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감동과 분노를 다 잡은 웰메이드 영화



내가 영화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두 가지는 감독과 배우가 누구냐 라는 것과 포스터 이미지가 어떤 기대감을 주느냐 인데, 방은진 감독의 신작 '집으로 가는 길'은 배우도 배우지만 이 강렬한 포스터 한 장의 이미지에 끌려 관심을 갖게 된 영화였다. 이미 포스터를 통해 적잖은 감동을 전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영화는, 역시 예상대로 감동 아니 감정적이었고, 다른 한 편으론 시종일관 분노를 일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했다. 전자는 예상했던 바이지만 후자는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는데, 방은진 감독은 이 두 가지를 거의 대등한 비중으로 다루고 있을 만큼, 단순히 감동과 신파에만 기댄 그런 작품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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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최근 보았던 영화 가운데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였던 소더버그의 '쇼를 사랑한 남자'와는 실화라는 자체가 관객에게 받아 들여지는 정도가 완전히 다르다. '쇼를 사랑한 남자'는 리뷰에도 남겼던 것처럼 실화라는 사실은 제거해도 영화 관람에는 전혀 변화가 발생하지 않지만, 이 작품은 실화라는 이유 때문에 관객이 분노하게 끔 만드는 지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 이 작품의 포스터나 분위기를 보았을 때는 전도연의 열연이 돋보이는, 그래서 감정적으로 눈물을 쏟게 만드는 휴먼 드라마 일 것 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 것 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영화일 수 있었지만, '집으로 가는 길'은 여기에 왜 정연 (전도연)이 그런 외롭고 고통스러운 처지에 놓였어야 했는 지를, 그녀가 겪는 고통 만큼이나 주목한다. 이런 시선은 자칫하면 너무 건조하게 흐르거나 극적인 요소와 구분되어 딱딱한 느낌을 (다큐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었으나, 이 작품은 오히려 이를 잘 활용하여 정연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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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TV에서 가끔 보게 되는 사회 고발 프로그램들이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들이었다. 실제로 이 사건은 실화이기에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기에 적합한 소재이기도 했는데, 방은진 감독은 여기서 주인공과 그 가족의 심리를 어색하고 오버 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끌어내, 사회 시스템이 야기 시킨 이 불행한 사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실화 만이 가질 수 있는 에너지를 통해 더 큰 감정의 동요를 이끌어내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후반부 정연의 이야기가 세상에 조금씩 알려지면서 등장하는 네티즌들의 이야기는 조금은 낯 뜨거운 연출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수긍할 수 있는 연출이었다고 생각된다. 그 만큼 주인공의 감정과 이 사건을 바라보는 제 3자 및 가족의 분노를 적절히 다루어 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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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도 그렇고, 이렇게 현재를 살고 있는 한 인간이 어떠한 거대한 시스템의 오류 혹은 무관심으로 인해 소 외 받고 고통 받게 되는 영화를 보게 되면, '어떻게 든 이 시스템을 개선 해야해! 라는 생각 보다는 '제발 내가 저런 상황에 처하지 않길 바라자'라는 생각을 더 하게 된다. 과연 내가 영화 속 정연 혹은 그 남편이었다면 이 상황을 다르게 해쳐나갈 수 있었을 까를 질문해 보면 답은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이 영화는 보는 내내 분노를 치밀어 오르게 하고, 극장을 나설 때면 다시금 씁쓸해 지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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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씁쓸해...



1. 전도연의 연기는 이제 더 이상 대단하다고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외로움과 막막함, 슬픔, 그리움 등의 감정을 오로지 그녀의 몸을 통해 관객에게 100% 전달하고 있어요. 관객이 이 영화에서 쉽게 공감하고 빠져들 수 있는 건, 절대적으로 전도연의 공이 컸어요.


2. 프랑스 영사관 직원을 연기한 두 분의 연기가 참 좋더군요. (참나!) 관객을 울린 것이 전도연의 공이라면, 관객을 분노케 한 공은 이 두 분에게로~


3. 무대 인사 사진 한 장!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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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이유를 몰랐던 이들의 진혼곡



