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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소 고지 (Hacksaw Ridge, 2016)

신념을 갖는다는 것, 그 고통의 의미


멜 깁슨이 '아포칼립토 (Apocalypto, 2006)' 이후 10년 만에 연출을 맡은 영화 '핵소 고지 (Hacksaw Ridge, 2016)'는 2차 세계대전 중 양심적 병역거부자임에도 참전하여 많은 생명들을 구해냈던 실존 인물 데스몬드 도스의 실화를 담고 있다. 종교적인 신념으로 인해 총을 드는 것(살인을 하는 것)을 거부했던 데스몬드가 지옥같이 참혹한 전장 속에서 수많은 생명들을 구해낸 이야기는 멜 깁슨이 평소 증오하던 히어로물의 대한 반증이자 대답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핵소 고지'가 전쟁 영웅에 대한 이야기인가 하면 물론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영웅적일 수 밖에는 없는 인물의 이야기를 그려내면서 최대한 영웅적 면모를 걷어 내고자 하는 동시에 그의 내면의 신념에 관한 갈등을 전쟁의 포화 속 보다도 더 큰 전장으로 그려낸다. 바로 그것이 멜 깁슨이 말하고 싶었던 진짜 히어로물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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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트라우마이자 종교적 이유로 인해 총기를 드는 것을 거부한 데스몬드는, 그럼에도 자신의 가족과 주변 인물들이 모두 나라를 위해 참전하고 목숨을 바치는 현실에 홀로 참전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으로, 참전을 결심하게 된다. 물론 총기를 들고 일본 군을 향해 공격하는 것 대신 동료들을 구하는 의무병으로서 말이다. 하지만 훈련소에서부터 그의 이러한 신념은 지휘관과 동료들의 벽에 부딪히고 만다.


사실 군에서 데스몬드에게 강조하는 논리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또 합리적이다. 일본군이 너에게 총을 겨눌 때, 더 나아가 자신의 가족을 해치려 할 때에도 총기를 들지 않겠다는 신념 때문에 공격을 하지 않고 죽음을 맞을 것이냐 라는 질문에, 데스몬드는 쉽게 답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데스몬드의 신념은 합리적 계산이나 논리에 따른 결과물이 아니라 말 그대로 양심에 따른 믿는 바이기 때문이다. 그저 살인을 할 수는 없다는, 설령 그것이 모두가 죽고 죽이는 것이 암묵적으로 동의되는 지옥의 전쟁터라 하더라도 그럴 수는 없다는 그의 신념은, 결국 우여곡절 끝에 실제 전투가 벌어지는 전쟁터로까지 이어진다. 


