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비든 킹덤 (The Forbidden Kingdom, 2008)
서유기라고 하기엔 많이 모자란 오락영화


성룡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로서, 이연걸의 영화를 거의 다 본 팬으로서, 서유기라는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영화 <포비든 킹덤>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던 영화였다. 제작초기부터 성룡과 이연걸이 드디어 한 영화에서
합을 맞추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흥분되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 영화의
감독이 <라이온 킹>이나 <스튜어트 리틀>등을 감독한 롭 민코프라는 사실 때문에, 과연 서유기를 바탕으로
한다는 이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질지,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컸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롭 민코프 감독이 만들어온 영화들을 보면 대부분 전체관람가의 어린이 영화가 주를 이루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과연 그 감독의 그릇에 쿵푸 영화의 두 아이콘인 이 두 배우의 아우라를 제대로 담을 수 있을 것인지,
또한 여기서 더 나아가 서유기라는 엄청난 이야기를(결국 그저 설정만 빌려온 것으로 생각되긴 하지만)어떻게
요리할 것인지가 너무 걱정되었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서유기를 생각하고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그저 손오공과 여의봉이 등장하는 기본
설정만 빌려온 영화에 실망하게 될 것이고, 성룡과 이연걸의 화려한 쿵푸 대결을 기대한 이들에게도
그다지 만족할만한 장면은 선사하지 못하는 영화라고 해야겠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인 제이슨 만 빼면
모두 중국인들이 등장하는 영화인데, 왜 모두 영어를 써야만 했는지, 모든 인물들의 영어 대사처리가
너무도 어색하게만 느껴졌던 영화였다.



이 영화는 미국제작사와 미국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영화의 배우들은 물론 대부분의 스텝들이
홍콩인들로 이루어진 영화이다 (CG부분은 상당부분 한국에서 제작하였으며, 미국 스텝들보다 홍콩 스텝이
많을 정도로 의외로 홍콩 스텝의 비중이 컸던 영화였다). 또한 무술감독으로 원화평 감독이 참여하였는데,
뭐랄까 이 두 사람을 데려다 놓고(거기다가 매트릭스의 '셰라프'로 더 잘 알려진 예성 도 출연한다),
결국 이 정도 합 밖에는 보여주지 못했는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이 영화가 미국 감독과 제작사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라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출연진의 95%가 동양사람이고, 배경도 중국에서 이야기가 95% 펼쳐지는데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대사가 영어로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불편함과 어색함을 영화 내내 느낄 수 밖에는 없었다.
승려이며, 손오공이며, 마스터며, 불사신이며, 백발마녀며, 심지어 옥황상제까지도 유창하게 영어를 해대는데,
무언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는 없었다.

미국팬들에게는 잘 모르겠다(하긴 요즘은 헐리웃에서도 타란티노가 만든 킬 빌 같은 영화들이 있어서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중국의 팬들이나 나 같은 국내팬들에게는 성룡과 이연걸, 서유기 하면
어느 정도 기대치가 있는데, 이를 거의다 충족시키지 못하는 그저 오락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실제로 극장에서 옆자리에 아이들이 앉아있었는데, 상당히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모습이었다.
롭 민코프 감독은 몇 가지 설정도 가져오고 오프닝 시퀀스에 유명한 쇼브라더스 영화들을 비롯해, 이소룡이나,
유명 무술영화들의 포스터를 등장시키면서 일종의 오마쥬를 표현한 듯 한데, 아직까지 서양 감독 중에서
동양의 쿵푸나 무협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오마쥬할 수 있는 감독은 타란티노 외에는 없다고 생각된다.
롭 민코프 감독은 성룡과 이연걸이라는 당대의 스타를 한 영화에 출연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음에도,
결국 잘 살리지는 못하고, 겉만 핥는 식이 되어버렸다.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그래도 성룡과 이연걸을 한 화면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즐겁긴 했다.
특히 영화 도중 두 배우가 아주 크게 해맑게 웃는 장면이 있는데(특히 이연걸의 해맑은 미소는 여전하다),
이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절로 미소짓게 되더라. 이연걸은 그렇다치더라도 성룡은 확실히 노쇠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단지 그가 노역 분장을 해서만은 아니다 --;). 주인공 제이슨 역할을 맡은 마이클 안가라노의
연기는 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비디오용 영화로 만들어버린 몇 가지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연기력은
<디 워>의 주인공들 수준이었다. 개인적으로 샤이야 라포프 정도의 수준을 기대했던 나에게 그의 연기는
거의 재앙에 가까웠다. 유역비와 이빙빙의 캐스팅은 그나마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유역비는 확실히
<신조협려>의 소용녀의 포스를 그대로 담고 있는 아리따운 모습으로 영화내내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불러가는
캐릭터를 연기하였다(이 설정도 왜 그런것이지 잘 모르겠다. 왜 그녀는 스스로 '스패로우는' '그녀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말을 전하는지 잘 모르겠다. 더군다나 '스패로우'하니 자꾸 '잭 스패로우'가 떠올라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

