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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나가고 (海よりもまだ深く, 2016)

어제의 나에게 보내는 안녕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태풍이 지나가고 (海よりもまだ深く, 2016)'를 보았다. 언제부턴가 신작을 가장 기다리게 되는 감독 중 하나인 그의 새로운 영화는, 또 한 번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일상 속에서 삶의 진리를 어김 없이 찾아 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영화를 통해 발견하고 꺼내 드는 삶의 순간, 깨달음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모두의 삶에 존재하고 있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고, 다른 하나는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지만 부정하려 애쓰거나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인정하는 과정을 그려내는 것이다. '태풍이 지나가고'는 후자의 경우다. 인생을 살면서 후회하지 않는 이가 과연 있을까. 이 영화는 누구나 한 번쯤 혹은 여러 번 크고 작은 일들로 인해 후회하고 포기하고 자책했던 이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당부 같은 이야기다. 막연하게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또 한 번의 마법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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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가 중요하다는 것. 특히 가족의 죽음이나 부부의 이혼 등을 겪은 이후에 '그 때 잘 할걸'하며 그러니까 지금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머리로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중요성과 과거에 대한 후회를 다룬 다른 영화들이 그 후회를 말끔히 씻어 줄 방법과 어디서부터 잘 못되었는지를 돌이켜 그 잘못된 매듭을 풀어 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반해,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어디서부터 잘 못되었는지에 대해 여러 번 되 묻지만 결국 그 답을 찾아내지 못한 주인공들을 그린다. 다시 말해 '태풍이 지나가고'의 이야기는 과거 나태하고 실수를 많이 하던 주인공이 어떤 계기로 인해 정신차리게 되는 이야기나, 과거 오해나 실수로 인해 벌어지는 갈등이 비로소 해결되는 방식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상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고나면 말할 수 없는 삶의 행복이 느껴진다. 아베 히로시가 연기한 료타의 후회는 가족이라는 존재의 힘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것이지만, 바로 그 가족이 어떤 역할을 하는 가가 이 영화의 주된 메시지이기도 하다. 애써 무리하게 억지로 행복하려 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후회를 덮지 않도록 료타(아베 히로시)를 감싸고 돌보는 것 역시 가족이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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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고 나니 문득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의 가사가 떠올랐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이 가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인권의 그 노래가 그러했듯이, 이 영화는 지나간 것을 지나간 대로 두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는 일인가를 잘 알고 있으며, 그렇기에 그 인정의 과정을 묘사하는 것에 영화의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칫 허무맹랑한 낙천적인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약 2시간 동안의 이야기를 통해 만나볼 수 있었던 이 한 가족의 이야기는 그렇게 어른스러운 방식으로 자신 만의 결말을 맺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가족의 이야기를 연달아 그리는 가운데 '어른'이라는 존재에 대해 계속 고심해 왔다. 어른스럽다 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것이 진정한 어른의 모습인지에 대해 주로 아버지라는 존재를 내세워 그 고민과 답을 이어왔다. 가족이라는 공동체 내에서 어른이 되어야 하는 부모의 역할과 무게는 어떤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 것은 감독 자신이 부모가 되면서부터 어쩌면 당연한 고민이었을 것이다. 그 역시 자신이 부모가 되면서 어른이라는 존재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또한 과거의 후회스러웠던 일들에 대해 떠올려 보게 되는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태풍이 지나가고'를 보고 있으면 그러한 감독의 고민과 지금의 답이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분명 후회되는 일들이 있지만 거기서 머물지 않고, 내일로 나아가는 것. 아마도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그 내일에 먼저 도달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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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나에게 진정으로 안녕하고 안부와 인사를 전할 수 있는 영화는 많지 않았는데, 이 작품은 나에게도 어제의 나를 미소 지으며 떠나보낼 수 있도록 (이건 쿨한 안녕과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진짜 안녕이다)작은 용기를 불어 넣어준 영화였다. 나도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알 수 있을까. '안녕'하며 인사할 수 있을까. 



1.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자신이 어머니가 홀로 사셨던 연립아파트단지의 기억을 이 영화에 그려냈다고 하는데,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 연립아파트의 모습이나 풍경이 마치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주공아파트의 기억과 겹쳐졌어요. 외할머니와 함께 살기도 했었고. 무언가 그 자체가 추억인 주공아파트의 풍경이...


2. 키키 키린의 연기는 볼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하곤 하는데,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장면을 그러니까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말하고자 하는 일상 속의 진리와 소중함을 관객에게 100% 전달하는데에 그녀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에요. 


