 단순히 기술적인 포맷의 평가가 있을 수 밖에는 없겠지만 촬영 시 얼마나 조명을 효과적으로 다루었는가가 기본일 수 밖에는 없다는 걸 '스카이폴' 블루레이 화질을 보며 새삼 깨닫게 되었다. '스카이폴'을 유심히 보면 특히 이 빛을 다루는 면에 있어서 상당히 섬세하다는 걸 알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블루레이에서도 각 장면의 광량에 따라 빛의 질감과 영상의 디테일이 잘 살아있었던 것 같다. 바꿔 얘기하자면 블루레이의 화질은 이러한 원본의 노력을 손실 없이 잘 담아내고 있다 하겠다.


실바의 본부 격이라 할 수 있는 섬에서 벌어지는 장면들, 마카오의 붉은 조명 아래 펼쳐지는 장면들, 마지막 어두운 밤에 아스라히 피어 오르는 불빛으로 비춰지는 실내에서의 인물들 표현까지, 레퍼런스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우수한 화질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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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 사운드 역시 레퍼런스 급이다. 본드 영화의 전형적인 빠른 리듬의 액션 시퀀스가 담긴 오프닝에서 이미 다양한 사운드적 체감을 할 수 있는데, 자동차 추격 장면이나 오토바이로 갈아 탄 뒤 좁은 실내를 빠른 속도로 달릴 때, 나아가 기차 위에서 벌이는 액션 장면까지 액션 영화에서 만끽할 수 있는 대부분의 사운드를 만나볼 수 있다. 숨가쁘게 전개되는 데에 있어 다양한 효과음은 물론 토마스 뉴먼의 음악까지 곁들여져 아델의 메인 타이틀곡과 함께하는 타이틀이 시작되기 전까지 쉴 틈을 주지 않고 달린다.






전체적으로 '스카이폴' 블루레이의 사운드는 공간감이 돋보였는데, 특히 타이틀 시퀀스에서는 아델의 풍부한 목소리가 더 풍부하게 느껴지는 공간감을 느낄 수 있었고, 이후 장면들에서도 날카롭기보다는 전체적으로 풍부하고 넓은 영역으로 분포된 사운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후반 부로 가면 헬기가 등장하거나 대규모 폭발과 총격 음이 등장하는데, 우퍼 스피커의 울림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인 스케일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으며, 대규모 폭발 장면에서도 뭉개지는 것 없이 작은 소리들도 귀를 기울이면 들릴 정도로 섬세한 측면도 만족스러웠다.






샘 멘데스의 '스카이폴'은 다른 007 영화에 비해 드라마가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액션이 결코 부족하다고 볼 수는 없는데 특히 007 영화라는 점에서 좀 더 스케일 있는 액션을 의도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는 점에서 화끈한 사운드를 즐길 만한 장면들도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Blu-ray : Special Features


※ 캡쳐가 되지 않아 카메라로 촬영하였습니다. 화질이 저하된 부분에 대해 양해구합니다.


1 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스카이폴' 블루레이는 그리 적지 않은 부가영상을 수록하고 있는데, 특히 두 개의 음성해설이 가장 반갑다. 감독인 샘 멘데스가 참여한 트랙 하나와 제작자 바바라 브로콜리, 마이클 G.윌슨, 프로덕션 디자이너 데니스 가스너가 참여한 트랙 하나 이렇게 총 2개의 음성해설이 수록되었는데, 특히 샘 멘데스의 음성해설은 '스카이폴'을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꼭 한 번 들어봐야 할 알토란 같은 정보들과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본인 스스로도 음성해설에서 어디까지 영화의 비밀 혹은 정보를 공개해도 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예상되었던 이야기들은 물론이고 예상하지 못했거나 50주년을 맞는 007 영화를 연출하면서 특별히 신경을 쓴 점들에 대해 들어볼 수 있다.






'Shooting Bond : 제작과정'에서는 다양한 주제들로 나누어 영화의 제작과정과 캐릭터, 전통, 음악, 로케이션 등의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다. 다른 본드 영화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듯 하다가 전혀 다른 마무리를 보여주는 오프닝 시퀀스와 내놓을 때 마다 화제를 만들어내는 타이틀 시퀀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감독과 다니엘 크레이그, 각본가, 제작자 등의 인터뷰를 통해 시리즈의 50주년을 맞는 작품으로서 '스카이폴'이 갖는 의미와 담으려 했던 메시지 등을 들려주고, 이번 작품에서 특히 중요한 캐릭터인 주디 덴치가 연기한 'M'에 대한 소개와 뒷이야기도 수록되었다.






이 밖에 이번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이자 007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자동차인 애스턴 마틴 DB5와 새롭게 등장한 Q와 머니페니 그리고 본드걸과 악당들에 대한 소개도 각각 나뉘어 수록되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스케일과 분위기를 더 하고 있는 로케이션 촬영지에 대한 소개와 토마스 뉴먼의 영화 음악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드 영화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까지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서 깊은 로열 앨버트홀 에서 열렸던 '007 스카이폴 프리미어' 현장 스케치와 짧은 사운드트랙 홍보 영상 (Soundtrack Promotional Spot)', 그리고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총평] 007 시리즈의 50주년 기념 작이자 다니엘 크레이그의 세 번째 007 영화 '스카이폴'은 샘 멘더스의 손을 통해 007 제임스 본드라는 브랜드가 갖는 의미와 50주년을 맞는 현재 시점의 위치에 대해 깊은 성찰과 고민 그리고 자존심이 느껴졌던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더불어 블루레이의 화질과 사운드는 레퍼런스 급의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어, 이 타이틀을 소장해야 할 이유를 더 확고하게 해주고 있다.


50주년을 맞아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하는 007 시리즈. 다음 작품에서는 드디어 전통의 건 배럴 장면으로 시작하는 007을 다시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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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스페셜 포스
특수부대의 생존 드라마


다이앤 크루거, 디몬 하운수 주연의 프랑스 영화 '스페셜 포스'는 제목에서 특수부대를 다룬 B급 비디오용 액션 영화가 떠오르긴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제법 볼만한 액션영화이자 생존 드라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특수부대 스페셜 포스가 아프카니스탄에서 탈레반에게 납치된 여기자 (다이앤 크루거)를 구출하기 위해 벌이는 특수작전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처음에는 그저 그런 특수부대 중심의 밀리터리 액션 영화일 줄로만 알았는데 영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제법 많은 분량을 도주와 생존이라는 테마에 할애하고 있다. 물론 특수부대와 탈레반, 납치와 구조 그리고 도주와 생존 모두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 모두를 하나의 영화에서 적절히 배치하여 지루할 틈 없이 볼 만한 영화적 짜임새를 보여준다.






'스페셜 포스'의 이야기는 2005년 있었던 실제 프랑스 여기자의 피랍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는데, 감독은 이를 영화화 하면서 특수부대의 활약상에 중심을 두었다기 보다는 위험을 무릎 쓰고 희생을 마다 않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볼 거리는 특수부대가 벌이는 화려한 총격전과 티지키스탄과 히말라야에 이르는 로케이션 촬영으로 얻어낸 멋진 풍광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일단 총격전의 연출이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어 만족감을 준다. 특수부대라는 설정 상의 우위는 충분히 보여주면서도 과도하거나 루즈한 연출 없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어 후반부의 도주와 생존의 드라마까지 바로 이어지는 편이다.






스테판 리보자드 감독은 더 실감나는 장면을 위해 영화의 실제 배경인 중동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을 하려고 했는데, 그로 인해 실제로 납치 등의 위험에서 완전히 안전하지는 않은 모험적인 촬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모험적인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얻어진 영상은 이 영화에, 같은 이야기의 다른 영화에는 없는 장점을 가져왔다. 실제로 많은 장면에서 감독은 이 아름답고 광활하면서도 고립된 느낌을 주는 풍광을 최대한 활용하는 앵글로 담아내고 있어, 더욱 돋보이는 영상미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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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작에 걸 맞는 우수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는데, 밀리터리 액션을 다룬 작품답게 디테일 한 체크 포인트가 많아 화질을 확인해보기에도 용이한 편이다. 티지키스탄과 히말라야 등 올 로케이션 촬영으로 얻은 멋진 풍광은 블루레이의 화질로 먼 곳까지 선명하게 표현되며, 도주가 계속될 수록 점점 피로해지고 고통을 겪는 인물들의 얼굴 역시 우수한 질감으로 잘 표현되고 있다.








먼지와 바람, 그리고 모레에 이르기까지 세밀한 입자로 표현되어야 할 장면들이 많은 관계로 블루레이로 봐야 할 이유는 충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헐리웃 영화가 아니라 프랑스 영화이고 국내에서는 특히 거의 주목 받지 못한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화질과 음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를 첫 번째로 접하는 매체가 블루레이일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첫 번째 감상에 부족하지 않은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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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 사운드는 좀 더 인상적이다. 아무래도 스페셜 포스의 활약상을 다루고 있고, 탈레반과의 추격전이 주된 테마 이다 보니 다양한 총기가 등장하는 총격전을 만나볼 수 있어 귀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초반에는 대형 수송기나 전투기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어 스케일 있는 공간감을 느낄 수 있으며 추후 총격 신에서는 소음기가 장착된 총기서부터 기관총과 권총에 이르기까지, 각 총기마다 다른 격발음과 구경마다 달라지는 타격음을 즐겨보는 것도 또 다른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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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영상은 단촐 하게 수록되었는데 '삭제 장면'과 'Marius'가 그것이다. 'Marius'는 극 중 특수부대원 중 한 명이던 마리우스 역할을 맡은 알랭 알리본에 대한 이야기인데, 왜 다른 인물도 아닌 그의 이름을 딴 영상이 수록되었는가 하니, 그가 배우가 아니라 실제 외인부대에서 신병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관이기 때문이다. 그는 극중에서도 자신의 본업 그대로 신병을 교육시키는 장면을 연기하기도 했는데, 실제 그의 인터뷰와 교육 과정을 통해 스페셜 포스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훈련과정을 거치게 되는 지를 알려준다.






삭제 장면은 적지 않는 분량이 수록되었는데, 아쉬운 점이라면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지 않고 영어 자막만이 지원된다는 점이다.





[총평] 다이앤 크루거 주연의 '스페셜 포스'는 제목과 포스터에서 오는 미지근한 기대감에 비하자면, 제법 볼 만한 밀리터리 액션 영화이자 구출과 생존의 드라마를 다룬 작품이었다. 소수인원의 스페셜 포스가 힘겨운 구조 작전 중에 펼치는 다양한 기술과 전략을 보는 쏠쏠한 재미는 물론, 중동 올 로케로 담아낸 광활한 풍광이라는 또 다른 볼거리도 제공한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주의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재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트리 오브 라이프 : 블루레이

영화의 완성도에 걸맞는 소장가치 높은 블루레이



정말 꼭 내가 참여해서가 아니라 이번 열번 째 DP시리즈인 테렌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 블루레이는 정말로 기대하고 기다린 타이틀이었다. 영화 자체도 그 해의 영화 중 한 편으로 꼽았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는데, 그에 걸맞는 완성도로 출시된 블루레이가 일단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제작 초기 단계부터 소식을 듣고 조금씩 참여했던 터라 더 기다림이 길게 느껴졌는데, 드디어 이렇게 내 손에 쥐게 되니 감격 ㅠ





이번 '트리 오브 라이프' 블루레이에 대한 전반적인 자세한 리뷰는 기존 DP에 올린 리뷰로 확인 가능하니, 오늘은 패키지 사진과 콜릭터스 가이드북에만 좀 더 집중을.







사실 예전 DVD시절에도 'Collector's' 뭐시기 라는 타이틀을 단 것들이 여럿 있었는데, LLM에서 제작하는 Collector's Guide Book이야 말로 그 이름에 전혀 손색이 없는 완성도의 책자라 할 수 있겠다. 진짜 이 소장 가치 높은 책자에 내 글이 수록될 수 있어서 얼마나 영광인지 모른다.





가장 첫 번째는 영화 '말아톤'을 연출한 정윤철 감독의 글 '영화의 신성을 믿는 선지자이자 단 한 명의 교황'이 수록되었다.





그 다음에 내가 쓴 '경이로운 우주의 가운데 나를 느끼다'가 수록되었다. 디지털의 시대에 이렇게 인쇄물로 내가 쓴 글을 보는 것은 묘한 감동마저 느껴진다. 그 밖에 내가 가끔 질투를 느끼곤 하는 홍준호 님의 글을 비롯해 다양한 주제와 성격의 글들이 수록되어 영화를 보는 것 만큼이나 흥미로운 읽을 거리를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건 영화에 대해 쓴 세 사람의 주제나 성격이 다 달라 각각의 시선을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과, 음악이나 효과 등 기술적 측면에 대한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어 오프라인 스페셜 피쳐를 만나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 밖에 브래드 피트, 제시카 차스테인, 숀 펜 등 출연 배우들의 간단한 소개와 이미지컷,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DP회원들이 보내준 각자의 또 다른 '트리 오브 라이프'가 담긴 사진들도 수록되어 DP10 타이틀 만의 소장가치를 더하고 있다.





지난 홍상수 감독의 작품 '북촌방향'과 '옥희의 영화' 블루레이와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에 이어 네 번째로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에 글이 실리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뿌듯하고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애정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길, 그리고 계속되더라도 그 애정이 식지 않기를 스스로 바래본다.


다음 제 글이 실릴 작품은 '러브 레터'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그리고 아직 공개할 수 없는 ** 입니다.



1,2. 홍상수 감독 작품 '북촌방향' '옥희의 영화' (http://www.realfolkblues.co.kr/1647)

3. 이윤기 감독 작품 '멋진 하루' (http://www.realfolkblues.co.kr/1705)

4. 테렌스 맬릭 감독 작품 '트리 오브 라이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공모자들 (블루레이 리뷰)
사회 문제로부터 시작된 범죄 스릴러


지난 해 개봉한 신인 김홍선 감독의 작품 '공모자들'은 그 동안 코미디 연기로 널리 알려져 있던 임창정의 진지한 연기와 불법 장기 밀매라는 사회적 문제와 제법 고어한 수위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09년 중국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던 한 신혼부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 졌는데, 여행 중 아내가 사라져 두 달 뒤 장기가 모두 적출된 채 발견되어 큰 충격을 주었던 사건이었다. 영화 '공모자들'은 바로 이 사건에서,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이 사건을 보고 느꼈던 분노에서 시작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신인 김홍선 감독은 이 분노를 범죄, 스릴러 장르로 풀어냈다.






일단 '공모자들'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한국영화 특유의 난데 없는 개그 시퀀스를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이었다. 몇몇 이름 있는 감독의 작품을 제외하면 한국영화에서는 (특히 초반에) 극의 내러티브나 캐릭터의 설정과는 전혀 무관한 개그 시퀀스가 등장해 후반부에 갑자기 진지해지는 분위기가 더 적응 안되도록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영화는 적어도 그런 낭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겠다. 특히 이 작품은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고어보다도 그 사건 자체가 갖고 있는 공포감이 더 중요한 작품이기에, 이렇듯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는 영화에 전체적으로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 다음 단락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들도 없지 않았다. 일단 임창정의 진지한 연기는 크게 어색할 것이 없었으나 어색한 부산 사투리는 전반적으로 진지한 분위기를 방해하는 요소였으며, 후반 부의 내러티브는 너무 갑작스럽다는 측면이 없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녹아 들기 보다는 애초 감독이 작품을 만들고자 했던 그 '분노'만이 과하게 느껴지는 측면이 더 강한 편이다. '공모자들'의 방식과 비슷한 형태의 영화라면 '와일드 씽'을 들 수 있을 텐데, 주제 면에서는 '공모자들'이 갖고 있는 사회성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영화적 재미나 내러티브 측면에서 반전의 묘미를 만끽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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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G-4 AVC 포맷의 블루레이 화질은 깜짝 놀랄 정도로 좋다. 솔직히 이야기해서 화질을 그렇게 기대하고 있던 작품은 아니었다는 점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될 정도로, 최근 본 화질 가운데 손꼽을 만한 수준급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공모자들'은 레드원보다 한 단계 윗급인 알렉사(Alexa) 카메라로 촬영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역시 그 영상이 어디 가지 않더라.







'공모자들'을 더 범죄 스릴러답게 만드는 것은 이야기보다도 최상급의 화질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필름 라이크 하면서도 날카롭고 표현력 높은 화질은 영화의 시리도록 차가운 현실과 분위기를 충분히 표현해 낸다. 특히 오달수가 등장하는 장면은 거의 모든 장면이 화질 중요 체크 포인트라고 해도 좋을 텐데, 그의 얼굴에 거칠게 자란 수염의 디테일을 확인해 보는 것도 (일부러 확인하려 하지 않아도 절로 확인하게 될 정도의 화질) 좋을 것이다. 식당에서의 아무렇지 않은 장면에서도 화질의 우수함을 느낄 수 있었던 건, 오달수가 입고 있는 화려한 무늬의 셔츠 때문이었는데 일부러 보려 하지 않아도 보인다는 게 이 타이틀의 장점이라 하겠다.







