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4:0 아르헨티나

1. 잉글랜드가 떨어진 마당에 거의 유일한 응원팀은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였다. 조별 리그에서는 이렇다할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토너먼트에 들어서면서 점차 폼을 회복하기 시작한 독일과의 경기였기에, 두 팀의 대결은 미리 보는 결승전이 될 확률이 높은 대진이었다.

2. 마라도나는 윙백으로 구티에레즈 대신 오타맨디를 선발로 내세웠는데, 결국 이 것은 가장 큰 패인 중 하나가 되었다. 오타맨디는 외질, 슈바인슈타이거 등에게 지속적으로 찬스를 허용했고 이는 골로 이어지고 말았다. 선발로 나온 막시 로드리게즈 역시 이렇다할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3. 경기중 차범근 해설위원도 여러번 언급했던 부분이지만, 정말 독일 축구가 변했다. 그것도 아주 무서우리만큼 완벽하게 변했다. 예전 독일 축구는 강하기는 했으나 짜임새나 다양성 측면에서는 충분히 공략해볼 만한 구석이 많은 축구였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들이 위주가 된 뢰브 감독의 독일 축구는 가장 강할 때의 브라질 축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공격의 다양성과 화력이 정말 후덜덜 했다.

4. 이미 이번 월드컵의 스타로 떠오른 외질은 이날 경기에서 지난 조별 경기 만큼의 임팩트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그만큼 조별 경기에서의 활약이 대단했다는 반증도 된다), 이 날은 MOM 슈바인슈타이거가 있었다. 차두리의 해설처럼 윙어가 아니라 수비형 미들로 보직을 바꾼 뒤 다시 태어난 슈바인슈타이거의 진가는 이 날 경기에서 제대로 드러났다.

5. 볼을 잘 간수하고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중간에서 잘 지연시키고 끊어냈으며, 공격시에는 빠른 전환과 동시에 세트 피스에서는 정확한 킥으로 공격 포인트를 올리기도 했다. 부상으로 나오지 못한 발락은 물론, 아르헨티나로 보자면 마르체라노가 해주었어야 할 역할 이상을 완벽하게 소화한 모습이었다. 이 날 내가 뽑은 MOM 역시 슈바인슈타이거일 수밖에는 없었다. 그 만큼 압도적인 활약이었다.




6. 역시 새롭게 떠오른 신성, 토마스 뮬러 선수 역시 뺴놓을 수 없겠다. 장신이면서도 훌륭한 발기술과 골결정력으로 무장한 뮬러는 이 날의 스타였다. 이 날 골을 더해 총 4골을 성공시킬 정도로 득점력까지 보여주고 있다.

7. 예전 같으면 1,2골 정도 앞서갈 때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을 텐데 (굳이 독일이 아니었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새로워진 독일팀은 달랐다. 계속 아르헨티나를 공격적으로 밀어 붙였으며, 더 쉽게 (적어도 보기에는 쉽게) 추가 골을 성공시켰다. 토너먼트의 사나이 클로제는 두 골을 성공시킴으로서 뢰브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을 재차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8. 마라도나 감독은 후반 오타맨디를 빼고 파스토레를 투입했는데, 이 교체 역시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하면서 이 날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게 되었다. 사실 아르헨티나의 최대 약점이 마라도나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초반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던 마라도나였지만, 그래도 응원하는 마음이 더 커졌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결국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들을 두고도 4강의 문턱에서 무릎을 꿇게 되었다. 한 골도 넣지 못한 메시의 부진과 더불어 앞으로의 거취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9. 사실 아르헨을 응원했던 입장이라 아르헨티나에 대해 더 많은 말을 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 어려울 정도로, 독일의 경기력은 대단했다. 이 정도라면 네덜란드에게 브라질이 발목 잡히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브라질과 결승전에서 만났더라면 정말 명승부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갖게 했다. 진짜 독일 팀은 이번 월드컵에 나온 팀들 가운데 최고의 실력과 폼을 보여주고 있다. 이대로라면 브라질을 꺽은 네덜란드도, 아직까지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스페인도 꺽기 어려울 것 같다.

10. 정말 무섭다,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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