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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 스트리트 (Sing Street, 2016)

처음의 설레임이 가득한 음악영화



'원스'와 '비긴 어게인'을 연출했던 존 카니의 신작 '싱 스트리트 (Sing Street, 2016)'는 감독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바탕으로한 또 한 번의 음악 영화다. 너무나 완벽했던 영화 '원스'와 그 그늘 아래 존재할 수 밖에는 없었던 '비긴 어게인'의 아쉬움 이후 만든 이 영화는 음악 영화의 장점과 청춘 영화의 발랄함과 동시에 진지함도 잊지 않고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존 카니의 세 작품은 모두 음악(노래)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감독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탄생의 순간을 관객 또한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사명처럼 느껴지는데, 뭐랄까 존 카니는 단순히 '음악이 이렇게 마법같이 탄생한단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봐, 누구나 좋아하면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음악이야!'라고 말하고 싶은 듯 하다. '싱 스트리트'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이 10대 어린 소년들이 밴드를 이루고 음악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 과연 누가 '제대들이 갑자기 어떻게 저런 실력을 가지게 된거야?'라고 개연성을 따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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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고 새롭지 않아도 매번 매력적인 소재가 있는데 바로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걸 가장 잘하는 감독 중 하나인 존 카니의 재능은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싱 스트리트'는 이 과정을 묘사함에 있어서 '원스' 보다도 더 솔직하고 직접적인 영화다. 주인공 코너는 악상이 떠오르거나 혼자 곡이 잘 안써질 때마다 두 번 고민하지 않고 바로 친구인 에먼의 집을 찾아가 이렇게 말한다. '곡 쓰는 것 좀 도와줄래?'. 그렇게 하나 둘 의견을 더해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보고 또 봐도 놀랍고 아름다운 순간이다. 이건 관객의 입장에서 음악을 잘 아는가 모르는가, 곡을 써 본 경험이 있는가 아닌가와 무관하게 발견할 수 있는 놀라움이다. 즉, 매일 프로로서 곡을 쓰는 뮤지션의 입장에서 보아도 누군가가 음악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또 다시 매력적일 수 밖에는 없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뮤지션이 계속 곡을 쓰고 노래하는 이유 중 하나일테고). 


'싱 스트리트'는 단순한 소년의 밴드 영화, 음악 영화와는 조금 다르게 가족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도 들려주는데, 사실 이런 스타일의 영화에서 이 같은 진지함은 급작스러운 이질감을 주기 쉽지만, '싱 스트리트'는 과장하지 않은 이야기로 진정성도 가질 수 있었다. 코너의 형의 이야기가 그러한데, 계속 주변에 머물렀던 형의 이야기가 한 순간 중심에 들어 왔을 때 그간 영화가 보여주었던 정서와 이질감이 느껴졌다면 영화 후반 완성도를 크게 저해하는 요소가 되었을 텐데, 형 이야기의 진심이 통했다고나 할까. 우리가 음악 영화에서 흔히 놓치곤 하는 주인공 외의 주변 인물. 즉, 주인공은 이런 저런 역경에도 결국 극복해내 원하는 음악을 하게 되지만, 주인공과 같은 삶을 그저 주변에서 동경할 수 밖에는 없는 인물에 대한 배려가 엿 보이는 장면이라,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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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 스트리트'는 1980년대 팝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더 환장할 만한 영화다. 듀란듀란을 필두로 더 클래시, 모터 헤드, 더 큐어 등의 음악을은 물론 당시의 음악 스타일을 온몸으로 구현하는 '싱 스트리트'의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흐뭇하고 즐거워 진다.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영화다.


1. 밴드 멤버들 한 명 한 명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특히 베이스 치는 멤버의 그 시크한 귀여움이란 ㅎㅎㅎ

2. 사운드트랙도 바로 구입해야!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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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르윈 (Inside Llewyn Davis) 사운드트랙

코엔 형제의 첫 번째 음악영화에 해설지로 참여 완료!



최근 제가 가장 사랑하는 감독 중 한 명인 코엔 형제의 첫 번째 음악 영화 '인사이드 르윈 (Inside Llewyn Davis, 2013)'의 사운드트랙이 국내에도 정식으로 오늘 발매되었습니다. 워너뮤직을 통해 발매되었는데 좋은 기회에 이 음반에 제 글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사운드트랙 해설지 작성을 위해 지난 해 시사회를 통해 미리 관람하였는데, 코엔 형제를 사랑하는 팬 분들은 물론이고 음악 영화에 관심 있으신 분들도 그 묘한 매력과 분위기에 쉽게 젖어 들 만큼,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글은 대부분 OST 해설지를 통해 남긴 터라 다시 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와 음반 모두 주저 없이 추천할 만 합니다. 사실 처음 코엔 형제가 음악 영화를 만든 다고 했을 때 과연 어떤 '음악 영화'가 될까 궁금했었는데, 역시 코엔 형제 다운 음악 영화를 만들었더군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보고 난 직후보다,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생각나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였습니다. 국내 정식 개봉은 1월 29일인데, 이 추운 겨울에 딱 어울리는 영화일 것 같네요.






인사이드 르윈 OST에는 기본적인 영문 버전의 속지와(왼편), 관련 글이 담긴 해설지(오른편)이 각각 수록되었습니다.





해설지에는 첫 번째로 뉴욕 타임즈 매거진 등의 기고가이자 하퍼스 매거진 등의 객원에디터인 작가 John Jeremiah Sulivan의 글이 먼저 수록되었습니다. 깔끔하게 번역되어 있어 음반에 관한 그의 글을 쉽게 접할 수 있어요.





두 번째로는 제가 쓴 글 '코엔 형제 최초의 하지만 완벽한 음악 영화 -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가 수록되었습니다. 평소 제 글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과 사운드트랙 해설지인 만큼 음악과 관련된 소개와 감상이 담겨 있습니다. 영화도 음악도 정말 좋아서 어렵지 않게 술술 써내려 갔던 기억이.




좋아하는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글을 담는 건 정말 흥분되고 기쁜 일인 것 같아요. 지난 해에도 호소다 마모루의 '늑대아이'와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비포 미드나잇' OST에 글을 실었었는데, 올해도 '인사이드 르윈'을 시작으로 더 많은 OST로 제 글을 소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다들 어여 주문하세요~



YES24 구매링크 - http://www.yes24.com/24/goods/11796028?scode=029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블루레이] Muse _ Live at Rome Olympic Stadium

최고의 스케일+퀄리티의 라이브!


더 이상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현존하는 최고의 록 밴드 중 하나인 뮤즈 (Muse)의 공연 실황을 담은 블루레이 타이틀이 출시되었다. 1997년 결성하여 1999년 앨범 'Showbiz'를 발매하며 당시 수 많은 포스트 라디오헤드 밴드 중 하나로 주목 받기 시작했던 그들은, 이젠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현존 하는 최고의 록 밴드 중 하나이자, 가장 대중적인 영향력을 가진 밴드, 그래서 스타디움 공연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몇 안 남은 슈퍼 밴드가 되었다. 그들의 초기 앨범들은 매튜 벨라미 특유의 날카롭게 절규하는 보컬과 멜랑콜리하면서도 극적인 임팩트가 담긴 곡들로 록 매니아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았었는데, 이후에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주제곡 (Survival)을 부르는 등 명실공히 영국을 대표하는 밴드로 자리 잡았다.






개인적으로도 포스트 라디오헤드로 분류되었던 밴드들 가운데 트래비스 (Travis)와 함께 가장 좋아했던 밴드라 모든 앨범을 소장하고, 뮤직비디오 DVD도 빼놓지 않았으며 2007년 단독 내한공연 때도 공연장을 찾아 그 감동을 만끽하기도 했었다. 어떤 밴드, 뮤지션을 좋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공연 실황을 찾아보게 마련인데, 뮤즈는 글래스톤베리에서 가졌던 공연을 담은 'Absolution Tour' 등 몇 편의 공연 실황 DVD를 발매하기는 했으나, 공연 실황의 매력을 100% 전달하기에는 (물론 100% 전달이란 불가능 하다) 많은 아쉬움이 남는, 화질과 사운드로 AV측면에는 추천하기 힘든 타이틀들이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최근 출시된 'Live at Rome Olympic Stadium'은 현재까지 출시된 그 어떤 라이브 타이틀과 비교해도 한 손에 꼽을 정도로, 레퍼런스급의 화질과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다. 드디어 차세대에 와서야 제대로 된 라이브 실황 타이틀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라이브 실황 타이틀 최초로 수록된 4K 초고화질의 영상은 흔히 말하는 '접대' 영상으로 손색이 없으며, 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 역시 스타디움 공연의 스케일은 최대한 흡입력 있게 전달해 낸다.





Blu-ray : Menu








Blu-ray : Video


기존 라이브 실황 타이틀 (특히 DVD)를 리뷰할 때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이 바로 화질이었다. 최신 영화 타이틀과는 다르게 라이브 실황 타이틀은 최신작이라고 하더라도 화질을 별로 신경 쓰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원인은 두 가지라 할 수 있을 텐데, 촬영 자체도 추후 영상물 제작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촬영된 경우가 많아 소스 자체의 퀄리티가 좋지 않거나, DVD나 블루레이 제작 시 영상의 퀄리티 보다는 그저 수록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뮤즈의 이번 타이틀은 두 가지 모두를 근본적으로 만족시키는 화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4K 소스로 만들어진 블루레이 영상은 그렇기 때문에 실황 타이틀 가운데 최고의 화질을 보여준다. 사실 4K의 초고화질 영상이라는 말은 현재의 블루레이 매체에서는 어폐가 있는 표현인데, 그럼에도 왜 의미가 있는가 하니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추후 발매될 2차 영상물의 퀄리티를 별로 생각하지 않고 촬영되었던 공연들 과는 달리, 이번 뮤즈의 공연은 4K 소스로 담아냈을 만큼 처음부터 화질과 영상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처음 블루레이를 재생 시키는 순간, 잠깐이나마 대형 TV를 판매하기 위해 틀어 놓은 이른바 접대용 영상들이 떠올랐을 정도로, Live at Rome Olympic Stadium의 화질은 누군 가에게 블루레이 화질을 설명할 때 보기 좋은 예로 손색이 없을 정도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공연장의 화려한 조명의 색들도 전혀 부족함 없이 표현되며,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관중들의 모습을 하나 하나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디테일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라이브 타이틀의 영상이 쉽게 놓치는 부분들이 조명의 질감이 부서지듯 흐리게 표현되는 것이나, 블랙의 표현에 있어서 깊지 못하게 표현되는 부분들인데, 그런 면에서 모두 아쉬움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레퍼런스의 화질을 보여준다.


Blu-ray : Audio


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 역시 기존 라이브 실황 타이틀이 들려주었던 것 보다 훨씬 진일보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라이브를 수록한 타이틀, 특히 이번 공연처럼 대형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라이브를 수록한 타이틀이라면 사운드 측면에서 두 가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하나는 얼마나 스타디움 공연의 스케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얼마나 밴드의 연주와 보컬의 사운드를 깨끗하게 뽑아내느냐 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타이틀이 현장감은 실감나게 전하지만 그 관중의 소리가 너무 압도한 나머지 밴드의 라이브 전달이

아쉽거나, 반대로 밴드와 보컬의 사운드는 또렷하지만 현장감이 너무 없어서 라이브를 보는 맛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것과는 달리, 뮤즈의 이번 라이브 블루레이는 그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서브 우퍼도 과장되지 않고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어 만족스러웠고, 관중 하나 하나의 작은 외침들과 뮤즈의 공연에서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Starlight'의 감동의 떼창과 하나 된 박수의 감동도 사운드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은 아주 조금 수록되어 있는데, 본 공연 외에 라스베가스와 달라스에서 펼쳤던 라이브의 일부 곡과 'The Road'라는 제목의 짧은 투어 영상이 수록되었다.