데스몬드가 핵소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전투에 참여하게 되는 이후부터는 좀 더 전형적이고 그야말로 영웅적인 전쟁 영화의 전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가 참전을 허락받기까지의 과정이 있었기에 이 참혹한 전장 속에서의 그의 영웅적 면모가 더 특별하게 다가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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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라는 지휘 체계의 예외가 되는 순간부터 데스몬드는 모든 이와 자신의 신념을 두고 싸워야 했는데, 영화는 이 과정을 어쩌면 후반 부의 전쟁 보다도 더 큰 전쟁으로 묘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데스몬드의 반대편에서 그를 내몰고자 했던 이들을 그저 신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억압하는 나쁜 이들 정도로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처음에는 데스몬드를 그저 정신 나간 놈 정도로 여겼던 지휘관과 동료들은 그의 영웅적 활약이 있기 전에도, 그의 신념을 이해는 하지 못해도 인정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진심으로 그가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선에서 모두가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되는 그의 제대를 권하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데스몬드도 정확한 답을 하지 못했던 것처럼 관객 역시 쉽게 답할 수 없는, 더 나아가 데스몬드의 신념을 과연 현실에서도 받아들일 수 있는 가 하는 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너의 신념 때문에 네 동료와 가족의 목숨을 지킬 수 없다고 해도 끝까지 신념을 지키겠는가 혹은 고집하겠는가 하는 질문 말이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실화로 존재해 세상에 알려지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거의 다 그러한 신념을 끝까지 지켜내 일종의 증명을 해낸 인물들일 것이다. 그들 역시 대부분은 스스로 자신의 신념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무엇인가로 증명해 내기 전에는 (대부분은 죽음으로 증명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많았다)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고통받고 본인 스스로도 내적으로 엄청난 갈등으로 더 큰 고통을 받았을 것이다. '핵소 고지'의 주인공인 데스몬드의 이야기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가 전장에서 보여준 기적 같은 활약상이 없었더라면 과연 그의 동료들은 물론 후세에 이들이 그가 가졌던 신념에 대해 지금처럼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하는 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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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으로 말해 모든 억압하는 것들을 이겨내 기적 같은 일을 해내는 것으로 스스로 증명해야만 자신의 신념을 존중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참담한 현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마치 예수가 제자들에게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자는 행복하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예수조차 증명이 필요했던 신념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갖기 어려운 것인지 또 지켜내기 어려운 것인지를, 반대로 신념을 끝까지 지켜내 세상에 증명해 낸 데스몬드의 이야기를 보며 곱씹어 보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멜 깁슨의 '핵소 고지'는 전쟁 영화로서의 미덕도 충분히 갖고 있는 영화다. 핵소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벌어지는 전장의 묘사는 그 어떤 전쟁 영화에도 뒤처지지 않는 공포감과 현실감 그리고 참혹함을 전달한다. 고지 위에서 쉴세 없이 빗발치는 적군의 총알들이 주인공과 동료 사이를 관통하고 또 빗겨 나가는 장면들의 몰입감은 적당한 핸드 헬드와 압도적인 사운드 디자인을 통해 완성된다. 새삼스럽지만 '핵소 고지'는 극장에서 꼭 봐야만 하는 영화다. 그것도 사운드 환경이 우수한 극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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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제 핵소 고지의 높이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것보다는 3분의 1 정도의 높이더군요. 영화적 효과를 위해 일부러 3배 정도 높이를 높였다고. 그리고 실제 데스몬드 도스의 이야기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더군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오히려 영화 속 데스몬드가 극적 현실감을 위해 더 덜어낸 느낌.


2. 메가박스 M2관을 일부러 찾아가서 본 보람이 있었어요. 전장의 표현에 있어서 사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이 영화는 꼭 사운드가 좋은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 작품입니다.


3.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 곳곳에서 젊은 멜 깁슨이 보이더군요. 특히 그가 바보처럼 환하게 웃을 땐 멜 깁슨의 그 환한 미소가 겹쳐지더군요. 사실 이 캐릭터에 앤드류 가필드가 과연 어울릴까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는 좋은 연기였어요.


4. 아, 그리고 간혹 2차 세계대전을 그린 미국 영화들이 범하는 실수에는 일본군을 그저 짐승이나 악마로 그려내는 경향이 있는데,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신념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영화로서, 일본군 역시 그들이 믿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참전한 이들이라는 점을 말미에 보여줌으로써, 그러한 우려를 잘 피해 가고 있어요. 너무 균형을 잡으려고 하는 것보다도 오히려 이 정도로 신념의 개념으로 각각 묘사해 내는 것이 더 좋은 방향이었다고 생각되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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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셰티 킬즈 (Machete Kills, 2013)

