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슨 피크 (Crimson Peak, 2015)

더 아프고 더 차가운 유령 드라마였다면...



유령을 볼 수 있는 소설가 지망생 ‘이디스’(미아 와시코브스카)는 상류사회에서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으며, 글쓰기 외의 다른 것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신비로운 매력을 가진 영국 귀족 ‘토마스’(톰 히들스턴)를 만나게 되고, 둘은 순식간에 서로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아버지 ‘카터’의 만류에도 불구, 이디스는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그와 함께 영국으로 향한다. 아름답지만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대저택 ‘크림슨 피크’와 토마스의 누나 ‘루실’(제시카 차스테인)이 그들을 맞이한다. 이디스는 낯선 곳에 적응하려 하지만, 실체를 알 수 없는 기이한 존재들과 악몽 같은 환영을 마주하게 되고, 그녀 주변의 모든 것에 의문을 갖게 되는데… (출처 : 다음 영화)


길예르모 델토로가 연출하고 톰 히들스톤, 제시카 차스테인, 미아 와시코브스카가 출연한 공포/멜로 드라마 '크림슨 피크 (Crimson Peak, 2015)'는 배우들에 대한 믿음과 감독의 대한 믿음으로 보게 된 영화였다. 마치 팀 버튼 영화 같은 비주얼을 하고 있는 영화는 공포와 멜로를 조합한 드라마 형식을 갖추고 있는데, 여기서 가장 기대되는 바는 역시 토토로, 아니 델토로 감독이라는 점이었다. 뻔한 멜로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과 어떤 생경한 비주얼을 보여줄까 하는 것이 가장 큰 기대하는 바였는데, '크림슨 피크'는 한 편으론 뻔한 공포/멜로 드라마들 보다 더 나아가지 못했고, 다른 한 편으론 그들에게는 없었던 부분을 충족시켜 준 만족과 아쉬움이 딱 절반씩 공존하는 작품이었다.



ⓒ UPI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크림슨 피크'는 비밀을 갖고 있는 남매인 토마스 (톰 히들스톤)와 루실 (제시카 차스테인)이 이디스 (미아 와시코브스카)에게 접근하여 자신들의 저택인 크림슨 피크로 오게 되면서 겪게 되는, 비밀스럽고 공포스러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진짜일지 가짜일지 모를 토마스와 이디스의 멜로가 섞여 있다.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이 시놉시스를 보았을 때 연출자가 길예르모 델토로라는 점에서 특별히 기대했던 점은, 멜로가 중심이 된 일반적인 드라마가 아닌 공포와, 특히 배경이 되는 크림슨 피크 저택의 활용 비중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로맨스의 비중은 생각보다는 컸으나 절절한 로맨스 드라마로 보기엔 부족한 수준이었고, 델토로 감독이 특기를 발휘할 수 있는 후자의 경우도 무언가 하다 만듯한 느낌을 주는 수준이었다. 차라리 한 편의 연출 비중이 더 커서 컨셉을 확실하게 잡는 편이 더 나은 작품이 되었을 듯 싶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강조된 경우였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다음 단락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UPI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델토로는 멜로와 공포, 그리고 본인이 공포를 묘사하는 데에 있어서 큰 덕목으로 생각하는 슬픔을 함께 구성하려 했는데, 그것보다는 확실히 깊은 슬픔이 담긴 공포로 집중하는 편이 더 색깔있는 작품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확신)한다. 예를 들면 토마스와 이디스의 멜로를 넣지 않고 실제로 토마스가 이디스에 대한 사랑 역시 자신과 루실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하고, 그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 이 무서운 두 명에게 맞선 이디스는 다름아닌 바로 크림슨 피크에서 죽음을 맞아 유령이 된 토마스의 전 부인들의 도움을 받아 이 슬픈 사연이 담긴 크림슨 피크 저택의 사연을 종결 짓는 이야기였다면 훨씬 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실제 본편에서도 후반부 저택 지하실에서 유령이 살아날 수 있는 복선을 깔아두길래, 후반부 이디스가 위험을 맞았을 때 이 유령들의 도움으로 살아남겠구나 싶었는데 의외로 이런 전개가 없어서 크게 아쉬웠었다 (사실 좀 놀랐다). 만약 그랬다면 사랑한 죄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토마스의 전 부인들의 유령의 슬픔이 깊게 묻어난, 그러니까 영화의 구도가 남매와 이디스를 포함한 전 부인들의 구도로 이뤄졌더라면 '판의 미로'까지는 어려워도 제법 깊이 있는 슬픈 유령 드라마가 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UPI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스포일러 끝)



이런 아쉬운 점들이 있지만 크림슨 피크 저택의 고풍스러운 스타일과 인물들의 의상 등 미술적 측면에서는 이야기가 담고 있는 차가움 만큼이나 시릴 정도의 공기가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아마 이 영화는 한 여름에 보았더라도 손이 시려울 정도의 한기가 느껴졌을 것이다. 그 정도로 시종일관 입김이 느껴지는 이 추위와 공기의 차가움은 '크림슨 피크'가 담고 있는 매력 포인트다.



1. 제시카 차스테인이 연기한 루실의 후반부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그럼 그렇지, 차스테인이 어떤 여자인데. 다른 차원에 있는 아버지의 신호까지 알아차리는 진념의 여성인데, 저 정도로 포기할리가 없지' 싶은 ㅋㅋ


2. 여러 편의 출연작을 보았는데 아직도 미아 와시코브스카의 이름을 못 외움;;;;



ⓒ UPI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글 / 아쉬타카 (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UPI 코리아 에 있습니다.