3. 극 중 아베 히로시의 아들 '싱고' 역의 배우는 우리 배우 김새론과 몹시 닮았더군요 ㅎ


4. 사실 이번 작품은 전작 이후 텀이 좀 짧기도 했고, 포스터나 시놉에서 '걸어도 걸어도'가 연상되기도 해서 아주 큰 기대까지는 갖지 않았던 작품이었는데, 아..... 또 한 번 완벽한 드라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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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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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そして父になる, 2013)

가족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적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최근 작을 보면 대부분 가족과 관련된 영화들이었다. 2008년 작 '걸어도 걸어도'는 아들로서 부모를 바라보는 시각이었고, 2011년 작 '기적'은 아이들의 눈 높이에서 바라보려고 애쓴 또 다른 가족 영화였으며, 제작을 맡았던 '엔딩노트' 역시 한 가족이 가장과 이별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의 신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역시 또 한 번 가족의 관한, 그 가운데서도 제목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아버지라는 존재의 탄생 혹은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들은 단 한 번도 자극적이었던 적이 없는데, 이번 작품 역시 결코 관객을 향해 소리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일어난 사건 자체는 수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 만큼의 중대한 사건이지만, 영화는 이를 내적으로 삼켜내는 두 가족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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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아버지가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기 전까지 후쿠야마 마사히루가 연기한 료타를 아버지로 부를 수 있을 까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영화는 철저하게 료타에게 맞춰져 있다. 사실 이 작품은 고레에다의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내게 자리에서 쉽게 일어날 수 없을 만큼의 감흥을 전달한 작품이었지만, 조금의 석연치 않은 부분들도 있었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철저하게 아버지 역할인 료타에게만 맞춰져 있다. 같은 크기의 충격을 맞게 된 두 가정이고, 한 가정으로만 한정 지어도 료타의 아내의 이야기가 있지만 영화는 오로지 료타의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가 극을 이끈다 는 것 보다는 극이 그 만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너무도 직접적인데, 결국 영화는 료타가 어떻게 아버지가 되는지 바로 그 과정인 '그렇게'를 보여준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석연치 않았던 부분은 바로 그 점이었다. 너무 료타의 이야기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것. 영화 속 인물들과 영화 자체가 러닝 타임 내내 료타가 아버지가 되길 기다려주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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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형태의 다른 이야기와는 달리 '그렇게 아버지가..'에서 료타가 겪게 되는 사건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다른 인물들도 똑같은 세기로 겪게 되는 사건이었기에, 극 중 인물들 모두가 (심지어 상대가 되는 가족까지도) 료타가 자신을 극복하고 아버지가 되길 도와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한 편으론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판타지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희망적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료타가 아버지가 되었다고 과연 두 가족이 겪은 이 고통이 해소되었나? 라는 물음에 조금은 우울함 마저 들었다.


참고로 나는 이 영화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이창동 감독이 참여한 GV로 한 번, 그리고 나중에 개봉관에서 한 번 이렇게 두 번을 관람하였는데, 단순 재 관람의 이유 때문 만이 아니라 다시 보고 나서 달리 느낀 부분이 생겼다. 바로 석연치 않게 여겼던 료타와 이를 기다려주는 영화에 대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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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료타와 영화의 관계가 판타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들어오는 생각은, 어쩌면 그것이 영화가 말하고자 한 가족의 의미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료타가 아버지가 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그 자신의 자각이나 극복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말 없이 기다려주는 가족이었다는 얘기다. 료타가 결정적으로 다시 금 이 잘못된 상황을 재 자리로 돌려야겠다고 마음 먹게 된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되는 장면) 장면을 봐도 그렇다. 울고 있는 료타를 본, 이제 막 잠에서 깬 그의 아내는 그가 울고 있는 것을 분명히 보았음에도 아무런 이유를 묻지 않고 그저 '아침 먹을까?'라고 웃으며 이야기한다. 마지막 장면 역시 그렇게 돌아온 료타를 아무 말 없이 받아주는 또 다른 가족 역시 그런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즉, 판타지라고 생각했을 정도의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 역시 가족이라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것. 그것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전작 '기적'에서 보여주었던 것과 같은 또 다른 기적이 아닐까 하는 것. 이 영화는 내게 그렇게 다가왔다.



1. 영화를 본 지는 제법 지났는데 리뷰가 늦었네요;


2. 아래 사진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이창동 감독님이 함께 했던 씨네토크 현장.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과 영향을 주는 관계라는 걸 그 분위기만 봐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는데, 참 귀한 시간이었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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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노트 (エンディングノート, 2011)

