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라이프 (桃姐 A Simple Life, 2011)

단순하지만 쉽지 않은 삶 그리고 가족



이미 참 좋은 영화로 여러 차례 소개되고 평가 받았던 허안화 감독의 '심플 라이프'를 뒤 늦게 보게 되었다. 그저 좋은 영화라는 소개와 유덕화와 엽덕한이 서로를 마주보며 웃고 있는 저 포스터 한 장에 이끌려 보게 된 작품이었는데, 내 이 영화를 모두 다 이해하기에는 아직 삶의 깊이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는 걸 절감했지만, 그럼에도 왜 좋은 영화인지는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글로 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그냥 바라만 보고 있으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쉽게 알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었다. '심플 라이프'라는 제목처럼, 단순한 삶 혹은 삶의 단순함 그리고 단순해 보이는 삶의 깊이에 대해 어렵지만 분석하고 싶기 보다는 보이는 대로 느끼고 싶은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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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을 고민해 봤는데 결국 이 영화를 글로 설명하기엔 턱 없이 부족한 삶의 깊이에 말로 표현할 바를 찾지 못했다. 배우의 농익은 연기, 겉으로 보여지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와 그 뒤에 숨어 있는 젊은 세대와 어른 세대 간의 갈등 혹은 조화, 그리고 홍콩이라는 사회의 관한 이야기까지. 그 어느 것 하나 자극적이지 않았는데도 배우들의 표정 하나 하나가 가슴을 치는 영화였다. 아마도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심하게 끝나버리는 마지막 장면 때문에 더 여운이 깊어지는 듯 하다. 아, 그리고 주성철 기자의 책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로저를 연기한 유덕화의 연기도 물론 좋았지만, 장국영이 연기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그리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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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중에 지긋한 노인이 되거나 지금보다 더 어른이 된 다음에 다시 보면 좀 더 많은 것을 떠올리게 되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2. 글로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로저와 아타오의 묘한 관계 묘사였어요. 무작정 가족같이 가깝기만 한 사이가 아니라, 가끔씩 남과 같은 생경함도 느껴지는 그 오묘한 긴장감과 따듯함의 사이.


3. 이 영화는 실제 홍콩 영화계의 제작자로 유명한 로저 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가 실화라는 것도 정말 놀라운 일이네요.




실제 로저 리와 아타오의 모습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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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린 : 최후의 결전 (新少林寺 New Shaolin Temple, 2011)

클리셰 덩어리 일지언정 근본은 있는 영화



설 연휴를 맞아 그 동안 못봤던 영화들과 현재 극장에서 상영중인 작품들을 부지런히 챙겨보던 중,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명절이니까 성룡영화!'라는 이유를 들어 IPTV목록에서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되었다 (물론 성룡 영화라고 부르기 민망한 비중의 영화라는 것은 미리 알고 있었고;;). 국내에서는 소림사를 배경으로 한 액션 영화로 많이 소개되었고 포스터나 카피, 그리고 '최후의 결전'이라는 부제만 봐도 무언가 또 시작되는 그런 류의 영화로 포장한 듯 한데, 이 영화의 본래 제목인 '샤오린'은 '소림'이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액션을 활용하기는 했지만 액션을 위한 영화라기 보다는 '신소림사'라는 제목 답게 소림의 근본에 관한 또 다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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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100% 만족스럽다는 것은 아니다. 액션 영화로 소개되었을 만큼 액션의 비중이 그리 적지는 않은 탓에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조금은 흔들릴 여지도 있고, 무엇보다 '소림'이라는 커다란 가르침을 전하기에는 짧은 러닝 타임 동안 소개해야할 사건들과 이야기들이 많은 터라, 상당히 빠르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더이상 새로울 것은 없는, 클리셰 덩어리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이런 비슷한 구조와 이야기를 갖고 있는 영화들의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특히 중국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런 얘기를 특히 많이 했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최근 몇 년간 중국영화들에서 보았던 새로운 시도들이 만족스럽기 보다는 오히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들만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점을 부각시킨 작품들에 더 큰 만족을 얻었던 것 같다 ('검우강호' 같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범할 수 있는 오류 가운데 '전형적 =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 들 수 있을 텐데, 반드시 새로워야만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한 때 반전에만 목숨 걸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조금만 자유로워진다면 전형적인 영화에서도 재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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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형적인 영화가 다 괜찮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샤오린'은 좀 촌스럽기도 하고 우직하다 싶기도 한데 어쨋든 소림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갖춰야 할 근본만은 소홀히 하지 않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개인적으로 김용의 소설 속 인물 가운데 '곽정'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와 비슷한 이유인데, 곽정은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우둔할 정도로 단순하고 융통성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답답한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로 굽히지 않고, 정도를 가는 것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본받을 만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도 비록 세련되지는 않지만 이 우직함이 엿보인다. 자신들이 믿고 있는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끝까지 지키다 스러져 가는 소림승들의 모습과 이를 결정적인 대사들과 눈빛으로 표현하는 유덕화의 모습에서는 이런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상대를 무찌르고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적을 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구원하려는 이 가르침이 작게 나마 영화를 통해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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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호우지에 (유덕화)'가 이런 가르침을 깨닫게 되는 과정에 조금 더 공감대를 일으킬 수 있도록 시간과 배려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라는 아쉬움은 남지만, 자신들의 부족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끝까지 밀어붙이는 우직함이 오히려 맘에 들었다.