마션 (The Martian, 2015)

다시 우주를 꿈꾸게 만드는 휴먼드라마



리들리 스콧이 다시 한 번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돌아왔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화성을 배경으로 한 아주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드라마로 돌아왔다. 맷 데이먼이 또 한 번 우주비행사로 등장하는 이 영화는 기존 리들리 스콧이 우주를 다뤘던 영화들과는 조금 성격을 달리 한다.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를 통해 근원에 대한 연구를 스릴러의 방식으로 풀어냈다면, 이 영화 '마션 (The Martian, 2015)'은 '에이리언' '프로메테우스' 등과는 달리 아주 철저하게 과학적이고 또한 현실적, 개인적인 시점으로 화성이라는 공간과 인간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리들리 스콧의 '마션'은 일종의 생존 드라마다. 홀로 화성이라는 공간에 남게 된 과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어떤 일들을 겪게 되는 지에 관한 보고서 혹은 일기와도 같은 내용인데, 여기서 이 영화가 다른 생존 영화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바로 그 홀로 남게 된 주인공이 과학자 (식물학자)라는 점이다. 많은 SF영화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과학적 사실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설정이나 전개를 펼쳐 나가곤 하는데, 직접 검증을 다 해볼 수는 없지만 (아마도) '마션'은 다른 무엇보다도 과학적 근거가 드라마에 바탕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걸 알 수 있었다. 즉, 실제 과학적 이론에 근거한 내용 등이 영화의 전개 과정을 위해 근거 정도로 존재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적인 대사나 설정을 통해 이런 이야기가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입증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지독한 장인인 리들리 스콧은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여러 이야기 가운데 이론적으로 타당하면서도 드라마가 가능한 원작 이야기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볼 수 있겠다.



ⓒ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우주를 배경으로 홀로 남게 된 주인공을 다뤘다는 점에서 '그래비티 (Gravity, 2013)'를 연상케 하는데,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마션'은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서두에 언급했던 '캐스트 어웨이'와는 달리 '마션'의 주인공 마크 (맷 데이먼)는 적극적으로 지구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이것 역시 지극히 과학자 적인 입장에서 현실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는데, 자신이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철저하게 계산해 생존 가능한 확률을 높이거나 더 나은 선택을 하고자 하는 행동에서 말미암은 최선의 선택이 바로 자신을 구해줄 수 있는 곳과의 연락을 통해 그 확률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있어서도 이론적으로 가능한 방법과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매끄럽게 설명하는 데에 영화는 많은 공을 들인다. '마션'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이 같이 과학적 이론에 근거한 장면들을 묘사할 때 최대한 '왜?'에 대한 답을 관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주면서도 그것이 결코 지루하거나 딱딱하지 않게 유머와 음악을 가미한 드라마로서 유려하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즉, 화성에 홀로 남은 주인공을 묘사하는 전반적인 방식에서 공포와 외로움이 주가 된 것이 아닌, 희망적이고 논리적이며 유쾌함마저 느껴지도록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존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 놓인 주인공이 그 와중에도 유쾌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확률이 낮기는 하지만 가능한 확률도 분명 존재한다는 과학자로서의 믿음 (신앙적 믿음이 아닌) 때문일텐데, 영화 역시 바로 이 주인공의 심리와 분위기를 같이하며 이 외로운 싸움을 희망적이고 가능한 이야기로 그려내고 있다.



ⓒ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마션'의 가장 큰 매력 중 또 다른 것은 바로 영화에 삽입 된 기가 막힌 노래들이다. 이미 너무도 익숙한 록과 팝 넘버들이 정말 거푸 기가 막히다는 표현을 써야할 정도로 완벽하게 녹아 들어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신의 한수는 역시 데이빗 보위의 'Starman'을 들 수 있겠다. 단순히 음악적인 측면에서도 완벽하게 영화의 리듬과 맞물리는 곡인 'Starman'은 또한 내용적으로 보나 이 곡을 부른 데이빗 보위로 보나 우주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나중에 이 영화가 블루레이로 출시된다면 이 곡이 등장하는 시퀀스를 반복적으로 자주 보고 싶을 정도로, 멋진 영화 음악이었다. 이 밖에도 단순한 삽입곡이 인물의 설정과도 자연스럽가 녹아있는 아바의 'Waterloo'도 흥미롭고 다른 곡들도 영화의 유쾌하고 가벼운 리듬과 잘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마션'을 이야기할 때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화성이라는 공간의 묘사다. 이미 여러 작품들의 제작 과정을 통해 리들리 스콧이 평소 영화를 만들 때 최대한 실제하는 것으로 모든 것을 만들고자 함은 잘 알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마션'에 등장하는 화성 역시 로케이션 촬영으로 착각할 만큼 실제하는 듯하고 무엇보다 몹시 아름다운 풍광을 담고 있다. 이것은 조금 의도적인 것일지 모르나 영화가 그린 아름다운 화성의 모습은 확실히 '꼭 한 번 가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두려움과 미지의 대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꼭 한 번 탐험해보고 싶은 욕망을 (오랜만에) 다시 불러 일으킨다. 다시 말해 다시 우주를 꿈꾸게 만든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와 마찬가지로 리들리 스콧의 '마션' 역시 이제는 아무도 우주 탐험을 꿈꾸지 않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 하며 만든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인터스텔라'가 낭만적 가족드라마였다면 '마션'은 좀 더 유쾌한 과학적 수필같다. 벌써부터 블루레이로 출시 될 '마션'이 기다려진다. 매번 그렇듯 이번에도 영화 만큼이나 제작 과정이 궁금해지는 리들리 스콧의 매력적인 영화였다.



ⓒ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1. 원작 소설도 잘 나온 것 같아 빠르게 구매해서 읽어봐야 겠어요.

2. 사운드트랙은 무조건x10 구매입니다.

3. 3D로 감상하였는데 3D로 볼 충분한 가치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아이맥스로도 개봉하면 좋을 텐데 개봉할런지 잘 모르겠네요;;

4. 그저 맷 데이먼 혼자만 나오는 (마치 '더 문'처럼)영화 같지만 유명한 배우들이 정말 여럿 등장합니다. 제시카 차스테인, 제프 다니엘스, 케이트 마라, 세바스찬 스탄 (윈터솔저), 치웨텔 에지오포 그리고 숀 빈까지. 숀 빈이 죽는지 안 죽는지는 비밀로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에 있습니다.






모스트 바이어런트 (A Most Violent Year, 2015)

악마의 탄생이 아닌 정도(正道)의 죽음



'마진 콜'과 '올 이즈 로스트'를 연출했던 J.C.챈더 감독의 신작 '모스트 바이어런트'를 보았다. 이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포스터와 스틸컷에서 마치 '대부' 시절의 알 파치노를 연상 시키는 강렬한 이미지의 오스카 아이삭과 근래 가장 흥미로운 필모그래피를 이어가고 있는 여배우인 제시카 차스테인 때문이었다. 특히 오스카 아이삭의 이미지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알 파치노의 '대부'를 떠올리기 쉬운 것이었기에, 작품 역시 범죄가 만연하던 1981년 뉴욕을 배경으로 한 또 다른 갱스터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J.C.챈더는 정반대로 이 힘든 시절 속에서 끝까지 정도(正道)를 지키고자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지만 아주 치열하게 그려냈다.



