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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Sully, 2016)

모두가 살아남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설리 (Sully, 2016)'는 잘 알려졌다시피 2009년 허드슨 강에서 일어났던 항공기가 추락사고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얼마 되지 않은 이야기라 당시 뉴스를 통해 접했던 기억이 아직 남아있는데 이 사건이 놀라웠던 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항공기 추락 사고였음에도 승무원과 탑승객을 포함한 155명 전원이 무사히 구조되었다는 점이었다. 이 영화의 제목인 '설리'는 당시 항공기의 기장이었던 체슬리 설리 설렌버거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고독한 영웅의 서사를 꾸준히 그려온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목한 건 항공기의 추락이라는 재난 영화적 성격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사건의 중심에 있던 설렌버거라는 한 사람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영화 '설리'는 일단 일반적인 재난 영화들과 방향성을 달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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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주목하고 있는 시점은 사고 이후에 있다. 사고 이후 설렌버거 기장 (톰 행크스)과 부기장 제프 스카일스 (아론 에크하트)는 조사위원회에게 조사를 받으며 압박을 받게 되는데, 주된 요인은 허드슨강에 착륙해야만 했는가 즉, 이륙한 공항을 비롯해 주변의 다른 가까운 공항으로 착륙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나 라는 의문에 대한 것이었다. 여기서 영화는 상당히 건조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취한다. 기적을 이뤄낸 영웅이라는 미디어의 찬사를 건조하게 늘어놓는 동시에 과한 관심과 집중을 불편해하는 설렌버거와 가족들의 모습을 겹쳐 놓고, 또한 조사를 받는 가운데 혹시 자신이 실수를 했을지도 모른다고 고민하는 설렌버거의 모습과 더불어 이를 추궁하는 조사위원회 인물들을 그릴 때도 쉽게 나쁜 의도를 가진 악한 자로 단순화시키지 않는다. 이렇게 객관적이고 건조한 시선을 보여주게 되면서 영화는 자연스럽게 이 추락사고라는 직접적인 사건에서 멀어져 설렌버거라는 한 사람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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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감독의 의도가 어떠하였든 간에 결국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관객 각각이 어떤 경험들을 했는 가에 따라 전혀 다른 영화가 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설리' 역시 감독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의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최근의 기억, 아니 트라우마를 떠올릴 수 밖에는 없었다. 바로 세월호 참사다.


'설리'는 여러 면에서 세월호를 떠올리게 한다. 사실 허드슨 강에서 벌어진 항공시 추락사고와 세월호 참사는 정반대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가장 대표적이 지점은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영화 속에서 관제소는 데이터에 따라 다른 공항들로 회황하는 것을 제안했지만 기장은 직관적으로 이를 거부하고 허드슨 강에 착륙하는 모험을 택했고 결론은 전원 구조였다. 즉,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부분이라면 특히 더 시스템의 선택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 감독의 메시지가 담겨 있지만, 세월호 사건은 이와는 전혀 다르게 시스템 자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정상적인 시스템을 인간들이 스스로 무시하고 은폐하는 과정 속에서 충분히 구조할 수 있었던 생명들을 앗아간 경우였다 (혹여 이것을 똑같이 시스템을 무시하고 인간의 직관대로 행동했지만 결과가 다른 경우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더 이상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리고 9.11을 겪은 뉴욕의 재난, 구조 시스템은 셀렌버거의 선택과 더불어 완벽하게 기능하여 20여분 만에 전원을 구조해 낸 반면, 세월호의 경우 인명의 구조에 앞서 다른 사사로운 것들을 눈치 보고 챙기느라 오히려 시스템 밖에서 도움을 주고자 한 이들의 손길마저 차단하며 믿기지 않게도 전 국민이 그저 지켜볼 수 밖에는 없었던, 사실상 그들은 아무도 구조하지 않은 끔찍한 참사였다. (그럴 린 없지만) 마치 한국 관객 보라는 듯이 빨리 몸을 피하라는 승무원에 말에도 끝까지 남은 탑승객은 없나 위험을 무릅쓰고 확인한 뒤 맨 마지막으로 항공기에서 탈출하는 셀렌버거의 모습에서, 떠올리려고 하지 않아도 누구보다 제일 먼저 탈출했던 세월호 선장의 모습이 기분 나쁘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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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설리'는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미국이라는 국가가 재난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그리고 이스트우드는 이 기적 같은 사건과 셀렌버거라는 인물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했는가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도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였을 텐데,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 점들이 잘 들어오지 않았던 것처럼 이 영화는 어쩔 수 없이 우리에게는 세월호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였다.


155명 전원을 구조했다는 대사가 나올 때. 승무원들이 구조 과정 속에서 침착하게 자기 역할을 해내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안전하게 승객들을 피신시킬 때. 추락하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구조 관련 인력들이 재빠르게 현장에 도착해 추락한 항공기를 둘러싼 장면을 보았을 때. 그 외에 많은 장면들을 보면서 왜 세월호 때는 그러지 못했나. 작은 한 두 가지만 정상적으로 작동했더라도 수많은 생명들이 그 바다에서 목숨을 잃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에 계속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오늘은 아무도 죽지 않아요'라는 말. 그리고 '모두가 살아남았다'라는 헤드라인들.

