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류승완 감독 인터뷰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들어가며...


최근에 본 영화 '베를린' 리뷰 말미에 다시 한 번 류승완 감독님과 인터뷰를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었는데, 진짜로 감독님 측에서 연락이 왔고, 지난 2월 12일(화) 외유내강 사무실을 방문하여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감독님과는 지난 2008년 (벌써 5년 전;;;) '다찌마와 리' 극장판 개봉시 역시 외유내강 사무실에서 긴 시간 인터뷰를 나눴던 것이 인연이 되었는데, 먼저 당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었는지까지 기억하고 계셔서 놀랐다.



그렇게 '오랜만이에요'라는 인사말로 시작한 인터뷰는, 기대한 만큼 좋았던 동시에 최근 세간에서 논란 아닌 논란이 되고 있는 표절 의혹에 대한 이야기도 집중적으로 나눌 수 있었다. 사실 본래 이 인터뷰 글의 제목은 단순하게 '류승완 감독님 인터뷰했어요~' 아니면 '베를린, 류승완 그리고 의혹에 대해' 정도였는데, 결국 최종 선택한 제목은 씁쓸하지만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였다.



'베를린'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아쉬타카 : 인터뷰 준비를 위해 주말에 베를린을 한 번 더 보고, 가급적 새로운 질문을 해보려고 다른 인터뷰들도 많이 읽어보았다.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영화라는 것에 대한 피로감 혹은 부담감이었다.


류승완 : 제작비 때문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해외 로케이션, 여러 명의 스타들이 출연, 처음 해보는 장르, '부당거래' 이후 다시 액션 영화를 하는데 뭔가 다르게 해야 한다는 압박 등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게 맞겠다.
하지만 역시 많은 제작비의 영화라는 점이 큰 부담이었다는 건 사실인 것 같다. 막말로 이 영화가 안되면 실업자 되는 것은 아닌가 싶은... '다찌마와 리' 이후 겪었던 그 공포를 떠올려보자면.. ㅎㅎ


아쉬타카 : 많은 인터뷰의 말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영화라는 것에 대해 잘 모르겠다'라는 식의 답변들이 많더라. 팬으로서는 조금 안쓰럽기까지 한 부분이었다.


류승완 : 정말로 하면 할 수록 영화라는 것에 대해 잘 모르겠더라. '베를린'을 보고 난 반응 중에 가장 많은 것이 '본'시리즈에 관한 것들인데, 이 영화가 '본'의 영향력 안에 있는 영화라는 점은 분명한 점이다. 하지만 우리 나름대로는 최대한 '본'과 다르게 보이기 위해 애를 썼다. 흔한 예로 핸드 헬드를 쓰면 훨씬 더 거칠고 현실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쓰지 않았고, 액션의 합구성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마지막 액션의 구성은 '본'이나 '007'에서 나오는 스타일이 아니라 정두홍과 내가 하는 방식으로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많은 관객들이 '본'과 비슷하게 보셨다면 그건 관객의 몫이니 틀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쉬타카 : '본' 시리즈나 다른 유사하다고 언급되는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는 후에 다시 하기로 하고, 다른 가벼운 질문 먼저 해보려고 한다. 윤종빈 감독과 이경미 감독도 등장하는데 류승완 영화라면 빠질 수 없는 김수현과 안길강이 안보이더라!


류승완 : 내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 말씀을 하시더라. 스스로 변화를 주고자 했던 점이 작용했던 것 같다. 또 워낙에 외국 배우들도 많이 나오다보니 틈이 없더라 ㅎㅎ 승범이도 촬영장에서 둘이 없으니 뭔가 이상하다라고도 하더라 ㅎㅎ 뭔가 이전의 방식과는 다르게 해보고자 하는 것이 강했던 것 같다.


아쉬타카 : 그럼 처음부터 이번 작품은 무언가 기존과는 다르게 해보자라는 취지나 의지가 깊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을까?


류승완 : 뭐가 먼저였다라고 정확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캐스팅 작업이 시작되면서부터 조금씩 이런 무의식 등이 반영된 듯 하다. 뭔가 너무 익숙한 방식 아닌가? 계속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 등의 압박이 어느 정도 작용한 건 맞는 얘기라고 할 수 있겠다.


아쉬타카 : 예전에 주진우 기자와 함께했던 MBC '간첩'도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면 '베를린'의 시작은 이 때 부터라고 볼 수 있을까?



류승완 : 그 때는 이미 '베를린'이라는 프로젝트가 시작된 다음이었다는 걸 최근에야 재차 확인했다. '간첩'을 보면 내용 가운데 '베를린'의 이야기가 언급되고 있기도 하고. '베를린'을 준비하는 취재의 과정과 맞아 떨어진 프로젝트라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실제로 '베를린'에 큰 도움을 주었던 분들은 '간첩'에는 공개되지 않은 분들이다. 더 자세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카메라를 꺼놓고 만났을 정도로 실제로 정보국 활동을 하셨던 분들, 실제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던 분들의 이야기들이 '베를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쉬타카 : 북한정보원이 주인공이라는 점 등으로 베를린으로 설정했다고 어느 정도 볼 수는 있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특별히 '베를린'이어야만 하는 부분은 비교적 적은 편인 것 같다. 왜 스파이 영화에 또 다른 주인공은 로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베를린'에서는 베를린이라는 장소의 특성과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로케이션 촬영에서 아쉬운 점은 없었나?


류승완 : 그 부분은 크게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베를린으로 향한 첫 번째 이유는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상징성이 중요했던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의 근 현대사에서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츠담 회담, 동백림 사건, 송도율 교수, 신상옥, 최은희 부부 납치 사건 등..


실제로 최근 무기거래 등은 모로코나 중동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편이라고는 하는데, 아직도 굵직한 무기거래 등은 베를린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여러가지 이유 중에 가장 나를 자극시켰던 부분은 역시 베를린 북한대사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북한대사관이 베를린에 있는데, 이 곳에서는 촬영이 불가능하다보니 이런 점들은 아쉬웠다. 내가 꼭 찍고 싶었던 장소는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이었는데,  이 곳은 촬영 자체가 불가능한 곳이었다.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팀도 촬영 허가가 나지 않았는데 우리가 뭐라고 가능하겠나 ㅎㅎ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이야기를 서울에서는 찍을 수 없는 것 아닌가, 왜 베를린이었나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이런 여러한 점들이 작용했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베를린'은 스파이 영화가 아니라 스파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의 영화다



아쉬타카 : 다른 분들은 대부분 '본'을 이야기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 더 나아가 장철 영화 같은 쇼브라더스 시절의 무협영화의 정서가 떠올랐다. 감독님이 어떤 영화들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스파이 영화 특유의 설정이나 분위기 보다는 이와 같은 정서가 더 강하게 전달되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와 관련해서 리뷰에 '류승완의 본능적인 느와르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류승완 : 오히려 '정전자'하고 비슷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다른 인터뷰에서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이 영화의 시작은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에드 몽 당테스에게 누명이 씌워지는 과정을 보면, 그가 나폴레옹의 스파이라는 누명으로 시작된다. 영향 받은 부분이라면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 가장 컸다고 할 수 있겠다. 아쉬타카 님은 잘 아시겠지만 나는 어떤 감독이나 작품에 영향을 받았다면 그 부분을 더 말하지 못해 안달난 사람이 아닌가 ㅎ


아쉬타카 : 아무래도 각자 개인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본인이 영향받는 작품이나 범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 마련일텐데, 개인적으로는 '영웅본색' 등의 느와르 영화의 정서가 깊게 느껴졌기 때문에 반대로 스파이 영화로서의 세밀함은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스파이 영화로서 평가하거나, 스파이 영화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조금 아쉬움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





류승완 : 이 영화는 스파이 영화라기 보다는 스파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이들의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스파이 영화라면 '무간도'가 스파이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간첩 행위가 주가 되는. '베를린'은 그래서 카피도 액션영화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요 몇년간 진짜 스파이 영화라면 아마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밖에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진짜 스파이들 세계에서 액션이 벌어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정보전이 주가 될테니.


결국 '베를린'은 스파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다. 개인간의 갈등, 관계의 문제가 더 중요했었고. 이를 바탕으로 김정일 사후의 평양의 정세가 어떻게 바뀌는가, 김정남 편을 들었던 군부의 세력이 어떻게 움직이는가 등 이런 상황 속에서 정치적으로 몰린 사람 혹은 세력들이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해외 공관의 끈을 놓치 않고 장악하려고 하는 가운데, 시스템이 어떻게 개인을 파멸시키는가에 집중을 한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두 번이나 영화를 본 분이 아쉽다고 하면 할말이 없다 ㅎ


아쉬타카 : 아 ㅎㅎ 하지만 지금 대답에서 정확한 답변을 들었다. 기존에 얼핏 듣기로는 '베를린'을 하면서 스파이 영화를 하고 싶어서 만들었다 라는 식의 이야기를 들었었기 때문에 저런 아쉬움을 느꼈던 것이었는데, 지급 답변처럼 '스파이가 직업인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전혀 다른 시각과 잣대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류승완 : 내가 본질적으로 관심이 있었던 건 스파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아쉬타카 : 스파이에 대한 영화와 스파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답변을 듣고는 많은 부분이 명쾌해진 느낌이다.



인상 깊었던 두 개의 대사




이 영화를 통틀어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사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극중 표종성이 언급하고 있는 '우리는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시를 따르는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부분이었다. 이 대사가 두 번 정도 반복적으로 언급된 걸 봐서, 결국 이 영화는 결정권이 없거나 결정을 고민할 필요조차 없었던 이가 스스로 결정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도 단호하게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던 사람이 지속적으로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고, 결국엔 이념적인 선택까지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나. 그래서 그 첫 번째 익숙치 않은 결정들로 인해 겪게 되는 상실이나 고통 등을 다루고자 한 것이 느껴졌다.


류승완 : 맞다. 우리는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시를 따르는 사람이라던지, 우리는 가난해도 당당하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라던지, 이런 대사들은 실제 북한사람들을 취재할 때 나왔던 말들이다. 북한이라는 시스템은 종교적인 시스템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유일하게 비교할 만한 모델이라면 바티칸 밖에는 없을 정도로), 이런 시스템 가운데 교육받고 성장한 이들이라는 전제라면 시스템을 벗어난 개인의 자의적 결정이라는 점은 이야기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아쉬타카 : 두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대사는 전혀 의외의 것이었는데, 후반부 목숨을 잃어가는 련정희를 만난 정진수가 '고향이 어디에요?'라고 묻는 대사였다. 이전까지는 전혀 남북의 이념적이거나 분단 상황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 대사 한 방으로 이전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독특한 정서가 불현듯 올라왔다. 혹시 어느 정도 포인트를 준 대사였나?


류승완 : 그 대사는 한석규 선배의 즉흥연기였다. 의식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 계속 깨우려는 설정이긴 한데, 이에 앞선 대사 중에 '너들하고 우리하고 요즘 쓰는 말이 다르데'라는 것에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고향이 어디에요?'라는 대사는 개인적으로 정말 중요한 대사라고 생각한다.


한석규 선배가 '베를린' 시나리오를 받고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해외를 배경으로 하면서 남북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점이었다. 한석규 선배는 개인적으로 남북을 소재로한 이야기에 관심이 큰데, 이건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렇다. 냉전이 끝난 21세기에 아직도 냉전 중인 나라는 우리 밖에 없지 않은가. 이런 이야기들이 오히려 활발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쉬타카 : 액션에 있어서는 다 소진된 상태에서 벌이는 처절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너무 제이슨 본 같은 전문가 액션만 있었다면 오히려 류승완 스럽지 않아서 조금 심심했을 텐데, 역시나 클래이맥스에서는 최고 전문가인 두 주인공이 그 기술에 근거하되 이미 본능만 남은 상태에서 벌이는, 육체적인 액션이 인상적이었다. 고통과 피로함이 느껴져서.


류승완 : 그런 점을 봐주어서 고맙다. 액션이 주가 된 영화이기 때문에 클래이맥스의 액션 시퀀스는 특별히 많은 신경을 썼다. 권총을 둔기로 사용하는 것도 그 아이디어에 도달하기 위해 정두홍 감독과 엄청난 노력과 고민 끝에 나온 장면이다. 이런 방식으로 권총을 사용하는 경우는 다른 영화에는 거의 없지 않나? 그러고보니 '다찌마와 리'에 잠깐 나오긴 했었지만 ㅎㅎ





아쉬타카 : <베를린>은 류승완 영화 최초의 멜로 드라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극중 표종성과 련정희의 관계에는 여러가지 다른 요소들이 있지만 그 중심에는 분명 애틋한 로맨스가 느껴졌다. 다시 말하자면 다음 작품에도 로맨스적인 요소를 가미해도 이 정도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의 관계를 묘사하는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어떤 점인가?