어두운 밤 부둣가에 걸터앉아 정박해 있는 배들의 약한 불빛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장면에서도 블루레이의 우수한 표현력을 확인할 수 있으며, 클로즈업 장면이야 더 말할 것도 없겠다. 중국 로케이션과 사우나 세트 제작 등 영상미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 작품인데, 블루레이 화질의 놀라운 디테일이 이런 영화의 숨겨진 보물들을 빛나게 한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공모자들' 블루레이의 주인공을 꼽으라면 누가 뭐래도 화질, 화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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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도 최신작다운 퀄리티를 들려준다. 초반 수록된 사운드의 우퍼가 조금 강한 듯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극의 긴장감을 배가 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전반부가 차근차근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면, 후반부에는 자동차 액션을 비롯하여 좀 더 다이내믹한 사운드를 만나볼 수 있는데, 특별히 인상적인 사운드 메이킹까지는 아니지만 (여기에는 워낙 좋은 화질로 인한 상대 평가가 있다) 특별히 부족한 점도 없는 평균 이상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 가운데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음성해설인데, 김홍선 감독, 최다니엘, 조윤희, 조달환, 정지윤이 참여하고 있다. 주연을 맡은 임창정은 뮤지컬 공연 관계로, 오달수 역시 공연 준비로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감독과 배우들이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유쾌하게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공모자들 제작과정'에서는 촬영장의 소소한 일상들과 감독, 배우들의 인터뷰가 수록되었는데, 일단 제작과정 영상이 HD화질로 수록되었다는 점에 대한 반가움을 말하고 싶다. 한국영화 블루레이를 볼 때 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이 부가영상들이 전부 4:3 비율의 SD화질로 수록되는 경우가 많아 본편을 보며 느꼈던 블루레이의 장점을 상당부분 잃어버리게 된다는 점이었는데, '공모자들'의 제작과정은 시원한 HD화질로 만나볼 수 있어 드디어 화질 측면에서 제대로 된 블루레이 부가영상을 만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제작과정 외에도 제작보고회와 언론시사회 영상도 수록되어 있는데, 이것 역시 HD화질로 수록되어 있어 조금 놀라기까지(?) 했다.





그리고 '미공개 엔딩'도 수록이 되었는데, 실제 엔딩과의 만족도 비교는 둘째 치더라도 만약 이 미공개 엔딩이 수록되었더라면 극중 임창정과 조윤희의 감정선을 연결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었을 한 가지 아이템은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팝칼럼니스트 김태훈의 진행으로 감독과 임창정, 최다니엘, 오달수가 참여한 제작보고회 현장 스케치와 여배우들까지 모두 참여한 기자시사회 현장까지 짧은 영상이지만 HD화질로 만나볼 수 있다. 이 밖에 예고편과 TV 스팟이 수록되었다.


[총평] 신인 김홍선 감독의 '공모자들'은 범죄 스릴러로서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지만, 감독이 가졌던 문제의식과 차기 작의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기대해볼 만한 작품이었다. 웃음기 없는 임창정을 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며, 무엇보다 2013년이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이지만, 올해를 마무리하며 최고 수준의 화질을 논할 때 반드시 언급해야 될 정도로 우수한 화질과 HD 화질로 제공되는 부가영상은, 분명 한국영화 블루레이 타이틀의 수준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 퀄리티라 할 수 있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주의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재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경이로운 우주의 가운데 나를 느끼다 - <트리 오브 라이프> 블루레이


테렌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를 처음 보았을 때의 충격은 그 어떤 스릴러 영화의 반전 못지 않았다. 아니, 반전 영화들에서 얻는 충격과는 차원이 다른, 말로 표현하기 힘든 충격이었다. 압도 당한다는 느낌을 보는 내내 받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는데, 그 압도됨은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황홀한 이미지들의 향연과 신(God)과 관계 된 거대한 담론 때문 만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우주의 탄생과 생명의 탄생 그리고 진화, 인간의 삶과 죽음이라는 거대한 담론에 주눅들어 버리거나 할말을 잃어 압도되었다고만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그 경이로운 우주의 가운데 (여기서 우주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천문학적 우주 뿐만 아니라 무한한 시간과 만물, 끝없는 공간 등 존재하는 모든 것의 총체를 가리킨다) 바로 나 자신이 느껴졌기 때문에 보는 내내 압도 당할 수 밖에는 없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더 명확히 이야기하자면 '트리 오브 라이프'는 우주의 탄생, 생명의 진화, 인간의 삶과 죽음 등 범우주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 '체험'하는 영화라는 얘기다.





블루레이 발매로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이 총 세 번째 감상이었는데, 이전 두 번의 감상에서 놓쳤던 부분들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 놓친 부분들은 이전에 발견하지 못했다기 보다, 놓쳤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뒤늦게 인정하게 된 경우라고 해야겠다. 처음 이 영화를 보고 썼던 글의 제목도 '경이로운 우주 가운데 나를 느끼다' 였는데, 이번 역시 같은 제목이지만 그 감상의 주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첫 감상에서 느꼈던 경이로운 우주는 그 자체로 놀라운 것이었다.


아무런 대사 없이 이미지로만 표현되는 우주의 탄생과 생명의 탄생, 진화는 놀라우리만큼 완벽한 내러티브가 존재했으며 얼핏 보면 긴 시간인 듯 하지만, 따지고 보면 굉장히 함축적인 방식의 전개였다. 그리하여 인물들의 이야기로 시작해, 우주의 탄생을 거쳐 지구가 탄생되고 그 뒤 공룡이 등장해도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전개였는데, 그 가운데 내가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큰 아들 '잭'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한 가족의 이야기가 시작되면서였다. 





앞서 신과 우주의 이야기를 펼쳐놓은 영화는 본격적으로 소우주라 할 수 있는 인간의 삶을 비춘다. 한 가족의 이야기를 보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새로울 것 없는 갈등 구조와 시간에 흐름에 따른 보편적인 서사구조를 갖고 있었음에도, 치명적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이다. 이 가족의 이야기는 사실상 잭의 시점에서 진행이 되는데, 잭이 커가면서 부모와의 관계, 형제들 사이에서의 관계, 세상을 받아들이는 과정 그리고 자아의 갈등을 겪게 되는 과정들이, 한 수 한 수 놀라운 디테일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와중에도 영화가 전반적으로 갖고 있는 메시지의 기반에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놀라웠다.


잭의 시점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과 심리적 변화 들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매우 익숙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보편적이지만 미묘한 시간들을 '트리 오브 라이프'는 완벽한 줄기로 그려내고 있다. 앞선 시퀀스에서는 형용하기 힘든 경이로움을 느꼈다면, 이 시퀀스에서는 공감이라는 이름의 경이로움과 인생의 무게 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잭'의 이야기가 놀라운 또 다른 이유는 그 속에서 너무 쉽게 '나'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이처럼 디테일 한 묘사를 했음에도 반대로 가장 보편성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그리고 '잭'의 이야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영화와 나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완전히 솔직하도록 만드는 압도적인 힘이 있었는데, 이 에너지가 '잭'의 이야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이전에 영화가 들려주었던 거대한 우주의 이야기로부터 말미암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내러티브 측면에서 그러했다는 뜻이 아니라, 보는 나 스스로는 느끼지 못했지만 이미 신과 우주,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부터 나의 경계는 무너져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놀라운 체험의 영화다. 이 작품은 평소 삶에서는 미처 체험할 수 없었던, 또 안다고 해도 절대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있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었던 수 많은 간극들을 영화적 체험을 통해 조금이나마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다시 말해 '트리 오브 라이프'의 메시지는 인간이란 존재와 이를 둘러싼 우주와 자연의 섭리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간극이 '있다'라고 마무리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간극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우리의 삶과 이를 둘러싼 모든 것들 간에는 유한한 거리로 설명되지 않는 '무한의 것'이 있다 (여기서 '있다'라는 단어의 의미는 앞선 '있다'와는 다르다)라는 것이다.


‘시공간적 크기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것들에 비하자면 한 가족의 삶과 고통은 얼마나 보잘것없이 작은 것인가’ 라는 근거로 ‘신(절대자)을 이해할 수 없음에 그저 순응하는 것이 섭리이다’ 라는 결론이 아니라, 한 인간, 한 소년의 삶의 깊이와 고통 역시 헤아릴 수 없는 다른 의미의 우주라는 위로와 경이로움을 전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앞서 한 인간의 삶을 '소우주'라고 표현한 것은 잘못된 표현이라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어쩌면 가장 직접적인 메시지였으나 다른 담론에 가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주제 역시 확인할 수 있었는데, 바로 자녀 혹은 가족을 잃은 남겨진 이들에 대한 사려 깊은 위로가 그것이었다. 사실 누군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에게 신의 섭리를 논하는 것 자체가 와 닿기 쉽지 않은데, '트리 오브 라이프'는 그 섭리에 대해 순응하라는 무력함 혹은 복종의 메시지가 아니라, 기원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 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그 섭리를 진정성 있게 담아내고 있기에 허울뿐 인 위로가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소중한 이를 잃은 이에게, 더 나아가 목숨과도 바꿀 수 있을 내 아이를 잃어버린 이에게 진실된 위로를 전하려면, 이 정도의 진정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얼마쯤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 아마 그 때쯤이면 지금의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더 솔직해진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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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 시각적 언어로 쓰여진 영화를 빛내는 궁극의 화질


테렌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는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곧 내러티브로 연결되는, 즉 영상미가 그 어떤 작품보다 중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테렌스 맬릭은 그의 그 어떤 전작들보다도 시각적인 측면에 큰 공을 들였으며, 인위적인 것들을 최대한 배제했던 전작들과는 달리 부분적으로나마 컴퓨터 그래픽을 도입하기도 했다.(물론 이 영화의 시각효과 대부분은 더글러스 트럼블이 가세한 아날로그 기법이 대부분이다) 그 만큼 이 작품에서 시각적인 부분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으며, 바로 그 중요함을 놓치지 않도록 블루레이의 화질은 가히 역대급이라 할 수 있을만큼 최고 수준이다. <다크 나이트> 블루레이의 IMAX 시퀀스 화질이 두시간 내내 이어지는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칠드런 오브 맨’의 촬영 감독으로 유명한 엠마뉴엘 루베즈키는 ‘트리 오브 라이프’의 많은 장면을 IMAX 레디의 65mm 필름을 사용했으며, IMAX 카메라, 파나비전 65 하이레졸루션, 레드원, 팬텀 HD 등 최고의 화질을 보장하는 장비들로 촬영하였다. 감독의 의도나 촬영에 사용된 장비들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트리 오브 라이프’는 자칫 철학적인 영화로만 비춰질 수 있지만 시각적인 영상미가 바로 그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도구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하다.


블루레이의 화질은 바로 이러한 영화의 영상미를 전달하기에 최적의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다. 극장에서 볼 때 영상미 자체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면, 블루레이 감상 시에는 여기에 화질의 우수함이 주는 놀라움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블루레이의 화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항상 하드웨어 적인 퀄리티와 그 퀄리티를 체감할 수 있는 영화적 요소, 이 두 가지를 들곤 하는데 ‘트리 오브 라이프’ BD는 바로 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만족시키는 타이틀이다. 화질의 하드웨어 적 퀄리티야 근래 발매된 타이틀 가운데 최고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으니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이런 레퍼런스급 화질을 체감할 만한 다양한 구성과 성격의 영상이 담겨 있기 때문에 체감하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좋다고 느껴지는 화질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수치적으로도 음성파일을 제외한 영상파일의 용량만 35기가에 달하며 평균 전송 비트레이트 또한 36.8Mbps에 달하는 등 한마디로 '슈퍼비트'급이다.

음향 - 압도하는 스코어가 인상적인 사운드





위 문구는 블루레이로 영화를 최초 재생 시 본편 영상에 앞서 나타나는 안내 문구로, 화질과 더불어 음향 또한 '트리 오브 라이프'라는 영화에게 있어 기능적인 면에서나 미학적인 측면에서나 대단히 중요함을 실감케 한다. 특히 앞선 시각적 측면과 마찬가지로 테렌스 맬릭은 이 영화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내 음악이 존재하기를 원했을 정도로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영화 음악은 주제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글은 소책자에 실리는 김세윤 작가의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칼럼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극장에서 관람했을 때에도 우주의 기원을 다룬 경이로운 시각적 체험을 더 강렬하게 표현하는 클래식 곡과 영화 음악에 압도되었었는데, 48kHz/24Bit 고사양의 DTS-HD MA 7.1 사운드는 그 압도적인 감흥을 손실 없이 안방으로 가져왔다.





스코어가 들려주는 웅장함 못지 않게 텍사스를 배경으로 한 가정의 이야기를 그릴 때에는, 아주 미세한 생활 소음과 새소리, 바람에 부딪히는 나뭇잎, 풀잎들의 디테일한 사운드까지 7.1채널의 풀 서라운드 음장을 통해 놓치지 않고 들려준다.




전반적으로 스코어의 비중이 높은 작품이기는 하지만, 한 편으로는 전혀 스코어 없이 자연의 소리들로만 채워져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또 다른 의미의 스코어로 활용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이와 같은 블루레이 사운드의 디테일 함은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더 풍부하게 전달해 준다.


스페셜 피처 #1 : 메이킹 다큐멘터리 - Exploring The Tree Of Life


‘트리 오브 라이프’ 블루레이의 유일한 아쉬운 점이라면 부가영상의 수록 양이 많지 않다는 점일 텐데, 국내 타이틀뿐만 아니라 북미에서 출시된 타이틀 역시 동일한 구성이므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필요는 없겠다. 더군다나 디스크를 BD-ROM에서 읽어보면 본편 데이터만으로 41기가를 채우고 나머지 용량을 5기가의 메이킹 다큐멘터리 외 기타 예고편 및 BD메이킹 크레딧으로 꽉꽉 눌러담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본편을 최고 화질과 음질로 수록하는 것에 전력을 다한 타이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분야의 스필버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로렌트 보제로'가 연출을 맡은 훌륭한 메이킹 다큐멘터리 'EXPLORING THE TREE OF LIFE'(1080p, 29:56초)에서는 이 작품에 참여한 제작자, 배우는 물론 테렌스 맬릭을 존경하는 크리스토퍼 놀란과 데이빗 핀처의 인터뷰 등을 통해 ‘트리 오브 라이프’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테렌스 맬릭의 작품관에 대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테렌스 맬릭의 작품을 처음 보고 감탄과 더불어 커다란 매력을 느꼈던 크리스토퍼 놀란과 데이빗 핀처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맬릭의 영화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관객들에게 그를 더 알고 싶어지도록 만드는 매개체가 된다. 또한 이 작품을 기점으로 최근 헐리우드에서 가장 주목 받는 여배우로 성장하고 있는 제시카 차스테인의 인터뷰와 그녀의 오디션 장면도 만나볼 수 있으며, 브래드 피트는 본래 제작자로만 참여할 예정이었다가 본래 출연 예정이었던 남자 배우가 출연이 어렵게 되면서 후에야 출연이 확정되었다는 사실도 전해 들을 수 있다.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배역이라면 세 명의 성인 배우들 보다, 세 명의 아역 연기자라고 할 수 을 텐데, 이 아이들의 오디션 영상과 영화 개봉 이후 다시 촬영장에서 만난 아이들이 당시를 추억하며 나누는 이야기도 수록되었다. 테렌스 맬릭은 더 자연스러운 장면을 위해 아이들에게는 거의 대본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 들도록 유도하거나, 촬영 중간 아이들끼리 장난 치는 순간을 몰래 촬영에 영화에 담기도 했다는 후일담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영화 속 우주의 기원을 다룬 장면들의 비밀에 대해서도 전해 들을 수 있었는데, 단순히 컴퓨터 그래픽만으로 이뤄진 장면들이 아니라 감독의 지인이자 천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던 더글러스 트럼블의 작업으로 화학 약품이나 페인트 등을 이용한 다양한 실험과 회전판, 조명, 고속 촬영 등의 기법의 변화를 통해 발견하고 만들어 낸 장면이라는 흥미로운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30분에 달하는 이 메이킹 다큐멘터리에는 정작 감독인 테렌스 맬릭은 은둔자적인 성격으로 유명한 그답게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매릭의 영화 세계와 그의 연출력에 더 큰 관심과 매력을 느끼게 되는 다큐멘터리다.


메이킹 다큐멘터리 외에 HD 화질의 오리지널 극장용 예고편과 더불어 '가족애'를 강조한 한국 시장에서의 마케팅 포인트를 엿볼 수 있는 한국용 예고편(SD), 그리고 라이프랩스미디어의 차기작이자 역시 기대되는 작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작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블루레이 예고편(HD)이 추가로 수록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디피 컬렉션 만을 위한 것으로 DP010 ‘트리 오브 라이프’ 블루레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DP회원분들의 크레딧을 수록한 영상을 이스터 에그(찾기는 정말 쉽다)를 통해 만나볼 수 있는데, 미리 공지가 된 것처럼 DP회원이자 일렉트로닉 밴드 W&Jas의 멤버 한재원님 (DP닉네임 W)이 작곡한 음악 'In The Flow'와 함께 수록이 되어 더욱 뜻 깊다.






실제로 이런 크레딧을 끝까지 감상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영화 속 장면들과 함께 작품의 컨셉 및 분위기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한재원 님의 편안하고 감각적이며 독창적인 개성의 음악까지 곁들여져, 말 그대로 5분여의 메이킹 크레딧을 기분 좋게 ‘감상’할 수 있었다.


스페셜 피처 #2 - 컬렉터스 가이드북


지난 ‘멋진 하루’ 블루레이를 통해 76페이지에 달하는 컬렉터스 가이드북으로 또 다른 형태의 스페셜 피쳐를 제공했던 LIFE LABS MEDIA는, 이번 ‘트리 오브 라이프’ 블루레이에도 영화를 더 재미있고 풍요롭게 하는 다양한 읽을 거리와 볼거리를 수록한 소책자를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아직 가이드북이 완성되기 전이라 실물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대략적으로 어떤 내용들이 수록될 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이 작품과 관련해 영화감독 정윤철 님(‘말아톤’, ‘좋지 아니한가’의 그가 맞다!)과 DP 영화게시판 및 재개봉관 게시판을 통해 통찰력 있고 깊이 있는 영화 글을 써오고 있는 홍준호 님, 그리고 아쉬타카까지 총 세 명의 각기 다른 시각으로 다가간 ‘트리 오브 라이프’에 대한 리뷰글이 수록되었다.

여기에 촬영, 미술, 시각효과, 음악 감독 등 이 영화의 각 스태프들에 대한 칼럼들이 추가되었는데, 특히 현 방송작가이자 전 FILM2.0 기자 출신의 인기 작가 김세윤 님이 작성한 음악감독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에 관한 칼럼은 이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한 이로서도 특히 기대가 되는 글이니,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또한 영화 현장의 고화질 스틸컷 갤러리가 약 10페이지 분량으로 수록되었고, DP블루레이 게시판을 통해 응모를 받았던 이 작품과 어울리는 순간을 담은 DP회원들의 사진들을 담은 코너 'Moment in Life'(아래 사진 참고)도 수록될 예정이라고 하니 LIFE LABS MEDIA의 전작 ‘멋진 하루’보다 도 더 기대되는 소책자라고 할 수 있겠다.




