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Sherlock Holmes, 2009)
액션 영웅 홈즈의 킬링타임 무비


올 연말과 크리스마스에 기대되는 작품 가운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영화 <셜록 홈즈>도 빼놓을 수 없겠다. '셜록 홈즈'라는 인물은 자세히는 몰라도 그 이름이나 분위기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인물로서 영화화 소식에 일단 기대를 갖게 했으며, <아이언 맨>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하긴 제1의 전성기라고 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주연작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었다. 그 다음으로 기대를 갖게 했던 건 주드 로의 출연이었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감독이 가이 리치라는 사실은 뒤 늦게야 알게 되었다. 만약 가이 리치 작품이라는 것을 벌써 알았더라면 조금은 더 기대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참 볼 것 많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첫 번째로 보게 된 <셜록 홈즈>는 예고편에서 살짝 맛을 보았던 것처럼, 기존 우리가 생각하는 '셜록 홈즈'와는 사뭇 다른, 액션 영웅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며, 킬링 타임 무비로서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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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셜록 홈즈라고 하면 기대되는 부분은 관객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고단수의 추리력을 통해 사건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여 송두리째 들었다 놓았다 하는 점을 들 수 있겠는데, 가이 리치의 <셜록 홈즈>는 이런 홈즈의 면모를 반절 정도만 흡수하기로 한 듯 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하는 홈즈는 분명 놀라운 추리력을 보여주기는 하는데, 이 추리력이라는게 오히려 액션을 할 때, 그러니까 격투씬에서 더 빛을 발하곤 한다. 사건을 추리하는 것도 것이지만, 적과 결투를 함에 있어서 미리 '이렇게 되면 이렇게 될 테니, 이렇게 해야겠다'라는 식으로 미리 짧은 시간동안 시뮬레이션을 해보고나서 그대로 번개같이 실행에 옮기는 홈즈의 모습은, 한 편으론 마치 성룡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잘 짜여진 액션 장면을 보여주긴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론 '어, 이건 셜록 홈즈라기엔 좀 과한데..'하는 생각을 동시에 들게 한다.

물론 '나의 홈즈는 반드시 이래야 해!'라는 법은 없지만, 액션의 비중이 추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구성이라 살짝 의아스러운 것도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홈즈에 대한 이런 선입관(?)이나 기대가 없는 이라면 오히려 나쁘지 않은 액션 영화로 볼 수도 있겠다. 슬쩍 <300>마저 떠오르는 액션 시퀀스와 시대물과 CG가 적절히 가미된 배경과 효과는 액션을 좀 더 돋보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만약 '액션 영웅 홈즈'를 만들려고 했다면 아예 더 액션 고수 홈즈를 만들어도(물론 이미 영화 속에선 고수지만)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액션의 비중에 본래 홈즈의 면모인 추리력을 섞다보니 양쪽다 썩 만족시키지 못하는 심심함을 남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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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아이언 맨>보다 액션 연기는 이 작품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은 또한 홈즈와 왓슨(주드 로)의 버디 무비적 형식을 슬쩍 띄고 있기도 한데, 이 역시 살짝 애매한 수준이다. 왓슨 역시 홈즈 못지 않은 액션 영웅으로 등장하는데(그러고보니 이들의 액션 능력은 흡사 '왓치맨'에 가까운 듯 ㄷㄷ), 버디 무비로 가는가 싶더니 다시 액션영화로 돌아오곤 한다. 점점 예전의 남성적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 주드 로는 이 작품에서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이런 매력 측면에서 완전히 밀리게 되는데(물론 다우니 주니어는 본래 매력적인 배우이긴 하지만), 어찌보면 이렇게 전혀 다른 캐릭터로 전락(?)해버린 주드 로의 요즘이 그의 오랜 팬으로서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이거야 말로 '나의 주드 로는 이렇지 않아'라고 해도 좋을 듯). 

레이첼 맥아담스 역시 별로 본인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지는 못한 것 같다. 그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주긴 하지만, 캐릭터와 완전히 싱크되지는 못한 느낌이라 그저 홈즈 주변의 여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캐릭터를 보여준 듯 하다(하긴 본래 '아이린'이라는 캐릭터가 그렇기도 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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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 없이 보았던 영화라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관람이긴 했지만, 큰 기대를 했다면 조금은 아쉬움이 남을 영화가 아닐까 싶다. 후속편에 대한 암시를(암시라고 하기도 민망한) 매우 노골적으로 말미에 주고 있는 작품인데, 이 시리즈가 계속 어떻게 전개 될지 그래도 기대가 되긴 한다. 가이 리치의 필모그래피를 따져보면 은근히 기복이 있는 감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음 작품에선 그 기복 곡선이 높은 곳에 위치한 작품이었으면 한다.





1. 진짜 생각하면 할 수록 액션이나 홈즈라는 캐릭터의 묘사나 성룡 영화를 떠올리게 하네요.
2.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이런 분위기로 굳어가는거 아닌가 몰라요. 세상사나 모든 일에 쿨한.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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