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호 (大虎, 2015)

모노노케 히메의 향기를 느낀 조선 호랑이 설화


'악마를 보았다'와 '부당거래'의 각본을 쓰고 '신세계'를 직접 연출하기도 했던 박훈정 감독의 신작 '대호'를 보았다.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지리산 산군으로 불리는 호랑이를 잡으려는 일본 군과 한 때 조선 최고의 포수로 불리웠던 천만덕(최민식)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대호'는 무엇보다 호랑이라는 존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영화가 호랑이를 다루는 방식은 마치 배우, 그것도 최민식에 버금가는 비중의 캐릭터로 묘사하고 있는데, 이 같은 점은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 지점이다. 왜냐하면 극중 천만덕과 일본군들이 대표하는 세계와 산군 호랑이가 대표하는 세계가 서로 다른 세계이기 때문이다.



ⓒ (주)사나이픽쳐스. All rights reserved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영화는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인들의 핍박 받는 삶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제 3국의 관객들이 본다면 공생하고 있다고 느낄 정도로 이 시대 배경에 대해 깊이 파고들지는 않는다. 즉,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다른 작품들처럼 이 시대적 배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이 구도를 써먹지 않는 다고 보기도 어렵다. 영화는 오히려 이 호랑이와 명포수였던 천만덕의 캐릭터에 집중하여 스토리를 천천히 전개해 간다. 다시 말해 호랑이가 등장한다고 했을 때 중후반부에 가서야 제대로 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했으나, 천만덕의 등장이 그랬던 것처럼 초반부터 등장하여 캐릭터 소개와 자신 만의 이야기를 이어가게 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최민식이 연기한 천만덕 만큼이나 공감대를 형성이 가능한 구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박훈정 감독의 '대호'가 흥미로운 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호랑이라는 존재를 단순히 배경 혹은 상대로서 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에 가까운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은 흔치 않은 구도로서 호불호와 상관없이 일단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 (주)사나이픽쳐스. All rights reserved


앞서 천만득의 세계과 호랑이의 세계가 다르다고 이야기했는데, 그것의 장점이라면 바로 그 다른 두 세계가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과 판타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호랑이가 인간 캐릭터 못지 않은 성격을 갖게 되면서 마치 동물농장에나 나올 법한 (이건 결코 비하하는 표현이 아니다)감동적인 스토리가 가능해졌는데, 개인적으로도 고양이를 오래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동물과의 교감이 판타지가 아니라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같은 극적인 상황 속 인간과 호랑이의 교감을 묘사하는 방식이 너무 판타지 같이, 그러니까 유치하지 않게 묘사된 건 분명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다. 이런 시도는 흔히 너무 순진하게 묘사한 나머지 유치하고 설득력을 얻지 못하게 되는, 그래서 갑자기 너무 심한 판타지로 빠져버리게 되는 경우가 잦은데 '대호'는 그렇지 않고 그 다른 세계 간의 조우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 같은 경우는 호랑이에게 더 깊은 공감대를 느꼈을 정도로 이 캐릭터의 묘사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리고 CG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일부 액션 장면에서 살짝 이질감이 느껴지는 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면 전혀 극의 몰입에 방해를 주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퀄리티였다. 호랑이가 배경으로 살짝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주연급으로 다양한 액션과 표정을 연기하고 있는 것은 물론, 다수의 늑대 때가 등장하는 장면까지 여러 CG가 동원 되었는데, 그간 한국 영화의 CG에 비교하자면 괄목할 만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종병기 활이 어쩔 수 없이 떠오른다).


하지만 반대로 이 호랑이가 중심이 된 내러티브가 꽤 괜찮았기 때문에 일본군과 포수대의 이야기, 그리고 천만덕의 이야기까지, 인간 세계의 내러티브가 상대적으로 아쉽게 느껴졌고 그렇다보니 조금은 부수적으로, 특히 엔딩에 가서는 차라리 하나의 이야기로 빠르게 집중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단순히 긴 러닝 타임 때문이 아니라 중후반부의 전개는 각각의 다른 이야기를 빠르게 하나로 만들기 보다는 아직도 각각의 이야기를 한참 더 하는 식이여서 오히려 몰입도가 조금 떨어지는 감이 있었다 (한참을 호랑이 중심으로 전환 없이 전개하다가 다시 천만덕의 이야기가 등장하니, 마치 영화가 끝날 시점을 지나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후반부의 선택과 집중이 더 효율적으로 이뤄졌더라면 좀 더 오래 남는 영화가 되었을 것 같은데, 호랑이 부분이 마음에 들었기에 더 아쉬움이 남았다.



