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 (Prince Of Persia: The Sands Of Time, 2010)
게임과 정치, 만족스러운 재미



마이크 뉴웰의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는 어린 시절 재미있게 했던 PC게임 '페르시아의 왕자'를 시작으로 리뷰를 하려고 했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이 PC게임을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될 만큼, 영화는 이것보다는 오히려 이 PC게임을 원작으로 지난해 XBOX360/PS3를 통해 발매되었던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만 언급해도 될 만큼 원작인 PC게임보다는 최근 발매된 게임과 분위기나 컨셉 면에서 더 유사점이 많은 작품이었다.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의 작품이라 블록버스터다운 재미는 주겠구나 싶은 것이 기대의 전부였는데, 막상 보고 나니 예전 게임과 최근 게임을 모두 해본 입장에서 (추후에 언급하겠지만 다른 게임 하나 더를 해본 이유로) 많은 장면들이 보이는 영화였고, 의외로 정치적이기도하고 스케일이나 재미 측면에서도 크게 부족함이 없는 괜찮은 액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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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PC게임인 '페르시아의 왕자'가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어서 이 영화를 보는 이들은 다들 이 PC게임을 떠올리게 될텐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마이크 뉴웰의 이 영화는 '페르시아의 거지'로 더 유명한 최근작 게임에 더 가까운 작품이다. 물론 이 게임의 세계관은 영화 속 세계관과는 조금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영화는 거친 페르시아의 왕자 '다스탄'의 이미지와 로케이션의 이미지 등을 참고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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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의 거지' 아니 '페르시아의 왕자' 게임)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게임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어쌔신 크리드'인데, 영화 '페르시아의 왕자'는 PC원작 게임, 그리고 지난해 발매된 리메이크 게임과 모두 비교해봐도 '어쌔신 크리드'에 가장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주 배경이 되는 성과 마을의 모습도 '어쌔신 크리드'의 배경이 되는 모습과 매우 닮아있고, 주요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지붕위나 장애물을 딛고 건너 뛰는 설정들은 어쌔신 크리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다. 특히 영화 초반 성스러운 성을 공격하던 중 다스탄이 망루 비슷한 곳에 올라 점프하기 직전 성내를 주욱 돌아보며 카메라 앵글이 주변을 스윽 훑어내리는 장면은 '어쌔신 크리드'에 대한 오마주 장면이라고 해도 절대 틀리지 않을 것이다 (만약 마이크 뉴웰이 '어쌔신 크리드가 뭐에요?' 한다면 그건 정말 말이 안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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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어쌔신 크리드'를 해본 사람이라면 유사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시나리오에 있어서도 나쁘지 않은 이야기 구조였다. 영화를 수미쌍관으로 구성한 것도 괜찮았고, 블록버스터 답게 스케일을 보여주는 장면도 나쁘지 않았다(이런 느낌에는 THX관의 사운드가 한몫 하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주인공인 제이크 질렌할을 비롯해 벤 킹슬리, 알프레드 몰리나 등 수준있는 연기자들의 공도 컸다. 특히 제이크 질렌할의 경우 처음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는 안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페르시아의 거지'에 가까운 컨셉이라 그런 면도 있지만(ㅋ), 일부러 몸도 키운 것도 어색하지 않게 느껴질 만큼 다스탄과 잘 어울렸던 것 같다. 벤 킹슬리야 선과 악을 모두 오갈 수 있는 헐리웃의 가장 유명한 배우 중 한 명이니 더 말할 필요 없겠고, 알프레드 몰리나는 첨엔 못알아볼 정도로 분장이 짙던데, 어쩌면 그 치고는 참 심심한 캐릭터가 아니었나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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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의 왕자'가 좋았던 또 다른 이유는 이 영화가 의외로 깔고 있는 정치적인 메시지 때문이었다. 영화 줄거리의 주된 설정 중 하나는 페르시아가 성스러운 성을 공격하면서 자신들의 야욕을 위한 침공의 이유로 자신들의 적국의 무기를 대고 있다는 의혹을 들고 있고, 결국 이 의혹이 있지도 않은 의혹이었음을 이야기하는 부분인데, 이건 너무 노골적인 미국의 이라크 전에 대한 비유가 아니던가. (스포 있음) 그래서 인지 영화의 마지막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침공 사실을 정중히 왕으로서 사과하는 장면은 현실과 빗대어 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오바마도 대통령이 된 이후에 이렇게 사과했더라면 얼마나 멋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정치적 비유로 생각해볼 수 도 있지만 어쨋든 이건 제리 브룩하이머의 영화다. 이런 비유를 해볼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어쨋든 액션 블록버스터이고 그냥 몸을 맡기고 2시간동안 즐기면 되는 유희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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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 작품들은 전부 먹먹해지거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들이었는데, 전혀 다른 의미에서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참고로 게임은 후속편이 나올 예정인데, 영화는 어찌될지 모르겠다.


1. 참고로 영화의 뒷 이야기를 다룬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 망각의 모래'가 곧 발매될 예정입니다. 전작과 영화를 재미있게 본 입장에서 이 게임 역시 안해볼 수 없겠네요.

2. '캐리비안의 해적' 만큼 강력한 캐릭터는 없음으로 그 만한 인기를 끌긴 어렵겠지만, 게임 원작 작품들이 대부분 실망스러웠던 것에 비하면 매우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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