사족을 달자면 본 리뷰에서 소제목을 굳이 '부가영상'이 아닌 '스페셜 피처', 즉 '부록'의 의미로서 두 섹션으로 나눈 까닭은 바로 '컬렉터스 가이드북'의 제공 때문이다. 이 책은 마치 디스크 용량 부족으로 인해 미처 블루레이에 못담아냈을지도 모를 영화의 후일담을 정성스레 기획된 양질의 글들을 통해 또 다른 형태의 '스페셜 피처'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 리뷰의 스페셜 피처 평점은 디스크에 수록된 부가영상뿐만 아니라 '컬렉터스 가이드북'을 종합하여 매긴 것이다.


더불어 어느새 열번째라는 이정표에 도달한 의미 깊은 디피 컬렉션인 DP010 <트리 오브 라이프> 역시 전 세계 어느 판본에서도 제공하지 않는 충실한 컨텐츠의 가이드북을 제공함으로써, 다시 한 번 '세계 최고의 판본'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결코 과장이 아니게 된 셈이다.

총평 : 작품-AV퀄리티 모두 최고점의 소장용 타이틀





먼저 그 해 가장 뛰어난 작품이자 보면 볼수록 그 이해의 깊이가 깊어지는 테렌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를 DP시리즈를 통해 국내에서도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게 되어서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영화를 표현하는 데에 어쩌면 필수라고 할 수 있는 화질과 사운드에 주저 없이 최고 점수를 줄 수 있는 퀄리티로 발매된 블루레이 타이틀에, 다행을 넘어서 이 작품의 팬으로서 적지 않은 감동을 받기도 했다.





만약 아직 ‘트리 오브 라이프’를 만나지 못한 영화 팬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이 영화를, 그리고 DP시리즈로 출시된 이 블루레이를 추천하고 싶다. 혹자에겐 그저 지루한 영화일지 모르지만 이 영화의 매력에 빠진 이들에게 ‘트리 오브 라이프’는 분명히 두고두고 볼 작품이다. 그런 측면에서 소장가치 높은 이 블루레이 타이틀 만한 건 없을 것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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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제플린 - Celebration Day 리뷰 (Led-Zeppelin Celebration Day, Blu-ray)
진짜 전설의 살아있는 라이브!


록 팬들에게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사상 최대의 헤비메탈 밴드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의 블루레이 타이틀이 출시되었다. 이렇게만 소개하면 그냥 레드 제플린 관련한 타이틀이 하나 나왔나 보다 할 수 있을 텐데, 이 타이틀은 '그냥' 타이틀이 아닌 '라이브' 타이틀이며 놀랍게도 2007년 있었던 레드 제플린의 역사적인 재결합 공연 실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 많은 록, 메탈 밴드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준 전설의 밴드 레드 제플린은 1980년 드러머 존 본햄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인해 해체하여 많은 록 팬들의 아쉬움을 남겼었는데, 2007년에 있었던 이 공연은 단순히 재결합 공연 수준이 아니라 해체 이후 1988년 아틀란틱 레코드 창립 40주년 기념 행사 한 차례 공연한 이후, 거의 20년 만에 갖은 또 한 번의 역사적 재결합 공연이었다. 이 공연 실황을 담은 'Celebration Day'는 해외에서 극장 상영을 하기도 했었는데, 국내에서 개봉은 아쉽게 하지 못했지만 이제라도 뒤늦게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게 된 것 만으로도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공연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88년 이후 거의 20년 만인 2007년 12월 10일, 아틀란틱 레코드의 창시자 아흐멕 어테건을 추모하기 위해 열렸는데, 2만석이 넘는 런던 O2아레나를 그야말로 광란의 Rock and Roll 현장으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는 또 한 번의 역사적 공연이었다.


이 공연의 가치는 당시 공연 티켓 2장이 8만 3천 파운드, 우리 돈 1억 5천 600만원에 낙찰된 사례만 봐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록 팬들이라면 누구나 이 엄청난 가격에 놀라기 보다는, 오히려 레드 제플린의 라이브를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것에 더 큰 감동과 희열을 느꼈을 정도로, 레드 제플린의 이 재결합 공연은 그 자체로 엄청난 화제였다.






공연에는 본 멤버인 로버트 플랜트와 지미 페이지, 존 폴 존스가 그대로 참여하고 있으며, 먼저 세상을 떠난 드럼 존 본햄의 빈자리는 그의 아들 제이슨 본햄이 채우고 있다. 록 팬들이라면 방금 언급한 이들의 이름이 얼마나 대단한 이름인지를 더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 텐데, 공연 당시인 2007년 기준으로 결성 40주년이 된 이들의 연주와 보컬은 그야말로 명불허전! 왜 이들이 레드 제플린인지 새삼 증명해 낸다.


정말 보고도 잘 믿기지 않는 재결합 공연 자체의 놀라움이 조금 진정되고 나면, 레드 제플린의 진짜 라이브를 조금씩 실감하게 되는데, 에너지도 에너지지만 주름진 얼굴로 열창하는 로버트 플랜트의 얼굴이나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흠뻑 땀에 젖어 연주하는 지미 페이지를 보면, 전성기 때의 레드 제플린을 보며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감동에 젖고 만다. 예전 롤링 스톤즈의 라이브 필름 '샤인 어 라이트'에 등장한 키스 리처드를 보면서도 느꼈던 바이지만, 남자 나이 60이 넘어서도 여전히 멋지고 섹시할 수 있는 직업 중 하나가 바로 기타리스트라는 사실을 지미 페이지를 보며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진짜 멋있다는 말이 절로 터져 나오는 연주였다.






이번 라이브에는 정말 다시 보기 힘든 공연답게 레드 제플린의 주옥 같은 히트곡들을 16곡이나 가득 만나볼 수 있다. 'Good times bad times' 'Black dog' 'Since I've been loving you' 'Stairway to heaven' 'Whole lotta love' 'Rock and roll'까지. 레드 제플린의 팬이라면 공연 내내 잠시도 한 눈을 팔 수 없을 정도로 쉴 새 없이 에너지 넘치는 연주와 노래가 계속된다.


이 역사적인 라이브는 워너뮤직의 오랜 설득 끝에 실황 앨범으로 드디어 만나볼 수 있게 되었는데, 이렇게라도 이 역사적 공연을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 그래서 소장할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모르겠다. 이번 실황 앨범 'Celebration Day'는 CD, DVD, 블루레이, LP의 포맷으로 각각 발매되었는데, 다른 건 몰라도 영상 포맷은 블루레이를 적극 추천한다. 블루레이로 즐겨야 할 이유가 명백한 공연이기 때문이다.


Blu-ray : Menu





Blu-ray : Video & Audio Quality


라이브 타이틀의 경우 종종 그 공연 자체가 갖는 가치가 아쉬운 화질이나 음질 때문에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2CD+1BD+1DVD로 출시된 이번 타이틀은 화질과 음질 모두에서 공연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해 준다.


화질의 경우 MPEG-4 AVC 포맷의 1080i 화질을 수록하고 있는데, 1080i 화질임에도 크게 아쉬움을 못 느꼈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화질을 보여준다. 특히 공연 타이틀들이 화질 측면에서 디테일 한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Celebration Day' 블루레이의 화질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편이다.



▽ 원본사이즈로 보려면 클릭하세요






DTS-HD MA 5.1과 LPCM 2.0 채널을 수록한 사운드 역시 최신 공연 타이틀다운 소리를 들려주는데, 현장감과 공간감 측면에서는 조금은 아쉬움이 느껴지지만, 라이브 연주를 전달하는 측면에서는 좀 더 효과적인 감상을 제공한다. 확실히 영상 위주의 타이틀 보다는 실황 음반으로서도 충실한 타이틀이다 보니 일반적인 라이브 타이틀에는 없는 듣는 재미를 좀 더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보너스로 수록된 DVD에는 2007년 12월 6일 Shepperton 스튜디오에서 있었던 리허설 풀 영상을 수록하고 있는데, 비교적 멀리서 촬영되었고 하나의 앵글로 고정된 터라 커다란 메리트가 있는 영상은 아니지만 레드 제플린의 오랜 팬이라면 그들의 리허설을 잠깐 엿보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 공연과 동일한 러닝 타임인 1시간 56분이나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흥미거리가 될 수도 있겠다.




[총평] 요즘은 여기저기서 정말 '전설'이라는 단어가 너무도 쉽게 사용되고는 하는데, 레드 제플린이야 말로 진짜 전설이 아닐까 싶다. 그 진짜 전설이 펼치는 이 역사적 공연을 다양한 포맷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에 한 사람의 음악 팬으로서 반가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록 음악의 팬이거나 음악 애호가라면 꼭 하나 소장해야 할 타이틀이 여기 추가되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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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감 넘치는 사운드의 COLPLAY LIVE 2012!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펼칠 수 있는 규모를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슈퍼 밴드 '콜드플레이 (Coldplay)'의 라이브 타이틀이 오랜 만에 출시되었다. 이번 라이브는 2집과 3집 사이에 나왔던 2003년의 라이브 타이틀 이후 무려 9년 만에 발매된 라이브 타이틀로서, 콜드플레이의 팬들에게는 정말로 오랜 시간 고대했던 라이브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콜드플레이는 더 이상 부가 설명이 필요 없는 영국의 대표 밴드로서 이제는 더 이상 오아시스 (Oasis), 라디오헤드 (Radiohead), 트레비스 (Travis)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히스토리를 읊지 않아도 될 만큼, 독립적으로 자신 만의 색깔과 스케일을 만들어 낸 슈퍼 밴드다. 이번 라이브 타이틀 'Coldplay Live 2012'가 더 기대되는 것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현재 이 정도 규모의 공연을 펼칠 수 있는 그리 많지 않은 팀 중 하나이기 때문인데, 그 만큼 눈과 귀를 만족시켜주는 공연 실황이었다.






이번 공연 타이틀은 2011년 6월부터 진행 중인 'Mylo Xyloto World Tour'의 실황으로 아델의 로열 앨버트 홀 실황 앨범을 감독하기도 했던 폴 더그데일이 연출을 맡은 라이브 타이틀이다. 즉, 단순히 공연 실황 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 멤버들의 인터뷰나 백스테이지의 모습 등을 수록하여 전체적으로 하나의 공연 타이틀로서 더 가치가 있도록 만들어진 일종의 콘서트 영화라는 얘기다. 공연 실황은 주로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 스타디움 (Paris's Stade de France)에서의 공연 실황이 수록되었으며, 캐나다 몬트리올 벨 센터 (Montreal's Bell Centre)'와 글래스톤베리 (Glastonbury)', 그리고 2011 피라미드 스테이지 헤드라이너 공연 실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공연 실황은 콜드플레이 하면 연상되는 다채롭고 컬러풀 한 이미지의 향연이 한층 부각된 것을 알 수 있는데, 관객 모두에게 LED 팔찌를 나누어줘 그 화려함을 더했으며, 특수 제조된 불꽃과 레이저 효과 등을 통해 음악의 다채로움을 시각적으로도 최대한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새삼스러운 부분일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이번 공연은 관객과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한 공연이었는데, 만약 아직까지 콜드플레이의 음악을 음반으로만 접했던 이들이 있다면 반드시 라이브 실황을 보라고 얘기하고 싶을 정도로, 음반으로 느꼈던 콜드플레이의 음악이 라이브를 함께한 관객들로 인해 비로서 완성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몇몇 곡은 라이브를 듣고 나면 음반에 속한 오리지널 버전이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





이번 라이브에서는 콜드플레이의 팬들은 물론 그들의 팬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히트곡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Yellow' 'In My Place' 'The Scientist' 'Viva La Vida'의 다이내믹함은 물론 'Fix You'의 감동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또한 특별 게스트 리한나 (Rihanna)와의 콜라보레이션 무대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번 국내 출시된 타이틀은 CD+DVD 합본 형태로 발매되었는데, 꼭 먼저 DVD를 보고 나서 나중에 라이브 CD를 들어보길 권한다. 그 만큼 이번 콜드플레이 라이브 2012는 그들의 팬들이 아닌 이들도 팬들로 만들 만큼 매력적인 공연을 들려주고, 보여준다.


DVD : Menu






DVD : Video & Audio Quality


이번 콜드플레이 라이브 2012 타이틀은 CD+DVD 패키지로 발매되었는데, DVD의 경우 1시간 35분의 콘서트 필름으로 채워져 있다. 블루레이가 나온 마당에 DVD의 화질 평가가 큰 의미가 없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공연 타이틀임을 감안하더라도 DVD의 화질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 편이다.

전체적으로 DVD 화질치고 감상에는 전혀 불편이 없는 편이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번 공연이 워낙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감을 만나볼 수 있는 공연이라 좀 더 상대적인 아쉬움이 드는 편이다 (참고로 이번 공연 타이틀은 블루레이로도 소량 수입되어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DTS 5.1채널의 사운드는 공연 타이틀로서의 충분한 만족감을 준다. 스타디움 공연에 어울리는 스케일 있는 사운드 표현과 선명한 드럼 비트, 그리고 무엇보다 관중들의 현장감 넘치는 사운드를 실감나게 수록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실황 타이틀들이 잘 못 살리는 것 중에 하나가 음악과 관중 소리의 밸런스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관중들의 사운드가 무엇보다 중요한 공연인 만큼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이 균형점을 잘 맞추고 있다. 차세대 사운드에 적응된 귀임에도 오랜만에 DTS 5.1 사운드의 훌륭함을 체험할 수 있었던 흔치 않은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부가 영상


부가 영상으로는 본 편에는 수록되지 않은 'Don't Let It Break Your Heart', 'The Scientist' 두 곡과 포토 갤러리가 수록되었다.





[총평] 라디오헤드도 온 마당에 이제 콜드플레이의 내한공연을 기대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을 넘어서서 타당한(?)것이 아닌가 싶기까지 한데, 바로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줄 타이틀이 바로 이 라이브 타이틀이 아닐까 싶다.

9년 만에 발매된 라이브 타이틀답게 콜드플레이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들의 모든 히트곡들과 매력을 흠뻑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장감 넘치는 사운드는 이 타이틀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참 고 - DVD 수록곡 (1시간 35분)

01. Live 2012 - Menu Loops

02. Opening Credits (Us Against the World)

03. Mylo Xyloto

04. Hurts Like Heaven

05. In My Place

06. Intermission 1

07. Major Minus

08. Yellow

09. Intermission 2

10. Violet Hill

11. God Put a Smile Upon Your Face

12. Princess of China

13. Intermission 3

14. Up in Flames

15. Viva La Vida

16. Intermission 4

17. Charlie Brown

18. Paradise

19. Us Against the World

20. Clocks

21. Intermission 5

22. Fix You

23. Every Teardrop Is a Waterfall

24. End Credits (Up With the Birds)

25. The Scientist

26. Don't Let It Break Your Heart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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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삼부작의 마무리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삼부작이 '다크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2012)'를 마지막으로 드디어 완결되었다. 처음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보았을 때는 본래 계획에 없던 세 번째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했었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은 본인의 입으로 직접 처음 배트맨 시리즈를 맡았을 때 '시작 – 중간 – 끝'의 삼부작을 계획했다고 말했던 만큼,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분명히 '종결'의 의미를 가득 담은 성격의 작품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삼부작을 통해 배트맨이라는 코믹스의 영웅을 완벽한 스크린의 영웅으로 다시금 일으켜 낸 것은 물론, 무엇보다 현실의 영웅으로 만들어낸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지난 몇 년간 영화 팬들에게 새로운 배트맨의 이야기를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즐거움과 떨림을 선사한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에서 아쉬움과 동시에 블루레이의 출시를 고대하게 만들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배트맨 (크리스찬 베일)이 하비 덴트를 영웅으로 만들고 스스로 고담의 악당이 되 버린 채 떠나버린 그 이후, 하비 덴트 법을 통해 더이상 배트맨이 필요 없어진 고담시를 배경으로 한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첫 번째 배트맨의 부재를 묘사하는데 그리 긴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하지만 몇몇 대사들과 상황 묘사를 통해 지난 수년간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이 어떤 시간을 보내왔고, 고담시는 어떤 시간을 보내왔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는 영화 인트로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베인 (톰 하디)이라는 캐릭터를 지체하지 않고 고담으로 끌어 들인다.





베인. 베인은 어쩔 수 없이 전편 '다크나이트'의 조커와 비교 대상이 될 수 밖에는 없는 운명을 타고 난 캐릭터였는데,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중반까지 베인이라는 캐릭터는 충분히 조커와 비견될 수 있을 만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캐릭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라이즈'가 '다크나이트'와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베인이라는 캐릭터를 영화의 메시지와 결부시킨 정도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후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라이즈'는 '다크나이트'와 사실상 비교대상이 되기 어려운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작품은 메시지가 핵심이라기 보다는 그간 쌓아왔던 캐릭터, 감정, 이야기들을 마무리하는 것에 목적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베인이 중반까지 보여준 메시지의 힘이 마스크를 쓴 인상적인 외모나 특유의 발성이나 압도하는 근육질의 몸매보다도 더 강렬하게 다가왔었기에, 베인이라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이야기를 '다크나이트' 조커의 경우처럼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한 것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었다.