<디 워>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영화는 설정과 줄거리 면에서 상당히 몇몇 영화를 떠올리게 했는데,
미국에 위치한 골동품 가게에서 동양의 전설을 듣는 설정이나 마이클 안가라노의 연기력 등은 <디 워>를
떠올리게 했고, 힘없는 주인공이 마스터를 비롯해 같은 목적의 동료들의 도움으로 일종의 원정대를 구성하여
악당이 있는 산으로 간다는 설정은 <반지원정대>를 떠올리게 했는데, 약간 틀리긴 하지만, 반지대신 여의봉이
등장한 것이나, 이연걸의 첫 등장시 마치 '간달프'처럼 등장하는 것이나, 제이드 장군이 마치 사우론 처럼
그려지는 것도 비슷해 보였다. 그리고 힘없는 평범한 소년인 주인공이 전당포에서 신비한 물건에 끌려
모험을 하게 되는 것이나, 결국 모험에서 돌아와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들을 혼내주는 설정은
<네버엔딩 스토리>와 너무도 닮아있었다.

앞으로  또 이 두 배우를 한 영화에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럴 기회가 있다면
걱정이 되더라도 서극이나 오우삼, 혹은 타란티노의 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서유기도 제대로 한 번 본토에서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Lionsgate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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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는 액션 블럭버스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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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2 리로디드](이하 리로디드)를 설명하고 있는 문구 중에 하나이다.
이 같은 형용사를 감히 붙일 수 있는 영화는 아마도 [매트릭스]뿐일 것이다.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던 [매트릭스]가 개봉한지 어느덧 4년이 흘렀다.
우리는 그 사이 [스타워즈 에피소드 2],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 [해리포터]등
많은 대작들을 겪었지만, 매트릭스의 팬들로서는 그 어느 것도 성에 차지는 않았다.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낸 [리로디드]에 대해 이미 많은 매체에서 언급되었던 장면들을
위주로 다시 이야기 해보도록 하자(새로운 부분을 언급하는 것은 스포일러에
위험이 너무도 많았음을 양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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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믿기 시작한 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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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과 내용적으로 그 시작이 가장 다른 점을 들자면, 바로 네오의 자기 인식이다.
[매트릭스]에서는 그저 현실에 만족 못하고 두 가지 삶을 사는 해커 네오였던 앤더슨은,
 모피어스(Morpheus)에 이야기와 여러 가지 일들, 영화의 마지막 죽음과 부활을 겪으며
그(The One)로서의 자신을 믿기 시작 한다(끈질기게 앤더슨이라고
자신을 부르는 스미스 요원에게  ‘My Name is Neo'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순간부터
자신을 믿으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로서의 네오가 자신을 믿기 시작했다는 것은 영화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일단 1편에서는 처음 요원과 대결할 때, 화려한 총알 피하기 묘기를 선보이기 전
트리니티에게 도움을 청했었지만, [리로디드]에서는 이렇듯 주저하고 자신없어 하는
네오의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다.