류승완 : 나도 모르게 그렇게 갔던 것 같다. 처음에는 냉혹한 인물과 관계들을 생각했었는데, 언제 부턴가 나도 모르게 로맨스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소설 '차일드 44'와의 표절 논란에 대하여



아쉬타카 : 조심스럽지만 팬의 입장에서 최근 굵어진 표절논란에 대해 여쭈어보겠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이 부분이 가장 큰 부담이기도 했는데, 일단 몇몇 설정은 장르의 클리셰로 보기엔 너무 디테일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생각된다. 아내를 의심하고, 광장과 지하철 역에서 추격하고 하는 것 등을 비롯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여러가지 중에 거의 대부분은 충분히 클리셰로 인정할 수 있고, 스탈린의 유명한 잠언을 사용한 것이나 인간이 가장 나약해지는 시간을 언급한 것도 어느 한 작품만의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니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련정희의 속옷과 관련된 장면이나 동전으로 표현된 아이템이나, 련정희가 임신을 했었다는 디테일한 설정은 의문을 재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차일드 44'와의 디테일한 유사점과 장르의 클리셰까지 표절로 여기는 분위기까지 더해져 결론적으로 표절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것 같다.


류승완 : 이 질문을 해주어서 고맙다. 일단 사실관계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차일드 44'를 재미있게 읽었고 주변에도 보라고 적극적으로 권장을 했던 소설이다. 그리고 이 문제를 최초로 제기하신 분이나 이 소설을 번역하신 분이 제기하신 의혹도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표절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분명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차일드 44'와 관련된 의혹들 중에 '그러면 왜 영향받았다는 얘기 중에 진작 이 작품을 보았다고 얘기하지 않았냐' 라는 질문을 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이 작품에 영향을 끼친 50권이 넘는 소설 들을 모두 이야기해야만 하는 지에 대한 물음이 생긴다. 의도적으로 '차일드 44'만 뺐다가 이제서야 뒤늦게 이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니라는 대답밖에는 할 수가 없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차일드 44'는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고 리들리 스콧이 영화화 할 예정이라는 것도 '베를린' 제작 전부터 알고 있었다.


차일드 44와의 유사점 부분에 대해 이렇게 부분 캡쳐로 비교를 해서 표절로 몰아가면 억울한 부분이 있다. 본래는 이 취재파일과 취재 과정 중에 얻은 실제 인물들의 녹취 기록 등을 기자들에게 다 공개를 하려다가 이미 몇몇 함정 인터뷰도 있었고해서 차라리 여과없이 전달해주실 아쉬타카님 같은 분에게 공개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뷰를 요청한 점도 있다.


(이후 제가 개인적으로 의혹을 갖고 있던 부분들을 비롯해, 세간에서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부분들을 설명해줄 많은 양의 취재 자료 들과 녹취 자료등을 직접 보고 듣는 확인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부분이 있기도 하다. 왜냐하면 실제로 KGB 교육이 구동독에서 러시아로 넘어갔고, 북한 정보원들이 받은 교육과 동일한 것이기 때문에 비슷할 수 밖에는 없다. 모방이라고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모방과 표절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부분 캡쳐만 해 놓으면 내가 봐도 비슷하더라. 그렇기 때문에 의혹이 있는 것 자체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논란에 휘말려 보니까 알겠더라. 사실관계를 입증하려 자료 등을 공개하려고 보니 이미 어떤 식으로 이야기해도 변명 밖에는 되지 않는 상황이라 가만히 있는 것 뿐이다. 이걸 적극적으로 해명하기 보다는 같이 일한 사람, 믿어줬으면 하는 사람들만이라도 알아주면 그것으로 괜찮다라는 생각이다. 이미 당사자인 내 입으로 얘기하는 것은 명백한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직접 보고 들으신 분들이 전해주시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의혹을 제기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직접 보여드리고 들려드리고 싶다.



아쉬타카 : 마지막으로 <베를린>이라는 작품은 좋은 면이든 그렇지 않은 측면이든 감독님에게 어떤 전환점이 될 작품이라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감독님에게 <베를린>이란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


류승완 : 8번째 장편 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장르 영화를 한다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쉬타카 : 개인적으로는 의혹이 완벽하게 해소되어서 너무 만족스럽고 기쁘기까지 하다. 말은 못했지만 이 인터뷰의 핵심이 이 표절 의혹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질문을 어떻게 하고, 내가 수긍할 만한 대답을 과연 들을 수 있을까 하는 부담 때문에 잠도 못 잤을 정도로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를 겪기도 했었다. 완전히 해소되어서 좋긴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표절로 여기고 있고 완벽하게 해결할 만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 너무 안타깝다.


류승완 : 어쩌겠나. 아쉬타카 님처럼 몇 분이라도 진실을 알아주신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아쉬타카 : 이 광풍이 지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만나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류승완 : 그렇게 하자!



정리하며...


'베를린'을 보고나서 썼던 제 리뷰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차일드 44'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 커뮤니티를 통해 정리된 표절 의혹 부분을 보고서는, 이건 장르의 클리셰라고 하기엔 너무 디테일한 유사점이 발견된다는 판단을 하였고, 이 부분에 대해서 류승완 감독님이 더 명확한 답을 해주길 바란다는 말로 마무리했었습니다. 그 이후 감독님으로부터 인터뷰 제안이 왔고, 제안을 받고서는 저도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냉정히 봤을 때 의혹을 갖기에 충분한 정황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더라도 그 의혹이 명확히 해소될까 하는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내용에도 있듯이 의혹을 갖는 것은 감독 스스로도 내가 봐도 비슷하다고 느낄 정도로 유사점에 대해 의혹을 갖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 많은 양의 취재 자료들과 더 나아가 이 표절 의혹에 대해 하나하나 취재원과 대조하는 녹취 파일을 듣고 나니,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어 의혹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모스크바에서 정보원 활동을 했던 취재원을 다시 만나 표절이라고 의혹을 받고 있는 소설의 부분 등을 재기하며 사실 여부를 일일히 확인하는 녹취 파일 및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진행된 취재 자료들에서는, 개인적으로 클리셰를 넘어서는 디테일한 인용이라고 생각했던 동전 부분에 대한 내용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실제 있는 정보원들 사이에서 유니크하지는 않은 일종의 소품이었고 (정보원 취재 자료에서 사진으로 직접 확인), 이 동전을 속옷에 숨기는 장면 및 련정희가 임신을 했다는 설정 모두 실제 취재원에게서 나온 것이라는 걸 격앙된 북한말투로 이야기하는 취재원 분의 음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녹취는 표절 의혹 이후에 다시 진행된 부분이었는데, 일일히 표절 의혹을 받는 부분들을 거론하며 취재원에게 다시 한 번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만약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내 인생 자체가 표절이라는 얘기냐?'라는 식이었기에 격앙될 수 밖에는 없는 분위기였습니다. 실제로 많은 오인된 의혹들이 그렇듯이, 이 표절 의혹에 휩싸인 감독님을 비롯한 제작진, 취재원들 모두는 억울함이나 실망을 넘어서서 이 영화 만드는 일 자체에 깊은 회의를 느끼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제가 류승완 감독님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고, 취재 자료들과 녹취 자료 등을 통해 표절 의혹이 의혹을 갖는 것은 가능했으나 사실은 아니었음을 두 눈과 귀로 확인했다는 것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감독님과 마찬가지로 저 같이 미약한 영화애호가 한 사람의 확인이 모든 의혹을 해소시키거나, 더 나아가 의혹 해소의 계기가 될 만한 신뢰성을 갖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까지도 이해하고 한계를 인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직접 보고 들었다는 것은 니 말일 뿐이지 않느냐'라고 물었을 때 '보고 들어서 아닌 것을 확인했기에 그렇다고 했을 뿐인데 어떻게 그렇냐고 물으신다면 할 말이 없다'고 밖에는 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저 역시 최소한 제 주변에서 의혹을 갖던 분들이나, 제 블로그 등을 통해 제 글을 읽어주셨던 분들만이라도 이 의혹에 대한 사실을 (진실로 까지 포장할 이유가 없어 사실이라고 씁니다) 저를 담보로라도 믿어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류승완 감독님 힘내세요!




* 마지막 제 의견을 정리한 부분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더 설득 혹은 이해를 도울 수 있을까 싶어서 훨씬 더 많은 내용을 적었었는데, 결국 다 쓰고 보니 구차해진 느낌이 있어서 그냥 간단하게 정리를 하였습니다. 아무쪼록 더 많은 분들이 표절로 낙인찍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혹자는 출판사 측에서 소송을 걸어야 한다고 하는데, 소송 걸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소송하면 100% 출판사가 질 수 밖에는 없어요. 이건 CJ라는 대기업 때문이 아니라 사실관계가 너무 분명히 자료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고 나올 수 있는 반론이라면 '그러면 그 자료를 공개해라' 일텐데, 아마 이 문제가 더 확산되면 공개를 하실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타블로 때도 그렇지만 공개로 과연 해소가 될까요. 또 자료가 조작이네 이럴 텐데요. 현재는 그렇게까지 하면서 영화라는 일을 해야할까 라고 생각하는 상황이라, 저렇게까지 번진다면 그 보다는 영화 라는 일을 접는 편을 선택하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좋아서, 행복해서 하는 일인데, 그렇지 못하면서까지 해야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인터뷰 /정리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오랜만에 잡담으로 인사하는 아쉬타카 입니다 ^^;
다름이 아니라 오랜만에 자랑할 일이 생겨서요;; 티스토리 유저로서 한 번쯤은 소개 되 보고 싶었던 '베스트 블로거 인터뷰'에 아쉬타카의 The Real Folk Blues, 제 블로그가 소개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블로깅'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제 블로그는 물론 그간의 활동들도 조금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고 앞으로의 블로깅에 에너지를 얻은 것 같아, 참 좋은 기회였어요 (그랬구나..)

다 제 블로그를 말없이 방문해주시는 여러분들 덕인 것 같습니다 ^^;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티스토리입니다. 먼저 블로그 인터뷰에 응해주신 아쉬타카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쉬타카님은 어떤 블로거인지 소개 부탁 드리겠습니다.  


먼저 티스토리 베스트 블로거 인터뷰에 주인공으로 선정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메일을 받던 날은 업무로 몹시 지친 날이었는데 메일함을 열어보고는 화들짝 놀랐기도 했어요 ㅎ 질문을 받고 생각해보니 저를 소개해본지 은근히 오래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저는 일단 블로거이구요 (갈수록 '블로거'라는 정체성 자체가 더 의미있는 존재가 되어 가는 것 같아요), 주로 영화와 음반 등에 대한 리뷰 형식의 글들을 포스팅하는데, 최근에는 주로 영화와 블루레이 등의 리뷰가 블로그를 장악하고 있어요. 
                                                                                                 http://www.realfolkblues.co.kr/notice/668



블로그 제목과 아쉬타카라는 닉네임이 특이해서 의미와 탄생 배경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

일단 '아쉬타카' 라는 닉네임을 정확히 언제 처음 쓰기 시작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 이전에 썼던 닉네임들이 아주 촌스러웠던 것에 비하면 '아쉬타카'는 그나마 만족스러운 닉네임이 아닐까 싶어요.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의 주인공인 '아시타카 (ashitaka)'에서 가져오게 되었는데, 그냥 똑같이 '아시타카'라고 쓰면 저만의 정체성을 표현하기도 어렵고 (아주 간단한 예로 검색시 저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기도 하죠 ㅠ), 무언가 심심함을 덜어보고자 그냥 아'쉬'타카라고 했던 것이 어느새 저를 소개하는 또 다른 아이덴티티가 되어버렸네요 ^^;