세월호도 그래야 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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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브릿지 (Bridge of Spies, 2015)

신념을 지켜낸 자들의 우화 혹은 실화


미국과 소련의 냉전으로 핵무기 전쟁의 공포가 최고조에 오른 1957년, 보험 전문 변호사 '제임스 도노반'(톰 행크스)은 소련 스파이 '루돌프 아벨'(마크 라이런스)의 변호를 맡게 된다. 당시 미국에선 전기기술자 로젠버그 부부가 원자폭탄 제조 기술을 소련에 제공했다는 혐의로 간첩죄로 사형된 사건이 있었다. 미국의 반공운동이 극에 달했던 단적인 예로 적국의 스파이를 변호한다는 것은 자신의 목숨은 물론 가족의 안전까지 위협받는 일이었다. 여론과 국민의 질타 속에서도 제임스 도노반은 “변론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한다”며 자신의 신념과 원칙에 따라 아벨의 변호에 최선을 다한다. 때마침 소련에서 붙잡힌 CIA 첩보기 조종사의 소식이 전해지고 제임스 도노반은 그를 구출하기 위해 스파이 맞교환이라는 사상 유래 없는 비밀협상에 나서게 되는데... (출처 - 다음영화)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정부 차원이 아닌 민간인인 변호사 도노반이 스파이 맞교환 비밀협상에 나서게 된다는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스필버그가 연출하고 코엔 형제가 각본을, 야누즈 카민스키의 촬영 그리고 톰 행크스가 주인공 도노반을 연기한 '스파이 브릿지 (Bridge of Spies, 2015)'는 시놉시스를 통해 예상할 수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영화 소개에 앞서 이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의 이름을 굳이 나열한 이유는, 여러 번 반복 된 아주 새롭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이 베테랑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은 그 완성도로 인해 또 한 번 볼만한 영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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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결국 신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철저하게 국가의 입장과 이익이 대변되던 시절, 다소 이상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신념을 지켜 낸 주인공 도노반과 스파이로 구속 된 루돌프 아벨 (마크 라일런스)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의 공기와 더불어 인간성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거대한 정치적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도노반이라는 캐릭터는 톰 행크스의 연기를 통해 또 한 번 설득력 있게 묘사되고 있으며, 실제로는 스파이 행위에 대한 내용은 없는 이 영화에 스파이 영화의 공기를 불어 넣는 아벨 역의 마크 라일런스는 확실히 이번 영화의 발견이라 할 수 있겠다.


(다음 단락에 영화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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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브릿지'는 결국 이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비밀협상을 이상적으로 이끌어 낸 도노반의 이야기로 마무리 되는데, 영화가 내내 말하고자 했던 신념과 특히 후반부 도노반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요, 내가 떳떳하면 그걸로 된거죠'라는 식의 대사는 조금 다른 결말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더 쓸쓸한 결말. 그러니까 결국 이데올로기나 다른 정치적 상황과는 별개로 단순하게 자신의 일과 신념에 끝까지 충실했던 사람들을 그리면서, 결국 세상은 이런 이야기를 알지 못했다는 (인정하지 않았다는) 결말이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신념에 대한 메시지를 더 강하게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마무리 된 뒤 뉴욕으로 돌아온 도노반이 지하철 밖 풍경을 통해 결국 동독내의 상황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을 떠올리게 되는 것 처럼, 집으로 돌아온 그를 아내가 모르는 척 말 없이 이해해주는 것이 더 강렬한, 즉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라는 메시지 전달 측면이나 실제 이런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더 따듯한 위로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영화적으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는 결말은 오히려 조금은 기운이 빠지는 감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묘사들을 비롯해 아벨을 뒷자석에 태우는 것도 그렇고, 이 영화가 쓸쓸하게 끝낼 것만 같은 뉘앙스를 너무 주었기 때문에 이런 아쉬움이 더 들기도).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영화가 끝나고 실존 인물들의 뒷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이해되었는데, 뭐랄까 실화가 더 영화적이고 말이 안되는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실화입니다'가 아니라 '실화를 바탕으로 했습니다'였기에 차라리 실존 인물들의 후일담으로 마무리 하는 대신, 쓸쓸하게 결국 세상은 알아주지 않았다는 것으로 마무리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그래도 남았다 (왜 이렇게 쓸쓸한 엔딩에 집착하는가...).



(스포일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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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무리 방식은 조금 아쉬움이 남지만, '스파이 브릿지'는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2시간 20분의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만큼 짜임새 있는 작품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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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필립스 (Captain Phillips, 2013)