1. 확실히 사정봉이 연기한 캐릭터가 조금 겉도는 느낌이 들긴 했어요. 헤어스타일도 뭔가 이 세계와는 좀 맞지 않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2. 성룡은 예전에 홍금보가 주로 맡았던 캐릭터들과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어 마음 한 켠이 아려오기도 ㅠ 그래도 성룡 형님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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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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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용의 부활 (hree Kingdoms: Resurrection Of The Dragon, 2008)

개인적으로 '삼국지'는 가장 많이 읽어본 책이다. 어린 시절 만화서부터 나중에 각 소설가 버전으로
각각 읽어본 삼국지에 이르기까지, 어린시절과 중,고등학교 시절 김용의 '영웅문'과 더불어 나의 청소년기를
함께 했던 의미깊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개봉을 앞 둔 오우삼 감독의 <적벽>과 이 영화
<삼국지 - 용의 부활>은 영화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일단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었다.
삼국지라는 이야기 자체가 워낙에 방대한 내용이라 3편도 아닌, 영화 1편으로는 도저히 압축이 불가능한
이야기일터. 그래서 아무래도 영화화는 전체 삼국지를 다 보여주기 보다는, 하나의 사건이나 전쟁을 중심으로
영화화를 해 나가고 있는데, 이 영화는 사건이라기 보다는 상산의 조자룡 캐릭터를 중심으로 그를 빗대어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영화 자체가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삼국지'의 팬이라면 아마도 재미있다기 보다는
실망할 수 있는 부분이 더욱 많으며, 팬이 아니더라도 조자룡의 인생에 적극 공감되기에는 너무나 평면적이었던
캐릭터의 묘사로 그리 인상적이었던 영화로 기억될 것 같지는 않다.



이 영화는 앞서 말한 것처럼, 조자룡의 젊은 시절부터 마지막에 이르기까지를 비교적 '후딱' 묘사하고 있다.
'후딱'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100분의 길지 않은 러닝 타임을 감안하더라도, 젊은 조자룡에서 생의 마감을
앞둔 노인 조자룡으로 옮겨가는 것이 너무도 갑작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삼국지의 기본 설정과 이야기들을 가져오고는 있지만, 그대로 '삼국지'라고 보기에는 조금 어려울
정도로 허구의 캐릭터들과 새로 창조해낸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아마도 더 극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이 같이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한 것일텐데, 개인적으로 가장 극적인 효과를 내는 방법은 원작 그대로
영화화하는 것이 '삼국지'의 경우에는 맞지 않을까 싶다.

가장 특이한 점은 조자룡 외에 '나평안'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비중있게 등장시킨 것인데, 홍금보가 연기한
이 나평안이란 인물은 마치 <아마데우스>에서 모짜르트를 시기하던 살리에르를 연상시킬 만큼,
조자룡에게 열등감과 질투심을 갖고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이 나평안이라는 인물의 묘사는 사실상
매우 직접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관객은 그가 두 번쯤 등장했을 때 이미 그의 마지막 행동을 쉽게
예상할 수 있게 된다. 뭐 이게 영화상으로 대단한 반전이라던가 이런 것은 아니었지만, 뻔히 보이는 캐릭터로
인해 결과적으로 스토리 구성에 있어 헛점으로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이정도면 제목에 '삼국지'를 포함시키기 보다는 그냥 '용의 부활'정도로 제목을 짓고,
영화 처음이나 마지막에 '삼국지의 이야기를 가져왔다'정도로 수식하는 것 정도의 영화가 됬어야 하지 않나
싶다. '삼국지'라는 이름을 쓰고, 조자룡이라는 인물을 주연으로 가져오긴 했지만, 삼국지 팬 입장으로서
보기에는 그야말로 '가져온 것'이상의 느낌은 전달 받을 수가 없었던 영화였다.