[총평] 뮤즈의 라이브 블루레이 타이틀 'Live at Rome Olympic Stadium'은 오랜만에 공연의 퀄리티와 AV적 만족도를 모두 만족시킬 만한 훌륭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기존 라이브 타이틀이 흔히 보여주었던 아쉬운 점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화질과 사운드는 뮤즈의 팬을 넘어서 일반 블루레이 유저들도 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더 훌륭한 건 이 블루레이 타이틀과 라이브 음반이 하나의 패키지로 발매되었는데 (1CD+1BD), 그 가격도 참 퀄리티에 비해 무척이나 저렴한 편이니 뮤즈의 팬이라면 무조건 구매해도 되겠다.





[Blu-ray List]


01. [Rome] Intro
02. Supremacy
03. Panic Station
04. Plug In Baby
05. Resistance
06. Animals
07. Knights Of Cydonia
08. Explorers
09. Hysteria
10. Feeling Good
11. Follow Me
12. Madness
13. Time Is Running Out
14. Guiding Light
15. Undisclosed Desires
16. Supermassive Black Hole
17. Survival
18. The 2nd Law: Isolated System
19. Uprising
20. Starlight
21. [*Bonus: Us Arena] Stockholm Syndrome
22. The 2nd Law: Unsustainable
23. Liquid State
24. Road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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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제플린 - Celebration Day 리뷰 (Led-Zeppelin Celebration Day, Blu-ray)
진짜 전설의 살아있는 라이브!


록 팬들에게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사상 최대의 헤비메탈 밴드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의 블루레이 타이틀이 출시되었다. 이렇게만 소개하면 그냥 레드 제플린 관련한 타이틀이 하나 나왔나 보다 할 수 있을 텐데, 이 타이틀은 '그냥' 타이틀이 아닌 '라이브' 타이틀이며 놀랍게도 2007년 있었던 레드 제플린의 역사적인 재결합 공연 실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 많은 록, 메탈 밴드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준 전설의 밴드 레드 제플린은 1980년 드러머 존 본햄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인해 해체하여 많은 록 팬들의 아쉬움을 남겼었는데, 2007년에 있었던 이 공연은 단순히 재결합 공연 수준이 아니라 해체 이후 1988년 아틀란틱 레코드 창립 40주년 기념 행사 한 차례 공연한 이후, 거의 20년 만에 갖은 또 한 번의 역사적 재결합 공연이었다. 이 공연 실황을 담은 'Celebration Day'는 해외에서 극장 상영을 하기도 했었는데, 국내에서 개봉은 아쉽게 하지 못했지만 이제라도 뒤늦게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게 된 것 만으로도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공연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88년 이후 거의 20년 만인 2007년 12월 10일, 아틀란틱 레코드의 창시자 아흐멕 어테건을 추모하기 위해 열렸는데, 2만석이 넘는 런던 O2아레나를 그야말로 광란의 Rock and Roll 현장으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는 또 한 번의 역사적 공연이었다.


이 공연의 가치는 당시 공연 티켓 2장이 8만 3천 파운드, 우리 돈 1억 5천 600만원에 낙찰된 사례만 봐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록 팬들이라면 누구나 이 엄청난 가격에 놀라기 보다는, 오히려 레드 제플린의 라이브를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것에 더 큰 감동과 희열을 느꼈을 정도로, 레드 제플린의 이 재결합 공연은 그 자체로 엄청난 화제였다.






공연에는 본 멤버인 로버트 플랜트와 지미 페이지, 존 폴 존스가 그대로 참여하고 있으며, 먼저 세상을 떠난 드럼 존 본햄의 빈자리는 그의 아들 제이슨 본햄이 채우고 있다. 록 팬들이라면 방금 언급한 이들의 이름이 얼마나 대단한 이름인지를 더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 텐데, 공연 당시인 2007년 기준으로 결성 40주년이 된 이들의 연주와 보컬은 그야말로 명불허전! 왜 이들이 레드 제플린인지 새삼 증명해 낸다.


정말 보고도 잘 믿기지 않는 재결합 공연 자체의 놀라움이 조금 진정되고 나면, 레드 제플린의 진짜 라이브를 조금씩 실감하게 되는데, 에너지도 에너지지만 주름진 얼굴로 열창하는 로버트 플랜트의 얼굴이나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흠뻑 땀에 젖어 연주하는 지미 페이지를 보면, 전성기 때의 레드 제플린을 보며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감동에 젖고 만다. 예전 롤링 스톤즈의 라이브 필름 '샤인 어 라이트'에 등장한 키스 리처드를 보면서도 느꼈던 바이지만, 남자 나이 60이 넘어서도 여전히 멋지고 섹시할 수 있는 직업 중 하나가 바로 기타리스트라는 사실을 지미 페이지를 보며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진짜 멋있다는 말이 절로 터져 나오는 연주였다.






이번 라이브에는 정말 다시 보기 힘든 공연답게 레드 제플린의 주옥 같은 히트곡들을 16곡이나 가득 만나볼 수 있다. 'Good times bad times' 'Black dog' 'Since I've been loving you' 'Stairway to heaven' 'Whole lotta love' 'Rock and roll'까지. 레드 제플린의 팬이라면 공연 내내 잠시도 한 눈을 팔 수 없을 정도로 쉴 새 없이 에너지 넘치는 연주와 노래가 계속된다.


이 역사적인 라이브는 워너뮤직의 오랜 설득 끝에 실황 앨범으로 드디어 만나볼 수 있게 되었는데, 이렇게라도 이 역사적 공연을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 그래서 소장할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모르겠다. 이번 실황 앨범 'Celebration Day'는 CD, DVD, 블루레이, LP의 포맷으로 각각 발매되었는데, 다른 건 몰라도 영상 포맷은 블루레이를 적극 추천한다. 블루레이로 즐겨야 할 이유가 명백한 공연이기 때문이다.


Blu-ray : Menu





Blu-ray : Video & Audio Quality


라이브 타이틀의 경우 종종 그 공연 자체가 갖는 가치가 아쉬운 화질이나 음질 때문에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2CD+1BD+1DVD로 출시된 이번 타이틀은 화질과 음질 모두에서 공연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해 준다.


화질의 경우 MPEG-4 AVC 포맷의 1080i 화질을 수록하고 있는데, 1080i 화질임에도 크게 아쉬움을 못 느꼈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화질을 보여준다. 특히 공연 타이틀들이 화질 측면에서 디테일 한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Celebration Day' 블루레이의 화질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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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과 LPCM 2.0 채널을 수록한 사운드 역시 최신 공연 타이틀다운 소리를 들려주는데, 현장감과 공간감 측면에서는 조금은 아쉬움이 느껴지지만, 라이브 연주를 전달하는 측면에서는 좀 더 효과적인 감상을 제공한다. 확실히 영상 위주의 타이틀 보다는 실황 음반으로서도 충실한 타이틀이다 보니 일반적인 라이브 타이틀에는 없는 듣는 재미를 좀 더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보너스로 수록된 DVD에는 2007년 12월 6일 Shepperton 스튜디오에서 있었던 리허설 풀 영상을 수록하고 있는데, 비교적 멀리서 촬영되었고 하나의 앵글로 고정된 터라 커다란 메리트가 있는 영상은 아니지만 레드 제플린의 오랜 팬이라면 그들의 리허설을 잠깐 엿보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 공연과 동일한 러닝 타임인 1시간 56분이나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흥미거리가 될 수도 있겠다.




[총평] 요즘은 여기저기서 정말 '전설'이라는 단어가 너무도 쉽게 사용되고는 하는데, 레드 제플린이야 말로 진짜 전설이 아닐까 싶다. 그 진짜 전설이 펼치는 이 역사적 공연을 다양한 포맷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에 한 사람의 음악 팬으로서 반가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록 음악의 팬이거나 음악 애호가라면 꼭 하나 소장해야 할 타이틀이 여기 추가되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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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감 넘치는 사운드의 COLPLAY LIVE 2012!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펼칠 수 있는 규모를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슈퍼 밴드 '콜드플레이 (Coldplay)'의 라이브 타이틀이 오랜 만에 출시되었다. 이번 라이브는 2집과 3집 사이에 나왔던 2003년의 라이브 타이틀 이후 무려 9년 만에 발매된 라이브 타이틀로서, 콜드플레이의 팬들에게는 정말로 오랜 시간 고대했던 라이브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콜드플레이는 더 이상 부가 설명이 필요 없는 영국의 대표 밴드로서 이제는 더 이상 오아시스 (Oasis), 라디오헤드 (Radiohead), 트레비스 (Travis)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히스토리를 읊지 않아도 될 만큼, 독립적으로 자신 만의 색깔과 스케일을 만들어 낸 슈퍼 밴드다. 이번 라이브 타이틀 'Coldplay Live 2012'가 더 기대되는 것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현재 이 정도 규모의 공연을 펼칠 수 있는 그리 많지 않은 팀 중 하나이기 때문인데, 그 만큼 눈과 귀를 만족시켜주는 공연 실황이었다.






이번 공연 타이틀은 2011년 6월부터 진행 중인 'Mylo Xyloto World Tour'의 실황으로 아델의 로열 앨버트 홀 실황 앨범을 감독하기도 했던 폴 더그데일이 연출을 맡은 라이브 타이틀이다. 즉, 단순히 공연 실황 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 멤버들의 인터뷰나 백스테이지의 모습 등을 수록하여 전체적으로 하나의 공연 타이틀로서 더 가치가 있도록 만들어진 일종의 콘서트 영화라는 얘기다. 공연 실황은 주로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 스타디움 (Paris's Stade de France)에서의 공연 실황이 수록되었으며, 캐나다 몬트리올 벨 센터 (Montreal's Bell Centre)'와 글래스톤베리 (Glastonbury)', 그리고 2011 피라미드 스테이지 헤드라이너 공연 실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공연 실황은 콜드플레이 하면 연상되는 다채롭고 컬러풀 한 이미지의 향연이 한층 부각된 것을 알 수 있는데, 관객 모두에게 LED 팔찌를 나누어줘 그 화려함을 더했으며, 특수 제조된 불꽃과 레이저 효과 등을 통해 음악의 다채로움을 시각적으로도 최대한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새삼스러운 부분일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이번 공연은 관객과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한 공연이었는데, 만약 아직까지 콜드플레이의 음악을 음반으로만 접했던 이들이 있다면 반드시 라이브 실황을 보라고 얘기하고 싶을 정도로, 음반으로 느꼈던 콜드플레이의 음악이 라이브를 함께한 관객들로 인해 비로서 완성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몇몇 곡은 라이브를 듣고 나면 음반에 속한 오리지널 버전이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





이번 라이브에서는 콜드플레이의 팬들은 물론 그들의 팬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히트곡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Yellow' 'In My Place' 'The Scientist' 'Viva La Vida'의 다이내믹함은 물론 'Fix You'의 감동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또한 특별 게스트 리한나 (Rihanna)와의 콜라보레이션 무대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번 국내 출시된 타이틀은 CD+DVD 합본 형태로 발매되었는데, 꼭 먼저 DVD를 보고 나서 나중에 라이브 CD를 들어보길 권한다. 그 만큼 이번 콜드플레이 라이브 2012는 그들의 팬들이 아닌 이들도 팬들로 만들 만큼 매력적인 공연을 들려주고, 보여준다.


DVD : Menu






DVD : Video & Audio Quality


이번 콜드플레이 라이브 2012 타이틀은 CD+DVD 패키지로 발매되었는데, DVD의 경우 1시간 35분의 콘서트 필름으로 채워져 있다. 블루레이가 나온 마당에 DVD의 화질 평가가 큰 의미가 없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공연 타이틀임을 감안하더라도 DVD의 화질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 편이다.

