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오브 스틸 : 블루레이 리뷰
한 번쯤은 보고 싶었던 액션 영웅, 슈퍼맨


브라이언 싱어의 2006년 작 '슈퍼맨 리턴즈 (Superman Returns, 2006)'가 있었지만, 이를 뒤엎고 다시 리부트를 시도한 새로운 잭 스나이더의 2013년 슈퍼맨 영화 '맨 오브 스틸'. 잭 스나이더의 연출력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특히 강한 편이지만, 어찌 되었든 DC코믹스의 또 다른 히어로인 배트맨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표 히어로라 할 수 있는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와 든든한 이야기를 잭 스나이더의 화려함과 액션 연출이 더해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몹시 궁금했던 것이 사실이다.


즉, 잭 스나이더의 '슈퍼맨'에게 기대되고 예상되는 바와 우려되는 바도 분명 있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제작은 물론, 데이빗 S.고이어와 함께 스토리에도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맨 오브 스틸'은 분명 잭 스나이더의 영화라는 점부터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그렇게 기대와 설레 임을 모두 들게 했던 잭 스나이더의 새로운 슈퍼맨 영화는, 예상 그대로 만족스러움과 아쉬움이 조금씩 교차하는 영화였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기대했던 것과는 달라 아쉬운 점이 많지만, 한 번쯤은 이런 액션 영웅 슈퍼맨을 보고 싶었다는 얘기다.






일단 잭 스나이더의 슈퍼맨을 보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놀라울 정도로 빠른 전개였다. 더군다나 이 작품이 새로운 슈퍼맨 시리즈를 시작하는 리부트의 첫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빠른 전개였다. 그 속도는 놀라움을 넘어서 솔직히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이건 슈퍼맨이라는 콘텐츠를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호 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일 듯 하다. 최근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삼부작이 워낙 흥행하고 주목 받다 보니 조금 가려진 측면이 있긴 하지만, 본래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와 콘텐츠는 '배트맨' 못지 않은 이야기와 다양한 텍스트가 가능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이야기의 측면에서 '맨 오브 스틸'은 스토리와 영화가 갖고 있는 철학에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클락 켄트가 슈퍼맨이 되는 과정에서의 오랜 시간은 이 텍스트에 중요한 테마이기 때문에 간과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슈퍼맨이 갖는 갈등은 클락 켄트와 칼엘 이라는 두 존재 사이 에서의 갈등, 즉 외계인으로서 지구인을 구해야만 하는 구세주로서 칼엘의 운명과 그저 스몰빌에서 부모님과 함께 평범하게 살고 싶은 클락 켄트로서의 삶 사이에서 오는 괴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것이 바로 슈퍼맨으로서의 능력을 각성하고 사용하는 과정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클락이 어떻게 크립톤인으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 신과 같은 능력을 사용하게 되는 지는 오랜 갈등과 고민 끝의 결정이기에 소중히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점인데, '맨 오브 스틸'에서는 이런 과정 적인 면이 상당히 생략되어 있었다. 따지고 보자면 '맨 오브 스틸'은 그 제목처럼 클락 켄트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칼엘 혹은 슈퍼맨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초반 크립톤 행성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조나단 켄트와 마사 켄트로 대표되는 가족에 대한 부분도 슈퍼맨이라는 텍스트가 얼마나 익숙한 가에 따라 조금은 호 불호가 갈릴 부분이다. 이 부분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맨 오브 스틸'에는 사실상 없는 클락 켄트이기에 더불어 비중이 축소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케빈 코스트너와 다이안 레인의 연기와 캐릭터는 모두 좋지만 그 비중이 이 캐릭터와 스토리의 정수를 담아내기에는 부족한 비중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스몰빌'에서 조나단 켄트와 마사 켄트는 클락에게 칼엘로서의 운명도 물론 지지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너는 그냥 우리 아들 클락이야'라고 말하는 쪽에 가까운데, 이번 작품에서 조나단이 '너는 외계인이고 너를 낳아준 친 부모가 어딘가 있을 거야' 라는 말을 단번에 꺼낼 땐 조금은 급작스럽기도 했다. 물론 '스몰빌'의 조나단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거의 영화 초반에 이렇다 할 설명이 다 오가기도 전에 어린 클락과 이런 대화를 나누는 조나단의 모습을 보니, '맨 오브 스틸'이 얼마나 클락 켄트의 비중을 적게 두고 있는지를 미리 예상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맨 오브 스틸'에도 슈퍼맨의 텍스트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야 할 클락 켄트로서의 요소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방금 아쉬운 점으로 지적한 조나단 켄트와 마사 켄트와의 따듯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장면들도 있고, 그 몇몇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을 조드와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만큼이나 (어쩌면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에게는, 너무 빠르게 전개되고 생략되는 클락 켄트의 부분이 조금은 아쉬울 수 밖에는 없을 듯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잭 스나이더의 '맨 오브 스틸'은 또 다른 의미가 있는 슈퍼맨 영화임은 분명하다. 아니 정반대로 앞서 얘기한 아쉬운 점은 다른 취향을 갖고 있는 관객들에게는 오히려 더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슈퍼맨이라는 이야기에 특별한 애정보다는 극장 판 영화로서 2시간 정도의 러닝 타임 만으로 충분한 이해와 재미를 느끼고자 하는 대부분의 관객에게, '맨 오브 스틸'의 전개 과정은 슈퍼 히어로가 주인공인 액션 블록 버스터 영화로서 딱 어울리는 정보 량과 속도였으며, 긴 시간을 들여 일반인이 슈퍼 히어로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묘사하는 것보다는 (물론 슈퍼맨의 경우는 태생부터가 다르지만) 바로 날기도 하고 슈퍼맨으로서의 등장도 빠른 것이 오히려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전개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리즈로 제작된 많은 히어로 영화들의 1편을 보면, 그가 영웅이 되기 전까지의 평범한 이야기를 비중 있게 묘사하고 있는데, 반대로 이 부분은 많은 관객들에게 지루함을 선사하는 측면도 분명 존재했었다는 점에서, '맨 오브 스틸'의 과감함은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흥미로운 작품이라 하겠다. 