사건과 배경의 사이에서



본 시리즈로 유명한 폴 그린그래스의 신작 '캡틴 필립스 (Captain Phillips, 2013)'를 보았다. 폴 그린그래스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선장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다고 했을 때에는 몇 가지 기대되는 바가 있었다. 이미 '블러디 선데이'나 '플라이트 93'과 같이 실제 있었던 사건을 다룰 때 제 3자인 관객을 얼마나 그 사건 속으로 끌어들일까 하는 것과 이 사건 묘사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할까 하는 점이었다. 어쩌면 이건 기대만이라기 보다는 동시에 궁금한 점이라고 해야 할 텐데, '캡틴 필립스'는 그 궁금증을 완전히 해소해주지는 못한 작품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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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화라는 사실을 제외해도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전형적인 인질극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렇다면 관건은 역시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사건 속에 관객들을 얼마나 몰입시키느냐에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폴 그린그래스는 본인의 특기인 핸드헬드 촬영 기법과 이야기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음을 통해, 관객들이 어렵지 않게 필립스의 이야기에 땀을 쥐도록 만든다. 사실 허구로 만들어진 인질극들에 비하자면 '캡틴 필립스'의 인질극 과정은 별다른 극적인 에피소드가 없는 편이다. 아마도 일반적인 인질극 영화였다면 선택했을 몇 가지 극적인 요소들은 이 영화는 거의 선택하지 않고 있으며, 그로 인해 상당히 단순하지만 한 가지 (필립스와 소말리아 해적과의 관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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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적으로 '캡틴 필립스'를 보며 떠올렸던 건 '리더'와 그의 선택에 관한 것이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납치 사건을 맞닥들이게 되는 선장 필립스 (톰 행크스)를 중심으로, 이 납치 임무를 지휘하게 되는 소말리아 납치범의 리더의 결정과 선택에 주목한다. 단순히 보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필립스에게만 집중된 듯 하지만, 사실은 이 두 인물이 거의 대등한 비중을 가지고 극을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립스는 더 직접적으로 그에게 '니가 리더잖아'라고 묻기도 한다. 따지고보면, 납치 이전이 필립스가 리더로서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다뤘다면, 필립스를 납치하고 나서는 소말리아 해적의 리더가 그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을 다뤘다고 할 수 있겠다. 처한 상황만 보면 오히려 소말리아 해적의 리더가 훨씬 더 어려움에 놓인 것 처럼 보인다. 필립스는 이런 상황에 항상 준비해왔고 적절한 메뉴얼도 있는 상황이지만, 소말리아 해적은 본래 해적도 아닐 뿐더러 예상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자 극도로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서 더더욱 리더로서의 역할이 중요해지는데, 영화는 오히려 이 준비되지 않은 리더를 준비된 리더인 필립스가 돕는 듯한 양상을 보여주면서, 단순한 인질극이 아닌 다른 긴장감을 갖은 관계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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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필립스'의 처음 시작은 조금 달랐다. 평범한 가장인 필립스의 일상을 보여준 것 뿐만 아니라, 인질극을 벌이게 되는 소말리아 인들의 시작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시작을 보고서 나는 '아, 이 영화가 단순히 인질극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소말리아의 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려나 보구나!'라며 더 기대를 갖은 것이 사실인데, 결론적으로 보자면 폴 그린그래스의 의도는 조금은 모호한 느낌이었다. 분명 영화는 필립스를 주인공으로 그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 못지 않게 소말리아 해적의 리더의 심리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리고 필립스의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이 원래부터 해적이 아니라 어부였다는 사실이 강조되며, 그들 역시 어쩔 수 없이 내몰린 이들이라는 걸 영화는 직간접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그와 비교되는 이미지로 이 인질극을 해결하려는 미해군과 네이비실 작전팀의 모습은 기계처럼 느껴질 정도로 정리된 모습이다. 즉, 네이비실이 인질극을 해결하는 장면을 보고나면 '와, 멋지다'라는 느낌 보다는, 어딘가 모르게 소말리아 해적을 동정하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 분명 이 영화엔 두 가지 시선이 다 존재하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좀 더 소말리아의 현실을, 그 배경을 더 이야기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았다. 어부인 그들이 해적이 될 수 밖에는 없었던 현실. 그것 말고도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왜 없겠냐는 물음에 그저 대답하지 않았던 소말리아의 고통스런 현실을 조금만 더 보여주었더라면, 이 인질극으로 인해 더 많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요소를 어느 정도 다루고 있음에도 결국엔 필립스 만의 이야기로 마무리 되어버리는 것이 조금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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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아틀라스 (Cloud Atlas, 2012)

영속성으로서 가능한 영원에 대하여



미리 밝혀두자면 나는 워쇼스키 남매의 팬이다. 최악의 평가를 받았던 '스피드 레이서'에 대해서도 아직까지도 재평가 받아야 한다고 (스필버그의 '우주 전쟁' 까지는 아니더라도) 주장하는 바이고. 그럼에도 워쇼스키와 톰 티크베어가 함께 쓰고 연출한 '클라우드 아틀라스 (Cloud Atlas, 2012)'는 기대와 동시에 걱정도 되는 작품이었다. 원작을 읽지는 않았지만 대략의 시놉시스와 스틸컷들로 보았을 때 워쇼스키가 자신들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위해 너무 많은 볼거리를 가져다 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었기 때문이었다 (172분이라는 러닝 타임도 그 우려에 한 몫을 했다). 그렇게 보게 된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우려하던 바와 같이 조금은 흔들리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여섯 가지의 이야기를 하나로 엮는 가운데 그들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듣고 나니, 조금은 직접적이지만 순수한 그 의도에 감화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유 있는 유치함으로 도배된 '스피드 레이서'에서 왈칵 했던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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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전 이미 '무릎팍 도사' 등을 통해 알려졌던 것처럼 이 영화는 '윤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는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윤회'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만약 이 영화가 윤회에 대한 영화였다면 별똥별 표식이 있는 이가 각 시대별로 누구인지 더 명확하게 소개했었을 것이며, 굳이 이 정도의 분장쇼를 동원하며 다른 배우로 윤회를 표현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인간 혹은 영혼의 불멸이나 환생, 윤회 등이 아니라 각기 다른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고 이어져 온 어떤 메시지 혹은 가치관의 힘이라고 느꼈다. 즉, 시대를 거듭하며 새로운 존재로 윤회하는 영혼의 이야기라기 보다 각 시대, 특히 그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려던 어떤 존재 혹은 계층의 움직임이 그 시대 내에서는 비록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그 실패가 영원한 것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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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렇다면 이건 대단한 희망의 메시지이자 위로의 메시지가 되는데, 물리적으로 한 시대를 살 수 밖에는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한계를 뛰어 넘는 영화적 시간 배경은, 하나의 이야기만 보자면 실패담이거나 별 다를 것 없는 성공담일 수 있는 이야기들 간의 영속성을 만들어 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차라리 윤회 보다는 '나비 효과'에 더 가까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영화 속 나비 효과가 윤회라는 형식을 빌어 나타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텐데, 그럼에도 이 영화를 '나비 효과'의 영화로 부를 수 없는 이유는 인물들이 놓지 않았던 그 '의지'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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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효과는 그 원인이 되는 행위나 그 행위의 주체가 그 원인이 불러올 결과에 대해 전혀 알 수 없고 그 결과에 대해 의도하는 바도 없지만,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주인공들은 모두 그 시대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개혁하고 벗어나려는 강한 의지가 있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의지는 본인이 살고 있는 현재의 개혁 뿐만 아니라 더 나은 다음 세상을 위한 의지가 담겨 있었기 때문에, 이 영화는 나비 효과의 영화라기 보단 영원 (永遠)에 대한 영화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영화 속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영원에 미쳤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영화는 관객들에게 그들의 의지와 삶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냈는 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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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예상 외의 고어한 장면들도 있고, 배경 역시 시대에 따라 클래식부터 SF까지 변화를 계속하지만, 마지막에 가서 영화는 아주 직접적으로 자신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대사로 전달한다. 거대한 바다 앞에 작은 물방울일 뿐이다 라는 얘기에 그 물방울들이 모여서 바다가 된다는 대답을 들었을 때, 결국 워쇼스키가 하고 싶었던 말을 이거였구나 싶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복잡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 듯 하지만, 사실 굉장히 단순한 메시지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히려 그 메시지가 너무 순수하고 여린 탓에 마치 '스피드 레이서'가 그랬던 것처럼 유치하거나 시시하다고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해 보이는 여러 겹의 이야기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실로 순수했다. '순수'와 '순진'은 전혀 다른 것이지만 많은 순수한 것은 순진한 것으로 오인되곤 하는데, 엄밀히 말해서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오인될 여지가 제법 있는 작품이라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는 없겠다.