닮고 싶은 죽음, 아니  삶



비록 제작자라 할지라도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신뢰의 이름 그리고 죽음을 클라이맥스로 설정하지 않고 시작하는 이 영화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엔딩노트 (エンディングノート, 2011)'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조감독을 지낸 마미 스나다 감독이 자신의 아버지인 도모아키 스나다의 마지막 여정을 직접 촬영하고 연출한 작품이다.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도모아키 스나다는 자신의 삶을 직접 정리하며 죽음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간다. 이 정도만 가지고도 평소 영화보고 감정이 격해져서 자주 우는 나 같은 사람은 눈물을 펑펑 흘릴 것만 같은 영화지만, 오히려 이 영화엔 눈물보단 미소와 부러움이 더 깊게 흘러나왔다.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싶지만 실제로 그랬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정말 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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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계획적으로 준비해 나가는 도모아키 씨의 여정은 결코 슬프지 않게 그려진다. 아니 그려진다는 연출의 측면이 아니라 실제로 슬픔보다는 유쾌함이 담겨 있는 과정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마지막을 준비하며 도모아키 씨가 적어내려간 엔딩 노트엔 '손녀들과 힘껏 놀아주기' '장례식 초대 명단 정리하기' '이왕 이렇게 된 거 신을 믿어보기' 등 적어도 죽음보다는 삶이 느껴지는 to-do list가 담겨 있다. 그리고 영화는 이런 영화들이 주인공의 일생을 모두 담으려 하는 것과 같은 거대한 야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간간히 도모아키 씨의 젊은 시절을 사진과 홈비디오 등으로 회상하기는 하지만 이것이 죽음을 더 극적으로 느껴지도록 하는 장치라기 보다는 현재 그의 곁에 있는 아내와 자식들, 그리고 손녀들 과의 관계에 대해 관객들이 조금이나마 더 공감할 수 있도록 한 최소한의 배려 정도로 작용하고 있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이런 유쾌한 분위기가 도모아키 씨의 것이라기 보다는 영화가 관객을 위해 만든 방식이라고 오해할 지도 모르겠는데, 영화는 철저하게 도모아키 씨의 생각과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려 애쓰고 있다. 왜 애쓰고 있다고 하냐면 이 작품을 촬영하고 만든 이가 바로 그의 막내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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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나이는 아니지만, 가끔씩 어떤 죽음을 맞았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아닌 계획을 짜보기도 하는데, 그런 나에게 도모아키 씨의 엔딩 노트는 정답지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더 나아가서 과연 이런 계획을 실현 혹은 수행하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을 갖고 있던 나에게 도모아키 씨의 삶은 '가능하다' 라는 확답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그저 이런 엔딩 노트를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죽음에 이르는 도모아키 씨가,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도모아키 씨의 죽음이 정말 부러웠었다. 구체적이진 않지만 막연하게 꿈꾸었던 죽음과 거의 유사한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거의 끝날 무렵, 나는 도모아키 씨의 죽음보다는 그의 삶을 더 부러워하게 되었다. 이런 죽음을 준비하고 맞을 수 있을 정도로 오랜 시간 행복하게 살아온 그의 삶과 이런 그의 마지막을 기꺼이 함께 동참해주는 가족을 갖고 있는 그의 삶이 부럽기만 했다.


'엔딩 노트'는 처음엔 그냥 단순하게 '도모아키 씨처럼 죽고 싶다' 라는 결심을 하게 했다면, 마지막에는 결국 '도모아키 씨와 같은 삶을 살아야겠다' 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 소중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보며 결코 울지 않았다. 최근 본 그 어떤 영화들 보다도 해피 엔딩이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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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奇跡, 2011)

크리스마스의 기적같은 영화



이 영화를 보기 전 나는 '2011년 올해의 영화'라는 타이틀로 올 한해 극장에서 본 영화들 가운데 가장 인상깊었던 영화 10작품을 선정하는 글을 완성했었다. 그런데 이 글을 쓴지 겨우 이틀 만에 다시 수정해야만 할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 나는 왜 잘 알만한 사람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을 올해가 가기 전 볼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성급하게 '올해의 영화'라는 타이틀의 글을 써버렸던 것일까. 지금와 생각하면 당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영화는 올해의 영화의 한 자리를 맡기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나를 울리고 떨리고 웃음짓고 들뜨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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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奇跡)'이라는 원제 답게 영화는 기적에 대해 아주 직접적인 접근방식으로 풀어간다. 부모로 인해 가고시마와 하카다에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와 살고 있는 형 코이치와 동생 류노스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코이치는 가족이 다 같이 살기 위해서는 가고시마의 화산이 폭발해 아무도 이곳에 살 수 없게 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던 중, 새로 개통한 신칸센 열차 '사쿠라'가 교차하는 순간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얘기를 알게 되고 이 소원을 빌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하게 되면서 친구들 소원의 이야기까지 영화의 한 축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리고 동생이 류노스케와 그의 친구들 역시 형과의 만남을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역시 류노스케와 친구들의 소원도 이야기의 한 축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 영화의 초기 기획의도가 새로 개통한 신칸센의 홍보 영화였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기적'을 통해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에 이은 자신의 세계관을 또 한 번 완벽하게 풀어놓는다. 그리고 전작들에 비해 희망적이며 더 따듯하고 더 풍성한 스펙트럼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사실 영화를 보고나서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여러가지 화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부모세대의 짐을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하고 오히려 어른들의 상처마저 아이들이 감싸안는 구조에 대해 이야기해볼 필요를 느꼈고, 화산재가 날리는 마을과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사회의 모습을 연관지어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럴 수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 없겠다' 싶을 정도로 이 영화가 담고 있는 '기적'의 메시지는 깊은 인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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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소원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그의 대표작 '원더풀 라이프'의 인터뷰 형식을 다시금 가져왔다. 각자 돌아가며 자신의 소원을 얘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기적이라고 할 만큼 사적인 바램들이지만, 우리가 흔히 '어린 시절'이라고 부르는 것들에 대한 추억이자 감성이 더도 덜도 아닌 그대로의 모습으로 담겨있다. 개인적으로도 어린 시절 친한 친구들과 함께 부모님께 거짓말하고 멀리 여행을 다녀왔던 모험적인 기억이 있는데, 그 추억과 맞물려 그 때의 그 두근거림과 두려움 그리고 모험을 통해 조금 더 알게 된 '세계'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 형제의 여정 가운데는 단순히 우연 만으로는 가장 할 수 없는 일들도 일어나는데, 보통 같았으면 너무 영화같아서 손발이 오그라들거나 너무 아이 같아서 유치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아이들의 세계를 그리는 방식은 너무나 황홀했다. 아이에게 어른다운 성숙함을 무리하게 부여하지 않으면서도 아이가 겪는 일과 고민들을 통해 모든 세대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 그리고 영화적 '순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매일 돌아오는 집 앞 신호등과 횡단보도의 이미지, 두근거림을 안고 내려다본 지하철 역 아래의 풍경들, 길가에서 우연히 만난 코스모스들 그리고 열차와 열차가 교차되어 지나가던 그 아무렇지 않지만 기적과도 같았던 찰나의 순간까지.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쉽게 생각해보면 결국 기적이라는 것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 혹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주변에서 진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 나는 코이치와 아이들이 '세계'를 깨닫기 전에 믿고 있던 신칸센 교차 순간 역시 영화가 끝난 뒤에도 '기적'으로 느껴졌다. 왜냐하면 실제로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장난스럽게도 국내 개봉 제목처럼 '진짜로 일어났을지도 모를' 기적에 대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기차길 건너편에 서있던 할머니가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나, 영화의 마지막 죽은 강아지가 살아나기를 빌었던 아이의 걸음이 잠시 멈춘 뒤 다시 뛰어가는 장면 등을 통해서 말이다. 뭐랄까. 결국 삶 자체가 기적이라는 진리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순수하게 기적을 믿는 마음도 저버리고 싶지 않은 그의 넓은 마음이 느껴져 더 아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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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써야지 하고 마음 먹었을 때는 더 다양한 주제들이 많았었다. 이렇게 저렇게 나름의 '썰'을 풀어가며 영화가 전해준 의미들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했었는데, 생각하면 할 수록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가 담고 있는 감성이 전해준 인상이 깊었다. 극장을 나오며 느꼈던 그 행복감을 글로 전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전작들에 비해 유머도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에 절로 웃음짓게도 되지만, 역시나 그의 작품답게 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진짜 왜인지 모르게 펑펑 울것만 같은 (사실상 운거나 다름없는) 장면들이 있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닌 것이 극장 곳곳에서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화 내내 들려오던 쿠루리의 음악 역시 이 행복함과 울컥함에 한 몫을 했다. 내가 이 작품에서 느꼈던 울컥함은 말로 표현하기는 좀 어려운데, 슬퍼서라기 보다는 행복해겨워서 에 더 가까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포착해 낸 기적같은 순간과 그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진 또 다른 기적은, 그 기적 속을 살아왔고 경험했던 관객으로서는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눈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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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만난 이 영화는 나에게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다. 그리고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이 영화를 만들 때는 몰랐겠지만 그의 영화는 내게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되었다.


