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투더 퓨처 데이 스페셜 아이템은 감동 그 자체!


한국 시간으로 어제, 미국 시간으로는 오늘인 2015년 10월 21일은 영화 '빽투더 퓨처' 팬들이라면 아마 누구나 기억할 만한 날일 것이다. 바로 1편의 마지막에 마티와 브라운 박사가 마티의 아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로 떠나게 되는데, 바로 그 미래의 시점이 2015년 10월 21일인 것이다. 그래서 다른 날도 아니고 10월 21일에 '빽투더 퓨처 2'를 극장에서 관람한다는 것은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일종의 이벤트였는데, 감사하게도 이런 이벤트를 더 풍성하게 해줄 만한 특별 아이템이 제작되었다. 어제 내가 관람한 상상마당에서의 특별 상영은 관객 전원에게 이 아이템을 제공하는 것으로 공지되어 약 2분만에 매진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행히 서둘러서 좋은 좌석을 예매할 수 있었다 (참고로 다른 극장에서는 예매자 추첨이나 선착순 등의 이벤트를 통해 소량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받아보게 된 빽투더 퓨처 스페셜 아이템은 정말 스페셜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완벽하고 정성이 듬뿍 담긴 아이템이었다. 영화 관련 굿즈를 제법 수집하는 편인데, 근래 몇 년간 수집한 아이템 가운데 단연 최고다. 특히 깨알 같은 디테일과 팬이 아니면 담아 낼 수 없는 정성스러운 아이템들은 감동마저 느끼게 할 수준. 그래서 오랜만에 아이템 소개만을 위한 포스팅도 이렇게 작성하게 되었다.






맨 위의 검은 봉투를 개봉하면 위와 같은 아이템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일단 스윽 봐도 감동이 밀려온다 ㅠㅠ






위의 아이템은 양면으로 되어 있는데, 1987년 국내 개봉 당시의 홍보 팜플렛 내용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복고풍 스타일로 최신 영화를 홍보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건 오리지널이라고 보면 되겠다. 주옥 같은 다시의 홍보 문구들과, 한문과 영어가 뒤섞여 있는 문구들을 보면 정감이 넘친다.


"그레이트 썸머 버케이션"! "S.스필버그의 팔칠 핫 프레센트!"
"30년의 시간 차이에서 착상한 크리스탈 유우머"

"써스펜스와 폭소가 믹스된 뉴 어드벤쳐-무비"

"한번만 읽으면 세배로 재미있는 말씀들 아홉개"

"BEST중 BEST만을 선택합니다!"






세 장의 카드와 두 장의 스티커도 수록되었는데, 카드에는 1987년 당시 국내 개봉과 관련된 내용들이 역시 수록되었다. 새서울극장의 당시 영화 시간표와 대한극장과 당시 7~10월까지 달력이 포함된 내용은 정말 어렴풋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건 당시 실제 아이템을 소장하고 있지 않고는 제작 불가능한 내용들이라 할 수 있겠다.





다른 세 장의 옆서도 만나볼 수 있는데 왼쪽부터, 1955년으로 돌아갔을 때 조지 맥플라이가 잠들기 전에 보고 있던 SF매거진의 커버 이미지와 2편에 가장 중요한 아이템 중 하나인 스포츠 연감, 그리고 골디 윌슨 시장 선거 관련 이미지가 수록되었다. 이런 작은 옆서에서도 디테일을 느낄 수 있다.





1편에서 마티가 여자친구인 제니퍼를 기다리다가 행인에게 시계탑을 살리자는 홍보 전단지를 받게 되는데, 그 전단지도 그대로 담겨 있다. 마치 종이의 질도 진짜 전단지 같은 느낌이 나는 디테일을 수록하고 있어 놀랐는데, 더 놀란 것은 아래 사진 때문이었다.





그 장면을 보면 제니퍼가 마티와 헤어지면서 전화번호를 전단지 뒤에 적어주는데, 이 아이템도 혹시 몰라 뒤집어 보니 바로 그 메모까지 그대로 깨알같은 디테일로 실려 있었다. 이런 디테일은 단순히 영화 관련 아이템을 소장하게 된 느낌이 아니라, 실제 영화 속에 사용 된 아이템을 소장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해 더 큰 만족으로 다가온다. 아..진짜!