                   <모노노케 히메>에 등장하는 아시타카에서 100% 가져온 '아쉬타카'.  물론 그림의 오른 쪽


블로그의 제목인 'The Real Folk Blues'는 역시 아시다시피 (모르시면 안되요 ㅠ) 와타나베 신이치로의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의 엔딩 곡의 제목에서 그대로 가져왔어요 (무언가 상당히 오덕스럽네요;;). 이 곡을 워낙에 좋아하기도 하고 가사 한 줄 한 줄이 당시 제 인생과 잘 맞아떨어졌던 부분들도 있고 (무언가 되게 허세스럽네요;;)해서 비교적 긴 영어 제목임에도 불구하고 고수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이 곡을 칸노 요코 내한공연 때 무려 라이브로 들었던 적이 있는데, 참 많은 눈물을 흘렸더랬죠 ㅠㅠ (이쯤되면 오타쿠 이미지를 벗기 힘들 듯 ㅠ)


배우고 싶을 정도로 글솜씨가 뛰어나세요~^^ 지금은 술술 잘 써 내려가시겠지만 처음 블로그라는 장소에서 공개되는 글을 쓴다는 것에 힘든 부분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와 지금의 글 쓰는 아쉬타카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블로그 때문이 아니라 전문 잡지에 기고하기 위해서 였던 것 같아요. DVD가 흥하던 시절 몇몇 잡지에 DVD리뷰를 빙자한 영화와 음반 리뷰를 기고하는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어느샌가 내 가 정성들여 쓴 내 글을 그냥 내 것이 아닌 타 매체에만 보내고 정작 나는 간직하지 못하는게 조금 아쉽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 블로그라는 툴을 선택하게 되었고, 지금은 오히려 반대로 블로그에 쓰기 위한 글이 주가 되었고, 매체나 다른 곳에 기고하는 글은 블로그로 인한 것이 되었죠 ^^;

예전에 썼던 글을 보면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도저히 눈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글들이 아주 많은데, 요새는 오히려 예전 글들을 가끔 일부러 찾아보는 편이에요. '이 때는 이랬었구나' 하며 반성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때는 이런 저런 계산없이 그냥 막 썼구나'라는게 글에서 느껴져서 오히려 풋풋하고 촌스러운게 좋더라구요.
이래저래 글 쓰는 걸 오래하다보니 어느 덧 저도 모르게 계산적으로 쓰게 될 때도 있고, 기한에 맞추느라 반억지로 쓰게 될 때도 있는 등 본연의 '글쓰기'에서 멀어지고 있구나 라는 생각도 들어서, 오히려 예전 글들을 보며 그때의 감성을 확인하는게 도움이 되더라구요. 제 글 쓰는 모습은 그렇게 계속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ㅎ


                   다찌마와리 공식블로그에 참여하게 되면서 만나게 된 류승완 감독님과의 단독 인터뷰!
                                                                                                          http://www.realfolkblues.co.kr/715


그리고 초보 블로거들을 위해 아쉬타카님의 글쓰기 노하우와 깔끔하게 정리 잘 된 블로그 운영에 대한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뭐 누구에게 가르쳐 드릴 만한 수준은 못되지만 그냥 제가 해왔던 방식을 빌려 말씀드리자면, 처음 아주 막막할 때에는 그냥 잘 쓰시는 누군가의 글을 보고 흉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책이나 다른 이가 쓴 글에서 멋진 표현을 발견하면 꼭 기억해 두었다가 적재적소에 써보려고 노력하기도 하구요.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어떤 틀이 생기게 되는데, 여기서 자신의 색깔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도 아직은 이 틀 안에 있는 것 같구요, 무언가 더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글쓰기는 무엇일까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블로그 구성의 경우는 정말로 다른 분들을 많이 참고한 편이에요. 사실 좀 더 여유가 있다면 완전히 처음부터 다 구성을 새롭게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는데, 이게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될 것 같아 그냥 꿈만 꾸고 있죠. 언젠가 한번 완전 뒤집는 리뉴얼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아쉬타카님만의 색깔이 있는 리뷰는 언제나 강렬하게 다가오는데요, 영화 리뷰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무엇인가요?

제 영화 글이 '비평'이 아닌 '리뷰'인 이상 제 주관적인 느낌을 가능하면 많이 또 주저없이 넣으려고 하는 편이 에요. 누군가는 '그게 무슨 영화 글이냐, 그냥 자기 얘기지'라고 할 수도 있는데, '네, 자기 얘기가 맞아요' ㅎ. 저는 영화 리뷰를 쓸 때 분석을 위해서 쓰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제 얘기를 영화에 빗대어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 글에서 그게 느껴지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냥 영화의 이야기를 최대한 활용해서 결국 제 얘기를 하는 거나 다름없거든요. 가끔 심하게 공감하는 영화에 리뷰를 보면 그 때 제가 느꼈던 감정이나 심리 상태를 그대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영화 글에 제 얘기를 듬뿍 담는 편이에요. 그 편이 더 자연스럽고 자신이 있구요. 또한 정답이 없기에 더 자유롭기도 하구요.
그 냥 줄거리를 소개하는 영화 리뷰는 누구나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별로 재미가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 다찌마와 리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류승완 감독님을 3시간 가까이 단독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도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리뷰는 재미가 없고, 관객 한 명 한 명의 자기 얘기가 담긴 글이 영화를 만든 입장에서도 훨씬 소중하다'고요. 저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는 것과 쓰는 것 사이에서...  http://www.realfolkblues.co.kr/1356


소갯글을 보면 영화 선택에 있어 거의 실패하지는 않으신다고 하셨는데요, 아쉬타카님은 어떠한 기준으로 영화를 고르시나요?

이건 사실 실패를 거의 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반대로 어지간해서는 실망하지 않는다는 대인배의 풍모 때문이기도 해요 ㅋ 제가 악평을 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거든요.
다른 분들보다 영화를 보는 데에 있어서 상당히 너그러운 편이구요, 유치한 장면도 '귀엽네'로 받아들이거나, 저게 뭐야 싶은 장면도 '그래 이 정도는 뭐'라고 넘기는 편이거든요. 그리고 뜬금없이 남들 웃을 때 울기도 하고.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그냥 감독과 배우 정도에요. 저는 가능하면 최적의 조건에서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그 흔한 시놉시스도 한 줄 읽어보지 않고 영화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무언가 사전 정보를 알면 알 수록 감상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능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의 상태에서 보려고 하는거죠. 감독과 배우들의 면면을 통해 대략의 신뢰만으로 선택하는 편이에요.



정말 부지런하셔야 가능할 것 같은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고 계세요~ 하나 하기도 어려운데 말이죠 ㅎㅎ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원동력이라고 하자면 그냥 아직까지는 '욕심'인 것 같아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관심있고 하고 싶은 일은 너무 많은데 다 쳐내지 못하고 끌어 앉고 있는게 욕심이죠 ㅎ
그래서 몇 년 전인가는 일부러 '취미정리주간'을 정해서 고심 끝에 몇몇 분야를 떨쳐냈던 기억이 있네요 (그때 떨어져 나간 대표적인 취미 중 하나가 WWE 시청이었다는;;). 요새도 그런 정리기간을 또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해요. 스포츠만 해도 미식축구랑 아이스하키 빼고는 정말 거의 다 챙겨보거든요. 챔피언스리그라도 하는 기간이면 정말 출근하기 힘들어요 ㅋㅋ

아, 피규어 수집을 몇 년 전에 접은 것도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ㅋ 지금까지 해왔다면 아마 ㄷㄷㄷ (상상할 수 없는 가난에 허덕였을 듯 ㅠ)


                               한 때는 프리미어리그 경기 리뷰를 꼬박꼬박 올리던 열정도 있었죠 ㅠ
                                                                                                          http://www.realfolkblues.co.kr/1095


요즘 같은 쌀쌀한 날씨에 잘 어울릴만한 영화 또는 음악 몇 개만 추천해주세요~^^

올해 들었던 앨범 가운데는 희영의 'So Sudden' 앨범이 좋았어요.
멜랑꼴리한 감성이 아직도 깊이 남아있어요 (http://www.realfolkblues.co.kr/1474).
그리고 요즘 같이 바람 살살 불 때는 그냥 바람에 음악과 함께 몸을 실을 수 있는 Nujabes의 앨범도 추천하고 싶어요 (http://www.realfolkblues.co.kr/1226).
그리고 언제 아무때나 들어도 좋은 벨 앤 세바스찬 (Belle and Sebastian)의 앨범들도 이 가을에 듣기 좋을 것 같아요! (http://www.realfolkblues.co.kr/1339).
마지막으로 최근 뒤늦게 듣게 된 'Owl City'의 'All Things Bright and Beautiful' 앨범도 추천합니다~



                                                       비 오는 날이면 반드시 듣는 곡들  http://www.realfolkblues.co.kr/1516


이 가을에 좋은 영화라면 쓸쓸함이 묻어나는 '네버 렛 미고'(http://www.realfolkblues.co.kr/1472)도 좋고, 이제 막 지나간 여름을 추억하며 미야자키 아오이 주연의 '소라닌'(http://www.realfolkblues.co.kr/1358)도 권하고 싶네요. 마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를 보며 지중해의 낭만을 여유롭게 즐기는 것도 이 가을에 누릴 수 있는 사치가 아닐까 싶네요~


'아쉬타카는
 이런 블로거다!' 라고 소개할만한 포스트를 3개만 알려주세요.


첫 번째는 아주 개인적인 이유로 찰리 카우프만의 영화 '시네도키, 뉴욕' 리뷰 글을 소개하고 싶어요. 이 영화는 굉장히 개인적인 세계를 숨기지 않고 끝까지 끌고간 찰리 카우프만의 세계와 몹시 여린(?) 제 개인적 세계가 완전히 맞아 떨어진 작품으로서 지금도 다시 보기 겁나는 작품 중 하나에요. 글도 그냥 막 써내려갔었던 것 같아요.


    ▷ 시네도키, 뉴욕 – 외로운, 위로의 일기 http://www.realfolkblues.co.kr/1181



두 번째로는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에 관한 글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뭐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작품이라 덧붙이지는 않겠습니다 ^^; 좋은 작품에 글이 거들 뿐이죠.

   ▷ 다크나이트 : 히어로물의 역사를 새로 쓰다 #1 – 첫느낌 http://www.realfolkblues.co.kr/696
   ▷ 다크나이트 : 히어로물의 역사를 새로 쓰다 #2 – 세계관과 메시지 http://www.realfolkblues.co.kr/700



세 번째는 '에반게리온 : 파' 리뷰 글을 골라봤어요. 아, 그리고 추가로 지난해 일본 갔을 때 실제(?) 에반게리온을 보고 온 여행기도 추가합니다~ ㅎ


   ▷ 에반게리온 : 파 – 전율의 미완성 http://www.realfolkblues.co.kr/1157
   ▷ 일본여행 : 진짜 에반게리온을 만나다! http://www.realfolkblues.co.kr/1384


처음에 티스토리를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티스토리에 블로그를 꾸려 가게 된 계기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처음 타 서비스에서 개설했던 블로그를 완전히 폐쇄하고 건너온 터라 정확히 언제부터 블로깅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티스토리는 2007년 늦게야 시작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타서비스의 블로그 서비스를 크게 불편없이 사용해 오고 있었는데 결정적으로 제 글의 소유권에 대해 동의 없이 삭제 되고 블라인드 되는 일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서비스를 찾던 중 티스토리에 자리를 잡게 되었죠. 사실 제 수준과 성향에는 딱 중간 지점 정도라고 할 수 있는 티스토리가 잘 맞는 것 같아요. 이제는 제법 오래 사용한 터라 현재의 툴에 익숙해진 상태이지만, 아직도 바쁘다는 핑계로 새롭게 업데이트 되는 기능들을 미처 다 활용 못하고 있는게 아쉽기만 해요 ^^;


티스토리 블로그를 운영하며 생긴 절친한 블로거가 있다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사실 인터뷰를 한다고 했을 때부터 이 질문의 답이 가장 먼저 고민되기도 했었는데요 ㅋ, 사실 제가 블로그를 처음 하던 시절부터 이웃분들과 아주 활발하게 교류도 못하고 있고 (제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것만 겨우 해내고 있죠 ㅠ), 또 예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많은 분들은 지금은 블로그를 안 하시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슬픈 사실 때문에 ㅠ (그래서 다른 인터뷰하신 분들과는 달리 본인 닉네임이 없다고 삐지는 분은 거의 없을 듯도 싶네요 ㅎ)

일단 제가 티스토리로 처음 이사와서 정신 못차리고 있을 때 이런 저런 참고할 만한 좋은 모델이기도 하셨고, 그 이후로 영화 관련한 좋은 기회들로 함께 하면서 오프라인에서도 친분을 이어가게 된 신어지(http://differenttastes.tistory.com/)을 소개 드리고 싶네요. 요새는 일렉기타에 흠뻑 빠지신 것 같은데, 저도 덩달아 먼지 쌓인 일렉을 꺼내고 싶어지곤해요.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블로거 분은 뭐 너무 유명해서 별로 소개가 필요없을 페니웨이™(http://pennyway.net) 이에요.아무래도 관심가가 비슷하고 하다보니 여러 곳에서 자주 뵐 기회가 있었는데, 저는 무엇보다 페니웨이 님의 그 꾸준함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직장인으로서 블로깅을 꾸준히 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해보신 분들은 다 아실텐데, 그 가운데 꾸준함은 물론 깊이 있는 기획글들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존경'스러워요.  앞으로도 그 꾸준함으로 더 큰 일을 내실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이글루스에서 이미 유명하신 잠본이(http://zambony.egloos.com/)은 제 부족한 글에 자주 댓글과 의견 주셔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구요, 즈라더(http://topsy.tistory.com/) 역시, 이 척박한 땅에서 블루레이 리뷰를 꾸준히 포스팅해주시고 계신데 항상 방문만 받는 거 같아 죄송스런 마음이 있어요. 그리고 블로깅에 있어 욕심도 있고 가능성도 무한한 탈렌(http://keepondream.tistory.com/) 까지.



