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2007)

이명세 감독은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감독가운데 둘째 가라면 서러울 스타일리스트이다.
전작 <형사>가 많은 이들에게 외면 당하면서도 한 편에선 극찬을 받았던 것도 바로
그 '영상미' 때문이었다.

사실 <형사>는 나도 적잖이 당황스런 시츄에이션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하지원과 강동원이 펼치는 달밤의 결투씬은 그야말로 이명세만이 만들 수 있는
미쟝센이었다. <M>을 처음 보는 순간 바로 그 장면을 떠올리게 되었다.
하지원과 강동원이 서로 담벼락에 드리워진 어둠 속에 몸을 숨겼다 나타냈다 하면서
펼쳤던 바로 그 액션 장면.

그 장면에서 빛과 그림자의 대한 활용방법을 맛뵈기로 보여주었다면
이 영화 <M>은 본격적으로 빛과 그림자의 효과를 극대화시킨 영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커피빈 로케이션의 조명은 정말로 최고로 마음에 들었다. 이 장면을 처음으로 보았을 때
<블레이드 러너>에서 데커드가 걷던 비오는 거리 장면이 바로 떠올랐는데, 그 이유는 비가 세차게 내리 듯,
콘트라스트와 음영이 강조된, 햇살이 비추는 효과가 그 만큼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매우 어두운 분위기로 진행이된다.
일단 조명이 매우 어둡게 진행되며 밤과 낮, 안과 밖의 경계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외곡되어진(혹은 오히려 강조된) 빛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거울(Mirror)을 자주 이용하여 화면 속에서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는 동시에
분할의 효과를 가져다주어 만화적인 느낌과 동시에 페이드 아웃과 인이 용이해지는 효과를 내고 있다.

그리고 영화에 계속 등장하는 골목들과 성냥갑 같은 소품들은 이 영화를 단순한 멜로가 아니라
(이 영화는 본질적으로 분명 멜로 드라마이다)좀 더 미스테리하고 신비스런 분위기를 내는데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모나리자'미용실은 둘째 치더라도, 루팡이라는 바(Bar)는, 아니 그 간판이 있는 골목만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마치 줄리 런던의 'Cry Me a River'를 떠올리게 하는 정훈희의 '안개'를 비롯하여 적재적소에 스타일을 더해준 각 종 장르의 음악들도 매우 효과적이었다.
나중에 엔딩 크래딧을 보다보니 역시나 조승우씨의 영화음악!



(나중에 DVD가 출시된다면 꼭 저 루팡(Lupin) 성냥갑을 포함한 한정판으로 발매해주길!)

이 영화가 이명세 감독의 팬들뿐만 아니라 전 대중에게 관심을 받게 된 이유는, 누가 뭐랄 것도 없이
강동원의 캐스팅 때문.
<형사>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명세 감독과 강동원은 <M>에서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게 되는데,
이 영화는 대사도 대사지만(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화면 가득 대사를 나열해 줄 정도로 대사의 중요성도 상당하다) 미장센으로 말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강동원은 기존의 신비스럽고 고급스런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와서
더욱 효과적으로 소비하고 있고(효과적으로 소비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오버스런 대사처리라던가(극중에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등의 연기도 보여주는데,
조금 확신할 수 없는 건, 극중 '민우'의 어설픈 발성과 대사처리가 강동원의 연기부족 탓인지
캐릭터의 성격인지 완벽하게 이해할 수가 없다는 점(이 점은 이연희가 맡은 '미미' 캐릭터도 마찬가지).

분명 <M>은 평범한 스타일의 영화는 아니기 때문에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연기 스타일또한 정형화된것이 아니여서
뭐 어느 정도는 그럭저럭으로 남겨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영화에서 밝고 환하게 표현된 시퀀스는 바로 미미와 관련된 추억씬. 모나리자 미장원 씬 뿐이다)

'미스테리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지만, <M>은 본질적으로 '멜로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세 감독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적인 영화들과는 다른 보는 방식으로 풀어냈을 뿐
민우가 첫사랑인 미미를 찾아가는 멜로드라마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감독이 더 말하고 싶었던 중요한 것은 바로 꿈(夢 Mong)의 관한 이야기이다.
첫사랑과 추억에 관한 민우의 꿈의 관한 이야기이며, 꿈과 현실의 경계라는 것에 대해 모호함을 남겨둔
작품이기도 하다(꿈속에서만 존재하는 루팡의 성냥갑이 실제 민우의 서랍속에 존재하는 것과 미미의 머리카락 또한 그러한 것이 그 이유).

꿈.

첫사랑.

그리고 빛과 그림자.

이명세 감독이 만들어낸 강동원 주연의 <M>은 황홀한 미장센만큼이나
개인적으론 그의 영화를 보고는 처음으로 여운이 깊게 남은 작품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와 이어져있는 이명세 감독의 전작인 <첫사랑>을 찾아 봐야 할 것 같다.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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