전체적으로 DVD 화질치고 감상에는 전혀 불편이 없는 편이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번 공연이 워낙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감을 만나볼 수 있는 공연이라 좀 더 상대적인 아쉬움이 드는 편이다 (참고로 이번 공연 타이틀은 블루레이로도 소량 수입되어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DTS 5.1채널의 사운드는 공연 타이틀로서의 충분한 만족감을 준다. 스타디움 공연에 어울리는 스케일 있는 사운드 표현과 선명한 드럼 비트, 그리고 무엇보다 관중들의 현장감 넘치는 사운드를 실감나게 수록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실황 타이틀들이 잘 못 살리는 것 중에 하나가 음악과 관중 소리의 밸런스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관중들의 사운드가 무엇보다 중요한 공연인 만큼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이 균형점을 잘 맞추고 있다. 차세대 사운드에 적응된 귀임에도 오랜만에 DTS 5.1 사운드의 훌륭함을 체험할 수 있었던 흔치 않은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부가 영상


부가 영상으로는 본 편에는 수록되지 않은 'Don't Let It Break Your Heart', 'The Scientist' 두 곡과 포토 갤러리가 수록되었다.





[총평] 라디오헤드도 온 마당에 이제 콜드플레이의 내한공연을 기대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을 넘어서서 타당한(?)것이 아닌가 싶기까지 한데, 바로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줄 타이틀이 바로 이 라이브 타이틀이 아닐까 싶다.

9년 만에 발매된 라이브 타이틀답게 콜드플레이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들의 모든 히트곡들과 매력을 흠뻑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장감 넘치는 사운드는 이 타이틀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참 고 - DVD 수록곡 (1시간 35분)

01. Live 2012 - Menu Loops

02. Opening Credits (Us Against the World)

03. Mylo Xyloto

04. Hurts Like Heaven

05. In My Place

06. Intermission 1

07. Major Minus

08. Yellow

09. Intermission 2

10. Violet Hill

11. God Put a Smile Upon Your Face

12. Princess of China

13. Intermission 3

14. Up in Flames

15. Viva La Vida

16. Intermission 4

17. Charlie Brown

18. Paradise

19. Us Against the World

20. Clocks

21. Intermission 5

22. Fix You

23. Every Teardrop Is a Waterfall

24. End Credits (Up With the Birds)

25. The Scientist

26. Don't Let It Break Your Heart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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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칭 포 슈가맨 (Searching for Sugar Man, 2011)

말하는 순간 기적이 되는 영화



뒤늦게 고백하자면 이 영화 '서칭 포 슈가맨 (Searching for Sugar Man, 2011)'은 처음 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영화는 아니었다. 회사에서 이 영화 시사회에 대한 캠페인을 진행하였음에도 크게 관심이 가는 작품은 아니었다. 음악이나 뮤지션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선택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주인공인 뮤지션에 대한 애정도였기에, 처음 보는 로드리게즈라는 뮤지션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개봉 이후 이 작품을 본 이들의 반응은 하나 같이 '놀라운'것이었는데, 그냥 '재밌다' '재미없다'의 반응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흥미를 갖게 되었고,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그 반응을 절로 이해할 수 있었다. 앞서 음악 다큐 영화를 선택할 때 그 뮤지션에 대한 애정도를 보고 선택한다고 했는데, 그런 이유라면 아마도 이 영화를 선택할 사람들은 남아공 사람들 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홍보 문구처럼 대중들은 물론 '그 자신도 몰랐던 기적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  Red Box Films. All rights reserved


사실 '서칭 포 슈가맨'에 대해 글로서 말할 수 있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다. 글의 부제목을 '말하는 순간 기적이 되는 영화'라고 지은 것은 그냥 허세나 있어보이려고 그런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세상에는 내가 이렇게 보았다는 것을 너무나도 풀어놓고 싶은 영화와, 그보다는 누군가가, 더 많은 사람들이 보길 바라는 영화가 있는데, '서칭 포 슈가맨'은 후자 가운데서도 아주 그 성격이 강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아, 그리고 이야기가 나온 김에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이들에게 꼭 말하고 싶은 것은, 영화를 보고자 한다면 절대 이 영화와 관련된 정보 페이지나 포스터/스틸컷 등도 접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하고 싶다. '서칭 포 슈가맨'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최대한 로드리게즈에 대해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자주 하는 말이지만 대부분의 영화도 마찬가지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서칭 포 슈가맨'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단 두 장의 앨범 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미스테리의 가수 '로드리게즈'의 이야기를 찾아나서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 가운데서 로드리게즈 그 자신도 몰랐던 놀라운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지점은 두 가지 인데 하나는 마치 스릴러 장르를 보듯 베일 속에 완전히 가려진 로드리게즈 라는 가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얻는 재미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즉, 영화적으로도 짜임새가 좋은 편이라 로드리게즈를 찾아가는 과정에 리듬이나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영화 이전에는 전혀 몰랐던, 더 나아가 관심도 없었던 로드리게즈라는 인물에 대해 충분히 관심을 갖을 만큼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을 제공하는 한 편, 관심을 얻고 난 뒤에는 본격적으로 관객과 쥐었다 폈다하며 로드리게즈의 비밀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나간다.


두 번째 흥미로운 지점은 스포일러가 있다.


(아래 단락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Red Box Films. All rights reserved


두 번째 흥미로운 점은 힙겹게 알게 된 로드리게즈의 이야기가, 아니 그의 삶이 너무나도 깊은 감동을 준다는 점이다. 최근 보았던 마틴 스콜세지의 다큐멘터리 영화 '조지 해리슨'도 그러했듯이, 이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로드리게즈라는 한 인간의 삶이 주는 감동은 나로하여금 절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감동을 선사하였다. 정말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금에 현실에 허덕이는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그의 삶은, 힘든 시절을 그의 노래로 버텨온 남아공 사람들의 에너지와 더불어 이 영화를 단순한 음악 다큐멘터리 이상의 것으로 빚어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로드리게즈를 실제로 만나게 된 남아공 사람들의 '진실된' 환희와 자신도 모르는 세월 동안 자신을 지지해 준 남아공 사람들을 만나게 된 로드리게즈의 감격은 그 자체로 진한 감동을 주었다. 만약 이 이야기를 누군가가 들려준다면 단 번에 믿을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이런 일들을 다 겪고도 아직도 디트로이트의 그 오랜 집에서 수십년간 해오던 힘들고 남들이 꺼려하는 일들을 계속하고 있다는 로드리게즈의 삶을 믿을 수 있을까?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은 바로 로드리게즈의 삶 그 자체다.



(스포일러 끝)




ⓒ  Red Box Films. All rights reserved


(영화 팬 이전에 음반 애호가로서 로드리게즈의 'Cold Fact' 앨범은 정말 갖고 싶네요)



'서칭 포 슈가맨'은 단순한 음악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내가 올해 알게 된 누군가의 삶 중에서 가장 감사하게 여기게 된 누군가의 삶을 담은 감동적인 영화였다.

이런 삶이 있다니. 기적은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1. 음악이 정말 좋습니다. 이미 'Sugar Man'이 나오는 첫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죽이는데!'라는 탄성이 흘러나왔어요. 당연히 사운드 트랙은 이미 질러져 있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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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코와 리타 (Chico & Rita, 2010)

세월을 흐르는 쿠바음악의 선율



'치코와 리타 (Chico & Rita, 2010)'는 관능적인 동시에 쿠바 음악의 한 시대를 그대로 담고 있는 절절한 러브 스토리다.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는 에디트 피아프의 일생을 다룬 '라비앙 로즈'와 같은 뮤지션의 전기영화였다. '치코와 리타'를 누군 가의 전기영화로 보기는 어렵지만, '라비앙 로즈'가 그랬던 것처럼 오랜 세월을 흐르며 계속되는 사랑과 음악의 이야기는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러브 스토리의 측면에서만 보자면 '치코와 리타'는 매우 전형적이고 오랜 세월을 짧은 러닝 타임 내에 담고 있기에 관객이 공감대를 얻기 힘든 속도로 진행되며, 그 러브 스토리의 마지막은 감동보다는 살짝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극적이기도 하다 (다른 부분으로 보완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마지막이 조금 아쉽긴 했다). 하지만 '치코와 리타'에는 이 러브 스토리를 시종일관 감싸고 있는 음악이 있다. 쿠바 음악 특유의 리듬과 애환이 담긴 멜로디는 영화 속 치코와 리타의 곡절 많은 세월을 쉬지 않고 지켜본다.



ⓒ Isle of Man Film. All rights reserved


'치코와 리타'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되었지만 상당히 사실적으로 표현되었다는 점인데, 애니메이션의 기법 측면에서 디테일하게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쿠바 하바나의 거리 풍경이나 인물들의 움직임들에 있어서 실사장면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될 정도로 사실적인 느낌이드는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래서 인지 시종일관, 만약 이 영화를 실사영화로 만들었으면 또 어땠을까 하는 호기심을 갖게 하는 작품이기도 했다.



ⓒ Isle of Man Film. All rights reserved


'치코와 리타'가 이처럼 전형적이다 못해 조금은 너무하다고까지 느낄 수 있는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음에도 나름의 매력을 갖을 수 있었던 건 역시 음악, 음악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 음악은 쿠바 음악의 대표적인 피아니스트 중의 한명인 베보 발데스가 맡았는데, 감독은 이 영화를 베보에게 헌정하고 있는 것처럼 '치코와 리타'는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베보 발데스와 연결지을 수 있는 점들이 많은 작품일 듯 하다. 영화 초반 쿠바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음악들과 이후 뉴욕으로 자리를 옮겨 펼쳐지는 재즈 선율들 모두, 이 당시의 재즈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또 다른 흥미거리로 다가온다. 지명이나 공연장, 뮤지션들의 이름들은 대부분 실명으로 등장하기 때문인데, 불쑥불쑥 등장하는 전설들의 모습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 Isle of Man Film. All rights reserved

결국 '치코와 리타'는 두 사람의 남녀 주인공을 내세워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지만, 1940~50년대 활동하던 쿠바 뮤지션들과 음악에 대해 헌정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온갖 역경 속에서도 이후 재평가되기까지 음악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바치는, 그리고 그들의 삶에 얼마나 가깝게 음악이 존재하고 있었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영화를 보고나면 자연스럽게 집 안 CD장에서 쿠바 뮤지션의 앨범 한 장을 꺼내듣게 되는 바로 그런 영화였다.


1. 리타가 뉴욕으로 가서 스타가 되었을 때 스캔들이 나는 장면에서 한 남자와 차에 동승하고 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짧게 나왔지만 옆에 탄 남자는 마론 브란도 같더군요 ㅎ

2. 무려 30곡이나 수록된 사운드트랙이 국내에도 지난해 5월 발매가 되었었군요!
http://hyangmusic.com/View.php?cate_code=WOST&code=3768&album_mode=music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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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게인 (The Swell Season, 2011)