하지만 난 그래도 워쇼스키와 톰 티크베어가 말하고자 한 영속성으로 가능한 영원에 힘을 보태고 싶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는 중이거나, 혹은 실패가 자명하지만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 자신이 다할 때까지 투쟁하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결코 헛된 투쟁이 아니고, 아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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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 Neo Seoul에는 별다른 불만이 없어요. 이 영화에 등장하는 서울은 지금의 서울과 같은 의미로 등장한다고 보긴 어려우니까요. 즉, 논란이 될 만큼의 포인트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2. 벤 위쇼가 등장하는 부분은 왠지 톰 티크베어가 연출하고 썼을 것만 같은 느낌이더군요. 굳이 '향수'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말이에요. 어쨋든 벤 위쇼는 정말 멋지게 나옵니다.


3. 배두나는 '공기 인형'과의 연속성이 느껴졌는데, 재미있는 건 잠깐이지만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외국배우가 한국말 할 때처럼 어색하게 들렸다는 점이었어요 ㅋ


4. 배우들의 분장쇼는 재미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이렇게까지 '쇼'적인 측면을 굳이 강조할 필요가 있었나 싶긴 하지만요. 배두나가 분한 1명, 할리 베리가 분한 1명 정도 빼고는 거의 다 알아봤는데, 휴고 위빙이 간호사라는 걸 못알아본 관객이 많다는 것에 전 더 놀랐어요 ㅋㅋ 휴고 위빙은 워낙에 강렬한 얼굴이라 얼굴을 다 지우지 않는 한 너무 쉽게 알아보겠더라구요 ㅎ 아, 주신도 몇 캐릭터는 못 알아봤어요. 하긴 주신이 나오는 줄도 사전에 몰랐던 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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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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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전쟁, 그 한 가운데…


미국 드라마의 명가 HBO의 작품으로, 이미 2001년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화제작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제작진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55주년을 기념하여 9년 만에 다시 만든 전쟁 드라마가 바로 ‘퍼시픽’이다. ‘퍼시픽’은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마찬가지로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가 제작자로 참여하고 있음은 물론, 최고의 영화 음악가 한스 짐머가 음악 감독을 맡아 그 감동을 더하였으며, 2억 달러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해 미국 TV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기도 하다. 사실 ‘퍼시픽’은 1화가 방영되기 이전부터 팬들에게 -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BOB’의 팬들에게 - 엄청난 기대를 불러 일으켰었는데, 그 엄청난 기대 탓인지 ‘BOB’에 비해서는 아쉽다는 평가도 많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시리즈를 찬찬히 보고 나면 ‘퍼시픽’과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분명 지향하는 바도, 또 작품이 갖는 의미도 다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간단히 이야기해서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그 제목처럼 깊은 전우애에 포커스를 맞춘 작품이라면, ‘퍼시픽’은 전쟁 그 자체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제1화 ‘에덴 동산’, 2화 ‘찬란한 승자의 패배’, 3화 ‘꿈’, 4화 ‘희망의 부재’, 5화 ‘절망의 나락’, 6화 ‘펠렐리우 비행장’, 7화 ‘펠렐리우 언덕’, 8화 ‘이오지마’, 9화 ‘오키나와’, 마지막 10화 ‘귀향’의 10부작으로 이뤄진 ‘퍼시픽’은 전쟁 영웅 주인공을 통한 승리의 기쁨이나 혹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 속에 꽃피운 전우애를 다루기보다는, 이런 승리로 기억되는 전투와 전쟁의 이면에 - 이면이라기 보다는 전쟁의 진짜 얼굴인 - 숨겨진 전쟁이라는 것에 참혹함과 잔인함 공포, 무의미함을 가식적이지 않고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이라 하겠다. 이런 면에서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보다 ‘퍼시픽’의 손을 들어주고 싶을 정도다.



‘퍼시픽’에는 크게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과달카날 전투에 참전해서 전쟁 영웅이 되어본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 ‘존 바실론’과 기자 출신으로 과달카날 전투를 비롯해 태평양 전쟁에 참전하게 되는 로버트 렉키 그리고 건강 상의 문제로 입대가 어려웠으나 후에 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 유진 슬레지까지. 태평양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역사를 배경으로 이들의 다르지만 같은 이야기가 전개된다. 전쟁 영웅이라는 원치 않는 짐에 이끌려 전장이 아닌 본국에서 전쟁 공채 판매를 위한 홍보에 앞장서야만 했던 존 바실론의 겪는 고뇌와 첫 화에서는 정말로 참전하기에는 너무 여리게만 보였던 유진이 전쟁에 깊숙한 곳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변해가는 모습은, 승리한 전쟁이냐 패배한 전쟁이냐의 여부를 떠나서 이들에게 전쟁이라는 것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러한 ‘퍼시픽’의 화법은 대중적인 흥미나 재미 면에서는 조금 부족할 지는 몰라도 전쟁/역사 드라마가 정말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점이 아닐 수 없겠다.



‘퍼시픽’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다 보니 마치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씬 레드 라인’을 한창 비교할 때처럼 철학적인 면에만 집중한 시리즈가 아닌가 오해할 수도 있는데, 이건 분명 오해다 -, ‘퍼시픽’은 오히려 ‘밴드 오브 브라더스’보다도 더 많은 전투 씬과 더 리얼하고 수위 높은 묘사로 인해 밀리터리 마니아들은 물론 전쟁 영화 팬들이 충분히 반기고도 남을 만한 점들을 가득 담고 있다. 특히 ‘퍼시픽’이 포함하고 있는 전투들인 펠렐리우 비행장과 언덕 전투, 이오지마와 오키나와의 전투는 당시 참전했던 해병들이 지옥과도 같았다고 회자할 정도로 승전 여부를 떠나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큰 피해를 입었던 전투였는데, 이런 고단함과 힘겨움이 작품에 그대로 표현되고 있다.