더군다나 그 짜임새에는 100% 동의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의 리부트에 걸맞게 처음부터 그 과정을 절반 이상 소개하고, 본격적인 액션은 그 다음으로 미뤘었던 브라이언 싱어의 '슈퍼맨 리턴즈'가 당시 관객들과 스튜디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상황까지 더해진 마당이라면 (브라이언 싱어의 리부트를 다시 뒤엎는 데에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의 대성공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이런 액션 히어로로서의 면면이 강조된 슈퍼맨의 탄생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라는 얘기다.


솔직히 슈퍼맨이라는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는 히어로에 비하면 그 동안 슈퍼맨 영화에서 보여준 액션은 그 크기가 무언가를 들어 올리거나 막아 내는 데에 집중된 편이긴 했다. 그런 측면에서 한 번쯤은 '맨 오브 스틸'과 갖은 액션 영웅 슈퍼맨을 보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맨 오브 스틸'은 그런 액션 영웅 슈퍼맨을 가장 잘 묘사한 액션 시퀀스를 갖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맨 오브 스틸'의 액션 시퀀스는 정말 현란하다. 현란하고 화려한데 그저 화려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표현 자체가 좀 아이러니지만 슈퍼맨이 등장한 영화의 액션 장면 가운데 가장 '현실감' 넘치는 액션이었는데, 슈퍼맨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갈 때의 묘사나 조드 장군 일당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보면, 만약 실제로 저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는 이가 전투를 벌인다면 아마도 저런 형태가 되지 않을까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액션 묘사가 많았다.


