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18일). 영화 팬들 사이에서 희대의 괴작으로 기대되고 있는 <드래곤볼 - 에볼루션>의 디렉터스 컷 프리뷰와
기자회견에 참석하게 되었다. 행사 당일 바로 전날 저녁에 급작스럽게 연락을 받은터라 별다른 준비를 못하고
행사장에 가게 되었는데(더군다나 오전 11시로 계획되었던 행사가 오전에 다시 10시로 변경되면서 더 급작스럽게
이동하게 되었다), <드래곤볼 - 에볼루션>을 조금이나마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무엇보다 주연 배우들을
직접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였기에, 조금 급작스러웠던 스케쥴이었지만 기꺼이 참석하게 되었다.

행사장인 롯데시네마 에비뉴엘 관에 도착하여 약 15분 정도 분량의 프리뷰를 감독인 제임스 왕의 설명을 곁들여
만나볼 수 있었다. 일단 그 동안 예고편 등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장면들과 거의 겹치지 않는 새로운 클립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라고는 원작과 주연배우들의 이름 뿐이었기 때문에 제임스 왕 감독의 전작들에 대해서는
미리 살펴보질 못했었는데, 이 프리뷰를 보는 중간중간 이연걸 주연의 <더 원>을 떠올리게 되었었다. 그런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더 원>의 감독이 제임스 왕이 아니였던가. 일단 <더 원>은 당시에도 엄청난 화제나 기술적으로 앞서 있었던 영화는
아니었는데 2009년 개봉작인 <드래곤볼 - 에볼루션>을 보면서 <더 원>을 떠올렸다는 것은 별로 좋은 의미는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프리뷰에는 몇몇 액션 시퀀스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 마치 와이어 액션의 초창기를 보는 듯하달까,
경공이라고 하기에는 딱딱하고 와이어 액션이라고 하기에도 어색한 액션 연출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것이 <와호장룡>의
경우처럼 미적인 측면이 강조된 경우도 아니었기에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는 없었던 것 같다.

와이어 액션 씬 외에 원작인 만화가 그랬던 것처럼 브루마가 캡츌을 이용해 탈 것을 준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것 역시 확실히 만화를 보며 상상했던 장면에는 많이 못 미치는 평이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예고편에도 수록되었을
정도로 이 장면은 제법 인상적인 장면으로 분류되어지고 있는데, <트랜스포머>의 변신 장면을 보며 감동을 하는 요즘
관객들에게는 별로 깊은 인상을 주지 못할 듯 하다.

물론 프리뷰에는 극히 일부 장면만이 공개되었고, 피콜로 같은 경우는 아주 잠깐 등장했을 뿐이었으며, <드래곤볼>의
장점을 느끼기에는 부족했던 장면들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홍보문구처럼 '전 세계가 기다려온' 이 영화에는
조금 부족한 장면들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원작과의 비교는 안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삼국지'를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 역시
원작인 만화와 비교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이것보다는 다른 측면에 포인트를 두고 감상하는 것이 오히려
영화를 조금 더 흥미롭게 즐기는 방법이 될 듯 하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는 언제부턴가 다른 이유로 이 작품을 기대해 오지 않았던가!

롯데시네마에서 짧은 프리뷰를 감상한뒤, 이곳에서 제공한 버스를 타고 신라호텔 영빈관으로 이동해 주연배우들이 참석하는
기자회견에도 참석할 수 있었다.