그는 오히려 동료들의 안전을 걱정하여 자신이 처리할 테니 빨리 피하라는 식으로 변해버렸다.
그는 또한 1편에서 총알 피하기와 총알 멈추기 등의 능력을 선보였지만,
이는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했다.
1편 마지막 장면에서 잠시 나왔던 하늘을 나는 모습은, [리로디드]에서는
멋진 준비 포즈와 함께 여러 번 볼 수 있으며, 동료들을 구하고 적을 상대하는
아주 중요한 능력이 되어버렸다. 또한 그저 손동작만으로 총알을 멈추어 버렸던
그로서의 능력 또한 엄청난 업그레이드로, 셋이서 권총으로 공격받는 것이 아닌
여럿이서 기관총으로 공격받는 것에도 개의치 않는 존재가 되었다.
이렇듯 당당해진 네오의 모습은 1편에서는 불가능하던 여러 가지 장면을 가능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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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주목할 만한 액션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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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의 스미스 요원과 네오와의 전투 장면과 고속도로에서 트리니티와 모피어스가
트윈스와 요원들과 펼치는 추격 장면이 그것이다. 이미 많이 언급이 된 장면으로,
[두개의 탑]의 헬름 협곡의 전투 씬과 같이 대대적으로 알려졌던 장면이다.
먼저 무려 100명의 스미스 요원과 네오와의 전투 씬은, 그야말로 끔찍할 정도로
계속 튀어나오는 스미스 요원이 압권이다.
그야말로 이연걸이나 보여줄 수 있는 무술 실력을 보여주는 네오는,
CG의 도움을 받으면서 완벽한 액션 씬을 연출하였다. 이 장면에서 네오가 보여주는 봉술(?)은
무술감독 원화평의 손길이 묻어나 마치 황비홍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든다.
이 장면은 그야말로 전투가 끝날 때까지 입을 떡 벌리고 다물 수 없게 만들 정도로
숨 가쁘고 다이나믹하게 전개된다.

다음은 고속도로를 배경으로 한 추격 장면이다. [리로디드]를 소개한 모 프로에서
2편에서는 액션이 곧 철학이며, 철학이 곧 액션이라고 했다.
그만큼 철학적인 깊이와 더불어 액션에 강도를 극대화 시켰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실제로 고속도로 크기에 도로 세트를 만들어 촬영하였다는 이 장면은,
그야말로 추격의 묘미와, 액션의 아름다움을 모두 포용하고 있다.
[리로디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키메이커를 구출하기 위해 벌이는 이 추격적은,
자동차에서 자동차로, 또 오토바이로 그 탈 것을 변화시키면서 속도를 극으로 내몰게 된다.
검으로 차를 베어버리는 모피어스의 모습은, 트윈스와의 대결에서는 대등함을 보이지만,
역시 요원과의 대결구도에서는
부족함을 나타낸다(아시다시피 요원과 상대할 수 있는 인간은 ‘그’인 네오 뿐 이다).




이 두 장면을 설명하는 것만 해도 더 많은 얘기들을 하고 싶지만, 최대한 아무 얘기를
하지 않도록 하겠다. 이 장면들 외에도 예언자 오라클을 지키는 고스트와 네오가 벌이는
결투장면은, 1편의 네오와 모피어스의 결투장면이 그러하였듯,
완벽하게 홍콩 무술영화의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이 고스트 역할은 이연걸이 내정되어 있었으나, 이연걸 측의 높은 개런티 요구로
무산되고 말았었다. [리로디드]에서 고스트가 출연하는 씬은 단 한 번 뿐 이지만,
그래도 이연걸이 출연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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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과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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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편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파란약과 빨간약을 선택하라고 했을 때부터,
모든 선택은 결정되어 진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1편에서 네오는 오라클을 만나 자신에 대해,
예언에 대해 물었었다. 자신이 인류를 구원할 ‘그’인가 하는 것과, 화분을 떨어트린 것에 대해
오라클에 화분을 조심하라는 말 때문에 떨어트린 것인지, 아니면 화분을 떨어트릴 것을 알고
조심하라고 했던 것인지에 대한 것과 같은 예언에 대한 것.