ⓒ 영화사진진. All rights reserved


아벨 모랄레스 (오스카 아이삭)는 이민자 출신으로 장인어른의 기름 사업을 물려 받아 계속 사업을 성장시켜온 재능있는 사업가다. 하지만 그가 성공할 수록 그는 각종 비리와 공격에 타겟이 되어 안밖으로 커다란 압박을 받는다. 범죄가 만연한 시기였기에 어쩌면 큰 흠이 되지 않을 지도 모르는 여러 유혹과 회유에도 아벨은 끝까지 자신의 방식, 제대로 된 방식으로 그 만의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자 한다.


'모스트 바이어런트'는 주인공 아벨을 그리는 방식에 있어서 최대한 거리를 두고자 한다. 그의 가족적인 면, 인간적인 면을 감성적으로 부각하는 대신, 상당히 드라이하게 사업가로서의 그의 행동과 결정 위주로 묘사한다. 다시 말하자면 아벨은 범죄와 맞서 싸우는 정의의 사도는 물론 아닐 뿐더러, 그가 추구하는 가치가 고귀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는 본인의 방식대로 본인의 꿈을 이루려는 사업가 일 뿐이다. 표현은 '뿐이다'라고 했지만 정확히 얘기하자면 이 작품엔 그 어떤 비하나 상대적 평가 절하의 표현도, 시선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오히려 아벨의 이야기를 더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면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 남게 된다. 왜 아벨은 이토록 정도(正道)에 집착하는가?



ⓒ 영화사진진.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이것은 역설이다. 즉, 이 질문은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 관객들을 향한 감독의 질문일 것이다.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것을 추구한 아벨이 이토록 고통과 어려움을 겪는 과정을 통해 이 사회가 얼마나 타락했는지 더 나아가 그런 사회에 얼마나 대중들이 익숙해졌는지를 되묻도록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악마의 탄생으로 봐야할 것이 아니라, 정도(正道)의 죽음으로 봐야할 것이다. 순수한 한 남자가 결국엔 어떻게 악에게 잠식되는 지에 대한 과정이 아닌, 아벨이 대변하는 가치관들이 어떻게 스러져가는지에 대한 기록의 측면으로 보는 것이 더 맞을 듯 하다. 영화는 이런 측면에서 관객들에게 커다란 짐을 전달하고자 한다. '모스트 바이어런트'엔 극적 쾌감이나 짜릿함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상황적인 측면도 그러하지만, 간혹 아벨이 그 어려움들을 우여곡절 끝에 해결해 낸다하더라도 (그것이 일시적인 것일지라도)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성취감은 물론, 다행이다 싶은 안도감도 느낄 수가 없다. 왜냐하면 혹여 성공처럼 비춰질 수 있는 순간이라도 사실은 죽어가는 과정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 영화사진진. All rights reserved


'모스트 바이어런트'의 아쉬운 점이라면 한 남자의 심리와 상황 묘사를 조금은 직접적으로 미국이라는 현상과 비교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금은 은근하게 빗대어 볼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있었으나, 조금은 직접적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연상케 하는 샷과 구도들은 영화 전체가 담고 있는 무거움을 조금은 가볍게 만드는 요소였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아벨이 처한 상황과 직접적으로 같지는 않지만 상황적으로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인지, 그의 고민 하나하나가 200% 와 닿았다. 지켜야 하는 것들과 지키지 않아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 것들. 성공이라는 상황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수단까지 가능한 것인지. 혹은 이 같은 어려움에 처하는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면 끝까지 정도를 가려는 것 자체가 너무 이기적이거나 어리석은 판단은 아닐지.

가장 폭력이 만연하던 해를 온 몸으로 통과하고 있는 아벨의 이야기는 새삼스럽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게 만든 영화였다.


1. 정말 오랜만에 카타리나 산디노 모레노를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던.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영화사 진진 있습니다.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2014)

우주를 건축하고 낭만을 이야기하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인터스텔라'를 개봉 첫 주말 아이맥스로 보았다. '인터스텔라'는 그의 작품답게 원초적으로 머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복잡한 설계가 밑바탕에 깔려있고 그 위에는 가슴을 움직이게 만드는 낭만과 감동이 자리 잡고 있는, 딱 크리스토퍼 놀란 다운 작품이었다. '인터스텔라'는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 (Gravity, 2013)' 이후 사실상 처음 선보이는 본격 우주 체험 영화라는 부담감이 작용했을 수 밖에는 없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와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기도 했다. 보고 배우는 것에 그치던 우주라는 공간과 세계를 체험하는 것으로 끌어 들이는 데에 성공한 '그래비티' 이후엔 그 어떤 영화도 (최소한 단 기간 내에는) 우주를 다시 배경으로 하는 것에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 인터뷰에서 본인이 '그래비티'를 보지 않은 유일한 사람일 거다 라고 밝히기도 했던 놀란은, '그래비티'와는 또 다른 의미로 체험하는 우주를 그리는 동시에 또 한 번 설계자 다운 면모를 발휘해 다층적이다 못해 다 차원적인 구조를 구현해 냈고, 여기에 낭만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감정의 드라마까지 담아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인터스텔라' 역시 아쉬운 점이 없지 않은 작품이지만, 뭐랄까 놀란의 영화관에 있어서 좀 더 명확해 지는 지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구체적인 작품이기도 했다.




Legendar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일단 내가 이 작품을 인상적으로 보았던 본격적인 이유를 하기에 앞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가 항상 대단하다고 느끼는 지점은,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이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도록 만들거나 다른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이에 근본적인 원인은 그가 만든 거의 모든 영화에 기본이 되는 치밀한 설계도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가 주로 만드는 설계도는 무언가 학구적인 의욕을 한 껏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기억을 잃은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플래시백 형태로 구성한 '메멘토'도 그랬고, 꿈 속의 꿈이라는 다층 구조를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표현해 낸 '인셉션'은 관객들로 하여금 '내가 100% 완벽하게 분석해 내겠어!'라는 의지를 불태우게 했었던 것처럼, 이번 '인터스텔라' 역시 우주라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은 공간을 배경으로, 역시 익숙하게 들어 왔지만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려운 블랙홀, 웜홀, 4차원, 5차원 이라는 개념과 현상들을 시각적으로 수긍하고, 논리적으로 이해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렇듯 학구적으로 파고든 설계 탓에 자주 그가 만든 세계는 논리적 오류나 설정의 오류라는 많은 의견들과 부딪히게 되기도 하는데, 실제로 그가 그의 동생과 함께 쓴 시나리오가 과학적, 논리적 오류가 있는 가의 여부와는 별개로, 그가 왜 이런 방식을 매번 택하고 있는 지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 봐야겠다는 걸 '인터스텔라'를 통해 또 한 번 강하게 느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왜 이렇게 영화를 복잡하고 설명하듯 만드는 것일까.