원스의 그와 그녀, 그대로의 이야기



영화 '원스 (Once, 2007)'의 두 주인공 '그' 글랜 한사드와 '그녀' 마르케타 이글로바가 주연한 다큐멘터리 영화 'The Swell Season'을 보았다. 참고로 Swell Season은 이 두 사람이 함께 활동한 프로젝트 그룹의 이름이기도 한데, 국내에서는 좀 더 영화 '원스'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어필하기 위해 '원스 어게인'이라는 제목을 달고 개봉했다 (그래서 혹자들은 후속편으로 알고 있기도;;;). 개인적으로 영화 '원스'로 인해 이들의 음악을 알게 되었고, 글렌 한사드가 프론트맨으로 있는 밴드 '더 플레임즈 (The Flames)'의 앨범들과 그녀와 함께한 The Swell Season의 앨범 그리고 이들의 내한공연에도 다녀왔으며, 이후 마르케타의 솔로 앨범 'Anar'에 이르기까지, 이 두 사람의 음악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알게 된 이 영화 'The Swell Season'은 음악적인 이야기보다는 바로 그와 그녀의 진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고 있는 작품이다. 물론 영화 '원스' 역시 실제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부분이 없지 않지만, 이 작품에 비하면 완전한 극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보자면 영화 속 '그와 그녀'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원스'였다면, '스웰 시즌'은 현실 속 '그와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 Elkcreek Cinema.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바로 거기서 부터 시작한다. 아일랜드에서 음악만 해오던 남자 글렌 한사드와 체코에서 역시 소박하게 음악만을 해오던 한 여자가, 우연한 기회에 영화에 출연하게 되고 이 영화로 인해 전 세계인에게 주목 받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광의 수상자가 된 이후, 그들이 겪게 된 새로운 변화로 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이 이야기가 단순히 급작스러운 성공 후에 겪게 되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로 단정짓기엔, 이들에겐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글렌과 마르케타가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고 이 성공이 둘 사이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으며, 연인에서 친구로 남기까지의 과정에서는 오히려 음악보다 남녀간의 이야기가 더 중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알려질 정도로 스타가 되었음에도 아직 '스타'라는 것과는 분명히 거리를 두고 있는 이들답게, 극 중 예상치도 못하게 훌렁 옷을 벗어던지는 마르케타의 모습에서 단적으로 알 수 있듯이, 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 듯한, 진짜 자신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모든 다큐는 엄밀히 말해서 현실이라기 보단 만들어진 극영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쨋든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이들의 모습에 비춰봤을 때 카메라를 별로 신경쓰고 있지 않는 점만은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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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결국 이 이야기는 둘의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다시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다시 둘의 이야기를 들려준 뒤, 각자의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이 말만 보면 마치 만나고 헤어지는 것만에 대한 영화로 생각할 수 있겠는데, 이 둘의 이야기는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이 둘 사이에는 그것이 위로이던 분노이던 간에 음악이라는 공감대가 있고, 영화는 그와 그녀 그리고 이 둘을 둘러싼 음악에 대한 의미까지 조용히 담아낸다. 영화 '스웰 시즌'은 다른 다큐멘터리 영화에 비해서도 굉장히 심심한 구성, 그러니까 별로 극적 요소를 담고 있지 않은데 아마도 이 둘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이 영화는 철저하게 두 사람의 이야기며, 보편성을 갖을 수도 있지만 그럴려고 일부러 노력하지는 않은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음악적으로 계속 그들을 응원하고픈 나로서는, 좀 더 그들을 알게 된 것 같아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 Elkcreek Cinema. All rights reserved



1. 저 마지막 스샷. 실제로 내한에서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했을 때의 시작도 저 레파토리였죠. 마이크를 빌리지 않고 기타도 앰프와 연결하지 않은 채, 글렌 한사드가 홀로 무대에 나와 'Say it to me now'를 열창하던... 그 때의 감동이 떠오르더군요 ㅠ


2. 스웰 시즌 내한공연 후기는 여기서 - http://www.realfolkblues.co.kr/844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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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라이스 내한공연 (Damien Rice)

기타 하나로도 가득했던 전율 그리고 재미



펜타포트에서 거의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최종 참여가 어려워지면서 만남의 기회가 미뤄졌었던 데미안 라이스 (Damien Rice)의 내한 공연이 바로 엇그제 있었다. 개인적으로 데미안 라이스는 포크 뮤직에 서서히 빠져들 때쯤 2002년 자연스럽게 알게 된 뮤지션이었는데, 남들처럼 영화 '클로저 (Closer. 2004)'로 인해 알게 된 경우는 아니었지만 인상 깊게 본 영화로서 전혀 영향이 없었다고 까지는 말 못 하겠다. 어쨋든 U2나 Radiohead 같은 밴드들의 내한 공연은 매번 꿈꾸면서도, 정작 그 만큼이나 좋아하는 데미안 라이스 같은 포크 뮤지션의 내한공연은 별로 꿈꿔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다른 말로 하자면 스케일과 임팩트를 자랑하는 대형 록밴드나 뮤지션들의 경우야 '라이브'에서만 전달 받을 수 있는 감흥이라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조금만 좋아하더라도 '꼭 한 번 실제로 보고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음반만으로 전달하는 감성의 순도가 더 높다고 할 수 있는 포크 뮤지션의 경우는 아마도 조금 덜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역시나'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물론 이 예상이 빗나갈 줄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던 부분이긴 했지만, 이건 그냥 빗나간 정도가 아니었다. 데미안 라이스는 '라이브'에서만 전달할 수 있는 일반적인 방식들을 모두 걷어낸 채 홀로 무대에 섬으로서, 라이브가 전달하는 새로운 종류의 감동을 만들어 냈다.





퇴근하고 겨우 시간을 맞춰 도착한 저 끝 올림픽 공원 내 올림픽 홀. 대부분의 내한공연이 그러하듯 정시에 시작하지 않아도 당황하지 않고 오프닝 게스트가 누가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오프닝 게스트가 나올 법한 시간 (8시 10분쯤?)에 누군가가 어두운 무대 위로 홀로 걸어나왔다. 그리고 그는 준비된 기타를 매고 첫 곡을 부르기 시작했으니, 바로 데미안 라이스였다. 뭐랄까. 아직 예열도 다 안끝난 상황에서 등장한 탓에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이런 분위기는 그가 노래를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바로 진정되었다. 멘트 없이 바로 Delicate를 연달아 불렀는데, 이 때 부터 급격하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도 몇 곡을 거의 멘트없이 바로 이어서 홀로 불렀는데, 이 때 까지만 해도 '아, 계속 이렇게 멘트 없이 노래만 듣는 공연도 괜찮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조금씩 말문을 열기 시작한 데미안 라이스. 그 본격적인 시작은 'Volcano'였다. 자신과 함께 노래부르고 싶은 사람은 무대 위로 올라오라는 말에 처음에는 다들 동요하지 않자, 나는 50명이 넘는 사람과도 무대 위에서 함께 노래해 봤다고 관객들을 부추겼고, 결국 이를 넘은 관객들이 무대 위로 올라 그를 동그랗게 둘러싸고 'Volcano'를 나눠 부르기 시작했다. 사실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은 올림픽 홀 같은 큰 공연장 보다도 이렇게 사람들에 둘러쌓여 부르는 그림이 더욱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었기에, 이 장면은 아주 아름다운 장면이었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예전 지산에 벨 앤 세바스찬이 왔을 때 관객들을 무대 위로 올려 함께 춤추던 그 날의 행복한 기억이 떠올랐을 정도로, 소박하지만 너무나 행복한 장면이었다.





이후 피아노 연주로 들려준 'Rootless Tree', 그리고 이 곡이 어떤 이야기를 통해 탄생되었고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한참이나 들려준 후에야 시작된 'Amie'까지. 이 때부터 앞서서 예상했던 '그냥 멘트없이 노래만 들어도 좋겠다'라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공연이 진행되었는데, 영어로 진행되었음에도 상당히 자세하고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결국 데미안 라이스는 단순히 에피소드를 설명해주기 보다는 '사랑 (Love)'이라는 가치에 대해 남녀가 겪게 되는 일들, 가슴을 떨리게도 혹은 가슴을 찢어 놓을 때도, 화를 내게도, 행복하게도 하는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오묘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재미있는 건 당연히 영어로 진행되었고 그냥 멘트 수준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려주는 수준이었는데도 짧은 영어 실력으로 거의 다 알아들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많은 얘기를 했는데 95% 이상 이해해버린 자신에게 놀라는 계기이기도 했다 ㅋ 어쨋든 그래서인지 그냥 음반으로 듣던 Amie와는 전혀 다른 Amie를 이 날 듣게 되었던 것 같다. 그것이 좋았는지 아니었는지는 각자 달랐을지언정 말이다 ㅎ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이 경이로웠던 것은, 그 구성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포크 뮤지션들의 공연을 가본 적이 있긴 하지만, 정말로 이렇게 완전히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채워가는 공연은 데미안 라이스가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드럼을 비롯한 세션 한 명 없었으며, 그렇다고 미리 사운드를 깔고 가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정말로 데미안 라이스의 목소리와 기타 연주, 데미안 라이스와 피아노 연주, 이렇게만 구성된 공연이었다. 공연에 오지 못한 분들은 '거의 두 시간에 가까운 공연이 저렇게 진행되었다면 몹시 심심했겠다'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텐데, 믿을 수 있을런지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정말로 무대에 비해 큰 홀이었던 올림픽 홀이 데미안 라이스 한 사람의 목소리와 기타만으로도 가득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오히려 락 적인 요소가 강한 곡에서는 가끔씩 조명이 조금 화려하게 구성되었었는데, 이마저도 불필요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의 목소리와 기타만으로도 충분한 공연이었다. 특히 다른 뮤지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곡들 간의 느낌이 그렇게 다르지 않은 그의 음악으로 미뤄봤을 때, 두 시간을 혼자 가득채운 라이브는 경이롭다고 밖에는 할 수 없겠다.





공연을 가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쓸쓸함에 흠뻑 취해 눈물을 흘리고 오겠다'라고 했었는데, 진짜로 오롯이 전하는 그의 울림에 눈물이 글썽였다. 이런 경험은 흔하지 않은 것이었는데, 올림픽 홀 정도의 규모 공연장에서 관객 거의 전부가 완전히 숨을 죽인 채 슬픔의 감동을 받고 있는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뮤지션은 아마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공연과는 다르게 한 곡 한 곡 끝날 때마다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오는 임팩트는 조금 덜했다. 이건 곡들을 잘 몰라서도 아니고, 감동을 덜 받아서도 물론 아니었다. 다른 공연들에서 받았던 감동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기 때문이지. '와~'하는 감동이 아니라 이미 곡을 들으며 마음으로 울게 만든 그의 곡에게 보내는 또 다른 찬사였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본 공연 마지막 곡으로는 'Cannonball'을 들을 수 있었는데, 마이크도 쓰지 않고 기타도 엠프에 연결하지 않은, 이른바 '쌩톤'으로 전해졌다. 그 큰 올림픽 홀이 무대 위 데미안 라이스의 작은 목소리에 집중한 탓일까. 전혀 작지 않은 울림이 전해졌고, 행여나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아주 작게 속삭이듯 따라부르는 목소리가 더해져 나오는 소리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포크의 본질을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고, 아직 'The Blower's Daughter'가 나오지 않았기에 관객 모두는 이 곡을 기다리며 조용히 앵콜을 외쳤다.





아무것도 없는 쌩톤으로 마무리를 지었다면, 앵콜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암흑 속에서 'Cold Water'로 시작되었다. 여기서 무릎을 쳤다. '이런 구성이라니!' 완벽하게 데미안 라이스의 목소리와 연주에 집중할 수 밖에는 없는 구성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앵콜은 커버곡 'Halleluja'로 이어졌고, 그의 곡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곡이라 할 수 있는 'The Blower's Daughter'를 들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곡들을 더 좋아하기에 이미 더 큰 감동을 흠뻑 받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이 곡이 주는 임팩트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당연히 이 곡으로 마무리될 줄 알았던 공연은 이 때부터 예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렀다. 갑자기 기타를 내려놓은 데미안은 무대 위 미리 마련되어 있던 테이블에 앉았고, 한 여성이 무대 위로 나와 마주 앉았다. 그리고는 이야기와 함께 둘이서 와인을 한 잔씩 나누기 시작했는데, 이건 하나의 꽁트나 다름없었다. 당연히 서정적으로 마무리 되지 않을까 했던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에서 꽁트 마무리라니! 눈물이 다 마르지도 않았는데 웃음마저 터져나오는 상황. 그리고 이 꽁트는 'Cheers Darling'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정말로 와인 반병을 무대 위에서 마신 데미안은 비틀 거리는 연기까지 하며 이 곡을 완벽한 '라이브'로 승화시켰고, 끝까지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 뒤 웃으며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무대를 떠났다.

아...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에서 이런 마지막을 볼 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바였지만, 공연 내내 흘렀던 감동을 깨거나 방해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기에 또 다른 재미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은 아주 큰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 기대보다도 더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이루말할 수 없는 감동과 재미까지 선사한 그의 음악과 무대를 만난 것은, 내 생에 가장 큰 보람된 일 중 하나로 기억될 듯 하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깊은 여운과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1. 공연이 모두 끝나고 대부분의 관객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 밖으로 나온 데미안 라이스는 공연장 복도에서 팬들에 둘러쌓여 함께 노래하고 놀았다는 후문이 ㅠㅠ 매번 겪는 일이지만, 내한 공연의 경우 끝까지 자리를 지키다보면 뮤지션과 함께 하는 행운을 종종 얻을 수 있지요.