유덕화는 조자룡이라는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젊은 시절과 노년의 얼굴 모두 멋지지만, 그건
조자룡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유덕화라서 멋진 느낌이 더 강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반가웠던 것은
바로 '관우'역할로 등장한 '적룡' 형님 때문이었는데, 만약 삼국지가 또 다른 버전으로 영화화 되고,
이 영화와는 다르게 관우가 비중있게 그려진다면, 적룡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초록색 도포와 긴 수염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조자룡이 주연이라 이 영화에서는 많이 등장하지 않지만,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매기 큐가 연기한 '조영'이라는 캐릭터는 소설과는 다른 허구의 캐릭터라 할 수 있는데, 이를 반증하듯
상당히 영화적인 장면들을 많이 보여준다. 홍금보의 얼굴을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웠지만, 연기로 인해 깊은 인상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삼국지라는 이야기를 빌려와, 그 속에 조자룡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주연으로
등장시켜, 전쟁의 무의미함과 인생을 이야기하려고 했던 영화였지만, 삼국지 팬에게도 일반 관객에게도
인상깊게 남을 만큼 짜임새 있는 줄거리와 이야기는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다.




1. 오호대장을 한 명씩 소개할 때는 마치 게임처럼 주무기를 이미지화하여 보여주는데 조금 이질감이 있었다.

2. 사실 이 영화는 그리 기대하지 않았기에 <적벽>이 더욱 기다려진다.

3. 아무리 조자룡이 주인공이라지만, 제갈량의 포스가 너무 약하다.

4. 마초, 황충 지.못.미

5. 삼국지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 디자인에 익숙해서 그런지, 조자룡의 저 투구는 어울리지 않았다.

6. 이 영화는 국내제작사인 태원이 함께 제작한 영화인데, 그래서 인지 마치 국내 사극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주요 인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자막으로 그 인물의 이름을 보여주는 부가자막이 있었다.
 엔딩 크래딧을 보니 CG작업은 전부 국내에서 맡아서 작업을 했더라.

7. 만약 영화 속 처럼 조운이 아두를 업고 싸웠다면, 아두는 필시 죽었을 것이다 ;;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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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The Warlords, 投名狀, 2007)

중화권 영화, 특히 블록버스터로 포장되어 나오는 액션 영화들은 기대도 되지만 걱정이 많이 되는
영화들이 최근 많았었고, 결과적으로 실망을 많이 한 작품들이 많았었다.
그래서 이 영화 <명장 (본제: 투명장(投名狀))>가 제작 발표되었을 때,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를 한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걱정되는 마음이 분명 더 컸었다.
더군다나 주로 멜로 영화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했었던 진가신 감독이었기에 조금 더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걱정을 하도 해서인지 꽤 괜찮은 작품이었으며, 오랜만에 무협지에나 등장하는
뜨거운 형제애와 이를 둘러싼 대의와 권력의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무거운 영화였다.