ⓒ (주)사나이픽쳐스. All rights reserved


천만덕의 캐릭터와 포수대의 이야기가 나쁜 것은 아닌데, 호랑이의 이야기에 흠뻑 빠지다보니 차라리 더 호랑이 중심의 영화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랬다면 지금보다 10배는 더 슬픈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물론 지금도 호랑이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플 정도지만.


1.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떠올랐던 영화는 다름 아닌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였어요. 그런 느낌이 적지 않은데, 아예 진짜 그렇게 가버렸더라면 초명작이 되거나 망작이 되긴 했을듯. 천만덕의 아들을 산군 호랑이가 어렸을 때 부터 키워서 나중에 명포수인 천만덕과 호랑이 손에 자란 아들이 만나게 되는. 호랑이가 말도 하고. 으하하;;;


2. 천만덕과 아들의 대화 시퀀스가 의외로 재미있었어요. 구수한 사투리와 유치하지 않은 대화와 유머가 재밌었다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주)사나이픽쳐스 에 있습니다.





Al Green
Lay It Down


이 앨범이 발매된지는 사실 오래되었지만 한동안 수입반 재고가 없어서 구매를 못하고 있다가 두 달 전쯤인가 입고되자마자 바로 질렀던 그 앨범. 알 그린의 이번 앨범은 두 말 할 것 없는 최고의 앨범이다. 이 앨범을 늦었지만 소장하게 된 것은 올해에 가장 잘 한 일중 하나이며, 내 아이폰에 담긴 수 많은 앨범 중에 유독 자주 듣게 되는 앨범이기도 하다. 몇 일 전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알 그린이 있어 따듯하기만 했다.






Belle and Sebastian
The BBC Sessions


분명 이들이 데뷔했을 때부터는 아니었는데, 언제부턴가 벨 앤 세바스찬의 앨범은 꼬박꼬박 챙겨 듣게 되었던 것 같다. 이번 앨범 역시 별 고민없이 집어 들었는데, 고민할 필요 없었다는 건 사실로 드러났다.






Alicia Keys
The Element of Freedom


알리샤 키스는 내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하는 뮤지션 중 하나이다. 알리샤 키스는 음악도 음악이지만, 매번 여성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려 노력하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지난 앨범에 비해 임팩트가 조금 부족한 것도 사실인데, 다음 앨범이 벌써 부터 기다려지는 것은 이런 양면적인 이유 때문이리라.





John Mayer
Battle Studies


존 메이어는 물론 데뷔 당시부터 '천재'소리 듣던 뮤지션이긴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한 차원 높은 뮤지션으로 거듭난 것 같다. 곡을 만드는 능력 외에 기타리스트로서의 면모도 지속적으로 들려주고 있는 그의 이번 앨범도, 역시나 베스트다.





김책 정재일
The Methodologies

사실 지인에게 이 앨범을 소개 받기 전에는 발매 사실 조차 인지하지 못하던 앨범이었는데, 만약 소개 받지 않았더라면 참으로 후회스러웠겠다 싶은 생각이 절로 든 귀한 앨범이었다. 아이돌이 지배하는 국내 음반 시장에서 이런 프리 재즈 앨범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과 박수를 보내는 동시에, 단순히 어려워서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더 설득력있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내 말재주가 아쉬울 뿐이다. 정재일의 음악활동은 언제나 응원하고 있다.






Evangelion : 2.0 - You Can (Not) Advance

아마 <에반게리온 : 파>를 본 이라면, 자연스레 이 앨범에 손이 가지 않았을까 싶다. 비록 Beautiful World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말해 무엇하랴. <에반게리온 : 파>인데.






잔혹한 천사의 테제 (2009 ver)
(残酷な天使のテーゼ)

이 앨범은 '파' 사운드트랙을 사려고 들어갔다가 우연히 검색에서 걸린 에바 음반이라 할 수 있는데, 제목처럼 에반게리온 TV시리즈의 오프닝 곡인 '잔혹한 천사의 테제'의 2009년 버전이 수록되어 있다. 원곡만한 편곡은 없다는 진리를 확인시켜준 버전이긴 하지만, 말해 무엇하랴. <에반게리온>인데.






바람의 검심
(るろうに剣心 -明治剣客浪漫譚)

며칠 전 신촌에 새로 생긴 북오프에 갔다가 덥썩 집어온 앨범. <바람의 검심>사운드트랙은 언젠가 하나쯤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바로 이 앨범이 되었다. 켄신 관련 다른 음반들도 있었지만, 가능하면 리믹스 버전이 수록된 앨범보다는 오리지널이 수록된 앨범을 고르다보니, 이 앨범을 선택.





