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야샤 (犬夜叉, 2000~2010)
대단원의 막을 내리다

일본 애니메이션 '이누야샤 (犬夜叉)'가 지난 달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누야샤를 방영 때 부터 바로 챙겨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작품과 함께한 시간은 어느덧 수년이 되었다. 물론 이 수년 가운데는 이누야샤 없는 기간이 제법 길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사실 이렇게 제대로 된 마지막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못했던 것도 있었다. 잘 아다시피 완결편 이전에 이누야샤의 마지막은 오랫동안 함께 해온 팬의 입장에서는 매우 힘빠지는 엔딩이었다. 무언가 아직 결말도 짓지 못한채 그저 '자,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라고 하며 마무리해버리는 TV판의 엔딩은 '이걸 기다려 말어'를  고민하게 하는 동시에, 진짜 이렇게 끝나버리는가 하는 아쉬움이 컸었다. 물론 여기에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코믹스에 진행과도 연관이 있었던 듯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누야샤를 오로지 애니메이션으로만 접해왔었기 때문에 이렇게 마무리 되어버리는 방식에는 더더욱 아쉬움이 많았었다. 그리고 나서 수년 뒤에 다시 시작된 '이누야샤 완결편'은 이번에는 제대로 완결을 내주려나보다 라는 기대에서 시작되었고, 빠른 전개와 마치 극장판과 같은 전개들로 그 대단원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누야샤 완결편과 마지막 회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혼의 구슬과 함께 시작한 이야기는 결국 사혼의 구슬로 마무리 되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누야샤가 인간이 되길 소원으로 빈다거나 아니면 본래 계획대로 대요괴가 되도록 바란다건가 그렇지 않다면 카고메가 자신만의 소원을 빌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단순했던 것 같다.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저 중 하나를 택하는 결말은 뭘 택해도 좀 뻔할 수 있기에 어느 정도 예상된 결말이긴 했으나, 그 과정을 그린 방식은 역시나 절절했다.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울컥하는 경우는 매우 잦은 편인데(본래 이런 식의 문장이라면 '별로 없는 편인데' 가 되어야 맞다만;;), 이누야샤 완결편의 경우 이야기가 마지막으로 치닫다 보니 이런 장면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특히 카고메가 기쿄우에게 '내게도 이누야샤와의 소중한 추억이 있어'라는 식으로 감정이 폭발할 때는 마치 <에반게리온 : 파>의 신지의 그것처럼,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느껴져서 찡했었고, 카구라가 바람처럼 산화할 때도 정말 찡했다. 생각해보면 카구라는 참 묘한 캐릭터였다. 무언가 자신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내지 못한 부분이 있음에도 그녀의 마지막이 왜 그렇게 슬펐는지 모르겠다.

결국 카고메는 이누야샤와 함께하는 것 대신 사혼의 구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을 소원으로 빌었고, 이것은 이누야샤가 소원을 빌지 않아도 함께 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것 외에 이누야샤는 동료, 즉 믿을 수 있는 자의 존재를 매우 중요하게 그리고 있다. 희망이 보일 것 같지 않은 암흑 속에서도 항상 동료가 반드시 구하러 올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내가 아니어도 동료가 나의 일을 이어갈 것이라는 믿음,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사혼의 구슬이 없어도 원하는 바를 스스로의 힘으로 이뤄낼 수 있다는 믿음. 결국 믿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에필로그 격으로 소개한 이야기를 보면, 결국 카고메는 무녀의 옷 (기쿄우의 옷)을 입고 이누야샤 곁에 남기로 하였으며, 미륵과 산고는 결혼해서 무려 아이를 셋 씩이나 나아 기르는 모습이 연출되었고, 싯포는 여우요술시험 연습으로 승급을 노리고 있으며, 코하쿠는 토우토우사이에게 무기를 받아 퇴치사로서 수행을 떠났고, 한동안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코우가는 아야메와 결혼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셋쇼마루는 카고메에게 '아주버님' 소리를 듣는 동시에 링과의 묘한 관계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사실 원작 만화를 읽지 않은 입장으로서는 셋쇼마루와 링의 관계가 살짝 모호한 부분이 있었는데, 마지막 장면에 기모노를 또 선물했다는 대사를 보면 (물어보니 일본에서 기모노를 선물하는 경우는 정인에게 선물하는 경우라고 한다) 결국 링을 좋아하는 것으로 '확정'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미 이곳저곳 커뮤니티의 반응을 보면 '역시, 셋쇼마루는 아무리 폼을 잡아도 결국은 로리였다'로 결론지어지고 있는데, 셋쇼마루를 가끔씩 이누야샤보다 더 응원했던 나로서는 좀 실망인걸 ㅎ




최근 종영한 <추노>의 경우도 그랬지만, 악한 캐릭터에게 여지를 주는 경우는 이누야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이누야샤는 극 내내 이런 분위기를 내지는 않았었지만, 사실 그 태생을 살펴보자면 나라쿠의 목적이란 것은 단순히 기쿄우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것 정도였으며 그것이 나중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혼의 구슬에 힘에 이끌려 오히려 조금 이용당한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다. 완결판 마지막회와 그 전회의 나라쿠의 모습은 참 안스럽게까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카고메가 '결국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구나'라는 말을 했을 때 주저하는 나라쿠의 모습이나, 마지막에 평온함과 구원을 얻게 되는 마지막은, 이누야샤 이야기의 종결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쨋든 오랜 시간 함께 해왔던 이누야샤가 완결편을 끝으로 정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최근 애니메이션은 짧은 경우가 많아 종영이 되더라도 이 정도의 아쉬움은 들지 않았었는데, 이누야샤는 워낙 오랜 시간을 함께 끌고 오다보니(분명 끌고 온 뉘앙스가 있다) 막상 끝난 뒤의 허전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 동안 TV판은 물론이고 국내에 어렵게 어린이 영화제에서만 한정 개봉했던 '홍련의 봉래도'를 보려고 수많은 어린이 속에서 관람한 추억도 있고, 극장판 DVD들도 별로 좋지 않은 사양이지만 모두 소장하고 있기도 하고, 일본가서 작은 피규어도 사왔었고, 이누야샤 덕에 Do As Infinity도 더더욱 좋아지게 되었는데, 이런 여러가지를 안겨준 이누야샤가 진짜 끝나버렸다니 아쉬움 뿐이다.

그 동안 이누야샤와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이 벌써 그리워진다~

1. 이누야샤의 수록곡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두 곡.



Do As Infinity - 深い森




Do As Infinity - 真実の詩

2. 그리고 지난해 일본에 가서 사왔던 이누야샤 피규어도 보너스로.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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