2. 그리고 그 다음 날 홍대에 와서 몇몇 뮤지션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함께 노래하고, 술값까지 카드로 계산했다는 후문도 ㅠㅠ 나도 그 시간에 홍대에 있었는데 ㅠ 어찌어찌해서 물어물어 가볼 수도 있었던 터라 더욱 큰 아쉬움이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기회가 있을 때마다 써야지 써야지 했던 글 중에 하나가 바로 김건모 2집에 대한 이야기였다. 뭐 대단한 얘기는 아니고 그냥 내가 왜 이 앨범을 김건모의 주옥같은 앨범 가운데서도 가장 좋아하는지에 대한 고백 정도일텐데, 최근 방송에서 우연히 2집 수록곡 '얼굴'을 듣는 순간, 더 늦으면 또 못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드디어' 써보게 되었다는 프롤로그.

1. 혼자만의 사랑
2. 핑 계
3. 서랍속의 추억
4. 나 그대에게 준 것은
5. 버려진 시간
6. 어떤 기다림
7. 언제나 기다리고 있어
8. 사랑이란
9. 얼굴
10. 우리 스무살 때
11. 첫인상


너무 잘 알다시피 김건모 2집에는 '핑계'라는 히트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핑계'는 본래 타이틀 곡이 아니었고 타이틀 곡은 1번 트랙인 김창환 작사, 천성일 작곡, 김형석 편곡의 '혼자만의 사랑'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김건모가 2집을 내고 '혼자만의 사랑'을 타이틀로 냈으나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반대로 '핑계'가 엄청난 국민적 인기를 끌게 된 것이, 이후 김건모의 앨범 방향마저 결정짓게 된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된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김건모가 2집을 통해 하고자 했던 것은 대중적 레게라기 보다는 좀 더 소울풀한, 흑인음악 감성에 기댄 보컬 위주의 R&B 발라드였다. 당시 라인 기획에서 발매된 이 음반에 참여한 이들의 면면을 보면 이 앨범의 퀄리티를 엿볼 수 있는데, 당시 최고의 프로듀서였던 김창환과 노이즈의 천성일 그리고 김형석과 박광현의 이름까지 확인할 수 있다. 1990년 대 대부분의 히트 곡에 관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김창환의 '센스'는 '핑계'라는 곡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되었으며, 노이즈의 음악은 물론 라인 기획의 다른 아티스트들에게도 좋은 곡을 선사했던 인기 작곡가 천성일의 감각은 당시 최고조였으며, 김건모와 함께 대부분의 곡을 편곡한 김형석 역시 든든한 지원자였다.

참여한 아티스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잠시 다른 길로 빠졌는데, '혼자만의 사랑'은 당시 김건모 스타일의
R&B 발라드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야심찬 곡이었다. 그런데 내가 김건모 2집을 최고로 뽑는 이유는 단순히 핑계보다 혼자만의 사랑을 더 좋아해서가 아니라, 이 앨범에 수록된 다른 발라드 곡들 때문이다. 2집 역시 발라드와 댄스가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는데 (이 당시는 대부분의 아티스트가 '앨범'을 염두하고 음악을 쓰고 만들던 시대였기 때문에, 모든 음악이 '앨범' 구성에 최적화 되도록 선별되었다. 지금의 디싱 시장 위주의 음반 시장에서는 많이 사라져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댄스 곡들도 참 좋고 김건모의 보컬은 정말 매력적이지만, 발라드 곡들의 감성이야말로 김건모 2집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감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 그대에게 준 것은' '언제나 기다리고 있어' '얼굴' '우리 스무살때', 이 곡들은 화려함보다는 '소울(Soul)'에 포커스를 맞춘 간결한 곡들이었다. 특히 박광현 작곡, 도윤경 작사, 김건모 편곡의 '얼굴'은 개인적으로 김건모의 곡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곡인데, 이 곡 가사에도 나오는 것처럼 마치 '술취한 깊은 밤에 흔들리는 연필로' 써내려 간 듯한 고독함과 아날로그함이 묻어있는 명곡이다. 난 아직도 김건모라는 가수가 가장 빛을 발할 때는 '잘못된 만남'처럼 (당시)속사포 같은 랩을 쏟아내는 댄스 곡도 아니고, '핑계'처럼 자유롭게 노는 모습도 아닌, 피아노 하나에 김건모 특유의 음색 만을 더한 미니멀한 구성의 곡이라고 생각한다. '얼굴'같은 곡에서는 김건모라는 우리나라 최고의 보컬리스트의 장점이 그대로 드러나고, 새삼스럽지만 이 특별한 음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사실 그래서 이후에도 김건모의 앨범이 이런 감성을 지닌 음악으로 더 나아가기를 개인적으로 바랬으나, 대중들은 물론 김건모 본인도 슬픔보다는 재미있고 자유로운 것을 더 선호하였기 때문에, 이런 감성의 곡을 종종 만나볼 수는 있었으나 이것이 메인이 되는 앨범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냥 김건모라는 아티스트의 팬으로서 한 번쯤은 완전 소울풀한 것만으로 꽉꽉 채워진 앨범을 내길 바래본다. 단순한 비트와 피아노 한 대의 반주 만으로 이뤄진 평범한 곡이, 김건모라는 보컬을 얹는 순간 'Soul'로 변하게 되는 그런 앨범 말이다.

1. 이 앨범 수록곡들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추억들도 있다. 초등학교 수학여행이었는지 중학교였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 때 장기자랑 시간에는 절반 이상의 팀이 '어떤 기다림'에 맞춰 군무를 췄던 기억이 난다. 한 반이 끝나고 다음 반이 소개될 때 여자 아이들이 우루루 나와서 '어떤 기다림'의 춤을 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2. 아, 그리고 저 위의 장기자랑 때 나도 '혼자만의 사랑'을 열창했던 기억이 있다. 이 때를 왜 못있냐면 내가 초등학교 부터 고등학교 축제 때까지 모든 공식적 장기자랑 시간을 통틀어 딱 한 번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가 아닌 다른 노래를 부른 경험이기 때문이다. 당시 못 불렀던 것 같지는 않은데, 나 빼고는 전부 댄스팀이어서 생각보다는 무대가 묻혔던 것 같다. 아마 김건모의 2집 앨범처럼 후대에 다시 재평가 되겠지....(응??)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Red Hot Chili Peppers - I'm With You (2011)
존 프루시안테 없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새앨범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 (Red Hot Chili Peppers)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다. 수 많은 밴드가 내 훼이보릿 리스트를 거쳐갔지만 그 가운데 RHCP와 몇몇 밴드 만이 10년 넘게 잊혀질 줄 모르고 가장 뜨거운 곳에서 항상 나를 기다리는데, RHCP는 그 가운데서도 단연 손꼽히는 밴드다. 그 가운데서도 밴드의 기타를 맡고 있는 존 프루시안테 (John Frusciante)는 레닷을 떠나서도 완전 사랑할 정도로 (그의 솔로 앨범들을 국내, 아마존, 일본 등을 통해 어렵사리 수집하는 과정 속에 사랑은 더욱 싹 텃다)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Stadium Arcadium' 앨범 이후 오래 기다렸던 새 앨범이 드디어 나온다는 소식에도 뛸 듯 기뻐하기 보다는 충격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또한 바로 프루시안테 때문이었다. 아니 얼마나 기다렸던 레닷의 신보였는데 프루시안테가 없다니! 존 프루시안테 없는 레닷이라니! 솔직히 선뜻 인정이 되지 않는 소식이었다.




그런 충격을 잠시 잊게 되었을 때 쯤 내 손에는 어느새 'I'm with you'가 들려있었다. 일단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커다란 진화의 움직임은 없으나 여전히 나아가고 있는 음악이며 프루시안테의 공백이 생각보다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 음악이었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각보다는' 이다). 릭 루빈이 프로듀싱한 앨범은 전체적으로 레닷 만의 사운드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의 색깔이 여전하며, 리듬과 속도, 멜로디컬함과 어쿠스틱부터 펑키함까지. 그들의 이전 앨범들이 담고 있던 그들의 다양한 색깔을 이번 앨범에서 역시 한 발 나아간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그들의 오랜 팬으로서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전체적으로 모두 한 발 더 나아간 성숙한 느낌은 있지만, 강력한 한 방이나 발랄함은 조금 약해진 듯 하다. 30년 가까이 활동한 밴드만이 갖을 수 있는 사운드의 퀄리티는 대단하지만 그들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BSSM'나 'Califonication' 때 처럼 빛을 발하는 순간은 조금씩 빛을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완전히 레닷 만의 재기 발랄함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아니다. 비중에 있어서 그 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던 상당 부분을 성숙함과 노련함이 차지하고 있다고나 할까. 이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진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이런 경향은 'By the way' 앨범부터 조금씩 시작되기도 했고.




플리의 베이스라인은 더욱 멜로디컬해졌고, 채드의 드럼은 여전히 얇게 채로 썬 듯 치밀한 섬세함을 담고 있으며, 앤서니의 보컬에서는 아직 그의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아직도 더 빠른 곡의 소화도 가능해보인다.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조시 클링호퍼 (Josh Klinghoffer)의 기타는 확실히 레닷의 세션 기타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서인지 우려보다는 훨씬 잘 밴드에 녹아들고 있다. 특별히 존 프루시안테의 사운드를 기억하는 이가 아니라면 기타리스트가 바뀐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좋던 나쁘던 조시 클링호퍼는 자연스럽게 칠리 페퍼스의 일원이 되었다 (얼핏보면 생긴 것도 프루시안테와 비슷하기도 하고;;). 하지만 나처럼 존 프루시안테를 레닷보다도 더 좋아하는 이에게는 확연한 그의 빈자리가 느껴지기도 한다. 일단 기타 외적인 면에서 보자면 앤서니를 물심양면(?)으로 돕던 프루시안테만의 매력적인 가성 코러스의 빈자리가 전체적인 사운드측면에서 간절하게 느껴진다. 그들의 음악 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들을 보자면 프루시안테의 코러스가 하나 같이 매력을 발하는 곡들이었다는 것을 그가 없는 이번 앨범을 들으며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앨범에서도 코러스는 간간히 들을 수 있지만 프루시안테의 그것과는 비교가 불가하다.





앨범 속지를 쓴 배순탁 씨는 프루시안테를 밴드 기타에 도사급인 기타리스트라고 했는데, 물론 그가 도사급인 것 맞지만 그렇다고 그가 완전히 밴드에 기타 사운드를 녹이는 것에만 목적을 둔 기타리스트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건 말이 좀 어패가 있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프루시안테의 독창적인 기타가 밴드에 최적화 된 결과물로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반드시 전제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 밴드가 다름 아닌 레드 핫 칠리 페퍼스라는 점이다. 플리와 채드 그리고 존 프루시안테라는 조합은 연주와 앙상블 측면에서 정말 도가 튼 뮤지션들의 조합이기 때문에,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면서도 밴드 사운드에 최적화 하는, 즉 전체적으로 밴드 사운드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능력이 출중한 이들이라는 점이다. 프루시안테의 기타는 플리의 화려하지만 독선적이지 않은 베이스와 채드의 완벽에 가까운 드럼 라인 위에서 (채드의 드럼을 차근차근 들어보다 보면 소름이 돋는다. 순전히 기술적인 측면에서 볼 수록 말이다) 밴드 기타가 빛을 발할 수 있는 부분을 놓치지 않고 활용해 왔다. 클링호퍼에게도 이런 자질이 보이지만 아직 그가 프루시안테를 대신할 순 없을 듯 하다. 여기서 존이었으면 이렇게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조금은 남는다.