나에게 블로그는 00이다! 000란을 채워주시고 그 이유도 소개해주세요~ 
   

"나에게 블로그는 아쉬타카!"

사실 어디가서 저를 소개하거나 할 때 제 실명이 아닌 ‘아쉬타카’로서 소개하는 경우가 정말 많았던 것, 아니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당연히 아쉬타카 라는 존재를 설명하려면 제 블로그를 빼놓고는 불가능한 일이구요. 이 '아쉬타카'라는 닉네임이 단순히 웹상에서 저를 나타내는 호칭으로서의 의미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의미와 색깔을 담고 있는 정체성으로서 자리잡도록 해준 것이 바로 '블로그'이기 때문이죠. 저에게 있어 이제 블로그는 '아쉬타카', 곧 나를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하지만 전부는 아닌) 존재라고 생각해요.


                          얼굴없는 가수로, 혼자만 좋아하는 이상한 UCC코너도 남몰래 운영중이에요 ㅋ
                                                                                        http://www.realfolkblues.co.kr/1496



많은 질문에 답해주신 아쉬타카님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인사 부탁 드릴게요~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블로거로서 제 자리를 돌이켜 정리해볼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포스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글로 쓰면서 좀 더 명확하게 정리되는 듯한 느낌도 있었구요. 저는 참 좋은 기회이자 시간이었는데, 보시는 분들은 어떠셨는지 모르겠네요 ^^; 너무 평소 블로깅하는 것처럼 한 것 같아서요. 뭐 다 그런거죠 ㅋ 부족한 저의 인터뷰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멋진 가을 즐기세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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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찌마와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이하 다찌마와리)의 공식 블로그에 블로거 자격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남들보다 먼저 영화도 시사회에서 볼 수 있었고, 주연 배우인 임원희 씨와의 인터뷰
시간도 갖을 수 있어서 좋았지만(임원희 씨와의 인터뷰 보기), 가장 좋았던 건 류승완 감독님을 인터뷰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다는 점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감독 가운데 한 명이었고, 그의 작품들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부터 <짝패>에 이르기까지 전부 재미있게 즐긴터라, 이번 신작의 개봉과 더불어
감독님과 직접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는 정말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야 좀 더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관람 뒤로 미뤄왔던 인터뷰 약속이
어제 19일로 드디어 잡혔고, 본래 3명의 블로거 가운데 저를 포함 한 분더 참석하시기로 했던 인터뷰는,
그 분의 급작스런 사정으로 인해 무려 저 혼자 단독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무려 2시간에 걸친 길지만 짧은 시간동안 감독님의 사무실에서 1:1로 편안한 분위기 속에 인터뷰를
마음껏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일시 : 2008.08.19 오후 2시 ~ 4시
장소 : 삼성동 외유내강 사무실
인터뷰어 & 동영상 촬영 : 아쉬타카

(인터뷰 내용 가운데 영화의 내용상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이 영화는 스포일러와는 무관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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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는 기자 시사회에서 한 번 보고, 개봉 뒤에 유료로 일반 관객들과 2번을 더 관람하였다.
  기자 시사회에서는 아무래도 이 영화가 오마주와 인용이 많은 영화이다 보니 이런 부분에서
  많이들 호응을 했다면, 일반 관객들에게는 대중적인 웃음 코드에 더욱 반응했던 것 같다.
  대체적으로는 대중들에게도 웃음을 전달하는 면에서는 성공한 듯도 한데.

== 어디 극장에서 보았는가?

- 문래 CGV에서 보았다.

== 지역마다 반응이 참 다른거 같더라. 신총, 홍대, 코엑스 같은 곳과 외곽지역,
   그리고 지방에 따라 반응도 틀리고, 또 시간대에 따라도 조금씩 틀린것 같더라 (웃음)

- 이 영화의 호불호는 일단 유치해서 재밌다와 유치해서 별로다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구성 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중요 지점은 아무래도 중간에 다찌마와리가 기억을 잃으면서
  시작되는 외팔이 시퀀스가 아닐까 싶다. 사실 이 외팔이 시퀀스에서는 지금까지 해오던 과장된
  문어체 대사를 제외한다면 전혀 코믹함이 없는 설정이라 할 수 있는데,

== 정색을 하지않나

- 정색을 하고서는 완전히 진지한 모드로 돌입하는데, 이전까지 단편 <다찌마와 Lee>에 가까운
  설정과 웃음코드에 박장대소했던 관객들은 이 부분에서 주춤하는 한편, 반대로 칸 영화제용
  포스터에서 풍기는 스타일리쉬한 무협 액션이나, 류승완 영화를 본다고 했을 때 기대하는 바가
  있었던 팬들에게는 오히려 더 흥미로웠던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이렇게 톤이 완전히 바뀌는
  부분은 처음부터 기획되었던 것 같은데.

== 그렇다. 이 영화는 음식으로 따지자면 매우 자극적인 양념으로 이루어진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람들이 말투를 즐기려다가 말뜻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생기면, 관객들이 중반이후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대치가 확실하기 때문에 그 어떤짓을 한다고 해도 그 강도가
    40분 이상을 지속시키기 어려울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눈물, 콧물 다 쏟은 다음에야
    사실상 게임 끝난 것이 아닌가. 그래서 애초부터 생각했던 것이, 이번 장편버전에서는
    다른 방식의 구조 몇 가지가 들어가서 다른 체험을 하게 해야된다는 계산을 했다.
    말투를 쫓으려다가 말뜻을 놓치면 않된다는 이야기를 한 이유도 그런 것인데,
    사람들이 말하길 초반에는 이런 엉터리 외국어 설정들이 신선했는데 나중에는 지치더라 하는
    얘기를 하는데, 근데 이 영화에서 이런 말투는 일종의 이 세계를 관통하고 있는 암묵적인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사투리와 같다고 보면 되겠다. 예를 들어 충청도나 강원도 사투리가 초반에는
    신선하고 재미있겠지만, 후반부에는 이런 신선함과 재미가 떨어질 것 같다고 해서,
    사투리를 쓰던 인물이 후반부에는 표준어를 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워낙에 사람들이
    이런 엉터리 외국어를 재미있게 느끼다보니 뭐 더 재미있는게 없나 하고 기대하게 되지만,
    이것은 어떻게 보면 기본 바탕을 깔아놓은 것 일뿐, 이것 때문에 중반부터 진행되는 이야기의
    동력을 따라가지 못하게 되면 손해라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간장게장 집에 가서 간장에다 밥맛 비벼먹고 오게 되는 것이랄까.
    이렇게만 먹어도 맛은 있지만, 이렇게 되면 게 맛은 못보는거지.
    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정신을 바짝차리고 본 사람들이 극장을 나오며 승리의 깃발을 흔드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중반부에 독비도 시퀀스 같은 경우 완전히 다른 체험을 하길 바랬다.
    그리고 엄밀히 따지면 다찌마와리가 기억을 되찾고 유럽으로 떠난 뒤의 모습 또한 기억을
    잃기 전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독립적인 세계를 다양하게 경험하게 해야만이
    이 영화가 끝까지 힘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이 약속을 받아들이고 쭉 따라가는 사람들은 끝까지 가는 것이지만,
    이건 또 뭐지? 하게 되면 이 게임에서 탈락하게 되는거라고 볼 수 있겠다.

   <다찌마와리>는 생각보다 굉장히 인터렉티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반응하는 사람들이
   수동적일 수록 덜 즐기게되고, 능동적으로 들어갈 수록 많은 요소를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보면
   되겠다.

- 그렇다고해도 후반부에 엉터리 외국어의 질적인 퀄리티가 전반부에 비해서는 많이 약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전반부에는 듣는 것만으로도 신선했던 다양한 어휘들이 계속 튀어나왔다면, 후반부에는
  우리가 이미 흔히 알고 있는 엉터리 외국어들, 즉 일본어의 경우 '~~하무니다' 같은 것을 넘어서는
  대사들이 거의 없어서 너무 전반부에 몰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 그 말도 맞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후반부에 말투 이상의 요소를 넣게 되면 오히려
    추해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관점의 차이겠지만 후반부에는 황금불상을 두고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고 보았던 것이고, 대화는 대화 이상의 의미는 두지 않으려고
    했다. 정신을 바짝차리고 봐야한다는 것은 이런 이유인데, 말투에 집중하다보면 그 인물이 하는
    말의 의도나 그 인물이 갖고 있는 임무나 역할을 모르고 그냥 스윽 지나가기 쉽다.
    사실상 후반부에 등장하는 엉터리 외국어를 하는 이 인물들은 악당이고, 결과적으로 속이려고 했던
    이들이 속고 마는 공식적인 통쾌함으로 가려고 했던 것인데, 말투에만 집중하게 되면 이런
    본래의 이야기에 집중력을 해칠 듯 했고, 감독으로서도 이 외국어 부분에 그다지 중요성을
    두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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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와 같은 맥락으로 공효진씨의 더빙 톤의 경우, 다른 배우들과는 다른 톤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런 공효진씨의 톤을 의도한대로, '아, 외화더빙 톤으로 가는구나'하고 받아들이게 되면
   큰 이질감이 없겠지만, 반대로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상당히 튀고, 오버스럽다라고 여기게 되는
   반응도 상당히 있는 것 같다.


== 그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다. 세 여자 배우에 관한 반응이 관객마다 너무 다른것이 신기하면서도
    재밌더라. 어떤 관객은 마리가 좋았다, 누구는 금연자가 좋았다, 또 누구는 소녀가 좋았다 식으로
    반응이 각기 다른 점이 감독으로서 매우 재미있게 느껴졌다. 다른 영화들도 그렇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극장에서 다 같은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프린트를 볼 뿐이지.
    이 영화의 경우 특히 그런 것 같다. 사실상 극장 밖을 나설때는 각기 다 다른 영화를 보고
    나오는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씀하신것처럼 유치해서 재밌다와 유치해서 재미없다로
    갈리는 것처럼, 그렇다면 어떤 것이 유치하고 어떤 것이 유치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만주 액션이나 스키장 액션 같은 경우 재미있게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뭐 왜 이렇게 기냐 하고 반응하는 사람이 있기도 한데, 좋아한다는 분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좋아하는 지점이 각각 다르다는 점이 감독으로서 가장 흥미로운 점이 아닌가 싶다.


- 이 영화만의 재미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주대사 못지 않게 뒤에서 치는 듯이 작게 들리는
  일종의 부대사를 들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짜부러들다니' 뭐 이런거. 그 유명한 '잘 생겼다'도
  이런식의 부대사였고. 개인적으로는 주대사보다도 이런 부대사의 재미가 더욱 쏠쏠했는데,
  많은 관객들이 이에 앞선 재미에 웃다가 웃음 소리나 다른 주변 환경들에 묻혀 이런 부대사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마저 들더라.
  이런 부대사의 경우 배우들의 애드립의 비중이 상당히 컸을 것 같은데.

