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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더 댄 밤즈 (Louder than bombs, 2015)

마음이 삼켜버린 폭탄의 잔해들



예전에도 몇 번 말한 적이 있지만 내가 영화를 선택하는 이유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포스터 이미지다. 간단한 시놉시스도 미리 알고 가지 않는 경우가 많은 만큼 최대한 영화의 정보를 모른 채로 영화 보기를 즐기는데, 그렇기 때문에 포스터 이미지는 더더욱 영화를 선택하는데 중요한 이유가 된다. 이 영화 '라우더 댄 밤즈 (Louder than bombs, 2015)'는 최근 몇 년 사이 포스터 만으로 가장 기대를 갖게 한 영화였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무슨 내용인지도 전혀 몰랐고, 제시 아이젠버그가 나오는 정도만 알고 있었으며, 이자벨 위페르나 가브리엔 번 같은 배우들이 나오는 줄도 모른 채로 극장을 찾았다. 솔직히 말하면 '라우더 댄 밤즈'의 저 포스터 이미지는 영화의 내용과는 조금 관련성이 떨어지는, 즉 이미지 적으로는 황홀하게 아름답지만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는 연관성이 아무래도 떨어지는 이미지이긴 했다. 그래도 결론적으로 영화는 나쁘지 않았으니 포스터는 성공이라고 봐야 할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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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종군 기자로 활약하던 이사벨 (이자벨 위페르)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남겨진 남편과 두 아들이 겪게 되는 상실의 아픔 혹은 상실로서 드러나는 것들에 대한 아주 조용조용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다.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두고 '상실'이라는 단어를 쉽게 떠올리는데, 나는 '상실' 보다는 오히려 '부재'가 더 적합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표면적으로 이 가족은 이사벨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에 아파하고 그로 인해 갈등이 터져 나오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사벨의 죽음(상실)이 그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드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을 뿐, 이 가족의 갈등은 벌써 오래전부터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즉, 이 가족의 폭탄보다도 더 큰 갈등과 상처는 이사벨의 부재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사실 영화 속 인물들의 행동이나 심리에 100% 공감하기는 어렵다. 각자 처한 상황이나 행동들이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충분한 공감대가 느껴질 만큼의 것들은 아니라고 볼 수 있을 텐데, 한 편으론 이 잔잔하기만 한가운데 폭발할 듯하면서도 표면적으로는 아무것도 폭발하지 않는 한 가족의 이야기가 오히려 더 평범하고 현실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들의 갈등은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게 쉽게 겉으로 표출되지 않는데, 하지만 영화의 제목처럼 폭탄보다도 더 큰 무언가가 각자의 마음속에서 소리치고 있음을 '라우더 댄 밤즈'는 그려내고자 한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는 끝까지 폭탄이 터지는 장면, 그러니까 갈등이 터져 나오는 일종의 클라이맥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대신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미 마음속에서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터져버린 폭탄의 잔해들을 하나 씩 늘어놓으며 감정을 추슬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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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극 중에서 이자벨 위페르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한참 동안 응시하는 클로즈업 장면이 있는데, 이른 아침 시간 극장에서 혼자 관람했던 터라 정말로 다른 여럿(?)이 아닌 나만을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 심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진짜 1:1로 마주 보는 기분.


2. 레이첼 브로스나한은 분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터라 단번에 알아보겠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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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울트라 (American Ultra, 2015)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스파이 영화



