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노 요코 _ 라그나로크 2 콘서트
 
내겐 죽기 전까지 꼭 봐야할 몇가지 공연이 있었다.
그 중 'RHCP'의 라이브는 2002년에 목이 쉬도록 열광했었고,
'Alicia Keys'의 라이브도 눈을 마주칠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서 열광했었다.
 
아직 못 본 공연들에는 Bjork과 U2, 칸노 요코가 있었는데,
칸노 요코의 공연을 이렇게 빠른 시간에(그것도 한국에서!)
볼 수 있을 줄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라그나로크 2 OST를 맡게된 칸노 요코 덕에 한국에서 훌륭한 공연을 볼 수 있게 되었는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본래의 취지대로 라그나로크 2의 음악이 주를 이루긴 했지만,
생각보단 훨씬 많은 주옥같은 그녀의 다른 음악들을 들을 수 있었던
꿈과도 같은 시간들이었다.
 
 
시작은 공각기동대 SAC였다.
난 공각기동대 시리즈를 드문드문 봤기 때문에 적극 참여할 수는 없었지만,
Origa의 신비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곡들은,
'아, 내가 정말 칸노 요코 콘서트를 라이브로 즐기고 있구나'하는 작은 실감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적같은 공연의 시작에 불과했다.
사카모토 마야가 등장하여 그 애틋한 아르주나의 주제곡을 부를 때에는
소름이 돋을 수 밖엔 없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정신을 놓아버렸을 정도로 흠뻑 빠지게 된 건,
역시 카우보이 비밥의 수록곡들이 불려질 때 부터였다.
야마네 마이가 그 멋진 보이스로 불러주는 'Don't Bother none'과 'Call Me, Call Me'.
이때부터 난 이미 세종문화회관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
애니메이션과 칸노 요코의 세계로 완전 빠져버렸다.
 
사실 가장 우려했던 점이 굳이 한 가지 있다면,
라그나로크를 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라그나노크의 음악이 주를 이룬 구성이라
조금 지루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였는데,
적절히 기존 애니메이션에 삽입되었던 인기곡들과 라그나로크의 곡들을
섞어서 배치한 것도 한 몫을 했고, 라그나로크의 노래들도 상당히 좋았다.
(역시 우려는 할필요가 없었던것!)

내가 이번 콘서트를 얘매하면서 누누히 얘기했던것.
'라그나로크 2의 음악이 주를 이룬다지만, 'the Real Folk Blues' 한곡만 들을 수 있다면
더 많은 돈이라도 지불하고도 갈 것이다'라는 말.
 
바로 그 노래가 흘러나올때, 의자에서 미끌어져 넘어질뻔했다.
아쉬운점이라면 어쿠스틱 편곡으로 인해 원곡의 브라스 소리나 박진감은 느낄수 없었지만,
그래도 야마네 마이가 열창하는 리얼 포크 블루스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니!!!!
내겐 이번 공연을 기다리면서 가장 고대했던 순간이 그렇게 꿈같이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오리가와 야마네 마이가 듀엣으로 부르는 'ELM'
역시 비밥엔 버릴 노래가 없었어.
새록새록 다시금 이 곡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오늘의 첫 번째 하이라이트였던 'Blue'!
공연내내 예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노트르담 드 파리'를 관람했을때의 공연장이 기억이 나서 그런지
무대가 좁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무대가 뒤로 돌면서 대규모의 오케스트라가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이 놀라움을 다 만끽하지도 못했을때
야마네 마이의 'Blue'가 시작되었다.
'Blue'가 대곡이라는 것은 이미 여러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라이브로 듣는 'Blue'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과 전율이 느껴지는 엄청난 곡이었다.
거기에다가 갑자기 무대 왼쪽 위편 관람석 쪽에서 나타난 사카모토 마야의 코러스까지!
이번 공연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엄청난 무대였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소름이 돋는다 ;;;)
 
아, 그리고 이전에 거의 처음 부분에 피아노 솔로 부분이 있었는데,
예정에는 없던 울프스레인의 멜로디가 연주되어 또 얼마나 감동했었는지..ㅜㅜ
사실 미리 알려진 프로그램에는 에스카 플로네의 곡이 '반지'단 한곡만 알려졌었는데,
반지를 부르던 사카모토 먀야가 중간에 갑자기 '약속은 필요없어 (約束はいらない)'의
후렴구를 부르는것이 아닌가. 이때만 해도 이걸로 깜짝 서비스로 넘어가나보다해서 살짝 아쉬웠었는데,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약속은 필요없어'!!!!!