이 신문을 보고도 그 디테일이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극 중 마티의 행동에 따라 과거가 달라지게 되는데, 그 달라진 과거를 확인할 수 있는 USA TODAY 신문과 브라운 박사의 과거를 확인할 수 있는 hill valley telegraph를 마치 진짜 신문과 같은 디테일로 만나볼 수 있다. 일단 종이의 질에서 진짜 신문지 같은 재질로 제작된 것이 디테일을 더하고, 기사의 내용들 실려있는 내용들의 깨알 같은 디테일이 놀라운 수준이다. 딱 하나 조심할 것은, 이 아이템을 소중히 다루지 않고 그냥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간 잘 모르는 사람이 구겨 버릴 정도로 그냥 진짜 신문 같다는 것.





'빽투더 퓨처 2'편을 보면 아버지가 된 마티가 화상 전화 중에 해고를 당해 팩스로 해고 내용을 받게 되는데, 그 해고 팩스가 역시 완전 진짜 같은 디테일로 수록되었다. 누군가를 막 해고하고 싶을 정도의 디테일이다.





사실 이 놀라운 스페셜 아이템 중에서도 가장 감동 받았던 2개의 아이템 중 첫 번째는 바로 이 편지다. 1편에서 마티가 브라운 박사의 미래(혹은 현재)를 걱정하여 그 당부하는 내용을 편지로 써서 전달하게 되는데, 그 편지와 봉투가 역시 진짜 영화 속 소품처럼 재현되었다. 봉투 겉면에 적힌 'Do Not Open Until 1985'라는 메모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짠한 미소가 흘렀다.





봉투 안에는 그 편지의 내용 역시 소름 돋는 디테일로 수록되어 있었다. 와, 이런 아이템을 소장하게 되다니.

워낙 완벽한 디테일들의 아이템을 만나다보니 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120% 디테일을 위해 찣겨진 부분을 이어 붙인 형태의 아이템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과한 기대도 하게 될 정도.




마지막으로 감동 받은 아이템은 바로 이 사진. 1편에서 마티가 엉킨 시간 여행을 확인할 때 사용한 아이템인데, 조금씩 흐려져 가는 디테일도 만나볼 수 있고, 무엇보다 진짜 인화 된 사진 형태로 되어 있어 현실감을 높여준다.





많은 영화 관련 굿즈를 수집했지만 이번 빽투더 퓨처 스페셜 아이템 같은 경우는 그 중에도 손 꼽을 만한 퀄리티와 정성의 아이템이었다. 마치 내가 진짜 영화 속 소품을 소장하게 된 느낌이나 더 나아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마저 느껴질 정도의 완벽한 아이템이었다. 이렇게 의미 있는 날에 너무 완벽한 선물을 받게 된 것 같아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족구왕 (The King of Jokgu, 2014)

이토록 진지한 SF영화



장안의 화제인 '명량' 아니 '족구왕'을 보았다. 처음 '족구왕'이라는 영화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땐 그 제목과 더불어 코믹함이 연상되는 포스터와 스틸컷들로 인해, 아주 유쾌하고 코믹한 청춘 영화일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 많은 이들이 그렇게 본 듯 하나, 내가 본 '족구왕'은 조금 달랐다. 극장에서 막이 오를 때까지만 해도, 아니 영화 중반 까지만 해도 이미 알려진 것과 같은 코믹, 청춘 영화인 줄로 알았는데 중반 이후 부터는 점점 이상한 기운이 스멀스멀 느껴지더니 결국 엔딩에 가서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족구왕'은 완벽한 SF영화다. 너무 진지하고 영화 스스로도 별로 이를 설득하려 하지 않을 뿐이지, 따지고 보면 이처럼 자연스러운 SF영화가 또 어딨나 싶다. 마치 극 중 소재로 등장하는 '백 투 더 퓨처'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는 시간 여행을 다룬 하지만 그 여행을 바라보는 입장이 주인공이 아닌 그 외의 인물들이라 미처 깨닫지 못하는 그런 SF영화가.