하지만 [리로디드]의 네오는 이미 스스로를 믿고 있었고, 더 이상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은 없었다.
오히려 오라클의 존재에 대해 묻고 ‘왜?’하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리로디드]에서 네오는 1편에서와 마찬가지로 또 선택에 기로에 선다.
하지만 이 선택은 어찌 보면 여지가 없는 이미 결정되어 진 것에 대한 따라하기 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네오 자신의 의지에 의한 선택인지, 아니면 이미 여러 번 그러하였듯
네오 자신도 모든 오차와 불규칙성마저도 계산에 넣은 프로그램에 따라 결정되어 지는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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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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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오만한(?)카피는 바로 평론가들의 도마 위에 올랐다. 폄하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속은 텅 빈, 액션으로만 치장한 블록버스터라고 하기도 하였으며, 결국 기대를 저버린
속편 정도로 폄하하며, 1편에 비해 너무나도 컷 던 기대 탓이라고 그 이유를 돌렸다.
하지만 이렇게 앞 다투어 한심하다는 평을 내놓는 이들을, 일반인인 필자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들이 얼마나 엄청난 장면들을 기대했었는지는 모르지만,
위에도 언급했던 두 장면에 대해 평범하다든지 아쉽다 라고 표현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는 듯 하다.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충분히 상상을 추월한 장면들이 많았고,
1편 보다 약해졌다는 철학적인 깊이에 대한 이야기도,
충분히 충격적이고 생각해볼만한 대사들이 즐비하였으며, 지루하기는커녕 몇 번을 더 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야기가 지루해지고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1편인 매트릭스를 몇번 이고 다시 감상하여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한 뒤 2편을 다시 보기 바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리로디드]는 워쇼스키 형제가 만들어낸 매트릭스 시리즈의
한 편일뿐, 그들의 이야기는 3편인 [레볼루션]이 개봉된 후에야 정식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갑자기(그야말로 갑자기), ‘결말은 다음에‘라는 말은 당혹과
아쉬운 마음이 달아오르게 했지만, 그래도 다행인건, 반지의 제왕의 경우처럼 1년씩
기다려야 하는 일이 없는 것을 위안삼아야 하겠다.
11월에 개봉될 [레볼루션]으로 매트릭스 속에서 현실을 모르고 기계에게
지배당하며 살아가는 인간들은 깨어날 것인지, 시온은 무사할 것인지,
모든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네오는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 것인지,
[리로디드]의 수많은 의혹들은
모두 풀릴 것인지...앞으로도 하루하루 기다릴 일이 쉽지 많은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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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the Matr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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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매트릭스’란 무엇인가? 우리가 [매트릭스]를 접하는 과정 중에서 가장 우선이
되어야할 요소이다. 영화의 제목이자 가장 기본이 되는 배경이기도 한 ‘매트릭스’에는,
최고의 흥행과 인기를 끄는 대부분의 블록버스터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그야말로
심오한 무언가가 감추어져 있다.
사실 매트릭스를 흔히 말하는 가상현실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나도 죄책감이 들 정도로,
치밀하고 복잡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재앙으로 이야기되어도 좋을 [매트릭스]는
미래에 대부분의 재앙이 그러하듯 결국 인간들의 끝을 모르는 자만과 허영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A.I(인공지능)를 탄생시키는 데에는 성공하였으나, 말 그대로 A.I가
스스로를 자각하고 정체성을 갖게 되면서, 스스로를 복제하여 세력 확장을 이루면서 인류를
협할 만큼의 힘을 갖기에 이른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기계들에 의해 생존마저
위협 당하게 된 인류는, A.I가 전력 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태양을 인간 스스로 파괴시킴으로서
A.I의 작동을 멈추려 한다.