Red Hot Chili Peppers - The Adventures of Rain Dance Maggie

존 프루시안테의 열혈 팬 입장에서 그가 떠난 레닷의 새 앨범이라 아쉬운 부분이 남을 수 밖에는 없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더 좋을 수 있었는데'하는 식의 평가이다. 여전히 레드 핫 칠리 페퍼스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밴드이며, 이번 앨범 역시 그런 사랑을 확인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음악이었다. 프루시안테와 레닷이 서로 원수지고 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그들의 재결합에 대해서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제 막 밴드에 합류한 조시 클링호퍼에게는 미안하지만, 존 프루시안테가 다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에서 기타 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음악은 확실히 날씨나 분위기와 매우 밀접한 연관관계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날씨나 분위기에 따라 감정의 폭이 커진다고 할 수 있을텐데, 이렇게 움튼 감정을 더 요동치게 하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각각의 날씨마다 음악 듣기 좋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혹은 다른 의미로의 최악)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역시 비가 내리는 날씨다. 비는 여러가지를 제공하는데, 일단 시각적으로 바라봤을 때 비나 내리는 광경은 눈이 내리는 것과는 또 다른 장관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이 광경을 두고 '장관'이란 표현까지 들먹이나 싶지만, 분명 창밖으로 바라보는 비 오는 광경은 흔하다는 이유만 제외한다면 장관이라 할 수 있겠다.

비가 또 좋은 건 역시 빗소리다. 우산과 부딪혀 나는 소리도 복잡한 출근길만 아니라면 귀기울여 볼 만 하고, 카페나 편안한 방 안에서 창문 밖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 것은, 지구별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호사스러운 일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비는 대부분 우울하고 슬픈 감정을 대동하는데, 살짝 다운되는 감이 있지만 이럴 때 기분 전환을 위해 유쾌한 음악을 선곡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의 곡들을 자주 듣곤 한다. 그러다보니 비만 오면 듣게 되는 곡들이 어느 새 여러 곡 쌓이게 되었는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아니 무슨 비가 내렸는지 처음으로 그 곡들을 조금이나마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덩달아 우울해질 수 있어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나처럼 우울함을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이들이라면 비오는 날 함께 들어도 좋을 것 같다.

(순서는 아무런 의미없음)

1. Travis - Writing To Reach You



대부분 비와 Travis를 연결시킬 땐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를 떠올리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 곡 '
Writing To Reach You'가 더욱 간절하다. Travis의 곡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 비오면 반드시 듣는 대표곡 중 하나.


2. Nell - Good night



넬 (Nell)의 곡은 비오는 날 아무 곡이나 들어도 좋을 정도로 비와 궁합이 잘 맞는다. 김종완의 담백하며 애절한 보컬과 내성적인듯 하지만 극적인 곡의 전개는 비의 우울함과 닮아있다. 정말 비오는 날 아무 앨범이나 꺼내 들어도 넬의 경우는 실패하는 법이없다.


3. Damien Rice - Delicate



넬과 더불어 어느 앨범, 어느 곡을 꺼내 들어도 실패하지 않는 뮤지션이 또 하나 있다면 바로 데미안 라이스 일 것이다. 감정을 최대한 절제한 전반부와 서서히 고조시키는 중반부, 그리고 마침내 울부짖듯 폭발하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데미안 라이스의 감정은 비와 함께 더욱 치닫는다. 수 많은 곡들 가운데 오늘은 'Delicate'를 골랐다.


4. Radiohead - True Love Waits



라디오헤드 역시 비 하면 빠질 수 없는 밴드다. 톰 요크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만 이뤄진 'True Love Waits'은 듣는 것도 좋지만 비오는 날 꼭 한 번 불러보고 싶게 끔 만드는 곡이기도 하다.


5. Portishead - Glory Box



이쯤에서 왜 포티셰드가 안나오나 했던 이들도 아마 있었을 것이다. 한 때 포티셰드에 흠뻑빠져 있었던 때는 정말 '위험했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빠져나오기 힘든 수렁 같은 것이었다. 그 만큼 이들의 음악은 중독성이 강해 문득문득 떠올라 마음 속을 마음대로 헤집고 다니기도 한다.


6. Aimee Mann - Wise Up



에이미 만의 'Wise Up'을 꼽은 이유는 역시 영화 '매그놀리아'의 영향이 컸다. 물론 영화 속에서 내리던 비가 그냥 비는 아니었지만, 어쨋든 이 곡 역시 비오는 날엔 더욱 간절해 진다. 영화를 봤다면 이 곡을 들으며 한 없는 심연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7. Nujabes - luv



누자베스의 곡은 앞서 선곡했던 곡들과는 조금 분위기는 다르지만 역시 비오는 날이면 꼭 듣게 되는 곡이다. 누자베스의 음악이 슬픔과 따듯함을 모두 포용하고 있는 비트라는 점에서 비오는 날 듣기에 더욱 좋은 곡이라 할 수 있을텐데, 마치 비 속을 유영하고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살며시 눈을 감으면 더욱 빠질 수 있으니 눈은 감지 않는 것이 안전하겠다 (특히 길을 걸으며 들을 땐 더욱!)


8. Hee Young (희영) - So Sudden



희영은 올해 파스텔뮤직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뮤지션인데, 그 잔상이 아직까지 깊게 남아있을 정도로 인상적인 앨범이었다. 특히 이 곡 'So Sudden'의 중독성은 매우 강해서 한동안 이 곡만 듣고 다니기도 했었을 정도. 비오는 날, 그 촉촉함이 아마 더해질 것이다.


9. Michael Jackson - Smile



비오는 날이라고 MJ의 곡을 일부러 듣지 않을 이유는 없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도 물론 좋았지만, 그가 떠난 뒤 더 애틋해진 이 곡 'Smile'. 후반부 아이의 코러스가 인상적인 곡.


10. Cowboy Bebop - Rain



와타나베 신이치로의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의 수록곡 'Rain'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비의 곡'이다. 정말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이 곡이 떠 오를 정도로 싱크로율이 높은 곡인데, 이 곡을 들으면 왠지 우산없이 비를 그대로 온몸으로 맞아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11. Wolf's Rain - Gravity



애니메이션 OST를 꺼낸 김에 한 곡 더. '울프스 레인'은 작품 보다도 어쩌면 음악이 더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다. 그래서 당시 비싼 가격에 일본에서 발매된 사운드트랙 2장을 뒤도 안보고 구매하기도 했었고. 특히 이 곡 'Gravity'의 깊은 슬픔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인데, 비 오는 날 듣게 되면 그 슬픔이 몇 배로 증폭된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Björk의 새 싱글 Crystalline


지난 번 새 싱글 Crystalline의 티저 비디오를 접한 뒤 또 잠시 잊고 있었는데, 오늘 드디어 공개된 새 싱글 Crystalline 과 자켓을 만나보게 되었다. 일단 자켓 이미지에 대해 말하자면, 최근 발매된 앨범들에서 일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구도와 이미지에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굴은 가렸어도 그녀의 팬이라면 누가봐도 아 뷔욕이구나 할 정도의 이미지라 할 수 있겠다.

음악 역시 전혀 새로운 것보다는 그녀의 계속되는 '시도의 연장선'에 있다. 다른 뮤지션에 비해 실험성이 매우 강한 그녀의 음악을 두고 새로움 자체를 논한다는 것이 조금은 아이러니이기도 한데, 분명 연장선에 있지만 실험적 측면을 여전히 엿볼 수 있다. 물론 익숙한 면들도 있다. 예전 'Vespertine' 시절에 들을 수 있었던 노이즈 가득한 효과음과 금속성 짙은 사운드는
 Crystalline을 좀 더 bjork스럽게 한다. 확실히 이 싱글만으로 새 앨범 'Biophilia' 에 대한 방향을 가늠하기는 좀 어렵다. Crystalline는 오히려 지난 앨범들과 더 맞닿아 있기 때문인데, 이 곡 외에 다른 곡들이 오히려 'Biophilia' 에 대한 정의를 내려주지 않을까 싶다. 얼핏 짧은 영어실력으로 확인해 보니 이 앨범은 iPad로 만들고 활용한 앨범인듯 싶은데, 그렇게 안(못)사던 iPad를 bjork 때문에 사야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새 앨범 'Biophilia'는 올해 9월 26일 발매 예정이며 수록곡은 아래와 같다.

 
1. "Virus"    
2. "Cosmogony"    
3. "Dark Matter"    
4. "Thunderbolt"    
5. "Moon"    
6. "Crystalline"    
7. "Hollow"    
8. "Sacrifice"    
9. "Mutual Core"    
10. "Solstice"  

 

Björk | Crystalline from Icetrip Estevez on Vimeo.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Hee Young - So Sudden (EP)
 
깊은 멜랑꼴리의 늪


파스텔에서 발매하는 여성 뮤지션 앨범에는 어느 정도의 기대치와 만족감이 항상 함께 하는데, 희영 (Hee Young)'의 EP 'So Sudden'은  지난번 박준혁의 앨범이 예상 외였던 것 경우와는 또 다른, 기대보다 더 깊은 음악을 담고 있었다. 사실 희영이라는 뮤지션을 알게 된 것은 이번 EP를 통해서가 처음이었는데, '브루클린에서한국으로 날아든'이라는 수식어가 예상케 하듯 기존의 국내 뮤지션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공기와 성격의 음악을 만날 수 있었다. 앨범 리뷰의 부제를 '깊은 멜랑꼴리의 늪'이라고 했을 만큼, 내게 있어 'So Sudden'은 한참 동안이나 헤어나올 수 없는 늪과 같은 깊이 있는 음악이었다. 그 늪은 우울함, 멜랑꼴리, 서정성, 아련함의 정서를 모두 갖고 있는 것이었는데, 짧은 EP임에도 거의 정규 앨범에 맘먹는 깊이라고나 할까. 사운드는 세련됬고 정서는 가슴을 파고든다.





이번 EP는 총 다섯 곡과 한국어로 다시 부른 두 곡 이렇게 총 7곡이 수록되었다. 도약하는 기운의 첫 곡 'Are You Still Waiting'은 박자 맞춰 깔리는 박수 소리와 중간중간 등장하는 휘파람 소리처럼, 부담 없이 바람흐르듯 솔솔 즐길 수 있는 곡이다. 심플하지만 사운드의 세련됨을 느낄 수 있는 구성이 인상적인 곡이기도 하다. 이번 EP의 동명 타이틀 곡이기도 한 'So Sudden'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들으면 들을 수록 한 없이 빠져드는 매력적인 곡이다. 숨소리가 더해진 희영의 보컬의 매력이 한껏 도드라진 동시에 피아노와 기타 그리고 스트링까지 곁들여진 이 곡은 마치 데미안 라이스의 곡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정서를 얻을 수 있는 감정의 굴곡과 극적 요소를 모두 갖고 있는 곡이라 할 수 있겠다. 클래식한 코러스라인은 이 곡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이며, 후반부로 갈 수록 극적으로 흐르며 그 간절함이 닿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구성은, 담담하고 매마른 듯한 희영의 보이스와 대조를 이루며 더 큰 감정의 흔들림을 이끌어 낸다.





'Solid On The Ground' 역시 담백하고 경쾌한 리듬과 동시에 코러스 라인이 매력적인 곡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희영의 목소리가 조금 더 강점을 드러내는 곡은 'So Sudden'과 같은 곡이라고 생각하지만, Are You Still Waiting'이나 'Solid On The Ground' 같은 빠르고 경쾌한 템포의 곡에서는 또 색다른 정서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이런 곡들 역시 희영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On The Wall'은 짧지만 멜랑꼴리한 희영의 목소리와 빠른 템포가 만난 중간 지점의 곡 쯤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우리말로 부른 'So Sudden'을 듣고 있노라면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데, 사실 영어와 우리말로 각각 불려진 곡들을 듣게 되면 어느 한 가지 버전은 조금은 덜 좋은 느낌이 나는 경우가 많은데, 'So Sudden'은 각각의 싱크로율이 너무 좋아서랄까. 두 언어로 불려진 이 곡이 정말 완벽한 하나라는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조금의 이질감이나 흔들림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겹쳐진 경우였다. 그래서 보통의 다른 곡 같았으면 둘 중 하나만 자주 듣게 되었을 테지만, 'So Sudden'은 두 버전을 모두 똑같이 좋아하게 된 흔치 않은 곡이 되었다. 