(굳이 따지자면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조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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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주인공 홍만섭 (안재홍)이 '난 사실 미래에서 왔어'라는 대사를 할 때만 해도 이것이 단순히 코믹 요소로 활용된 그저 지나가는 대사로만 여겼었다. 실제로 영화는 그 이후 현재의 만섭에게만 집중하지 이 '유머'와 관련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런데 후반부 나도 모르게 울컥하게 만드는 그 영어 수업 발표를 보면 조금 의아한 생각도 들었는데, 초반에 등장해서 별로 (다른 유머에 비해) 먹히지 않았던 이 시간 여행 유머를 진지하게 다시 꺼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확신하지 못했었는데 영화의 마지막, 체육 대회 이후 주인공 들의 에필로그를 다룬 장면에서 영화가 만섭을 그리는 방식을 보고서는 확신하게 되었다.

'아, 이건 진짜 백 투 더 퓨처 같은 SF영화였구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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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진지하게 이 영화를 SF영화, 그러니까 만섭이 극 중 했던 말 대로 그가 미래에서 온 것이라고 가정 한다면 영화의 부족한 몇 몇 부분들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사실 영화 초반 가장 설득력이 떨어졌던 부분은, 군대에서 탁월한 실력으로 족구를 했다곤 해도 제대 이후 복학한 만섭이 그렇게 족구에 목숨을 거는 이유가 조금은 부족해 보였었다. 뭐랄까, 그냥 '우린 영환 족구왕이니까 족구는 그냥 필연적인거야'라는 정도로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는데, 앞서 이 영화를 만섭의 말 그대로 따르자면 이 부분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죽음을 앞둔 노인 만섭은 다시 청춘으로 돌아와 그 당시 맘 껏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해보게 되는데, 그 후회를 만회하기 위해 돌아왔다면 군대에서도 그리고 복학해서도 족구는 물론 모든 생활에 저리도 열심인 것이 모두 한 번에 납득이 된다. 처음엔 그냥 족구도 이유 없이 좋아하고, 아르바이트와 생활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한)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하는 만섭의 모습이 그냥 그의 타고난 성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역시 성품이라기 보단 20대에 맘껏 해보지 못했던 후회로 인한 '열씸'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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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성품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무슨 일을 겪어도 단 한 번도 남에게 화를 내지 않는 만섭의 모습 역시, 억척스럽게 일하는 모습과 겹쳐서, '에이, 요새 저런 청년이 어딨어'라고 생각할 정도의 착한 성품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보다는 이미 다 겪은 자로서의 여유와 편안함에서 나오는 배려라고 생각하니, 만섭의 표정 하나 하나가 다르게 느껴졌다. 즉, 정말 힘든 상황과 열악한 멤버들과 함께 하는 족구 대회여도 그가 화를 내거나 포기하지 않는 건, 그에겐 영화 속 지금이 그 토록 바라던 제 2의 기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흔히 '청춘'을 이야기할 때 청춘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되는데, 대부분 그 청춘을 보내고 있는 당사자들은 이를 모르기 마련이다. '족구왕'은 분명 청춘 영화이지만 조금 다른 점이라면 그 '청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뒤 늦게 알아채고는 뼈저리게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주인공이 다시 그 때로 돌아가 다른 청춘들과 함께 하는 영화라는 점이다. 자신의 청춘을 구하는 동시에 과거의 청춘들도 구해내는 이야기랄까. 만섭에게는 이렇듯 시간을 헤아릴 수 없는 표정이 담겨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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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극 중 등장한 윤준경의 '나 다시 젊음으로 돌아가면'이라는 싯구도 아주 직접적이었다. 만약 돌아가고 싶은 청춘의 그 때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것이 족구든 아니든 간에 홍만섭처럼 정말 열정적이면서도 평온한 마음을 갖게 될 수 있지 않을까?


내게 '족구왕'은 정말로 의외의 감동을 느낀 영화였다.