흔히 말하는 킬링 타임용 영화로 가장 사랑 받는 장르는 이른바 요원물 이라고 할 수 있는 스파이 영화일 것이다. CIA, IMF, MI6 등 국가의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특수한 능력의 요원들이 펼치는 불가능한 미션들은 2시간 남짓 한 짧은 시간 내에 기승전결을 펼쳐내기 가장 좋은 재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니마 누리자데가 연출한 '아메리칸 울트라 (American Ultra, 2015)' 역시 일종의 요원물이다. 기본 설정이 가장 유사한 작품을 꼽으라면 맷 데이먼 주연의 제이슨 본 시리즈를 떠올릴 수 있을 텐데, 어떤 연유로 인해 자신이 비밀 작전을 통한 요원이라는 점을 모르고 있는 주인공 마이크 (제시 아이젠버그)가 그 사실을 어떤 사건을 통해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본 시리즈와 다른 점이라면 '아메리칸 울트라'는 훨씬 더 가볍고, 개인적이며, 현실적인 작품이라 하겠다. 사실 이미 스파이 코미디 액션 물로 홍보되었던 터라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즐겁게 러닝타임을 보낼 생각만으로 관람하게 되었는데, 조금은 의외로 가볍지 만은 않은 스파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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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자신이 특수 훈련을 받은 요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 이전의 이야기가 '아메리칸 울트라'에서는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한다. 연인 관계인 마이크와 피비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로맨스는 영화의 특성상 큰 비중을 갖고 묘사되지는 않지만,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을 만큼 핵심은 계속 놓치지 않고 있다. 즉, 그냥 쿨하기만한 스파이 액션 영화인 줄로 알았던 '아메리칸 울트라'를 조금 특별하게 하는 첫 번째 이유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두 주인공의 애틋한 로맨스는 뻔한 듯 하지만 의외의 감동도 불러 일으키며 아주 명확한 기승전결을 그려낸다. 스파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서 주인공의 로맨스는 어느 정도 전형화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인데, 마이크와 피비의 로맨스는 조금은 더 일반적 로맨스 영화에 등장할 법한 구성으로 이뤄져 있어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의외의 감동 포인트마저 불러 일으킨다.


그냥 쿨하기만한 스파이 액션 영화가 아닌 조금 특별한 두 번째 이유는, 이 '요원'이라는 캐릭터를 아주 가볍게만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보통 쿨함이 강조된 액션 코미디 장르에서는 쉽게 정형화되고 단순화 되는 경향이 많은데, '아메리칸 울트라'는 그런 가운데서도 아주 심각한 스파이 영화에서 주로 나올 법한 갈등 요소를 녹여내는 데에도 비중을 두고 있다. 가볍게 이야기하자면 거대한 국가를 통해 벌어진 인간에 대한 실험과 그 실험을 통해 인간성을 잃게 된 요원들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은, 이러한 영화에서는 잘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조금은 '어라?'하고 놀라게 되는 부분이었다. 즉, 이런 장르 영화의 경우 주인공의 특수 능력을 화려하게 그리는 것에 주목하지만, 이 영화는 화려함이 최우선이라기 보다는 고통스러움도 동반하고자 하는 것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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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찌 되었든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을 꼽으라면 제시 아이젠버그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를 꼽을 수 있겠다. 두 배우 모두 캐릭터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싱크로율을 보여주고 있는데, 더 나아가 특히 제시 아이젠버그의 경우 그가 출연했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 연기한 '마이크' 역시 마이크 라기 보다는 제시 아이젠버그를 만나볼 수 있어 더 만족스러운 경우였다. 배우들 가운데는 작품마다 전혀 다른 인물로 태어나는 메소드 연기를 보여주는 이들도 있지만, 정반대로 무슨 영화에 출연하든 배우가 먼저 떠오르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제시 아이젠버그도 후자에 조금 더 가까운 배우인 듯 하다. 이러한 경우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텐데 (비슷한 배우로는 키아누 리브스가 있다) 글쎄 아직까지 제시 아이젠버그는 그의 특별한 연기 톤과 발성, 목소리 등의 매력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계속 비슷한 캐릭터를 만나는 것에 거부 반응은 없는 편이다. 이 작품 역시 그래서 좋았고, 그래서 더 뻔하지 않은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와 아주 딱 맞는 캐릭터처럼 느껴졌는데 제시 아이젠버그와의 호흡도 좋아서 정말로 오래된 커플을 보는 듯 했다. 참고로 '아메리칸 울트라'는 속편의 가능성도 대놓고 드러내고 있는데, 속편은 확실히 전작에 비해 더 뻔한 영화가 될 확률이 높지만 이 두 배우의 호흡이라면 한 번쯤은 더 기대해 볼 만 하겠다.