1. 인디음악을 하는 아빠(오다기리 죠)의 음악 CD를 형에게 건네며 '인디 음악이라는게 뭐야?'라고 묻는 류노스케에게 코이치는 이렇게 답해요. '더 열심히 해야하는 음악이야'

2. 극중 형제로 나온 코이치와 류노스케는 실제로도 친형제더군요. 전문배우가 아닌 이 형제가 만들어내는 장면들 하나하나가 기적같았어요. 코이치의 진지함과 누구나 행복하게 만드는 류노스케의 '밝음'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3. 쿠루리의 음악도 정말 좋았어요. 영화를 보고나서 계속 흥얼거렸고 지금도 계속 사운드트랙을 무한반복하는 중입니다 ㅠ (나는 왜 내한공연에 가지 못했나 ㅠㅠ)

4. 개인적으로는 일본여행 갔을 때 갔던 곳이 나와서 더 반가웠어요. 특히 영화 속 주요 모티브로 등장하는 신칸센 '사쿠라'도 타봤기에 더 남달랐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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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인형 OST (空気人形, OST by World's End Girlfriend)
슬픔으로 위로 받는 음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공기인형'은 그의 전작들 때문에 배두나의 출연을 접어두고서라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기대작이었다. 영화 외적으로 또 하나 관심을 갖게 된 점이라면 바로 'World's End Girlfriend' (이하 WEG)가 참여한 사운드 트랙이었다. WEG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대부분의 사람과는 달리 '모노 (Mono)' 때문은 아니었는데, 우연히 보게 된 그들의 앨범 'Heartbreak Wonderland'의 자켓과 내한 공연에 초대 받았으니 그 전에 들어봐야지 하며 들어보게 된 것이 계기였다(그런데 정작 내한공연에는 가질 못했다;). 'Heartbreak Wonderland'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은 좀 묘한 것이었는데, 이 앨범이 담고 있는 슬픈 감정이란 것은 그리 극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매우 소소한 것으로 정리할 수도 없는, 참 듣는 사람을 무력하도록 만드는 '슬픔'이었다. 이 앨범은 이것저것 말할 것 많은 앨범이었지만 결국 남는 감정은 '슬픔'인 그런 앨범이었다.