Legendar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간단하게 정리하면 두 가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하나는 그 세밀한 설계 자체가 갖는 중요성, 그러니까 '인터스텔라'로 비유하자면 5차원이라는 개념을 관객이 더 쉽게 이해하도록 영화화하기 위해 이를 논리적으로 뒷 받침할 만한 만반의 준비와 설계를 건축하듯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더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크리스토퍼 놀란은 구조와 설계 자체를 중심에 둔 다는 얘기다. 사실 대다수가 이 의견에 손을 들어줄 텐데, 내 의견은 조금 다르다. 사실 이렇게 달리 생각하게 된 것은 '인셉션'을 보고나서 부터인데, '인셉션'이 개봉하고 나서 흡사 논문에 가까운 영화 글들이 수를 놓았을 정도로 구조가 전면에 드러난 작품이었지만 개인적으론 오히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코브'라는 캐릭터의 트라우마에 관한 아주 강력한 드라마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놀란 영화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아내를 잃은 남편이거나 가족을 잃은 남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의 분석은 이미 여럿 있어 왔는데, 여기에 더 힘을 보태서 이런 설정들이 어쩌면 그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설계한 구조적 배경보다도 더 우선적으로 그가 들려주고자 한 메시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인터스텔라'를 보며 또 한 번 강하게 들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결국, 기억을 이야기할 때도, 꿈 속의 꿈을 이야기할 때도, 코스츔을 입은 외로운 영웅을 이야기할 때도, 그리고 우주 속 웜홀 뒷편의 5차원을 이야기할 때도 결국 한 인간의 드라마를, 더 나아가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Legendar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사실 그런 측면이 놀란의 모든 영화에 드러나고 있다고 봤을 때,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다크나이트'의 경우 이 가운데 가장 감정적으로 배제되어 있는 편이고, 이 작품 '인터스텔라'는 가장 직접적으로 감정이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인셉션'을 처음 보았을 때는 그 구조의 황홀함에 압도되어 만족감을 얻기에 벅찼었지만 두 번째 관람을 하고 나니 너무도 명백한 코브의 슬픈 드라마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인셉션'은 놀란 영화의 큰 두 가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설계와 감정, 혹은 설계와 낭만이 적절히 균형을 이룬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인터스텔라'는 이 두 가지 관점에서 보자면 분명 후자에 더 큰 비중, 아니 비중이 크다기 보다 더 노골적인 표현이 담긴 작품이었다.



(다음 단락에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Legendar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노골적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한 데에는 역시 '사랑'이라는 개념의 표현 방식 때문이 컸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다른 작품은 물론이고 감정적이라고 느꼈던 '인셉션'에서도 그 표현 방식은 직접적이지는 않은 편이었는데 '인터스텔라'에서의 후반부를 장악하고 있는 정서는, 오히려 한편으론 이런 우주 영웅 가족영화에 대명사로 불리우는 '아마겟돈'보다도 더 강력한 세기로 가족 간의 사랑이라는 정서가 자리잡고 있었다. 조금 부정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앞서 영화의 중반부까지 우주와 웜홀에 대한 방정식을 풀 듯 논리의 파도를 따라오던 관객 입장에서는, '결국 이 모든 것의 해답은 사랑, 사랑이야!'라는 영화의 후반부가 맥이 빠질 수 밖에는 없는 노릇인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개인적으론 '인터스텔라'의 방식이 조금 직접적이었을 뿐 놀란의 영화는 항상 이런 드라마를 바탕에, 아니 중심에 놓았었기에 크게 이질적인 부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랑, 사랑이었어!'라는 식의 전개는 이 5차원이라는 개념을 재료로 하기엔 너무 1차원적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들게 마련인데, 조금 더 생각해 보니 크리스토퍼 놀란은 마치 찰리 카우프만이 '시네도키, 뉴욕 (Synecdoche, New York, 2008)'을 통해 본인의 메세지를 정말 끝까지 밀어 붙였던 것처럼, 본인이 항상 두 손에 쥐고 있던 설계와 감정의 개념을 한 발 더 나아가 하나의 개념으로 발전시키려는 시도가 아니었나싶다. 이 작품에서 후반부 사랑의 개념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을 보면 단순히 인간의 사랑이야말로 차원을 넘어서는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힘이 존재한다 라는 식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흥미로운 가설을 꺼내놓는데, 바로 사랑이라는 개념이 아직 인간이 알아 낸 과학적 지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인간이 발명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혹시 설명할 수 없는 과학적 개념이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즉, 사랑이라는 것이 감정의 산물이 아니라 일종의 과학적 산물 혹은 미래에는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설명이 가능한 무언가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Legendar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러한 접근은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흥미로운 접근이었는데, 처음엔 이 같은 영화의 태도가 '와, 정말 대단한데!'라고만 느껴졌는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이 작품의 기반이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로버트 저메키스의 '콘택트 (Contact, 1997)'가 던진 화두인 '과학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분명히 경험한 것'에 대한 부분을 다시 한 번 메시지로 채용했다고 볼 수 있을 듯 하다. 즉, 아빠가 똑같이 딸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것은 맞지만 그 이유가 된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영화가 바라보든 태도는 이전 다른 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인터스텔라'가 왜 흥미로운 작품인지를 또 한 번 보여주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콘택트'와 근본적으로 조금 다른 부분도 있다. '콘택트'는 이 광할한 우주에 인간만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공간 낭비인가 라는 말처럼 외계 생명체에 가능성에 대한 중요성이 짙게 깔려있는 작품이지만, '인터스텔라'는 그 중심이 외계 생명체라기 보다는 오히려 인간 혹은 인간의 진화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Legendar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스포일러 끝!)