특히 슈퍼맨처럼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캐릭터를 담은 영상의 경우, 너무 그 속도 감을 담으려 한 나머지 현실감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맨 오브 스틸'의 비행 장면은 카메라 웍이 살짝 동원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장 설득력 있는 비행 시퀀스가 아니었나 싶다. 결론적으로 벽이 부서지고 건물이 셀 수 없이 부서지고 관통 되고 하는 액션들이 오버스럽기 보다는, 저런 능력자들이 전투를 벌인다면 저 정도가 맞겠다 싶은 연출로서, 잭 스나이더의 연출 스타일과 잘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갈등 하는 영웅이 아닌 분노하고 싸우는 액션 영웅으로서 관객들이 슈퍼맨에게 기대하는 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영화 내내 클락 켄트를 사실상 피해왔던 '맨 오브 스틸'은 속편에서는 본격적으로 클락 켄트의 이야기를 꺼낼 듯한 제스처를 한다. 기존 시리즈와는 로이스 레인과의 관계도 전혀 다르고, 성장 과정에 대한 묘사의 비중도 전혀 달랐으며, 지구인들이 그를 받아들이는 과정도 달랐는데, 과연 속편은 어떤 이야기와 속도로 전개될지 더 큰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또 반응에 따라 뒤엎지 말고 잭 스나이더의 비전을 좀 더 응원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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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G-4 AVC 포맷의 블루레이 화질은 날카롭고 쨍 한 화질 보다는 거친 입자 표현이 두드러진 영상을 보여준다. 잡티 하나 없는 클리어 한 화질을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조금 아쉬울 수 있겠는데, 감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나 좀 더 선명한 화질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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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원 카메라의 아쉬운 점을 보완하여 출시한 Red Epic (5k) 카메라로도 일부 촬영된 것을 감안한다면 역시 조금은 아쉬운 부분인데, 장면에 따라 편차가 좀 있는 편이고 정적인 장면보다는 빠른 액션이 주가 되는 장면이 많다 보니 화질 측면에서는 역시 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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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7.1 채널의 사운드는 영화가 추구하는 박력 넘치는 액션의 쾌감을 배가 시킨다. 임팩트나 채널 분리도, 극장에서는 미처 확인할 수 없었던 미세한 소리들을 만나볼 수 있는 건 역시 블루레이 만의 장점이다. 다만 조금 아쉬운 부분은 임팩트 부분에서 사운드가 날카롭게 빠져 나오기 보다는 조금 뭉뚱그려 표현되고 있어, 화질과 마찬가지로 날카롭고 선명하게 뻗어나가는 사운드를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조금 답답함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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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맨 오브 스틸'의 부가영상은 크게 세 가지로 확인해볼 수 있다. 첫 번째 'Strong Characters, Legendary Roles....'에서는 약 30분 간의 영상을 통해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의 의미와 특성 그리고 75년 간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슈퍼맨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슈퍼맨이라는 스토리는 가장 대표적인 영웅 담인 동시에 가장 미국 적인 요소를 핵심적으로 담고 있는 텍스트인데, 영웅으로서 가져야 할 면모와 그 영웅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그리고 친부모와 양부모 즉, 출산과 양육을 구분 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는,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무한한 줄기로 뻗어나갈 수 있는 구성이기 때문에, 각 시대에 따라 어떤 형태로 표현 되었는지를 만나볼 수 있다.