청춘을 그렸지만 정말 진지한 가운데 티내지 않으면서 시간 여행을 다룬 SF영화. 아마도 프리퀄이 있다면 만섭이 20대로 돌아오게 되는 과정을 볼 수 있을지도.



1. 저는 진지합니다.

2. 전 영화가 진지하게 이런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증거를 아주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었어요. 본문에 언급한 내용 말고도 판타지에서나 가능한 만섭의 필살기를 영화가 남용하지 않고 결정적인 순간에 딱 두 번만 사용한다는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엔딩 에필로그 부분에 다른 인물들과 떨어트려 만섭의 이야기를 홀로 정리했다는 것. 즉, 코믹 요소를 지우고 드라마와 감동적인 부분을 더 추가했다면 (그래서 CG로 활용된 부분도 덜어냈다면) 아마 이 영환 일반적인 SF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 하지만 이렇게 관객 대부분이 오해하도록 만든 방식이 더 좋았어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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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브레이커스 (Spring Breakers, 2013)

봄 방학이여 영원 하



아무 정보 없이 영화 보기로 유명한(?) 나지만, 이번 상상마당 FILM LIVE 2013 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선정된 하모니 코린 감독의 '스프링 브레이커스 (Spring Breakers, 2013)'는 정말로 헐벗은 언니들이 꽉 찬 포스터 말고는 아무런 정보가 없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포스터에 제임스 프랭코가 있다는 사실도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야 인지했을 정도). 어떤 영화일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보게 된 영화는 뜨거운 여름과 (내용은 봄방학이지만) 일탈 그리고 그 일탈과 자유로 인해 돌아오는 커다란 무게에 관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  Muse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던 4명의 겁 없는 소녀들은 봄방학을 맞아 파티와 즐거움이 넘치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고,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죄도 서슴지 않는다. 그렇게 현실에서 벗어나 떠나게 된 곳은 술과 마약, 파티가 넘쳐 나는 곳이었는데, 이 곳에서 우연히 '에일리언 (제임스 프랭코)'을 만나게 되면서 소녀들의 일탈은 또 다른 전개를 맞게 된다.


일단 이 파티와 일탈의 과정을 묘사하는 그 자극적인 정도가 상당했다. 즉, 마약이나 술 그리고 노출이 가득한 이런 파티가 불편한 사람들이라면 중반 부 전까지 내내 펼쳐지는 영상들이 꺼려질 정도로, 그 표현의 수위가 가벼운 수준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이 불편함이 자유와 일탈을 말하고자 함인지 아니면 정말 불편하다고 느끼는 쪽이 맞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웠었는데 (전자의 경우로 쓰인 영화들도 있기 때문에), 중반 부를 지나 에일리언과 만나게 되면서 좀 더 영화가 이 불편함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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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브레이커스'의 정서라면 반짝거림과 공허함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최근 헐리웃에서 가장 뜨거운 셀레브리티인 바네사 허진스, 셀레나 고메즈, 애슐리 벤즈 등이 러닝 타임 내내 비키니 차림으로 등장한다는 것도 반짝거림(?)이지만, 이 풋풋한 소녀들의 날 것에 느낌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담아낸 영상은 오히려 세련되지 않아 인상적이었다. 이들이 얼마나 날 것의 느낌이냐면 중반 부 제임스 프랭코가 등장했을 때 그가 마치 알 파치노 정도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 의미에서 제임스 프랭코의 팬이라면 이 작품을 놓쳐서는 안되겠다. 그의 전작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치아와 연기를 보여주니 말이다.


영화 내내 보여주었던 뜨거움과 태양, 비키니와 비트 그리고 지속적으로 불안감을 주는 총기 장전의 사운드는, 결국 영화가 끝난 뒤 커다란 공허함으로 다가왔다. 여름방학, 겨울방학과는 달리 봄방학이라는 조금 다른 특수함이 그래서 이 영화에는 더 어울렸던 것 같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고 있는 '봄 방학이여, 영원 하라'라는 대사는 그래서 더 공허하게 들렸다. 어쩌면 처음부터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영화는 이미 알고 있어서 가 아닐까.