우주로 가기 위한 예고편



로버트 로드리게즈와 쿠엔틴 타란티노의 '그라인드하우스'의 가짜 예고편에서 시작된 (결국 가짜가 아니게 된 건가) 대니 트레조 주연의 '마셰티' 시리즈의 속편 '마셰티 킬즈'를 보았다. '마셰티'는 그 시작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실상 로드리게즈의 장난 같은 프로젝트 (하지만 누구보다 진지한)가 거대한 농담이 된 경우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많은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영화는 '분명' 아니지만 로드리게즈의 그 독특한 유머와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약간의 저질 관객이라면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시리즈가 되었다. 전편인 '마셰티'는 이 가짜 예고편에서 시작한 작은 농담이 얼마나 진지하고 그럴싸하게 장편 영화가 될 수 있는지 스스로 뽐낸 작품이었다면, 속편인 '마셰티 킬즈'는 그에 비하자면 좀 아쉽고 심심하지만 3편을 기다리게 끔 하는 거대한 예고편으로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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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랬던 것처럼, '마셰티'의 세계관에서는 누구도 목숨을 장담할 수가 없다. 그 어떤 네임 벨류 있는 배우가 등장하더라도 예외는 없으며, 저 유명한 배우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까 하고 궁금해 할 쯤이면 이미 그는 사지 절단되어 사라지기 일쑤다. '마셰티' 시리즈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을 보고 있노 라면, 마치 홍상수나 우디 앨런 영화의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 결과 물은 전혀 다를지 모르지만, 구성이나 방식만 놓고 보면 배우들 스스로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고, 특히 배우로서의 자신을 완전히 즐겁게 소비하는 모습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로드리게즈의 '마셰티'는 그런 면에서 완전히 작정한 영화이기 때문에, 배우들 역시 매우 진지하게 임하지만 그래서 더 '큭큭'거리게 만드는 저렴한 재미가 있다. '마셰티 킬즈'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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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전작에 비해 '마셰티 킬즈'는 조금 이야기가 느슨한 편이다. 뭐 전작도 이야기가 얼마나 있었겠냐 만은, 전반적으로 이번 영화는 낄낄 거릴 만한 부분도 좀 적은 편이고, 사지 절단도 줄었으며 혼자만의 심각함이나 장르 적 유희도 조금은 심심한 편이다. 물론 기존 배우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장르의 팬들이라면 더 유쾌해 할 만한 농담 들이 존재하지만, '그라인드하우스'나 전편 '마셰티'에 비하면 확실히 심심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영화가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영화가 끝나기 직전인데, 이미 또 다른 가짜 예고편을 통해서 공개된 것처럼 마셰티가 우주를 무대로 펼치는 속편을 암시하는 장면들과 짧은 예고 영상은, 조금은 밋밋했던 영화를 다시금 뛰게 만든다. 즉, 이 작품만 놓고 보자면 아쉬운 점이 많은 편이지만, 좋게 평가하자면 우주를 무대로 펼칠 마셰티 3편에 대한 거대한 예고편으로서의 의미를 둘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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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의외로) '마셰티 킬즈'의 이야기와 다음 속편이 매우 깊은 연관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뭐 미 시리즈에 연관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만은, 왜 마셰티가 우주를 배경으로 또 한 번의 활극을 펼치게 되었는지 에 대한 나름 논리적인 이유와, 각 캐릭터들의 사연 들이 이 작품 '마셰티 킬즈'에서 시작된 다는 점에서, 언젠가 나올 (나와야 할) 속편을 더 재미있게 즐기려면 놓칠 수 없는 작품이 될 듯 하다. 말을 이렇게 그럴싸하게 했지만, 나중에 속편이 나온다 해도 이 작품을 안봐도 전혀 지장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부담 없이 낄낄 거리며 보는 게 이 작품의 묘미고, 로드리게즈의 취향이기 때문에. 아마도 로드리게즈는 이 작품의 형편 없는 평점을 보고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 '그래 이건 그런 영화야!' 하면서!



1. 본래 로드리게즈의 영화들은 트러블메이커 스튜디오의 이름으로 제작했었는데, 이번 작품에는 Quick Draw Productions이라고 되어 있더군요. 이름이 바뀐 것인지, 각각 존재하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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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 오브 다크니스 (Edge Of Darkness, 2010)
씁쓸한 복수의 뒷 맛


마틴 켐벨의 신작 '엣지 오브 다크니스'를 보게 된 것은 순전히 주연을 맡은 멜 깁슨 때문이었다. 그가 배우로 출연한 작품을 극장에서 마지막으로 본 것이 2002년작 '싸인 (Signs, 2002)'이었으니 무려 8년만에 스크린을 통해 보게 되는 그였다. 이 작품을 보기 전 얼핏얼핏 지나가며 듣게 된 홍보 문구들로 인해 마치 '테이큰 (Taken, 2008)'과 같은 깔끔 시원한 아빠의 복수극으로만 알았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예전 멜 깁슨이 주연을 맡았던 '컨스피러시 (Conspiracy Theory, 1997)'를 기본으로 로맨스와 드라마의 요소는 싹 빼고, 어둡고 씁쓸한 아빠의 복수극을 그린 작품이라고 해야 될 것 같았다. 즉, 그 만큼 복수보다는 거대 권력 혹은 정부의 음모의 이야기가 복수의 테마를 지배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테이큰'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지루한 복수극일지언정 관객에게 믿음을 주는 멜 깁슨이라는 배우와 함께 제법 볼만한 범죄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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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경찰서의 베테랑 경찰 크레이븐 (멜 깁슨)은 오랜만에 딸을 만나 자신의 집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고 했지만, 괴한의 총격을 받아 딸이 그만 죽음을 맞고 만다. 처음에는 경찰인 자신을 노린 범죄자들의 짓으로 여겼지만 점점 이 살인사건의 뒤에는 더 큰 음모가 있었음을 알아가게 된다.

