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칠드런 (Au Revoir Les Enfants, 1987)
한 소년의 담담한 회고록

씨네큐브에서 열린 '루이 말 감독 특별전' 3부작 상영을 통해 <굿바이 칠드런>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특별전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라콤 루시앙> <마음의 속삭임>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루이 말 감독의 가장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영화라 1987년에 개봉했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갖게 되었던
영화였죠. 루이 말 감독의 작품이라고는 1992년작 <데미지>외에는 본적이 없었는데, 이 <데미지>조차도 예전에
어렴풋이 본 영화라 사실상 루이 말 감독의 작품은 이 영화 <굿바이 칠드런>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네요.




<굿바이 칠드런>은 1944년 2차 세계대전 중 파리 근교에 위치한 카톨릭에서 운영하는 기숙 학교를 배경으로 전쟁이
만들어낸 잔혹함을 소년들의 우정으로 풀어낸 영화입니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한 진한 휴먼 드라마는 여러 영화들이
있는데, <굿바이 칠드런>은 그런 영화들 가운데서도 비교적 극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무덤덤하게 그려낸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네가 유태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도, 독일군들이 기숙학교를 급습해 유태인들을
골라내는 과정도, 이를 바라보는 줄리앙의 시선도 별로 극적이지 않습니다. 영화적인 장치를 최대한 배제하고 있달까요.
그래서 이런 비슷한 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들에 비해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도, 깊게 공감하게 되는 관객들도
적을런지는 모르겠지만, <굿바이 칠드런>은 이렇게 감정선을 극대화 하지 않으면서도 무언가 아련하고 애틋한 정서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물론 1987년작을 이제 와 처음 감상하게 된 이유에서도 그렇겠지만, 그것보다는 영화 자체가 갖고 있는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실제로 감독이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음에도), 작위적이거나 영화적이지 않다는 것이 더 큰
이유라 할 수 있겠네요. 사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같은 경우, 비슷한 영화들의 다른 클라이맥스 부분에 비하면 심심하기
그지 없을 장면이겠지만, <굿바이 칠드런>을 본 많은 사람들이 이 장면에서 깊은 인상을 받게 되는 것은,
루이 말 감독만의 연출 재주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안녕이라는 말도 못하고 헤어지는 장면이 (보네의 그 눈빛이) 쉽게
잊혀지지 않으니 말이에요.




요즘은 예전에 비해 부쩍 영화 속 행복한 장면들에 대해 더 깊이 받아들이곤 하는데, 어둡고 암울할 것만 같은 이 영화 속에도
주인공들이 아무 생각없이 웃으며 행복해 하는 장면이 한 컷 있습니다. 바로 채플린의 <이민선>을 다같이 관람하는 장면인데,
아직까지 아이들 사이의 갈등이나 관계가 완벽하게 하나가 되지 못했던 상태였음에도 다 같이 아무 생각하지 않고
즐기고 웃을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이 장면에서는, 최근 보았던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이 역시 채플린의 영화가 삽입되었었죠, 두 작품을 통해 오히려 찰리 채플린의 예전 작품들이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특히 무성영화이기 때문에 직접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생음악을 배경삼아 관람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예전엔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반드시 저렇게 했어야겠지만, 요즘 같아서는 가끔씩 저런 환경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것도
운치있고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 속 모두가 행복해 하는 그 순간.)


이 영화를 통해 알아본 배우라고는 대부분이 그랬겠지만 이렌느 야곱 뿐이었습니다.
<굿바이 칠드런>은 <베로니카의 이중생활>과 <레드>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이렌느 야곱의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암울한 기숙학교에서 빛과 같은 존재에 가까운 피아노 선생님을 연기하는 그녀의 모습은, 유난히 빛이 나는 것 같습니다.
비중이 그다지 큰 것도 아니고, 연기력이 어땠다 라고 말할 정도의 캐릭터도 아니었지만, 그녀를 이미 알고 있는 이상
이렌느 야곱의 존재는 이 영화에서 또 다른 재미로 인식되더군요.




<굿바이 칠드런>은 기존에 우정을 그린 영화들과, 또 전쟁을 그린 영화들과 완전히 맞닿아 있지는 않습니다.
영화의 내용들은 전쟁과 깊숙히 관계가 되어 있는 듯 하면서도 전혀 별개의 일인듯 진행되기도 하고,
아이들의 이야기 역시 이 배경을 인식하는 듯 하면서도, 한 편으론 전혀 신경쓰지 않으려는듯 보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겪은 실화라고 봤을 때 좀 더 극적으로 이야기를 몰고 갈 수 있는 여지가 많았음에도, 빈 여백을 그대로 두는 방식으로
연출한 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좀 더 깊은 인상을 주지 않았을까 싶구요.


1. 줄리앙의 엄마와 형의 유머는 제법 재미있더라구요 ㅎ
2. 저는 왜 저 포스터를 보고 둘다 소녀인줄 알았을까요 --;;;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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