== 그렇다. 배우들의 애드립이 컸던 부분이고 시나리오 상에서부터 계획된 것도 있었다.
     이 부대사라는 것이 따져보자면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볼 땐 한국 액션영화에만 있던 전통같은데, 7,80년대 이대근씨가 나오던 액션 영화들을 보면
     이런 경향이 특히 두드러지는것 같다. 영상을 보면 입은 안움직이고 있는데 배 같은데를 맞으면,
    '어허, 이 놈이 복장을 지르네' 뭐 이런 것이 끊임 없이 나온다.
    좀 더 깊게 들어가자면 이런 것들은 당시 영화 환경에 산물이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한국영화의
    녹음 방식은 릴 단위로 한 번에 20분 분량을 단번에 녹음하게 되는, 마치 일본영화
    <웰컴 투 미스터 맥도날드>처럼 배우들이 부스 안에 쭉 늘어서서 대사를 치고 빠지는 이런
    분위기였고, 19분 57초에 누가 실수라도 하면 다시 처음부터 다시 녹음해야되는거였기 때문에,
    뭔가 실수를 하더라도 이를 실수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성우들이 즉흥연기로 채워넣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장면을 보면 분명히 어떤 미세한 폴리 사운드나 이펙트 사운드가 들어가야 하는데, 당시 환경상
    대충 급하게 하다보니까 화면에선 무언가가 계속 이뤄지고 있는데 소리들은 안채워져 있으니까,
    뭔가를 채워넣어야 겠다는 강박관념에 성우들이 그 공간을 채우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진지한 영화들에선 좀 덜하지만, 이를테면 박노식씨가 전라도 사투리를 쓰면서 서민적
    액션영웅으로 등장하는 영화에서 더 자주 찾아볼 수 있었건 것 같다. 이런 것들은 외국영화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오히려 이런 것들이 굉장히 신기하게 느껴졌었다. 배우들도 후시녹음
    자체보다는 이런 방식의 더빙에 더욱 신기하고 재미있게 반응했었고.
    사실 지난 단편에서도 이런 방식은 사용했었지만, 이번 장편에서는 좀 더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
    모든 배우들이 마치 추임새를 넣듯이 활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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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부대사 중 하나이기도 한데, 다찌마와리가 기억을 되찾고 나서 국경살쾡이 일당이 다시
  돌아왔을때, 왕서방 역할의 김병옥 씨가 다찌마와리를 보면서 '독비도!'하고 외친다.
  자막에서는 '외팔이 검객'이라고만 표현되었지만, 이 영화가 오마주를 바치고 있는 장철 감독의
  영화 제목이기도한 '독비도'를 아는 이들에게는 디테일한 재미를 주는 설정이 아니었나 싶다.
  역시 이런 부분은 애드립이기 보다는 의도된 대사 같은데.


== 물론 그런 부분은 직접 디렉팅한 경우라 할 수 있다.


- 이런 부대사가 가장 재미있는 장면 중에 하나는, 후반부에 다마네기가 운전하는 장면에서 길을 막은
  양때들에 짜증을 내며 '디스 램' '오 마이 갓'하며 영어 대사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저의 '오 마이 갓'대사 실연에 감독님이 제법 크게 웃기도 하였음 --v), 기자간담회에서  
  다마네기 역할을 맡은 김수현씨가 리딩 때부터 상당히 많은 준비를 하고 와서 놀랐다는 얘기를
  하신적도 있고, 이 영화에서 김수현 씨의 연기에 대해 한말씀 하신다면.

== 오, 정말 훌륭한 질문이다. 김수현에 연기에 대해선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나는 이 영화를 통틀어서 진정한 승리자는 김수현이라고 생각한다. 안길강 씨와 함께 내가 만든
    모든 극장용 영화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고, 축구로 따지자면 되게 믿음직한 미드필더랄까.
    어떤 상황에서 기용해도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치고 빠져주는 그런 느낌.
    본 리딩 때 김수현씨의 연기에 모든 배우들이 다 경악을 금치 못했을 정도로 엄청나게 준비해온
    것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영화에 수록된 것보다 훨씬 더 한국말처럼 들리는 대사였는데,
    김수현의 말에 맞춰서 대본을 다 바꿨을 정도다.
    뭐 연기력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배우다.

- 개인적으로도 그런 점이 아쉽더라. 배우로서의 역량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점이 아쉽더라.

== 김수현의 최대 약점이 영업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비지니스가 진짜 약하다. 낯도 많이 가리고.
     나랑도 많이 친할 것 같지만 현장에서나 보는 거지, 다른 때는 연락도 잘 안한다.
     사람이 너무 착해서 자기가 뭔가 나서서 하고 이런걸 잘 못한다. 나는 동남아 숀 펜이라고 부르는데
     정말 연기는 나무랄데가 없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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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찌마와리>는 영화 팬의 입장에서 봤을 때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초반 대사관 장면이나, 내부의 배신자가 있다는 설정, 껌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 그리고 오페라 극장앞에서 전구를 깨 바닥에 뿌리는 설정 등 큰 틀에서 봤을 땐
  <미션 임파서블>이 바탕에 깔린 것 같다.
   이미 많이 이야기했던 서극의 <도>를 비롯해, 주성치의 <희극지왕>의 인용도 보이고.
   후반부의 스키장을 배경으로 벌이는 액션 장면은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 4>에 초반 설원
   액션 장면이 떠오르는데(여기서 '아~~~맞어 맞어'하며 감탄사를 내뱉으심), 이런 인용 장면들
   가운데 감독이 애초부터 이 영화를 생각하고 인용한 장면이 있는가 하면, 지금 알게 된
  <폴리스 스토리 4>의 경우처럼 촬영당시에는 몰랐으나 나중에 인터뷰나 리뷰 등을 읽다가
  이런 장면이 이런 영화에 등장했었구나 하고 알게 된 영화들도 있는것 같다.


== <폴리스 스토리 4>도 지금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경우고, 사실 주성치의 <희극지왕>의 경우도
     다른 인터뷰를 통해서 알게 된 경우다. 얘기를 듣고 보니 그런 장면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희극지왕>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정무문' 장면이라 이건
    쇼트들도 다 기억이 나는데, 콧물 장면 같은 경우는 얼핏 그런 장면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은
    드는데 정확히 어떤 장면이었는지는 기억나질 않는다. 그런게 제법 많은 것 같다.
    누군가 말을 해줘서 알게 되는 경우도 있고. 무의식 속에 있던 것들이 의도되지 않게 표출된 것
    같다.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 얘기를 하셨는데, 구조적인 면에서 더 큰 틀로 얘기하자면 아무래도
    007 시리즈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행동들 같은 경우는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
    스타일의 행동을 한달까?  근데 다찌마와리와 이단 헌트는 백만광년쯤 떨어진것 같은데? ㅎㅎ
    이를 테면 <독비도>같은 장면은 대놓고 말을 하니 두말할 필요없을테고, 액션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서극의 <도>에서 가져왔고, 오페라 극장의 세트 디자인 같은 경우는 미술팀과 세트팀에게
    <도쿄 방랑자>를 보여주면서 이런 비현실적인 공간을 요구했었고, 뒤에 큰 시계같은 경우는
    <유로파>같은 영화에서 보여지는 스크린 프로세스 방식의 과장된 것들을 인용하기도 했고.
     뭐 대사들은 예전 한국영화들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 온통 인용으로 점철된
    인덱스 영화 쯤 되겠다.


- 개인적으로는 황보라씨 캐릭터를 더빙한 케로로 성우분의 목소리 연기도 좋지만,
  임원희씨가 인터뷰 중에 이야기하셨던 것도 있고, 또 <보노보노> 톤을 원해서 그런 식으로
  황보라씨에게 대사를 주문했다는 얘기를 듣고는, <보노보노>의 왕 팬으로서
  (여기서 감독님이 직접 보노보노 목소리 연기를 선보이시기도 '포로리야~')
  이런 황보라씨의 더빙을 DVD에서라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는데,
  혹시 계획이 있는지?


== 그럴 생각이긴 하다. 그런데 우울한 현실을 말씀드리자면, 가면 갈수록 DVD를 만들 때 이런저런
     시도를 하기가 굉장히 힘든 것이 사실이다. DVD 시장이 거의 붕괴되다시피 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어차피 다 돈이라 감독이 원하는 만큼 DVD가 나와주기에는 거의 불가능하지 않나
    싶다. DVD를 기획하면서 가장 크게 하고 싶었던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음성 트랙을
    배우들이 더빙한 ADR트랙만 살리고, 그러니까 아무런 배경음악 없이 ADR 트랙만 독립적으로
    담긴 채널을 만들고 싶고, 두 번째 시각적으로는 메뉴 선택에 따라 레터 박스를 치우고 다른
     버전을 담는 것이다. 그 다른 버전이란, 예전 리 반 클리프가 나오는 서부영화들을 TV에서 보면,
     시네마스코프 화면을 억지로 자르다보니 자르고나서도 남은 부분이 있어 압축을 시켜서 방영을
     하곤 했는데, 어린 시절엔 이렇게 인물들이 길쭉하게 외곡되어 나오는 것이 오히려 더욱
    영화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도니 브레스코>DVD 같은 경우도 약간 늘려서 그런 식으로
     출시가 되었던 것 같은데, 선택에 따라 이렇게 옛날 영화 TV방영분 처럼 볼 수 있는 버전을
    하나 만들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현재 한국영화 감독들은 사실 각종 메이킹 영상이나 소스등을
    넣고 싶어하지만, 어차피 그게 다 돈이고, 그냥 오소링이나 잘되서 화질이나 사운드나 잘 나와주면
    감지덕지다 하는 생각들이 퍼져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블루레이 같은 경우는 정말 소수의
    선택받은 영화들 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 생각되고. 이렇게 우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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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레이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혹시 블루레이 유저이신지?


== 아, 아직이다. DVD플레이어도 망가져서 컴퓨터로 보고 있다
    (여기서 컴퓨터란 물론 DVD-ROM입니다;;)


- 지금 말씀하신 분위기로 미뤄보자면 <다찌마와리> 블루레이 출시는 사실상 거의 희박한 것이
  아닐까 싶지만 ('그렇죠'하시며 감독님의 허탈한 큰 웃음 작렬),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나 봉준호 감독의 <괴물>의 경우처럼 해외에서 먼저 블루레이로
  출시되는 경우도 있는데, <다찌마와리>의 경우 해외판권을 이미 칸에서 계약을 한 것으로 아는데,
  혹시 해외에서라도 <다찌마와리> 블루레이를 만나볼 수 있을까?


== 잘 모르겠지만, 구체적인건 판권을 구입한 그 쪽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보면 되겠다.
    배급 판권과 2차 영상물 판권을 별도로 판매한 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시장성 판단에 따라
   해외에서 출시 여부가 판가름 날 것 같다.


-  이번 영화의 경우 성룡 영화처럼 엔딩 크래딧에 NG장면이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재미도 재미지만, 요즘 같아선 영화가 끝날려고 폼만 잡아도 벌써부터 짐을 싸기
   시작하는 관객들을 엔딩 크래딧이 오롯이 끝날 때까지 좌석에 붙들어 놓은 효과도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불러 일으킨 측면이 있는것 같다.


== 이번 무대인사를 다니면서 황당했던 일이, 무대 인사 왔다고 영화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영화를
    끊어버리기도 하고, 사실 이 영화의 마지막엔 호방한 분위기로 '잘 생겼다'하는 마지막 자막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기도 한데 참 당혹스럽더라. 해외 영화제를 다녀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엔딩 크래딧이 다 끝나기전에 극장에서 불을 다 키는 것은 우리나라 밖에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도 빚쟁이 한테 쫓기는 나가는 분위기도 없는 것 같고. 물론 영화가 정말 자기 취향이
     아니었던 경우에 나가는 것이야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 없겠지만, 크래딧이 2,30분씩 걸리는 것도
     아니고 평균 3~4분에 길어야 10분이 안되는 시간인데, 내가 충분히 즐긴 영화라면 마지막에
     타이틀 음악을 한번 주욱 들으면서 머리 속으로 한번 정리해보고 나가는 것이 영화를 즐기는
    방식인데 이를 다 포기하는 것이 너무 아쉽다. 그리고 더 맘에 안드는 건 차라리 빨리 나가면
    그건 그나마 괜찮은데, 그냥 그 자리에 서 있는건 정말 못 참겠더라.