1. 아무래도 한국사람으로서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쩔 수 없이 너구리 일 것 같네요 ㅋ 미국에서는 그래도 슾이라고 수저로 떠먹는 것이 인상적이더군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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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위드 러브 (To Rome With Love, 2012)

수많은 이야기가 존재하는 곳, 로마



'미드나잇 인 파리'에 이은 우디 앨런의 또 다른 도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 '로마 위드 러브 (To Rome With Love, 2012)'를 보았다. 사실 2010년에 발표한 '환상의 그대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 2010)'부터 이 작품에 이르기까지 세 작품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여러 명의 인물들이 한 곳을 배경으로 다른 듯 같은 이야기를 하는 구조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번 작품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런 형식의 영화 가운데 가장 완성도가 높았던 것은 역시 '미드나잇 인 파리'인 것 같다. '로마 위드 러브'는 각기 다른 인물 (혹은 커플)들의 이야기를 로마라는 매력적인 도시를 배경으로 들려주는데, 조금은 완전히 동화 되지 못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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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로마 위드 러브'를 보러 갈 땐 편한 마음으로 우디 앨런이 들려주는 농담과 삶에 대한 경험 들을 듣고자 했었는데, 막상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마냥 편안하게 즐기기만 하는 영화는 아니었다. 일단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역시 우디 앨런이 오랜 만에 자신의 영화에 직접 출연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의 수준급 메소드 연기를 보는 것도 충분히 즐겁지만, 그가 직접 출연한다는 사실은 그 이상의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있어 더 흥미로웠다. 극 중 우디 앨런은 보수적이고 고집 센 할아버지로 등장하는데, 그가 이 캐릭터를 통해 내 뱉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그가 이 작품의 감독이다 보니 흥미로울 수 밖에는 없었다. 마치 홍상수 영화 속 감독 캐릭터를 그냥 영화 속 캐릭터라고 보기 힘든 것과 같은 경우였는데, 워낙 이런 면에 솔직하고 거침없는 우디 앨런이다보니 한 마디 한 마디가 관객에게 콕콕 꽂히는 느낌이었다. 홍상수의 경우도 그렇지만, 우디 앨런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세간의 평가나 이야기들에 대해 억울함보다는 초연 한 자세로 '난 상관없어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꺼야'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래서 그의 팬들은 아마도 그와 그의 작품을 더 좋아하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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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인 파리'에서도 그랬고 좀 더 앞선 작품을 들자면 '스쿠프 (Scoop, 2006)'에서도 그랬었는데, 우디 앨런은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배경과 이야기 속에서 자신 만의 판타지를 표현하곤 했었다. 장르 적인 판타지를 말하는 것인데, 사후 세계가 등장 한다 거나 유령과도 같은 인물이 섞여 있거나 하는 등이 그것이다. '로마 위드 러브'에서도 알렉 볼드윈이 맡은 역할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을텐데, 그가 유령인지 아닌지 가 하나도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라는 점이 우디 앨런 영화 만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렇게 나 불쑥 끼어들고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그 나름의 재미를 주며, 자신의 이야기가 없이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 속에만 존재하는 인물들의 표현도 거추장스럽지 않다. 뭐랄까, 우디 앨런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영화 속에 또 다른 화자 혹은 장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지점이 최근 우디 앨런 영화에서 묘한 매력을 주는 지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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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이 끊임 없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테마 중 하나가 바로 남녀 간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 노장은 아직도 신선한 감각으로 젊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또 다른 남녀 간의 미묘함을 이야기한다. 또한 이번 작품은 좀 더 풍자적인 성격이 짙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도시로 온 두 남녀가 겪게 되는 의외의 에피소드를 통해 이들이 평소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욕망에 대해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으며, 제시 아이젠버그와 엘렌 페이지가 연기한 커플의 이야기도 자신의 자존심 혹은 자존감에 근거한 이들의 미묘한 감정 교류를 보여준다. 그리고 로베르토 베니니가 연기한 캐릭터의 에피소드는 어쩌면 이 쇼 비지니스의 세계를 살고 있는 모든 배우들을 향한 우디 앨런의 메시지 같아 보이기도 한다. '로마 위드 러브'의 아쉬운 점이라면 이렇듯 여러가지 이야기가 좀 뒤섞여 있다는 점이었는데, 하나의 이야기와 흐름에 완벽히 녹아든 '미드나잇 파리'나 '환상의 그대'에 비하자면 조금은 에피소드 별 주제가 달라 하나로 보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차라리 완전히 에피소드 화 화여 나누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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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은 러닝 타임 내내 각각의 이야기를 쏟아내고는 마지막에 가서, 이건 그냥 수 많은 이야기 중 하나 일 뿐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 드릴 께요 라고 마무리한다. 사실 '로마 위드 러브'는 정작 로마에 가고 싶어지는 생각은 덜 드는 작품이었는데, 이 마지막을 보니 한 번 쯤 가보고 싶어졌다. 로마의 무엇이 그리도 우디 앨런에게 수많은 이야기 거리를 샘솟게 했는지 궁금해져서 말이다.