신과 같이 강력한 힘을 갖은 영웅이 필요했던 시기의 슈퍼맨은 물론, 더 이상 영웅이 필요 없어 죽음을 맞기도 했던 슈퍼맨의 역사는, 곧 미국의 역사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새삼스럽지만 미국 문화 내에서 슈퍼맨이라는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갖는 지에 대한 부분을 엿볼 수 있어 좋았는데, 단순한 캐릭터가 아닌 많은 이들에게 실제로 희망이 되는 존재이기에, 주인공을 연기한 헨리 카빌의 마음 가짐은 물론, '맨 오브 스틸'을 만드는 이들도 결코 가벼운 자세로 임하지 않았다는 걸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새로운 슈퍼맨인 헨리 카빌의 슈퍼맨이 되기 위한 과정이었는데, 그저 강한 액션과 그럴싸한 그림을 만들기 위해 근육을 키우고 운동을 하는 정도에 그친 것이 아니라, 에이미 아담스의 말처럼 '슈퍼 히어로 되기'라는 제목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찍는 것처럼, 진정한 의미의 슈퍼맨이 되기 위해 몸과 정신을 함께 단련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런 결과 촬영장에서 다른 스텝과 배우들이 보았을 때, 헨리 카빌이 아닌 '와, 진짜 슈퍼맨이잖아'라고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비주얼과 내면을 모두 만족 시키는 슈퍼맨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All-Out Action'에서는 영화 속 액션 장면을 위해 '300'을 함께 작업했던 '짐 존스'의 마크 트와이트와의 재작업을 통해 헨리 카빌을 비롯한 크립톤 인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어떻게 영화 속 캐릭터로 만들어 졌는지 그 과정을 소개한다. 앞서 잠시 소개한 것처럼 트레이너 마크 트웨이트의 방식은 단순히 몸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배우를 캐릭터로 변화 시키는 역할까지 하고 있어 헨리 카빌이 슈퍼맨이 되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 힘든 단련의 과정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헨리 카빌 뿐 아니라 조드 장군 역할의 마이클 섀넌과 피오라 역의 안트예 트라우에의 훈련 과정도 만나볼 수 있다.






'Krypton Decoded'에서는 클락 켄트의 어린 시절 역할을 연기한 딜런 스프레이베리의 소개로 극 중 크립톤 행성에 대한 기술적인 측면과 디자인적인 측면에 대해 소개한다. 시각 효과를 담당한 존 'DJ' 데자뎅과의 간단한 대화 형식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데, 크립톤 행성의 기반이 되는 기술에 대한 소개와 크립톤 인들의 갑옷 디자인과 무기 디자인들이 어떤 컨셉으로 만들어 졌는지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Superman 75th Anniversary Animated Short'는 제목 그대로 75주년을 맞아 그 동안 슈퍼맨의 모습들을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홍보 영상인데, 최초의 슈퍼맨의 클래식한 모습은 물론 각 시대별로 달라졌던 모습, 작가에 따라 달라졌던 얼굴들 그리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과 이 작품 '맨 오브 스틸'의 헨리 카빌의 모습까지 명료한 애니메이션으로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워너브라더스의 또 다른 최신작 '호빗'의 제작과 관련된 부가영상 'New Zealand : Home of Middle-earth'가 수록되었다.





[총평] 잭 스나이더의 새로운 슈퍼맨 영화 '맨 오브 스틸'은 확실히 호불호가 강한 영화일 것이다. 화끈한 액션 영웅으로 돌아온 슈퍼맨에 환호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좀 더 철학적으로 파고 들길 원했던 이들에게는 조금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도 슈퍼맨이라는 텍스트의 매력에 비해 조금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한 번쯤은 이렇게 화끈한 액션을 펼치는 액션 영웅으로서의 슈퍼맨을 보고 싶었다는 점에서 잭 스나이더의 비전을 응원하고픈 바람이다. 헨리 카빌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슈퍼맨이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이 그러하였듯, 좀 더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아 오래 지속되어 '어벤져스' 못지 않은 '저스티스 리그'도 머지 않아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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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스틸 (Man of Steel, 2013)