베인이 던진 혁명의 메시지




조커가 '혼란 (Chaos)'을 통해 메시지를 던진 경우였다면 베인은 좀 더 계획과 의지를 갖고 있었던 '혁명가'였다고 할 수 있을 텐데, 베인이 고담에 던진 이 혁명의 메시지는 '그냥 내가 도시를 지배하겠다'와는 달리, '고담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라는 것이었기에 여러 가지로 깊이 있는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담론이었다. 특히 증권거래소를 공격하고 그 과정 속에서 부자들의 돈 놀이를 비판하는 대사들이나, 이후 월가에서 벌어지는 혁명군과(사실 이때는 이미 혁명군으로 불리기에는 그 의미가 퇴색된 이후였지만) 경찰들과의 대규모 전투 씬 들을 보며, 지난해 미국 내 가장 큰 사회문제였던 1:99의 월가 시위와 연결 지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베인이 처음 고담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 이것과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었다. 마치 매트릭스 속을 사는 것이 더 편한 사람들처럼,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이 좋은 결과를 내던 나쁜 결과를 내든 상관없이 누군가 혹은 자본이나 세력에게 지배 당하는 것에 불만 조차 갖고 있지 않은 시민들에게, '본래 네 것이었던 것을 이제 온전히 네게 돌려주마' 라고, '너희가 99%인데 왜 1%에게 지배 당하는 것에 대해 부당함을 이야기조차 하지 않느냐!'라고 외부적인 쇼크를 베인이 던진 것이다.





만약 베인이 던진 이 혁명과 질문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했더라면 전작 '다크나이트'에서 조커가 그랬던 것처럼 이 깨우침 (혹은 혼란)을 시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다크나이트'에서 두 유람선의 실험이 그랬던 것처럼)에 따라 더 큰 담론을 이끌어 낼 수 있었을 텐데, 꺼내어 놓은 주제에 비해 사실상 답을 하지 못하고 지나친 것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만약 이 혁명을 영화에 주된 테마로 가져와 이를 두고 배트맨과 베인이 벌이는 극렬한 신념의 대립을 메인 테마로 가져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아마도 계속 남을 듯 하다. 이렇게 소모되기에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베인이라는 캐릭터의 비중은 너무도 컸고 매력적이었기에 더욱 말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렇게 커다란 대립을 메인 테마로 가져왔더라면 아마 이 작품에서도 완결을 짓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팬으로서는 그러기를 바랬는지도…)





로빈 이상의 로빈


베인이라는 캐릭터의 담론을 어느 정도 끌어 올린 시점에서 영화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중요한 캐릭터 중 하나인 블레이크 (조셉 고든 래빗)의 이야기를 꺼낸다. 사실상 블레이크라는 캐릭터가 맨 마지막에 밝혀지는 '로빈' 이라는 풀 네임 때문에 단순히 '로빈'으로만 해석되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 블레이크가 지니는 가치는 단순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배트맨 & 로빈' 이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로빈이 아니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한 편으론 마지막에 등장한 이 조크와도 같은 풀 네임에 대한 언급을 아예 하지 않았더라도 좋았을 뻔 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블레이크의 존재는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이 자신의 자리를 대신 할 빛의 사도로서 믿고 선택했었던 하비 덴트와의 연장선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이라는 존재가 더 이상 필요 없는 고담을 꿈꿨던 브루스 웨인은 결과적으로 타락해버린 하비 덴트의 실패를 통해 수 년간 은둔하고 고담을 떠나다시피 했을 만큼 (레이첼에 대한 이유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배트맨이라는 존재를 내려놓을 수 있었던 기회를 - 배트맨은 고담에 있어 필요악에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에 - 놓쳐버린 것에 대한 실망과 자책이 더 컸을 것이다) 타격을 받게 되는데, 그런 그에게 스스로 접근해 와 다시금 희망의 가능성을 갖도록 한 것이 바로 블레이크이기 때문이다.





이미 하비 덴트에게 자연스러운 이양을 하려다 실패했던 배트맨은 다시 한 번 블레이크를 통해 이러한 가능성을 갖게 되자, 조심스럽지만 상당히 직설적인 화법으로 블레이크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동시에 더 확실한 메시지를 심으려 한다. 이미 블레이크가 브루스 웨인 = 배트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기도 했는데, 배트맨은 브루스 웨인일 때도 배트맨일 때도 블레이크에게 지속적으로 고담시의 수호자로서 겪어야 하는 일들, 해야만 하는 일들 또한 감수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진심을 담아 이야기한다. 이미 레이첼을 잃는 경험을 했던 브루스로서는 아직 신념만으로 뭉쳐 열정적으로 달려드는 블레이크에게 '혼자 활동하려면 마스크를 써'라고 이야기하고 그것이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임을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이라는 것이 고아라는 것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임을 알려준다.





배트맨이 블레이크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 이 정도면 정말 친절한 거라고 할 수 있다 - 거듭 설명해주는 건 다시 말하지만 하비 덴트에 대한 아픈 상처와 자책감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에서 블레이크는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진실을 왜곡한 고든 (게리 올드만)을 강하게 질책할 정도로 정의와 신념으로 똘똘 뭉친 열혈청년 인데, 사실 이런 정의로움이나 신념으로만 따지자면 '다크나이트'의 하비 덴트 역시 결코 뒤쳐진다고 볼 수는 없는 캐릭터였다. 그렇기에 이미 하비 덴트의 실패를 겪었던 배트맨은 이 신념만을 믿기보다는 (I Believe in Harvey Dent) 좀 더 구체적인 방법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블레이크를 대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영화 속 블레이크 (새로운 고담시의 수호자)의 이야기가 로빈 혹은 또 다른 수호자의 '비긴즈'에 수록되지 않고 배트맨 삼부작의 마지막에 위치한 이유일 것이다.


신념 그리고 믿음




비록 전편에서 실패를 겪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신념에 관한 이야기다. 앞서 이야기한 블레이크의 이야기가 그렇고 (알다시피 배트맨의 성격상 자신이 피곤하다고 해서 그냥 고담시를 적당한 사람에게 맡기고 방관할 수 있는 양반이 아니다), 셀리나 카일 (앤 해서웨이)의 이야기가 그러하며 알프레드 (마이클 케인)의 이야기가 그러하다.


극중 캣 우먼으로 등장하는 (극중에서 실제로 고양이와 관련하여 그녀를 표현한 대사는 처음 웨인 저택에서 만났을 당시의 언급 밖에는 없다) 셀리나 카일과 배트맨의 관계를 보자면 결국 배트맨의 입장에서는 전혀 믿을 만한 위치와 관계에 있지 않은 셀리나를 마지막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길 정도로 믿게 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러닝 타임상의 이유도 있었겠지만 배트맨과 캣우먼 사이에 다른 요소를 가미하지 않은 것은 이 믿음이라는 테마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결국 배트맨의 믿음은 셀리나 스스로도 믿지 못했던 결과를 이끌어내지 않았던가.





사실 시리즈 내내 배트맨이 아닌 브루스 웨인을 믿어왔던 알프레드였기에 어쩌면 가장 필요할 때 떠나버린 그의 존재가 더 안타깝기만 했다. '비긴즈'와 '다크나이트'를 함께 했던 이들이라면 누구도 알프레드의 진심을 의심하지는 않을 텐데,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알프레드가 끝까지 지키지 못한 믿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항상 자신보다도 더 자신을 믿어주었던 알프레드에 대한 브루스의 보답에 관한 이야기하고 해야 할 것이다.


즉, 삼부작을 마무리하는 작품으로서 '라이즈 (Rises)'라는 제목처럼 배트맨으로서나 브루스 웨인으로서나 완전히 일어서는 모습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자신을 항상 믿음으로 돌봐주던 알프레드에 대한 완벽한 보답으로, 그 알프레드가 믿음을 저버렸을 때 다른 방식이 아닌 바로 그 믿음으로 답하는 브루스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감시하는 자는 누가 감시하는가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삼부작의 주요 테마 중 하나인 신념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또 다른 테마인 자경단에 관한 이야기 역시 풀어낸다. 자경단에 대해 이야기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주제인 '감시하는 자는 누가 감시하는가'라는 담론을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는, '결국 이 거대한 권력을 쥔 자가 타락하거나 혹은 한꺼번에 힘(권력)을 빼앗겼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는 어떠한가?'라는 화두로 가져와 후자의 경우를 일으키고 있는데, 그 가운데 역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었다면 배트맨의 모든 기술과 무기를 만들어내던 응용과학부서를 베인이 통째로 갖게 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가장 큰 위험으로 작용한 신 에너지의 핵폭탄화 역시 이 같은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영화 초반 만약 악당들이 이 힘을 얻게 될 경우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데, 그럴 경우를 대비해 침수해 폐기하도록 되어 있다는 장치를 설명하지만, 이것 또한 힘을 가진 자의 자만이었다는 것을 영화는 그대로 보여준다.





'다크나이트'에서도 그랬지만 (마지막 조커의 위치를 찾기 위해 고담 시민 전체의 휴대폰을 감청하는 반인권 방식을 택했지만, 조커라는 위험을 제거하고 나서는 이 시스템 자체를 폐기시킨 것)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주제를 묘사하는 데에 있어 확실히 어느 한 편에 서기보다는 양날의 경우를 모두 인정하는 입장을 취한다고 볼 수 있을 텐데,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의 특수성으로 인해 완벽한 중립에서기 보다는 좀 더 필요악으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편에 더 기울어 있지 않나 싶다.


앞서 이야기했던 '다크나이트'의 휴대폰 감청 시스템도 그렇고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도 결국 배트맨이 필요 없어진 고담시를 만든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배트맨 아니 또 다른 어둠의 기사를 키워낸 것으로 마무리 된 것에서 엿볼 수 있듯이 놀란의 영화는 물론,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와 텍스트 자체가 바로 이 완전하지 않은 것 때문에 가장 흥미롭고 여러 가지 다른 담론이 가능하지 않나 싶다.


인정




시리즈의 첫 작품 '배트맨 비긴즈'의 주요 테마는 '두려움' 그리고 '극복'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는 이와는 어쩌면 전혀 상반되는 주제를 담고 있다. 바로 두려움의 극복이 아닌 '인정' 이다. 브루스 웨인은 부모를 잃은 상처와 그로 인한 복수, 그리고 어린 시절 동굴에 떨어져 겪었던 두려움과 박쥐 등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면서 진정한 배트맨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러한 극복의 테마는 고담을 어지럽히는 악당들을 모두 자신의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으로도 표현되는데, 이러한 갈등은 조커와 하비 덴트의 일을 겪은 뒤에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그저 보지 않으려 한 것 뿐). 하비 덴트 법이 무너지고 베인이라는 고담의 커다란 재앙이 다가오자 브루스는 다시 한 번 '고담에는 배트맨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생각으로 고담시에 나타나 베인과의 대결을 펼치게 되는데, 베인에게 부러지고 난 뒤 감옥에 떨어지게 된 브루스 웨인은 여기서 극복이 아닌 두려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깨우침을 얻게 된다.





즉, 두려움을 완전히 극복해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감옥을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떨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인정 함으로서 표면적인 감옥에서는 물론 오랫동안 브루스 웨인을 짓누르고 있던 마음의 감옥에서 탈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배트맨 비긴즈'에 등장했던 토마스 웨인의 '떨어지면 다시 올라오면 돼'라는 대사는 역시나 의미심장하게 쓰이고 있다. 일어나라 (Rises)라는 죄수들의 외침과 함께 말이다.


이제 두려움을 인정하고 강박에서 자유로워진 배트맨은 혼자 다 해결할 수는 없음을 인정하고 셀리나에게 믿음으로서 역할을 부여하고, 배트맨으로서 산화하는 것이 아니라 브루스 웨인으로서 살아 남는 것을 택하였으며, 자신의 자리를 다른 이에게 물려주는 것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다시 생각해보자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삼부작'은 브루스 웨인이라는 인물이 트라우마를 겪고 또 싸우고 결국에는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이야기를 그렸다고도 볼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다시 생각해보아도 액션 블록버스터 장르로 상업영화의 범주 내에서, 특히나 전 세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작품에서 감독 자신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철학을 이 정도로 과감하고 자신감 있게 표현해낸 것이야 말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가장 큰 업적이 아닐까 싶다.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으로 그러하였듯, 워쇼스키 형제가 '매트릭스'를 통해 그러했듯, 크리스토퍼 놀란은 자신 만의 비전으로 전 세계 누구나 아는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자신의 영화 이전과 이후로 구분 짓게 만드는 놀라운 일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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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 라이즈' 블루레이의 화질은 아이맥스로 촬영된 장면과 그렇지 않은 장면 간의 편차는 분명히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우수한 화질이며, 전작 '다크나이트' 보다 향상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아이맥스로 촬영된 장면들의 화질은 그야말로 레퍼런스급 최상의 화질을 보여주는데, 아웃 포커싱이 많은 장면에서도 뒤 편의 배경들이 뭉개지지 않으며, 날카로운 외곽선으로 베일의 스킨 헤드 피부질감은 물론, 배트맨 슈트 소재의 질감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베인이 나오는 장면은 대부분이 화질 측면에서 만족스러운 경우가 많았는데, 어느 장면을 캡쳐해도 대부분이 화질 소개 란에 어울릴 만한 퀄리티의 장면들을 선사하고 있었다.







놀란의 배트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 중 하나가 아이맥스로 가득 담아낸 고담시의 풍경을 들 수 있을 텐데, 블루레이로 다시 보는 이 아이맥스 시퀀스는 정말로 눈이 정화되는 느낌이었고, 아이맥스 극장에서 느꼈던 스케일의 감동을 블루레이의 디테일로서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었다.






다만, 아이맥스로 촬영되지 않은 35mm 필름으로 촬영한 장면들의 화질은 아쉬움이 많은 편이다. 워낙 좋은 아이맥스 장면들과 연결되어 있다보니 체감적으로 덜 좋아 보일 수 밖에는 없는 현상도 발생한다. 일반 촬영 장면의 경우 날카로움이 이나 색감의 표현, 전체적인 디테일 측면에서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편인데, 크리스토퍼 놀란의 기존 작품들의 화질과 워너타이틀의 기존 타이틀을 떠올려본다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수준의 화질이라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아이맥스 시퀀스가 주는 화질의 감동이 어느 정도 상쇄 시켜준다 고도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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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의 경우, 시리즈의 마지막으로서 작품이 담고 있는 무게와 스케일을 안방으로 그대로 전달한다. 특히 한스 짐머가 고안한 베인의 테마 (사람들의 목소리로 만들어진 부분)의 울림은 우퍼 스피커를 통해 강렬하게 전달되며, 다양한 폭발이나 붕괴의 사운드 역시 최신 타이틀로서 부족함이 없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굉장히 현실성 있게 만들어진 영화답게 사운드 측면에서도 실제의 현실감 넘치는 사운드들로 가득 채워졌는데, 촬영도 그렇지만 사운드 측면에서도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것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발생하는 소리를 기반으로 나머지를 채워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다양한 폭발 장면은 수 천명이 동원된 월가 격투 장면이나, 동굴 감옥 (The Pit) 장면의 소리들 역시 스케일과 디테일을 모두 만족시키는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다.






사운드를 얘기하면서 베인을 빼놓을 수는 없을 텐데, 베인이 첫 등장하는 장면에서 그 독특한 목소리와 특유의 울림은 극장에서도 대단했었는데, 블루레이로서도 그 대단한 첫 만남을 만끽할 수 있다. 베인의 목소리는 무언가 다른 공명으로 전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블루레이 사운드 체크시 절대 빼놓지 말아야 할 요소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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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어떻게 가능했는가를 보여주는 부가영상


본격적인 부가영상은 2번째 디스크에 수록이 되었는데, 추후 내년 말에 해외에서 발매 예정이라는 UCE 타이틀의 한국어 자막 수록여부나 국내 정식 발매의 불투명성과 굳이 저울질 하지 않더라도, 질적인 측면과 양적인 측면 모두를 만족시키는 부가영상이 가득 수록되어 만족스럽다. 쇼핑몰 정보 등에 표현된 부가영상의 큰 카테고리만 보고 별다른 내용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큰 오산이다.






첫 번째로 살펴볼 'The Batmobile'에서는 제목처럼 배트맨 시리즈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배트모빌의 관한 내용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겨있는데, 처음에는 그냥 서브 피쳐 정도로 생각했으나 1시간에 가까운 러닝 타임에 걸맞게 독립적으로 충분히 훌륭한 작품인 동시에, 배트모빌을 중심으로 배트맨의 역사를 정리해보는 흥미로운 내용이 수록되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얘기들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이전의 팀 버튼이나 조엘 슈마허의 배트맨 영화에 등장한 배트모빌들 역시 상당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동원된 작품이라는 점과 실제 구동 가능한 차체였다는 점이었다. 팀 버튼 영화의 배트모빌의 경우 페라리의 실제 부품 등과 전투기의 부속품들까지 접목시켜 완성시켰고, 슈마허의 작품에 등장한 화려한 디자인의 배트모빌의 경우, 처음에는 에이리언 시리즈로 더 유명한 H.R.기거에게 디자인을 의뢰했고 실제로 기거가 제작한 배트모빌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는 그의 버전이 쓰이지 못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기거 스타일에 기초하여 배트모빌이 디자인 되었고 자동차라기 보다는 하나의 동물과도 같은 형태의 버전으로 완성되었다.






또한 영화와 코믹스가 시대를 거듭해 오면서 서로 얼마나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왔는가를 알 수 있는데, 영화에 등장한 배트모빌이 코믹스에도 적용되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도 아이디어에 착안해 디자인 되는 등의 관계를 맺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모빌인 텀블러의 경우, 완전히 새로운 배트모빌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가장 흥미로운 점은 제작 방식이었다.


보통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스케치나 컨셉화를 시작으로 제작되는 것과는 달리, 놀란과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점토나 부품 등을 가지고 덕지덕지 만든 모형을 기반으로 스케치 등이 없이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텀블러는 기획 단계에서 진짜 과학과 현실적 이론에 근거해 최고의 효율을 만들 수 있는 배트모빌을 만들어보자는 것에서 시작한 것 답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가능한 동시에 부서지지 않는 차라는, 정말 괴물 같은 디자인과 성능을 실제로 보여주는 배트모빌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짧은 다큐멘터리는 단순히 배트모빌의 역사를 소개하는 정도가 아니라, 배트모빌을 통해 배트맨 시리즈의 연대기를 살펴보는 동시에, 배트모빌을 만들어 온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었던 의미 깊은 영상이었다.