어느덧 주름이 깊게 페인 멜 깁슨이 연기하는 경찰이자 아버지인 '크레이븐' 캐릭터는 뻔하지만 멜 깁슨 덕에 공감과 함께 힘을 보태고 싶은 캐릭터이다. 그는 이 살인사건을 조사해 가는 과정에서 어떨 땐 경찰로서, 어떨 땐 아버지로서 조사에 임한다. 이 두가지 측면은 얼핏보면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닌 듯 하지만, 이 미묘한 입장차이를 영화는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크레이븐은 베테랑 경찰 특유의 경험을 통한 직감들로서 사건을 파악하고 더 큰 음모를 파해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한편, 가끔은 자식을 잃은 부모로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크레이븐은 경찰이라는 굉장한 좋은 조건 (사건을 조사하는데에 정보 접근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에 있으면서도 의외로(?) 이런 장점을 별로 활용하지 않는다. 이따금 경찰의 특권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는 영화 속에서 몇번씩 강조하는 것처럼 '경찰의 가족이 당한 사건'이라 특별한 대우를 받길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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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 대사가 2번 이상 반복되며 인지시키려 할 때부터 영화의 마지막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만약 '엣지 오브 다크니스'가 '테이큰'과 같이 이것저것 따질 것 없는 복수극이라면 이런 대사를 굳이 반복해가며 관객에게 '자, 이 대사를 좀 잘 들어봐'라고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분명히 이야기한다. '경찰 가족이 당했으니 지원을 아끼지 않고 수사할꺼야'라는 말에 크레이븐은 '경찰이라서라니, 일반 시민이 당했어도 그래야 하는 것 아냐?'. 결국 이런 뉘앙스는 니 편 내 편을 골라야만 순간에서 내 편 역시 완전히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과 고로 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위험에 처했을 땐 나(가족) 외에는 의지할 곳이 없다는 씁쓸한 결론이기도 한 것이다.

최근 천안함 사건을 보면서 직장 동료들에게 '정부에는 미드 작가진들 같은 천부적인 작가진이 별도로 있어서 매번 이렇게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닐까' 라는 이야기를 농담처럼 한 적이 있는데 (물론 천부적인 작가진이라고 하기에는 일반인도 헛점을 지적할 만큼 비전문적인 실수가 잦은 편이다), '엣지 오브 다크니스'의 후반부에는 이런 장면이 그대로 등장한다. 이 커다란 음모에 가담한 이들은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되자 모두 모여 서로의 안위를 위해 진실을 은폐하고 그럴 듯해 보이는 방향으로 조작한다. 이 과정은 매우 유아스럽게 그려지는데, 권력을 쥐고 있으면 얼마나 간단하고 유아적인 방법으로도 진실을 쉽게 은폐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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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경찰로서 (혹은 정의로운 사람으로서) 거대 권력에 맞서 진실을 밝히려는 자에 관한 이야기와 딸을 잃은 아버지의 이야기가 하나로 결합되어 있다. 물론 둘 중 하나의 이야기를 선택해 더 깊고 화끈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좋았을테지만, 개인적으로는 '엣지 오브 다크니스'가 이 두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도 괜찮게 느껴졌다. 영화는 잊을 만하면 크레이븐이 결국 딸을 잃은 아버지라는 점을 각인시킨다. 아니, 첫 장면부터 '이 이야기는 아버지의 영화입니다'라고 말하는 것 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크레이븐이 은폐된 진실에 점점 가까워질 수록 어린 딸의 환영은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딸의 모습은, 멜 깁슨의 인상적인 연기와 더불어 관객으로 하여금 크레이븐에게 쉽게 공감하도록 만든다. 

사실 이 작품을 스릴러로 분류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그냥 범죄 드라마라고 하는 것이 더 옳을 것 같은데,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너무 전개 과정이 축약된 느낌이 강하다. 참고로 이 작품의 동명의 1985년 영국의 BBC의 인기 TV시리즈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건 이 TV시리즈의 연출자 역시 마틴 켐벨이라는 점과 이 작품의 성공을 통해 헐리웃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정말로 긴 호흡의 TV시리즈였다면 이 이야기를 좀 더 세심하고 디테일하게 그려낼 수 있었겠다 싶었다. 영화는 한정된 시간으로 축약한 만큼 스릴러의 깊이는 많이 얕아진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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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엣지 오브 다크니스'는 '테이큰'처럼 복수가 마냥 통쾌하지 만은 않으며, 더 나아가 권력 앞에 한 사람의 정의라는 것이 너무나도 보잘 것 없는 현실의 씁쓸함을 크레이븐이라는 캐릭터가 겪은 일을 통해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더욱 씁쓸했다. 