클락 켄트는 없고 칼엘만이 남은 슈퍼맨



브라이언 싱어의 2006년 작 '슈퍼맨 리턴즈 (Superman Returns, 2006)'가 있었지만, 이를 뒤엎고 다시 리부트를 시도한 새로운 잭 스나이더의 슈퍼맨 '맨 오브 스틸'을 보았다. 잭 스나이더의 연출 력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강하지만, 어찌 되었든 DC코믹스의 또 다른 히어로인 배트맨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히어로 중 하나 인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와 든든한 이야기를 잭 스나이더의 화려함과 액션 연출이 더해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몹시 궁금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즉, 잭 스나이더의 '슈퍼맨'에게 기대되고 예상되는 바는 분명 있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제작은 물론, 데이빗 S.고이어와 함께 스토리에도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맨 오브 스틸'은 분명 잭 스나이더의 영화라는 점부터 분명히 해야겠다. 그렇게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보게 된 새로운 슈퍼맨 영화는, 기대에서 많이 벗어나는 의아함과 기대했던 것 이상의 만족스러움이 교차하는 영화였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기대했던 것과는 달라 아쉬운 점이 많지만, 한 번쯤은 이런 슈퍼맨을 보고 싶었다는 얘기다.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일단 잭 스나이더의 슈퍼맨을 보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그 빠른 전개였다. 더군다나 이 작품이 새로운 슈퍼맨 시리즈를 시작하는 리부트의 첫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빠른 전개였다. 그 속도는 놀라움을 넘어서 솔직히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이건 슈퍼맨이라는 콘텐츠를 어떻게 받아 들이냐 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일 듯 하다. 개인적으로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와 콘텐츠는 영화로서는 배트맨 보다 더 깊은 이해 도가 있는 작품이었고 (배트맨은 대신 그래픽 노블을 통한 정보가 많았고), 무엇보다 클락의 청년 시기를 다룬 '스몰빌'이라는 TV시리즈를 남들이 '도대체 클락은 언제 나느냐'며 하나 둘 씩 떠날 때에도 꿋꿋이 10년을 기다리며 그 대단원의 피날레를 맞이했던 팬으로서 특별한 애정이 있는 작품이기에 '맨 오브 스틸'은 스토리와 영화가 갖고 있는 철학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었다. 