1. 이 영화를 통해 다시 보게 된 배우는 알렉 볼드윈이었어요. 최근 좀 우스운 역할로 자주 출연 해서인지 예전 꽃미남 시절의 알렉 볼드윈을 떠올리게 할 만한 매력은 엿볼 수 없었는데, 이 작품에서 그는 진짜 배우의 매력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주더군요. 이 다음에는 코엔 형제의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었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웨스 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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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좋아하는 배우들이 잔뜩 나오는 것 만으로도 황홀한 작품이죠. 엘렌 페이지, 페넬로페 크루즈, 앨리슨 필, 로베르토 베니니, 제시 아이젠버그 등. 특히 페넬로페의 출연은 그냥 관객에 대한 일종의 선물 같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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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 - 블루레이 리뷰
삼바 리듬으로 풀어낸 흥겨운 애니메이션


2002년 작 '아이스 에이지 (Ice Age)'와 2005년 작 '로봇 (Robot)'을 제작했던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에서, 2011년 다시 한번 카를로스 살다나 감독과 함께 선보인 작품이 바로 '리오 (Rio)'이다. 리오는 잘 알려졌다시피 삼바와 카니발 그리고 축구의 도시인 브라질의 리오를 배경으로, 앵무새인 주인공 '블루'가 겪는 모험담을 경쾌한 삼바 리듬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어린 시절부터 사람 손에 키워져 야생성을 잃고 날지 못하던 앵무새 블루가 우연한 기회에 브라질 리오에 가게 되어 그 곳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는데, 이것이 단순히 해프닝으로 그치지 만은 않는다는 것이 '리오'를 조금 더 의미있게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극 중 블루에게는 중요한 두 가지 관계가 등장하는데, 하나는 자신을 자식처럼 또 친구처럼 키워준 인간인 린다와의 첫 번째 관계와, 리오에서 만나게 되는 자신과 같은 종의 앵무새 '죠엘'과의 관계이다. 블루를 중심으로 이 두 관계의 집단이 별개로 행동하며 결국 하나로 이야기로(블루) 만나게 되는 보편적인 구성이기는 하지만, 두 가지 이야기를 하나로 풀어감에 있어서 영화 '리오'는 탁월한 균형 감을 잃지 않고 있다. 여기에 멸종위기에 놓인 희귀 앵무새를 중심으로 한 암거래 시장을 악당으로 그리고 있는 것도,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 도시 리오를 배경으로 한 것과 맞물려 교훈적으로 봐도 은근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메시지가 은근히 깔려있다고 해도 역시나 '리오'는 아이들이 좋아해야 할 애니메이션일터. 재미와 스펙터클은 흥겨운 삼바 리듬 속에서 시종일관 치고 빠지기를 반복한다. 이런 류의 애니메이션에서는 꼭 등장하는 감초 같은 조연 캐릭터의 유머도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는 아니며, 특히 이후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근본적으로 매우 수준 높은 음악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유머에도 그 이상의 효과를 자아내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볼거리 측면에서는 특히 추천할 만한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작품의 태생적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브라질 리오의 화려하고 역동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추격전과 비행, 퍼레이드 등 다양한 구도와 형식의 액션이 등장하여 큰 재미를 준다. 특히 브라질 출신인 감독 카를로스 살다나의 경험과 노하우는 물론, 주요 스텝들이 실제 리오를 방문하여 조사를 거친 뒤 만들어낸 꼼꼼한 디테일은 이러한 스펙터클에 더 큰 '실감'을 불어 넣는다.






