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할로윈! 나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작고, 눈에 띄지 못할 만큼 위대하다...'
2071년, 화성. 할로윈을 눈앞에 둔 알파시티의 7번 고속도로...약품을 운반하는 탱크 폭발 사고로 5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는 대참사가 벌어진다. 화성정부는 약품 운반 탱크라는 점과 사고 후 원인 불명의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화학무기를 사용한 테러라 판단하고 사상 최고의 현상금 3억을 내건다. 언제나 궁핍한 상태의 비밥호 카우보이들은 사상 최고의 현상범에 입맛을 다신다.




신용카드 도난 사건의 용의자를 쫓던 페이는 우연히 탱크 사건 현장을 지나게 되고 범인의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한다. 영상 속의 범인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페이는 추적을 시작한다.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던 스파이크를 비롯한 제트와 에드도 각각 범인 수색을 시작한다. 네 명의 카우보이들이 수사를 통해 밝혀낸 범인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 이미 사망한 빈센트 볼라쥬... 할로윈 데이로 한창 들떠 있는 도시. 굵은 빗줄기와 함께 축제를 기다리는 거리에 날아든 불길한 예고장...'해피 할로윈! 나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작고, 눈에 띄지 못할 만큼 위대하다...'



감독인 와타나베 신이치로의 말 같이 이번에 출시된 [카우보이 비밥 : 천국의 문](이하 ‘천국의 문’)은, 기존 TV시리즈의 맥락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또한 TV시리즈를 보지 않았던 일반 관객들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단편의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사실 기존의 TV시리즈도 ‘주피터 재즈(Jupiter Jazz)', '더 리얼 포크 블루스(The Real Folk Blues)'의 경우에는 2편에 걸쳐 제작되어 영화에 완성도와 걸 맞는, 독립적인 단편으로도 손색이 없는 작품으로 평가받았었다. 뭐 이미 TV시리즈를 통해 웬만한 극장용 작품을 뛰어넘는 흥행과 완성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비밥이었지만, 그래도 팬들은 극장용 화면으로 비밥을 한 번 더 즐기길 원했다.



감독과 스텝들의 얘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극장판에서는 TV시리즈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더 큰 스케일과 강한 액션 장면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를 테면 영화의 마지막 스파이크와 빈센트의 결투 장면을 들 수 있었다. 스파이크와 빈센트의 결투 장면에서는 비셔스와의 결투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긴박감과 리듬을 제공하는데, 역시나 빠른 장면 전개와 좀 더 넓고 풍부해진 배경으로 인해 액션 자체의 스케일도 커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TV시리즈와는 달리 한 번에 2시간에 달하는 긴 러닝 타임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캐릭터들의 개인적인 면들과 스토리의 전개 과정을 좀 더 세부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천국의 문]은 기존 TV시리즈의 팬들의 기대에도 부흥할 만큼 원작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 새로운 팬들까지 끌어들일만한 요소가 넘치는 또 하나의 훌륭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비밥에서 캐릭터와 음악을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그 의존도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스파이크 스피겔을 비롯한 캐릭터들이 주는 대사의 멋스러움과 분위기는 그 어떤 캐릭터들도 따라 올 수 없는, 비밥의 필수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캐릭터들이 갖는 의미가 강한 작품이기 때문에 극장판에 대해서는 조금 걱정스러움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스파이크의 천적인 비셔스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비셔스는 악역을 맡은 캐릭터답지 않게 주인공에 버금가는 카리스마로 스파이크 못지않은 팬들을 보유한 또 한 명의 숨은 공로자이다. 스파이크 스피겔이라는 캐릭터가 워낙에 카리스마로 똘똘 뭉친 캐릭터인지라 비셔스 정도가 아니면 감히 대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우려였는데, [천국의 문]에 등장하는 빈센트는 이러한 우려를 단 번에 잠식시킬 만한 또 다른 개성과 카리스마에 소유자였다. 사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과연 빈센트가 악역이었나?’하는 의구심도 들지만, 어쨌든 스파이크와 내내 대결 구도를 펼치면서도 전혀 꿀리지 않는, 때로는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인해 비밥 팬들에게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캐릭터가 되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스파이크가 이토록 얻어터지는 장면은 TV시리즈에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비밥의 절대적 요소인 칸노 요코의 음악. 일본 스텝, 미국 스텝들도 모두 ‘천재’라며 칭송하는 그녀의 음악적 재능은 정말 대단하다. 락, 재즈, 펑크, 블루스, 보사노바 등 다양한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각 장르마다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질 정도의 음악을 구사하는 그녀의 놀라운 능력 말이다. 더군다나 그녀가 흑인이 아닌 일본인으로서 정통 재즈나 블루스에 이 정도로 능통하다는 것은 정말 놀랍다. 그녀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흑인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선천적 리듬감이나 선율 등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감독인 와타나베 신이치로도 칸노 요코의 음악이 없었다면 비밥이 이렇게 까지는 성공할 수 없었을 거라는 말과 같이, 칸노 요코의 음악은 한 편은 극의 리듬에 맞춰 더 극적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곤 하는가 하면, 또 한 편으로는 오히려 음악의 리듬에 극이 따라오는 느낌마저 줄 정도로 스토리, 영상과 완벽하게 융합되어 있다. 그런 탓에 카우보이 비밥의 사운드 트랙은 수입반으로 고가에 판매되고 있음에도 입고될 때마다 금세 팔려버리고 마는, 베스트셀러 이자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 희귀(?)음반이 되었다.