한 동안 수 많은 다른 앨범들을 재치고 내 귀를 장악하다시피 했던 희영의 'So Sudden'. 이런 멜랑꼴리의 늪이라면 언제든지 흠뻑 빠져도 좋다.


 
Hee Young (희영) - So Sudden (Korean Ver.) Music Video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소리헤다 _ SORIHEDA
질 높은 자양분을 먹고 자란 싹
 


소리헤다의 셀프 타이틀 앨범을 듣고 처음 떠오른 뮤지션은 역시 Nujabes 였다. 뭐 최근 몇년 간 국내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얘기하면서 누자베스에 대한 얘기는 지겨울 정도로 했으니 여기서 또 본격적으로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고, 그냥 떠올랐던 한가지 생각으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누자베스를 처음 알게 되었던 2004년 즈음, 그 당시만 해도 국내에 적어도 내가 알고 있던 팀들 가운데 이와 비슷한 음악을 하고 있는 팀들은 없었다. 당시 내가 알고 있던 힙합 혹은 블랙뮤직이라고 하면 선 굵은 음악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누자베스를 필두로 Sound Providers, Madlib 그리고 매드립의 또 다른 프로젝트인 Yesterday New Quintet 등 (매드립의 프로젝트를 모두 따라다니다가 지쳤던 그 때가 갑자기 주마등처럼...)을 듣기 시작하면서 흔히 말하는 재즈 힙합 혹은 인스트루멘탈에 흠뻑 빠지게 되었었다. 처음 이와 같은 음악을 듣게 되었을 때의 느낌은 참 대단했었다. 그래서 그 어떤 장르를 파고 들었을 때 못지 않게 관련 뮤지션들을 무섭게 파내려 갔었는데, 그래도 항상 다시 찾게 되는 것은 누자베스였던 기억이 난다.

어쨋든 오늘 하려는 말은 그 때 나처럼 누자베스를 듣고, 매드립을 듣고 인스트루멘탈을 듣고 자란 이들이 뮤지션이 되어 내어 놓은 음악들이 최근 몇 년간 괜찮은 앨범들로 힙합 씬에 모습을 속속 드러내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더 이전에도 비슷한 풍의 국내 힙합들은 종종 있어왔지만 사실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흉내내기에 더 가까운 앨범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선보인 힙합 씬의 앨범들은 단순한 흉내내기가 아니라 자신의 색깔을 수줍게 드러내는 동시에 제법 괜찮은 음악들을 들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소리헤다를 처음 들었을 때 딱 떠올랐던 문장이 바로 저것이었다. '질 좋은 자양분을 먹고 자란 싹'. 썩 좋은 토양까지는 아니었지만 질 좋은 자양분을 먹고 남몰래 쑥쑥 자라왔던 싹들이 이제 막 결실을 보기 시작하는 것 같다는 느낌.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블루레이 유저로서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의 콘서트 실황을 차세대 화질과 음질로 즐길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특히 국내 뮤지션의 경우 워낙에 시장이 작아 블루레이 출시는 커녕 DVD 출시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이렇듯 매번 자신의 콘서트를 블루레이로, 그리고 팬들이 소장할 만한 패키지로 출시해주는 서태지라는 뮤지션의 팬인 것은 뭐 더 말할 것 없는 축복 콤보 쯤 되겠다. 특히 이번 '뫼비우스'투어는 직접 콘서트 장에 가보지 못한 탓에 아쉬웠던 마음을 극장 상영을 통해 달랠 수 있었는데, 이렇게 블루레이를 통해 완전한 소장까지 할 수 있게 되어 처음 가졌던 아쉬움이 거의 다 녹아내린 (하지만 공연을 직접 가 본 사람들은 알 수 있듯이, 직접 체험과 간접 체험을 1:1 비교하기는 불가다)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여느 때처럼 프리오더 시작 공지가 떴고, 작은 예약 전쟁을 거쳐 손에 얻게 된 '2009 서태지밴드 라이브 투어 '더 뫼비우스' DVD & BLU-RAY 패키지.




(다른 물건과의 비교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 보통 패키지들보다 훨씬 위아래로 긴 크기의 패키지는, 아래처럼 북클릿이 제공되어 있어 공연 사진을 만나볼 수 있다. 참고로 공연사진만을 원한다면 지난 번 포스팅을 통해 소개했던 화보집이 더 적격이겠다!










북클릿을 관람한 뒤 패키지를 보면, 뫼비우스 이미지를 형상화한 DVD와 Blu-ray 디스크 수납함을 각각 확인할 수 있다.




디스크 수납함을 각각 빼고나면 요런 모양.







이렇듯 DVD와 Blu-ray 가 각각 수록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패키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훈훈해지는데, 라이브 영상을 블루레이로 볼 생각을 하니 훈훈하다 못해 후끈해지는군하!



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노다메의 피아노 데뷔 앨범 (nodame DEBUT)
NODAME, piano

비록 그 엽기적인 표정과 행동, 그리고 클래식과는 얼핏 어울리지 않는 취미와 성향 덕에 가려져 있기는 했지만, 치아키 센빠이 보다(어쩌면 그 보다 더!) 더 천재 뮤지션인 노다 메구미(노다메)의 피아노 데뷔 앨범이 정식 발매되었다. 이번 노다메의 데뷔 앨범은 극장판 유럽편 Vol.2를 통해 (일본 개봉) 노다메 칸타빌레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 것을 기념하여 Epic 레이블을 통해 전격 발매가 이루어졌으며, 그 동안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와는 달리 웃음끼를 싹 제거한 노다메의 깊은 피아노 연주를 만나볼 수 있다...(중략)

이렇게 속지와 함께 출시되었더라도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넘어갈 법도 한 컨셉 앨범이 발매되었다. 마치 노다메가 실제로 피아노 데뷔 앨범을 발매한 듯한 것을 가장하여, 자켓 이미지와 앨범 구성을 가져간 앨범인데, 아마도 평소에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거나 음반을 종종 구매하는 이들이라면 이들의 재치에 미소지을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클래식 수입반(특히 일본반)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겉종이가 추가되었으며, 여기에 설명이 기입된 방식 역시 클래식 음반을 그대로 모사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우에노 주리, 아니 노다메가 열심히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앨범 커버이미지는 완전한 컨셉 이미지라고 볼 수 있을텐데, 실제로 내 주위에서도 몇몇이 '엇, 우에노 주리가 피아노도 잘 쳤었어?'라고 물어보았을 정도니 이 페이크 앨범은 일단 성공적이다.




뒷면 역시 컨셉에 충실하고 있는데, 3곡의 수록곡을 클래식 앨범의 기입 방식과 동일하게 적어내려간 부분이나, 마치 실제로 노다메가 연주회를 가졌던 것처럼, 신문에 기사가 난 방식을 차용한 이미지는 '역시 노다메!'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한다.





속지 내에서 역시 끝까지 진지함을 유지하고 있다.
이제 진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이 앨범에 수록된 피아노 곡들은 모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Lang Lang)이 연주한 것이다. 극장에서 극장판 Vol.1을 볼 때도 엔딩 크래딧에서 랑랑의 이름을 발견하고서는, '와! 노다메 이 정도면 장난이 아니구나!' 싶었었는데, 아예 이런 랑랑의 연주를 따로 만나볼 수 있는 컨셉 앨범이 발매된 셈이다. 물론 역시 우에노 주리가 출연했던 '스윙 걸즈' 처럼 그녀가 직접 연습하고 연주한 곡이 수록되거나 라이브된 앨범도 의미가 있지만, 이렇듯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노다메라는 컨셉을 통해 만나게 되는 앨범도 색다른 의미가 있는 듯 하다.






노다메의 데뷔 앨범과 함께 구매한 앨범은 그간 노다메 칸타빌레에 등장했던 클래식 곡들을 모두 집대성한 '노다메 칸타빌레 : 최종악장 (Nodame Cantabile: Final Movement)' 이다. 이 앨범은 최종악장 이라는 부제답게 총 3장의 CD에 '치아키 편 오케스트라'와 '노다메 편 피아노' 그리고 극장판에 등장하는 '마루레 오케와 동료들 편 실내악, 오케스트라 BGM곡'이 각각 수록되었다.






특히 이번 앨범에는 영화 '노다메 칸타빌레'를 위해 새롭게 녹음 된 버전이 수록되었으며, 노다메의 데뷔 앨범과 마찬가지로 랑랑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즐길 수 있다. 각 CD마다 70분 이상의 클래식 곡이 꽉꽉 채워져 있는터라, 노다메 시리즈의 팬은 물론이고, 클래식이라는 장르를 어려워하는 일반적인 리스너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음반이 아닐까 싶다.






원작의 다양한 스틸컷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 국내에도 어서 노다메 칸타빌레 Vol.2가 개봉하길 기다리며, 그 때까지는 영화 속 풍성한 클래식 음악들로 귀를 달래주어야 겠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보니(Boni)의 첫 번째 콘서트
i am Boni

보니라는 아티스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역시 015B의 앨범에서 피처링을 통해 참여했던 '잠시 길을 잃다'였다. 당시에는 '보니'라는 이름대신 본명인 '신보경'으로 참여했었는데, 확실히 소울풀한 보컬 때문에 많은 리스너들에게 '신보경이 누구냐?'라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던 경험이었다. 그리고 나서 올해 초가 되서야 다시 '보니'라는 이름으로 그녀의 미니앨범 'Nu One'을 만나볼 수 있었다. 사실 가수로서 당연한 덕목이긴 하지만 언제부턴가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가수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노래 잘하는 가수'인 보니의 데뷔는 당연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그녀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쨋든 길게 말하다보면 공연 리뷰가 아니라 앨범 리뷰가 되어버릴테니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Nu One'은 R&B를 기본으로한 보니의 보컬 소스와 스킬을 비교적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던 앨범이었다. 즉 파격적이거나 신선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잔재주보다는 보컬을 믿고 익숙한 진행들로 꾸며진 정통성이 엿보이는 앨범이었다는 얘기다.




그렇게 그녀의 앨범 'Nu One'을 뒤늦게 다시 듣고 있을 때쯤, 그녀의 첫 번째 콘서트 소식이 들려왔고 고맙게도 초대받아 콘서트를 즐겨볼 수 있었다. ANSWER의 오프닝이 끝나고 비교적 갑작스럽게(!) 등장한 보니! 처음은 댄서블한 곡으로 시작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보컬에 집중한 공연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전체적인 구성을 위해 안무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나중에 다시 쓰겠지만 전체적으로 노력한 모습이 그대로 엿보이는 공연 구성이었다. 여성 댄서들과 함께한 보니의 곡이 이어진 뒤, 잠시 댄서들만의 타임을 갖은 후 의상을 갈아 입은 보니가 다시 등장. 공연장을 찾은 팬들에게도 익숙한 비욘세의 '싱글 레이디'가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보니의 공연에 오면서 또 하나 궁금했던 것은, 아직 자신의 곡이 그리 많지 않은 아티스트라 1시간 넘는 공연 시간을 어떤 곡들로 채워넣을지에 관한 것이었는데, 일단 첫 번째로 선보인 것이 바로 비욘세를 비롯한 댄스 곡들이었다. 확실히 전공분야가 아닌 느낌은 들었지만 (^^;) 안무를 완벽하게 공연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하는 생각은 절로 들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그리고 안무의 스킬을 떠나서 확실히 흑인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뮤지션이라서인지 그루브를 타는 것이나 안무를 느끼는 그 표정(!)에서 확실히 자연스러움이 느껴졌다. 공연의 초반은 이렇게 보니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렇게 한번 댄스 광풍(?)이 몰아친 뒤 게스트인 '소울맨 (SOULMAN)'이 등장, 다시 한번 공연장을 흥겨운 그루브로 가득차게 했다. 소울맨에 이어 등장한 또 다른 게스트는 바로 '버벌진트 (Verbal Jint)'.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보니의 공연 만큼이나 좋았던 시간이었달까. 새 앨범에 수록될 곡들을 처음으로 선보였기 (그것도 앨범에 수록될 것과는 다른 버전으로 편곡으로) 때문이었는데, '기름 같은 걸 끼얹나'와 '우아한 년' 모두 딱 취향이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건반 앞에 앉아서 조근조근 불러대는 버벌진트의 신곡들은 둘다 매우 맛깔스러운 가사와 그루브를 갖고 있었다. 실제 앨범에서는 어떤 버전으로 수록되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이번 공연에서 선보인 버전도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다시 등장한 보니의 무대. 여기서부터는 본래 기대했던 보니라는 아티스트의 매력적인 보컬을 좀 더 만끽할 수 있었다.