ⓒ  Muse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1. 영화의 주제와는 전혀 다르게 저런 난잡한(?) 파티를 한 번 쯤 즐겨보고도 싶다는 충동이;;; 일탈 자체가 그리워서 일지도;


2. 이 영화의 부제라면 '후덜덜 한 봄방학' 정도일 듯


3. 짤방은 상상마당 음악영화제 'FILM LIVE 2013' 팔찌!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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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영화 (Enlightenment Film, 2009)
과연, 계몽이 필요한 한국사와 현실


제목부터 확실한 이 영화, 박동훈 감독의 '계몽영화'는 (한편으론 '계몽영화'라는 제목이 영화를 보기에 앞서 미리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면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처럼 확실한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3대에 걸친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일제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의 상처와 청산해야할 과거, 그리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되물림 되고 있는 폭력 (넓은 의미의 폭력)에 대한 '계몽'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처음 예상했던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 아니 스케일의 작품이었다. 독립 영화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3대를 그리더라도 시대극일 거라는 예상은 거의 하지 못했었는데, '계몽영화'는 한 가족을 이어주고 있는 3대의 이야기를 각각 1931년, 1965년, 1983년으로 재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으나 좋고 나쁘고의 의미를 떠나서 독립영화 같지 않은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다. 


 3767 Film. All rights reserved


사실 영화의 내용적인 면을 논하기 전에 이 영화가 '계몽영화'의 영화적 완성도 (촬영 및 스케일)에 조금 놀랐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시대극을 묘사함에 있어서도 무리가 없으며, 로케이션이나 공간의 활용 측면에서 보아도 일반적인 상업영화와 비교했을 때 크게 부족함이 없는 결과물이었다. 이런 영화적 완성도는 영화가 의도하고 있는 이른바 '계몽하려는' 의도와 맞물려 관객들로 하여금 좀 더 쉽게 극중 인물들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실제로 아직 독립영화에 익숙치 않은 많은 관객들은 독립영화 혹은 저예산 영화, 그 '날 것'의 느낌 때문에 그 속에 담고 있는 메시지를 발견하기도 전에 실증내고 마는 경우를 자주 보았던 점을 떠올려 봤을 때, '계몽영화'의 이런 자연스러움은 시네필을 넘어서 더 많은 일반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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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의 이야기를 통해 감독이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까. 일단 이 가족의 이야기를 찬찬히 보고 있노라면 한국 사회 전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고질적인 병폐들을 찾아볼 수 있다. 청산되지 않은 친일의 과거, 그리고 반대로 고통 속에 살아야 했던 친일파 후손의 현실 (물론 대부분 친일파의 후손들은 이런 후회보다는 아직까지도 일제 강점기 마냥 권력을 쥐고 있다는 것이 대한민국 현실의 가장 이상한 부분일 것이다), 가부장적인 가족 구조와 살아남아야만 했던 변화의 시대 속에서 '나'를 돌볼 수 없었던 존재들에 대한 연민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들이 그렇게 되어야만 했던, 혹은 그렇게 변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게 깍듯하고 아내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섬기던 정학송이 왜 그렇게 폭력적이고 술에 쩔어사는 남자가 되었는지, 딸 태선 역시 그런 아버지의 말도 잘 따르며 순종적이었던 아이가 종교부분에 있어서는 왜 그렇게 극도로 기독교를 민감하게 거부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이 영화에는 묘사되어 있지 않다. 물론 몇 가지 단서들을 통해 유추해볼 부분은 분명히 있지만, 그 과정을 누락하다시피 한 것은 분명 시간 상의 의미보다는 다른 의미로 해석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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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런 '과정'을 갖지 못했던 이들의 현실, 이런 '과정'을 갖을 여유를 갖지 못했던 불쌍한 역사의 현실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별 것 아닌 학교 단체 사진에서도 '왜 중앙에 서지 않았냐!'라며 딸에게 화를 내는 아버지나, 매번 상사 욕을 입에 붙이고 살면서도 때마다 음식에 돈뭉치를 함께 전달할 수 밖에는 없었던 씁쓸한 현실, 그리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임에도 하느님을 욕하는 이야기에 오랜 세월 한 번도 대항할 수 없었던 힘 없는 노모의 모습, 그리고 사회에서 엘리트로 취급받지 못하고 아내가 바람 피는 것을 알면서도 화조차 내지 못하는 불쌍한 가장의 현실 등, 중간에 잘못된 것을 바로 잡거나 반론을 제기할 만한 시간은 있었음에도 그 속에서 '여유'나 '용기'는 가져보지 못했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제목이 무엇이던가. 바로 '계몽영화'다. 즉, 한국사의 암울한 과거 그리고 현재까지도 세습되어 전해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 단순히 연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몽해야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가 이 인물들을 바라보는 방식은 연민보다는 오히려 냉소에 가까워 보인다.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것을 이해하는 동시에, '그렇게 할 수는 없었나?'라고 물으며, 현실의 관객들에게는 '저렇게 그냥 두면 안되는 거였다'라고 계몽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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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영화'를 보고 나오며 좋았던 건, 이 영화가 영화 속에서 모든 것을 이루려 한 작품이 아니라 관객들이 느끼는 순간에야 비로소 완성되는 작품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어서였다. 아마도 일반적인 영화였다면 극중 '태선' 같이 관객들이 좀 더 감정이입을 하기 쉬운 인물을 완전히 계몽시켜, 영화 안에서 상처를 발견하고 치유하는 것까지 마무리 지었을지 모르지만, '계몽영화'에서는 태선 역시 3대의 한 인물로서 이 굴레 안에 머물러 있다. 마지막에 가서 가족의 역사가 서려있는 서교동 집을 둘러보며 3대의 이야기를 훑으며 결국에는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이 시퀀스를 통해, 무언가 변화의 조짐을 느낄 수 있지만 이것이 영화에 마지막인 것처럼 영화는 바로 여기서 멈춘다. 그리고는 관객에게 그 다음을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 


