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뒤척이며 아이폰으로 트위터를 둘러보던 중 잠이 단숨에 달아날만한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직 한참 꽃을 피워야할 아름다운 여배우의 죽음에 관한 소식이었는데, 그 주인공이 브리트니 머피(Brittany Murphy)라는 점이 더더욱 충격적이었죠. 브리트니 머피에 대한 애정을 글로 고백한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지만, 그녀는 얼마전 누군가의 팬블로그를 만들려고 했을 때 조이 데샤넬과 더불어 후보로 거론되었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은근히 좋아했었던 여배우였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애정을 글로 표현할 틈도 주지 않고 그녀는 심장마비로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네요. 기사도 하나도 읽어보질 못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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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트니를 처음 본건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1999년작 <처음 만나는 자유 (Girl, Interrupted)>에서 였던 것 같아요. 사실 이 때만 해도 브리트니 머피라는 배우를 거의 인식하지 못했었죠. 그저 주연을 맡은 두 배우인 위노나 라이더와 안젤리나 졸리에게 시선을 빼았겼던 것도 있구요. 그러던 그녀를 조금이나마 인식하게 된 첫 번째 영화는 마이클 더글라스 주연의 2001년작 <돈 세이 워드 (Don't Say A Word)> 였습니다. 이 때만 해도 '엇, 처음 보는 여배우인데 마스크가 인상적이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정도였죠. 그리고 또 한 해가 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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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브리트니 머피라는 배우를 좋아하게 된 건 역시 커티스 핸슨의 2002년작 <8마일 (8 Mile)>이었습니다. 여기서 브리트니는 극 중 에미넴의 여자 친구 역할로 등장했는데,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통해 그녀의 매력을 처음으로 발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분량이 아주 많았던 것도 아니고, 힙합과 에미넴을 다룬 영화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것도 아니지만, 그녀는 묘한 매력으로 에미넴을 보려고 극장을 찾았던 수 많은 관객들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단 번에 각인시켰죠. 지금와 생각해보면 분명 <8마일>은 에미넴의 영화인데 왜 브리트니 머피가 더 먼저 떠오르는지 머리로는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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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대중적으로 브리트니 머피라는 이름을 알리게 된 영화라면 역시 에쉬튼 커쳐와 함께한 2003년작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Just Married)>를 들 수 있겠네요. 여기서 브리트니는 자신 만의 엉뚱하고 활기차고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맘껏 선사하였는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이미지를 좀 더 부각시킨 영화들을 몇 편 더 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약간 타이밍을 놓쳐버린 경향도 있고, 포지션이 좀 애매했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더 어린 나이에 이런 비슷한 영화들을 여럿 만났더라면 산드라 블럭이나 드류 베리모어 못지 않은 코믹 로맨스에 아이콘이 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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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다코타 패닝과 함께 연기한 2003년작 <업 타운 걸스 (Uptown Girls)>를 지나, 2005년 파격적인 작품에서 다시 그녀를 만나게 됩니다. 바로 로드리게즈와 프랭크 밀러의 작품 <씬 시티 (Sin City)>가 그것이죠. 많은 이들이 <씬 시티>에서 제시카 알바에 열광할 때 저는 브리트니 머피에 홀러 열광했었더랬죠. 브리트니 머피의 큰 눈과 입은 그래픽 노블 속 영상과도 잘 매치되어 매력적인 미장센을 만들어냈는데, 물론 <씬 시티>가 그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그녀의 매력을 보려면 이 작품 역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영화라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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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그녀가 떠나고 보니 그나마 가장 최신작이었던 <러브 앤 트러블 (Love And Other Disasters)>을 관람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네요. 브리트니 머피는 뭐랄까, 그 매력에 비해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나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동년배 다른 여배우들에 비해 늦게 빛을 발한 것도 있고, 이미지 역시 분명하게 만들어내기 이전에 사그러진 느낌도 있구요. 1977년 생으로 우리나이로 아직 33밖에 되지 않은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여배우였는데, 벌써 우리 곁을 떠나다니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여러 모로 2009년은 마지막 달 마저 그냥 두질 않는군요 ㅠ




그녀를 떠올려보면 참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미소를 가졌던 것 같아요. 고양이 같은 묘한 매력과 함께 말이죠. 아직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았을 여배우였는데.

이 추운 겨울,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추위보다 그녀와의 이별 소식에 마음이 더 아려오네요.



adios,
Brittany Murphy.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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