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린 : 최후의 결전 (新少林寺 New Shaolin Temple, 2011)

클리셰 덩어리 일지언정 근본은 있는 영화



설 연휴를 맞아 그 동안 못봤던 영화들과 현재 극장에서 상영중인 작품들을 부지런히 챙겨보던 중,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명절이니까 성룡영화!'라는 이유를 들어 IPTV목록에서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되었다 (물론 성룡 영화라고 부르기 민망한 비중의 영화라는 것은 미리 알고 있었고;;). 국내에서는 소림사를 배경으로 한 액션 영화로 많이 소개되었고 포스터나 카피, 그리고 '최후의 결전'이라는 부제만 봐도 무언가 또 시작되는 그런 류의 영화로 포장한 듯 한데, 이 영화의 본래 제목인 '샤오린'은 '소림'이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액션을 활용하기는 했지만 액션을 위한 영화라기 보다는 '신소림사'라는 제목 답게 소림의 근본에 관한 또 다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SBS 콘텐츠허브. All rights reserved


이 작품이 100% 만족스럽다는 것은 아니다. 액션 영화로 소개되었을 만큼 액션의 비중이 그리 적지는 않은 탓에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조금은 흔들릴 여지도 있고, 무엇보다 '소림'이라는 커다란 가르침을 전하기에는 짧은 러닝 타임 동안 소개해야할 사건들과 이야기들이 많은 터라, 상당히 빠르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더이상 새로울 것은 없는, 클리셰 덩어리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이런 비슷한 구조와 이야기를 갖고 있는 영화들의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특히 중국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런 얘기를 특히 많이 했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최근 몇 년간 중국영화들에서 보았던 새로운 시도들이 만족스럽기 보다는 오히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들만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점을 부각시킨 작품들에 더 큰 만족을 얻었던 것 같다 ('검우강호' 같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범할 수 있는 오류 가운데 '전형적 =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 들 수 있을 텐데, 반드시 새로워야만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한 때 반전에만 목숨 걸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조금만 자유로워진다면 전형적인 영화에서도 재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SBS 콘텐츠허브. All rights reserved


물론 전형적인 영화가 다 괜찮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샤오린'은 좀 촌스럽기도 하고 우직하다 싶기도 한데 어쨋든 소림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갖춰야 할 근본만은 소홀히 하지 않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개인적으로 김용의 소설 속 인물 가운데 '곽정'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와 비슷한 이유인데, 곽정은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우둔할 정도로 단순하고 융통성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답답한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로 굽히지 않고, 정도를 가는 것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본받을 만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도 비록 세련되지는 않지만 이 우직함이 엿보인다. 자신들이 믿고 있는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끝까지 지키다 스러져 가는 소림승들의 모습과 이를 결정적인 대사들과 눈빛으로 표현하는 유덕화의 모습에서는 이런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상대를 무찌르고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적을 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구원하려는 이 가르침이 작게 나마 영화를 통해 느껴졌기 때문이다.




ⓒ SBS 콘텐츠허브. All rights reserved


주인공 '호우지에 (유덕화)'가 이런 가르침을 깨닫게 되는 과정에 조금 더 공감대를 일으킬 수 있도록 시간과 배려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라는 아쉬움은 남지만, 자신들의 부족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끝까지 밀어붙이는 우직함이 오히려 맘에 들었다.



1. 확실히 사정봉이 연기한 캐릭터가 조금 겉도는 느낌이 들긴 했어요. 헤어스타일도 뭔가 이 세계와는 좀 맞지 않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2. 성룡은 예전에 홍금보가 주로 맡았던 캐릭터들과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어 마음 한 켠이 아려오기도 ㅠ 그래도 성룡 형님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 SBS 콘텐츠허브. All rights reserved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SBS 콘텐츠허브 에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