'Behind The Scenes : Ending the Knight'에서는 본격적인 제작 과정에 대한 영상들이 수록되었는데, 'Production' 'Characters' 그리고 'Reflections'의 대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으며 그 안에도 작은 메뉴들로 세부 구성되어 있다.






프로덕션에 담긴 부가영상들을 보며 알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사실은, 크리스토퍼 놀란은 가능하면 다 실제로 촬영하고자 했다는 점이고, 관객이 느끼기에 저런 것까지 과연 실제로 찍었을까 하는 것까지도 거의 대부분 실제 촬영을 하거나, 실제 촬영한 것을 기반으로 CG작업을 했다는 점이었다.


영화의 첫 시퀀스인 공중 납치 장면 역시 실제로 촬영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운데, 영화 속 장면처럼 실제로 고공에서 스턴트 연기를 통해 촬영되었다. 제작 측면에서는 엄청난 비용과 공수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었지만 결론적으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이 고집은, 영화 초반 관객들로 하여금 압도당하도록 하는 동시에 긴장감을 단숨에 최고로 끌어올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겠다.






배트맨의 본부라 할 수 있는 배트 케이브와 베인의 거점이라 할 수 있는 지하 시설의 경우도 모두 실제 크기의 세트로 제작이 되었는데, 배트 케이브가 자연에 가까운 디자인이라면 베인의 거점의 경우는 산업 현장의 느낌이 나도록 하여 상반된 이미지를 주고자 했다. 두 세트 모두 워낙 거대하다 보니 (베인의 지하 공간의 경우 무려 높이가 30미터가 넘는 세트로 제작되었다), 스텝들 조차 세트라기 보다는 로케이션 촬영을 하는 듯한 느낌마저 받았다고 한다.






배트맨의 새로운 탈 것인 'The Bat'의 경우도 실제로 나는 것까지는 실현하지 못했지만 실제 크기로 제작한 기체를 대형 크레인과 엄청난 길이의 케이블로 연결하여 실제 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또한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소리가 아니라 현실적인 더 배트의 사운드를 만들기 위한 사운드 디자이너들의 작업 과정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극 중 중요한 지점 중 하나인 배트맨과 베인의 1:1 격투 시퀀스에 대한 내용도 수록되었는데, 베인의 야만적인 면과 처음으로 육체적인 결투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 배트맨의 대결 장면은 그 자체로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 장면 역시 두 배우가 대역 없이 실제로 감정을 실어 연기했기에 더 큰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감정과 액션 디자인이 상당히 복잡한 장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텝들 스스로도 만족할 만큼 임팩트 있는 시퀀스였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예고편에 등장하여 더 기대를 모으게 했던 풋볼 경기장 파괴 시퀀스에 대한 뒷 얘기도 들을 수 있었는데, 실제 피치버그의 미식축구 장에서 촬영되었고, 실제로 파괴시키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의 분위기로만 보자면 충분히 파괴시킬 수 있는 논란 감독이기에..) 역시나 만 명이 넘는 엑스트라를 동원, CG를 쓰더라도 인위적인 느낌을 최소화 하려고 한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장면을 더욱 실감나게 하기 위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하인즈 워드 선수를 비롯해 실제 선수나 선수 출신 들이 출연을 하였으며, 실제 피치버그 시장도 선수로 까메오 출연하는 등 피치버그의 협조가 적극적인 장면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극 중에서 블레이크가 차를 타고 갈 때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의 경우, 영화 속에서는 잠시 스쳐간 장면이었는데 이 장면을 위해서도 수 많은 기술과 비용이 투여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점을 보면 한 편으론 그냥 CG로 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관객도 거의 눈치채지 못할 듯 하고)하는 생각과 걱정이 들 정도인데, 관객이 거의 인지하지 못하는 길지 않은 장면이라도 더 실감나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절대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에서 현실감이란 곧 주제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비상하라' 라는 뜻의 방언을 외치는 것으로 시작된 베인의 테마가 한스 짐머를 통해 어떻게 음악으로 승화되는지의 과정도 'The Chant'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처음 사람의 목소리가 들어간 음악을 만들고자 했던 것도 한스 짐머였는데, 베인의 캐릭터를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불안함을 조장하는 불협화음을 전반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The War On Wall Street'에서는 월스트리트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액션 장면을 소개하고 있는데, 지금은 헐리웃에서 사라진 지 오래인 '수 천명의 출연자'라는 얘기를 다시금 꺼내게 만들었던, 수 천명이 동원된 액션 장면의 촬영장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액션 장면의 스케일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가 바로 수 천명의 엑스트라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고집을 부려 이 장면을 완성시켰는데, 결과적으로 그로 인해 연기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그가 본래 보여주고자 했던 '수 천명이 싸운다'라는 스케일을 표현하는 데에는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대규모 액션 시퀀스의 경우, 시리즈를 마무리 하는 작품답게 전작들의 규모와 재미 요소를 모두 업그레이드 시키고자 시한폭탄과 추격전이라는 고전적인 구성을 꺼내 들었는데, 여러 가지 변형된 형태의 텀블러를 제작해야 했기 때문에 이것 역시 만만치 않은 장면이었다는 것을 (어마어마한 비용이 소요되었다는 것을) 또 확인할 수 있었다.






'캐릭터'에서는 브루스 웨인과 베인 그리고 캣우먼으로 나누어 각각의 짧지 않은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는데, 가장 먼저 브루스 웨인의 경우 단순히 '다크나이트 라이즈' 속 그에 대한 설명 뿐 아니라 삼부작을 거쳐 진행되는 그의 여정을 소개하고 있다. 놀란의 배트맨 3부작이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중요한 점 중 하나는,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 수트를 입지 않았을 때도 관객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점 일텐데, 그런 측면에서 이 부가영상은 배트맨으로서 보다 브루스 웨인으로서 표현되는 작품 속 캐릭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준다. 브루스 웨인의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이 작품은 자연스럽게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배트맨 비긴즈의 DNA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을 텐데, 한스 짐머의 음악 역시 비긴즈를 기반으로 발전시켰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부가영상은 결국 영화를 이끄는 건 이야기, 이야기를 이끄는 건 캐릭터라는 놀란의 가치관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번 시리즈의 악당을 선정 하는 데에 가장 큰 조건은 육체적으로 배트맨을 압도할 수 있는 캐릭터여야 한다는 점이었는데, 그런 측면에서 자연스럽게 베인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만화 속에 등장한 베인의 모습은 허황되고 과장된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영화 만의 베인을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 필요하기도 했다.


군대 출신의 용병 느낌이 나도록 기본적인 의상이 설정되었고, 거기에 타락한 혁명가의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장교느낌과 프랑스 혁명 당시를 엿볼 수 있는 의상 요소를 추가해, 각 장면 별로 컨셉에 맞게 적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베인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마스크는 역시 오랜 제작과정을 거쳤는데, 거미나 고릴라 같은 동물적인 느낌이 강한 것에 더해, 공업적인 느낌까지 더해진 영화 속 마스크가 완성될 수 있었다. 그리고 톰 하디가 베인 특유의 목소리와 억양을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요소들을 참고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처음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에 캣우먼이 등장한다고 했을 때 모두들 우려 반 기대 반이었는데, 왜냐하면 캣우먼이라는 캐릭터가 현실적인 면을 강조한 놀란의 영화에도 과연 어울릴까 하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놀란과 앤 해서웨이가 만들어낸 캣우먼은 가면을 쓰고 수트를 입고 있어도 별로 판타지스럽지 않으면서도 우스꽝스럽지도 않은 현실감을 갖은 캐릭터로 완성되었다. 이런 양 측면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 고안된 의상이나 가면 등 캣우먼 캐릭터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가 담겨있다. 또한 다른 연기자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장면을 대역 없이 실제 액션 연기를 펼친 앤 해서웨이에 대한 스텝들의 칭찬도 들을 수 있다.






마지막 'Reflections'의 첫 번째 메뉴인 'Shadows & Light in Large Format'에서는 아이맥스 촬영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깊게 만나볼 수 있는데, '다크나이트'를 통해 아이맥스 카메라의 장점을 파악한 크리스토퍼 놀란은,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처음부터 아이맥스 촬영 분을 늘려야겠다고 계획했다고 한다. 아이맥스의 장점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스케일을 가감 없이 그대로 가득 채운 캔버스에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일 텐데, 크리스토퍼 놀란과 촬영팀은 이번 작품을 통해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 가능한 모든 것을 시도해 보고자 했다. 실제로 '다크나이트'에 비해 단순히 아이맥스 촬영 분량이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노하우나 기술에서도 월등히 발전했기 때문에 이루고자 하는 바의 결과를 대부분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로 인해 관객들은 굳이 3D가 아니더라도 영화를 그냥 '보는 게' 아니라 직접 '체험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The End Of a Legend'에서는 이 전설의 삼부작을 함께 한 각 분야별 스텝과 배우들의 짧은 인터뷰를 담고 있다. 스스로가 자만이 아니라 자부심을 갖게 되었을 정도로 이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영광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으며, 그 인터뷰들은 대부분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에게로 향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 부가영상을 보며 새삼 느낀 바이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삼부작은 연출은 맡은 그를 비롯하여 각 분야별 최고 수준의 장인들이 자신의 최고 수준의 장기를 마음껏 펼친 결과물이 아니었나 싶다.





[총평]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삼부작은 이 작품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각각의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논란의 배트맨 삼부작은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뉠 만큼 커다란 한 획을 그은 작품이었으며, 이후 등장한 히어로 물은 물론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끼친 작품이 되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 블루레이는 극장에서 느꼈던 그 떨림과 긴장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화질과 음질은 물론, 삼부작을 정리하는 동시에 이 작품이 어떻게 가능했는가를 소개하는 부가영상들로 쉴 틈 없이 흥미로운 내용들을 수록하고 있다. 다양한 판본 가운데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가는 말하기 어렵지만,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고는 말하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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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만 감독의 1992년 작 '라스트 모히칸 (The Last of the Mohicans)' 을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왼발 (1989)'과 더불어 다니엘 데이 루이스 라는 배우를 영화 팬들에게 확실히 각인 시킨 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텐데, 지금 와 따져보자면 다니엘 데이 루이스도 그렇고 감독인 마이클 만에게도 이 작품이 대표작이라고 부를 만한 작품은 아니지만, 감독과 배우 모두의 비교적 초기를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살펴볼 만한 작품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18세기 미대륙에서 벌어진 프랑스와 영국의 식민지 전쟁을 배경으로 원주민인 인디언들과 연결된 역사적 사건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국의 소설가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디테일 한 측면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기 보다는 당시 시대 상황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설정들과 캐릭터들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아직 원시적인 모습을 다 잃지 않은 모히칸족의 모습들과 숲과 폭포 등 웅장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대자연의 풍경은, 웅장함에 비장함마저 드는 사운드 트랙과 맞물려 순간 순간 장관을 연출한다. 존 윌리엄스나 한스 짐머의 음악처럼 작곡가의 이름까지 기억하게 만들지는 못했지만, 트레버 존스가 만든 '라스트 모히칸'의 메인 테마 곡은 누구나 들으면 '아, 이 음악!'할 정도로 유명한 곡이라 할 수 있을텐데, 세월이 지나도 이 영화를 웅장하게 남도록 하는 힘은 바로 이 테마 곡의 영향이 가장 크지 않았나 싶다.






15세 이상 관람가로서 지금보자면 피도 거의 보이지 않고 잔인한 듯 하지만 영화적 표현에 있어서는 상당히 절제된 액션 장면들이 조금은 소극적으로 비춰지기도 하는데, 그에 반해 당시를 재현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인 디자인과 의상, 풍습 등은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어린 시절 단순히 명작이라는 기억만 어렴 풋이 남아있던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된 개인적인 소감은, 서사 측면에서도 무게감이 조금은 아쉽고 영화의 전체적인 리듬이나 완성도 측면에서도 상징적인 큰 이미지에 집중하고 있는 터라 좀 더 세밀한 연출에 대한 아쉬움이 드는 작품이었다.




이런 이유로 글의 서두에 마이클 만과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초기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들게 되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가공할 만한 메소드 연기를 보여주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 보다는 '호크아이'라는 이미지를 구현하고 있는 그도 그렇고, 총기류 디테일의 화신인 마이클 만보다는 식민지 전쟁과 인디언이라는 대 상징을 이미지화한 마이클 만도 그렇고, 현재의 시점으로 본다면 다른 시각에서 접근 가능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Blu-ray : Video Quality



MPEG-4 AVC 포맷의 블루레이 화질은 1992년 작이라는 세월의 무게를 다 이겨내지는 못한 듯 하다. 대대적인 복원 작업을 통해 최신작과 겨뤄도 전혀 손색이 없는 화질 정도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화질이다.






노이즈 현상도 발견되며 특히 어두운 장면의 경우는 최근 작들의 암부 표현력과 비교하자면 상당히 아쉬운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몇몇 장면에서는 블루레이 화질 다운 퀄리티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쨍 하고 선명한 수준급의 화질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화질이라 하겠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의 경우 웅장한 사운드 트랙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으며, 대사 처리와 다양한 효과음들 역시 제법 다이내믹 함을 들려준다. 사운드는 화질에 비해 크게 아쉬운 점은 없었지만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배경 음악이 흐르는 일부 장면에서 우퍼 스피커의 울림이 과도하게 세팅 되었다는 점이다.






이미 출시되었던 DVD타이틀에서도 발견되었던 문제라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블루레이 자체의 문제 라기 보다는 본 소스의 문제가 아닐 까도 싶은데, 이 점이 수정되지 않은 부분은 DVD와 마찬가지로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요새는 정말 지름을 자제하고 또 자제하고 있는데, 이건 정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워낙에 좋아하는 작품이고, 가격도 파격 할인가에 더불어 특송으로 배송까지 되는 터라 (주저 있게) 아마존 캐나다를 통해 지름. 정말 빠르게 몇 일 만에 DHL을 통해 받아보게 되었다. 미국이나 영국 아마존의 경우 그냥 배송 되어 개인적으로 부제 중일 경우 전화 연락을 한다 거나 하는 일이 거의 없는데, 캐나다는 DHL 배송이라 기사 분이 전화 연락도 주시고 훨씬 더 안전한 경우. 포장이 좀 불안한 편이라 걱정은 했는데 다행히 아무런 파손 없이 양품을 받을 수 있었다.






정말 묵직한 크기의 패키지를 받고 나니 하루 종일 쌓인 스트레스가 한 방에 눈 녹듯이 다 녹은 건 거짓말이고, 반 정도는 녹더라;;; 무엇보다 로렌스의 강렬한 초상화로 이루어진 표지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음. 88페이지에 달하는 대형 커피북과 블루레이 타이틀 그리고 필름 프레임이 수록되었다.




필름 프레임은 어떤 컷이 수록되었을까 많이 궁금했는데, 100%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로렌스가 나온 장면이라 만족.






디스크는 3장의 블루레이와 1장의 CD로 구성되었는데, 본편 한 장과 스페셜 피쳐 2장이 수록되었다. 2장의 디스크에 담긴 부가영상은 다행히(?) 한국어 자막이 지원된다는데 직접 확인해봐야겠다. 아쉽지만 본편은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지 않아 기회가 되면 국내에 정발된 일반판으로 판갈이를 하던지 할 예정.











묵직한 커피북은 그 무게 만큼이나 만족스러운 내용과 화보들이 담겨있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너무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 패키지는 결코 후회하지 않을 패키지일 듯 싶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크로우즈 제로 _ 블루레이 리뷰

외로운 까마귀들의 노래



불량학생들이 총집합한 스즈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이를 재패하려는 남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타카하시 히로시의 만화 '크로우즈'는 국내에도 소개되어 적지 않은 인기를 끈 작품이었다. 바로 이 만화를 원작으로 2007년 미이케 다카시가 연출한 작품이 바로 '크로우즈 제로'이다. 수없이 영화화 제의를 받았지만 번번히 거절해왔던 타카하시 히로시는 끊임 없이 강자에게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이 영화의 프로듀서 야마모토 마타이치로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영화화를 허락하게 되었는데, 결국 일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대중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참고로 1편의 성공은 후속편 제작으로 이어졌으며, 감독과 배우들이 그대로 참여한 가운데 속편 '크로우즈 제로 2'가 2009년 개봉하기도 했다).






미이케 다카시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자면 조금 아쉬운 감이 없지 않지만, '크로우즈'는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만 조금 낮추면 제법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영화의 기본이 되는 줄거리와 배경 자체가 결국 스즈란이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쉽게 얘기해서 누가 '짱'이 되는 가를 다투는 과정이기 때문에 복잡한 구조보다는 무겁지 않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으며, 그 표현 방법 역시 만화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심플하고 볼거리 위주로 담겨 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작품 답게 좀 더 폭력을 생각할 거리로 연결하거나 혹은 반대로 오락적으로만 심플하게 정리 했으면 좀 더 영화가 명확했을 텐데, 중간 중간 애매한 장면들이나 설정들이 포함되어 있어 파괴력이 조금 약해진 점을 들 수 있겠다.






결국 '크로우즈' 같은 작품을 영화화 했을 때 기대하는 것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라면, 캐릭터가 갖는 매력, 즉 매력적인 배우들의 캐스팅과 그들이 만화 속 캐릭터 못지 않게 폼나게 구현해낸 캐릭터와 연기일 텐데, 그런 측면에서 '크로우즈'는 이질감 보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편이다. 오구리 슌을 비롯해 야마다 타카유키, 야베 코스케, 타카오카 소스케, 키리타니 켄타, 후카미 모토키 등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거나 영화 속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매우 높은 배우들이 여럿 등장하고 있어 그들을 하나하나 보는 것 만으로도 즐길 거리는 적지 않는 편이다. 간단하게 얘기해서 '크로우즈' 극 중 인물들은 현실감 보다는 만화적인 느낌이 더 강한 캐릭터들이라 어정쩡하게 표현하면 유치하기만 하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결과를 만들기 쉬운데, 젊은 배우들이 뿜는 매력 탓에 이 유치하다면 유치한 극에 어렵지 않게 빠져들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타키야 겐지 역의 오구리 슌도 물론 좋았지만, 세리자와 타마오 역의 야마다 타카유키의 그 여유로움이 더 인상적이었다.