이번 [천국의 문]은 출시 전부터 말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일단 문제의 가장 근본이 되었던 것은 제조국가와 제작사의 문제였는데, 본래 일본에서 제작된 작품이 아니라, 미국에서 출시된 콜롬비아 버전을 기본 소스로 하여 코드 3번을 제작하였기 때문이었다. 일단 여기에는 몇 가지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몇 가지 있다. 가장 큰 것은 자막의 문제인데, 일본어 소스를 기본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코드 1의 콜롬비아 버전을 기본 소스로 하였기 때문에, 다시 말해 일본어를 영어로 해석한 걸, 다시 한국어로 해석한 자막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요지에 단어들이 몇 등장한다. 일단 스파이크와 페이가 제트에게 존댓말을 하고 ‘아저씨’라는 호칭으로 부른다. 이것은 사실 스파이크와 제트에 관계를 전혀 모르는 자가 아니라면 상당히 거슬리는 부분이다. 우리도 알다시피 둘의 관계는 절대 존대하고 ‘아저씨’하는 관계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화폐 단위인 ‘우롱’을 ‘울롱’으로 그리고 ‘페이’를 ‘패이’로 표기하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원작의 분위기를 알고 있는 터라 감안하며 보았을 때 크게 문제를 느끼지는 못하였으나, 처음 비밥을 극장판으로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둘의 관계나 단어의 잘못된 사용으로 인해 오해를 불어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말이 많던 자켓 이미지는 슬립 케이스와 슬리브를 사용함으로써 어느 정도 보안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이 같은 단점에도 구매할 수밖에 없었던 장점들도 많은데, 일단 컴필레이션을 제외하고 TV시리즈 내내 돌비디지털 2.0의 사운드로 즐기던 비밥을 5.1채널의 사운드로 즐긴다는 것은, 비밥 팬이라면 너무도 반길 일이다. 실제로 5.1채널로 전해지는 사운드는, 채널의 분리도도 만족스러웠고, 칸노 요코의 음악들도 전율로 느껴질 만큼 만족할 만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화질은 최상의 퀄리티를 보여준다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시청하는 데에 큰 불편함을 느낄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초판 한정으로 제공되는 필름 컷과 캐릭터 드로잉 북은 비밥 팬이라면 결코 뿌리치기 쉽지 않은 유혹의 아이템들인데, 특히 캐릭터 드로잉 북은 캐릭터 설정과 디자인에 이해에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서플먼트로는 제작 과정 다큐멘터리와 뮤직 비디오 2편, 갤러리, 예고편 등이 수록되어 있는데, 무엇보다도 감독과 성우들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비 하인드 스토리에 대해 전해 들을 수 있다. 캐릭터의 얼굴로만 만나던 성우들의 실제 모습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만약 자막이 수정되고 슈퍼비트나 등의 새로운 에디션이 출시될 거라면 모르지만, 현재까지 정황으로는 아마도 전혀 그럴 계획이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로 보았을 때, 최근 출시된 [카우보이 비밥 : 천국의 문]은 비밥 팬들에게 놓쳐서는 안 될 필수 선택 아이템이 될 것 같다.

2003.10.31
글 / 아쉬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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