1. 레이 윈스턴이 연기한 '제드버러' 캐릭터가 참 인상적이더군요. 영화의 짧은 분량 속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캐릭터였는데, TV시리즈에서는 어떤 깊이로 그려졌을지 궁금해지더군요.

2. 전 이 각본이 참 맘에 들었는데 역시나 엔딩 크래딧에서 윌리엄 모나한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그의 대표작으로는 '킹덤 오브 헤븐'과 '디파티드' 등이 있죠.

3. 딸인 '엠마 크레이븐'을 연기한 보자나 노바코빅은 어디서 많이 본 인상이다 싶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주 살짝 원더걸스의 '선예'를 닮은 것 같기도 ㅋ

4. 돌아온 멜 깁슨이 너무 반갑긴 했는데, 한편으론 너무 많이 세월이 흘러버린 것 같아 짠하기도 하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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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아니 프리~ (Freedom)!

 

어떤 배우에 대해 이야기할 , 가장 번째로 떠오르는 작품이 있기 마련인데 개개인 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깁슨의 경우는 아마도 작품 브레이브 하트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도 처음 중학교 극장에서 브레이브 하트 감동이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어서 당시 극장의 시스템을 이용해 (지정 좌석제가 아니라서 영화 편을 보고 극장 내에 남아있으면 있었다) 자리에서 이상 관람했던 기억이 있을 정도다. 사실 어린 마음에 보았던 브레이브 하트 잘은 몰라도 그냥 눈물이 나는 감동적인 영화였던 것이 사실이다(중학생이 자유 의미에 대해 얼마나 깊게 공감할 있었겠나). 그래도 항상 마음 속에는 어른이 되어서도 명작으로 자유라는 것에 대한 가장 인상적인 영화로 기억되던 작품을, 블루레이 출시를 앞두고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었다.





알려졌다시피 작품은 동안 배우로서 더욱 유명했던 깁슨에게 감독으로 아카데미를 안겨준 작품이며 (작품상과 촬영, 분장, 음향편집까지 5 부문을 수상하였다), 동안 러브등으로 많은 남학생들의 책받침 주인공이 되었던 소피 마르소의 영어권 영화의 데뷔 작이기도 했다. 스코틀랜드 전설의 영웅 윌리엄 월레스를 주인공으로 13세기 잉글랜드 국왕 섕크가 지배하던 스코틀랜드의 이야기를 서사시로 엮은 작품은, 말한 것처럼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반대로 실제 역사와는 많이 다른 이야기를 가진 펙션(Faction)’ 가까운 작품이라고 있을 것이다.





실제 역사 인물들의 설정이나 전투에 관한 장면들의 경우, 영화로 가져오면서 극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 조금씩 변형이 되었는데, 역사적 사실과 내용들을 하나하나 비교해 가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따져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듯싶다. 하지만 깁슨이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은 윌리엄 월레스 일생이라기 보다는 자유라는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던 것이었기 때문에, 윌리엄 월레스와 그가 이루려던 자유라는 것이 (우리가 현재 나도 모르게 누리고 있는 자유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번쯤 생각하게 되는 영화라는 점에서 브레이브 하트 명작이라고 있겠다.