특히 엄청난 제작비답게 전장의 참혹함과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거대한 스케일과 중장갑을 비롯한 다양한 무기들과 전투기 등의 등장은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스케일을 보여주고 있어 - 오히려 정교함 측면에서는 영화보다 더 나을 듯싶다 - 전쟁 영화에서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켜 준다. 촬영이나 연출 측면에 있어서도 과도한 핸드 헬드 보다는 적절한 사용으로 리얼리티와 감상의 측면을 모두 고려하고 있으며, 다른 허술한 전쟁 영화들과는 다르게 주인공이라도 언제든지 정말 전사할 수도 있겠다 라는 공포와 긴장감을 끊임없이 전달하고 있다. 전투의 스케일만 두고 보자면 굳이 2001년과 2010년이라는 9년의 세월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퍼시픽’의 압승이라고 볼 수 있겠다.



‘퍼시픽’ 역시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마찬가지로 실제 태평양 전쟁에 참여했던 해병들의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작품에 포함하고 있는데, 주인공 세 명을 비롯해 극중 인물들은 모두 실존 인물이며 이들 중 생존해 있는 몇몇은 ‘BOB’ 때와 마찬가지로 나레이션을 통해 작품에 현실감을 불어넣고 있다. 참고로 ‘퍼시픽’은 이 시리즈의 주인공이기도 한 유진 슬레지의 회고록 ‘With the Old Breed at Peleliu and Okinawa’와 역시 주인공인 로버트 렉키의 회고록 ‘Helmet for My Pillow’를 기초로 하여 제작된 작품이기도 하다.

실제 태평양 전쟁을 둘러 싼 많은 이야기들과 당시의 중요한 자료들, 그리고 ‘퍼시픽’과 관련된 실제 역사와의 흥미로운 점들에 대해서는 DP 무비스타 님의 멋진 연재 글이 있어서 이것으로 대신하려 한다.

무비스타의 태평양 전쟁사 이야기 퍼시픽 시즌 1
http://dvdprime.cultureland.co.kr/bbs/view.asp?major=ME&minor=E1&master_id=40&bbslist_id=1745454

 

Blu-ray 메뉴






총 6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블루레이 패키지의 경우 기본적으로 언어 선택 메뉴 외에 ‘Featues’ 메뉴에서 ‘The Pacific Enhanced Viewing’과 ‘The Pacific Field Guide’를 동일하게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재생 시 ‘Historical Backgrounds’를 선택하면 본편 상영 전에 실존 인물들의 인터뷰가 더해진 당시 자료 화면을 확인할 수 있다.


Blu-ray : Picture Quality

1080p 풀HD의 화질은 최신작 다운 레퍼런스에 가까운 수준급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전쟁 드라마라는 특성상 무엇보다 전장의 질감을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할 텐데, 흙과 피로 지저분해진 인물들의 피부 표현력도 훌륭하고 CG가 사용된 장면에서도 전혀 실사와의 이질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또한 무엇보다 외곽선의 표현력이 뚜렷하여 높은 선예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클로즈 업이나 배경 장면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수록하고 있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조명에 따른 표현력도 좋았는데, 정말 쨍한 낮 장면에서의 음영 표현도 좋았지만, 달빛 조차 없는 밤 시간에 벌어지는 전투 장면 중 중간중간 터져 나오는 발포 시 발생하는 빛들과 조명탄 들을 통해 발생한 인위적 밝기로 표현된 장면들 역시 영화적이기 보다는 매우 현실적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이러한 영화적 연출을 블루레이의 화질이 잘 뒷받침 해주고 있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MA 사운드 역시 레퍼런스라고 충분히 부를 만 하다. 일단 작품 자체로서 사운드 적인 장점을 타고 났으며, 이런 좋은 바탕을 차세대 사운드가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퍼시픽’은 ‘BOB’보다 도 더 많은 전투 씬을 수록하고 있는데, 다양한 무기들이 등장하고 대규모의 전투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에 사운드 적인 장점을 100% 만끽할 수 있다.





특히 대규모 전투 씬에서는 탱크로 인한 폭발 소리, 수백 명의 해병들이 쏟아내는 기관총 소리가 휘몰아치는 가운데도, 폭발로 인한 파편들이 지면과 군복에 닿아 나는 섬세한 소리들까지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고 있으며, 각 소스들이 모두 최고 피치를 올리고 있는 듯해 부담스럽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밸런스가 잘 유지되고 있어 많은 양의 소리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옴에도 귀를 기울이면 각각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즐길 수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각 디스크에는 앞서 메뉴 디자인에서 소개했던 것처럼 ‘Enhanced Viewing’과 ‘Field Guide’를´수록하고 있는데, ‘Enhanced Viewing’의 경우 설정을 해두고 본편을 재생을 하게 되면 장면과 관련된 역사 속 이야기나 인터뷰 등이 pip방식을 통해 구현된다. ‘Field Guide’의 경우는 장면마다 각각 ‘Maps’ ‘Historical Overview’ ‘Marines’ Experiences’ ‘Facts and Bios’의 메뉴를 통해 선택하는 제목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Maps’을 선택하면 해당 장면이 벌어진 장소의 지도를 확인할 수 있고, ‘Historical Overview’를 선택하면 연관된 역사 속 자료들, 영상 및 사진들을 볼 수 있으며, ‘Marines’ Experiences’의 경우 실존 인물 혹은 가족 등 관련자들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모든 본편 디스크에 수록된 이 두 가지 부가영상에는 아쉽게도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다.