어쨋든 '인터스텔라'는 놀란의 다른 작품들처럼 하나 하나 따져보면 '왜 그런한가?'에 대해 소품이나 배경, 인물, 대사 등 모두 이유를 찾고 설명하는 것이 가능한 영화일테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런 것들을 다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더 강력하게 드러난 낭만적인 가족 드라마이기도 했다. 뒤돌아 보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들은 다들 순수하리만큼 낭만적인 인물들이 중심이 된 드라마였던 것 같다. 마치 더 이상 막는 것이 불가능한 디지털의 시대에 끝까지 필름 촬영을 우선하고 3D를 배제해 온 그 처럼 말이다.



Legendar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1. 5차원이라는 걸 시각적으로 경험하는 건 '그래비티'의 우주를 경험하는 것과는 또 다른 체험이었어요. 오히려 이 부분은 나중에 블루레이가 나오면 서플먼트를 통해 좀 더 구조적인 뒷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네요.


2. 한스 짐머의 음악이 참 좋았어요. '다크나이트' 이후 가장 인상적인 그의 작품인듯. 김혜리 기자의 말만 따라 정말로 놀란 작품만 특별히 더 신경 써주는 것 같은 느낌이 ㅎㅎ


3. 본문에도 전반적으로 뉘앙스를 밝혔지만 개인적으로 놀란은 '5차원은 이렇게 표현하면 되겠다!'라는 것을 생각했던 것 만큼, 극 중 쿠퍼가 비디오를 보며 눈물 흘리는 장면을 먼저 떠올렸을 거라고 생각해요. 극의 구성상 중간 정도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마치 마지막 대사를 하려고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닐까 싶었던 링클레이터의 '보이후드'처럼 감정적으론 이 장면을 보여주려고 한 건 아니었을까 싶은.


4. 그냥 다른 얘긴데, 만약 이 영화를 그대로 번역해서 '별과 별 사이'로 개봉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지 궁금하네요. 감독이 전한 의도는 분명 '별과 별 사이' 일텐데 이를 그대로 번역하면 무언가 다른 느낌을 받게 되어버리는 묘한 영어 제목 번역의 현실. 꼭 이 작품 만의 얘기가 아니라 가끔 미국인들은 있는 그대로의 제목들을 어떤 느낌으로 받아들일지 궁금해지더군요. 우리는 아무래도 영어 그대로를 제목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보니 오히려 번역하게 되면 느낌이 애매해지는 경우도 발생하다보니.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Legendary Pictures 에 있습니다.




테이크 쉘터 (Take Shelter, 2011)

불안을 이기는 가족의 힘



최근 '머드 (Mud, 2012)'로 또 한 번 주목 받고 있는 신예 제프 니콜스의 '테이크 쉘터'를 보았다. 솔직히 이 영화에 대한 정보는 평소 좋아하던 마이클 섀넌과 제시카 차스테인이 주연을 맡았다는 것 정도였고, 저 포스터 이미지를 보고는 마치 샤말란의 '싸인'과도 같은 SF, 미스테리 영화가 아닐까 했었다. 즉, 무언가 재앙이 중심이 되는 영화가 되는, 미지의 존재가 등장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었는데 '싸인'과 같은 영화가 아닐까 했던 예상은 틀린 동시에 맞기도 했다. '테이크 쉘터'는 예상과는 다르게 미지의 존재가 등장하는 재앙과 미스테리에 관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샤말란의 '싸인'과 마찬가지로 결국엔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이 영화는 상당히 강렬한 가족 영화로 받아 들여졌다.



ⓒ  Hydraulx. All rights reserved


한 가족의 가장 커티스(마이클 섀넌)는 커다란 시련에, 아니 재앙과도 같은 미래에 놓이게 된다. 하나는 꿈 속에서 보는 재앙이 실제로 이뤄질 것 같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이러한 증세가 정신 병력이 있는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정신병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커티스는 둘 중 어떤 것이 사실이든지 간에 재앙을 맞게 될 수 밖에는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자신의 꾸는 꿈이 실제 미래를 본 것이라면 엄청난 재앙을 맞게 될 것이고, 만약 이것이 정신적인 문제로 인한 개인의 문제라면 자신의 성장기가 그랬던 것처럼, 그의 아내와 어린 딸은 자신의 정신병으로 인해 힘든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초 중반까지 이 영화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엄청난 무게를 홀로 견디고 극복 방법을 모색해 나가는 커티스의 심리다. 주변 친구들에게는 물론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이 두 가지 닥쳐올 미래의 사이에서 고뇌하고 고통 받는 커티스의 심리는 마이클 섀넌의 깊은 연기를 통해 과장되지 않게 표현된다. 홀로 견딘다는 것을 이처럼 잘 표현해낸 연기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마이클 섀넌은 홀로 모든 짐을 진 커티스의 심리를 미련하거나 의아하게 만들도록 하지 않고 공감이 가도록 연기해 낸다. 즉, 내가 저 가정의 가장이었다면, 저런 상황에 놓인다면 힘들기는 하지만 저럴 수 밖에는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숨죽이며 커티스의 하루하루를 따라가도록 말이다.



ⓒ  Hydraulx. All rights reserved


그 가운데도 '테이크 쉘터'가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은 미스테리 한 요소, 커티스가 겪고 있는 양날의 불안에 대해 모두 그 불안함을 시종일관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영화의 시선은 두 가지 중 무엇이 진실 인지를 끝까지 궁금하도록 만드는 동시에 결국 무엇이 사실인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의미를 모두 가능하게 하는데, 영화가 선택한 마지막 장면의 의미심장함은 이를 더더욱 뒷받침한다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했음에도 말이다).


이 영화가 단순히 영화 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잘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좋은 영화인 점은,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 때문이다. 이 영화는 다소 신파로 흘러갈 수 있는 가족애라는 주제를 전혀 다른 화법 속에서 표현해 냈다. 사실 영화를 보지 않고 글로만 본다면 '홀로 모든 짐을 지고 고통 받는 남편의 곁에서 그를 끌어 안아 보듬는 아내'의 모습이 너무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 영화 속에서 표현 된 이 정서는 그 어떤 가족 영화보다 뭉클한 가족애를 그려낸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인데 하나는 커티스가 겪고 있는 고통의 정도가 얼마나 가혹한 것 인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를 이해하는 아내의 심리 역시 결코 당연 시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영화는 충분히 사전에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  Hydraulx. All rights reserved


개인적으로도 몇 가지 혼자 수년 간을 끙끙 싸 매고 있는 일들이 있는데, '테이크 쉘터'에서 제시카 차스테인이 연기한 캐릭터와 이 가족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니, 과연 저런 일이 현실에서 가능 할까 라는 궁금증을 넘어서서, 저 가능성을 믿어보고 싶은 작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커티스의 갈등의 핵심이 가족이었다는 점. 병 때문에 자신을 떠나버린 어머니처럼 되고 싶지 않아서. 자신은 이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서 벌인 일들이라는 점. 그걸 알기에 더 큰 시련이 될 수 있음에도 이 남자와 끝까지 가정을 지켜나가려는 아내의 모습은, 자칫 판타지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저럴 수 있겠구나'라는 강한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  Hydraulx. All rights reserved


결국 커티스의 불안은 가족으로 인해 말미암은 것이었지만 그 유일한 해결 방법도 가족이었다는 걸 영화는 힘 있게 보여준다.