- 영화의 러닝 타임을 보면 분명히 엔딩 크래딧이 모두 끝날 때까지의 시간을 영화로 인정하고
  있는데, 빨리 나가려고만 하는 관객들도 그렇지만, 끝나자마자 불을 다 켜버리고, 청소 아줌마들을
  동원해 관객들을 극장에서 내쫓으려고 하는 극장 측에 더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  굉장히 중요한 말씀을 하셨는데, 엔딩 크래딧은 엄연히 영화에 포함된 부분이고, 크래딧에
   어떤 음악을 어떻게 배치할지 등도 다 디렉팅 하는 것이기도 하고. <다찌마와리>같은 경우도
    NG장면들을 보다보면 정신없이 보다가 놓친 장면들을 다시 되새겨 보게 되는 기능도
    크래딧에 중요한 기능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예전 단관 극장 같은 경우라면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겠다.
   빽빽하게 배치된 상영프로 탓에 빨리빨리 진행해야 되었던 부분도 있고, 프린트를 다시 감아 돌려야
   되는 시간적 요인도 있었고. 하지만 요즘같은 멀티 플렉스의 경우 그런 상황도 아닌데,
   이런 점은 극장에서 이런 환경을 바꿔야 된다고 생각한다.


- 맞다. 불을 켜는 자체가 일종의 '나가라'는 신호로 작용하고 있고, 만약 크래딧에 불만 켜지
  않아도 바로 나갈 사람들 가운데 절반은 자리를 지키게 될 것으로 본다.


== 이건 일종의 직업윤리의 문제라 생각한다. 극장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이 자신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고.
     외교관이라고 나와가지고는 중요한 협상 테이블에 갔는데 문서 해석도 제대로 못하는 거랑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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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반 오프닝 타이틀을 보면 007 스타일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총기의 이미지가
  전면에 부각되는 것이나 브라스가 첨가된 배경음악도 그렇고,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의
  <카우보이 비밥>에 좀 더 가깝게 느껴졌다. 외국의 경우 <세븐>같은 영화를 비롯해 많은
  영화들이 타이틀 시퀀스를 독립적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찌마와리>의 경우도
  다른 곳에 의뢰를 한 것인가?


== CG를 맞은 EON 팀에서 작업을 했다. 내 영화 가운데 타이틀 시퀀스를 독립적으로 제작한 영화가
    두 편인데, 이번 <다찌마와리>와 <아라한>이 그런 경우였다. <아라한>의 경우 콘티 회의때부터
    내가 아주 밀접하게 달라붙어서 이것저것 세밀한 동선까지도 요구를 했던 편이고,
     이번 같은 경우는 말씀하신 <카우보이 비밥>이나 <007>시리즈, 그리고 70년대 이소룡 주연의
    영화들 <맹룡과강>이나 <사망유희>같은 영화들의 오프닝 컨셉 분위기를, 즉 범죄영화 분위기도
    나면서 스파이 활극 분위기도 동시에 전하는 그런 느낌이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한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아주 만족스럽게 작업이 된 것 같다.


- 타이틀에 사용된 음악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영화에 수록된 음악들이 너무 과하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매우 효과적으로 쓰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메인 테마음악은 마치 '수사반장'의 메인테마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도 나는것 같다.


== <샤프트>같죠. 그런 분위기를 원해서 음악 감독에게 그런 쪽으로 의뢰를 했었다.
    음악이 작업할 때 참 힘든 것 같다. 영상 같은 경우야 보면서 어느 정도 느낌을 알 수 있지만,
    음악 같은 경우는 내가 특별히 무슨 악상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고, 촬영당시에는 정확한 느낌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쉽지 않은 작업이라 생각한다.


- 그런 점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바로 '그때 그사람' 이 삽입된 장면이었다. 이 장면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부치와 선댄스가 은행을 터는 과정들을 세세하게
  보여주지 않고, 이 은행, 저 은행으로 빠르게 전개하며 흥겨운 음악과 더불어 진행되는 시퀀스가
  있는데, 약간 엇박인듯 하면서도 어울리는 이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 '그때 그사람'이 처음에는 어색한 듯 하지만, 끝으로 갈 수록 잘 맞아 떨어지지 않나?
     '그때 그사람'이 처음부터 결정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장면을 촬영할 때 현장 편집기사의
     컴퓨터에 '그때 그사람' 대학가요제 버전 음악이 들어있어 그냥 한 번 깔아봤는데 이게 잘
     붙더라. 이런 것도 있고 또 뭐랄까 키스에 실패한 남자의 외로움도 느껴지고 ㅎㅎ
     개인적으로 딱 분위기에 맞아 떨어지는 음악들보다도, 약간 엇갈리게 사용되는 음악을 더
    좋아하는 취향이 드러난 장면 같다.
    이런 경우 보여지는 화면과 음악의 분위기가 틀려 조화가 깨짐으로서, 오히려 양쪽을 각각 더
    집중하게 만드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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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찌마와리가 상하이에 도착하자 마자 액션이 펼쳐지는 곳의 배경을 보면, 뒤에 위치한 건물
  간판에 'BADA STORY'라며 카지노 간판이 있는걸 볼 수 있는데,


== 그건 우리 미술팀의 아이디어 였다. 나는 사실 너무 대놓고 하는 것 같기도 해서 그냥 그랬다.
    영화를 보면서 그런것 까지 다 보는 사람들 참 신기하다고도 생각한다 ㅎ


- 아주 지겨운 질문인듯 하지만, 아직도 언론 등에서 류승완 감독을 표현할 때는
  '한국의 타란티노다'라는 수식어가 지배적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평가에 대해 이제는
  질렸을 법한데, 굳이 따지자면 나는 이런점은 타란티노와 같다 혹은 이런 점은 다르다 하는 것이
  있다면.


==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제는 정말 지겹다. 뭐 이를테면 흘러간 대중문화에 열광하고, 장르영화나
   마이너 적인 취향은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직접 타란티노를 만나본 적이 없어서 타란티노가
   나랑 얼마나 비슷한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괜찮지만 타란티노가 이런 수식어를 좋아할지
   모르겠다 ㅎ 확실한 건 내가 타란티노 영화를 좋아하긴 한다. 그건 사실이다.


- 아무래도 류승완 감독의 팬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건, 차기작인 <야차>의 진행정도 인 것 같다.
   현재 진행상황은 어떻게 되나?


== 사실 지금 드릴 수 있는 말은 전혀 아무것도 없다. 다음 달 말이 되어봐야 어느 정도 결론이 날듯
   싶긴 한데, 한국에서 시대극을 찍는 다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인것 같다. 그렇다고 대충 판자로된
   세트에서 찍고 싶진 않고. 뭐 그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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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인터뷰를 보니 영웅본색을 시사회에서 보고 와서 요즘 관객들의 분위기에
  당황한 글을 본적이 있다고 한 말을 보았는데, 그게 아마 내가 쓴 글인것 같다.
  (확인해보니 제가 dp에 남겼던 글을 보셨더군요 ㅠㅠ)
  이 얘기를 조금 해보자면, 개인적으로는 어린 시절 비디오로만 접하고 극장에서는 보질
  못했기 때문에 극장 상영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예전에 극장에서 보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극중에서 소마가 테입을 훔쳐 주차장으로 왔을 때, 적룡이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날 때
  (여기서 감독님의 감탄사 '캬~~~~~')극장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아 나도 드디어 이런 분위기를 극장에서 느껴볼 수 있겠구나 했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와,
  코믹영화로 박장대소 하며 보는 분위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아...그 정도였나...음....너무 심각한데.. 아, 쌍코피에서 웃었나? 아...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겠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것 같은데 나로서도 충격이다.
    영화가 점점 정보화가 되는 것 같다.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기본적인 존경심이 사라진지도
    오래인 듯 하고. 예전에는 영화를 본다고 하면 어떤 신비함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영화 한 편을 보기 전에 이미 너무 많은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든 접하게 되기
    때문에 이런 신비함도 완전히 없어진 듯 하고. 미디어의 환경이 완전히 변해 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화를 만든 회사 입장에서도 이 속도전에 밀려버리면 영화가 완전히 묻혀버리기
    때문에 독약인줄 알면서도 계속 마시게 되는 것 같다. 관객들의 경우도 미지의 영화를 보러
    온다기 보다는 그저 영화를 '확인'하는 정도가 되버린 듯 하다. 더 문제가 심각한건
    영화 개봉전에 수많은 정보들이 난립하게 되면서 그 정보들을 취합한 것 만으로 본인이 영화 한편을
    본 것으로 까지 판단하고 흘려보내는 것이 문제다. 좀 더 나아간 사람들은 다운로드를 받고.
   
    내가 다운로드족들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사람들이 다운받은 영화를 제대로나 보느냐
    하는 문제이다. 조금 재미없으면 다음 장면으로 바로 넘겨서 보고, 밥먹으면서 보고, 인터넷 하면서
    보고, 이러면서 영화를 봤다고 얘기하는 것이 더 짜증나는 일이다. 내가 자주 쓰는 표현을 들자면,
    우리가 화집을 통해 본 그림을 그 그림을 봤다고 하지는 않지 않는가, 그 그림을 아는 것이지.
    공연하고는 또 다른 것이 실제하고 있는 사람들이 눈앞에서 공연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긴장이 있지만, 영화는 그렇지도 않지 않은가.
    DVD의 경우는 분명 틀리다. DVD의 경우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의 최종 버전으로
    염두해 두는 것이지만, 그 어느 감독이 자신이 영화가 컴퓨터를 통해 보여지길 기대하겠는가.
   

- 앞서 얘기한 극장의 운영 매너랄까? 그런 것도 그렇고 2차 시장의 붕괴나 영화를 접하게 되는
  문화의 변화 등 참 영화만드는 입장에서는 암울한 시대인것 같다.


== 요즘은 영화를 보고나서 그 영화가 그 사람에게 머무는 시간이 너무 짧아진 것 같다.
     극장 밖을 나올 때 분위기를 보면, 영화에 대해 재밌었어, 어땠어 등등 짧게 이야기 나누다가
     바로 전화를 하기 일쑤다. 영화를 보느라 못받았던 전화들을 하면서 2시간 가까이 본 영화에 대한
     느낌은 다 사라져버리는 것 같다. 이런 모습을 볼 때, 참 이렇게 만들어서 뭐하나 싶기도 하고.
     최근 올라오는 영화에 대한 감상기들도 어떤 자신만의 개인적인 느낌과 연관지어 자신의 영화로
     소화하는 감상기들은 많이 줄고, 그저 정보를 전달 받거나 취합한 느낌의 감상기가 부쩍 늘어가는
     것 같다. 그렇다고 이런 현실을 투덜거릴 수만도 없고.


- 되게 웃긴건 그렇게 투덜거리면 또 투덜거린다고 뭐라고 하지 않나. 영화를 제 돈 주고 감상한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면 그거야 상관없겠지만, 다운받아 대충 돌려본 사람들이 꼭 영화가
  재미없느니, 니들이 제대로 만들면 내가 봐주마 이런 식으로 말하는 현실이 참 우습다.
  극장을 찾는 사람들도 '영화를 보러' 온것이 아니라 '극장에 온'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 그렇다. 맞다. 너무 영화가 점점 정보가 우선 되는 것 같다. 영화와 나와의 관계가 드러나는
    감상기가 그리운데 요즘에는 그런 감상기를 찾아보기가 힘든 것 같다. 내가 DVD프라임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도 그런 감성들이 남아있는 몇 안되는 지역이어서 그런 것 같다.


- 지난 6월 DP인들이 모여있는 청계 광장에 잠시 모습을 드러냈던 것으로 안다.
  당시 <다찌마와리>후반 작업도 있고, 공인으로서 조금 부담스러운 행동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는데.


== 물론 부담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그 부담이런 것이 공인으로서 이런 것 보다는
    오히려 나는 그저 현장의 분위기와 앞뒤 전후 상황을 직접 눈으로 봐야겠다는 정도로 나갔던
    것이었는데, 마치 내가  대단한 무언가를 갖고 나선것 같은 분위기로 비칠까봐, 실제로 그렇게
    노력하고 있는 분들보기 민망해서 부담스러웠던 점이 있었다. 쇠고기 문제만이었다면 아마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군화발로 밟히는 여학생이 동영상을 보고는 '아,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두홍 무술감독도 그 동영상을 보고는 확 '빡'이 돌아서 실제로 액션스쿨
    연기자들 동원해서 스크럼 짜는 것 까지 다 계획했었다. 내가 먼저 나가서 분위기를 일단 보고
    온다고해서 말렸던 것이고.
     그 이후 6.10일날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시청을 찾기도 했었고. 개인적으로 나는 정치적으로
    편협한 노선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상식의 문제라고 생각했따.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면 안되는 것 등 이런 것은 상식의 문제가 아닌가.


- 오늘 새벽까지 진행된 인터뷰로 많이 피곤한 가운데서도 긴 시간 열정적으로 임해주셔서
   감사드린다.