하지만 뛰어난 A.I들은 대체 동력원을 금방 찾아내게 되고, 그것은 바로 자신들을
오랜 시간동안 노예로 삼아왔던 인간들이었다. 인간들은 A.I에게 키워지고 길러지면서
그들이 원하는 동력원으로서의 역할로 완전히 지배당하고 만다.
A.I에게 가장 두려운 요소는 인간들이 현실을 자각하게 되는 일이었는데,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 바로 ‘매트릭스’이다. 첫 번째 매트릭스는
전혀 결점이 없는 완벽한 탓에 인간들은 의심을 갖게 되고, 결국이 어 실패로 끝나게 된다.
이에 A.I들은 현실과 똑같이 어느 정도 결점들을 배치하여 불완전한,
그야말로 현실적인 매트릭스를 탄생시키게 되고, 인간들은 전혀 의문을 갖지 않고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매트릭스 속에서 영원히 잠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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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형제보다 위대한 워쇼스키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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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광대하고도 심오한 세계를 창조한 이들은, 당시 저예산 영화 [바운드]로
소수에게만 알려졌었던 래리 워쇼스키(Larry Wachowski)와 앤디 워쇼스키)Andy Wachowski),
 바로 워쇼스키 형제이다. 이들은 [공각기동대], [아키라]등 아니매와
SF소설의 대가 필립 K.딕, 오우삼 스타일의 홍콩영화 등에 그야말로 마니아이다.
이런 것 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각종 철학서적에도 능통한 것은 어찌 보면 조금은 의외일 수도 있겠다.
워쇼스키 형제가 가진 능력을 반영하는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자면,
래리는 자신의 평소에 열렬하게 팬이었던 저명한 사상가이자
프린스톤 대학의 교수인 커널 웨스트를 쵤영장에 모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웨스트 교수의 말에 따르자면, 래리는 ‘헤르만 헤세에 대해 독일을 석학들보다도
더 많이 알고 있었다’고 얘기했을 정도이니, 이들을 그저 반짝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감독들로 분류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도움을 주러 왔던 웨스트 교수는 촬영장을 떠날 때,
래리에게 더 많은 것을 배워갔을 정도라니....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워쇼스키 형제가 팬들에게는 라이트 형제와 버금가는
(그 이상의..)평가를 받는 이유는, 이렇듯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을 수박 겉핥기식에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총체적이고 전반적인, 마니아를 뛰어넘은
수준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같은 그들의 능력은 자신들이 얘기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관심사, 대중의 관심사까지 모두다 [매트릭스]안에 융합하여 그야말로 ‘바이블(Bible)'을
탄생시키게 하였다. 심오한 철학적인 요소로서 작품성을 극대화 시켰고,
’불릿-타임‘으로 불리는 신기술과 초감각의 스타일적 요소로서 대중성마저
극대화 할 수 있었던 것이 이들의 가장 큰 재능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과연 누가 이 같은 다양하고 복잡하면서도 심오한 이야기와 정서를 한 영화 속에
담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것은 감히 말 하건데,
[스타워즈]의 범우주적 세계를 창조했던 조지 루카스나, 상상력 하나 만은 최고로 뽑는데
누구도 주저하지 않을 스티븐 스필버그, 스타일리스트 데이빗 핀처,
장으로 추앙받는 알프레드 히치콕, 스텐리 큐브릭, 최고의 영화로 꼽히는
[시민 케인]의 오손 웰스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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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철학과 극한의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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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매트릭스]의 이 같은 엄청난 성공은 전혀 예견된 것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워쇼스키 형제는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신예 감독에
불과했고, 그 당시 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은 모두 다 새롭게 시작되는 거대 시리즈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1]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해 전 세계의 관심사는 결국
[스타워즈]가 아닌 [매트릭스]에게로 돌아갔고, 역시 스타워즈가 그러하듯 관심을 넘어선
마니아 층이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이같이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게 된 가장 큰 요인 중에 하나는 철학과 액션의 조화라고
할 수 있겠다. 대부분의 영화는 이 두 요소 가운데 한 가지에만 치중되기가 일쑤인데,
매트릭스는 놀랍게도 이 두 가지를 모두 극한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끌어올림으로서
그야말로 경이로운 영화를 탄생시켰다.