내가 WEG를 기억하는 방식은 이랬다. 그들의 'Heartbreak Wonderland' 앨범은 정말 좋은 앨범이었지만 우울한 날 듣고자 하는 용기가 쉽게 나지는 않는 음악이었고 (Radiohead나 Nell 등을 들을 수 있는 것과는 다르게 말이다), 하지만 문득문득 생각나는 그런 앨범이었다. 그런 그들의 곡이 한 두곡 정도 실린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그들의 정규 앨범에 가까운 형식의 사운드 트랙이라 '공기인형'의 OST는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 참여한다는 걸 미리 알고 보게 된 영화이긴 했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과 너무나도 잘 맞아 떨어지는 WEG의 음악에 다시 한번 동화될 수 밖에는 없었다. 특히 이번 사운드트랙은 감독이 WEG에게 특별히 부탁을 해 참여하게 되었다고 알려졌는데,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전작들을 감명 깊게 본 이들이라면, 이 둘 간의 만남이 얼마나 적절한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작 'Heartbreak Wonderland'는 어찌보면 상당히 실험적인 음악이 담긴 앨범이었다. 클래식과 엠비언트의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 이렇다할 일반적인 형식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듯한 자유로운 음악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실험적이기도 했지만 한 편으론 굉장히 치밀한 앨범이기도 했다. 그래서  'Heartbreak Wonderland'를 듣고 나면 실험적임에도 이 완성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데, '공기인형' 사운드트랙은 이런 실험적인 면은 조금 덜하지만 전체적으로 장면 장면에 크게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커다란 이야기로 연결되는 점은 역시 완성도 측면에서 짚고 넘어갈 만 하다. 사실 좋은 사운드트랙이란 완전히 음악이 인식되지 않거나 반대로 음악만 들어도 그 장면이 절로 떠오르게 되는 극과 극의 상황을 들 수 있을텐데, 이 앨범의 경우는 음악을 듣고 있어도 장면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전자처럼 음악이 인식되지 않는다 라는 측면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은 영화에서 음악이 사용된 방법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공기인형' 속 영화 음악은 '장면'에 사용되었다기 보다는 그냥 전체적인 '이야기'에 사용되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사운드트랙을 듣고 있어도 어느 한 장면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이미지가 계속 뇌리를 맴돌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감독이 전하려던 메시지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사운드트랙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전작에 비해 엠비언트 느낌이 강한 실험적 곡들은 덜 배치되었지만, 무채색의 영화 톤처럼(혹은 공기처럼) 영화의 이곳저곳을 감싸며 떠도는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음악이었다. 현의 사용이 더 깊어졌고 몽롱함보다는 오히려 애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슬픔'의 정서는 계속 이어진다. WEG가 만드는 슬픔의 정서는 펑펑 터지는 울음이라기 보다는 마치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그냥 말없이 뺨을 타고 주르륵 흐르는 눈물에 가깝다. 왜 우는 지도 모르는 채 울게 되는 경험을 '공기인형' 사운드트랙은 가능하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전작에 수록되었던 '百年の窒息'를 사운드트랙을 통해 다시 한번 만나볼 수 있어서 더욱 반가웠다. 이 곡은 본래도 좋아하는 곡이었는데, 영화 속의 애절하고 쓸쓸함이 더해지니 또 한번 뭉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인터뷰를 통해 '이번 영화는 이 음악을 통해 비로소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라고 이야기한 것은 결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황량하고 쓸쓸한 영화의 미장센을 위로하듯 감싸는 것은 WEG의 음악이며, 이 음악은 묘하게도 더 슬프게도, 더 위로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공기인형' 사운드트랙은 가끔씩 꺼내어 보게 될 것 같다. 슬프거나 위로 받고 싶을 때 말이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공기인형 (空気人形, 2009)
외로움에 관한 위로의 판타지