사실 아무리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영화의 마지막 윌리엄 월레스의 자유 (Freedom)’라는 외침이 얼마나 다시금 감동을 일으킬지 반신반의했던 것도 있었다. 왜냐하면 영화의 마지막 월레스의 외침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이란 어린 마음에도 대단했던 것이었기 때문에, 같은 강한 인상을 ( 알고 있는 지금에 와서도) 다시 느낄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반신반의 했음에도 다시 브레이브 하트’, 그리고 프리덤 외치는 순간에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화의 모든 감정과 메시지를 마디에 담아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영화사에 남을 정말 엄청난 마디의 대사였다. 리뷰를 읽는 이들 가운데서도 과연 이런 감정을 느낄 있을까?’하고 생각할 있을 텐데, 장담 하던데 그런 끓는 감정을 다시 한번 느낄 있는 것은 물론, 어쩌면 예전에는 몰랐던 자유라는 의미에 대해 깊게 공감하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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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폭스의 타이틀답게 메뉴의 한글화가 이루어져 있다. 디자인 적인 측면에서는 조금 투박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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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0p HD 화질은 작품의 제작연도를 감안한다면 나쁘지 않은 화질이지만, 복원된 수준급의 화질을 원했던 이들에게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감상에 지장을 준다거나 차세대에 걸맞지 않은 화질 정도는 아니지만, 최신작들의 화질과 비교하자면 노이즈가 조금 발견된다거나 같이 쨍한 선예도는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개인 취향에 따라 조금 선호도의 차이가 있을 하다.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만족할 만한 화질을 보여주지만, 대규모가 동원된 전투 장면 같은 경우에는 명이 뚜렷하게 구분될 정도의 화질은 아니라고 있겠다. 참고로 북미에서 출시된 사파이어 에디션 (Sapphire Edition)’과는 다른 판본으로서 버전과 화질을 스크린 샷을 통해 1:1 비교해 보았을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있었다(사파이어 에디션이 조금 나은 화질을 보여주었다).

 

Blu-ray : Sound Quality

 

돌비 True-HD 5.1채널을 수록한 사운드는 강약 조절은 물론 작은 소리들도 놓치지 않고 있는 블루레이에 맞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좋은 사운드란 단순히 크고 임팩트가 강한 보다는 장면이 갖고 있는 소리 정보를 모두 100% 구현해 내는 경우를 말할 있을 텐데, 평원에서 영국군과 맞서 싸우는 장면의 경우 활이 발사될 나는 소리와 방패와 사람들에게 꽂히는 소리 그리고 검을 기사들이 말을 집이 안장과 다리에 부딪히는 소리까지 모두 표현해 내고 있다. 물론 우퍼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는 말들이 달려오는 소리와 하워드 쇼어의 음악도 뭉뚱그려짐 없이 훌륭하게 전달되고 있다. 특히 달려오던 말들과 월레스 군대가 처음 만났을 나는 울음 소리들과 둔탁한 효과음들은 절로 볼륨 버튼을 줄일 정도로 강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월레스가 산을 넘을 흐르는 스코틀랜드 전통악기로 연주되는 메인 테마 역시 인상적이며, 마지막 클라이맥스에 터져 나오는 코러스와 현악기 위주의 사운드트랙은 마치 멀티채널의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들로 공간이 둥글게 감싸여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에 반해 센터 스피커를 통해 주로 전달되는 대사의 경우는 아주 뚜렷하다는 느낌은 주지 못한다.

 

Blu-ray : Special Features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브레이브 하트블루레이의 번째 디스크에는 깁슨 감독의 음성해설과 스코틀랜드의 영웅 윌리엄 월레스라는 제목의 부가영상이 수록되어 있다. 깁슨 단독으로 진행되는 음성해설에서는 제작과정에 대한 소소한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을 있다. 혼자 진행하는 음성해설이라는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기존의 음성해설들 보다는 그리 정보량도 많지 않고( 코멘터리 없이 편의 사운드가 그대로 진행되는 시간들이 상당히 편이다)짤막하게 전하는 편이라서 재미 면에서는 조금 아쉬운 음성해설인 편이다. 






스코틀랜드의 영웅 윌리엄 월레스 pip형식으로 수록되었는데, 기존 pip 형식으로 제공되는 정보들이 종종 메뉴 언어의 한글화나 자막이 지원되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조금 보기 불편한 폰트이기는 하지만 메뉴 언어까지 한글화 되어 제공되고 있는 점은 반가운 점이다(하지만 pip 영상이 수록되지 않은 일반 재생 시에는 편의 자막이 지원되지 않아, 자막 변경 없이 계속 관람할 없다는 점은 조금 불편한 점이다).

하나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유니버설 타이틀의 pip 메뉴처럼, 장면마다 pip 수록여부를 확인할 있는 네비게이션 메뉴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영화 편의 흐름을 따라가며 장면이 발생한 실제 장소의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와 관련 역사적 사실 등에 대한 코멘터리 등도 확인할 있고, 중간중간 직접 선택을 통해 정보를 얻을 있는 메뉴도 제공된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촬영이나 제작과정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실제 역사 이야기들에 관한 정보들이 담겨 있어, 당시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역사와 역사 인물들의 관계들에 대해 흥미로운 사실들을 잔뜩 만나볼 있다.






