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 (Deadpool, 2016)

'슈퍼'지만 '히어로'는 아닌 진짜 로맨스 영화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용병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은 암 치료를 위한 비밀 실험에 참여 후, 강력한 힐링팩터를 지닌 슈퍼히어로 ‘데드풀’로 거듭난다. 탁월한 무술실력과 거침없는 유머감각을 지녔지만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갖게 된 데드풀은 자신의 삶을 완전히 망가뜨린 놈들을 찾아 뒤쫓기 시작하는데…(출처 : 다음영화)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의 '데드풀 (Deadpool, 2016)'은 다른 마블 히어로 영화들과는 확실히 다른 영화다.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일반적인 히어로 영화의 정서라든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의로움을 기반으로 한 주인공의 가치관 등은 데드풀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이런 정의로움이 존재하지 않지만 특별한 힘이나 능력을 갖고 있는 주인공인 경우 안티 히어로 영화인 경우도 많은데, 그렇다고 '데드풀'이 안티 히어로 영화인가 하면 그것도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데드풀'은 영화가 스스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로맨스 영화거나 개그 액션 영화에 가깝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그래서 관객의 취향에 따라 아주 극과 극으로 나뉠 수도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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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19금 히어로 영화라는 점을 강조했던 것처럼, 액션이나 성적인 농담에 있어서 19금다운 수위를 자랑한다. 액션은 목과 사지가 절단 되는 등 잔인한 요소가 적지 않고, 노출도 등장하는 편이다. 하지만 '데드풀'이 진짜 19금이 된 이유는 아마 그가 쉬지 않고 내뱉는 성적 농담 때문일 것이다. 데드풀이라는 캐릭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개그를 쏟아내는 인물인데, 그 농담들 가운데서도 성적인 농담이 대부분이라 영화의 중반쯤 가면 완전히 그의 화법에 적응되어 어지간한 농담으로는 반응하지 않을 정도로 양도 많고 수위도 꾸준(?)하다. 이러한 잔인함이나 성적인 농담에 불편하다면 이 영화를 끝까지 즐기기는 아마 어려울 듯 하다.


유머러스한 측면에 있어서 '데드풀'은 그야말로 향연이다. 가끔 북미에서는 흥행을 거둬지만 국내에서는 흥행하지 못하거나 애초에 수입되지도 않는 코미디 영화의 경우 대부분 북미식 유머가 중심인 영화들이 많은데, '데드풀'의 유머는 이 같은 북미식 유머와도 조금 거리가 있다. 오히려 요즘 유행하는 아재개그에 더 가깝고, 더 정확히는 덕후개그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실 19금적인 요소로 인해 취향이 갈리기 보다는 이 유머를 어느 정도까지 반응하느냐에 따라 이 영화의 평가가 갈린다고 볼 수 있을 텐데, 왜냐하면 어느 정도 유머러스한 수준이 아니라 정말로 처음부터 끝날 때 까지 쉬지 않고 유머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10번 던지면 8번 정도는 피식이라도 웃었을 정도로 웃음 사냥의 성공률이 높은 편이라 끝까지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영화 팬들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유머들이 다른 실망스러운 코미디 영화에서 처럼 '자, 이건 유머야. 여기서 웃으면 돼'라고 폼잡고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못듣고 지나쳐도 상관없어'라는 식으로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것도 좋았다. 몇몇 기억나는 유머 중에 제일 재밌었던 건 역시 그린랜턴 관련 유머들이었으며, 리암 니슨 관련 유머도 재밌었다 ㅋ (그렇지 그렇게 매번 딸이 납치되었다면 아버지에게 문제가 있다고 봐야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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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이 갈릴지언정 '데드풀'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대쪽같은 일관성이다. 아무리 가벼움과 유머로 가득 찬 캐릭터일지라도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진지한 모습을 보이거나 감동적인 모습 (감동을 주려는 모습)으로 변모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데드풀'은 정말로 끝까지 가볍고 저질이고 유머러스한 모습을 유지한다. 아마 대중들은 처음엔 저렇더라도 중요한 순간엔 정신 차리는 주인공의 모습을 더 바랄지도 모르겠지만 다행히(?) 데드풀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순간에도 변하지 않는 뚝심을 보여준다. 뭐랄까 아주 하찮은 것도 오랜 시간을 꾸준히 해오면 장인으로 대우 받아야 하는 것처럼, 이쯤되면 데드풀의 그 실망시키지 않는 가벼움도 인정해 줘야 할 것 같다. 실제로 끝까지 초지일관 자신의 캐릭터를 잊지 않는 데드풀의 모습을 보니 존경스러운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ㅎ. 만약 다른 영화들처럼 데드풀 역시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혹은 악당과 목숨을 걸고 대결하는 마지막 순간에 어쩔 수 없이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었었다면 조금은 평범한 영화로 남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데드풀'은 끝까지 유지했고, 그래서 더 특별한 영화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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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밖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거는 방식도 대부분은 낯간지러워서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데드풀'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하긴 무슨 짓인듯 어색했으랴 ㅎ). 그리고 로맨스 영화로서의 포장 방법도 좋았고, 실제 로맨스 영화의 플롯으로 봐도 충분히 매력적이라 오버스런 포장 없이도 괜찮은 로맨스 영화였다. 똑같은 플롯에 성격만 바꾸면 (대사만 진지하면) 아마 후반부에 눈물 꽤나 흘릴 로맨스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데드풀'은 분명 기존 히어로 영화들의 선상에서 홀로 쭉 삐져나온 안 이쁜 모양의 영화다. 그런데 너무 다들 진지하기만 하고 정의롭기만 하면 재미없지 않나. 데드풀 같은 이상한 녀석도 하나 있어야지.



1. 스탠리 옹의 업무 환경은 갈 수록 좋아(?)지는 듯 ㅎㅎㅎ

2. 왠지 이 영화를 보고 오니 '그린랜턴'이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ㅎㅎ

3. 여주인공을 연기한 모레나 바카린은 '홈랜드' 등을 통해 익숙한 배우인데, 나이는 이번에 처음 알아봤어요. 무려 누님이네요. 대단하십니다 누님.

4. 속편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흥행에 성공해서 속편에는 좀 진짜 까메오들과 진짜 헬리케이어 등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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