물론 '스몰빌'처럼 10년 동안 날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 사이 본인의 의지가 아닌 경우 난 적이 있긴 했지만) 클락이 슈퍼맨이 되는 과정에서의 오랜 시간은 이 텍스트에 중요한 테마이기 때문에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슈퍼맨이 갖는 갈등은 클락 켄트와 칼엘 이라는 두 존재 사이 에서의 갈등, 즉 외계인으로서 지구인을 구해야만 하는 구세주로서 칼엘의 운명과 그저 스몰빌에서 좋아하는 가족과 함께 평범하게 살고 싶은 클락 켄트로서의 삶 사이에서 오는 괴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것이 바로 슈퍼맨의 능력을 각성하고 사용하는 과정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클락이 어떻게 크립톤인으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 신과 같은 능력을 사용하게 되는 지는 오랜 갈등과 고민 끝의 결정이기에 소중히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점인데, '맨 오브 스틸'에는 이런 면에서 보기에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슈퍼맨이 된다. 따지고 보자면 '맨 오브 스틸'은 그 제목처럼 클락 켄트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칼엘 혹은 슈퍼맨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초반 크립톤 행성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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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이 작품의 아이러니는 바로 그 운명론에 있는데, 극 중 칼엘은 크립톤에서도 유일하게 자연 임신을 통해 태어난 아이이며, 그렇기 때문에 다른 모든 크립톤인들이 태어날 때 부터 그 직업과 역할에 맞춰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과는 달리 스스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자유 의지를 갖고 태어난 것으로 묘사한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슈퍼맨이라는 텍스트의 딜레마는 바로 이 운명론에 있다. 그렇다고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이 이 운명론과는 무관하게 성립된 캐릭터로 그려지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맨 오브 스틸'의 스토리는 바로 여기서 부터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이미 운명이 정해진 채로 태어나는 모든 크립톤 인들 과는 달리 유일하게 그 운명에서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난 칼엘이, 전혀 자유롭지 못한 또 다른 정해진 운명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냥 벌어진 상황이 그러한 것이 아니라 이런 의미로 칼엘을 태어나게 하고 지구로 보낸 조엘 스스로가, 칼엘에게 끊임없이 운명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아이러니다. 이 부분은 달리 돌려 이해해볼 수도 있겠지만, 영화가 다른 슈퍼맨 영화와는 달리 크립톤의 이 배경을 강조했기에 더욱 이후의 운명론과는 어울리지 않는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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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번 '맨 오브 스틸'이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조나단 켄트와 마사 켄트로 대표되는 가족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 부분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맨 오브 스틸'에는 사실상 없는 클락 켄트이기에 더불어 비중이 축소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케빈 코스트너와 다이안 레인의 연기와 캐릭터는 모두 좋지만 그 비중이 이 캐릭터와 스토리의 정수를 담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비중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스몰빌'에서 조나단 켄트와 마사 켄트는 클락에게 칼엘로서의 운명도 물론 지지하기는 하지만, 그 보다는 '너는 그냥 우리 아들 클락이야'라고 말하는 쪽에 가까운데, 이번 작품에서 조나단이 '너는 외계인이고 너를 낳아준 친 부모가 어딘가 있을 거야' 라는 말을 단번에 꺼낼 땐 솔직히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물론 '스몰빌'의 조나단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거의 영화 초반에 이렇다 할 설명이 다 오가기도 전에 어린 클락과 이런 대화를 나누는 조나단의 모습을 보니, '맨 오브 스틸'이 얼마나 클락 켄트의 비중을 적게 두고 있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맨 오브 스틸'에도 슈퍼맨의 텍스트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야 할 클락 켄트로서의 요소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방금 아쉬운 점으로 지적한 조나단 켄트와 마사 켄트와의 따듯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장면들도 있고, 그 몇몇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을 조드와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 만큼이나 (어쩌면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로서는 이 부분이 단기 속성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쉬울 수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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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잭 스나이더의 '맨 오브 스틸'은 또 다른 의미가 있는 슈퍼맨 영화임은 분명하다. 방금까지 얘기한 아쉬운 점은 다른 취향을 갖은 관객들에게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슈퍼맨이라는 이야기에 그다지 깊고 특별한 애정보다는 극장 판 영화로서 2시간 정도의 러닝 타임 만으로 충분한 이해와 재미를 느끼고자 하는 대부분의 관객에게, '맨 오브 스틸'의 전개 과정은 슈퍼 히어로가 주인공인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로서 딱 어울리는 정보 량과 속도였으며, 긴 시간을 들여 일반인이 슈퍼 히어로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묘사하는 것보다는 (물론 슈퍼맨의 경우는 태생부터가 다르지만) 바로 날기도 하고 슈퍼맨으로서의 등장도 빠른 것이 오히려 기다렸던 전개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이것은 결코 이러한 취향을 비꼬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 짜임새에는 100% 동의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의 리부트에 걸맞게 처음부터 그 과정을 절반 이상 소개하고, 본격적인 액션은 그 다음으로 미뤘었던 브라이언 싱어의 '슈퍼맨 리턴즈'가 당시 관객들과 스튜디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상황까지 더해진 마당이라면 (브라이언 싱어의 리부트를 다시 뒤엎는 데에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의 대성공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이런 액션 히어로로서의 면면이 강조된 슈퍼맨의 탄생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라는 얘기다. 솔직히 슈퍼맨이라는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는 히어로에 비하면 그 동안 슈퍼맨 영화에서 보여준 액션은 그 크기가 무언가를 들어 올리거나 막아 내는데에 집중된 편이긴 했다. 그런 측면에서 한 번 쯤은 '맨 오브 스틸'과 갖은 액션 영웅 슈퍼맨을 보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맨 오브 스틸'은 그런 액션 영웅 슈퍼맨을 가장 잘 묘사한 액션 시퀀스를 갖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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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스틸'의 액션 시퀀스는 정말 현란하다. 현란하고 화려한데 그저 화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 말도 좀 아이러니지만 슈퍼맨이 등장한 영화의 액션 장면 가운데 가장 현실 감 넘치는 액션이었는데, 슈퍼맨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갈 때의 묘사나 조드 장군 일당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보면, 만약 실제로 저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는 이가 전투를 벌인다면 아마도 저런 형태가 되지 않을까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액션 묘사가 많았다. 특히 슈퍼맨처럼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캐릭터를 담은 영상의 경우, 너무 그 속도 감을 담으려 한 나머지 현실감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맨 오브 스틸'의 비행 장면은 카메라 웍이 살짝 동원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장 설득력 있는 비행 시퀀스가 아니었나 싶다. 결론적으로 벽이 부서지고 건물이 셀 수 없이 부서지고 관통 되고 하는 액션들이 오버스럽기 보다는, 저런 능력자들이 전투를 벌인다면 저 정도가 맞겠다 싶은 연출로서, 잭 스나이더의 연출 스타일과 잘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갈등 하는 영웅이 아닌 분노하고 싸우는 액션 영웅으로서 관객들이 슈퍼맨에게 기대하는 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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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내 클락 켄트를 사실상 피해왔던 '맨 오브 스틸'은 속편에서는 본격적으로 클락 켄트의 이야기를 꺼낼 듯한 제스처를 한다. 기존에 시리즈와는 로이스 레인과의 관계도 전혀 다르고, 성장 과정에 대한 묘사의 비중도 전혀 달랐으며, 지구인들이 그를 받아들이는 과정도 달랐는데, 과연 속편은 어떤 이야기와 속도로 전개될지 사뭇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또 반응에 따라 뒤엎지 말고 잭 스나이더에게 좀 더 맡겨보는 것이 좋겠다. 