1. 개인적으로는 참 오랜만 아니 거의 처음으로 느껴보는 '계몽'이라는 단어의 긍정적인 느낌인 것 같네요.
2. 코믹한 부분들도 많았습니다. 큭큭 하고 웃을 수 있는 장면들이요.
3. 카라얀의 실황을 녹음하는 장면이나 실크로드 녹화하는 장면들을 보니, 영화 속과 같은 시대는 아니지만 어린 시절 좋아하는 TV프로나 라디오 프로를 연달아 가며 녹음하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더블데크가 있어서 테잎으로 녹음할 때 테입을 갈아끼우는 시간의 여백을 만들지 않기 위해, 양 쪽에 테입을 넣어놓고 한쪽이 다되면 다른 쪽을 눌러 바로 연결해 녹음하곤 했었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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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마당은 '오아시스'다!

아주 복잡한 홍대. 요 근래 들어 더더욱 발 딛을 틈조차 없을 정도로 복잡해진 홍대 거리 한 가운데 어느새 부턴가 눈길을 끄는 건물이 하나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 건물을 처음 보았을 때만 하더라도 과연 이 건물 내에 어떤 것들이 더 구체적이라면 어떤 회사들이 자리잡게 될까 하는 궁금증이 아니 생길 수 없었죠. 이내 '상상마당'이라는 이름과 함께 1층에는 까페를 비롯해 각종 완소 아이템들을 구할 수 있는 샵이 자리잡았고, 뮤지션들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라이브 공연장, 그리고 영화 상영이 가능한 극장도 지하 공간에 마련되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홍대 바로 인근에 살면서 상상마당과 함께 해온지도 벌써 제법 오래 된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조금이나마 추억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홍대라는 복잡한 공간 속에 자리잡고 있는 상상마당이라는 존재는 마치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인 것 같아요. 발 딛을 틈, 소음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 찌는 듯한 더위를 잠시나마 시원하게 적셔줄 수 있는 오아시스처럼, 전혀 다른 세계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하거든요.