'크로우즈 제로'를 이 영화의 프로듀서 야마모토 마타이치로가 얘기했던 것처럼 '끊임없이 자신 보다 더 강한 강자들에게 도전해 가는 이야기'로 더 몰입하여 해석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이 작품은 좀 더 원초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작품으로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교내에 기존 강자가 있고 새로 전학 온 신흥 강자와의 대결 구도 가운데 각각의 세력이 존재하고 그 세력을 이루고 있는 캐릭터들의 능력치를 머릿 속으로 그려보게 되며, 그 가운데 이 대립 구도와는 조금 거리를 두고 있는 미지의 또 다른 조직과 캐릭터 또한 신경쓰는 동시에, 두 세력과 주인공 캐릭터들이 결국 1:1로 붙었을 때를 기대하며 두근거리게 되는 그 분위기 자체를 말이다. 바로 그 두근거림과 분위기를 시종일관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크로우즈'는, 마치 중고등학교 시절 보았던 비슷한 류의 만화들처럼 그 다음이, 속편이 기대되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Blu-ray : Menu







Blu-ray : Video Quality


'크로우즈' 블루레이 화질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이다. 특히 이 작품이 2007년 작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좀 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일본 영화는 화질 측면에 있어서 아쉬운 경우가 (DVD나 BD의 기술적 퀄리티가 아니라 작품 자체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많았었는데, '크로우즈 제로'는 오히려 영상미에 더 특별한 신경을 쓴 작품이라는 점에서 블루레이로 감상하는 것이 더 최적화 된 감상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반적으로 콘트라스트가 강하고 선이 굵은 영상을 수록하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블루레이를 통해 좀 더 선명한 화질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색감 역시 장면에 따라 전체적으로 의도된 경우라 분위기와 장면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 색 온도 역시 블루레이로서 더 잘 드러난다. 후반 부 대규모 액션 씬에서는 비가 억수로 퍼붓는 와중에 날이 저물어 어두운 배경에서 결투가 계속되는데, 의도된 조명이 더 해진 이 장면은 아마도 DVD나 필름 상영으로 본 다면 그 디테일이 잘 살아나지 않았을 시퀀스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블루레이 화질의 덕을 톡톡히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Blu-ray : Sound Quality


돌비 트루HD 5.1채널의 사운드는 시종일관 박력 넘치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액션 시퀀스가 텀을 오래 두지 않고 이어지는 탓에 비교적 활발한 사운드를 만나볼 수 있으며, 특히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인 만큼 사운드 디자인 측면에서도 과한 측면이 많아 우퍼 스피커를 통한 묵직한 울림을 자주 느낄 수 있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록 밴드의 공연 장면에서도 시원한 사운드를 들려주며, 무엇보다 치고 받는 액션 장면이 주를 이루는 만큼 만화 같은 타격 감에 의한 임팩트 있는 사운드가 수록되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DS미디어에서 한정판으로 출시된 '크로우즈 제로' 블루레이는 커피북 형태로 양장 표지에 27페이지 분량의 내용이 패키지 내에 수록되었는데, 영화 개봉 전 제공되는 보도자료 형태의 자료라고 보면 이해가 쉬울 듯 하다. 줄거리 및 주요 캐릭터와 배우, 스텝들의 소개가 담겨 있으며, 영화 속 이미지들도 일부 수록되었다.





부가영상으로는 프로듀서 야마모토 마타이치로의 인터뷰 영상과 공개기념특방, 특보 01/02 등이 수록되었는데, 감독이나 원작자의 인터뷰가 아닌 프로듀서의 인터뷰만 담긴 점이 이채롭다. 야마모토 마타이치로의 인터뷰를 통해 만화 원작인 이 작품을 어떻게 영화화하게 되었는지를 비롯해 영화 전반에 관련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특보는 일본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제공되는 일반적인 형태의 영상물로서 영화 줄거리 전반에 대한 소개와 각 캐릭터 소개 그리고 각 배우들과 감독의 인터뷰가 수록되었다. 전형적인 포맷이라 아주 새로운 볼거리는 없지만, 영화를 재미있게 본 이라면 한 번쯤 복습하듯 감상하면 좋을 듯 하다.

총평

베스트셀러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크로우즈 제로'는 단순하지만, 알면서도 보게 되는 원초적인 매력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07년 작이라 뒤늦게 블루레이가 출시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렇게 된 바에 국내 개봉조차 하지 못한 속편도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길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글 / 아쉬타카 (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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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멋진 하루
완벽하게 멋진 하루



이윤기 감독의 2008년 작 '멋진 하루'는 그간 보았던 여느 영화 가운데서도 손꼽을 만큼 멋지고 완벽한 제목을 갖고 있는 영화일 것이다. 다이라 아즈코의 동명 단편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가 끝나게 되면, 누구라도 말로 다 하기 힘든 묘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번 '멋진 하루'라는 제목에 대해 감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이 영화는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1년 만에 다시 만난 헤어진 연인 희수 (전도연)와 병운 (하정우)이 만드는 미완성의 로맨스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희수가 돈을 받기 위해 병운의 지인들을 만나게 되면서 겪는 일종의 로드 무비이기도 하다. 이후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이 모든 것들은 결국 '멋진 하루'라는 표현으로 완벽하게 정리된다.






아마도 아직까지 이 작품을 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전도연과 하정우가 연기하는, 1년 만에 다시 만난 연인들의 로맨스 영화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미 비슷한 구성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다른 영화들을 자연스레 떠올려보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일단 '멋진 하루'는 특별한 로맨스 영화로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흔히들 헤어진 뒤에 다시 만난 연인들의 이야기를 그릴 때 예상되는 줄거리가 있는데, '멋진 하루'는 보편적인 이야기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것은 물론 그 와중에 문득 남녀 간의 미세한 감정선을 건드려 로맨스 영화로서도 흥미로운 순간들을 여럿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헤어진 연인들이라면 100% 공감할 만한 장면들을 배치했기 때문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 (특히 이 영화에서는 화자에 가까운 인물인 희수의 감정)의 겉으로는 잘 표현되지 않는 내면의 심리를 역시 과장하지 않고 은연 중에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내적이고 은근한 감정들을 역시 은근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보통 비슷한 설정의 로맨스 영화들이 이를 과장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에 비하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연출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멋진 하루'가 특별한 영화로 기억될 또 다른 이유는 이 영화가 '서울'이라는 익숙한 도시를 배경으로 한 (혹은 주인공으로 한) 로드 무비라는 점이다. 보통 로드 무비라고 했을 때 그 '길을 떠남'에 있어 더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혹은 그 장소의 선정에 있어 특별함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길을 떠남'의 이유에 있어서도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고, 더더군다나 그 장소에 있어서는 일부러 가장 평범하고 보편적인 곳들만 선택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일반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는데, 바로 이러한 보편적과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과 진리를 이끌어 낸 것이 이 영화의, 영화 속 하루라는 시간이 갖는 '멋'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종일관 영화에 흐르는 재즈 풍의 음악 때문이었는지도, 아니 그 음악이 너무 잘 어울릴 정도로 영화 속 서울의 평범한 풍경들은 마치 우리가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나 느꼈을 법한 운치였다. 보통 이런 느낌을 한국 영화에서 받게 될 때는 '저런 장소를 어떻게 찾아냈지?' '한국에도 저런 곳이 있었나?'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멋진 하루'는 이것과는 정반대로 '아니, 저 곳은 나도 너무 잘 아는 곳인데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던가?'하는 감탄을 하게 만드는 경우였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보편적이지만 아름다운 서울을 그려낸 가장 큰 공은 '빛'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윤기 감독은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하루'라는 시간을 그리면서 그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즉, 빛의 활용과 묘사에 있어서 최대한 자연광을 살리거나 자연광의 느낌을 주는 방식을 통해, 시간의 흐름은 물론 그 시간이 빚어내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도시라는 공간을 희수와 병운의 이야기와 함께 녹여내고 있는 것이다. 빛과 그림자 그리고 그 빛의 양에 따라 각기 다른 공간감을 갖게 되는 도시의 이곳 저곳을 만나는 것은 '멋진 하루'의 또 다른 매력이다.






도시를 조명함과 동시에 영화는 그 도시의 사람들에게도 시선을 드리운다. 얼핏 보면 이 여정 가운데 만나는 이들이 단지 희수와 병운의 이야기를 위해 등장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그들 역시 이 도시를 구성하는 하나의 이야기와 공간으로서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전체 350만원이라는 비용을 여러 인물들이 나누어 부담하게 된다는 구조는 이야기의 완성도는 물론 의미 측면에 있어서도 몹시 흥미로운 형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이윤기 감독은 여기서 더 나아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물들의 묘사에 있어서도 특별한 의미부여를 하고 있었다.


영화의 첫 장면, 희수가 등장하기 전 카메라의 이동을 보면 몇몇 인물들을 카메라가 옮겨 다니다가 결국 희수를 따라가게 되는 구도를 보여주는데, 이처럼 영화는 이후 희수와 병운을 스쳐 지나가는 인물들을 묘사할 때 영화적으로 마치 이들이 희수와 병운의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만 같은 묘한 긴장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스쳐 지나가는 이들 모두에게도 희수와 같은 멋진 하루가 있을 수도 있다는, 아니 희수의 멋진 하루가 수 많은 하루 중 하나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하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글의 맨 처음으로 돌아가 영화가 끝날 때 모두가 '멋진 하루'라는 제목에 감탄할 수 밖에는 없을 거라고 했는데, 영화 속 하루가 다 저물어 갈 때 쯤 처음에는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짜증나는 존재였던 병운이, 가면 갈 수록 정이 드는 정도를 넘어서서 그와의 이별이 다가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까지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구성으로 한정적인 미션이나 약속을 이행하는 영화의 경우 말미에 가면 영화가 끝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 이전에 이들과 헤어져야만 한다는 것에 더 아쉬울 때가 있는데, '멋진 하루' 속 하정우가 연기한 병운이라는 캐릭터가 놀랍게도 바로 그 경우였다.


놀랍다는 이유는 보통 이런 경우 그 한정적 미션이나 약속이 거대하기 마련인데 (반지원정대 같은) 이 작품 속 미션은 초라할 정도로 소소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는 영화가 중반까지 이어질 때까지도 병운에게 이러한 감정을 갖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도 그렇게 느꼈을지 모르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과연 병운이라는 캐릭터가 실제 존재하는 캐릭터였을까? 하는, 마치 희수의 '멋진 하루'에서만 존재했던 다른 세계의 인물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결국 영화 '멋진 하루'는 이 하루라는 시간이 다 지난 이후에야 비로소 무언가 치유 받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멋진 하루였어'라고 스스로 되뇌는 마법 같은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었다. 마지막 희수의 작은 미소가 모든 것을 말해주듯 말이다.


Menu Design








또 다른 형태의 스페셜 피처 : 76페이지 컬렉터스 가이드북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마도 블루레이 패키지에 이 정도로 만족감을 얻었던 것은 실로 오랜만 인 것 같고, 국내 타이틀만을 대상으로 하자면 거의 처음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른바 '패키지' 혹은 CE, SE, DE 등으로 분류되어 출시되었던 예전 DVD 시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한 블루레이 타이틀이 출시되었으니, 그 타이틀이 바로 '멋진 하루' 블루레이다.





무슨 과찬을 이리도 하느냐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런 '오해'가 무색할 만큼, 국내 출시되는 다른 타이틀과의 상대적인 평가에서는 물론이요 절대적인 평가에서도 충분히 이런 칭찬을 받을 만한 타이틀이 출시되었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겠다.






역시 대단한 호평을 얻었던 '무협'(DP시리즈 008호로 추진)에 이어 LIFE LABS MEDIA에서 제작한 두 번째 타이틀인 '멋진 하루' 블루레이는 타이틀의 AV적인 퀄리티 이전에, 이 영화의 팬들은 물론이고 블루레이를 구매하는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욕까지도 몹시 자극하는 Collector's Guide Book을 수록하였다.





콜렉터스 가이드 북과 비슷한 이름의 소책자가 포함된 타이틀은 DVD 패키지까지 포함하면 종종 있어왔는데, '멋진 하루'의 콜렉터스 가이드 북은 소책자라고 부르기에 과할 정도로 콘텐츠 면에서 충실하고 볼거리 측면에서도 다양한 영화 관련 자료들을 무려 76페이지에 걸쳐 수록하고 있다.






이 콜렉터스 가이드 북에 수록된 내용들을 간단히 살펴보자면 이윤기 감독과 주연을 맡은 전도연, 하정우의 싸인과 함께 감독의 간단한 인사말과 각 캐릭터와 배우들의 대한 코멘트를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 평론가 이동진 씨의 영화에 대한 글 '마음을 건드리는 작은 이야기'도 수록되었는데 영화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동진 씨의 글과 비교되게 본인 (아쉬타카)의 글 '완벽하게 멋진 하루'도 영광스럽게 한 켠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블루레이 출시 시점에 맞춰 진행된 이윤기 감독과의 인터뷰 글도 수록되었는데, 영화 자체에 대한 감독의 생각을 전해들을 수 있다는 것도 물론 좋았지만, 현재 시점에서 듣는 따끈따끈한 이야기라는 점과 많지는 않지만 블루레이와 관련된 질문과 답들도 수록되었다는 점이 더 돋보였다.


그리고 대부분 스텝들의 인터뷰를 다룰 때 감독과 배우의 인터뷰만 담기는 것과는 달리 김정범 음악감독, 최상호 촬영감독, 김경선 조명감독의 인터뷰 글도 싸인과 함께 수록되었다는 점도 이번 블루레이의 소장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라 하겠다.





그리고 무려 40 페이지에 달하는 영화의 스틸컷도 만나볼 수 있는데 당시를 추억하는 이윤기 감독의 짧은 코멘트들이 더해져 단순한 스틸 컷 이상의 가치를 담아내고 있다. 마치 눈으로 읽는 감독 음성해설이랄까? 스틸 컷 들만 수록되었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을 텐데, 더 많은 것을 (가치를) 담아내려 한 제작사의 노력이 그대로 엿보이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물론 이 블루레이를 만든 이들의 이름까지 수록되었는데, 다시 한 번 제작사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당당히 이름을 걸고 만든 작품이라니, 멋지다!


화질 : '빛의 질감'까지 표현하는 세심한 영상


처음에는 굳이 화질이 좋지 않아도, 그러니까 화질이 그렇게 중요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블루레이로 다시 보고 나니 ‘멋진 하루’가 되기 위해서는 화질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는 것을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멋진 하루’에서는 빛의 활용이 작품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바로 이 빛의 질감이 블루레이의 풀HD화질로서 만족스럽게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도연의 클로즈업 된 얼굴의 디테일에서도 만족스런 화질을 확인할 수 있지만, 오전 일찍 경마장 실내에 드리우는 햇살과 그림자의 표현, 잠수교를 달리는 차창 밖으로 비치는 햇살, 블라인드를 통해 실내로 비춰오는 빛의 표현 등은 DVD 화질에서는 결코 표현하기 힘든 섬세한 화질이다.






그리고 해가 지고 밤이 되면서 도시를 밝히는 조명 들과 불빛, 그리고 비 온 뒤 아스팔트로 비춰지는 음영들은 왜 ‘멋진 하루’를 블루레이로 볼 때 더 매력적인지를 실감하게 한다.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블루레이의 화질은 영화 속 빛과 장면을 좀 더 모아주고(응축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음질 : 담백하지만 디테일한 소리를 들려주는 DTS-HD 사운드


DTS-HD MA 5.1의 블루레이 사운드는 전도연의 날카로운 음성과 하정우의 많은 대사들을 선명하게 전달한다. 특별히 멀티 채널의 활용도가 높은 작품은 아니지만, 귀를 기울이면 작은 생활 소음들도 비교적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 가운데 하나인 영화 음악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겠다.





음성해설, 메이킹, 인터뷰 등 비교적 충실한 부가영상 수록


부가영상으로는 이윤기 감독과 전도연, 하정우가 참여한 음성해설을 첫 번째로 만나볼 수 있는데, 주로 촬영 당시의 후일담을 전해 들을 수 있다. 서울 이곳 저곳을 배경으로 촬영된 작품이라 그 장소마다 그 날의 날씨와 분위기에 대한 추억들을 들을 수 있으며, 당시를 디테일하게 기억하는 하정우의 기억력도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프리프로덕션’과 ‘프로덕션노트’에서는 이윤기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와 함께 촬영장에서의 소소한 제작과정 영상들을 만나볼 수 있다. SD화질로 수록되었으며 감독 입장에서 시나리오 전개에 맞춰 중요한 지점들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져, 좀 더 디테일한 연출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포스터 촬영현장’에서는 공식 포스터에 사용된 이미지 외에 포스터로 사용되지 않은 B컷들에 대한 촬영 장면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고, ‘시사회 현장’에서는 지금은 없어진 명동의 중앙극장에서 있었던 시사회 당시의 스케치 영상이 수록되었다. 시사회 장면에서는 원작자인 타이라 아즈코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총평] 2차 영상물을 즐긴다는 것에 대한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타이틀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는 그 제목 만큼이나 멋진 작품이라 가까운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픈 영화였다. 그런 의미에서 ‘멋진 하루’ 블루레이는 영화의 완성도를 완벽하게 담아내고 더 나아가 소장 가치, 즉 2차 영상물을 즐긴다는 것에 대한 가치와 장점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할 정도의 아주 만족스러운 타이틀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타이틀과 컬렉터스 가이드북에 담겨 있는 세심함을 보게 된다면 누구라도 Collector’s Edition 이라는 이름의 의미를 새삼 생각해 보게 될 정도로, ‘멋진 하루’라는 영화에 대한 제작사의 넘치는 애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더 바램이 있다면 현재 국내 시장 규모를 감안했을 때 한편으론 과한 퀄리티와 패키지라 선뜻 도전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잘 알지만, 이번 LIFE LABS MEDIA에서 제작한 ‘멋진 하루 CE’의 완성도로 인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계기로, ‘잘 만들면 가능성이 있다’ 라는 좀 더 강한 확신이 시장에 뿌리내렸으면 한다. 또한 반대로 잘 만든 타이틀은 구매를 아끼지 않는 소비자들의 구매의식도, 좀 더 마니아 뿐만 아니라 대중으로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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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 _ 블루레이 리뷰 (Prometheus _ Blu-ray Review)

프로메테우스, 그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올해 가장 출시를 기다렸던 블루레이 타이틀인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를 드디어 감상하게 되었다.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가 기대되었던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화질과 사운드 등 AV측면 외에 본편으로는 미처 다 해소되지 않았던 궁금증들을 정리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그간 리들리 스콧 감독의 타이틀들이 보여준 완성도가 그 첫 번째 이유였다. 즉, 영화를 보는 재미 만큼이나 재미있고 흥미로운 블루레이의 부가 영상이 더 기대되었기 때문에,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 출시를 고대했던 것이다. 그렇게 보게 된 블루레이는 역시나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성도 높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번 글은 영화 본편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블루레이 자체, 더 나아가 부가영상을 소개하는 내용이므로, 영화에 대한 글은 기존 개봉 당시 작성했던 글로 간단하게 대체하고자 한다.