6번째 디스크에는 부가영상만이 별도로 수록되어 있는데, 가장 첫 번째로 만나볼 수 있는 부가영상은 ‘Profiles of the Pacific’이다. 여기서는 극중 인물인 존 바실리, 유진 슬레지, 로버트 렉키, 시드니 필립스, R.V 버진, 척 테이텀의 이야기를 각각 들을 수 있다. 여기서는 이들의 가족, 친구, 동료, 전문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더불어 당시의 사진과 동영상 등을 통해 실존인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인물에 따라서는 본인이 직접 이야기하는 장면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이들이 어떤 아들이었고, 아버지였고, 친구였는지를 알 수 있는 소중한 인터뷰 자료라고 할 수 있겠다.




‘Making the Pacific’에서는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를 비롯해, 배우들과 스텝들, 작가 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 의미와 각 전투 장면이 갖는 전쟁 드라마로서의 의의에 대해 들려준다. 특히 각 전투 시퀀스의 경우, 무엇보다 참여한 스텝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자부할 만큼 높은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Anatomy of the Pacific War’에서는 태평양 전쟁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을 들려준다. 역사학자 및 전문가들 그리고 전쟁에 참전했던 실존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태평양 전쟁에 참여했던 일본과 미국의 상황과 특히 미국 해병들에게는 믿기지 않는 공포의 대상이었던 일본군의 무사도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 들을 수 있다.


총 평

HBO의 전쟁 드라마 ‘퍼시픽’은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는 또 다른 감흥을 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비교는 어렵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이라는 것에 참혹함에 대한 깊은 울림은 물론 치밀한 조사를 통해 역사에 근거한 현실감 넘치는 전투 장면들은 ‘퍼시픽’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후속 편으로서는 모르겠지만, 독립적인 ‘퍼시픽’만 두고 보았을 때는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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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 코드 : 블루레이 리뷰 (Da Vinci Code : Blu-ray Review)
http://dvdprime.paran.com/dvdmovie/DVDDetail_Sub.asp?dvd_id=1791&master_id=11



확실히 영화 자체가 아쉬운 점이 많았던 작품이긴 하지만, 블루레이로서는 비교적 만족스러운 퀄리티로 발매된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천사와 악마 (Angels & Demons, 2009)
쏠쏠한 재미의 미스테리 로드무비


너무나 잘 알려졌다시피 이 작품 <천사와 악마>는 <다 빈치 코드>를 썼던 댄 브라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한 영화로, 영화화된 <다 빈치 코드>와 마찬가지로 론 하워드가 연출하고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고 있다. 책이 그러하였듯이 영화적인 것보다 원작에서부터 계속되온 종교적 논란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되었던 <다 빈치 코드>와는 달리, <천사와 악마>는 이런 면에서 훨씬 조용한 편이다(영화나 책을 읽어본 분들을 아시겠지만, 이 작품에는 그다지 종교적으로 크게 논란이 될 정도의 묘사는 -결과적으로- 없다). <다 빈치 코드>가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탓에 영화에서 많이 힘이 빠져버린 경우였다면, <천사와 악마>는 책을 일찌감치 사두긴 했지만 사실상 내용이 거의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읽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거의 댄 브라운의 원작에 영향을 받지 않는 선에서 영화를 관람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개봉일에 보게 된 <천사와 악마>는 대규모 자본이 투자된 미스테리 스릴러로서 나름 쏠쏠한 영화였으며,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지루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었던 오락영화였다.

(참고로 본 리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원작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쓴 리뷰라는 점을 참고해주세요~)





영화의 알려진 줄거리는 간단하다. 교황이 죽자 바티칸에서는 전통대로 교황을 선출하는 모임인 '콘클라베'를 갖게 되는데, 이와는 다른 줄기의 이야기로 세계 최대의 과학연구소 'CERN'에서 진행한 연구의 결과물인 반물질이 도난되면서 이 두 가지 사건이 하나의 적을 두고 있음을 알려주고는 여느 때처럼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이 등장해 이 사건들을 풀어가게 된다.

개인적으로 종교적인 신념을 떠나서 이런 미스테리한 사건들을 약한 사실에 근거하여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워낙에 좋아하기 때문에 이 작품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확실히 전작 <다 빈치 코드>보다는 더 흥미로운 방식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두 작품의 이야기가 크게 다를 것이 없기도 하지만, 추리 소설을 읽을 때 다음 장이 궁금해서 휙휙 읽어나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을 정도로, 이 영화의 전개와 구성은 '오락영화'로서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어느 다른 리뷰에서 보았던 표현인데, 이렇게 책을 '휙휙'넘기듯 영화를 만들어내는 측면에서는 원작자인 댄 브라운도 그렇지만 이 영화의 각본을 담당한 아키바 골즈먼과 연출을 맡은 론 하워드의 재능이 십분 발휘되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내용의 깊이가 그리 깊거나 디테일하지는 않지만 군더더기 없이 진행되며 딱 보여주고 설명해야 할 것만(오락영화를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설명하고 지나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영화의 디테일을 따지고 든다면 사실 미흡한 측면이 참으로 많다. 이런 영화에서 흔히 생략하고 마는 언어 문제만 봐도 바티칸의 경찰들이 영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일부 장면만으로 이 영화가 '제대로'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주인공인 랭던이 라틴어나 이탈리아어를 전혀 모른다는데 더 문제가 있다고 해야겠다. 책을 쓸 정도의 관련 지식을 번역본으로만 접한 것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전혀 다른 언어를 모르는 랭던의 모습은, 안그래도 비중이 덜한 그의 캐릭터의 깊이를 더 깍아먹는 부분이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오락영화'로 볼 때 나름의 의미를 갖게 되는 영화라 이렇게 깊이 디테일을 따지고 들만한 '필요'가 별로 없다고 생각된다. 물론 오락영화 임에도 이런 소소한 디테일들과 아는 만큼 더 보이는 설정들을 여기저기 배치해 두었다면 더더욱 재미있는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기대치까지 짋어져야할 영화는 굳이 아니라고도 생각된다.