개인적으로 '리오'를 '아이스 에이지' 이상의 즐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영화 음악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리오'의 영화음악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의 면면은 그야말로 브라질 음악의 정수를 맞볼 수 밖에는 없는 라인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헐리웃에서 가장 잘 나가는 영화음악 감독 중 한 명인 존 파웰 (John Powell)이 눈에 잘 안들어 올 정도로, 브라질 음악의 대표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세르지오 맨데스 (sergio mendes)가 참여하고 있으며, 세르지오 맨데스와 함께 음악작업을 했던 경험이 있음은 물론 현존하는 뮤지션 가운데 브라질 음악을 가장 사랑하는 인물 중 한 명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블랙 아이드 피스의 윌 아이 엠 (Will.I.Am)이 목소리 연기까지 참여하고 있으며, 음악과 연기 모두에 재능이 있는 제이미 폭스까지 목소리 연기에 참여하고 있다. 참고로 윌 아이 엠과 제이미 폭스가 연기한 캐릭터는 모두 노래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된 캐릭터로서, 단순한 목소리 연기 이상의 의미가 있는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월드 뮤직의 팬들은 물론 블랙 뮤직의 팬들까지 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사운드는 '리오'의 가장 큰 매력이다.





Blu-ray 메뉴






아이와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타이틀답게 아기자기한 한글 메뉴디자인이 잘 어울린다. 특히 리오 블루레이는 타이틀을 재생시키면 본편 외에 부가영상을 간단하게 우리말 더빙으로 소개하는 영상이 포함되어 있어, 부가영상만이 갖는 재미에 대한 어필과 동시에 자연스러운 관람을 유도하고 있다.


Blu-ray : Picture Quality

레퍼런스 화질과 사운드의 강추 타이틀!

MPEG-4 AVC 포맷의 풀HD 화질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점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돋보이는 레퍼런스급 화질이다. 일단 리오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점 외에도 작품의 특성상 브라질 리오의 총천연색 컬러들과 새 라는 캐릭터가 갖는 실제에 가까운 이미지(참고로 극 중 캐릭터들은 윌 아이 엠과 제이미 폭스가 연기한 캐릭터를 제외하면 실제 새에 움직임에 가깝게 묘사되어 애니메이션 임에도 상당한 현실감을 제공한다) 묘사의 장점과 장소가 갖는 아름다움이 더해져, 수준 높은 화질을 뽐낼 수 있는 조건들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위의 스크린 샷에서 보는 바와 같이 클로즈 업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풍광을 그리는 원거리 장면에서도 먼 아래 건물들의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며, 이런 점은 어두운 밤 장면에서 오히려 더 부각되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규모 인원이 운집한 퍼레이드 장면에서 역시 군중들 묘사에 있어 훌륭한 선예도를 보여주고 있다. 화질만 봐도 확실한 접대용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겠다.