보니양의 다양한 표정들~ 사실 더 다양하고 역동적인 동작과 표정들도 많았는데, 워낙에 역동적(!)이다보니 어두운 실내에서 플래쉬없이 포착해내기가 역부족 ㅎ 뭐, 이런건 공연장에 직접 오신 분들 만 만끽할 수 있는 특권으로 남겨두는 것이 더 예의일듯!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이번 콘서트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으로 꼽기도 했던 어쿠스틱 타임. '남자의 자격' 오디션 때 불러서 화제가 되었던 T의 '시간이 흐른 뒤'를 비롯해, 여기가 소녀시대 공연장인지 보니의 공연장인지 1초 정도 착각하게 만들었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때창이 가능했던 'Gee'는 함께 부르면서도 스스로 웃기기도 했던 장면이었으며, 코린 베일리 래의 'Like a Star'는 평소에도 너무 좋아하는 곡이었는데, 보니의 목소리로 들으니 또 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보니라는 아티스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바로 이런 보컬적인 측면 때문이었기 때문에, 이런 매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던 어쿠스틱 타임이 가장 마음에 들 수 밖에는 없었다. 그 어떤 곡들보다 보니와 그녀의 목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순간.





역시 '남자의 자격'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던 개그우먼 신보라 씨가 게스트로 출연해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열창했는데, 이 곡 역시 평소 좋아했던 곡이라 함께 따라부르며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참고로 이 날 공연장에는 윤형빈, 정경미 커플과 서두원 씨를 비롯해 남격 멤버들을 만나볼 수 있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의 곡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너를 보내도'가 드디어 등장! ㅠㅠ 결정적으로 보니라는 아티스트를 각인시킨 곡이 바로 이 곡이었는데, 아주 충실한 R&B곡이자 익숙하지만 세련된 진행 그리고 보컬의 스킬을 잘 나타내면서도 과하지 않은 애드립이 아주 적절한 곡으로서 'Nu One'에서 단연 돋보이는 곡이라 할 수 있겠다. 후렴구에 애드립 부분은 결코 쉽지 않은 부분이라 라이브에서는 어떻게 소화해낼지 기대가 되었었는데, 마치 음반을 듣는 것과 거의 흡사한 가창을 보여줘서, '아, 이래서 다들 노래 잘한다, 잘한다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 했다 (그 '보내려 해도~ 부터 시작하는 그 부분의 애드립말이다;;). 이 곡을 라이브로 들은 것만으로도 보람있었던 이 날의 공연!

그리고 앵콜 없는 마지막 곡으로는 앞으로 선보일 새로운 싱글 'Jane Doe' 였는데, '너를 보내도'와는 또 다른 감성의 곡이었다.

그렇게 보니의 첫 번째 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지금까지의 활동보다 앞으로가 훨씬 기대되는 보니의 음악! 이번 콘서트를 통해 이런 기대가 더욱 커졌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Kero One _ Kinetic World
질감이 느껴지는 비트


케로원 (Kero One)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한참 언더그라운드 힙합, 인스트루멘탈, 재즈 힙합에 관심이 많아 Madlib이나 Nujabes의 음반을 구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을 때였다. 아마도 처음 케로원의 음악을 들었던 이들이라면 그의 국적은 오히려 나중에 알게 되어 인식하게 된 경우가 많았을텐데, 나 역시 조금 나중에야 그가 한국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음악에 있어서 국적이라는 것이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특히나 케로원의 경우처럼 사실상 가요의 영역에 한 번도 속하지 않은 뮤지션이라면 더욱) 어쨋든 본토의 힙합과 전혀 공기가 다르지 않은 비트에 살짝 놀랐던 적이 있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케로원의 음악은 그냥 본토의 힙합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에게 '한국계'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 조차 그의 음악에 또 다른 선입견을 주는 것이 아닐가 싶기도 하다. 

그의 데뷔작 'Windmills of The Soul'은 당시 즐겨듣던 다른 유명 뮤지션들의 음반과 비교해도 크게 감흥이 떨어지지 않는 괜찮은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재즈힙합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따듯함과 아날로그의 공기가 느껴졌으며, 역시 랩핑이나 피처링보다는 비트가 더욱 돋보이는 앨범이었다.




그리고나서는 한 동안 케로원의 음악을 잊고 지냈었는데, Nujabes가 떠난 올해 그의 새 앨범 'Kinetic World'를 만나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피처링한 것으로 더 화제가 되고 있는데, 에픽하이의 최근 앨범을 리뷰하면서 Nujabes를 언급했던 것처럼,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런 음악적 교류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사실 앨범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가장 많이 좌우하는 순간은 처음 CD를 플레이어에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을 때 흘러나오는 그 첫 경험의 순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Kinetic World를 플레이어에 넣고 처음 흘러나오는 'Let Me Clarify'를 들었을 때 저절로 '와!'하는 짧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처음 재즈힙합을 듣게 되었던 그 때보다는 훨씬 경쾌해진 분위기였지만, 심플하면서도 따듯한 '그 느낌'이 단번에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느낌은 앨범 전반에 걸쳐 드리워져 있어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다. 앨범과 동명 타이틀곡인 'Kinetic World'는 후렴구의 브라스 사운드가 인상적인 곡이다. 요 몇년 사이 들었던 힙합 곡 가운데 인상적인 곡에는 거의 모두 브라스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다는 기억을 되짚어 볼 때, 이번 케로원이 사용한 브라스 파트도 매우 적절하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따듯함 하면 이 곡을 떠올려야 할 것 같은데 바로 'On Bended Knee'이다. 재즈 기타의 선율은 '따.듯.함' 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절로 그루브를 타게 하는 (담 넘는 듯한) 이 잘게 나눈 비트는 세련됨을 더한다. 언제 어떤 기분에서 들어도 청자를 위로해줄 그런 곡이 아닐까.




'My Devotion'은 일렉트로닉한 감성을 엿볼 수 있는 곡이다. 이 곡 역시 기타리프가 곡을 이끌고 있는데, 기존 케로원 하면 떠오르던 따듯함은 조금 사라진 느낌이지만, 새로운 케로원을 만나게 된다는 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곡이라 하겠다. 'Missing You'는 간결한 피아노 선율과 역시 간결한 드럼 비트가 인상적이며, 'Time Moves Slowly'는 케로원의 곡이라기 보다는 좀 더 대중적인 힙합 뮤지션의 앨범 그 어디에선가 들어봤음직한 인상을 풍긴다. 왜 힙합 앨범을 여럿 들어본 이들이라면 쉽게 알 수 있지만, 5~9번쯤 사이에 이런 분위기의 꼭 한 곡이 수록되곤 한다 ㅎ 

'Asian Kids'는 굉장히 의식적으로 만든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목부터가!) 타블로를 비롯해 케로원 처럼 한국계 미국인 힙합 아티스트들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곡이다. 한 가지 이랬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 있었다면, 어차피 'Asian Kids'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곡이었다면 전체는 아니더라도 우리말로 된 플로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The Fast Life'는 아날로그한 느낌의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끈적한 여성 보컬과 어우러져 있는 곡인데, 확실히 이 곡은 미래적이라기 보단, 미래적인 느낌을 주려고 했음에도 결국은 아날로그로 회귀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신디사이저를 사용해도 아날로그를 살려내는 것이 케로원의 장점이 아닐까. 




한국판에는 11곡 외에 'Goodbye Forever'의 리믹스 곡이 보너스트랙으로 수록되었는데, 전작을 인상 깊게 들은 팬이라면 좀 더 특별했을 보너스 트랙이 아니었나 싶다. 

마치 앨범 커버의 그 따듯한 질감과 색감처럼 전체적으로 따듯함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케로원의 음악을 만나볼 수 있는 앨범이었다. 해설지에 있는 것처럼 확실히 기존 앨범들보다는 보컬이 추가된 부분이 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다시 금 예전의 재즈힙합의 전성기를 떠올릴 수 있도록 인스트루멘탈로만 꽉 차여진 케로원의 새 앨범도 기대해본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2009 서태지밴드 라이브 투어 - The Mobius
공연장과 극장에서의 감동을 라이브 앨범에서도


지난해 팬들을 몹시도 두근거리게 그리고 감동스럽게 했던 서태지밴드의 라이브 투어 '뫼비우스 (The Mobius)'의 라이브 앨범이 드디어 발매되었다. 참고로 이 공연은 올해 서태지 M관을 통해 극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공연장에서는 못보고 극장에서나마 즐겨보았던 라이브라 이번 출시된 라이브앨범에도 기대가 많았다. 총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라이브앨범은 일단 패키지부터 약간 큰 사이즈로 속에는 주황색으로 디자인된 케이스가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뭐 소장하는 측면에서는 다른 사이즈의 패키지가 살짝 부담스러운 것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좀 더 유니크한 컬렉션이 될 수 있겠다.






극장 상영분과 비교해보자면 '널 지우려해' 'Human Dream' 'Free Style' 등 몇 곡이 더 추가되었으며 (추가되었다기보단 극장상영에서 제외되었다는 편이 맞겠다), 두 장의 CD에 총 24곡이 가득 담겨있다. 이번 뫼비우스 라이브는 지난 라이브들 보다 비교적 태지의 멘트가 더 적극적이었던 공연이 아니었나 생각되는데, 라이브 앨범에서도 이런 멘트를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다 (팬들은 아마 이런 멘트를 더 좋아할테지만 (ㅋ), 라이브 앨범의 특성상 아무래도 멘트 부분은 좀 제외되거나 페이드 아웃되는 방식으로 삽입되었다).





극장에서 볼 때도 그랬었지만 이번 뫼비우스 공연은 유난히 (태지의 공연이 언제부턴가 즐거움보다 감동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가슴 한 편이 아려오는 공연이었다. 특히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곡들은 아이들과 함께한 추억을 더 떠올리게 했는데, 오랜만에 만난 '널 지우려해'나 이미 지난 웜홀 공연을 통해 레전드 곡임을 새삼 입증한 '내 맘이야' 같은 곡도 그랬고, Rock과 함께한 '슬픈 아픔'도 그러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도 가장 뭉클하게 했던 것은 앵콜 곡으로 불렀던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였다. 곡 자체가 찡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예전에는 가사에 공감하지 못했다면 (그저 좋았다면), 이제는 정말 가사 하나하나를 가슴 깊이 공감하게 되는 추억이 생긴 것만 같아 기쁜 동시에 짠해졌다. '너희들과 함께한, 시간 속에서'라는 가사가 어찌나 와닿던지.







정규 앨범과는 다르게 라이브 앨범은 확실히 팬서비스의 성향이 강한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연주가 주가 된 앨범은 다른 경우라 하겠다). 서두에서 이야기했듯이 이번 서태지밴드의 라이브 앨범 역시 공연장과 극장에서 뫼비우스 투어를 함께 했던 혹은 그렇지 못했던 팬들을 위한 또 하나의 선물이라 볼 수 있겠다. 태지 팬이라 그래서 행복하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공연장에서 그리고 극장에서도, 라이브 앨범으로도 만나볼 수 있으니 말이다. 자, 이제 블루레이 출시만을 고대해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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