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아 영 (While We're Young, 2014)

내게 정확히 필요했던 위로



노아 바움백의 신작 '위 아 영 (While We're Young, 2014)'은 단언컨대 일정 세대에게 집중 된 작품이다. 아마 비슷한 공감대를 느낄 수 있는 세대가 아니었다면 다른 작품들이 그러하듯, '보편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영화다' 라고 이야기 했을 텐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스스로에게 찔려서 최소한 그렇게 말할 수가 없었다. 나는 두 주인공인 조쉬 (벤 스틸러)와 코넬리아 (나오미 왓츠)와 정확히 같은 나이나 상황은 아니지만, 20대와 50대. 더 나아가 30대와 40대 사이에 놓여 20대와 같은 젊은 세대에도, 그렇다고 중년이라고도 불리울 수 없는 세대에 놓여있기에 조쉬와 코넬리아의 고민과 현실은 소름 돋도록 공감될 수 밖에는 없었다. 보편적으로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있을) 영화이기도 하지만, '위 아 영'은 주인공과 같은 세대라면 그 어떤 스펙터클한 영화 만큼이나 강한 임팩트를 주는 작품이라 내게는 조금 특별한 작품이었다.



ⓒ (주)드림웨스트픽쳐스. All rights reserved


시놉시스를 아주 간단하게만 정리하자면, 이 이야기는 자신들은 젊게 살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던 한 부부가 어느 날 진짜 젊은 20대 부부를 만나게 되면서, 오히려 현재 자신들이 놓여 있는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를 되돌아 보게 되고, 그 삶의 변화와 사건을 통해 자신의 삶과 위치 혹은 현실을 비로소 제대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We're Young'이라는 국내 개봉 제목만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우린 그냥 젊어!'라는 젊음에 대한 찬양 혹은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로 생각할 수 있는데, 노아 바움백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것보다는 훨씬 더 복잡한 경우다. 복잡하다는 것이, 이 영화는 기존에 '젊은' 혹은 '청춘'을 다뤘던 영화들과 달리 딱 떨어지지 않는다. 더 나아가 조쉬와 코넬리아의 이야기는 그 어떤 것도 쉽게 결론 내지 않는다. 어쩌면 영화는 담고 있는 이야기를 통해 하나의 결론을 직접 소리 내어 이야기하려 하기보다는, 먼 길을 돌아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게 된 것처럼 영화가 끝날 즈음에 관객을 영화가 아닌 자신을 보도록 만든다. 즉, 결론을 내거나 움직여야 하는 것은 그 다음 관객의 몫으로 온전히 남겨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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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위 아 영'은 결국 인정하는 것. 인정하게 되는 것에 대한 영화였다. 다시 말해 사건을 통해 '아, 그랬었구나'라고 새롭게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니라, 본래 부터 알고 있고, 특히 스스로 알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애써 부정하려 했던 것을 직시할 용기를 주는, 그래서 인정할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영화였다. 영화가 한참을 돌려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이 '인정'이 결코 실패나 포기 혹은 패배가 아님을 설명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또한 오랜 시간 그 사이에 멈춰버린 이들에게 조급해 하지 말라며 위로의 말을 전한다. 그 말은 곧, 누군 가를 위해 무언가가 되려 하지 말라는 것과 닿아있다. 사실 진심 어린 위로라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인데, 진심으로 공감하지 못하면 그 위로는 위로를 위한 위로가 되기 쉽고, 오히려 '네가 뭘 알아'라는 반응을 얻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로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진정한 위로를 찾기는 더 어려운 것이 현실이 되어버렸는데, 적어도 내게 이 작품은 딱 필요한 위로가 되었다. 무언가를 강요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냥 괜찮다고 쉽게 위로하는 것도 아닌. 내게 딱 필요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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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위 아 영'은 개인적인 영화가 되어 버렸기에 초반 이 작품이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나처럼 세상 어딘가에서 멈춰버린, 혹은 스스로 멈춰져 있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 쯤 권할 만한 위로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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