Blu-ray : Sound Quality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리오'는 음악의 비중이 상당하고 또한 음악의 퀄리티가 의외로(?) 대단한 작품인데, 블루레이 사운드 퀄리티 역시 이를 완벽하게 구현해 내고 있다. 몇몇 장면에서는 워낙 볼륨 감과 음장 감이 좋아서 급하게 볼륨을 낮췄을 정도로 화끈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으며, 특히 브라질 음악 특유의 다양한 퍼커션 사운드를 선명한 채널 분리 도와 꼼꼼한 표현력으로 수록하고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 가운데 첫 번째로 소개할 영상은 '리오의 세계 탐험하기' 인데 리오의 지도를 배경으로 '도시' '정글' '스타디움' '해변'으로 나뉘어 각각 장소마다 감독의 인터뷰, 장소의 실제 사진과 동영상들, 그리고 관련한 짧은 소개 멘트들을 각각의 아이콘을 클릭할 때마다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이 많이 즐기는 타이틀임으로 좀 더 네비게이션이 쉬운 아이콘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매력만점 캐릭터의 완성과정'에서는 각 담당 애니메이터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특성과 디자인적 고려사항 그리고 블루 역의 제시 아이젠버그, 죠엘 역의 앤 해서웨이 등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들의 인터뷰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붐붐 티시티시 - 리오의 음악'에서는 음악 작업에 관련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바와 같이 윌 아이 엠, 제이미 폭스 그리고 세르지오 맨데스까지 모두를 만나볼 수 있다. 이 부가영상을 통해 '리오'에서 음악이 갖는 역할이 얼마나 큰가에 대해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카니발 댄스-오-라마'에서는 각 캐릭터 별로 직접 춤을 배워보는 코너로서 아이들이 즐기기에 적당한 게임/댄스 용 부가영상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와 비슷한 부가영상으로 '리오 우편엽서 만들기'도 들 수 있겠다.





'실제의 리오'에서는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 아니 '사실상'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브라질 리오의 모습과 감독의 고향이기도 한 이 곳의 특별함에 대해 더 전해들을 수 있다. 실제 작품의 주요 스텝들이 직접 리오를 방문해 행글라이딩도 해보고, 리오의 곳곳도 방문하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 속 모습보다도 훨씬 더 아름다운 '진짜' 리오의 모습 역시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뮤직비디오와 쥬크 박스 그리고 스마트폰 게임으로 더욱 유명한 앵그리 버드 버전의 예고편과 뮤직비디오가 수록되어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앵그리 버드를 재미있게 해봤던 이들이라면 이 짧은 영상도 흥미롭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총평] '리오'는 무겁지 않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줄거리와 더불어 다양한 볼거리의 스펙터클과 브라질 리오의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수준급의 뮤지션들이 참여한 완벽한 영화음악까지! 유쾌한 즐거운 애니메이션인 동시에 화질과 사운드 모두 레퍼런스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퀄리티의 블루레이는 주저 없이 추천할 만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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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 (The Social Network, 2010)
네트와 인간관계에 관한 또 다른 진실


5억명의 온라인 친구, 전세계 최연소 억만장자, 하버드 천재가 창조한 소셜 네트워크 혁명 등의로 포장하고 있는 데이빗 핀처의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사실 이와 같은 영화는 아니다. 다시 말해 5억명의 온라인 친구를 만들기 위한 영화도 아니고, 전세계 최연소 억만장자가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도 아니며, 하버드 천재가 창조한 소셜 네트워크 혁명을 그린 영화도 아니다. 물론 성공신화에 솔깃 하는 대중의 심리에는 '과연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서비스 페이스북 (facebook)는 어떻게 탄생되고 성공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갖을 수 있겠지만, 그래서 이런 기대에 발맞춰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의 입장에서 멋진 성공신화를 써내려 갔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 보다는 더 영리한 데이빗 핀처와 각본을 쓴 아론 소킨은 페이스북과 마크 주커버그를 지우더라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를 완성해 냈다. 