2003년 작 '지구를 지켜라'를 인상 깊게 보았던 이들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기다렸을 장준환 감독의 신작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이하 화이)를 보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화이'는 전반적으로 무겁고 어두운 가운데 잔인함마저 가득한, 장준환 감독 만의 에너지가 돋보이는 그런 작품이었다. 어린 시절 납치된 아이를 납치범들이 어른이 되도록 키워낸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여러가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능한 구조였는데, 여기에 몇 가지 이야기의 구조를 더해 장준환 감독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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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을 텐데, 하나는 영화의 인물이나 이야기가 너무 많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 많음을 왜 선택했느냐 일 것이다. 일단 단순하게 보았을 때 '화이'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각자의 이야기는 결코 적지 않은 편이다. 특히 인물들은 화이에게 다섯 명의 아빠가 있는 것처럼 필요 이상으로 느껴질 만큼 다수의 인물이 등장한다. 각 인물들의 등장과 퇴장, 비중이 모두 적은 편이 아니라 일정 수준이다 보니 관객 입장에서는 쉽사리 한 가지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점도 분명 단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많은 캐릭터들이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분명 이 점은 집중 도를 흐릴 수 있는 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 비중과 수준이 필요 적정 선에 닿아 있었기 때문에 허무하다 거나 전체 전개를 흐리는 일은 없었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다섯 명의 아빠라는 설정처럼, 때로 나오며 각자의 주특기가 있는 캐릭터로 인해 부가 적인 재미 요소가 있었고, 주변 인물들 역시 이름 있는 배우들이 포진하고 있어 각각을 인지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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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이렇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인물을 굳이 등장 시켰을까 하는 물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정서를 통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화이'의 이야기 구조라면 화이 (여진구)가 자신의 존재를 깨닫게 되는 순간부터 자신을 키워준 납치범 아빠들과 적으로 대면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갈등과 1:1의 대결 구도 (정확히 말하자면 1:5가 될 수도 있지만)에 집중하여, 화이의 분노와 이 이야기의 끝을 주목하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장준환의 '화이'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기본 이야기에 몇 가지 곁 가지 이야기를 추가했고, 각각의 캐릭터들에게도 각자의 이야기를 의미 있게 부여했다. 그 얘긴 즉, 이 이야기는 표면적으로는 화이라는 한 인물이 겪은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등장하는 모두가 같은 갈등과 고통을 겪고 있는 다수의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아마도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그 정서를 느꼈겠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고 있는 거의 모든 인물은 그 스스로 죽기를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까 어떻게 든 문제를 해결하고 살고자 하기 보다는, 그저 죽음이 순순히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것만 같은 분위기가 시종일관 느껴졌다. 단순히 죽기 만을 기다리는 것이라면 그저 세기말 적인 분위기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화이'에서는 왜 인물들이 죽기 만을 기다리는 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 이유는 영화 후반에 직접적으로 표현된 것처럼, '왜?'라는 물음. 왜 그렇게 되었는지 에 대해 결국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이들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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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어린 아들을 납치 당한 부부는 왜 자신들에게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끝내 알거나 인정할 수 없었을 터이고, 괴물을 떨쳐 버릴 수 없었던 이도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어떻게 하면 이 괴물을 떨쳐낼 수 있을지 그 방법과 이유를 몰랐기에 결국 영화 속 이야기 같은 행동들이 벌어졌다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그저 무서운 범죄자 정도로만 묘사되었던 극 중 김윤석이 연기한 인물의 이야기는, 영화의 메시지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왜 나는 남들처럼 못하는지' 왜 나는 저렇게 될 수 없는지' 등과 같이 '왜?'라는 질문에 결국 세상이 답해 주지 못하면서 그 이유를 끝내 알지 못한 채 자신 만의 왜곡된 방법으로 살아 남을 수 밖에는 없었던 그의 이야기는, 그대로 화이에게로 전이되어 슬픈 진혼곡으로 마무리 된다.


그 절절함. 이미 절절하고 치열한 단계를 다 거쳐 무뎌진 인물의 이야기와 현재 그 치열함 속에 놓인 인물의 이야기가 겹쳐지는 순간이, 이 작품 '화이'의 클래이맥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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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진구의 연기는 제대로 처음 보았는데 괜찮았어요. 교복을 수트로 오해할 만큼 멋지더군요 ㅎ 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 이 영화를 볼 수 없었다는게 함정.


2. 김윤석은 정말 무서워요.