입구에 마련된 안내처럼 상상마당에는 지하 4층에는 극장이 지하 2층엔 라이브 홀, 2층엔 겔러리, 4층은 아카데미, 5층은 스튜디오, 6층은 까페 등 다양한 문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튜디오나 겔러리 등은 거의 가보질 못했지만 지하 공간에 위치한 극장 만큼은 자주 찾는 곳으로 몇 가지 추억거리를 자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사실 1층 매표소 옆 복도에는 지하로 내려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마련되어 있지만, 저는 거의 위 사진 속에 등장하는 계단을 이용하는 편입니다. 내려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도록 흥미로운 포스터들도 전시되어 있고, 무엇보다 인기 밴드의 공연이 있는 날만 아니라면 조용한 분위기에서 천천히 공간을 음미하며 한 계단 한 계단을 걷는 맛이 남다르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햇살이 아스라히 내리 쬐는 계단을 내려갑니다.




사실 처음 홍대 '상상마당'이라는 공간에 극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멀티플렉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업영화들이 주가 되는 극장일 줄로만 알았었는데, 상상마당에 오셨던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이 곳은 아트플러스 체인으로서 국내에 그리 많지 않은 수를 보유하고 있는 예술영화 전용관입니다. 저 같이 일반 상업영화들은 물론 국적을 가리지 않고 특히 인디나 애니메이션, 음악 영화들을 즐기는 영화팬으로서는 집과 이리도 가까운 공간에 예술영화 전용관이 생겼다는 것만큼 반가운 일은 없었죠. 특히 국내 인디영화들을 지속적으로 상영하면서 꾸준한 관객층을 불러 모으고 있으며, 역시 국내 단편 애니메이션들을 비롯한 다양하고 알찬 영화제 프로그램들도 많아 꼭 극장을 찾지는 않더라도 항상 주시하게 되는 극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따져보니 '상상마당'에서 결코 적지 않은 영화들을 관람하였네요. 일단 생각나는 것은 DVD로는 수차례 관람하였으나 꼭 한 번 극장 스크린을 통해 보고 싶었던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기쿠지로의 여름>도 이른 아침 관람할 수 있었고, 등급 판정 논란, 삭제/무삭제 여부로 더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던 존 카메론 미첼의 아름다운 영화 <숏버스> 역시 상상마당에서 준비한 '존 카메론 미첼 특별전' 덕에 온전한 버전으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참고로 존 카메론 미첼 특별전 같은 경우는 당시로서도 영화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대단했던 걸로 기억이 되네요). 그리고 지난해 제가 보았던 영화 가운데 열 손가락에 꼽았던, 조이 디비전 (Joy Divison)과 이언 커티스를 주인공으로한 영화 <컨트롤>의 인상적인 흑백필름 역시 상상마당에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참 많은 영화들을 우연한 기회에, 그리고 집이 가까운 탓에 계획적이지 않고 급작스럽게도 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참고로 위 사진 속 공간은 제가 상상마당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극장 상영관 옆으로 영화 관련 서적과 잡지, 만화책 등 다양한 도서들이 구비되어 있고 간단하게 읽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 공간은 영화를 보러와서 상영전 대기 시간에 잠시 책 한 권 읽기에도 물론 좋지만, 꼭 영화를 보러 오지 않았더라도 가끔씩 책 한 권 읽고 싶을 때라도 오고만 싶은 공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만화책들도 만화책이지만, 영화 관련 서적들 가운데는 차분히 앉아서 읽어볼 만한 관심 서적들이 가득하고 조용한 분위기도 책 읽기에 참 도움이 되거든요. 사진 보니 오랜만에 또 가고 싶어지는군요 ^^;




이 가을, 조용한 날을 골라 바람에 이끌려 또 한 번 상상마당에 가서 영화 한 편 봐야겠습니다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직접 촬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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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메론 미첼 특별전의 <숏버스>를 감상하려 들렀던 홍대 상상마당.
자주가는 홍대라 지나치는 일이 잦았음에도 영화를 보러 본격적으로 들어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깔끔한 실내와 더불어 만화책과 각종 도서들을 무료로 열람할 수 있는 공감도 있어
굳이 영화를 보러가 아니더라도 가끔 들러도 좋을 만한 장소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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