즉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소셜 네트워크'를 보고나면 가장 많이 궁금해 하는 바인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인가?'에 대한 물음은 이 영화의 정확한 본질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저 이들은 21세기의 소셜 네트워크와 그 중심에 있는 페이스북의 이야기에 빗대어, 네트와 인간관계 혹은 네트의 광활한 발전으로 인한 인간 관계의 진화 (혹은 퇴화)에 대한 씁쓸한 담론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그저'와 '뿐이다'라는 표현은 이 영화의 완성도와 임팩트를 억지로 억누르려는 시도였을 뿐, '소셜 네트워크'는 데이빗 핀처의 필모그래피의 또 하나의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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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하는 이야기를 구현하려하지 않고 하버드 아이들의 '라쇼몽'을 생각했다 라는 데이빗 핀처의 인터뷰 처럼, 이 작품은 하나의 진실을 둘러 싼 각기 다른 이들의 또 다른 진실에 관한 이야기다. 데이빗 핀처는 이처럼 하나의 사건을 두고 각기 다른 진실을 이야기하는 구조를 원했음에도, 이를 복잡한 영화적 트릭이나 장치 없이도 수려하게 완성해 냈다. 그러니까 영화 속 주인공인 마크 주커버그 (제시 아이젠버그)와 왈도 세브린 (앤드류 가필드) 그리고 윈클보스 형제 (아미 해머)가 싸늘한 테이블 위에서 나누는 논쟁은, '내 이야기는 이랬어' '어, 내 이야기는 다른데?'하며 각자에게 같은 사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턴을 제공하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해 이어가고 있음에도, '라쇼몽'과 같은 느낌과 더불어 누군가에게 완전한 치우침 없이 아슬아슬한 이야기의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완벽하게 동등한 공감대의 비중을 두지는 않았기 때문에 (애초에 하려던 얘기가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동등함은 필요가 없을 터), 관객은 특히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한 왈도에게 좀 더 공감을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확실히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에서는 왈도 세브린의 이야기가 임팩트가 느껴진다. 관객은 무의식적으로 약자에게 공감을 하게 되어 있는데 어쩌면 표면적으로 이 작품 속에서 왈도가 가장 약자처럼 연약한 존재로 (냉철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묘사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가 흥미로운 것은 모두가 승자인 동시에 결국 모두가 패자가 된다는 점이다. 마크 주커버그와 왈도 세브린의 작은 프로젝트였던 '더 페이스북'이 전세계 5억명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으로 성장하였지만 마크의 모습은 여전히 행복해 보이지 않고, 반대로 페이스북의 성공으로 인해 가장 친한 친구와 멀어지게 된 왈도의 경우 패배자로 보이지만, 이 고소건에 대해서는 서로 합의를 보았으니 표면적으로는 패배자로 보기도 어렵다.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빼았겼다고 주장하는 윈클보스 형제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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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셜 네트워크'의 이야기를 단순히 엄청나게 성공한 기업의 어두운 뒷이야기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이런 소재의 영화에서 의례 등장하는 이런 방정식으로 풀어내기에 이 영화의 알고리즘은 훨씬 더 견고하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의 처음과 끝은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정서를 거의 대부분 대변하고 있다. 결국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여자친구에게마저 차인 마크 주커버그는 홧김에 여자 친구를 욕보이게 되는 일들을 인터넷 상에 하게 되고, 결국 이 잘못을 만회하기 위한 방법도 보란듯이 자신이 만든 서비스를 성장시키는 것으로 하려 한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하버드의 모든 학생들을 넘어서서 수 많은 대학의 네트워크에 퍼졌을 정도로 유명해졌을지언정, 떠나버린 여자친구의 마음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러면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던 마크는 실망보다는 당황을 하게 되고, 마지막에 가서 다시 홀로 남게 된 마크가 자신이 만든 서비스의 베타적 특징 때문에 (이 서비스가 전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었던 바로 그 장점 때문에) 본인조차 '수락'의 과정을 거쳐야만 전 여자친구의 소식을 듣거나 다시 친구가 될 수 있게 된 현실은, 그리고 그 현실 앞에서 계속 새로고침을 누르고 기다리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는 현실은, 인간관계의 가장 밀접하고 민감한 