<원더풀 라이프> <아무도 모른다>를 비롯해 지난해 <걸어도 걸어도>에 이르기까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들은 매번 삶의 관한 깊은 통찰로 인해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한 켠이 심하게 저려오는 현상을 일으키곤 했었다. 이런 그의 작품들을 함께 하다보니 자연스레 그의 팬이 되어버렸는데, 이런 그의 신작 <공기인형>에 대한 첫 인상은 사실 조금 의외라는 느낌이었다. 전작들로 미뤄 봤을 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세계관이란, 너무나 현실적이고 평범한 것들을 다루면서도 그 속에서 쉽게 찾아내지 못하는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진리의 조각을 찾아내 성찰하고 투영해내는 것이라고 느꼈었기 때문에, '공기인형'이라는 소재와 무언가 사이버 판타지스러운 느낌의 기본 골격은 왠지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역시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변하지 않았다. '공기인형'이라는 특수한 소재를 가지고 다시 한번 인간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는 시선과 더불어, 화려함 속에 감춰진 일본 사회의 외로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텍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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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한 남자가 성생활 보조 도구로 구매한 '공기인형' 노조미가 어느 날 마음을 갖게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인형이 마음을 갖게 되었다는 설정은 로봇이나 사이보그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설정인데, <공기인형>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공기인형>은 노조미가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라 마음을 갖게 되어버린 공기인형 노조미를 통해 그녀를 둘러 싼 인간들의 외로움을 그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공기인형>에는 노조미 외에 여러 명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하나 같이 외로움과 결여됨에 힘겨워 하는 이들이다. 젊은 여성에게만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 탓에 점점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 하는 노처녀, 역시 사회와 단절되어 애니메이션과 영화에만 빠져사는 오타쿠 청년, 거식증에 먹는 것으로만 하루를 보내는 히키코모리 여자, 홀로 어린 딸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 사람의 따스한 손길을 그리워 하는 노인, 현실과는 상반된 모습을 영화로나마 풀어내려는 경찰 그리고 공기인형을 마치 사람처럼 여기며 하루를 살아가는 남자까지. 모두들 결여된 부분이 있는터라 날이 서 있는 사회 속에 차마 섞이지 못하고 외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인생들이다. 사실 <공기인형> 속 캐릭터들은 이런 결여된 부분을 좀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각각의 특별한 배경이 주어진 경우지만, 실제로 이들의 이야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겹쳐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게 된다. 결국 차가운 도시를 살아가는 외로운 자들에 대한 깊은 연민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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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로움과 연민을 관통하는 캐릭터는 역시 노조미 (배두나)이다. 인형인 노조미가 마음을 갖게 되면서 그 갖지 말았어야할 마음으로 인해 겪게 되는 아픔들을 통해, 이미 이런 마음을 갖고 있는 인간들을 거꾸로 위로하고 있는 것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런 외로움에 대한 해결책으로 끊임 없이 관계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결여 혹은 결핍이라는 것은 단순히 생각하면 부족한 것으로 여길 수 있겠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채워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결여의 테마를 '채운다'의 메시지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 공기인형인 노조미가 사고로 몸에 구멍이 나 바람이 빠진 뒤에 묘한 감정이 싹트고 있던 비디오 가게 점원인 '준이치'가 직접 바람, 아니 숨을 불어 넣은 행위는 매우 직접적인 표현 방식인 동시에 이런 '채운다'의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것이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숨'이라는 점은 이 이전과 이후, 그러니까 공기가 들어 있을 때와 숨이 담긴 이후의 모습이 확연히 틀린 노조미의 모습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그저 펌프질을 통한 바람이 담겨있던 '공기'인형 노조미는 인형처럼 움직이고 인형처럼 행동했지만, 준이치가 '숨'을 불어넣은 노조미는 혈색도 사람다워졌고 무엇보다 이전에는 없던 '표정'이 생겼다는 점에서 관계를 통해 보다 의미있어졌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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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공기인형'이 갖는 메시지는 누군가로 인해 '대체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인간 관계에 있어 누구나 내가 특별한 존재이길 바라지만 관계를 맺다보면 서로가 느끼는 존재감이 다를 수 있게 되고, 이런 것에서 상처를 받다보면 나중에는 영화 속 남자처럼,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스스로 홀로 되는 것에 익숙해져 버리게 된다. 여기서 고작 얻을 수 있는 위로라고는 '나 같은 이가 더 있다'라는 것 정도 뿐이다.

점점 세상을 배워가며 자신의 존재에 대해 더욱 정확히 알게 된 노조미는, 이제 용기를 얻어 자신도 무언가 능동적으로 관계를 맺는 데에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긴다. 하지만 노조미의 이런 의지는 그녀의 바램과는 다르게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그녀는 자신의 숨이 왜 누군가를 더 다치게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벌어진 결과 조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태생적으로 결여된 존재였던 노조미에게 세상은 너무나 가혹한 곳이었고, 그녀는 이 가혹함을 가혹함으로 받아들이지도 못한채 사그라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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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항상 희망을 이야기하던 작가였다. <공기인형> 역시 얼핏보면 너무도 슬프기만 한 판타지로 보이기도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알 수 있듯 노조미는 그 주변을 둘러 싸고 있던 인물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홀씨를 남기는 계기가 된다. 어떠한 희생으로 인해 희망을 엿보게 된다는 것은 여전히 슬픈 일이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노조미가 남긴 홀씨를 희망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려 하는 듯 하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마지막 노조미가 꾸는 환상은 너무나도 슬픈 장면이었다. 이때 까지 몇번 외로움에 울컥했던 나는 이 환상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없었다면 <공기인형>은 그냥 너무 슬프고 짠하기만한 판타지가 되었을 텐데, 이로 인해 영화는 그래도 위로 받게 되는 판타지가 되었다. 이 장면에 대한 감회는 사실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가 너무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매번 이런 지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는 장면에서 갑자기 눈물이 터져나오곤 한다. <공기인형> 역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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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몇 달 전 다녀왔던 일본의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 터라 더 남다르게 다가온 작품이기도 했다. 그곳에서 느꼈던 그들의 외로움을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떠올려볼 수 있었다. 그리고 좋아하는 밴드 'world's end girlfriend'가 참여한 사운드 트랙도 영화와 잘 녹아드는 모습이었다. 새로 작업한 곡들 외에 그들의 지난 앨범 'Hurtbreak Wonderland'의 수록곡도 만나볼 수 있어 더욱 좋았고. 배두나의 연기는 더 말할 것이 없더라. 확실히 아오이 유우나 미야자키 아오이 등이 할 수 없는 연기와 아우라가 배두나에게는 있다(단순히 노출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과감히 잡은 배두나의 선택은 역시 옳았다.


1. 'world's end girlfriend'가 참여한 사운드트랙은 참 좋습니다. 영화의 쓸쓸함과 위로를 모두 담아내고 있어요.