2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부가영상은 모두 DVD 출시되었던 Definitive Edition 스페셜 피쳐와 동일한 내용이 담겨있다. 사실 새로운 부가영상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아쉬운 점이라고 있을 텐데, ‘신화가 윌리엄 월레스 이야기 일부분을 제외하면 DVD 동일한 SD 화질로 수록이 되어 아쉬움을 남긴다.






브레이브 하트 DE DVD 접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가지만 설명해보자면, ‘신화가 윌리엄 월레스 이야기에서는 월레스가 진정한 브레이브 하트였는지, 아니면 야만인이었는지에 대한 논쟁과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전설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다. ‘각본가와의 밀착 대화에서는 각본을 랜달 월레스의 인터뷰를 주로 담고 있는데, 처음부터 윌리엄 월레스와 스코틀랜드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나서야 자신의 뿌리가 되는 역사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스코틀랜드를 찾게 되었고, 윌리엄 웰레스의 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을 있고, 처음 깁슨을 만나 작품의 함께 하기로 결심하게 에피소드도 담겨 있다. 또한 영화에 사용된 대사 대본을 바탕으로, 이를 쓰게 의도 혹은 그럴 밖에는 없었던 상황이, 마치 코멘터리를 듣는 수준의 정보량으로 수록되었다.





[총평] 깁슨의 브레이브 하트 누가 뭐래도 많은 영화 팬들의 뇌리 속에 명작으로 기억되고 있는 작품일 것이다. 윌리엄 월레스가 목놓아 외치는 자유의 울부짖음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가슴 속에 울리고 있다는 것을 이번 타이틀을 통해 새삼 확인할 있었다. 블루레이로서는 북미에서 출시된 사파이어 에디션의 유혹을 단호하게 거절하기엔 조금 아쉬움이 남는 타이틀이었다.


글 I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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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윌리스의 정체에 관한 놀라운 반전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M.나이트 샤말란 감독에게, [식스센스]는 더할 나위없는 자랑거리이자, 또한 늘 따라다니는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그런 그가 더 이상 전작과의 비교를 거부하며 철저하게 배일에 쌓여진 채 내놓은 작품이, 바로 이 작품 [싸인]이다.

- 식스센스는 더 이상 거론하지 말자

정말 그랬다. 개봉 전 극장에서 [싸인]의 예고편을 보았을 때에는 그저, 미스테리 서클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것밖에는 짐작할 수 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저 멜 깁슨이 출연한다는 걸 겨우 알정도 분량의 장면들과 빠른 카메라워크로 진행되는 미스테리 서클의 모습만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조금 더 효과적으로 관객들의 머릿 속에서 전작 [식스센스]를 지워버리기 위한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의도된 하나의 묘수였다.

[싸인]의 분위기는 조금 의외였다. 마치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를 보는 듯한 감각적이면서도 인상적인 오프닝 장면부터가 그랬다. 또한 스릴러 장르의 특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그 정도는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그림들이었지만, ‘스릴러’라기 보다는 ‘공포’로 불러도 좋을 만큼 영화 내내 심장을 조여 오는 긴장감은, 그의 전작들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부분들이었다. 또한 그가 좀 더 새로운 영화를 만들기 위해 가미한 요소는 바로 유머였다. 이것도 상당히 의외였는데, 극도로 공포스런 분위기로 몰고 이끌다가도 곧바로 웃음을 참기 어려운 장면들을 배치하여 관객의 심장박동수를 이리저리 혼란스럽게도 하였다. (심지어는 가장 공포스럽고 감동적인 장면에서도 유머스런 장치를 배치하여 웃지도 울지도 못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이 영화는 또한 흥미로운 상황과 공간의 설정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주된 사건은 모두 주인공 멜 깁슨의 한 한적한 옥수수 농장을 배경으로, 그의 집안에서 이루어지지만, 그렇다고해서 영화의 주된 원인이 되는 현상들이 이곳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 세계의 인간들을 공포에 몰아넣을 정도의 스케일을 지니고 있지만,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커다란 스케일의 장면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의 집안 TV를 통해 보여지는 뉴스만으로도, 오히려 더 두려움과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설정은 또한 미디어에 대한 의존도와 고립된 공간적 상황을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스케일과 혹 지루해질 수 도 있는 부동적 공간 설정을 우려하여, 영화 중반에는 가족들이 잠시 집을 나와 읍내를 구경하며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상황을 인식하는 장면을 삽입하였다.