부분에 기인해 만든 소셜 네트워크이지만 이것 역시 완벽한 대안이 될 수는 없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보통같으면 영화 속 인물들의 현재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자막이 등장했을 때, 특히나 이번 영화처럼 '페이스북은 전세계 가입자 5억명이 사용하는 서비스고, 마크 주커버그는 최연소 억만장자다'라는 문구가 등장했을 때 무언가 해피엔딩에 가까운 감흥을 느끼게 되지만, '소셜 네트워크'의 마지막에는 이러한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즉 현실에서 보여지는 그의 모습은 억만장자이지만, 우리가 영화를 통해 보게 된 그의 마지막 모습은 앞서 언급한 '새로고침'하는 외로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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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소셜 네트워크'를 만든 이들 가운데 빼놓지 말아야 할 한 사람은 바로 음악을 맡은 '트렌트 레즈너'이다. 록 팬들에게는 '나인 인치 네일스 (Nine Inch Nails)'의 프론트맨으로 더욱 유명한 트렌트 레즈너가 만든 영화 음악은, '소셜 네트워크'를 전반적으로 쓸쓸하면서도 차가운 정서로 이끄는 데에 가장 큰 공을 세우고 있다. 이 영화는 음악이 상당히 깊게 관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는데, 차가운 디지털 사운드로 채워진 음악들은 장면의 리듬감은 물론 마치 스릴러 영화에서나 느꼈을 법한 긴장감과 동시에 인간관계를 디지털화하여 쉽게 연결해주는 페이스북이라는 도구와, 그 도구로 인해 멀어져버린 진짜 인간관계에 대한 쓸쓸한 정서를 마치 무채색으로 표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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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가 더 인상적이었던 또 다른 이유는, 개인적으로도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새로운 서비스를 한창 기획하고 준비하는 시기여서 평소에 브레밍스토밍 하고 있는 것들과 연관되는 부분들, 혹은 근본적인 원류를 다시금 되돌아보게끔 해 더 인상적일 수 밖에는 없었다. 또한 페이스북 서비스를 사용한지가 어느 덧 제법 오래되었고 또 최근 몇 달간 더 자주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시류를 잘 읽고 앞서갔던 서비스라는 점에서 좋은 인상을 갖고 있던 터라, 마크 주커버그가 처음 어떤 아이디어에서 출발하게 되었는지 (교내 네트워크를 위한 서비스에서 시작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영화로 그 과정을 접하니 감회가 남다르더라), 또 '더 페이스북'이 어떻게 '페이스북'이 되었는지, 현재 페이스북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몇가지 중요한 아이디어들이 어떻게 설계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 작품이기도 했다. 쉽게 말해 업계 사람으로서 업계 1위라고 할 수 있는 서비스의 리얼한 탄생과정의 목격은 그 자체로 흥분되는 것이었다 (음악으로 바꿔 이야기하자면 유명한 밴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볼 때, 명곡이 어떻게 우연처럼 탄생하게 되었는지가 등장할 때 소름이 돋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미 지난 예전의 이야기임에도 무릎을 탁치게 되는 장면들이 많았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내가 지금 만들고 있는 서비스 혹은 훗날 만들게 될 서비스에 여기서 파생된 아이디어들을 접목시켜야 겠다고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 아, 물론 영화 속 이들의 이야기처럼 5억명의 친구를 만들기 위해 진짜 친구들을 모두 적으로 만들게 되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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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시 아이젠버그와 완성시킨 '마크 주커버그'는 그야말로 올해의 캐릭터 중 하나로 꼽을 만 하더군요. 연민과 비난이 동시에 들게 끔 하는 묘한 주인공이었죠. 

2. 극중 윙클보스 형제는 아미 해머가 1인 2역으로 연기하고 나중에 CG를 통해 영화 속 장면이 완성되었는데, 감쪽 같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그 보다는, 오히려 '자, 이건 1인 2역이야, 뭔가 이상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데이빗 핀처의 영화적 조크와 장난끼랄까요.

3.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필모그래피에서도 현재까지는 최고의 연기가 아닐까 싶군요. 영화를 보고나서 아직까지도 얄밉다고 하는 이들이 있는걸 보면요.

4. 개인적으로 최고의 대사는 '션, 난 니 옆에 서고 싶어. 그럼 내가 더 터프해 보일테니까'라는 왈도의 대사와 '더 는 빼, 그냥 페이스북으로'라는 션의 대사를 꼽고 싶군요. 전자는 감정적으로 후자는 현실적으로요 ㅋ

5. 이 글은 제 페이스북으로도 발행하였습니다. 5억명의 친구들이 보게 될까 두렵군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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