2. 사실 전혀 모르고 간 터라 조금 놀랐는데, 영화 속 노출이 생각보다 높더군요. 전 그것도 몰랐는데, 이 영화를 검색하려보니 '배두나 노출'이 연관 검색어로 뜨더군요. 여전히 작품은 보지않고 노출에만 열을 올리는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또 한번 한심스럽습니다.

3. 극중 배두나가 오다리기 죠를 찾아가는 장면에서는 <메트로 폴리스>나 <블레이드 러너>가 살짝 연상되기도 하더군요. 오다기리 죠의 기존 이미지에 많이 기댄 캐릭터는 그것 만으로도 훌륭한 캐릭터가 되더군요.

4. 마지막 노조미의 환상 부분은 <에반게리온> TV판 마지막 장면이 그대로 겹쳐지더군요. 그래서 더 왈칵 했을까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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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도 걸어도 (步いても 步いても, Still Walking, 2008)
진리를 다루는 방법


고레에다 히로카즈. 한 때는 일본 영화 감독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이를 꼽으라면 볼 것도 없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 등을 연출한 이누도 잇신을 꼽곤 했었는데, 어느 새 부턴가 마치 그의 작품들처럼 조금씩 조금씩 깊은 울림으로 다가와 가장 좋아하는 일본 감독 대열에 은근히 자리하고 있는 감독이 바로 그가 아닐까 싶다. <원더풀 라이프>나 <환상의 빛> 같은 작품들은 나중에야 챙겨본 경우고 리얼타임으로 본 영화라면 <아무도 모른다> <하나> 등이 있었다. 그의 작품들은 참 조용하고 차분하면서도 무언가 형용하기 어려운 공기로 가득차 있다고 할 수 있을텐데, 이번 작품 <걸어도 걸어도>는 이미 영화제를 통해 접한 지인들의 극찬들을 재쳐두더라도 꼭 극장에서 보고 싶었던 기대작이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감독이나 출연 배우 정도의 정보 이상은 얻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기 때문에 포스터를 보고 미뤄 짐작하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걸어도 걸어도'라는 제목에서 연상되는 메시지와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포스터는, 가족 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고레에다 히로카즈 만의 방식으로 또 조용히 풀어가겠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영화는 훨씬 더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훨씬 더 깊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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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박 2일 이라는 짧은 시간을 통해 같은 공간에 모이게 된 (넓은 의미의) 한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래전 소년을 구하려다가 먼저 목숨을 잃게 된 장남 준페이의 기일을 맞아 요코하마에 위치한 부모님 집에 흩어졌던 가족들이 모이게 되는데, 집을 떠난 료타(아베 히로시)는 남편과 사별하여 아들 하나를 두고 있는 여자와 결혼하였고, 출가했던 딸은 다시금 친정으로 돌아오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준페이의 기일을 맞아 모이게 된 이들의 모습에서는 조금 특수한 상황은 있지만 그렇다고 전혀 새롭거나 한 설정들이라기 보다는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만나볼 수 있는 가족들 간의 미묘한 갈등을 그려내고 있다.

료타는 형인 준페이에게 컴플렉스를 느끼고 있는데, 집안의 모든 관심과 기대를 받던 형과는 달리 지금은 사별한 경험이 있는 여자와 함께 살고 있고 변변한 직업도 없는터라 가족들과의 만남이 그리 달갑게 여겨지지 않는다. 딸인 지나미(유) 역시 여러가지 일들 때문에 다시금 친정집으로 가족이 들어와 살려고 하지만 이를 두고 어머니와의 미묘한 갈등 때문에 역시 그리 편하기만한 만남은 아니다. 부모 역시 자식들에게 못 마땅한 점을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 1박 2일은 분명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모두들 불편함을 마음 한 구석에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그리 짧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어머니(키키 키린)는 시종일관 푸근하게 웃는 얼굴로 자식들을 대하지만 툭툭 던지는 유머 섞인 말들엔 자식들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담겨져있으며, 비교적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아버지(하라다 요시오)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겠다. 료타는 자신이 어린 시절 저지른 사소한 일들마저 아버지가 형 준페이가 저지른 일들로 생각하고 있는 것에 다시 한번 컴플렉스를 실감하게 되고, 그저 성격 좋게만 보였던 료타의 안내 역시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을 결국 무의식적으로 가족 외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에 속상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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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족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 료타와 결혼한 아내의 아들인 아츠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아츠시는 따지고보면 이 가족에게서 한 발자국 물러나 있는(료타와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관찰자의 입장에서 이야기 속에 스며들어 있다. 친척 관계인 다른 두 아이들과도 어느 정도 거리가 느껴지고, 시종일관 이 가족에게서 조금은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츠시의 엄마는 성인으로서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이 가족에 물들려고 노력하지만, 아직 순수한 아이인 아츠시에게는 이 거리가 있는 그대로 느껴질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걸어도 걸어도>의 영화적 공간은 매우 한정되어 있다. 거의 모든 영화의 대부분을 집 안에서 소비하고 있고 집 밖을 나서서 진행되는 장면 역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한정적 공간일 뿐이다. 공간을 한정적으로 제한한 것은 아무래도 다른 부가적 요소가 아니라 가족 본연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려는 의도가 포함되었음은 물론, 부모가 오래 살아왔고 가족들이 예전에 다 함께 살았었던 공간이라는 특수한 측면에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설정이었다고 생각된다. 이 집 곳곳에는 끊어져 있는 가족들을 이어줄 추억들과 이야기 거리들이 녹아있는 장소들이 여기저기 있으며, 이런 소소한 거리들로 인해 이 '가족'은 자신들의 가족으로서의 고리를 새삼 깨우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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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첫 장면은 바다가 멀리 보이는 찻길까지 산책을 나가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영화 중반 이후에 이 길은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손자가 함께 하는 길로 다시 등장한다. 료타의 가족이 오르던 가파른 계단 길은 3부자가 바닷가로 가는 길에도 등장하며 마지막에 자식들이 모두 떠나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부모의 여정에도 다시 등장한다. 또한 한정된 공간은 같은 인물들이 다른 상황에서 혹은 다른 인물들이 같은 공간에서 겪게 되는 것으로 자주 반복된다. 이 영화에서 반복과 함께 쓰이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설정은 바로 일종의 '타이밍'이다.