영화 [싸인]은 제작초기에는, 이미 배우로서가 아닌 감독으로서도 오스카를 수상하였던 멜 깁슨과 아직 두 편밖에는 감독하지 않았었던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룰 것인가 하는 것도 관심거리였다. 하지만 샤말란 감독은 멜 기습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고 감독으로서 원하는 것을 100%주문했고, 멜 깁슨 또한 이를 충실하게 따르며 자신의 연기를 펼쳤다.



멜 깁슨 외에도 [글래디에이터]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펼쳤던 조와킨 피닉스도 새로운 장르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었다. 할리 조엘 오스몬드의 연기가 워낙 뛰어났었던 지라 이와 비교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만, 멜 깁슨의 아들, 딸 역할을 맡은 두 아역 배우들도, 최근에 대부분의 아역 배우들이 보여주는 어린이 답지 않은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 영화는 [식스센스]와 마찬가지로 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성을 지닌 탓에 스토리에 관한 이야기는 자칫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음으로 삼가도록 하겠다.

비록 [식스센스]비스타 시리즈 타이틀이 두 장이 똑 같은 디스크가 수록되어 리콜 되는 어처구니 없는 오점을 남기기는 하였지만, 브에나 비스타는 DVD매니아들에게 있어서는 비교적 후한 점수를 받는 제작사라 하겠다. 일단 아나몰픽 와이드 스크린의 화질은 영화를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실제로 제작한 미스테리 서클도 실감나게 표현된다.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이전에 영화들에서도 유난히 음악을 쓰는 걸 싫어했다는데, [
언브레이커블]에서도 그러하였고, 이번 영화 [싸인]에서도 완성된 음악을 듣고서는 어쩔 수 없이 사용할 수 밖 에는 없을 정도로 잘 어울렸다고 한다. 또한 관객들이 느끼기에도, 감독은 어떨는지 모르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심장을 멎게 했던 것은 음악에 힘이 컸다고 밖에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통해 듣게 되는 사운드는 상당히 높은 퀄리티를 보인다. 위에서도 언급하였듯 영화의 특성상 실감나는 사운드는 옵션이 아닌 필수 요건인데, 순간순간 터져 나오는 음악들이라던가, 한적한 농장에서 들려오는 각종 벌레, 스치는 풀 소리들, 그리고 무엇인지 모를 존재가 가족들을 점점 조여 오며 내는 각종 효과음들은 좌우, 우퍼 스피커를 통해 실감나게 전달된다.

스페셜 피처로는 제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와 삭제 장면, 그리고 스토리보드와 멀티앵글이 포함되어 있다. 제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에는 [싸인]의 초기 구성과 스토리 구성, 감독의 해설로 들어보는 제작 과정, 특수 효과, 음악 제작 과정 등이 수록되어 있다. 다큐멘터리를 보다보면 샤말란 감독이 얼마나 꼼꼼하고 자신이 하고자하는 바를 100% 스크린에 나타내기 위해 노력하는지 느낄 수 있다. 스페셜 피처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서플 중 하나는 바로 샤말란 감독의 첫 외계인 소재 영화를 담은 짧은 필름인데, 그가 어린 시절 처음으로 만들고 촬영했던 공포(?)영화를 수록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 샤말란의 연기 실력도 볼만 하다.

- 눈에 보이는 것만이 반전은 아닐 것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었다는 것만큼(설마 아직까지도 이 결말에 놀라는 분들은 없길 바라며..)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충격적인 결말은 없지만, [싸인]의 마지막 장면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은, 내포하고 있는 의미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엄청난 반전이 될만한 사실이다.

마치 [미션 임파서블]에서 톰 크루즈가 사건을 되돌려 하나하나씩 추리해 나가듯, 멜 깁슨이 아내의 사고를 회상하며 놀라운 반전을 하나씩 알게 되는 컷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식스센스]그 이상의 소름을 돋게 한다. 영화에서는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는 덕에 모두를 구할 수 있었지만, 만약 정말 모든 것이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일일 것이다.

2003.03.11
글 / 아쉬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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