- 내가 더 고맙다. 앞으로 블로그에서 만나자 ㅎ



DP의 회원으로서 인터뷰한 것은 아니었지만, 감독님께서도 DP눈팅 회원이라고도 하셨고,
인터뷰 가운데 많이 거론된 것도 있고해서, 특별히 DP회원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한 말씀 부탁드렸습니다~






에필로그...


일단 이 날은 여러가지 면에서 제가 감격할 수 밖에는 없었던 날이었습니다.
일단 DP얘기가 나왔을 때 감독님이 제 닉네임을 여쭈어보셨는데, 제가 '스코필드요...'하고 부끄럽게
얘기했더니, '아, 스코필드 님!'하며 대답하시길래, '엇, 정말 아세요?' 그랬더니 '네, 글 자주 읽은 기억이나요'
하시더라구요.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ㅜㅜ

하지만 이것은 감격의 시작일 뿐.
제가 마지막에 '제 블로그에도 한 번 들러주세요' 했더니, '그러면 주소좀 쳐주세요' 해서 제가 감독님
컴퓨터에서 직접 도메인을 입력해서 제 블로그가 짠 하고 나오는 순간, '아~~ 여기~' '며칠 전에도 왔었는데'
하시면서 '여기 즐겨찾기도 되어 있어요'하시더라구요 ㅠㅠ
그런데 그때 못하셨는지, 즐겨찾기 목록에는 빠져있어서 이번에 다시 즐겨찾기 등록 해드리고 왔습니다 ^^

제가 좋아하는 감독님이 제 블로그와 제 글을 읽으셨었다니 감동의 물결이 흑...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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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부터 새벽까지 이동진 기자님과 무려 5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진행하느라, 사실 컨디션이 그리
좋지 못한 류승완 감독님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짧지 않은 2시간 내내 저의 부족한 질문들에 정성껏 응해주신 것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사실 인터뷰 내용에 정리하지 않은 것 외에도 상당히 많은 얘기를 나누었으나, 영화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사는 이야기'들이라 (이 이야기들만 30분 넘게 나누기도 했죠) 이건 제 기억속에만 담아두렵니다.
정말 편안한 분위기 가운데 마치 오래전 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즐겁게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무엇보다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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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6일 수요일 오후 2시.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기자 시사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다찌마와리 공식 블로그 운영진으로(블로거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죠) 초대를 받아 영화를 일반 관객보다
좀 더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기회는 물론, 주연 배우인 다찌마와리 역의 임원희씨를 저 외에 2명의 블로그
운영진 여러분과 함께 별도의 비밀(?) 공간에서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었습니다.
2시 즈음에 영화를 봐서 그 이후에 기자간담회 까지 마치고 나니 거의 5시가 다 되었는데, 바로 임원희씨를
인터뷰하게 되어 조금은 정신 없는 스케쥴이었습니다. 미리 대략적인 질문을 준비해 갔음에도,
대부분의 질문이란 것이 영화를 보고나서 하려고 했던 것들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즉흥적인 면도 있었죠.
그래도 어색하게 침묵이 흐르기도 했던 차분한(?) 분위기에서도 진지하고 솔직한 대답과 많은 질문을
해주셨던 임원희씨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인터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노트북이나 이런 최첨단 장비 없이 그냥 질문을 하고, 그리고 대답을 들을 땐 가능한 임원희씨의
말씀을 경청하려 눈을 맞추느라 여념이 없는 복잡함 속에서, 노트에 볼펜으로 대략적으로 정리한 인터뷰라
질문의 순서는 100%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95% 이상은 제가 한 질문 위주로 정리를 했지만 조금은
다른 블로거 분이 건낸 질문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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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다찌마와리에서 다찌마와리 역할을 맡고 있는 임원희 입니다~)

세벗님 ) 그런데 뭐 자기 소개도 없이 그냥 바로 시작하나요?

아쉬타카 ) 우리 사이에 통성명은 필요없을 것 같다고 하셔서 그냥 하려고 했죠 ^^;;;

(이런 썰렁한 유머로 저는 포문을 열었습니다)


아쉬타카 ) 영화를 보고나니 액션 장면에서 상당히 고생하신듯 했다. 마지막 엔딩 크래딧 장면을 보면
               같은 장면에서 몇 번이나 액션을 맞추기 위해 구르고 또 구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대부분 직접 소화한 것인가? (마치 성룡 영화처럼 엔딩 크래딧엔 NG장면들이 담겨있습니다)
               혹시 다치거나 한 곳은 없는지?

임원희 ) 몇 번씩 백덤블링하는 장면 같은 건 물론 직접 못했지만, 말씀하신 구르는 장면 같은 대부분의   
            액션 장면은 직접 연기했다. 뭐 나도 누구처럼 어디가 부러지고, 큰 골절상 정도를 입었다면
            얘기하겠지만, 어디 까지고 깨지고 이런 것 정도라 어디 말하기도 부끄럽다. 대역의 경우 이전
            단편에서는 일부러 대역임이 티나게 사용되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대역이 연기한 장면에서도
            거의 티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였다.



아쉬타카 ) 이미 잘 알려졌다시피 이 영화 <다찌마와리>는 100% 후시 녹음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후시녹음 작업이 힘들진 않았는지?

임원희 ) 리딩 때부터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상당히 연습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100% 후시이고 분량이 많다보니 거의 영화 한 편을 다시 찍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녹음 부스 안에 들어가 후시 녹음 작업을 하는 일은 상당히 고되었다
(영화 한 편을 다시 찍는 듯한
            느낌이었다는 말을 할땐 정말 진정성이 느껴질 정도였다).
            무엇보다 관객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초반에는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겠지만 관객들이
            영화가 전개될 수록 점점 익숙해지기를 바랬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황보라씨의 경우 영화에서는 본인의 목소리가 아니라 성우 분의 목소리로
            100% 후시녹음이 된 것을 확인하고 조금 당황했는데,
황보라씨가 직접 연기한 목소리가
            개인적으로는  더 마음에 들었다.


            (참고로 극중 황보라씨의 목소리는 '케로로'에 참여하기도 했던 전문 성우분의 목소리로 100%
            후시녹음 되었다. 그리고 임원희씨도 완성된 필름을 보는 것이 이날이 처음이라 인터뷰 내내
            조금은 들 떠 있고 긴장하신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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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시 녹음 작업은 정말 힘들었어요. 영화 한 편을 다시 새로 찍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아쉬타카 ) 코미디 연기를 부쩍 많이 하셨는데 코미디 연기에 대해 연기하는 배우로서의 느낌은 어떠한가?


임원희 ) 코미디 연기는 정말 힘들다. 정말 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지고 힘이 드는 것 같다.
            그리고 코믹 배우, 멜로 배우, 액션 배우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배우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다찌마와리>를 촬영하면서 다시 한번 코믹 연기는 하면 할 수록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쉬타카 ) 배우 임원희라고 하면 대부분의 영화 팬들은 단편 '다찌마와 Lee'의 코믹한 이미지가 너무 강해
               <쓰리, 몬스터>에서와 같은 섬뜩한 캐릭터가 있었음에도, 대중들은 흔히 코믹한 이미지로만
               기억하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이런 코믹한 이미지로 정점을 찍는 겪인 이번 영화에
               출연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임원희 ) 사실 단편 '다찌마와 Lee'를 찍고나서 코미디 영화의 캐스팅 제의가 상당히 많이 들어왔었다.
            하지만 내가 다 거절했었다. 나는 그냥 배우일 뿐이지 코믹 전문 배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당시에 코믹한 캐릭터가 주를 이루던 캐스팅 제의는 모두 거절했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배우는 흘러가는대로 가는 것 뿐 액션 영화를 하고 싶다, 코믹 영화를 하고 싶다 해서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주어진 기회에 따라 그에 맞는 캐릭터를 연기할 뿐이다.
            진지한 연기를 많이 보여주었던 설경구 씨도 사석에선 정말 웃기는 형이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코믹 연기도 진짜 잘한다. 예전엔 인터뷰에서무슨 연기를 앞으로 하고 싶냐고해서 그런것 없다고
            했더니 그래도 굳이 하나 얘기해 달라고 해서 장난 삼아 멜로 연기요 했더니 그게 또
             '임원희 멜로연기 하고파' 식으로 기사가 났더라.

            무슨 연기를 하고 싶다기 보다는 좋은 감독과 좋은 시나리오만 있다면 어떤 장르나 캐릭터라도
            연기하고 싶다.



아쉬타카 ) 좋은 감독과 시나리오를 말씀하셨으니까 하는 말인데, 그렇다면 꼭 일해보고 싶은 감독은
               있나? (사실 국외 감독도 상관없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었는데, 막상 당시엔 미처 못물어보고 말았네요)


임원희 ) 나는 감독복이 많은 배우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물론 '그럼에도'라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ㅎ
            류승완 감독님, 이명세 감독님, 장진 감독님, 박찬욱 감독님, 김지운 감독님 등 이미 많은
            좋은 감독들의  작품에 출연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음...이것도 어떤 연기를 하고 싶냐는 것에
            대한 답과 비슷한 답변이 될 듯 하다. 일해보지 않은 모든 감독들과 다 일해보고 싶다.
            봉준호 감독님 작품도 해보고 싶고, 송일곤 감독님, 홍상수 감독님 작품도 해보고 싶고,
            다 작업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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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연기는 정말 하면 할 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계속 공부중입니다)

아쉬타카 ) 영화로 다시 돌아와서, <다찌마와리>의 장편을 기획할 때 류승완 감독과 함께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어떤 것인가?


임원희 ) 단편은 의도적인 촌스러움과 비틀기로 한 35분간을 쉼 없이 달렸다면, 장편에서는 이 같은 호흡으로
            이어가기에는 무리일 것 같아 좀 더 업그레이드를 하는 형식으로 가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다찌마와리>는 말도 안되는 영화이다. 일반적인 영화의 잣대로 이 영화를
            감상한다면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 없으며, 굳이 극중 전개나 캐릭터들의 행동에 대해 일일이
            서사적으로 설명이 필요한 영화가 아니다. 감독님과 스텝, 배우들 모두 무언가 국내에는 없었던
            새로운 장르를 시도한다는 의미로 임했다.
           
            예전 패러디 영화였던 <재밌는 영화>의 경우 초반 시나리오나 기획 단계에서는 정말 재미있던
            영화였는데, 촬영이 진행되면서 좀 더 그 본래의 재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다찌마와리>의 경우 단순히 패러디나 오마주라기 보다는, 좀 더 하나의 새로운 장르로서
            접근하는 일종의 모험적인 시도였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왕 이런 식으로 갈꺼라면 극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약간 오버가 아닌가
            생각되는 장면들도 있었지만 더 극한까지 가는 것으로 연기했다.



아쉬타카 ) 이 영화의 부제는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는 박노식 씨 주연의 동명 영화에서
              가져온 것인데, 이 영화를 보고나니 직접적으로 내용적인 면에서 연관되는 점은 없지만,
              극중 박노식 씨의 연기 스타일을 보면 어느 정도 다찌마와리의 발성이나 추임새가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혹시 예전 단편과 이번 장편 영화의 '다찌마와리' 캐릭터를 구현하면서, 참고한 영화나
              배우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임원희 ) 특별히 어느 한 영화나 배우의 연기를 가져왔다기 보다는 당시 이른바 '다찌마와리'영화로 불리던
            6,70년대 한국 액션 영화에 등장했던 선배 배우 선생님들의 연기를 모두 참고했다고 볼 수 있다.
            박노식 선생님이나 허장강 선생님, 신성일 선생님 등 당시 연기했던 배우 선배님들의 연기를
            참고했는데, 다시 보고 나니 이 분들의 연기가 참 대단하더라. 신성일 선생님의 연기의 경우
            그냥 '택시~~'하고 부르는 그 장면 만 가지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 매우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더라.
           
            전체적으로는 내가 생각한 다찌마와리 라는 캐릭터를 배경으로 그 안에 여러가지 선배님들의 연기를
            종합적으로 짬뽕시켰다고 보면 된다. 촬영 때 연기가 막힐 때면 선배님들의 연기 장면을
            직간접적으로 활용하기도 했었다. 개인적인 연기 외에 이 영화에는 대사 같은 경우는
            당시 영화들의 대사를 그대로 가져온 부분도 많다.