3. 개봉 첫 날 무대인사도 함께 할 수 있었는데, 아래 직찍. 조진웅 씨는 생각보다 슬림하셔서 깜놀.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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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는 권영철님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품인 <나쁜 놈이 더 잘 잔다>가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 초청이 되어서 떨리는 마음으로 첫 공개의 순간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극장에 도착하자마자 매진작 리스트에서 '나쁜 놈이 더 잘 잔다'를 확인하고 보니 절로 흐뭇해 지더군요 ^^




영화의 시작 전에 간단한 무대 인사가 있었고 상영이 끝난 뒤에 관객과의 대화시간이 있었습니다. 역시 영화제답게 많은 분들이 질문을 하려고 손을 드시는 모습에 다시 한번 훈훈해졌습니다~




관객들의 질문에 차근차근 답해주시는 권영철 감독님! 개인적으로도 여러가지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나중에 개인적 자리를 기약하며 다른 분들께 양보아닌 양보를 ^^; 끝나고 여러 기자들과 팬들에 둘러쌓여 싸인 요청을 받으시는 모습에 또 한번 뿌듯. 저희 일행도 싸인을 요청했는데 쿨하게 그냥 가셨다는 ㅎㅎ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간단한 평가와 더불어 배우들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는데, 다들 조금씩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을 드러내시더군요.




주연을 맡은 김흥수씨의 연기도(그 눈빛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태경씨의 발견도 흥미로웠습니다. 아역배우시절부터 익숙했던 배우였는데, 그간 거의 착한 역할만 맡았던 것과는 달리 이번 영화에서는 아주 거칠고 막사는 역할을 맡았는데, 의외로 잘 어울리고 몇몇 장면에서는 내가 알던 그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얼굴을 보여주더군요. 다시 봤습니다.





네네. 분명 김흥수씨가 감독님보다 뒤에 서 있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ㅎ






개인적으로 관객과의 대화가 끝나고 잠깐 형님과 얘기할 시간이 있었는데, '어땠어?' 하시길래 '재밌어요' 했는데 좀 더 객관적인 평가를 듣고 싶어하시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스케쥴이 많으셔서 따로 이야기할 기회가 없어서 저도 좀 아쉬웠네요(다음 기회에!)


영화는 100%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기는 어려운 입장임을 감안하더라도 참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하드보일드한 장르영화가 아닐까 했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얼마전 보았던 <똥파리>를 연상시키는 가족이 연관된 한 편의 드라마였던 것 같아요. 여튼 영화에 대한 자세한 평을 곧 다시 써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영화제 기간 본 영화 세 편과 - 유리의 날 / 델리 6 / 내 이름은 부르스 -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아이맥스 리뷰도 밀려있네요 헥헥 ;;;;).


그래도 친분이 좀 있다고, 엔딩 크레딧 맨 마지막에 '권영철 감독 첫 번째 작품'이라는 문구를 보니 가슴이 찡해지더군요! 부럽기도 하구요! 아, 그리고 도움 주신 분들에 영화 고사때 오셨던 dp회원분들 몇 분의 이름과 DVD프라임이라는 이름을 보니 또 한번 흐뭇해지기도 했습니다 ^^


목요일 상영이 한 번 더 남아있습니다!
<나쁜 놈이 더 잘 잔다> 화이팅입니다!




글/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우리 영화인 <똥파리>를 드디어 오늘(토) 감상하였습니다. 며칠 전 씨네토크 자리에는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해서 아쉬웠었는데, 오늘은 다행히도 무대인사를 함께 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감독이자 주연을 맡은 양익준 감독님은 딱 보는 순간, 과연 영화 속 상훈과 저 사람이 같은 사람인가 할 정도로 웃는 모습이 선해보이고(?) 매력적이시더군요 ㅎ 유머를 섞어가며 거침없이 이야기하시는 모습에 영화를 막 보고난 감정이 살짝 흔들릴 정도로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그 만큼 연기가 훌륭했다는 얘기도 되겠죠;). 관객과의 대화 자리는 아니었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작품의 의도에 대한 대강의 이야기와 배우들의 한 마디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꽃비씨도 참으로 아름다우 시더군요 ^^; 아역 연기자인 형인 역의 희수군은 나이가 안되어서 못봤지만 다들 재밌다고 한다며 영화 많이 홍보해 달라는 귀여운 멘트를 날리기도 ^^; 감독님은 지난 번 씨네토크때 댄스도 보여주셨다고 하는데, 오늘도 살짝이지만 나름 스텝을 보여주시기도 ㅎㅎ 다들 새벽까지 인터뷰와 각종 스케쥴들로 바쁜 와중에도 즐거워 보이는 듯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영화는 참으로 인상적이더군요. 폭력과 가족. 힘있고 따듯한 영화였어요. 자세한 리뷰는 자고 일어나서 써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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