반복되는 설정이 조금은 은유적이라면 이 타이밍적인 설정은 매우 직접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옥수수 튀김은 바로 먹어야만 맛이 있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쓰이고 있고, 어머니가 계속 생각해내려던 스모 선수의 이름이 어머니와 헤어지고 나서야 떠오른 것 역시 이런 엇갈림을 의미하고 있으며, 고치겠다고 한 타일을 결국 고치지 않은 것도 태워주겠다던 차를 한 번도 못 태워 준 것도 결국 이 '타이밍'과 '엇갈림'인데 이 것은 곧 이 영화에 가장 큰 정서인 '후회'와도 결부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이 영화의 많은 부분은 감독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가져왔다고 하는데(특히 어머니의 대사 중 절반 가까이는 실제 감독의 어머니가 했던 말들이라고 한다. 극 중 등장하는 엔카 '걸어도 걸어도' 역시 감독의 어머니가 자주 불렀던 곡이었다고), 그래서인지 이 작품엔 감독 자신이 부모에게 다 하지 못한 '후회'에 대한 측면이 아주 강하게 녹아있다.

여기서 후회란 단순히 '아쉽다'가 아니라 '자책'의 의미가 더 깊다 하겠는데, 아들차를 타고 쇼핑하는 것이 소원이라는 어머니의 말에 언제든 하면 되지 라고 했던 것과는 달리 결국 단 한번도 그러지 못하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바로 연결하여 보여주고, 그와는 정반대로 SUV를 권하던 매부의 제안에 그리 탐탁치 않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묘지를 내려오며 떡하니 SUV에 승차하는 료타 가족의 모습은 이 후회를 더 자책에 가까운 것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 내내 별로 직접적인 묘사를 하지 않다가 료타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자 부모는 '올해 설에나 보겠군' 하고 말하는 반면 아들은 '올해 설에는 안와도 되겠네'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면서 다시 한 번 이 '후회'와 '자책'의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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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 <걸어도 걸어도>는 세트 적인 측면이나 영화 적인 장치들에 대한 것들도 매우 흥미로운 영화가 아닐 수 없겠다. 한정된 공간 내에서 인물들의 동선을 살펴보는 재미나 여러 명이 한 공간에서 어떻게 서로 작용하는지에 대한 것으로 접근 하는 것도 물론 흥미롭지만, 의미적으로 보았을 때 결국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부모님 계실 때 잘해라' 라는 너무 진부한 명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매우 인상적인 텍스트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항상 죽음과 죽음 이후에 대해 이야기해왔었는데, 이번 작품 역시 이런 연장선에서 볼 수 있겠지만 어찌보면 죽음 이후를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후회'라는 정서가 내면 깊이 깔린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걸어도 걸어도>는 굉장히 직접적이기도 한 작품으로 볼 수 있겠다.

<걸어도 걸어도>를 보면서 앞선 여러가지 다른 이유들 때문에 깊은 인상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나는 후회할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라는 결심만 하게 되어도 이 영화는 충분히 의미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의 여운이 오래 남는 것은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의 나의 역할에 대한 반성은 물론, 무엇보다 '나중에 하면 되겠지'가 결국 실현될 수 없음을 가슴 깊이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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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ontiti의 음악은 이번에도 정말 좋네요. 정말 좋습니다.

2. 전 오프닝에 할아버지가 산책하는 장면이 왠지 울컥했어요. 그 거리거리, 골목골목과 음악이 왜 이리 울컥한지 ㅠ

3. 키키 키린의 연기는 정말 훌륭하더군요.

4. 흔히 장르를 분류할 때 '드라마'라고 많이들 쓰는데, 이 영화야 말로 진정한 '드라마'가 아닐까 싶습니다.

5. 형인 준페이의 물건들 가운데 'Joy Division'의 커다란 판넬이 있는걸 보고 혼자 속으로 '형이 음악 좀 들었는데?'하고
    생각하기도 ㅎㅎ

6. 이 영화 역시 무언가 말로는 형용하기 힘든 작품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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