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마 (Selma, 2014)

먼저 간 이들을 위한 진혼곡이자 현재의 승리를 위한 선동곡



지난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펼쳐진 존 레전드와 커먼의 'Glory' 공연은 그 자체로 엄숙하고 뜨거워지는 순간이었다. 영화의 장면이 배경으로 흐르면서 여러 명이 함께 무대에 올라 한 목소리로, 하나의 메시지를 노래하는 장면은 역으로 이 '셀마'라는 영화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했다. '셀마'는 이미 너무도 유명한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중심으로 한 1960년대 미국 사회의 흑인 인권 운동을 배경으로, 직접적으로는 셀마 지역에서 벌어졌던 투표권 행사를 위한 비폭력 행진의 내용을 담고 있다. '셀마'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틴 루터 킹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 안에서 좀 더 객관성을 담아내려는 노력을 기울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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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셀마'는 전 세계가 알고 있는 마틴 루터 킹의 흑인 인권 운동에서 '흑인' 보다는 '인권'이 더 돋보이도록 노력했다. 대부분의 소수의견과 차별을 다루고 있는 영화가 그러하듯이, 객관성을 갖게 되면 가질 수록 그 중심에 놓인 차별에 관한 메시지는 강해지기 마련이다. '셀마'는 킹 목사의 일화를 통해 당시에도 이 문제가 단순히 흑인에 관한 차별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강조하고 (킹 목사의 메시지를 듣고 셀마로 모여 든 여러 백인 종교인들과 일반 백인들, 그리고 탄압 받는 시위대의 모습을 보고 슬퍼하는 백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렇다), 반대로 킹 목사의 개인적인 흠을 비롯해 당시 흑인 사회가 이 운동을 이어가면서 겪었던 내부적인 갈등도 드러낸다. 즉, 이 작품은 이 메시지를 먼저 간 이들에 대한 진혹곡으로서 그저 헌정하려는 것 이상의 보편성을 얻고자 한다. 그 이유는 안타깝게도 현재의 모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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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국내의 끔찍하고 아픈 과거에 관한 영화를 볼 때 들었던 생각이지만, 그저 '그래 저런 아픈 과거가 있었지...'하고 넘어갈 수 있었으면 오히려 좋았을텐데 어쩌면 현재도 전혀 달라지지 않거나 계속되고 있어 더 씁쓸한 경우가 많았었다. 비슷한 의미로 '셀마'의 메시지 역시 살아 숨쉬는 이유는 바로 현재 미국 사회의 현실 때문일 것이다. 물론 흑인이 대통령이 되고 정계는 물론 수 많은 분야에서 흑인들이 정상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가끔 들려오는 뉴스를 보면 아직도 미국 사회, 정확히 말하자면 백인 사회에서는 흑인(유색인종)에 관한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도 백인 우월 주의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며, 흑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더 나아가 끔찍한 대우를 받고 그런 현실에 놓이게 되는 지금의 모습은, 마틴 루터 킹이 꿈꾸던 세상은 아직 완전히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씁쓸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셀마'의 메시지는 오히려 과거에 머물러 있기 보다는 현재로 향해 있다. 현재의 미국 사회 내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흑인 차별에 대해 메시지를 던지는 동시에, 영화 속에도 등장하는 것처럼 흑인이지만 직접적인 차별을 겪고 있지는 않은 이들에게 던지는 동참 호소의 메시지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셀마'의 영화 속 이야기와 현재의 미국 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 사회 근본에 자리 잡은 뿌리 깊은 차별 인식이 얼마나 강하고 그렇기 때문에 정말로 많은 시간과 고통이 수반되어야 하는 가를 깨닫게 해 답답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론 조금 전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자유를 위한 여정이 결코 금방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 만으로 이 여정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비겁하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그것이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이자, 선동하고자 하는 바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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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던 J.에드가 후퍼를 잠시나마 만나는 재미도 있었어요.


2. 개인적으론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 간의 갈등을 보여주는 부분이 좋았어요. 흔히 말하는 진보 조직들이 매번 겪게 되는 상황이었죠.


3. 엔딩 크래딧에 흐르는 존 레전드와 커먼의 'Glory'의 가사까지 번역된 것이 참 좋았습니다. 이 곡의 가사는 극 중 등장하는 대사 이상으로 중요하니까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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