그래서 부제목에 '쏠쏠한 재미'라는 표현을 쓰게 된 것이다. 만약 이 영화가 치밀한 스릴러라던가 아니면 원작에 좀 더 충실한 작품이었다면(원작을 보신 분들의 평에 빗대자면) 아마도 쏠쏠한 재미보다는 실망스런 느낌을 더 받았겠지만, 좀 더 편한 자세의 오락영화로서 관람하기에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미스테리 요소들도 적절히 녹아있고, 극 전개도 빠르고, 좋아하는 배우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쏠쏠한 재미'를 얻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들은 역시 로마 시내의 멋진 풍광들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흠뻑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4K 상영으로 관람하였는데 대형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로마시내의 풍광은 우리가 이런 영화에서 느낄 수 있고, 기대하는 스케일 측면을 만족시켜주고 있으며, 스케일을 더 돋보이게 하는 카메라 워킹도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는 초반 연구소 장면도 그렇고 후반부에 몇 장면도 그렇고 굉장히 이질적인 카메라 쇼트가 등장한다. 초반 연구소 장면은 영화라기보다는 마치 HD다큐에서나 볼법한 앵글이 많았으며, 후반 부 랭던을 잡는 앵글 가운데는 영화 내내 보여주었던 스타일과는 사뭇 다른 앵글도 만나볼 수 있었다).

엔딩 스탭롤을 보면 컴퓨터 그래픽에 상당히 많은 스탭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로케이션 촬영과 CG가 결합된 영상은 보는 즐거움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영화의 마지막 반물질과 관련된 하늘 묘사 장면을 들 수 있을텐데(스포일러 없이 써보려니 어렵네요 ^^;), 마치 '천지창조'그림의 배경에나 등장할 법한 하늘의 묘사는 굉장히 환상적이면서도 한 편으로 현실적이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에 그 어느 장면보다 종교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주인공 로버트 랭던 역할의 톰 행크스의 비중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이 것은 단순히 연기 측면이라기보다는 내용적인 문제로서, 주인공이 능동적이기 보다는 약간 수동적에 가깝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그의 캐릭터자체가 별로 부각되지 못한 것 같다. 그 반대로 이완 맥그리거는 본래 팬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서도 역시 강함과 나약함을 동시에 갖고 있는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그의 목소리와 억양을 너무도 사랑(?)하는데 이 영화에서도 마음 껏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이것만으로도 만족스럽긴 했다 ^^;

<밴티지 포인트>를 통해 낯이 익었던 여배우 아예렛 주어 역시 매력적인 얼굴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 이상의 감흥은 없었으며, 스텔란 스카스가드 역시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아 크게 얘기할 부분은 없을 듯 하다. 아미 뮬러-스탈은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이런 양면의 이미지를 갖은 캐릭터를 연기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선과 악을 다 갖은 얼굴로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원작을 읽으신 분들의 평을 들어보면 책을 읽을 때 느꼈던 긴장감이나 짜릿함은 영화에서 많이 사라진 듯 하다. 얼핏 들어보니 예전에 살짝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나 영화와 비교해볼 수 있었는데, 확실히 영화는 소설과는 방법론이 많이 달랐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천사와 악마>는 원작을 읽은 사람들이 더 손해를 보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일찍이 사두고 거의 보지 못한 내 신세는 다행이랄까 ^^:


1. 신촌 메가박스 M관에서 디지털 4K상영으로 감상하였습니다. 콜롬비아 픽쳐스 로고 나올 때 확 화질 차이를 느낄 수 있더군요. 그런데 정작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는 워낙에 어두운 장면이 많아서인지 4K를 100% 즐겼는가에 대해서는 살짝 의문이 드네요. 물론 필름상영보다는 훨씬 월등한 화질이었습니다.

2. 영화에 등장하는 과학연구소 'CERN'은 실제로도 있는 곳 인것 같더라구요. 크래딧에 로고 사용 라이센스들이 나올 때 CNN과 몇몇 다른 회사들과 함께 CERN의 이름도 나오더군요.

3. 영화의 마지막 아민 뮬러-스탈의 대사 같은 경우, 확실히 종교적 논란을 염두에 둔 일부러 대사가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4. 엔딩 크래딧을 언제나처럼 다 보고 나오는데, 마치 클래식 공연을 보고 나온 기분이었습니다. 크래딧에 흐르는 곡이 상당히 박력있었거든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콜럼비아 픽쳐스에 있습니다.





The Da Vinci Code, 2006
 
어쨋거나 저쨋거나 요 근래 내가 가장 기대했던 영화는 바로 이 영화 다빈치 코드이다.
이미 엄청난 전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소설책으로도 읽어본 뒤였고,
그게 아니더라도 배우들의 면면만으로도 꼭 보고 싶었던 작품이였기 때문이다.
 
난 개인적으로는 댄 브라운이 쓴 책 '다빈치 코드'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 만큼
열광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금 심심하다고 느꼈을 정도.
 
그도 그럴 것이 기독교와 관련된 미스테리와 각종 설들은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분야로
다른 다큐멘터리나 서적 등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은 뒤였기 때문이다.
댄 브라운의 소설은 매우 흥미롭고 잘 짜여진 픽션이지만, 이전에 없던 설을
처음 주장한 것도 아니고 예수와 기독교에 관한 기존에 사실여부가 확인 되지 않은,
혹은 아니라고 판명되었어도 그 판단이 아니라고 믿고 싶은 설들의 핵심을 골라
아주 잘 만들어낸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에서도 성배와 템플 기사단에 관련된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는가.
(뭐 댄 브라운의 작품을 결코 폄하하는 것은 아니나 요즘 영화 개봉을 맞아
너무도 과대한 관심을 받는 것 같아 개인적인 관심도에 표명을...--;)
 
소설 다빈치 코드에 주된 내용은 가히 누구라도 흥미를 유발시킬만한 이야기이다.
그저 신적인 존재로만 알았던 예수가 흔히 '창녀'로 알고 있는 막달레나 마리아와의
사이에서 자손을 나아 그 자손이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자손과 비밀을 유지하는 비밀 단체가 존재한다는 얘기는,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호기심을 가질만한 이야기이다.
 
