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ももへの手紙, 2011)

부치지 못한 편지



'인랑 (人狼, 1999)'을 연출했던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의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ももへの手紙, 2011)'을 뒤늦게 보았다 (원제를 해석하자면 '모모의 편지' 정도). 선입견이라는 것이 무서운게 예전에 다른 애니메이션에 관한 글을 쓰면서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지만, 이 영화를 개봉 당시 선택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우습게도 요괴가 정이 안가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 참 말도 안되는 이유인데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에 등장하는 세 명의 요괴들은 일본 토속적인 모습들을 하고 있어서인지 개인적으로는 그리 와닿지 않는 터라 볼까 말까 하던 중 결국 나중을 기약하게 되었던 것이다. 바로 그 나중이 된 지금에야 보게 된 작품은, 역시나 요괴들의 비주얼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찡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었다.



ⓒ Production I.G. All rights reserved


사실 이 작품의 기본적인 이야기는 비슷한 설정의 작품들에서 이미 보아왔던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즉, 영화가 시작하고 아버지의 부제로 엄마와도 갈등을 겪는 어린 소녀가 외딴 곳에서 홀로 지내게 되는 가운데, 요괴들을 만나게 되어 벌이는 일들을 그리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에서 기대하고 예상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그대로 전개된 작품이었다. 캐릭터들 역시 새롭다기보단 이런 이야기에 최적화 되어 있다고 할 정도로 정형화 되어 있었고, 이야기 전개 과정 중 색다른 볼거리나 이슈도 사실상 없었다.


그런데 예상되었던 그 마지막 클라이맥스 부분을 만나게 되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이건 눈물이 많아서라기 보다는, 신파에 가까운 전형적인 줄거리임에도 그 과정 속에서 관객들에게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었을 텐데, 마지막에는 심지어 '여기구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흘러갔음에도 눈물과 감동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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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선택한 딸과 세상을 먼저 떠난 아버지의 관계에서 조디 포스터 주연의 영화 '콘택트'가 떠올랐다. '콘택트'는 여러모로 내 인생에 가장 인상적인 작품 중 하나인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라면 역시 '펜사콜라' 장면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 펜사콜라 장면에서 있어서 '콘택트'라는 영화가 위대해졌다고 할 수 있을 텐데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의 그 편지 장면은 그 정도로 복합적인 요소가 결합된 장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영화 내내 소중히 다뤄온 딸과 아버지의 감정을 아주 담백하게 표현한 장면이라는 점에서, 인상 깊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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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자체가 새로울 것은 없고 주려는 감동의 포인트도 예상되었던 터라 글로써 풀어내기엔 그리 할 말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모모의 이야기 자체의 힘은 결코 작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아, 그리고 글의 서두에 밝혔던 것처럼 처음에는 영화를 볼까 말까 고민했을 정도의 문제였던 요괴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살짝 그리워졌을 정도이니 이 정도면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을 대신할 수 있을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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