아쉬타카 ) <다찌마와리>의 캐릭터나 설정의 경우 만약 흥행을 거두고 그런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007처럼 속편 제작에 아주 용이한 영화의 구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번 영화가 흥행하여
              속편이 기획되고 다시 한번 '다찌마와리' 역할의 캐스팅 제의가 올 경우, 참여할 생각이 있는지...


임원희 ) 일단 류승완 감독님은 속편에 대한 생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적어도 몇년 동안은 아마도
            전혀 기획되지 않을 듯 하고, 나 역시도 지금으로서는 전혀 계획이나 생각이 없는 상태다.
            흥행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번 영화는 흥행해도 고민 안되도 고민이다. 물론 흥행되면 행복한
            고민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더 심각한 고민이 되겠지만, 이 영화가 흥행하게 되면
            배우로서 코믹한 이미지가 완전히 굳어지는 것에 대한 것과 앞으로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될 것이고, 흥행에 실패하게 된다면 그것 역시 앞으로 연기를 어떻게 해야되는 가에 있어
            심각한 고민 요소가 될 것 같다. 영화는 어차피 흥행이 중요하고 결과가 중요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번 영화는 정말로 관객의 반응이 궁금하고 가장 긴장이 되는 영화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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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타카 ) 이건 개인적으로 드리는 질문인데, 배우 임원희가 아닌 인간적인 면으로 임원희씨를 바라봤을 때,
               이번 기자 간담회 분위기도 그렇고(포토타임에서 좌측 5초, 중앙 5초, 우측 5초, 그리고 감독님과
               둘이서 역시 5초씩, 그리고 단독으로 또 5초씩 등등 미리 정해진 룰에 따라 사진 촬영을 하는
               광경을 보니) 영화 홍보를 위해 각종 인터뷰와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시는 등의 모습을
               보면 상당히 어색해 하시고 경직되어 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런
               주목이나 홍보 활동에 대해 개인적으로 불편하지는 않으신지 묻고 싶다.


임원희 ) 사실 사진 찍히는거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예전 중학교 동창들을 만나면 '니가 배우가 될 줄은
            몰랐다'며 다들 이야기한다. 그리고 대학교 연극영화과 동기들도 '니가 그렇게 코믹 배우가 될 줄은
            몰랐다'고 다들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내성적이라 인터뷰나 사진 촬영 등이 많이 어색하고 불편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영화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아쉬타카 ) 그런 면에서 얼마전에 포스터 촬영 현장을 담은 케이블 방송에서는 단독 인터뷰 장면이 방영되었는데,
              이때는 혼자이셔서 그런지 굉장히 어색하고 경직되어 있는걸 느낄 수 있었다면, 이번 주 방영될
              '놀러와'의 예고편에서 잠시 스친 임원희 씨의 모습은 류승완 감독, 류승범 씨와 함께 출연해서인지
              조금이나마 편해보이는 인상도 받을 수 있었다.



임원희 ) 그런면도 있고 예능에 나가서 이야기하는 것에도 정말 재주가 없고 어색해 하는데, 이번에는
            '놀러와' 단 하나만 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왕 하나만 하는거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에 편하진 않지만,
            최대한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정말 예능은 정글이다. 40분 방송을 위해 6시간 녹화를 하는데,
            현장에서는 별로 재미가 없더라 ^^; 그런 면에서 이를 잘 컨트롤 하는 유재석 씨나 강호동 씨 같은
            분들은 참 대단하다고도 생각한다.

            홍보 얘기에 덧 붙이자면, 요즘은 예매율이 너무나 신속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개봉하고 금새 영화의
            당락이 평가되는 것 같아 아쉽다. 홍보부서 같은 경우는 예매율이 공개되는 날에는 밤을 새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애착을 갖고 출연했던 영화가 막상 예매 순위에는 7~8위 이렇게 랭크 되면서
            쓴 맛을 본적이 있기 때문에, 이미 예매율로 대부분의 흥행여부가 결정되어버리고 마는 부분을
            실감하고 있다. 그리고 예전에는 초반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2주차에 입소문을 타고 차고 나오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제는 2주차에 차고 나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2주차 들어 입소문이 좋아 극장을 찾게 된 관객들도 이미 지나버린(?) 평이 좋은 영화보다는
            그 중에 걸린 신작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많기 때문에 이도 힘들어졌다.
            주제 넘은 말이지만 한국영화의 현재 상황이 좋지 못한 것도 물론이고, 예전처럼 천만 관객이
            넘는 시대가 앞으로 또 올 수 있을까 싶다(국민의 4분의 1에 가까운 관객이 관람했다는 수치는
            사실상 말도 안되는 수치다). 너무 안이하게, 한국영화는 어느 정도 봐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배우로서 더욱 진지하고 열심히 영화에 임하는  
            것 밖에는 도리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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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희 씨는 한 시간 반에 걸친 인터뷰를 마치고, 저를 비롯해 참석한 블로거 3명에 각각 포스터에 싸인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다찌마와 Lee>가 수록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DVD를 가져가 여기에도 싸인을 받았죠)


아쉬타카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임원희 ) 영화는 코믹 영화지만, 감독과 배우, 스텝들은 현장에서 3개월 동안 정말 진지하고 열심히 땀흘려
            작업하였습니다. 코미디 영화는 다른 어떤 장르의 영화보다 관객의 반응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관객분들과 <다찌마와리>만의 재미를 느껴보고 싶습니다. 8월 14일날 직접 극장을 찾아
            오셔서 확인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아쉬타카 ) 수고하셨습니다.

임원희 ) 감사합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거의 바로 이뤄진 인터뷰라 조금은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 있었지만, 그래도 시종일관
진지하고 솔직한 답변을 해주신 임원희 씨 덕분에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아직 개봉전이라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들은 인터뷰 내용에서 뺀 것도 있고, 아날로그 인터뷰 기록 형식을 취하다보니
모든 내용을 전부 기록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임원희 씨가 이번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으셨던 것을
어느 정도 담아낼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인터뷰 내내 느낄 수 있었던 건, 임원희 씨는
관객들의 반응에 대해 몹시도 궁금증과 기대를 갖고 계셨으며, 그래서 인터뷰 초반에는 제가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답을 하는 형식으로 이뤄져 난감해 하기도 했었습니다 ^^;

뭐랄까 개인적으로는 임원희씨라는 배우를 이번 계기를 통해 인간적으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고 할까요.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호방한 '다찌마와리'와는 달리, 조금은 내성적이시지만 자신의 연기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이 날도 집에 돌아가게 되면 이번 작품과 연기에 대해 좀 고민해 봐야겠다고 하셨더랬죠),
공부하는 자세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적극적이신 모습이었습니다. 전 오히려 스크린 속에서 연기하는 임원희씨의
모습보다 스크린 밖에서 노력하는 임원희 씨의 모습에 더욱 반하게 된 것 같습니다.




* 참고로 원래는 배우분과 단독으로(1:1은 아니고 1:3이었지만) 인터뷰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싸인요청과 더불어 함께 사진 한장 찍자고 요청드릴려고 마음먹고 갔었는데,
제가 한 질문의 답변 가운데 '사진 찍는 것 정말 싫어한다'라는 말씀도 있었고, 또한 제가 오늘 기자 간담회에
참석하면서, 그리고 영화 홍보를 위해 각종 인터뷰나 예능 프로 출연 등 영화 본연의 중요성 보다는 오히려
다른 요인들에 더욱 포인트가 맞춰져 있는 듯한 분위기를 느끼기도 했고, 연예인이라기 보다는 배우로서
이런 환경에 어색해 하시고 불편해 하셨던 임원희 씨의 모습을 느끼고는, 차마 사진을 찍자고 요청드릴 수가
없어, 함께 찍은 사진은 없이 그냥 돌아왔습니다.

서로 진심으로 대화를 나누었으니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은 덜했습니다 ^^;
하지만 만약 박시연씨나 공효진 씨와의 인터뷰 였다면 대화만으로 만족할 수 있었을런지....
응?????? --;


* 모든 인터뷰 사진은 클릭해서 보시면 본 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 사진 - 아쉬타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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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Interview, 2007)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라면 단순히 스티브 부세미가 나온다는 것.
미국인디영화계의 재주꾼인 그가 감독을 맡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극장을 찾았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이 영화의 배경에 대해 알아보니, 네덜란드 감독인 테오 반 고흐를 기리기위해,
그가 이미 만들었던 영화 중 3편을 헐리웃의 배우를 출연시켜 다시 만들기로 한 프로젝트의 첫 번째
프로젝트가 바로 이 영화 <인터뷰>였다. (초반 레스토랑에서 싸인을 받던 동양남자의 이름이 '테오'였던것은
일종의 오마쥬인듯)
포스터만 보았을 때는 당췌 무슨 영화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던 영화였는데, 영화를 보는 중에도
결국 이 영화가 어떻게 끝나게 될지 쉽게 예상할 수는 없었던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확실히 인디적인 느낌과 탄탄한 시나리오만으로도 영화가 얼마나 집중력을 갖을 수 있는 보여준
좋은 예라 하겠다.



(스포일러 있음)

극 중 피에르 피터스(스티브 부세미)는 정치부 기자로서 원치 않게 화려한 주목을 받은 여자 배우인
카티야(시에나 밀러)를 인터뷰 하게 이른다. 서로 전혀 맞지 않는 직업을 갖고 있는 이들의 인터뷰는 처음부터
뒤틀려지게 되는데, 어쩌다가 둘은 카티야의 집으로 가게 되고, 그 집안에서 이 둘은 점점 서로를 알아가고,
오해하고, 속고 속이는 흥미로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영화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카티야의 집 안이라는 공간 속에서, 이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이끌어가는데, 말 많이 하는 영화를 원래 좋아하기도 하는 편이지만, 이 두 사람의 대화 속에는,
겉으로 내뱉는 말만을 믿을 수는 없는 것들이라 대화 내내 흥미로운 긴장감이 계속된다. 더 나아가 이 두사람의
대화는 서로를 속이는 것은 물론, 관객들에게도 믿음을 주었다가 의심을 갖게 했다가, 결국 속이고 마는데,
나도 처음에는 피에르의 딸이 약으로 사망했고, 동생의 여자친구가 잔혹하게 죽은 얘기가, 약을 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는 카티야의 행동과 맞물리면서 약간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었고, 나중에 카티야가
자신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고백했을 때, 가슴 축소 수술을 한 것도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랬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저로 들만큼 얘기가 맞아 들어가는가 했으나, 결과는 보시는 것 처럼 다 아니였다 ^^
(사실 대본 연습을 하는 장면이 있었기 때문에, 대본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에는 했었지만,
시에나 밀러의 연기가 매우 뛰어나(?)서인지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의심을 절로 하지 않게 되었었다).

결국 전혀 다른(어쩌면 상반되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직업을 갖고 있는 두 남녀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대화를 하는 설정을 통해, 선입견이라는 것과 이를 절묘히 이용한 가식과 위선,
그리고 오해와 신뢰, 신뢰의 실종이 오고가는 과정을 통해, 아주 미묘한 입장의 차이와 변화를 그려내고 있다.



스티브 부세미의 영화야 여러 편 보았었고 그의 연기력이야 따로 더 말할 것 없겠지만,
감독으로서의 연출력도 상당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물론 이 부분에서는 원작을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해봐야
겠지만).

시에나 밀러라는 배우는 배우로서보다 영화처럼 셀러브리티로서 연애프로에서 등장하는 모습으로
더욱 익숙한데, 그래서인지 영화 속에서 그녀가 맡은 카티야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나아가 스티브 부세미와 80분 넘게 계속 되는 연기 속에서도 전혀 빛을 잃지 않는 열연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워낙에 아름다운 스타로 극중에 등장해서인지, 그녀의 아름다운 매력을 심하게 풍기고 있다.

오랜만에 별 다른 효과없이 시나리오와 치열한 대사연기 만으로 희열을 느꼈던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1. 테오 반 고흐 감독에게 바친다는 말은 물론 엔딩 크래딧 처음에 등장하는데,
   엔딩 크래딧 거의 마지막에는 '사랑과 존경을 담아 로버트 알트만에게 바친다'는 문구가 등장하더라.

2. 이 영화는 분명히 스티브 부세미보다는 시에나 밀러에게 결과적으로 더 득이 되는 영화가 될 듯 하다

3. '무슨 얼굴이 그 따위로 생겼어!' 이 대사는 분명히 원작에는 없는 부세미 영화에만 등장하는
    대사일거다 ㅋ

4. 전화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카티야의 남자친구 목소리는 제임스 프랑코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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