전혀 의외였지만 이건 올해의 가족 영화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Hydraulx 있습니다.


 




경이로운 우주의 가운데 나를 느끼다 - <트리 오브 라이프> 블루레이


테렌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를 처음 보았을 때의 충격은 그 어떤 스릴러 영화의 반전 못지 않았다. 아니, 반전 영화들에서 얻는 충격과는 차원이 다른, 말로 표현하기 힘든 충격이었다. 압도 당한다는 느낌을 보는 내내 받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는데, 그 압도됨은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황홀한 이미지들의 향연과 신(God)과 관계 된 거대한 담론 때문 만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우주의 탄생과 생명의 탄생 그리고 진화, 인간의 삶과 죽음이라는 거대한 담론에 주눅들어 버리거나 할말을 잃어 압도되었다고만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그 경이로운 우주의 가운데 (여기서 우주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천문학적 우주 뿐만 아니라 무한한 시간과 만물, 끝없는 공간 등 존재하는 모든 것의 총체를 가리킨다) 바로 나 자신이 느껴졌기 때문에 보는 내내 압도 당할 수 밖에는 없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더 명확히 이야기하자면 '트리 오브 라이프'는 우주의 탄생, 생명의 진화, 인간의 삶과 죽음 등 범우주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 '체험'하는 영화라는 얘기다.





블루레이 발매로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이 총 세 번째 감상이었는데, 이전 두 번의 감상에서 놓쳤던 부분들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 놓친 부분들은 이전에 발견하지 못했다기 보다, 놓쳤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뒤늦게 인정하게 된 경우라고 해야겠다. 처음 이 영화를 보고 썼던 글의 제목도 '경이로운 우주 가운데 나를 느끼다' 였는데, 이번 역시 같은 제목이지만 그 감상의 주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첫 감상에서 느꼈던 경이로운 우주는 그 자체로 놀라운 것이었다.


아무런 대사 없이 이미지로만 표현되는 우주의 탄생과 생명의 탄생, 진화는 놀라우리만큼 완벽한 내러티브가 존재했으며 얼핏 보면 긴 시간인 듯 하지만, 따지고 보면 굉장히 함축적인 방식의 전개였다. 그리하여 인물들의 이야기로 시작해, 우주의 탄생을 거쳐 지구가 탄생되고 그 뒤 공룡이 등장해도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전개였는데, 그 가운데 내가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큰 아들 '잭'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한 가족의 이야기가 시작되면서였다. 





앞서 신과 우주의 이야기를 펼쳐놓은 영화는 본격적으로 소우주라 할 수 있는 인간의 삶을 비춘다. 한 가족의 이야기를 보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새로울 것 없는 갈등 구조와 시간에 흐름에 따른 보편적인 서사구조를 갖고 있었음에도, 치명적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이다. 이 가족의 이야기는 사실상 잭의 시점에서 진행이 되는데, 잭이 커가면서 부모와의 관계, 형제들 사이에서의 관계, 세상을 받아들이는 과정 그리고 자아의 갈등을 겪게 되는 과정들이, 한 수 한 수 놀라운 디테일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와중에도 영화가 전반적으로 갖고 있는 메시지의 기반에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놀라웠다.


잭의 시점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과 심리적 변화 들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매우 익숙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보편적이지만 미묘한 시간들을 '트리 오브 라이프'는 완벽한 줄기로 그려내고 있다. 앞선 시퀀스에서는 형용하기 힘든 경이로움을 느꼈다면, 이 시퀀스에서는 공감이라는 이름의 경이로움과 인생의 무게 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잭'의 이야기가 놀라운 또 다른 이유는 그 속에서 너무 쉽게 '나'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이처럼 디테일 한 묘사를 했음에도 반대로 가장 보편성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그리고 '잭'의 이야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영화와 나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완전히 솔직하도록 만드는 압도적인 힘이 있었는데, 이 에너지가 '잭'의 이야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이전에 영화가 들려주었던 거대한 우주의 이야기로부터 말미암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내러티브 측면에서 그러했다는 뜻이 아니라, 보는 나 스스로는 느끼지 못했지만 이미 신과 우주,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부터 나의 경계는 무너져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놀라운 체험의 영화다. 이 작품은 평소 삶에서는 미처 체험할 수 없었던, 또 안다고 해도 절대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있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었던 수 많은 간극들을 영화적 체험을 통해 조금이나마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다시 말해 '트리 오브 라이프'의 메시지는 인간이란 존재와 이를 둘러싼 우주와 자연의 섭리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간극이 '있다'라고 마무리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간극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우리의 삶과 이를 둘러싼 모든 것들 간에는 유한한 거리로 설명되지 않는 '무한의 것'이 있다 (여기서 '있다'라는 단어의 의미는 앞선 '있다'와는 다르다)라는 것이다.