오늘 공연의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였다!
무대위를 춤추듯 걸어다니며 노래하는 사카모토 마야의 모습과
관객 모두가 일본어로 따라 불렀던 그 순간!
그 순간 만큼은 공연장의 모두가 '가이아'에 존재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멈추지 않고 세 명의 보컬 모두가 한국어로 불러주는 순간은,
전율을 넘어서서 눈물나는 감동이었다.
(정말로 '약속은 필요없어'를 들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ㅜㅜ)
 
기적같던 곡이 끝나고, 칸노 요코와 오케스트라만이 함께한 메들리가 이어졌는데,
역시 한곡 한곡 다 감동적이었지만, 에스카 플로네의 곡과 울프스 레인의 선율이
연주될 땐 감동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했다.
이후 칸노 요코가 너무나도 유창한 한국말로 멤버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유머까지 구사해내는데 정말 그 한국어 실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전까지 아티스트 칸노 요코에게 반했었다면,
이때부터는 인간 칸노 요코에게 반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라그나로크 2의 수록곡인 'Hodo'를 마지막으로 모든 멤버들과 오케스트라 가 떠나고
칸노 요코가 피아노 앞에 홀로 남아 피아노 솔로를 이어갔다.
 
피아노 솔로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였던것은
역시나 'Wo Qui Non Coin'이었다. 귀여운 보컬은 없었지만,
피아노 선율 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인 연주였다.
그러다가 무대 위 대형 화면이 갑자기 흑백으로 바뀌었는데,
이때 몇몇 사람들은 사고가 아닌가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칸노 요코 사마가 치밀한 계획하에 이뤄졌던 퍼포먼스 였던것.
 
반전된 화면을 통해 미리 적어온 '공연 어땠어?','좋았어', '그것 뿐이야?' '짱이야','사랑해요'
'Bye, Bye' 같은 메시지들을 전달하는 순간은,
단순히 공연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칸노 요코라는 사람과 정말 진심으로
소통하고 공감하고 있었구나 하는 사실을 깨우치게 해주는 퍼포먼스였다.

정말 기적같았던 2시간 반 가량의 공연은 그렇게 끝이 났다.
일본팬들도 부러워했을 만큼, 오리가와 야마네 마이, 사카모토 마야가 한 무대에서
노래하고(가장 좋았던 건, 다른 사람이 노래할 때 다른 두명이 코러스를 해주는
전무후무한 무대였다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와 최고의 세션들이 참여한
엄청난 무대였다.
사실 게임ost홍보차 하는 공연이라 이 정도의 퀄리티를 예상하지는 못했었는데,
단 1회의 공연을 위해 이 정도나 많은 노력과 정성을 쏟은
칸노 요코에게 무한한 감사를 할 수 밖에는 없는 공연이었다.




고마워요, Origa.
 
당신 덕분에 그 동안 애니메이션의 세계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목소리와 노래들을 현실에서도 체험할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야마네 마이.
 
당신 덕분에 제 인생의 노래인 'the Real Folk Blues'를 죽기전에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고, 비밥의 감동을 더 깊이 새기게 되었어요.



고마워요, 사카모토 마야.
 
당신 덕분에 많은 애니메이션의 오프닝, 엔딩 곡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어제 공연에서 꿈꾸던 모든 것들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체험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고마워요
칸노 요코.
 
당신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도 훨씬 그 이상이었어요.
아티스트로서 천재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인간적인 모습에도 흠뻑 반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칸노 요코가 음악으로 들려주었던 메시지들 처럼
나도 내 삶을 더욱 열심히 살아가야겠다!
 
 
 
 

에스카플로네 ost _ '약속은 필요없어 (約束はいらな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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