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2039년, 화성으로 향한 유인 탐사팀은 타르시스 대지 탐사중 문명의 흔적을 발견하지만, 갑자기 출현한 생명체에 전멸당한다. 하지만 유적에서 발견된 수많은 과학기술로 인류의 과학 기술력은 반세기 이상의 비약을 이룬다. 게다가 태양계 바깥의 다른 생명체, 탈 시안의 유적으로 추측되는 워프 포인트, 통칭 쇼트 컷 엥커가 발견되어 인류는 항성간 항해 수단도 손에 넣는다. 그후, 탈 시안 조사를 위해서 유엔 우주군 전함 4척이 건조되고 2047년에는 1000명 이상의 조사단이 조직된다.
칸토모현의 중학교에 다니는 나가미네 미카코와 테라오 노보루는 동급생으로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서로 좋아하는 사이. 하지만 3학년의 여름, 미카코는 국제 연합군 선발대 멤버가 되고, 노보루는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미카코와 노보루 각자 지구와 우주에서 휴대 메일을 통해 서로 연락을 주고 받지만, 우주군 전함 리시테아호가 목성 에우로파 기지를 경유해 태양계의 안쪽으로 향하면서 메일이 왕복하는 시간은 길어진다. 노보루는 초조하게 미카코의 메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지낸다. 이윽고 리시테아 함대가 워프를 실시하자, 미카코와 노보루의 시간은 엇갈리는데...




주체할 수 없는 긴 여운
 
[별의 목소리]는 참 따뜻하고도 가슴 한편이 심히 저려오는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그리고 2000년 12회 DOGA 그래픽 콘테스트에서 모든 과정을 혼자 작업한 5분 가량의 단편 애니메이션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彼女と彼女の猫)]로 그랑프리를 수상했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이기도하다. 이 작품 역시 배경에 흐르는 음악과 목소리 더빙만을 제외하고 모두 감독 개인만의 작업으로 완성되었다. 휴대 메일을 모티브로 두 소년과 소녀의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은 사랑을, 아름다운 이미지들과 음악들로 만들어낸 [별의 목소리]는, 단 25분이 채 안 되는 분량의 단편 애니메이션이지만, 어느 장편 애니메이션 못지 않은 감동과 깊은 여운을 남긴다.
3D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늘, 동네의 계단, 비오는 거리등의 이미지들은, 신카이 마코토 혼자서 전부 해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한 장면을 보여준다. 시간적 배경은 미래로 설정되어 있지만, 현재를 혹은 옛날을 배경으로 한 어느 작품보다도 그 중심이 되는 정서만은 따뜻하게 호흡하고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난 여기에 있어'
 
또한 [별의 목소리]는 '평범 속에 진리가 있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평소에는 지겨우리만큼 자주 대하고 접하는 풍경과 사람, 감정들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하게 해준다. 8년 전의 시간에서 도착한 메일은 소년이 청년이 된 후에야 도착했지만, 이들의 기다림에는 시간과 공간의 문은 존재하지 않았다.
평범한 것들의 대한 바람, 매일 지나는 거리의 풍경, 비가 내리던 날의 계단, 눈이 내리던 날의 계단, 우산에 비가 내리는 소리, 항상 영롱한 빛을 내던 푸르른 하늘. 이러한 것들은 그것만으로도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 될 수 있지만, 작품 속 두 주인공에게는 더 큰 바램이 있었다. 이 같은 것들을 서로 함께 느꼈으면 하는 바람, 함께 할 때 더 소중해지는 것들의 대한 그리움이 작품의 내내 흐르고 있다. [
별의 목소리]는 이러한 평범한 감정들과 진리들을 아름답지만 안타깝게 그려내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에 왠지 슬퍼지게 한다.



일단 이러한 단편 애니메이션이 DVD로 출시되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대형 장편 영화들의 홍수 속에 이러한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해갈(解渴)의 기능을 해줄 것이다.

또한 서플먼트에 수록된 신카이 마코토의 다른 작품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는 흑백으로 이루어진 5분 분량의 단편으로, 정지된 이미지들을 통하여 스틸 사진을 펼쳐놓은 듯한 영상과, 나지막이 읊조리는 나레이션으로 작품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킨다.

그저 정지된 화면만이 지나칠 뿐이지만, 그 여느 작품들보다도 많은 생각할 거리와 긴장감마저 전해 준다.




2003.04.16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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