‘시공간적 크기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것들에 비하자면 한 가족의 삶과 고통은 얼마나 보잘것없이 작은 것인가’ 라는 근거로 ‘신(절대자)을 이해할 수 없음에 그저 순응하는 것이 섭리이다’ 라는 결론이 아니라, 한 인간, 한 소년의 삶의 깊이와 고통 역시 헤아릴 수 없는 다른 의미의 우주라는 위로와 경이로움을 전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앞서 한 인간의 삶을 '소우주'라고 표현한 것은 잘못된 표현이라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어쩌면 가장 직접적인 메시지였으나 다른 담론에 가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주제 역시 확인할 수 있었는데, 바로 자녀 혹은 가족을 잃은 남겨진 이들에 대한 사려 깊은 위로가 그것이었다. 사실 누군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에게 신의 섭리를 논하는 것 자체가 와 닿기 쉽지 않은데, '트리 오브 라이프'는 그 섭리에 대해 순응하라는 무력함 혹은 복종의 메시지가 아니라, 기원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 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그 섭리를 진정성 있게 담아내고 있기에 허울뿐 인 위로가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소중한 이를 잃은 이에게, 더 나아가 목숨과도 바꿀 수 있을 내 아이를 잃어버린 이에게 진실된 위로를 전하려면, 이 정도의 진정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얼마쯤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 아마 그 때쯤이면 지금의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더 솔직해진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Menu Design





영상 : 시각적 언어로 쓰여진 영화를 빛내는 궁극의 화질


테렌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는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곧 내러티브로 연결되는, 즉 영상미가 그 어떤 작품보다 중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테렌스 맬릭은 그의 그 어떤 전작들보다도 시각적인 측면에 큰 공을 들였으며, 인위적인 것들을 최대한 배제했던 전작들과는 달리 부분적으로나마 컴퓨터 그래픽을 도입하기도 했다.(물론 이 영화의 시각효과 대부분은 더글러스 트럼블이 가세한 아날로그 기법이 대부분이다) 그 만큼 이 작품에서 시각적인 부분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으며, 바로 그 중요함을 놓치지 않도록 블루레이의 화질은 가히 역대급이라 할 수 있을만큼 최고 수준이다. <다크 나이트> 블루레이의 IMAX 시퀀스 화질이 두시간 내내 이어지는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칠드런 오브 맨’의 촬영 감독으로 유명한 엠마뉴엘 루베즈키는 ‘트리 오브 라이프’의 많은 장면을 IMAX 레디의 65mm 필름을 사용했으며, IMAX 카메라, 파나비전 65 하이레졸루션, 레드원, 팬텀 HD 등 최고의 화질을 보장하는 장비들로 촬영하였다. 감독의 의도나 촬영에 사용된 장비들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트리 오브 라이프’는 자칫 철학적인 영화로만 비춰질 수 있지만 시각적인 영상미가 바로 그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도구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하다.


블루레이의 화질은 바로 이러한 영화의 영상미를 전달하기에 최적의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다. 극장에서 볼 때 영상미 자체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면, 블루레이 감상 시에는 여기에 화질의 우수함이 주는 놀라움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블루레이의 화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항상 하드웨어 적인 퀄리티와 그 퀄리티를 체감할 수 있는 영화적 요소, 이 두 가지를 들곤 하는데 ‘트리 오브 라이프’ BD는 바로 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만족시키는 타이틀이다. 화질의 하드웨어 적 퀄리티야 근래 발매된 타이틀 가운데 최고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으니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이런 레퍼런스급 화질을 체감할 만한 다양한 구성과 성격의 영상이 담겨 있기 때문에 체감하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좋다고 느껴지는 화질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수치적으로도 음성파일을 제외한 영상파일의 용량만 35기가에 달하며 평균 전송 비트레이트 또한 36.8Mbps에 달하는 등 한마디로 '슈퍼비트'급이다.

음향 - 압도하는 스코어가 인상적인 사운드





위 문구는 블루레이로 영화를 최초 재생 시 본편 영상에 앞서 나타나는 안내 문구로, 화질과 더불어 음향 또한 '트리 오브 라이프'라는 영화에게 있어 기능적인 면에서나 미학적인 측면에서나 대단히 중요함을 실감케 한다. 특히 앞선 시각적 측면과 마찬가지로 테렌스 맬릭은 이 영화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내 음악이 존재하기를 원했을 정도로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영화 음악은 주제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글은 소책자에 실리는 김세윤 작가의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칼럼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극장에서 관람했을 때에도 우주의 기원을 다룬 경이로운 시각적 체험을 더 강렬하게 표현하는 클래식 곡과 영화 음악에 압도되었었는데, 48kHz/24Bit 고사양의 DTS-HD MA 7.1 사운드는 그 압도적인 감흥을 손실 없이 안방으로 가져왔다.





스코어가 들려주는 웅장함 못지 않게 텍사스를 배경으로 한 가정의 이야기를 그릴 때에는, 아주 미세한 생활 소음과 새소리, 바람에 부딪히는 나뭇잎, 풀잎들의 디테일한 사운드까지 7.1채널의 풀 서라운드 음장을 통해 놓치지 않고 들려준다.




전반적으로 스코어의 비중이 높은 작품이기는 하지만, 한 편으로는 전혀 스코어 없이 자연의 소리들로만 채워져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또 다른 의미의 스코어로 활용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이와 같은 블루레이 사운드의 디테일 함은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더 풍부하게 전달해 준다.


스페셜 피처 #1 : 메이킹 다큐멘터리 - Exploring The Tree Of Life


‘트리 오브 라이프’ 블루레이의 유일한 아쉬운 점이라면 부가영상의 수록 양이 많지 않다는 점일 텐데, 국내 타이틀뿐만 아니라 북미에서 출시된 타이틀 역시 동일한 구성이므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필요는 없겠다. 더군다나 디스크를 BD-ROM에서 읽어보면 본편 데이터만으로 41기가를 채우고 나머지 용량을 5기가의 메이킹 다큐멘터리 외 기타 예고편 및 BD메이킹 크레딧으로 꽉꽉 눌러담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본편을 최고 화질과 음질로 수록하는 것에 전력을 다한 타이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분야의 스필버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로렌트 보제로'가 연출을 맡은 훌륭한 메이킹 다큐멘터리 'EXPLORING THE TREE OF LIFE'(1080p, 29:56초)에서는 이 작품에 참여한 제작자, 배우는 물론 테렌스 맬릭을 존경하는 크리스토퍼 놀란과 데이빗 핀처의 인터뷰 등을 통해 ‘트리 오브 라이프’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테렌스 맬릭의 작품관에 대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테렌스 맬릭의 작품을 처음 보고 감탄과 더불어 커다란 매력을 느꼈던 크리스토퍼 놀란과 데이빗 핀처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맬릭의 영화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관객들에게 그를 더 알고 싶어지도록 만드는 매개체가 된다. 또한 이 작품을 기점으로 최근 헐리우드에서 가장 주목 받는 여배우로 성장하고 있는 제시카 차스테인의 인터뷰와 그녀의 오디션 장면도 만나볼 수 있으며, 브래드 피트는 본래 제작자로만 참여할 예정이었다가 본래 출연 예정이었던 남자 배우가 출연이 어렵게 되면서 후에야 출연이 확정되었다는 사실도 전해 들을 수 있다.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배역이라면 세 명의 성인 배우들 보다, 세 명의 아역 연기자라고 할 수 을 텐데, 이 아이들의 오디션 영상과 영화 개봉 이후 다시 촬영장에서 만난 아이들이 당시를 추억하며 나누는 이야기도 수록되었다. 테렌스 맬릭은 더 자연스러운 장면을 위해 아이들에게는 거의 대본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 들도록 유도하거나, 촬영 중간 아이들끼리 장난 치는 순간을 몰래 촬영에 영화에 담기도 했다는 후일담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영화 속 우주의 기원을 다룬 장면들의 비밀에 대해서도 전해 들을 수 있었는데, 단순히 컴퓨터 그래픽만으로 이뤄진 장면들이 아니라 감독의 지인이자 천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던 더글러스 트럼블의 작업으로 화학 약품이나 페인트 등을 이용한 다양한 실험과 회전판, 조명, 고속 촬영 등의 기법의 변화를 통해 발견하고 만들어 낸 장면이라는 흥미로운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30분에 달하는 이 메이킹 다큐멘터리에는 정작 감독인 테렌스 맬릭은 은둔자적인 성격으로 유명한 그답게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매릭의 영화 세계와 그의 연출력에 더 큰 관심과 매력을 느끼게 되는 다큐멘터리다.