1. 집에와서 부족한 점이 무언가를 떠올려봤는데 역시 존 윌리엄스의 테마곡의 부제더군요. 그 곡을 다시 들어보니 단 번에 알겠더군요. 더불어 '맨 오브 스틸'엔 슈퍼맨이 우아하게 하늘을 유영하는 장면도 없는데, 그 장면을 못본게 아쉽더군요.


2. 아마도 지미 올슨이 나오지 않은 거의 유일한 슈퍼맨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어린 시절 장면이 잠시 나올 때 라나가 아주 잠깐 등장하는데 '스몰빌' 팬으로서 어찌나 반갑던지 ㅎㅎ 그리고 후반부에 깨알 같은 루터-콥 로고들도 재미있었어요.


3. '스몰빌'에 출연했던 배우가 '맨 오브 스틸'에도 출연하고 있는데, '스몰빌'에서 닥터 에밀 역할을 맡았던 알레한드로 줄리아니가 초반 등장하더군요. 참고로 전 톰 웰링의 팬이기도 해서 그가 연기하는 극장판 슈퍼맨을 보고 싶기도 했는데, 이제는 너무 늦어버리긴 했죠;; 아쉽네요. '스몰빌'이 너무 길었어요 ㅠㅠ


4. '매트릭스 레볼루션'을 볼 때도 '드래곤볼'의 실사화를 기대해보기도 했었지만, '맨 오브 스틸'을 보니 잭 스나이더가 '드래곤볼'을 한 번 찍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더군요. 적어도 액션 장면 만큼은 이질감 없이 황홀하게 만들어 낼 것 같아요.


5. 역시나 새 시대의 슈퍼맨도 안경만 쓰면 못알아보는 건 계속되려나 보네요 ㅎ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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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 쉘터 (Take Shelter, 2011)