모노노케 히메 
(もののけ姬)

<모노노케 히메 (원령공주)>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이미 소장하고 있지만, 예전부터 아시타카가 음반 표지 모델인 이 음반을 구매하고 싶었었는데, 역시 북오프에 들렀다가 충동구매 하고 말았다. 원곡과는 조금씩 악기 사용이나 편곡이 다른 곡들과 새로운 곡들이 담긴 음악들도 좋고, 무엇보다 저 자켓 이미지 만으로도 200% 만족스럽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모노노케 히메]를 통해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가 하고 싶었던 말은, ‘살아라!’라는 한 마디에 모두 함축되어 있다. 미야자키의 기본적인 주제의식이 모두 담겨있고, 가장 강렬하게 표현한 액션 활극!



북쪽의 끝, 에미시족의 마을에 어느 날 갑자기 재앙 신이 나타나 마을을 위협한다. 이에 에미시족의 후계자인 ‘아시타카’는 결투 끝에 포악해진 재앙신을 쓰러뜨리지만 싸움 도중 오른팔에 저주의 상처를 받고 죽어야할 운명에 처하게 된다. 결국, 재앙신의 탄생 원인을 밝혀 자신의 저주를 없애기 위해 서쪽으로 길을 떠난 아시타카는 여행 중 서쪽 끝 ‘시시’신의 숲에서 들개 신과 사투를 벌인 ‘타타라’ 마을 사람들을 발견하고는 그들을 구해주었는데 먼발치서 자신을 지켜보는 들개 신 ‘모로’와 그의 곁에서 상처를 치료해주는 신비스러운 소녀를 보게 되고 묘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귀빈 대접을 받으며 ‘타타라’마을에 머물게 된 아시타카는 마을을 습격하는 ‘원령공주’를 목격하게 되고 그 원령공주가 바로 숲에서 만난 소녀임을 알고 당황하게 된다. 함정을 파 놓고 총포로 무장한 인간들은 사람들을 공격하던 원령공주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순간, 망설이던 아시타카는 원령공주를 구해 마을을 빠져나가는데....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주제의식은 무척이나 뚜렷하다. 미야자키는 [미래소년 코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부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르기까지, 그만의 정신과 주장이 깃든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일단 [모노노케 히메]를 얘기하려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이하 나우시카)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여러 가지 면에서 [모노노케 히메]가 [나우시카]를 닮았기 때문이다. [나우시카]는 항상 미야자키 감독 작품의 주제가 되는, 자연과 인간간의 공생, 근대 기계 문명에 대한 견해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모태가 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나우시카]의 경우가 그러한 경우라면, [모노노케 히메]는 스타일과 내용적으로 한층 업그레이드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서두에 밝혔다시피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강렬하고 많은 액션이 등장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제철장과 ‘에보시’로 대변되는 근대문명과 ‘산(san)'과 태고적 모습을 한 신들로 대표되는 자연과의 관계는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배경이자 포인트가 되고 있다. 에보시와 제철장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위해 나무를 베고 숲을 개척하여 무사들이 난무하는 혼란스런 세태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한 편, 갓난 아이 인 채로 인간들에게 버려져 들개들에게 길러진 ’산‘과 자연 속에서 태고적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신들은, 점점 자연을 더럽히고 있는 인간들로부터 산(mountain)과 나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나가고 있다. 이들은 너무나도 다른 환경과 선입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쉽게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고, 그런 노력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면 미야자키가 이러한 인간과 자연과의 공생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먼저 산(san)은 인간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들개인 모호한 존재이다. 그는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인간들에게 버려져 들개들에게 길러졌으며, 지금은 누구보다도 인간들에게 커다란 반감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 그녀는 ‘모로’일족의 일원으로서 오염과 황폐해져가는 자연을 지키기 위해 인간들과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진 소녀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우두머리 격인 에보시를 암살하기 위해 홀로 제철장에 뛰어 들었고, 자신이 지켜야할 자연을 위해 죽음 따윈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시시신(사슴신)님이 인간들을 벌하고 자신들과 자연 모두를 구원해 줄 것으로 믿고 있다.



한 편 에보시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에보시는 군사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절 신식 무기와 리더쉽을 통해 마을을 구해냈고, 강가의 제철장을 세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연료가 되는 나무를 베고 환경을 오염시켜 자연과는 적이 되었고, 군부에도 굴복하지 않아 이들에게도 적이 되었다. 또한 계속되는 신들과의 싸움을 끝내기 위해 모두들 두려워하는 사슴 신의 목을 베는데 앞장서게 된다. 산과 신들에게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이지만, 제철장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리더이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심한 피부병 환자들을 인간적으로 거둬준 존재이기도 하다.