먼저 액션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자. 사실 영화의 기술적인 측면으로만 따지자면,
조지 루카스가 자랑하는 I.L.M에 맞서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I.L.M이 만들어내는 영상은
그야말로 꿈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엄청난 것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완전히 눌러버린 [매트릭스]만의 비장의 무기는 바로 ‘불릿-타임’이었다.
각자의 위치에 촘촘히 자리한 여러 대의 카메라가 만들어내는 ‘불릿-타임’은,
1초에 12,000프레임이나 들어가는 엄청나게
정밀한 슬로우 모션 영상을 실현시키며, 그야말로 영상 기술의 혁명을 가져왔다.
극중 네오가 요원의 총알을 넘어지듯 피하는 장면은 이 ‘불릿-타임’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장면이라 하겠고, 수많은 CF나 영화 등에서 패러디 되면서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불릿-타임’외에 [매트릭스]를 보며 또한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바로 주인공들이 펼치는
현란한 쿵푸 액션 장면이다. 그 동안 헐리웃은 동양 무술에 대한 동경으로 그들의 영화에서
많은 시도를 했었지만, 관객들이 보기에는(특히 홍콩영화를 비교적 많이 접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게만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에 헐리웃은 성룡이나 이연걸 등을 출연시켜 그대로 가져오려 하지만 이마저도
크게 성공한 것 같지는 않았다(와이어 연기를 펼치는 성룡이나 이연걸의 연기는 우리가
보았을 때는 참으로 어색한 것이었다).

오우삼 감독의 영화라던가 홍콩 무술에 특히 관심이 많았던 워쇼스키 형제는,
자신들의 영화에 쿵푸 적인 요소를 삽입하기로 하고, 그야말로 제대로 된 쿵푸의
스승을 초빙하게 된다. 그는 바로 홍콩 최고의 무술 감독인 원화평이다.
이미 [와호장룡]으로 헐리웃에서도 인지도가 있던 그는, 이제는 단순히 무술감독을 넘어서서
영화 전반에 그의 이름이 언급될 정도로 칭송받는 인물이 되었다.
제작자인 조엘 실버가 이야기하듯 ‘워쇼스키 형제의 심오한 철학을 액션으로 녹여낸 인물’
이기도 하다. 그의 내공 깊은 액션은 단순 때려 부수는 액션이 아닌 철학적 의미를
담은 동작을 원하는 워쇼스키 형제와 잘 어울리며, 말 그대로 액션 그 이상의
액션 장면을 만들어냈다. 키아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 로렌스 피쉬번 등 주연 배우는
원화평의 혹독한 무술지도를 받아내야 했으며, 그 결과 그들은 웬만한 홍콩 배우들은
능가하고도 남을 액션 장면을 스크린 속에서 펼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화려한 액션에 내포된 영화의 철학적인 주제.
[매트릭스]는 여러 면에서 성서와 비교가 되곤 한다. 워쇼스키 형제의 천재성은
이 같은 곳에서도 자주 발견되는데, 성서의 구절이라던가, 배경 등을 오묘하게
영화 중간 중간에 포함시키며 철학적인 내용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이렇게 숨겨놓은 장치들을 제외하더라도, [매트릭스]속 인류를 구원해야 하는
그(The One)인 네오는 예수와 닮아있으며 (죽음과 부활에 이르는 과정 또한 그러하다),
네오를 깨달음으로 이끄는 모피어스는 역시
예수에게 세례를 배 풀었던 세례자 요한의 모습과 닮아있으며,
트리니티의 이름은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를 뜻하기도 한다.
또한 동료들을 배신하고 다시 매트릭스로 돌아가게 되는 사이퍼는,
예수를 배신하는 유다와도 흡사하다. 성서와도 흡사한 내용들이 많지만,
사실 [매트릭스]는 그리스신화에 더 바탕을 두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특히 2편인 [리로디드]에 가면 이러한 경향이 더 강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 주체성에 대한 고찰, 현실과 비현실, 기계 문명과의 공존관계, 믿음...
[매트릭스] 속에는 근접하기 힘든 주제들이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생각해볼 거리에
대해서는, 워쇼스키 형제의 의도가 그러하듯 각자가 느끼는 데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편이 옳을 것이다.

2003.10.10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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