프로메테우스 _ 근원에 대한 선문답

http://www.realfolkblues.co.kr/1652



 

Blu-ray : Video Quality


이번 글은 포인트가 부가영상에 있으므로 화질 평가 역시 말로 하기 보다는 직접 원본 크기의 스크린 샷들을 추가하는 것 정도로!





 

Blu-ray : Special Features


1번째 디스크에는 감독 겸 제작자인 리들리 스콧의 음성해설 트랙과 각본가 존 스파이츠, 각본가 겸 제작자 데이먼 린델로프가 참여한 또 하나의 음성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개봉 당시에도 많은 팬들이 빨리 DVD/BD 가 출시되어 리들리 스콧의 음성해설을 들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을 정도로 관심을 많이 받았던 부가영상이었는데, 다행히(?)도 음성해설 두 트랙 모두에 한국어 자막이 제공되어 이 수많은 뒷 이야기들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리들리 스콧은 영화 장인답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의 팬은 물론 '프로메테우스'를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이 음성해설은 물론 두 각본가가 참여한 음성해설도 반드시 즐겨보길 권한다.




(엔지니어는 혼자 오지 않았다)


그 다음 살펴볼 부가영상은 '삭제 & 또 다른 장면'인데 블루레이 출시전 부터 관심을 모았던 삭제/확장 장면인 만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이 여럿 수록되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만 이야기해보자면 영화의 첫 장면, 엔지니어가 도착하는 장면인데 본편에는 혼자 등장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삭제 장면에서는 여러 명의 엔지니어들이 함께 왔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나이 든 엔지니어가 젊은 엔지니어에게 의식을 위해 그 물건(?)을 전달해 주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처음에는 나이 든 엔지니어가 젊은 엔지니어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있었지만, 불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제일 먼저 삭제 되었다고 한다. 




(본래 엔지니어는 제법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


그 다음은 추후 깨어난 엔지니어가 웨이랜드와 데이빗 일행을 만나는 장면에서 엔지니어가 데이빗과 고대어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인데, 엔지니어가 말을 하면 할 수록 결국 인간과 동일한 존재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가급적 엔지니어의 말을 줄이는 것이 더 신비로운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판단, 좀 더 신(God)과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엔지니어의 대화 장면을 대부분 삭제하게 되었다.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최종 버전이 더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 측면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기는 했지만, 이 장면은 좀 더 주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 장면이기에, 이렇게 삭제장면으로라도 만나게 된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좀 더 웨이랜드의 어리석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 쇼와 데이빗의 대화를 통해, 영화의 제목이 될 뻔 했던 '천국 (Paradise)'이라는 단어가 포함되고 제외됨에 따라 얼마나 의미 상에 차이가 있는지 (확장과 축소가 가능한지)를 알 수 있다. 





'피터 웨이랜드 파일'에서는 영화 개봉 전 프로모션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던 영상들도 만나볼 수 있는데, 첫 번째 '고요한 눈 - 엘리자베스 쇼'에서는 쇼 박사가 웨이랜드에게 보낸 셀프 카메라 형식의 메시지 영상으로서, 질문의 답을 찾고자 하는 쇼의 욕구와 영생을 얻고자 하는 웨이랜드의 욕구가 서로의 필요로 인해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쇼가 어떻게 웨이랜드의 이 프로젝트의 참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소스랄까.





'생일 축하해 데이빗'은 미리 프로모션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영상이었는데 (이후 TED 영상과 마찬가지로), 로봇인 데이빗 캐릭터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정보와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이라 하겠다. 쉽게 얘기하면 데이빗 모델에 대한 홍보 영상이라 하겠는데, 감정까지 갖춘 모델이라는 마지막 문구가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젊은 웨이랜드가 자신의 야심찬 비전을 발표하는 영상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TED 강연 형태로 진행되어 더욱 흥미롭기도 하고 현실성도 갖춘 영상이다. 이 영상을 통해 웨이랜드의 욕망의 근원에는 어떤 에너지가 있는지, 그의 비전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2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인 부가영상을 만나볼 수 있는데 '분노한 신들 : 프로메테우스 제작과정 (The Furious Gods: Making Prometheu)'에 대부분의 부가영상이 수록되었다. 일단 실로 오랜만에 양적으로 만족스러운 부가영상 수록이라는 점에서 밥을 안먹어도 배부를 정도. 실제로 보통 같으면 모든 부가영상을 다 보고 하나씩 모두 소개했겠지만, 이번 글에서는 모두 소개하는 것 자체가 좀 벅찰 정도로 양적으로 풍부하며, 일일이 소개하는 것 보다는 보는 이들을 위해 남겨두면 더 좋을 부분들이 많아서 절반 정도만 소개하려고 한다 (그래도 상당히 많은 양이다).


제작과정을 보는 동안 '인핸스먼트 모드'를 통해 좀 더 심층적인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인핸스먼트 모드를 통해 제공되는 영상들은 디스크 메뉴의 '웨이랜드 기업 특별 자료실'을 통해 별도로도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함을 준다.





첫 번째  '낙원 정복 : 스토리 창조'에서는 에이리언 프리퀄에서 시작한 이 작품이 어떻게 그 이상을 담고 있는 독립적인 작품으로 발전했는지 초반 스토리 구상 과정을 소개한다. 에이리언 프리퀄로 시작되긴 하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미 4부작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리들리 스콧이 직접 하지 않은 이야기들 - 작품들 - 을 포함하여) 다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그렇다면 맨 처음으로 돌아가 태초의 이야기로 풀어가보자는 것으로 정리하게 되었고, 단순하게는 에이리언은 누가 만들었는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인간은 누가 만들었고 그렇다면 그 인간을 만든 조물주는 또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담은 이야기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처음 '에이리언 프리퀄'로 명명 되었던 영화의 제목은 '에이리언 엔지니어', '파라다이스' 등을 거쳐 결국 '프로메테우스'까지 이르게 되었다. '프로메테우스'라는 제목은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신화의 내용과 조물주를 찾아가는 영화의 내용과도 잘 맞아 떨어지는 제목이 아니었나 싶다.






두 번째 '피라미드 아래 : LV-223'에서는 영화 속 다양한 디자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더 깊게 만나볼 수 있는데, 일차적으로 LV-223에서 만나게 되는 괴물들의 경우 이미 무섭고 특이한 이미지의 괴물들은 거의 다 나올 만큼 나왔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그러니까 최대한 중복되지 않는 새로운 이미지와 형태를 만들려고 특별히 애를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프로메테우스 호의 디자인을 비롯해 여러가지 흥미로운 영상들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힘을 주게 된 흥미로운 부분은 H.R.기거에 대한 기거레스크를 소개하는 부분이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에이리언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H.R.기거가 창조한 특유의 컨셉 아트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리들리 스콧은 '프로메테우스'를 제작하면서 H.R.기거에게도 역시 도움을 청했는데, 처음에는 의도적으로 기거 풍을 배제하려고 컨셉을 잡았으나 조금씩 기거 풍을 도입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전체적인 컨셉을 기거 풍으로 가기로 결정, 이전까지 작업한 결과물들에 기거 풍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사진 오른 쪽의 이 분이 바로 그 유명한 H.R.기거)


얼핏 보기엔 그냥 단순히 (이걸 단순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기거 풍의 디자인인 것 같지만, 이에 앞서 엄청난 아이디어와 양의 결과물들이 있었던 탓에, '프로메테우스'와도 완벽하게 잘 어울리는 결과물을 만나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 부가영상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역시 바로 그 유명한, 컨셉 아트 디자이너들에게는 성배로 불리우는 스페이스 자키와 그 조종석에 대한 이야기와 세트 디자인이었다. 개인적으로도 만약 에이리언이나 프로메테우스와 관련된 아이템(피규어나 스테츄 등)을 단 하나만 구입할 수 있다면 바로 H.R.기거가 만든 이 스페이스 자키의 조종석을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영화 팬들에게 역시 이 디자인과 구조물은 절대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농담삼아 (진담인 것 같지만..) 영화가 끝나면 다른 건 몰라도 이건 꼭 내가 집에 가져갈 거라고 말하는 리들리 스콧의 말에 갑자기 부러움이 밀려올 정도였다. 이 엄청난 구조물이 마당 안 잔디밭에 있다고 생각해보니....




('저 뒤에 저건 촬영 끝나면 내가 가져갈 꺼에요 ㅎㅎ')


참고로 이번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 부가영상이 특히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수많은 컨셉 아트들에 대한 내용을 갤러리 형식으로 보기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실제로 엄청난 양의 컨셉 아트 작업물들을 만들었던 영화답게 이 작업물들을 최대한 부가영상에 녹여 공유하려는 시도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인 '엔지니어'의 경우, 본래 영화의 시나리오상 중심에 엔지니어가 있었을 정도로 비중있는 캐릭터답게 그에 관한 뒷이야기들도 깊이 있게 만나볼 수 있었다. 엔지니어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과 같은 고대 조각상들의 모습에서 착안하여, 신비로움과 함께 디자인적으로 자연적인 공포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엔지니어가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것에 모두들 반대했으나 리들리 스콧은 끝까지 이를 강력하게 주장했고 결국 이와 같은 모습을 하게 되었다. 성경에 나오는 '신은 자신의 모습을 닮도록 인간을 창조했다'라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인데, 영화의 핵심이 바로 조물주를 찾아가는 여정과 그 의문에 있다는 점에서 이런 엔지니어의 이미지는 리들리 스콧이 끝까지 주장할 만한 가치가 있었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 명단 : 캐스팅과 의상'에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배우들의 인터뷰와 캐릭터 그리고 각 캐릭터 별로 의상과 관련된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그 첫 번째로 여 주인공 엘리자베스 쇼를 연기한 누미 라파스를 만나볼 수 있다. 누미 라파스는 잘 알려졌다시피 최근 스웨덴 원작의 '밀레니엄' 시리즈의 주인공 '리스베트'를 연기해 화제를 모았던 배우인데, '밀레니엄' 1편에 출연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된 리들리 스콧은 육체적 연기와 감정적인 연기를 모두 필요로 하는 엘리자베스 쇼 역할에 적역이라고 생각해 바로 점찍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누미는 스타급의 여배우를 원했던 스튜디오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배우였고, 그녀의 캐스팅에 제작사는 쉽게 설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리들리 스콧의 강력한 주장과 더불어 거의 영화 속 장면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의 카메라 테스트 들을 통해 누미 라파스는 스스로를 입증해 결국 엘리자베스 쇼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었다. 부가영상에는 누미 라파스가 받은 카메라 테스트 영상이 수록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부가영상에 수록된 카메라 테스트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실제 촬영 감독인 다리우스 월스키가 촬영하였으며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영화 속 장면을 최대한 표현한 공간 활용 덕에, 일반적인 테스트 영상의 퀄리티는 가볍게 상회한다.





할러웨이 역 캐스팅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주로 연극 무대에서만 활동하던 뉴욕 출신 배우 로건 마샬-그린을 최종 캐스팅하였고, 결과적으로 크게 돋보이지는 않았지만 (이건 시나리오의 비중 탓일듯) 큰 무리 없는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프로메테우스'에서 가장 돋보이는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빗' 역할의 마이클 패스빈더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운데, 리들리 스콧이 그에게 준 디렉션이라고는 '당신은 근본적으로 하인이고, 엄청난 지식을 가졌음에도 하인 노릇을 한다는 모순을 연기해라'라는 것 밖에는 없었다고 한다 (리들리 스콧은 패스빈더에게 '천재 아니야?'라고 까지).





그리고 제법 많은 수의 관객들이 '도대체 어디에 출연한거지?'라고 궁금해하기도 했던 가이 피어스의 이야기도 수록되었는데, 웨이랜드 역을 연기하기 위해 5시간이 넘는 시간을 들여 분장을 하는 장면을 엿볼 수 있다. 참고로 노역인 웨이랜드의 캐스팅을 더 나이 많은 노역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고 가이 피어스를 캐스팅한 이유도 들을 수 있었는데, 웨이랜드라는 캐릭터가 노인이기는 하지만 삶에 대한 강한 욕망을 갖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더 젋은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가이 피어스를 캐스팅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이 피어스 : 저도 출연했다고요 ㅎㅎ)


주요 캐릭터들의 헤어와 의상 테스트 장면의 경우 각 배우들의 음성해설과 함께 수록되었는데, 헤어와 의상이 캐릭터 설정과 구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스텝들이 아닌 배우 스스로가 자신이 이 캐릭터를 완성하는데에 각 의상들과 헤어스타일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소개해주다보니 더 설득력이 있는 인터뷰였다. 데이빗의 경우 젊은 시절 데이빗 보위를 연상시키는 동시에 극중에도 등장하는 것처럼 '아라비아의 로렌스' 속 피터 오툴을 롤모델로 삼는 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헤어와 의상 테스트 영상이 흥미로운 도 다른 이유는 누미 라파스나 샤를리스 테론, 마이클 패스빈더 등 배우들이 모두 이 테스트를 단순한 테스트로서 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캐릭터에 동화된 것처럼 매우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카메라 테스트 장면들이 테스트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느껴질 정도로 배우들의 대단한 집중력과 몰입도를 만나볼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소개할 부가영상은 '녹색이 없는 세상: 파인우드 스튜디오, 2011년'인데 이 CG로 도배되다시피 했을 것만 같은 이 SF영화가 사실은 거의 대부분을 그린 스크린 없이 촬영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들려준다. 최근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갈수록 발전하면서 대부분의 SF영화들은 그린 스크린을 통한 CG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는데, '프로메테우스'는 보통 같으면 CG로 처리했을 배경이나 공간을 실제 크기의 세트로 제작하여 촬영되었다 (미니어처도 아니고!). 이 엄청난 세트는 007세트장으로 유명한 영국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제작 및 촬영이 되었는데, 리들리 스콧이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한 것은 1985년 작 '리젠드' 이후로 처음이라고 한다.





실제 크기로 제작된 세트들 가운데 가장 압도적인 것은 역시 스페이스 자키와 조종석이 있는 공간 (저거노트)이었는데, 무려 74일에 걸쳐 이 세트를 만드는 과정을 저속촬영 시퀀스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리들리 스콧의 이야기처럼 '프로메테우스'는 무엇보다 스케일이 자체가 중요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과도하다고 느낄 수 있었을 이러한 대형 세트 제작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대부분의 장면들이 CG가 아닌 실제 제작된 세트에서 촬영해서 얻는 가장 큰 장점이라면, 배우들이 그린 스크린에 대고 '여기에 이런 것이 있을 것이다'라고 상상하며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세계를 실감하면서 연기할 수 있다는 점을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배우와 스텝들은 촬영장에만 오면 실제 LV-223 행성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깊은 몰입으로 연결되었다. 리들리 스콧은 더 나아가 영화 속 등장하는 다양한 크리쳐들마저 CG가 아닌 실제 조작이 가능한 모형으로 만들어 배우들과 리얼 타임으로 함께 연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즉, 배우들은 눈 앞에 어떤 것을 가정하고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보이는 것에 반응만 하면 되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에이리언'을 촬영할 때도 그랬던 것처럼 몇 장면은 더 실감나는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배우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고 놀라게 하는 방식까지 보여주기도.




 

마지막으로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는 DVD 시절부터 레퍼런스 부가영상을 만들어 왔던 감독이자 프로듀서인 Charles de Lauzirika의 작품이다. 그는 이미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많은 DVD/BD 타이틀들을 수준급의 부가영상을 통해 레퍼런스로 탄생시켜 왔는데, 지금까지도 레퍼런스 DVD로 꼽히는 '킹덤 오브 헤븐' 감독판 DVD의 부가영상도 그의 작품이고, '블레이드 러너' 역시 그의 솜씨며 '에일리언 Quadrilogy' 등도 그의 손 끝에서 완벽해진 타이틀이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 외에도 '(500)일의 썸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트랜스포머' 시리즈 등의 부가영상을 감독하기도 했다. 실제로 언제부턴가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의 DVD나 블루레이 출시를 기대할 때면 자연스럽게 Lauzirika의 메이킹 다큐를 기대하게 되었을 정도로, 그의 이름은 또 다른 브랜드로 신뢰를 얻은지 오래다.

 

 

 

 

이번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 역시 한 번에 모두 소개하기 벅차고, 한 편으로 다 소개해 버리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만족감을 훨씬 상회하는 부가영상을 수록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돈을 (조금) 더 주고도 살 만 하다. 이런 콘텐츠를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도록 소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일 것이다.

 

 

(아~ 행복해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2012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에 있습니다.