불안을 이기는 가족의 힘



최근 '머드 (Mud, 2012)'로 또 한 번 주목 받고 있는 신예 제프 니콜스의 '테이크 쉘터'를 보았다. 솔직히 이 영화에 대한 정보는 평소 좋아하던 마이클 섀넌과 제시카 차스테인이 주연을 맡았다는 것 정도였고, 저 포스터 이미지를 보고는 마치 샤말란의 '싸인'과도 같은 SF, 미스테리 영화가 아닐까 했었다. 즉, 무언가 재앙이 중심이 되는 영화가 되는, 미지의 존재가 등장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었는데 '싸인'과 같은 영화가 아닐까 했던 예상은 틀린 동시에 맞기도 했다. '테이크 쉘터'는 예상과는 다르게 미지의 존재가 등장하는 재앙과 미스테리에 관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샤말란의 '싸인'과 마찬가지로 결국엔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이 영화는 상당히 강렬한 가족 영화로 받아 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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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의 가장 커티스(마이클 섀넌)는 커다란 시련에, 아니 재앙과도 같은 미래에 놓이게 된다. 하나는 꿈 속에서 보는 재앙이 실제로 이뤄질 것 같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이러한 증세가 정신 병력이 있는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정신병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커티스는 둘 중 어떤 것이 사실이든지 간에 재앙을 맞게 될 수 밖에는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자신의 꾸는 꿈이 실제 미래를 본 것이라면 엄청난 재앙을 맞게 될 것이고, 만약 이것이 정신적인 문제로 인한 개인의 문제라면 자신의 성장기가 그랬던 것처럼, 그의 아내와 어린 딸은 자신의 정신병으로 인해 힘든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초 중반까지 이 영화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엄청난 무게를 홀로 견디고 극복 방법을 모색해 나가는 커티스의 심리다. 주변 친구들에게는 물론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이 두 가지 닥쳐올 미래의 사이에서 고뇌하고 고통 받는 커티스의 심리는 마이클 섀넌의 깊은 연기를 통해 과장되지 않게 표현된다. 홀로 견딘다는 것을 이처럼 잘 표현해낸 연기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마이클 섀넌은 홀로 모든 짐을 진 커티스의 심리를 미련하거나 의아하게 만들도록 하지 않고 공감이 가도록 연기해 낸다. 즉, 내가 저 가정의 가장이었다면, 저런 상황에 놓인다면 힘들기는 하지만 저럴 수 밖에는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숨죽이며 커티스의 하루하루를 따라가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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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도 '테이크 쉘터'가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은 미스테리 한 요소, 커티스가 겪고 있는 양날의 불안에 대해 모두 그 불안함을 시종일관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영화의 시선은 두 가지 중 무엇이 진실 인지를 끝까지 궁금하도록 만드는 동시에 결국 무엇이 사실인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의미를 모두 가능하게 하는데, 영화가 선택한 마지막 장면의 의미심장함은 이를 더더욱 뒷받침한다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했음에도 말이다).


이 영화가 단순히 영화 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잘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좋은 영화인 점은,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 때문이다. 이 영화는 다소 신파로 흘러갈 수 있는 가족애라는 주제를 전혀 다른 화법 속에서 표현해 냈다. 사실 영화를 보지 않고 글로만 본다면 '홀로 모든 짐을 지고 고통 받는 남편의 곁에서 그를 끌어 안아 보듬는 아내'의 모습이 너무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 영화 속에서 표현 된 이 정서는 그 어떤 가족 영화보다 뭉클한 가족애를 그려낸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인데 하나는 커티스가 겪고 있는 고통의 정도가 얼마나 가혹한 것 인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를 이해하는 아내의 심리 역시 결코 당연 시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영화는 충분히 사전에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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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도 몇 가지 혼자 수년 간을 끙끙 싸 매고 있는 일들이 있는데, '테이크 쉘터'에서 제시카 차스테인이 연기한 캐릭터와 이 가족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니, 과연 저런 일이 현실에서 가능 할까 라는 궁금증을 넘어서서, 저 가능성을 믿어보고 싶은 작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커티스의 갈등의 핵심이 가족이었다는 점. 병 때문에 자신을 떠나버린 어머니처럼 되고 싶지 않아서. 자신은 이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서 벌인 일들이라는 점. 그걸 알기에 더 큰 시련이 될 수 있음에도 이 남자와 끝까지 가정을 지켜나가려는 아내의 모습은, 자칫 판타지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저럴 수 있겠구나'라는 강한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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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커티스의 불안은 가족으로 인해 말미암은 것이었지만 그 유일한 해결 방법도 가족이었다는 걸 영화는 힘 있게 보여준다.

전혀 의외였지만 이건 올해의 가족 영화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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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Hydraulx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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