만약 [모노노케 히메]에 모노노케 히메와 에보시만 존재한다면 이 영화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 뻔한 영화가 됐을 것이다. 서로 상반된 주장이 맞서기만 하다가 결국 한 쪽 손을 들어주는 그런 영화 말이다. 하지만 [모노노케 히메]에는 아시타카가 있었다.
아시타카는 나우시카와 같이 미야자키의 생각을 작품 속에서 실천하는 적극적인 캐릭터이다. 사실 이 같은 대립 형세에 시골 작은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던 아시타카가 개입될 의무는 없었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재앙신에게 시위를 당겨 저주를 받기는 하였지만, 어디까지나 아시타카는 제3자의 입장에서 관망할 수 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살아라!’라는 말처럼 미야자키는 행동하길 원했다. 아시타카는 산을 좋아하고 숲이 풍성한 자연을 지켜야 한다는 데에는 산과 뜻을 같이 했지만, 제철장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도 알고 있었다. 그들 역시 자신의 생계와 삶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였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도 저버릴 수가 없었고, 양쪽의 중간에 서게 된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산은 끝내 에보시를 용서하지 않았고, 에보시 역시 모로에 의해 목숨을 건지게 된 사실에 쓴 웃음을 짓기는 하였지만, 처음 보다는 많이 누그러진 이 같은 공존의 가능성은 바로 아시타카가 열어 준 것이다.



어느 한 편에 크게 치우쳐 있지는 않지만, 자연과 인간의 공생 관계에 있어 자연을 지키고 보호하는 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둔 것은 사실이다. 그 같은 그의 메시지는 생명을 불어넣고 앗아가는 줄로만 알았던 사슴 신이 죽을 때, 사실 사슴 신은 꽃을 피우는 신이였단 걸 제철장 사람들이 깨닫게 되는 순간 느낄 수 있다.




우선 반갑다. 사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색 보정이유로 홍역을 겪은지라 많은 기대 가운데, 또한 많은 우려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출시된 타이틀은 우려했던 마음을 잠재울 수 있을 만한 수준급의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모노노케 히메]는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다시 보았던 작품 중에 하나인데, 물론 DVD포맷이 아닌 VCD의 조악한 화질로 관람한 것이었다(VCD의 화질을 조악하다고 쉽게 평할 수 있는 현실이 참 행복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화질에 세세한 디테일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예전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만족할 만한 화질을 선보였다고 평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화질이라고 생각된다. [모노노케 히메]는 미야자키 감독 작품 가운데 최초로 CG를 사용한 작품답게 스펙터클하고 스피디한 영상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같은 장면을 표현하기에 16:9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 포맷은 부족함이 없었다고 생각된다.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을 논할 때 결코 빠져서는 안 될 것은 바로 히사이시 조의 스코어이다. 항상 감동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히사이시 조는 [모노노케 히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스코어를 들려준다. 일본 전통의 토속적 사운드와 클래식 적 요소가 적절히 융합된 모노노케 히메의 음악은 미야자키의 메시지를 더욱더 효과적으로 전하고 있다. 돌비디지털 5.1채널로 전해지는 사운드는 위와 같은 히사이시 조의 감동의 선율과 아시타카의 활 쏘는 소리, 야클의 발굽 소리 등을 웅장하고 선명하게 전달한다. 또한 5.1채널의 일본어 더빙 트랙 외에 한국어 더빙 트랙도 5.1채널로 수록하고 있는데, 목소리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성우들이 참여한 한국어 더빙도 기대치 않았던 5.1채널로 수록되면서 상당히 좋은 반응을 끌고 있다.



다음은 서플먼트인데, 사실 조금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수록된 서플은 지브리 타이틀이 공통적으로 수록하고 있는 것들인데, 그림 콘티, 멀티 앵글로 보는 본 편과 예고편 모음, 출시 예정 작 소개, 캐릭터와 시놉시스, 스텝 소개 등이 수록되어 있다. 그래도 조금 흥미로운 점은 한국어 더빙 성우들을 소개하는 메뉴에서 더빙 현장 스케치 영상이 수록되었다는 것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비교해 보았을 때, 제작 다큐나 다른 영상이 수록되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아 그리고, 타이틀과 함께 제공되는 DVD 홈 시어터 관련 도서는 DVD플레이어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싶고 궁금했던 가장 기본적인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어, 앞으로 DVD를 즐기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2003.08.07
글 / 아시타카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