 



레퍼런스급 화질과 사운드로 무장한 배틀쉽 BD

우리에게는 '트랜스포머'로 유명한 '하스브로 (Hasbro)'사의 동명 보드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피터 버그의 영화 '배틀쉽 (Battleship, 2012)'은 올해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영화들 가운데 가장 AV적 만족도를 충족시켜주는 작품 중 하나였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완성도나 만족도와는 별개로 블루레이의 감상이 기다려지기도 했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화질과 사운드 면에서 레퍼런스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는 강렬한 타이틀로 출시되었다.




사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지난 4월 극장에서 이 영화를 관람했을 때에는 주연을 맡은 테일러 키취의 전작인 '존 카터'를 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화적으로는 크게 다른 매력이 없는 작품을 연달아 보다 보니, 그저 '존 카터 해군에 가다'로 받아들여졌었는데, 조금 시간이 흐른 뒤 블루레이로 다시 본 '배틀쉽'은 만족스러운 AV퀄리티 덕인지 오락영화로서는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배틀쉽'을 보면서 그 안에 어떤 메시지나 생각할 거리를 담았는지를 골똘히 생각하고자 기대했던 이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즉, 이 영화의 기본적인 줄거리나 많은 설정들을 논리적이거나 디테일 측면에서 따져보면 허무할 정도로 가볍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들도 많지만, 어차피 '배틀쉽' 같은 영화에는 기대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다는 얘기다 (이것은 일부 장르에 대한 폄하가 아니라 각 장르나 작품의 성격이 '다른'데서 오는 이유다).





'배틀쉽'의 줄거리는 너무 많이 반복된 이야기들이라 더 이상 거들 것도 없을 정도다. 말썽꾸러기(?) 주인공이 있고 세상 모르고 사고 치던 중 지구의 운명을 짊어져야 할 상황에 갑자기 처한다. 외계의 생명체는 무슨 일인지 모르게 침공(혹은 불시착)하지만 그들이 왜 왔는지, 누구인지 영화는 전혀 관심이 없다. 어찌되었든 이런 위험 상황에서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과 갈등을 겪던 일본군 장교는 함께 힘을 합쳐 이들을 물리치고 그 가운데에는 오래 된 '배틀쉽'과 노장들이 큰 역할을 한다 는 정도. 아, 그리고 그 사이에 '아마겟돈'에서 보았던 두 남녀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여자의 아버지 이야기도 있다.






'배틀쉽'은 이 뻔한 이야기를 정말 재미있게 그려내려는 방식으로 이른바 올드보이 들과 오래된 배틀쉽을 수면 위로 꺼내어 애국심과 존경의 마음을 불러일으켜 뭉클함을 만들려는 방식과, 외계인들이 타고 온 또 다른 '배틀쉽'의 스케일을 선보이고 있다. 일단 최첨단 기술의 외계인과 (물론 그 기술을 영화 속에서는 거의 쓰지 않지만) 해군 과의 결투에서는 해군의 비밀병기라던가 특수 무기가 등장하지 않고 거의 아날로그에 가까운 방식으로 싸우다 보니,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했던 관객들이라면 실망할 수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아날로그에 가까운 전투 방식의 묘사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이 부분을 더 효과적으로 살리지는 못했지만, 어찌되었든 자동이 아닌 수동에 가까운 전투 전략들은 나쁘지 않았다 (원작 보드게임을 연상시키는 부분이기도 했고).





다시 말하지만 만약 미 해군 (혹은 연합군)과 막강한 외계인들이 벌이는 화끈한 대결을 기대했다면 이 영화는 조금 심심할 수 있겠다. 물론 구성은 이와 정확히 동일하지만, 외계인은 그 스케일을 과시했던 것에 비하면 활약상은 조금 약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포인트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면 역시 제목인 '배틀쉽'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듯 하다.

물론 원작 보드게임을 가져왔고 그 설정도 영화 후반 부 아주 흥미로운 시퀀스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보다도 '배틀쉽'이라는 제목에서는 해군과 전투함 자체가 주인공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었고, 실제 영화 역시 그러했다. 이 설정은 관객에 따라 가장 손발이 오그라들 수도 있는 장면인 동시에 반대로 가장 흥분할 수 있는 지점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는데, 쉽게 말해 전함이나 밀리터리에 관심이 많은 '남자'들이 본다면 '그래, 저 장면을 보는 것 만으로도 본전은 하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 편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오락영화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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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 Video Quality

배틀쉽 블루레이의 화질은 곧 소개할 사운드와 함께 레퍼런스급 퀄리티를 자랑한다. 극장에서 볼 때는 미처 '이렇게 화질이 좋은 영화였나?'라는 생각을 못했을 정도로 블루레이로 감상하는 화질이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다가왔다. 모든 면에서 우수한 화질을 수록하였으며, 어두운 장면이 많지는 않지만 암부의 표현력도 훌륭했고, 무엇보다 파란 하늘보다도 더 푸른 바다의 넘실거림이 질감으로 느껴질 정도의 디테일을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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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군함들이 바닷물을 가를 때 일어나는 파도의 표현도 좋지만 무엇보다 화질의 우수함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은, 외계의 전함이 물 속에서 부양할 때이다. 천천히 솟아오른 메탈 질감의 기체 위로 마치 폭포수가 흘러내리듯 떨어지는 물줄기는, 공기 중으로 사라지는 수증기의 미세한 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마치 분무기를 뿌렸을 때처럼) 우수한 화질을 선보이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이 동원된 장면들은 블루레이로 보게 되면 오히려 더 극명한 표현에 역효과를 내는 경우들이 많은데, 배틀쉽은 외계 전함이 실사와 맞닿는 장면 표현에서도 자연스러움은 물론 디테일에서도 아쉬움이 없는 화질을 담고 있다.






외계 군함 (비행선?)의 디테일은 물론 실사와 세트, 그래픽이 혼용된 대형 군함의 등장 장면의 경우, 멀리서도 갑판 위의 작은 인물이나 구조물들이 뭉개지지 않고 표현되었을 정도로 뛰어난 디테일은 물론, 인물의 클로즈업에서도 발군의 디테일을 선보이고 있다 (배틀쉽은 이를 자랑이라도 하듯 병사의 얼굴을 아주 타이트하게 클로즈업 한 장면들을 인상 깊게 배치하고 있다).


Blu-ray : Audio Quality


화질이 물론 레퍼런스 급의 만족스러운 수준이긴 했지만 배틀쉽 블루레이에 호감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첫 째도, 둘 째도 사운드 퀄리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만족감을 얻지 못했던 영화의 아쉬움을 상쇄시켜줄 정도로 블루레이의 사운드는 정말 화끈하고 인상적이었다. 몇 번이나 리모컨을 손에 쥐고 옆 집 걱정에 볼륨을 줄였을 정도로… 






블루레이 사운드에 대해 리뷰를 할 때 자주 하는 얘기가 바로 '체감'에 관한 것인데, 사실상 사용자가 사운드의 퀄리티를 느낄 수 있는 건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체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얘기. 그런 측면에서 배틀쉽 블루레이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타이틀이 아닐까 싶다.

사실 극장에서 볼 때 조차 사운드적 쾌감에 이 정도로 반응하지는 않았었는데, 작은 방안에서 체감하는 화끈한 블루레이 사운드는 정말 말로 이루다 표현 못할 정도. 외계 전함에서 공격을 해올 때의 휘몰아치는 사운드에는 임팩트는 물론 자잘한 파편 같은 작은 소리들이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는데, 귀를 자세히 귀울여 보면 이 작은 소리들까지 충실히 전달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엄청난 규모의 폭발 장면에서는 단순히 우퍼 스피커 만으로 울림을 전달한다기 보다는 전반적인 공간감으로 주는 효과가 동반되어 더욱 체감하는 효과가 컸으며, 사운드 디자인도 세심한 편이라서 그냥 뭉개져 흩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깊이가 있는 임팩트를 전달하고 있다. 정말 옆 집에서 뛰쳐나올 걱정만 없는 집이라면 더 여유 있는 볼륨으로 극장 못지 않은 (체감도 측면에서는 더 나은) 사운드를 즐겨보시길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하지만 옆 집의 이슈가 없어도 절로 볼륨을 움찔하여 줄이게 되는 수준의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으니 이 점은 꼭 염두에 두시길.


Blu-ray : Special Features






블루레이에 수록된 부가영상 중에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영상은 또 다른 엔딩 장면은 'Alternate Ending Previsualization'인데, 배우들이 연기한 버전이 아닌 프리비주얼 버전이지만 그 분량이 짧지 않아 오히려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배우들이 연기하지 않았다 뿐이지 거의 그 촬영 직전의 버전에 가까운 프리비주얼 영상이라 감상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 감독인 피터 버그의 짧은 소개도 만나볼 수 있다.






'USS MISSOURI VIP TOUR'에서는 하와이 오아후 섬 진주만에 정착한 미주리 호를 배경으로, 영화의 중요한 배경 (혹은 주인공)이자 미군의 역사에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 미주리 호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미주리 호 내부 소개는 물론이고 오래된 자료들을 통해 미주리 호가 겪어온 역사 속 시간들을 소개한다. 영화 속 군함의 활약상에 만족했던 밀리터리 마니아들이라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부가영상이다.






'Preparing for Battle'에서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준비 과정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가장 먼저 영화의 원작이 되었던 보드게임의 자세한 소개와 영화와의 연관성을 알기 쉽게 들려준다. 이후에는 영화의 배경이 된 하와이와 세트가 아닌 실제 장소와 미주리 호의 촬영장면을 소개하고 있는데, 가장 놀라운 점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미주리 호의 모습이 그래픽이 아니며, 더 놀랍게도 실제로 미주리 호를 바다로 끌고 나가 촬영을 했다는 점이다. 영화 촬영에 있어서 미 해군의 협조가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를 단 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All Hands on Deck: The Cast'에서는 영화의 출연한 배우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주연을 맡은 테일러 키취와 모델 출신으로서 여자 주인공을 연기한 브룩클린 데커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팝 스타 리한나까지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리한나의 경우 일반적으로(?) 미셸 로드리게즈가 자주 맡았던 성향의 여군 역할을 맡았는데, 팝 스타로서 보여주었던 리한나의 모습을 엿보기에는 부족했지만, 중성적이면서도 귀여운 그녀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다.






'Engage in Battle'에서는 감독 스스로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결코 쉽지 않았던 바다 위의 촬영에 대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최근 블루레이로 출시되었던 '죠스'를 보면서도 실제 바다 위 촬영에 대한 어려움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그 이후로 세월은 많이 지났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바다 위 촬영의 면면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바다 위 촬영과 더불어 모션 캡쳐와 그린 스크린을 이용한 촬영과 실제 미주리 호의 촬영에 대한 뒷얘기도 수록되었다.





'Commander Pete'에서는 이 작품의 감독이자 제작까지 겸하고 있는 피터 버그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우리에게는 감독은 물론 배우로서도 익숙한 그가, 마치 군대를 통솔하는 것과 같은 리더쉽으로 촬영장을 이끄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자신의 몸 관리는 물론 스텝과 배우들의 체력 관리까지 신경 쓰는 트레이너로서의 색다른 피터 버그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The Visual Effects of Battleship'에서는 배틀쉽에 사용된 다양한 비주얼 효과에 대한 친절한 소개와 영화를 소재로 한 비디오게임 '배틀쉽'의 예고편도 수록되었다.


[총평] 피터 버그의 '배틀쉽' 블루레이는 오랜만에 화질과 사운드 모두 레퍼런스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AV퀄리티를 수록한 타이틀이었다. 특히 임팩트로 둘 째 가라면 서러울 사운드는 옆 집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할 정도로 강렬하니 감상 시 꼭 리모컨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두길 바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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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미라클 (Big Miracle, Blu-ray Review)
실화에 근거해 돌 직구를 던지다


1988년. 아무 일도 일어날 것만 같지 않은 알래스카의 어느 한적한 마을에 멸종 위기의 회색 고래 세 마리가 얼어버린 바다 속에 갇혀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빙벽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위태롭게 숨을 쉬는 고래들의 모습이 방송에 공개되자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결국 이 알래스카 고래 세 마리의 안타까운 사연은 국제적인 사건이 되어 전 세계의 주목 속에 해결책을 모색하게 된다.






'빅 미라클'이 실화라는 점을 글의 초반에 강조하는 이유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많은 영화들이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경우 너무 허구가 심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특히 더 그런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즉, 만약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라는 설명이 없다면 '에이~ 이건 너무 심하잖아' 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말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실제로 벌어진 사건을 담고 있는 영화가 '빅 미라클' 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빅 미라클'이란 제목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내고 있기도 하다). 더군다나 스토리텔링의 대가 '워킹 타이틀'에서 제작한 작품이라 하마터면 또 하나의 훈훈한 (허구의)이야기구나 하고 오해할만한 근거도 다분하고.





이 영화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과연 이 실화 같지 않은 놀라운 이야기를 어떻게 관객들이 믿도록 만드느냐 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일단 부가적인 장치들을 보자면, 실제 당시 보도되었던 뉴스 영상들을 곳곳에 배치하여 현실감을 높였고 (아마도 예전에 AFKN을 자주 보았던 이들이라면 익숙할 앵커들의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촬영 역시 실제 현장에서 상당 부분을 촬영한 것 등을 들 수 있을 텐데, 이러한 양념들이 전혀 없었던 것들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빅 미라클'이 취한 방식은 이른바 '돌 직구'라고 할 수 있겠다. 즉, 실화와 실화가 주는 감동의 힘을 믿고 그대로 밀어 붙인 것이다. 





▲ 차인태 아나운서 만큼이나 익숙한 그들의 얼굴 ^^


보는 사람에 따라 이 같은 '돌 직구'는 영화 전체를 너무 심심하고 평이하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자연과 동물 그리고 이를 둘러싼 사람 (정치/경제/문화/사회적 문제)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실화를 그리는 방식으로 무식하리만큼 정직한 이 방식은 괜찮았다고 생각된다. 실화이면서도 내러티브가 부족하다고 느낄 만큼의 설정이 많았지만 이 부분을 굳이 보충하려 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한 영화의 정직함은, 결국 1988년 당시 고래 세 마리를 구하기 위해 모두 한 마음으로 모여들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처럼, 작지만 훈훈하고 따듯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빅 미라클'이 말하고자 하는 건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사건을 통해 재차 확인하게 되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차이와 그 차이로 인한 현실 그리고 그럼에도 기적처럼 이뤄낼 수 있다는 실화로서의 가능성 일 것이다. 이건 인간이 미처 다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인 고래가 만들어낸 기적이었을까, 아니면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기적이었을까? 영화 속, 아니 실화 속 사람들에게 그 답이 있다.


Video


MPEG-4 AVC 포맷의 1080p 블루레이 화질은 최신작답게 준수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알래스카의 그 차가운 공기와 단단한 얼음들의 질감이 잘 표현되고 있으며, 로봇 고래이긴 하지만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 때에는 고래라는 존재에 특유의 신비감이 잘 느껴질 정도로 이질감 없이 표현되고 있다.







대부분의 장면이 하얀 얼음 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덕에 좀 더 확연한 대비가 느껴지는데, 고래의 어두운 얼굴 부분과의 대비는 물론, 주요 인물들의 의상과도 대비가 돼 (그리 화려한 색의 의상들이 아님에도) 좀 더 화질 측면에서 체감이 높다고 할 수 있겠다. 조금 아쉬운 점은 블루레이의 화질 탓은 아니지만, 드류 베리모어가 바다 속으로 들어간 장면에서 CG라는 점이 좀 도드라지게 표현돼 이질감이 살짝 느껴진 부분이었다.


Sound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크게 흠잡을 데 없는 수준이다. 사운드 적으로 귀 기울여 볼 만한 장면들이라면 역시 얼음 밑 바다 속에서 유영하는 고래들이 서로 대화하는 그 소리, 그 소리의 공명을 주의 깊게 들어볼 필요가 있겠다. 조금 공간감이 더 풍부했으면 좋았겠다 싶은 아쉬움도 들지만 비교적 만족할 만한 소리를 들려준다.






후반 부 등장하는 대형 해빙선 장면의 경우 거대한 빙벽과 충돌할 때 좀 더 임팩트 있는 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잔잔한 드라마 장르인 탓에 멀티 채널의 활용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의 첫 번째로는 삭제장면이 수록되었는데, 켄 콰피스 감독의 삭제 장면에 대한 소개가 곁들여져 있어 해당 장면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과 의미를 자세하게 만나볼 수 있다. 삭제 장면으로는 아담이 평소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던 여 리포터와 한 방에서 지내게 된 에피소드를 비롯해, 이 사건을 다루는 CNN 방송국의 토크쇼에 석유회사 수장이 출연하여 인터뷰를 하는 장면들이 수록되었다.






'A "Big Miracle" in Alaska'는 전반적인 제작과정을 담은 부가영상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좀 더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실제 알래스카의 로케이션 촬영을 감행하게 된 에피소드와, 마치 실제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이 프로젝트에 두 손 두 발을 걷어 붙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보여준 여주인공 드류 베리모어의 열정도 엿볼 수 있다. 단순히 영화를 영화로만 접근하고 있지 않은 드류 베리모어를 비롯해, 실제 알래스카 원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더 풍성해지고 현실감을 갖게 된 영화의 구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Truth is Stranger than Fiction'에서는 이 믿기 힘든 실화의 주인공인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와 영화 속 이야기를 비교하여 들려주는데, 어쩌면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실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임은 처음부터 밝히고 있지만 어디까지가 정말 실화의 범위인지는 가늠하기 어려웠는데, 실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정도로 실화를 담아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새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주는 의미와 감동을 다시 한 번 새겨볼 수 있었다.





[총평] '빅 미라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의 기본적인 맥락은 고스란히 갖추고 있지만, 그 평범함을 일부러 벗어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진실(사실)의 힘을 믿고 우직하게 밀어붙인 정직한 영화였다. 혹자들에게는 지루하고 뻔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실화가 갖고 있는 기적 같은 힘을 믿고 부가적인 장치 없이 그대로 담아낸 영화가 결코 나쁘지 않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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