가장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손오공 역의 저스틴 채트윈. 나는 왜 그가 <우주전쟁>의 그 아들이었음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일까 --;; 영화 속 모습보다 실제 그의 모습은 더 친근하고 스마트한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치치' 역할을 맡은 제이미 정. 부모님이 70년대에 이민을 가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한국인 2세인 그녀는,
부모님의 나라를 방문하게 되어 영광이라는 말과 함께, 사진 촬영에도 친절하게 임해주었다(지정된 포토타임 외에
한 일반인 아저씨가 기자회견 중간중간 계속 개인적으로 제이미 정에게 손으로 카메라를 봐달라고 신호를 주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계속 응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피콜로' 역할을 맡은 제임스 마스터스. 이번에 내한한 배우들 가운데 가장 프로페셔널 하다고 느꼈던 배우였다.
사진에서 보시다 시피 악역임을 각인시켜주려는듯 저렇게 오버스러운 표정까지 지어주며 포토타임에 임하기도 했었고,
인터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열의를 보여주었다. 다른 배우들에 비해 원작인 만화에 대해서도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느껴졌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이 일반적인 답변들을 했던 반면에 좀 더 깊은 답변을 들려주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TV시리즈 '스몰빌'에서 '브레니악' 역으로 출연했던 그를 실제로 만나게 되 반갑기도 했다 ^^;






'부르마' 역할을 맡은 에미 로섬의 경우 외모도 외모지만 목소리도 상당히 아름다웠던 것 같다. 주윤발을 제외하면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 그녀는, 포토 타임이나 기자회견 중에도 특유의 환한 미소로 카메라 기자들의 셔터를 연신
바쁘게 했다.




기자회견 장에서 유일하게 소녀들의 비명을 들을 수 있었던건 100% GOD 출신의 박준형 때문이었다. 동료배우들이 이때마다
매우 즐거워하는 모습도 재미있었다(이를 비롯해 배우들과 스텝들 간의 분위기는 매우 좋아보였다). 이미 <스피드 레이서>를
통해 (아주 잠깐이지만) 헐리웃에 진출한 박준형은 이번 영화에서는 '야무치' 역할을 맡아 제법 비중있는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계속 통역사 분을 대단한 사람이라고 몇번씩이나 칭찬해 주위를 당황케하기도 ㅎ)






그리고 주윤발 형님 ㅠㅠ
저 인자하게 미소짓는 표정을 직접 볼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이 날의 기자회견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저렇게 인자하게 미소짓는 표정을 보니 <가을날의 동화>라던가 <영웅본색 2>에서 보여주었던 장난기스럽고 푸근한
모습들이 절로 떠올랐다. 확실히 한국에서의 인기를 반영하듯 테이블 배치라던가 기자들의 주목도에 있어 주윤발 형님에게
가장 큰 비중이 주어지지 않았나 싶다. '무천도사'같이 조금은 의외인 캐릭터를 맡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개인적으로도 별로 내키지 않았으나, 아내가 하라고 적극 추천하는 바람에 하게 되었다'라는 대답이 재미있었다.








정해진 포토타임 외에 질의응답 시간에는 촬영 자제를 요청하였는데, 이를 전혀 무시하고 사진 촬영이 계속되어(플래쉬가
연신 터졌다) 몇몇 배우들은 불편한 기색이 표정에 드러나기도 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기자회견이 마무리 된 듯 하다.















참고로 에미 로섬 사진이 유독 많은 이유는 결코 그녀 사진만을 찍으려고 했던 것 때문이 아니라 단지 내가 앉아 있던 자리에서
앞사람에 방해를 받지 않고 그나마 찍을 수 있는 위치에 있던 것이 그녀였기 때문에 유독 그녀의 사진을 많이 촬영할 수
있었다. 제임스 마스터스나 저스틴 채트윈의 경우 거의 보이지 않는 위치에 앉아있어서 사진도 거의 찍을 수가 없었고,
주윤발 형님도 겨우겨우 몇 컷이나마 건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영화를 전부 감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평가를 내리는 것은 적절히 못하겠으나,
프리뷰를 보아서는 역시나 다른 방향으로 기대했던 쪽으로 흘러갈 공산이 높아졌으며(근데 이럴려면 좀 더 막가야 하는데,
프리뷰만으로는 그런 점을 느낄 수 없어 아쉽기도(?) 했다), 원작인 '드래곤볼'은 역시 그냥 잊고 보는 편이 더 나을듯 싶었다.

과연 어떤 장면들과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지, 확인해보기 위해서라도 정식개봉을 하게 되면
꼭 극장을 찾아야 겠다. <드래곤볼 - 에볼루션>은 전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3월 12일 개봉할 예정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s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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