책을 읽으면서 분명히 영화화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물론 앞서는 것은 걱정이었다. 이 걱정이 더 커지게 된 것은
론 하워드가 감독을 맡았다는 사실과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이었다.
론 하워드의 전작들은 대부분 재미있게 보았으나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미스테리 스릴러에는
어울리지 않을 거란 생각이였고, 톰 행크스는 랭던 역으로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데 론 하워드와의 파트너쉽으로 인해 선택된듯한 느낌이
짙었기 때문이다.

먼저 론 하워드가 만들어낸 영화 다빈치 코드는 개봉 하루 전과 당일 오전
해외사이트에서 쏟아지던 비평들과는 다르게 상당히 괜찮았다고 생각되었다.
원작에 충실했던 것이 오히려 론 하워드에겐 성공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랭던 역에는 조금만 더 젊었으면 데니스 퀘이드가 적역이라고
생각했었는데(물론 아직도 이 꿈은 여전하다 ㅋ), 살을 뺀 톰 행크스가 연기한 랭던도
우려했던 만큼 걱정스런 상태는 아니였으며 독자들에 상상을 깨어버릴만한
정도도 아니였던 것 같다.
 
소피 역의 오드리 토투 역시 개인적으로는 좋아해 마지 않는
레이첼 와이즈(역시 좀 젊었을때)가 맡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드리 토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극장에서 옆에 앉은 2명의 여자들이
오드리 토두가 대사만 하면 짜증을 내는 것이였다. 발음이 안좋다, 왜저러냐며...
소피의 영어 발음이 안좋은 것은 당연한 일인데, 소피는 프랑스인이란 말이다...)
아멜리아에 귀여운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던 것이 영화상으론 다행이었을터.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소피 역의 캐스팅도 이만하면 만족스러운듯.
 
역시 이 영화에 화려함은 조연에 화려함에서 나온다.
예고편 부터 심상치 않은 포스를 풍겼던 사일레스 역의 폴 베타니는
이제 내가 남에게 이 배우를 설명할 때 '기사 윌리엄 나온 배우 있잖아'가 아니라
'그 다빈치 코드에서 망토두르고 무서운 사람있잖아'하고 설명하게 만들었다.
비단 나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얘기할때 사일레스 역의
폴 베타니를 빼놓을 수 없을 만큼 멋진 연기를 선보였다.
 
티빙 역의 이안 멕켈런 옹은 역시나 간달프의 인상이 너무 짙었던 것 같다.
그 멋진 목소리만 들으면 아직도 간달프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연기 고수인 멕켈런 경인 만큼 티빙 역할엔 적역이었다고 생각된다.
(굳이 다른 배우를 생각해본다면 빌보 배긴스를 맡았던 이안 홀름 정도 ㅋ)
 
사실 아링가로사 주교 역할에 알프레드 몰리나가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가장 적격인 캐스팅이라고 생각되었다. 왠지 그 풍모와 진한 눈섶과 적절히 나온
배는 아링가로사 주교와 딱 들어맞을 거라고 여겨졌기 때문.
그리고 왠지 모르게 아링가로사라는 어감과 알프레드 몰리나의 캐릭터가
딱 들어맞는 듯한 억지적인 요소도 작용했고 ;

파슈 반장 역할의 장 르노는 어쩌면 국내에서는 간달프=이안 맥켈런보다도
훨씬 강한 레옹=장 르노의 공식을 갖고 있는 배우일텐데,
뭐 그럭저럭 괜찮은 연기를 펼쳤다. 사실 아링가로사나 파슈 등의 캐릭터가
주목 받기에는 2시간 반에 러닝 타임도 좀 짧았다.
 
개인적으로 주조연들 사이에서 눈에 띤 배우는 바로 스위스 은행에
고위 직위(정확한 직위를 모르겠다 --)캐릭터를 연기한 위르겐 프로그노브였다.
특전 유보트에서 열연했던 그의 얼굴은 출연만으로 일단 반가웠고,
그래도 제법 비중있는 캐릭터라 반가움을 오래 지속시킬 수 있었다.
 
한스 짐머의 음악은 역시나 영화와 가장 가깝게 와닿아있다.
어떤 영화음악을 듣다 보면 영화 음악이 너무 좋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영화와는 별개로 너무 좋다는 생각을 갖게하는 적이 있는데, 한스 짐머의 음악은
딱 영화음악이 좋은 정도에, 다시 말해 영화음악의 최상의 미덕을 실천하는
정도를 들려준다. 극적인 요소와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전달하는 그의 스코어는
이번 다빈치 코드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아마도 재미없다는 평이 속출했던 것은 소설책과 마찬가지로
결말 부분에 늘어짐이 이유가 아닐까 한다. 티빙이 잡혀가는 시점에서
대부분의 영화는 끝이 나지만, 다빈치 코드는 여기에서 한 걸음, 아니
두 세 걸음은 더 나아가 이야기를 발전시키기 때문이다.
에필로그를 관객에게 다 보여줄것이냐 미완으로 남겨 상상하게 만들것인가 하는것은
모두 장단점이 있을 터인데, 개인적으로 다빈치 코드의 경우는 전자에 편이
더 나았다고 생각되지만, 흥행이 목적인 블록버스터에서 2시간 반에 달하는 러닝 타임은
지루함을 유발해 혹평을 양산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X맨으로 의심되는 한기총에 활약덕에 엄청난 홍보효과를 거둔 다빈치 코드는,
상영금지는 되지 못했지만, 오히려 실화가 아닌 픽션이라던지 하는 문구가
삽입되지 않은 연유로 기독교 교리를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러려니'할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긴 있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뭐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같은 여부를 알아서 잘 판단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긴 하지만서도.
 
 
책을 다 보았기 때문에 매번 배신과 미스테리가 밝혀질때마다
짜릿함과 충격은 매우 덜했지만, 그래도 지루하고 심심하게 느껴지지 않고
2시간 반에 달하는 러닝 타임 동한 집중하고 긴장할 수 있었던 것은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인 것 같다.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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