메이킹 다큐멘터리 외에 HD 화질의 오리지널 극장용 예고편과 더불어 '가족애'를 강조한 한국 시장에서의 마케팅 포인트를 엿볼 수 있는 한국용 예고편(SD), 그리고 라이프랩스미디어의 차기작이자 역시 기대되는 작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작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블루레이 예고편(HD)이 추가로 수록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디피 컬렉션 만을 위한 것으로 DP010 ‘트리 오브 라이프’ 블루레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DP회원분들의 크레딧을 수록한 영상을 이스터 에그(찾기는 정말 쉽다)를 통해 만나볼 수 있는데, 미리 공지가 된 것처럼 DP회원이자 일렉트로닉 밴드 W&Jas의 멤버 한재원님 (DP닉네임 W)이 작곡한 음악 'In The Flow'와 함께 수록이 되어 더욱 뜻 깊다.






실제로 이런 크레딧을 끝까지 감상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영화 속 장면들과 함께 작품의 컨셉 및 분위기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한재원 님의 편안하고 감각적이며 독창적인 개성의 음악까지 곁들여져, 말 그대로 5분여의 메이킹 크레딧을 기분 좋게 ‘감상’할 수 있었다.


스페셜 피처 #2 - 컬렉터스 가이드북


지난 ‘멋진 하루’ 블루레이를 통해 76페이지에 달하는 컬렉터스 가이드북으로 또 다른 형태의 스페셜 피쳐를 제공했던 LIFE LABS MEDIA는, 이번 ‘트리 오브 라이프’ 블루레이에도 영화를 더 재미있고 풍요롭게 하는 다양한 읽을 거리와 볼거리를 수록한 소책자를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아직 가이드북이 완성되기 전이라 실물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대략적으로 어떤 내용들이 수록될 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이 작품과 관련해 영화감독 정윤철 님(‘말아톤’, ‘좋지 아니한가’의 그가 맞다!)과 DP 영화게시판 및 재개봉관 게시판을 통해 통찰력 있고 깊이 있는 영화 글을 써오고 있는 홍준호 님, 그리고 아쉬타카까지 총 세 명의 각기 다른 시각으로 다가간 ‘트리 오브 라이프’에 대한 리뷰글이 수록되었다.

여기에 촬영, 미술, 시각효과, 음악 감독 등 이 영화의 각 스태프들에 대한 칼럼들이 추가되었는데, 특히 현 방송작가이자 전 FILM2.0 기자 출신의 인기 작가 김세윤 님이 작성한 음악감독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에 관한 칼럼은 이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한 이로서도 특히 기대가 되는 글이니,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또한 영화 현장의 고화질 스틸컷 갤러리가 약 10페이지 분량으로 수록되었고, DP블루레이 게시판을 통해 응모를 받았던 이 작품과 어울리는 순간을 담은 DP회원들의 사진들을 담은 코너 'Moment in Life'(아래 사진 참고)도 수록될 예정이라고 하니 LIFE LABS MEDIA의 전작 ‘멋진 하루’보다 도 더 기대되는 소책자라고 할 수 있겠다.




사족을 달자면 본 리뷰에서 소제목을 굳이 '부가영상'이 아닌 '스페셜 피처', 즉 '부록'의 의미로서 두 섹션으로 나눈 까닭은 바로 '컬렉터스 가이드북'의 제공 때문이다. 이 책은 마치 디스크 용량 부족으로 인해 미처 블루레이에 못담아냈을지도 모를 영화의 후일담을 정성스레 기획된 양질의 글들을 통해 또 다른 형태의 '스페셜 피처'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 리뷰의 스페셜 피처 평점은 디스크에 수록된 부가영상뿐만 아니라 '컬렉터스 가이드북'을 종합하여 매긴 것이다.


더불어 어느새 열번째라는 이정표에 도달한 의미 깊은 디피 컬렉션인 DP010 <트리 오브 라이프> 역시 전 세계 어느 판본에서도 제공하지 않는 충실한 컨텐츠의 가이드북을 제공함으로써, 다시 한 번 '세계 최고의 판본'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결코 과장이 아니게 된 셈이다.

총평 : 작품-AV퀄리티 모두 최고점의 소장용 타이틀





먼저 그 해 가장 뛰어난 작품이자 보면 볼수록 그 이해의 깊이가 깊어지는 테렌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를 DP시리즈를 통해 국내에서도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게 되어서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영화를 표현하는 데에 어쩌면 필수라고 할 수 있는 화질과 사운드에 주저 없이 최고 점수를 줄 수 있는 퀄리티로 발매된 블루레이 타이틀에, 다행을 넘어서 이 작품의 팬으로서 적지 않은 감동을 받기도 했다.





만약 아직 ‘트리 오브 라이프’를 만나지 못한 영화 팬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이 영화를, 그리고 DP시리즈로 출시된 이 블루레이를 추천하고 싶다. 혹자에겐 그저 지루한 영화일지 모르지만 이 영화의 매력에 빠진 이들에게 ‘트리 오브 라이프’는 분명히 두고두고 볼 작품이다. 그런 측면에서 소장가치 높은 이 블루레이 타이틀 만한 건 없을 것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주의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재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