이 영화는 잘 알려졌다시피 장철 감독의 <자마>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이 영화를 어떻게 보았느냐의 가장 첫 번째 판단 잣대는 바로 원작인 <자마>를 보았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나뉠 듯 한데, 개인적으로는 <자마>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다른 조건들에 대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디파티드>를 본 내 소감이 그랬듯이,
<자마>를 보았다면 <명장>의 대한 감상 시각이 완전히 틀려졌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고스란히 평가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이 영화는 19세기 중엽, 청나라와 태평천국의 난이 발생한 사건을 배경으로 그 역사의 한 가운데에서
치열하게 피부로 역사를 받아들인 세 명의 남자의 관한, 의형제의 결의를 맺은 세 남자의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도적 때 혹은 전투의 패한 패장이었던 인물들이 가족들과 형제들을 지키기 위해
힘을 모으고, 점점 전투에서 성공을 거두며 권력을 얻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이상과 현실, 대의와 개인 사이에서
갈등을 겪게 되고, 결국에는 의형제를 맺은 서로가 서로를 죽음에 이르기까지 만들게 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 사이에는 조이호의 아내인 연생과 방청운 사이의 삼각관계 또한 형성되어 있다.
이 영화는 중국내에서 사상에 관련된 장면들로 인해 대량 삭제가 되었을 정도로 상당히 정치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나 대의와 개인이라는 대칭점의 갈등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매우 민감한 주제가
아닐 수 없는데, '대의'를 우선시한 장예모의 <영웅>이 국가적 지원을 받은 것에 반해, 초심을 잊고 '대의'를
위해 형제마저 버리는 방청운을 '영웅'으로 그리지 않고 시대가 만들어낸 권력의 노예로서의 상징적인
인물로 그려내면서 상당히 정치적인 색을 띠고 있다. 물론 이 영화가 결국에 말하는 것은, 혼란스런 시대가
방청운을 그렇게 만들었고, 결국은 스스로도 권력을 쟁취하지 못하고 조정에게 배신 당해 죽음에 이르게 되면서
전쟁과 권력이 중심이된 시대에 사로잡혀 버린 불쌍한 인물임을 그리고 있다.



극중 방청운 만큼이나 무섭게 변하는 인물을 보여준 것은 '강오양' 이었는데,
적장의 목을 배고 자신도 모르게 기쁨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는 오양의 모습과 광기어린 눈빛, 그리고 끝까지
큰 형님이 옳다며 되네이는 대사를 통해 감독은 상당히 의도적으로 변해가는 캐릭터를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성적이고 유연하지는 못하지만, 한 번 결의한 것은 무조건 지켜야 하고, 옳다고 여기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식할 정도로 밀어부치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영웅문이나 삼국지를 평소에 너무 좋아했던 탓인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우직함이었다. 방청운이 조이호를 죽이는 것을 막기 위해 형수를 과감히 죽이기도 하고
결국 이호가 죽임을 당한 것을 안 뒤에는 결의한 그대로 형제을 죽인 자는 죽음으로 갚는다는 맹세를 지키기
위해 방청운에게 계속 달려드는 오양의 모습은, 그럴 수 밖에는 없는 슬픈 현실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세 명의 캐릭터의 감정과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매우 과감한 클로즈업을 매우 자주 사용하고 있는데
마치 HD방송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매우 과감한 클로즈업이 아주 많이 쓰이고 있다.
블록버스터답게 초반에는 상당히 대량의 엑스트라가 동원된 전투 장면을 볼 수 있으며, 이 후에는
무술이 위주가 된 결투 씬들도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이연걸의 출연으로 인해 아스트랄한 쿵푸 장면들을
잔뜩 기대하고 왔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겠다. 이 영화는 액션이 많기는 하지만 액션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고 정치적인 드라마로 보는게 더 맞을 듯 싶다.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를 표현하듯 영상은 거의 내내 색을 지운듯한 어두운 색감을 유지하고 있으며,
어두운 장면들과 먼지 가득한 장면, 그리고 비오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하며 좀 더 스타일리쉬한 미장센에
주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의 연기는 편차는 있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다고 생각된다.
확실히 한 두해 연기한 배우들이 아니라서 그런지 장면장면에서 뿜어내는 카리스마는 대단했으나
원작의 배우인 적룡, 강대위, 진관태와 비교한다면 또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여성들이 이 영화에 적극 공감하기는 아무래도 조금은 힘들듯 하다.
멜로적인 요소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양념격이고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설득력이 부족한 수준이며,
무협지에 열광하는 남성들에게나 먹힐 정서가 가득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우려했던 것보다는 괜찮았던 '뜨거운' 영화였다.


1. 극 중 보여준 행동들로 봤을 때 가장 멋진 캐릭터는 소주성주인듯.
2. 영화를 처음보곤 극중에서 분명 유덕화가 제일 형인줄 알았었는데 아니더라 -_-;;
3. <자마> DVD를 어서 구해 봐야겠다.
4. 극중 대인들로 등장하는 조정의 인물 3명의 모습을 보며 <카우보이 비밥>의 레드드래곤 수장들의
   모습이 절로 떠올랐다.
5. <자마>를 어서봐야겠다 ;;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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